우리가 마을을 지나가노라면,

구름도 우릴 따라 하늘로 흘러가누나.

우리가 더 빨리 달리면

구름도 더 빨리 흐르는 구나

마침내 구름이 우릴 따라잡아

밀과 포도나무를 적셔주었네

  

-도도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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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차한 전철에서 뛰어내려 거리를 달리고 있다.

  

그녀의 모습을 찾고 있다.

그의 모습을 찾고 있다.

  

우리는 예전에 만난 적이 있다.

그것은 꿈이나 전생 같은 망상이 아니다.

  

언덕길을 달려 내려가면서 는 생각한다.

언덕길을 달려 올라가며 는 생각한다.

  

전혀 아는 길도 아니고 온 적도 없는 길이지만 어쩐지 눈을 감고도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우리가 어느 방향을 향해 가는지 알고 있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 온몸이 그것을 알고 있다,

이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전혀 만난 적이 없지만, 우리는 한때 한 몸이었던 것처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분명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간절히 붙잡고 우리는 달린다.

  

어쩌면 우리는 수없이 스쳐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만날 뻔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안다.

그런 것은 이제 아무런 쓸모도 없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것

  

오직 그것만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달리고 달린다.

있는 힘껏 다해 달린다.

  

좁은 골목길의 계단이다.

그곳까지 걸어가 보니 그가 있다.

  

좁은 골목길의 계단이다.

달려 올라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우리는 눈을 깔고 다가간다.

우리는 겁쟁이 이기 때문에.

  

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스쳐지나간다.

분명 가까이 있는데, 그렇게 간절히 바래왔는데 어쩐지 말을 할 수 없다.

거절의 소리를 한번 더 들었다가는 망가져 버릴 것 같다,

차라리 이 아쉬움이라도 간직하는 편이

  

한번 더? 그 순간 내 온몸에 통증이 인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겪을 것 같은가.

  

그러니까 는 돌아본다.

완전히 같은 속도로 그도 돌아본다. 삐죽 튀어나온 고슴도치 머리의 남자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언젠가... 아니, 그런 것은 이제 상관없다.

  

만났다. 드디어 만났다. 이대로 있으면 울음을 터뜨릴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 는 이미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눈물을 보고 그가 웃는다. 울면서 나도 웃는다.

예감이 듬뿍 녹아 들어간 봄의 공기를 있는 힘껏 들이마신다.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겨우 알았다.

겨우 되살려냈다.


우리는 동시에 입을 연다.

  

하나, , 셋 하고 구호를 맞추는 어린아이처럼, 우리는 한목소리를 낸다.

-너의 이름은

  

그러곤 그 말이 무색하게도 답도 물음도 없이 안는다.

, 는 소중한 누군가와 찰싹 달라 붙어있다.

떨어질 수 없게 묶여있다. 우리는 불안도 쓸쓸함도 없이 함께 있다.

아무리 붙어있어도 꿈에서 깰 낌새는 없다.

  

모든 것이 온전히 현실이고, 완전히 진짜다.

드디어 어긋난 것이 맞은 것 같았다.

시간보다 앞서나간 마음이, 마음보다 뒤처진 시간이, 드디어 만난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왔다.

모든 것이 마땅한 곳에 있어 변하지도 바뀌지도 않는다.

  

마치 온 세상이 우릴 위해 축복해 주는 것 같다.

지상의 모든 곳이, 하늘과 별의 모든 운행이 오직 우리 둘만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

이 계단도 누군가가 우리가 마주치게 하기 위해 지어놓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한참을 안고서야 우리는 새삼 부끄러움을 느끼곤 포옹을 푼다.

그렇지만 여전히 붙어있다.

  

단 한마디도 없지만 우린 우리가 서로를 안다는 것을 안다.

처음 만났지만 우리는 분명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었다.

이전에도 한참을 달려, 마침내는 시간을 뛰어 넘은 어딘가에서 우린 만났었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우리는 분명 특별하게 이어져 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미 만났었노라고.

  

우주의 법칙인가 생명의 법칙인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만났었다고.

우리는 목이 터져라 내 이름을 말하고, 너의 이름을 부른다.

더는 잊어지지 않기 때문에, 마치 10년간 부를 호칭들을 한 번에 쏟아 내리듯 이름을 퍼붓는다.

  

미츠하

타키

  

미츠하

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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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라: 세르비아 인은 가뭄이 들면 한 소녀를 발가벗긴 다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풀잎이나 꽃으로 단장시킨다. 심지어 얼굴까지 풀로 엮은 베일을 씌운다.

일명 도도라라고 부르는 이 소녀는 다른 소녀들과 함께 마을을 돌며 모든 집 앞에서 멈추어 선다(하략)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황금가지 제1( 을유문화사),박규태 역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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