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너무많이 쓰잖아!!!
1부
http://gall.dcinside.com/yourname/366087 1편
http://gall.dcinside.com/yourname/374992 2편
http://gall.dcinside.com/yourname/375186 3편
http://gall.dcinside.com/yourname/381962 4편
http://gall.dcinside.com/yourname/388433 5편
2부
http://gall.dcinside.com/yourname/395557 6편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9735 7편
http://gall.dcinside.com/yourname/415770 8편
http://gall.dcinside.com/yourname/422463 9편
http://gall.dcinside.com/yourname/442165 10편
http://gall.dcinside.com/yourname/466790 11편
http://gall.dcinside.com/yourname/515759 12편
http://gall.dcinside.com/yourname/545991 13편
3부
http://gall.dcinside.com/yourname/596603 14편
외전
http://gall.dcinside.com/yourname/473136 0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3년 9월 29일 일요일)
어젯밤에 내렸던 소나기가 조금 남아있던 늦더위를 싹 씻어버렸다. 청명한 푸른 하늘이 펼쳐진 거리는 서늘하고도 산뜻하게 느껴졌고 은은한 가을 향기가 풍겨져 왔다.
곧 있으면 신주쿠 공원에 있는 붉은 단풍들도 낙엽이 되어 하나 둘 씩 떨어지게 되는 걸까. 한바탕 내린 소나기 덕분에 도쿄의 거리도 조금이나마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빌딩투성이인 도쿄에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럴 때마다 이토모리에서의 생활을 동경하게 되고 만다. 미야미즈 신체에 쿠치카미사케를 봉납하러 갔을때 보았던 절경은 정말 아름다웠었지.
단풍이 떨어져 있는 거리를 거닐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상에 깊이 젖고 말았다. 가을을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이토록 우수에 젖는 이유는 뭘까?
그런 의문에 빠져 이유를 생각하고 있던 것도 잠시, 뒤에서 나지막한 불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키....조금만 천천히 걸으면 안돼?"
"....."
갑작스러운 데이트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조차 못 잡고 있었다.
카페에서 나온 후, 어쩌다 보니 내가 이토모리에 돌아가기 전까지 데이트하자는 분위기 되고 말았다.
여기서 내가 곤란해 하고 있는 이유는 그 즉흥적인 분위기에 휩쓸린 탓에 마음의 준비는 물론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식후에 데이트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이번에는 매우 특수한 상황 덕분에 나와 미츠하가 만날 수 있었지만, 오늘 내가 이토모리로 돌아가고 나면 미츠하는 3년 동안이나 나를 만날 수가 없다.
나야 잠에서 깨어나 3년후로 돌아가면 바로 미츠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나와 정 반대의 입장에 있는 것이다.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표정에 다 드러난 것인지, 미츠하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허리에 손을 척 얹으며 한숨을 작게 내쉰다.
"그동안 오쿠데라 선배랑 진도를 못 뺀 이유가 있었구나....어떻게 보면 다행이긴 하지만 너무 쑥맥인 거 아니야?"
"뭐!? 어디가 그런지 구체적으로 말해봐!"
"케이크 카페에서는 자기 페이스로 혼자 먹어치워 버리고, 대화할 때도 조용해서 나 혼자 떠드는 게 대부분이고, 방금도 나를 내버려두고 혼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잖아."
"윽....."
듣고보니 구구절절 옳은 말 뿐이어서 반박할 수가 없다.
그리고 자존심이 박살 나는 소리가 마음속에서 울려퍼짐과 동시에, 위기감이 나를 덮쳐왔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제대로 남자 구실을 해야한다.
이미 구겨져 버린 자존심이지만, 조금이라도 만회해야만 한다.
목표는 신칸센을 타기 전까지 미츠하와 즐거운 데이트를 하는 것, 나는 용기를 내어 미츠하의 손을 잡으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럼...가 볼까?"
"어?응...."
미츠하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제서야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근데 어디로 가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미츠하의 미소가 싹 가신다. 그리고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며 불만스러운 듯 볼을 살짝 부풀렸다.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해....도쿄에 살고있는건 타키군이잖아....."
"그렇긴 한데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나와서 나도 어쩔수가 없다고! 자랑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렇게 데이트하는 것도 처음이고..."
"에휴, 어쩔 수 없네.....일단 걸으면서 같이 생각해보자"
미츠하는 체념이라도 한 것 마냥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놀림당하더라도 신타나 츠카사한테 상담받을걸 그랬나....
그런 의미 없는 후회를 곱씹으며 시부야의 거리를 걸어나갔다.
# # #
우리는 번화가로 향하기 위해 다시 시부야역 앞 충견 하치 동상 앞으로 돌아왔다.
그 유명한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를 건너가면 오락시설이나 상업시설이 응집되어있는 번화가가 나온다.
나를 포함한 이 부근의 학생들은 방과 후나 휴일에 주로 신주쿠나 시부야 번화가를 즐겨 찾게 된다.
역 앞에 있는 KFC를 지나고 나서부터는 게임센터나 서점,음식점,영화관들이 모여있는, 그야말로 젊은이들을 위한 메인 스트리트가 펼쳐져 있다.
중학생 시절부터 고등학교 2년간 수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으니 나에게는 제법 익숙한 거리다.
그러나 아무리 익숙한 거리라고 해도 수많은 행인 사이에서 미츠하와 나란히 걷다보면 아무래도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미츠하가 중학생 시절의 내모습을 하고있기에 망정이지 원래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손을 잡는 것조차 고역이었을지도....이쯤되면 어제 어떻게 키스했는지 신기해질 정도다.
이래저래 해도 결국 경험을 쌓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짧은 한숨과 함께 마음을 진정시키며, 쏟아져 나오는 인파를 피해 걸어나가고 있는데 옆에서 걷고 있던 미츠하가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어?"
그러더니 갑자기 내 소매를 꾹꾹 잡아당긴다.
"응? 왜그래?"
"타키군, 저거"
미츠하는 뭔가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게임센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음...게임이 하고싶은 거야?"
"그게 아니야!!저기 도치 군이 있잖아!"
도치군?
아, 자세히 보니 미츠하는 게임센터를 가리키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미츠하의 시선이 멈춘 곳은 다름아닌 인형뽑기 기계, 도치군이라는 것도 저 기계 안에 있는 고슴도치 인형을 뜻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인형뽑기는 왠만한 고수가 아닌 이상 그냥 구입하는 것이 싸게 먹힌다.
그 사실을 자각하고 우물쭈물 거리고 잇는 와중, 미츠하는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동전 게임 센터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난데없이 천엔짜리 지페를 동전 교환기에 처박았다.
응? 잠깐? 근데 그거 내 돈이잖아?
"좋아!이제 준비 완료야!조금만 기다려 도치군!"
씩씩한 말투로 말하며 동전 투입구에 동전을 넣더니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미츠하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하더니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오직 한 곳만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집중하는 건가, 엄청난 기백....
하지만 그 상태로 몇십초가 지나자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미츠하....설마....
조작방법을 모르는 게.....
"왼쪽에 있는 조이스틱으로 크레인을 움직이고 오른쪽에 있는 다운 버튼을 누르면 크레인이 내려가서 인형을 집을 거야"
"아, 알고 있었어!집중하던거 뿐이야...."
미츠하의 얼굴이 화악 하고 붉게 물들이며 게임을 시작했다.
"이건 사기야!! 크레인이 너무 약하잖아!! 도대체 어떻게 뽑으라는 거야!!?"
교환한 1000엔이 다 떨어져가자 미츠하는 크레인 기계를 탓하며 발길질했다.
웬만해서는 크게 화를 안 내는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도치군]이라는 인형이 미츠하를 이렇게 열 받게 만들어 버린건가....
뭐 초심자가 저렇게 돈을 낭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심지어 이토모리에서는 저런 걸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기회가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더이상 이상태로 미츠하를 방치했다가는 내 지갑에서 두 번째 천 엔이 동전 교환기에 처박히고 말것이다.
내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인형뽑기 기계에 다가가자 미츠하는 천천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타키군, 뽑을수 있겠어?"
"확답은 못하겠는걸...그래도 할수있는데 까지는 해볼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미츠하가 동전을 쏟아부은 덕분에 고슴도치 인형은 생각보다 입구 가까이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 백엔을 동전투입구에 넣고 게임을 시작했다.
남은 기회는 한번!그것을 명심하며 나는 신중하게 크레인을 안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제법 좋은 위치라고 판단했을때, 미세한 조정을 마친후 기세 좋게 다운 버튼을 누른다.
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고 키가 크지 않게되는 나비효과같은건 싫으니까 어떻게든 이번에 성공해야한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크레인은 가까스로 인형을 잡아챘다. 이제 남은 것은 입구까지 옮기는 것 뿐, 그러나 역시 크레인이 약해서인지 입구 직전에서 대롱대롱 걸려있다가 떨어지고 만다.
하지만 마치 버저비터를 날려 아슬아슬하게 3점 슛이 들어가는 것 처럼, 고슴도치 인형은 반발력에 의해 입구로 툭 하고 굴러떨어졌다.
"성공인가...."
"와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슴도치 인형을 꺼내 미츠하에게 넘겨주자 미츠하는 황홀한 표정으로 멍하니 인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고슴도치가 좋은 걸까? 그러고 보니 이토모리에 있을 때 고슴도치 인형이나 고슴도치 스트랩을 본적이 있기는 하다.
넋이 나간 채 인형을 보고있던 미츠하는 힐끔 나를 올려다보며 부끄러움이 묻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수줍게 감사를 표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의 감사에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와중, 내 고민을 방해하는 듯한 익숙한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츠카사, 역시 타키도 부르는게 낮지 않았을까?"
뭔가 어디서 들어본 듯한, 누군가와 닮은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내고 나는 경악했다.
"그녀석 아침에 전화했는데도 안받았잖아. 불안불안한게 도와주고는 싶지만 분위기를 봐서는 우리가 끼어들만한 일은 아닌것같아.
"가족문제인가....아니면 혹시 여자문제?"
"타키가 여자문제?그럴리가 없잖아. 가능성이 있다면 가족문제쪽이 높겠지"
거참 걱정해줘서 고맙네!!그것보다 진짜 도쿄에 1300만명이나 살고있는거 맞아?이쯤되면 무스비가 장난을 치고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대로 저녀석들에게 걸리면 상당히 골치아프게 되어버리고 만다.미츠하 역시 저녀석들의 존재를 눈치챈 것인지 시선을 돌리고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때 니체의 명언을 명심하고 있어야 했다.
ㅡ우리가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저거 타키 아니야?"
"진짜내...그것도 여자랑 같이있잖아!?"
"야!타키!"
아니, 보통 여자랑 같이있으면 봐도 못본척 해주는게 예의아니야?눈치없는 중학생 녀석들 같으니라고!
신타와 츠카사는 불길한 어조로 내 이름을 부르며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쿄에 온 이후 도망치는게 몇번째야?이 레퍼토리는 슬슬 지겨운데...... 하지만 이것도 무스비라면 무스비인걸까
나는 또다시 미츠하의 손을 강하게 붙잡고 신타와 츠카사에게서 도망쳐야만 했다.
# # #
신타와 츠카사를 피해 역으로 달아난 나와 미츠하는 서로를 마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쳤다....""
다행히도, 신타와 츠카사는 모르는 일행이 있어서 인지 도중에 쫒아오는 것을 멈추었다.
생각해보면 그녀석들이 우리를 붙잡았더라도 연상인 미츠하의 모습을 하고있는 내가 옆에 서 있으니 대놓고 질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추궁당하는건 중학생 녀석이겠지만 그녀석에게는 금시초문인 이야기일테니 우리대신 진정성 있는 해명을 해줄것이다.
그런 무책임한 생각을 하고있는 사이, 전철이 도착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수많은 승객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전철 안은 상당히 혼잡했다.
어차피 신주쿠까지는 한두정거장만 가면 된다. 우리는 문 앞에 나란히 섰다. 익숙한 경고음이 들리며 문이닫히고, 전철은 다시 출발했다.
"그 인형, 내가 맡아두고 있을게"
"아...응"
미츠하는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슴도치 인형을 내게 넘겨주었다.
여자들은 이런걸 좋아하는 건가?왠지 게을러 보이는 표정을 짓고있는데...
그런 의문을 품으며 인형을 가방에 쑤셔넣었다.
힘들게 억지로 인형을 가방에 넣는 동안, 전철은 멈추지않고 목적지로 달려나갔다.
요요기 타워가 눈 저 멀리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무렵, 역에 도착한 모양인지 전철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으앗!?"
미세한 비명소리와 함께 눈 앞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적당한 무게감이 내 어깨를 눌렀다.
브레이크 때문에 균형을 잃은 미츠하가 내쪽으로 휘청거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넘어지는 그녀를 떠받쳤다.
"......"
"......"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바로 코 앞에 자신의 얼굴이 있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나는 곧바로 얼굴을 돌렸다.
"그...괜찮아?"
"으,응...덕분에..."
분명 겉모습은 과거의 자신일 뿐인데 내용물이 미츠하라서 괜히 의식해버리고 만다.
지금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데 만약 겉모습까지 미츠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갑자기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신주쿠역에서 내리니 역앞은 행인들로 가득했다. 평소대로의, 도쿄의 활기찬 분위기였다.
약간 어색해진 분위기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시끌벅적한 신주쿠의 거리를 다시 나아갔다.
# # #
역에서 나오자 서늘한 가을 바람이 교복 치마 사이로 스며든다. 예전에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미츠하와 사귀고 있는 사이여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지고 만다.
치마가 바람에 펄럭이는 것을 신경쓰며 사람들로 몹시 붐비는 거리를 미츠하와 함께 걸어나간다.
일요일 오후의 신주쿠거리는 여가를 나온 사람들과 가끔가끔 보이는 외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전철을 이용하기위해 역으로 향하는 인파를 헤쳐 나가며 힘겹게 번화가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거대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굳이 멀리갈 필요도 없이 역 근처에 멀티플렉스가 있었지....
멀티플렉스는 영화상영관,쇼핑센터,식당 등을 한 건물에 갖춘 복합상영관이다.그 뿐만 아니라 카페나 각종 전시장등도 건물안에 갖추고 있으니 데이트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구역이다.
미츠하의 손을 잡은 채 멀티플렉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미츠하가 갸우뚱거리며 내게 물어왔다.
"타키군, 지금 영화보러 가는 거야?"
"아...혹시 영화는 싫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미츠하는 당황한 듯한 손짓을 하며 대답했다.
"아,아니야!오히려 최근에 보고싶은 영화가 있었거든, 이토모리에는 하루에 두번밖에 버스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어서"
미츠하의 대답에 나는 그녀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안도의 한숨을 밷어내었다.
건물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게임센터에서 요란한 bgm이 들려왔다.아까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에스컬레이터로 2층을 올라가니 영화관이 나왔다.
무슨영화 볼래?하고 미츠하에게 선택권을 넘겨주자 잠시 고민하더니 의외로 헐리우드 유명 시리즈의 대작 영화를 선택했다.
여자들은 멜로영화같은걸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고정관념에 휘둘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생각을 하며 티켓을 끊자 미츠하는 미소를 머금은 채 내게 물었다.
"타키군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가 보네?"
"그렇게 많이 보진 않지만 그렇긴 하지, 근데 왜?"
"그게...아무래도 아직 타키군에 대해서 잘 모르는게 많으니까...조금씩이라도 알아두고 싶어서"
그녀 역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걸까.
닮았으면서도 다르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미츠하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입장 시간에 이르러 있었다.
상영관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발걸음을 옮기고 입구에서 표 반쪽을 직원에게 떼어주고 해당하는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스크린과 고요함, 그리고 왠지 모르게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공기, 영화 자체도 그럭저럭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런 분위기 덕에 가끔씩 영화관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츠하와 함께 지정된 좌석에 앉는다. 주변을 둘러다 보니 예매할 때도 느낀 거지만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띄엄 띄엄 자리가 공석으로 비어있었다.
"오늘 밖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영화관 안은 의외로 사람이 없네?"
"이 영화가 개봉한지도 좀 됐거든 평가는 그럭저럭 인 것 같지만"
"흐응..."
뭐 그것보다는 일본영화계가 암울할 정도로 침체되어있는 것이 주된 이유긴 하지만 굳이 거기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보니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들어왔다.그리고 버저가 울리고, 가전제품의 광고나 신작영화의 트레일러가 흘러나왔다.
미츠하는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캬라멜 팝콘을 먹으며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지금 당장 볼 영화도 아닌데다가 구입할 가전제품도 아닌데 어째서 저렇게 뚫어져라 보는걸까?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영사기에서 흘러나오는 광고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늑고 재난시 대피안내가 흘러나오며 유명 영화사의 로고가 화려하게 움직이며 영화가 시작되었다.
# # #
영화가 끝나고 나와 미츠하는 빠져나오는 인파에 몸을 맡긴 채 상영관에서 빠져나왔다.
뭐...였지...그 정신나간 스토리는...?
뭔가 막 싸우면서 폭발하는건 알겠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폭발하는 내용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기승전 폭발, 영상미는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로봇끼리 싸우는 내내 정말 폭발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피곤한 눈을 손으로 누르고 있던 와중, 미츠하가 기쁜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뭔가 대단했지~?스토리는 잘 모르겠지만 쉴세없이 계속해서 콰콰과광!!터지고!"
"음...스토리는 잘 모르겠지만 배우 연기하고 cg는 그럭저럭 괜찮았었네"
"뭐야, 타키군 의외로 까다롭구나?"
내가 까다로운 건 아닌것 같은데.....뭐 스토리를 떠나서 계속 폭발이 일어났으니 눈이 즐겁기는 했다.
무엇보다도 미츠하와 영화 감상을 나누는 것 자체가 즐겁게 느껴졌다.
아마 혼자 왔으면 지금쯤 핸드폰으로 영화 비평란에 악평을 적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영화를 떠나서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3년후에도 언제나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오자 갑자기 뇌가 저려오는 듯한 느낌과 함께 세상이 흑백으로 물들었다.
"윽....!"
또 데자뷰 인가?
의문이 해소되기도 전에 또다시 기억의 조각들이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뭐....?라면먹고 갈래....?이건 또 무슨소리지?
성숙해 보이는 미츠하가 나를 도망치지 못하게 어딘가로 끌고 가는 것으로 기억이 끊겼다.그리고 그것가 동시에 세상이 원래 색을 되찾았다.
살짝 어지러워서 나도 모르게 휘청거리고 말았다.
미츠하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부축하며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어지러운 탓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혼란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속에서 나는 참지 못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석....뭐하고 있는거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또 분량조절 실패...이번편은 스토리가 약간 루즈하네요
http://gall.dcinside.com/yourname/596603 14편
외전
http://gall.dcinside.com/yourname/473136 0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3년 9월 29일 일요일)
어젯밤에 내렸던 소나기가 조금 남아있던 늦더위를 싹 씻어버렸다. 청명한 푸른 하늘이 펼쳐진 거리는 서늘하고도 산뜻하게 느껴졌고 은은한 가을 향기가 풍겨져 왔다.
곧 있으면 신주쿠 공원에 있는 붉은 단풍들도 낙엽이 되어 하나 둘 씩 떨어지게 되는 걸까. 한바탕 내린 소나기 덕분에 도쿄의 거리도 조금이나마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빌딩투성이인 도쿄에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럴 때마다 이토모리에서의 생활을 동경하게 되고 만다. 미야미즈 신체에 쿠치카미사케를 봉납하러 갔을때 보았던 절경은 정말 아름다웠었지.
단풍이 떨어져 있는 거리를 거닐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상에 깊이 젖고 말았다. 가을을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이토록 우수에 젖는 이유는 뭘까?
그런 의문에 빠져 이유를 생각하고 있던 것도 잠시, 뒤에서 나지막한 불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키....조금만 천천히 걸으면 안돼?"
"....."
갑작스러운 데이트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조차 못 잡고 있었다.
카페에서 나온 후, 어쩌다 보니 내가 이토모리에 돌아가기 전까지 데이트하자는 분위기 되고 말았다.
여기서 내가 곤란해 하고 있는 이유는 그 즉흥적인 분위기에 휩쓸린 탓에 마음의 준비는 물론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식후에 데이트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이번에는 매우 특수한 상황 덕분에 나와 미츠하가 만날 수 있었지만, 오늘 내가 이토모리로 돌아가고 나면 미츠하는 3년 동안이나 나를 만날 수가 없다.
나야 잠에서 깨어나 3년후로 돌아가면 바로 미츠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나와 정 반대의 입장에 있는 것이다.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표정에 다 드러난 것인지, 미츠하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허리에 손을 척 얹으며 한숨을 작게 내쉰다.
"그동안 오쿠데라 선배랑 진도를 못 뺀 이유가 있었구나....어떻게 보면 다행이긴 하지만 너무 쑥맥인 거 아니야?"
"뭐!? 어디가 그런지 구체적으로 말해봐!"
"케이크 카페에서는 자기 페이스로 혼자 먹어치워 버리고, 대화할 때도 조용해서 나 혼자 떠드는 게 대부분이고, 방금도 나를 내버려두고 혼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잖아."
"윽....."
듣고보니 구구절절 옳은 말 뿐이어서 반박할 수가 없다.
그리고 자존심이 박살 나는 소리가 마음속에서 울려퍼짐과 동시에, 위기감이 나를 덮쳐왔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제대로 남자 구실을 해야한다.
이미 구겨져 버린 자존심이지만, 조금이라도 만회해야만 한다.
목표는 신칸센을 타기 전까지 미츠하와 즐거운 데이트를 하는 것, 나는 용기를 내어 미츠하의 손을 잡으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럼...가 볼까?"
"어?응...."
미츠하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제서야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근데 어디로 가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미츠하의 미소가 싹 가신다. 그리고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며 불만스러운 듯 볼을 살짝 부풀렸다.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해....도쿄에 살고있는건 타키군이잖아....."
"그렇긴 한데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나와서 나도 어쩔수가 없다고! 자랑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렇게 데이트하는 것도 처음이고..."
"에휴, 어쩔 수 없네.....일단 걸으면서 같이 생각해보자"
미츠하는 체념이라도 한 것 마냥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놀림당하더라도 신타나 츠카사한테 상담받을걸 그랬나....
그런 의미 없는 후회를 곱씹으며 시부야의 거리를 걸어나갔다.
# # #
우리는 번화가로 향하기 위해 다시 시부야역 앞 충견 하치 동상 앞으로 돌아왔다.
그 유명한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를 건너가면 오락시설이나 상업시설이 응집되어있는 번화가가 나온다.
나를 포함한 이 부근의 학생들은 방과 후나 휴일에 주로 신주쿠나 시부야 번화가를 즐겨 찾게 된다.
역 앞에 있는 KFC를 지나고 나서부터는 게임센터나 서점,음식점,영화관들이 모여있는, 그야말로 젊은이들을 위한 메인 스트리트가 펼쳐져 있다.
중학생 시절부터 고등학교 2년간 수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으니 나에게는 제법 익숙한 거리다.
그러나 아무리 익숙한 거리라고 해도 수많은 행인 사이에서 미츠하와 나란히 걷다보면 아무래도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미츠하가 중학생 시절의 내모습을 하고있기에 망정이지 원래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손을 잡는 것조차 고역이었을지도....이쯤되면 어제 어떻게 키스했는지 신기해질 정도다.
이래저래 해도 결국 경험을 쌓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짧은 한숨과 함께 마음을 진정시키며, 쏟아져 나오는 인파를 피해 걸어나가고 있는데 옆에서 걷고 있던 미츠하가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어?"
그러더니 갑자기 내 소매를 꾹꾹 잡아당긴다.
"응? 왜그래?"
"타키군, 저거"
미츠하는 뭔가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게임센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음...게임이 하고싶은 거야?"
"그게 아니야!!저기 도치 군이 있잖아!"
도치군?
아, 자세히 보니 미츠하는 게임센터를 가리키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미츠하의 시선이 멈춘 곳은 다름아닌 인형뽑기 기계, 도치군이라는 것도 저 기계 안에 있는 고슴도치 인형을 뜻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인형뽑기는 왠만한 고수가 아닌 이상 그냥 구입하는 것이 싸게 먹힌다.
그 사실을 자각하고 우물쭈물 거리고 잇는 와중, 미츠하는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동전 게임 센터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난데없이 천엔짜리 지페를 동전 교환기에 처박았다.
응? 잠깐? 근데 그거 내 돈이잖아?
"좋아!이제 준비 완료야!조금만 기다려 도치군!"
씩씩한 말투로 말하며 동전 투입구에 동전을 넣더니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미츠하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하더니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오직 한 곳만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집중하는 건가, 엄청난 기백....
하지만 그 상태로 몇십초가 지나자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미츠하....설마....
조작방법을 모르는 게.....
"왼쪽에 있는 조이스틱으로 크레인을 움직이고 오른쪽에 있는 다운 버튼을 누르면 크레인이 내려가서 인형을 집을 거야"
"아, 알고 있었어!집중하던거 뿐이야...."
미츠하의 얼굴이 화악 하고 붉게 물들이며 게임을 시작했다.
"이건 사기야!! 크레인이 너무 약하잖아!! 도대체 어떻게 뽑으라는 거야!!?"
교환한 1000엔이 다 떨어져가자 미츠하는 크레인 기계를 탓하며 발길질했다.
웬만해서는 크게 화를 안 내는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도치군]이라는 인형이 미츠하를 이렇게 열 받게 만들어 버린건가....
뭐 초심자가 저렇게 돈을 낭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심지어 이토모리에서는 저런 걸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기회가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더이상 이상태로 미츠하를 방치했다가는 내 지갑에서 두 번째 천 엔이 동전 교환기에 처박히고 말것이다.
내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인형뽑기 기계에 다가가자 미츠하는 천천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타키군, 뽑을수 있겠어?"
"확답은 못하겠는걸...그래도 할수있는데 까지는 해볼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미츠하가 동전을 쏟아부은 덕분에 고슴도치 인형은 생각보다 입구 가까이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 백엔을 동전투입구에 넣고 게임을 시작했다.
남은 기회는 한번!그것을 명심하며 나는 신중하게 크레인을 안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제법 좋은 위치라고 판단했을때, 미세한 조정을 마친후 기세 좋게 다운 버튼을 누른다.
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고 키가 크지 않게되는 나비효과같은건 싫으니까 어떻게든 이번에 성공해야한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크레인은 가까스로 인형을 잡아챘다. 이제 남은 것은 입구까지 옮기는 것 뿐, 그러나 역시 크레인이 약해서인지 입구 직전에서 대롱대롱 걸려있다가 떨어지고 만다.
하지만 마치 버저비터를 날려 아슬아슬하게 3점 슛이 들어가는 것 처럼, 고슴도치 인형은 반발력에 의해 입구로 툭 하고 굴러떨어졌다.
"성공인가...."
"와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슴도치 인형을 꺼내 미츠하에게 넘겨주자 미츠하는 황홀한 표정으로 멍하니 인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고슴도치가 좋은 걸까? 그러고 보니 이토모리에 있을 때 고슴도치 인형이나 고슴도치 스트랩을 본적이 있기는 하다.
넋이 나간 채 인형을 보고있던 미츠하는 힐끔 나를 올려다보며 부끄러움이 묻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수줍게 감사를 표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의 감사에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와중, 내 고민을 방해하는 듯한 익숙한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츠카사, 역시 타키도 부르는게 낮지 않았을까?"
뭔가 어디서 들어본 듯한, 누군가와 닮은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내고 나는 경악했다.
"그녀석 아침에 전화했는데도 안받았잖아. 불안불안한게 도와주고는 싶지만 분위기를 봐서는 우리가 끼어들만한 일은 아닌것같아.
"가족문제인가....아니면 혹시 여자문제?"
"타키가 여자문제?그럴리가 없잖아. 가능성이 있다면 가족문제쪽이 높겠지"
거참 걱정해줘서 고맙네!!그것보다 진짜 도쿄에 1300만명이나 살고있는거 맞아?이쯤되면 무스비가 장난을 치고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대로 저녀석들에게 걸리면 상당히 골치아프게 되어버리고 만다.미츠하 역시 저녀석들의 존재를 눈치챈 것인지 시선을 돌리고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때 니체의 명언을 명심하고 있어야 했다.
ㅡ우리가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저거 타키 아니야?"
"진짜내...그것도 여자랑 같이있잖아!?"
"야!타키!"
아니, 보통 여자랑 같이있으면 봐도 못본척 해주는게 예의아니야?눈치없는 중학생 녀석들 같으니라고!
신타와 츠카사는 불길한 어조로 내 이름을 부르며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쿄에 온 이후 도망치는게 몇번째야?이 레퍼토리는 슬슬 지겨운데...... 하지만 이것도 무스비라면 무스비인걸까
나는 또다시 미츠하의 손을 강하게 붙잡고 신타와 츠카사에게서 도망쳐야만 했다.
# # #
신타와 츠카사를 피해 역으로 달아난 나와 미츠하는 서로를 마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쳤다....""
다행히도, 신타와 츠카사는 모르는 일행이 있어서 인지 도중에 쫒아오는 것을 멈추었다.
생각해보면 그녀석들이 우리를 붙잡았더라도 연상인 미츠하의 모습을 하고있는 내가 옆에 서 있으니 대놓고 질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추궁당하는건 중학생 녀석이겠지만 그녀석에게는 금시초문인 이야기일테니 우리대신 진정성 있는 해명을 해줄것이다.
그런 무책임한 생각을 하고있는 사이, 전철이 도착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수많은 승객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전철 안은 상당히 혼잡했다.
어차피 신주쿠까지는 한두정거장만 가면 된다. 우리는 문 앞에 나란히 섰다. 익숙한 경고음이 들리며 문이닫히고, 전철은 다시 출발했다.
"그 인형, 내가 맡아두고 있을게"
"아...응"
미츠하는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슴도치 인형을 내게 넘겨주었다.
여자들은 이런걸 좋아하는 건가?왠지 게을러 보이는 표정을 짓고있는데...
그런 의문을 품으며 인형을 가방에 쑤셔넣었다.
힘들게 억지로 인형을 가방에 넣는 동안, 전철은 멈추지않고 목적지로 달려나갔다.
요요기 타워가 눈 저 멀리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무렵, 역에 도착한 모양인지 전철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으앗!?"
미세한 비명소리와 함께 눈 앞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적당한 무게감이 내 어깨를 눌렀다.
브레이크 때문에 균형을 잃은 미츠하가 내쪽으로 휘청거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넘어지는 그녀를 떠받쳤다.
"......"
"......"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바로 코 앞에 자신의 얼굴이 있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나는 곧바로 얼굴을 돌렸다.
"그...괜찮아?"
"으,응...덕분에..."
분명 겉모습은 과거의 자신일 뿐인데 내용물이 미츠하라서 괜히 의식해버리고 만다.
지금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데 만약 겉모습까지 미츠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갑자기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신주쿠역에서 내리니 역앞은 행인들로 가득했다. 평소대로의, 도쿄의 활기찬 분위기였다.
약간 어색해진 분위기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시끌벅적한 신주쿠의 거리를 다시 나아갔다.
# # #
역에서 나오자 서늘한 가을 바람이 교복 치마 사이로 스며든다. 예전에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미츠하와 사귀고 있는 사이여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지고 만다.
치마가 바람에 펄럭이는 것을 신경쓰며 사람들로 몹시 붐비는 거리를 미츠하와 함께 걸어나간다.
일요일 오후의 신주쿠거리는 여가를 나온 사람들과 가끔가끔 보이는 외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전철을 이용하기위해 역으로 향하는 인파를 헤쳐 나가며 힘겹게 번화가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거대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굳이 멀리갈 필요도 없이 역 근처에 멀티플렉스가 있었지....
멀티플렉스는 영화상영관,쇼핑센터,식당 등을 한 건물에 갖춘 복합상영관이다.그 뿐만 아니라 카페나 각종 전시장등도 건물안에 갖추고 있으니 데이트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구역이다.
미츠하의 손을 잡은 채 멀티플렉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미츠하가 갸우뚱거리며 내게 물어왔다.
"타키군, 지금 영화보러 가는 거야?"
"아...혹시 영화는 싫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미츠하는 당황한 듯한 손짓을 하며 대답했다.
"아,아니야!오히려 최근에 보고싶은 영화가 있었거든, 이토모리에는 하루에 두번밖에 버스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어서"
미츠하의 대답에 나는 그녀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안도의 한숨을 밷어내었다.
건물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게임센터에서 요란한 bgm이 들려왔다.아까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에스컬레이터로 2층을 올라가니 영화관이 나왔다.
무슨영화 볼래?하고 미츠하에게 선택권을 넘겨주자 잠시 고민하더니 의외로 헐리우드 유명 시리즈의 대작 영화를 선택했다.
여자들은 멜로영화같은걸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고정관념에 휘둘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생각을 하며 티켓을 끊자 미츠하는 미소를 머금은 채 내게 물었다.
"타키군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가 보네?"
"그렇게 많이 보진 않지만 그렇긴 하지, 근데 왜?"
"그게...아무래도 아직 타키군에 대해서 잘 모르는게 많으니까...조금씩이라도 알아두고 싶어서"
그녀 역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걸까.
닮았으면서도 다르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미츠하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입장 시간에 이르러 있었다.
상영관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발걸음을 옮기고 입구에서 표 반쪽을 직원에게 떼어주고 해당하는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스크린과 고요함, 그리고 왠지 모르게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공기, 영화 자체도 그럭저럭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런 분위기 덕에 가끔씩 영화관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츠하와 함께 지정된 좌석에 앉는다. 주변을 둘러다 보니 예매할 때도 느낀 거지만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띄엄 띄엄 자리가 공석으로 비어있었다.
"오늘 밖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영화관 안은 의외로 사람이 없네?"
"이 영화가 개봉한지도 좀 됐거든 평가는 그럭저럭 인 것 같지만"
"흐응..."
뭐 그것보다는 일본영화계가 암울할 정도로 침체되어있는 것이 주된 이유긴 하지만 굳이 거기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보니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들어왔다.그리고 버저가 울리고, 가전제품의 광고나 신작영화의 트레일러가 흘러나왔다.
미츠하는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캬라멜 팝콘을 먹으며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지금 당장 볼 영화도 아닌데다가 구입할 가전제품도 아닌데 어째서 저렇게 뚫어져라 보는걸까?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영사기에서 흘러나오는 광고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늑고 재난시 대피안내가 흘러나오며 유명 영화사의 로고가 화려하게 움직이며 영화가 시작되었다.
# # #
영화가 끝나고 나와 미츠하는 빠져나오는 인파에 몸을 맡긴 채 상영관에서 빠져나왔다.
뭐...였지...그 정신나간 스토리는...?
뭔가 막 싸우면서 폭발하는건 알겠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폭발하는 내용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기승전 폭발, 영상미는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로봇끼리 싸우는 내내 정말 폭발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피곤한 눈을 손으로 누르고 있던 와중, 미츠하가 기쁜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뭔가 대단했지~?스토리는 잘 모르겠지만 쉴세없이 계속해서 콰콰과광!!터지고!"
"음...스토리는 잘 모르겠지만 배우 연기하고 cg는 그럭저럭 괜찮았었네"
"뭐야, 타키군 의외로 까다롭구나?"
내가 까다로운 건 아닌것 같은데.....뭐 스토리를 떠나서 계속 폭발이 일어났으니 눈이 즐겁기는 했다.
무엇보다도 미츠하와 영화 감상을 나누는 것 자체가 즐겁게 느껴졌다.
아마 혼자 왔으면 지금쯤 핸드폰으로 영화 비평란에 악평을 적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영화를 떠나서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3년후에도 언제나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오자 갑자기 뇌가 저려오는 듯한 느낌과 함께 세상이 흑백으로 물들었다.
"윽....!"
또 데자뷰 인가?
의문이 해소되기도 전에 또다시 기억의 조각들이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뭐....?라면먹고 갈래....?이건 또 무슨소리지?
성숙해 보이는 미츠하가 나를 도망치지 못하게 어딘가로 끌고 가는 것으로 기억이 끊겼다.그리고 그것가 동시에 세상이 원래 색을 되찾았다.
살짝 어지러워서 나도 모르게 휘청거리고 말았다.
미츠하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부축하며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어지러운 탓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혼란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속에서 나는 참지 못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석....뭐하고 있는거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또 분량조절 실패...이번편은 스토리가 약간 루즈하네요
- dc official App
드디어 나오네 - dc App
선개추
이거 뭔가 상당히 오랜만에 보이네
진짜 오랜만이네요 ㅎㄷ
떳네 ㅋㅋㅋㅋㅋ 연중한줄 알았어요
중간에 영화 트랜스포머? ㅋㅋㅋ
드디어 나왔다!!!
돈 좀 팍팍 써요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마이클 베이 까는 내용ㅋㅋㅋㅋㅋㅋ
중딩타키 기억이 들어갔네 ㄷㄷ
오랜만에 보네 중간에 트랜스포머 까는것 같은데 ㅋㅋ
그/아/아/앗 나왔다!
일해라 심연 ★ Give me chicken
오랜만이네 - dc App
달☆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