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와 미츠하가 동갑이며 몸이 바뀌기 전에 타키가 이토모리로 전학간다면? 이라는 IF스토리


장편] 처음 온 이토모리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9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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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산새의 지저귐과 풀벌레의 노랫소리는 내가 빨리 일어나기를 재촉하듯 들려온다.

귀찮다, 일어나기 싫다.

모처럼의 주말인데 일찍 일어나버린 내가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이미 각성해버린 의식을 붙잡고 이불에 파고들어 필사적으로 다시 잠을 청한다.

그러자 알람이 울려오기 시작한다. 나는 주말에 알람을 맞춘 기억이 없다. 짜증이 나서 화면을 보지도 않고 감만으로 알람을 끈 채 다시 잠을 청했다.

「아~ 여보세요? 타키 군?」

미츠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다시 잠에 들기 시작한 건가? 의식이 멀쩡한데 편안한 장소에서 미츠하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좋은 꿈이다. …의식이 멀쩡한데?

「타키 군? 왜 말이 없어? 내 목소리 안 들려?」

꿈이… 아니야?!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휴대폰의 화면을 살폈다. 화들짝 놀랐다.

알람이 아니라 그녀에게서 온 전화였다.

“아… 여보세요?”

「아! 타키 군? 뭐하다가 이제야 말하는 거야?」

“잠시 정신이 없었어.”

「설마 지금 일어난 건 아니겠지?」

“지금 일어났는데?”

「뭐?! 내가 미쳐 정말…」

미츠하는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뭐가 문제지?

「타키 군…? 오늘 같이 시내에 나가기로 했던 약속 잊은 거야?」

“뭐… 뭐?! 그럴 리가 없잖아!”

망했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지? 안 늦었나? 늦어서 전화한 건 아니겠지? 좋아. 아직 시간은 있어. 당장 세면대로 달려가서 대충 씻고 옷을 입고 나가자. 뭘 입지? 내가 어제 입을 옷을 챙겨둔 것 같은데…

「까먹고 있었나 보네, 어떻게 남자가 여자랑 잡은 약속을 까먹을 수 있어? 타키 군이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없는 거야!」

“안 까먹었다고 했잖아! 여자친구 얘기는 갑자기 왜 튀어나오는데? 너도 남자친구 없잖아!”

「타키 군 정도라면 내가 못 사귀는 게 안 사귀는 것이라는 건 알지 않아?」

“그건…”

머릿속에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테시가와라 카츠히코, 미츠하를 좋아하는 미츠하의 소꿉친구, 미츠하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사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 미츠하는 인기가 좋으니까, 내 덕인 것 같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츠하의 스펙이 높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알겠으면 빨리 준비해서 나오도록!」

“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가던 중 갑작스러운 명령에 나는 놀라서 존댓말로 응답했다. 그 동시에 우리의 통화는 끊겼다.

미츠하와의 통화가 끊긴 내 방은 통화의 소음이라는 빈자리를 채우려는 듯 다시 산새와 풀벌레의 합창이 들려왔다.

일단은 침대에서 일어나자, 빨리 씻고 나가면 미츠하보다 빨리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침식사는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르기로 하자.

나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옷부터 찾았다. 옷걸이에는 이걸 입으라는 듯 옷이 한 세트 걸려있었다. 이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 서둘러 옷을 입고 방을 나섰다.

현관을 지나 시간을 보았을 때는 약속시간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뛰어서 땀내봐야 좋은 꼴을 못 보니 나는 걷기로 했다. 걸어도 약속시간에 맞출 수 있다.

미츠하는 어떤 차림으로 나올까? 사실 미츠하의 사복차림을 그렇게 많이 보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만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오히려 미츠하의 사복차림을 한 나의 모습을 더 많이 보았다.

내 스타일로 사복을 입은 미츠하를 나는 알고 있다. 미츠하의 스타일대로 사복을 입은 미츠하는 어떨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어느새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미츠하가 있었다.

“아! 타키 군,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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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하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노란색 카디건과 머리를 묶은 노을 빛의 매듭 끈은 가을의 분위기를 살려주며 카디건 아래에 숨은 하늘색 치마는 호수와 같았다.

미츠하의 모습은, 가을의 이토모리 그 자체였다. 녹색은 없지만.

“타키 군? 왜 그렇게 봐? 혹시 이상해…?”

내가 말을 잃은 채 넋 놓고 바라보자 미츠하는 불안한 듯 동공을 떨며 물었다.

“어? 그럴 리가 없잖아.”

“그래? 그럼 어떤데?”

실수했다. 미츠하는 나의 대답을 듣자 느물거리며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연애경험이 없다지만 그건 기대의 표정이었다. 기대하는 사람에겐 칭찬을 하면 될 것이다. 나는 내 솔직한 감상을 전하기로 했다.

“예뻐. 정말로.”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두 눈을 휘둥그래 뜨더니 황급히 뒤돌아 섰다. 머리칼 사이로 살짝 튀어나온 귀의 끝 부분이 빨갛다.

“…자.”

“뭐?”

미츠하가 뭐라고 했지만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빨리 가자구! 이러다 기차 놓쳐!”

이토모리의 기차는 2시간에 한번 온다고 한다. 지금 가지 않는다면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거겠지. 그건 싫기 때문에 먼저 가버리는 미츠하의 등을 서둘러 쫓았다.

버스정류장에서 역까지의 거리는 꽤 되지만 우리는 걸어가기로 했다.

일단 버스는 있지만 버스비가 아깝기도 했고 걸어가면서 더 오래 얘기를 나눌 수 있다. 기차를 놓친다는 것도 걸어갈 것이기 때문에 늦장부리면 늦는다는 것이다. 일단 나는 아침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편의점에 들렀다.

“타키 군, 아침 못 먹은 거야?”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그러게 누가 늦잠 자래?”

“할 말이 없습니다.”

단순한 대화가 오가고 나는 가벼운 빵을 우유와 함께 구입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내가 계산대에 빵과 우유를 올렸을 때, 바나나 우유가 계산대에 추가되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바나나 우유에 내가 깜짝 놀라 옆을 보자 바나나 우유를 계산대에 놓던 미츠하와 눈이 마주쳤다.

“미츠하, 너 지금 뭐하냐?”

“응? 보는 대로인데?”

“사달라고?”

“안 될까?”

미츠하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안 사줄 수 없잖아…

“비싼 것도 아니니까 이번엔 사줄게.”

“오예~ 잘 먹겠습니다~”

신나서 환하게 웃는 미츠하의 모습은 바나나우유 132엔보다 가치가 있는, 저 미소를 볼 수 있다면 바나나 우유를 얼마든지 바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웃음이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나와 각자의 손에 들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미츠하는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 마시고 있었고 나는 단팥빵의 포장을 뜯어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공복을 채워주는 빵의 포만감과 맛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단팥의 조화를 나는 꽤 좋아하는 편이다. 목이 막힐 때 마시는 흰 우유는 상쾌함과 함께 부드러움으로 목을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조합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미츠하는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왜 그렇게 봐?”

내 부름에 그녀는 잠시 움찔하더니 우물쭈물하며 입을 꾹 다물고 내 시선을 피했다. 내 시선을 피했지만 힐끔힐끔 내 쪽을… 아니, 내 빵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냘퍼 보이는 여고생이지만 미츠하는 저래 봬도 상당한 대식가다. 분명히 아침을 먹고 왔을 터인데 빵이 맛있어 보여서 그러는 거겠지. 연비가 좋은 몸이니 배가 고픈 것은 아닐 것이다.

“한입 먹을래?”

내가 빵을 미츠하에게 들이밀며 권하자 그녀의 눈이 커져갔다. 그러더니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빵에게서 눈을 떼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빵을 계속 권하고 있어서일까, 그녀는 빵에서 눈을 제대로 떼지 못했다.

“타키 군의 아침식사니까 난 괜찮아. 집에서 먹고 나왔는걸.”

미츠하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얼굴을 전환하고는 말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내가 미츠하에게 주고 싶다. 나는 한번 더 권해보기로 했다.

“괜찮아, 미츠하가 먹어도 돼. 확실히 아침을 먹지 않아서 다 줄 수는 없지만 한입 정도라면 괜찮잖아? 뭐든지 나눠먹는 게 더 맛있다고도 하고.”

“정말…?”

아직 망설이고 있는지 나를 살며시 올려다보며 말하는 그녀에게 나는 긍정의 의사를 표했고 미츠하는 그제야 안심했는지 나에게 다가와 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어때?”

사실 어떤지는 이미 알고 있다. 우물우물 거리는 미츠하의 표정이 굉장히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말로 듣고 싶다. 이 정도는 내가 취해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

미츠하는 빵을 우물우물 씹다가 꿀꺽 삼키고는 바나나 우유를 쪽 빨아 마셨다.

“맛있어!”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덧없는 미소에 나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여자와 오늘 하루 단둘이 시간을 보낸다니, 오늘 하루를 내 심장이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나 역시 남은 빵을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우리는 기차역에 도착했다.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췄기 때문에 우리는 별 기다림 없이 바로 기차에 탈 수 있었다.

“미츠하, 우리 시내로 간다고 했지?”

“응, 그런데?”

뭘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그녀의 표정에 나는 차마 입에 담기 부끄러운 말을 꺼냈다.

“나… 이토모리 외부의 지역은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그거라면 걱정 마.”

마치 예상했다는 듯, 기다렸다는 듯 그녀는 어깨를 쫙 펴며 말했다.

“오늘은 이 누나가 타키 군을 에스코트 해줄 테니까!”

“누가 누나야!”

시답잖은 삼류 콩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니 기차는 금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츠하, 여긴 어디야?”

“이제 버스만 타면 시내에 갈 수 있어.”

아니었다. 아직 중간지점일 뿐이었다.

“예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이토모리는 정말 깡촌이란 말이지.”

“타키 군, 지금 도쿄에서 왔다고 자랑하는 거야?”

“예전에는 네가 직접 깡촌이라고 했으면서.”

“깡촌 맞긴 하지만… 남의 입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살짝 열 받는다구!”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도 우리의 즉석 콩트는 지속되어 시간이 가는 것도 모르고 금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드디어 도착이야~!”

기지개를 뻗으며 미츠하가 외쳤다. 나 역시 그녀의 옆에서 기지개를 뻗으며 몸을 풀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오늘의 일정은 미츠하가 담당하기로 했으니 나는 그녀에게 모든 일정을 맡기기로 했다.

“음… 어디가 좋을까?”

미츠하는 역으로 나에게 질문을 던지더니 혼잣말로 이곳 저곳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치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쇼핑몰부터 가자!”

그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나는 미츠하와 함께 쇼핑몰로 향했다. 시내라고는 하나 시골은 시골이라 사람이 없는 한적함은 왜인지 안심이 되었다.

이 세상에 정말로 나와 미츠하 둘만이 있는 기분이 들어서, 묘하게 긴장되기 시작했다.

“…군? …키 군?”

“타키 군!”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니 그곳에는 미츠하가 있었다.

“타키 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한 거야? 이미 도착했어!”

그녀의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시야에는 조금 작은 쇼핑몰이 눈에 들어왔다.

“미안,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말이야.”

그녀와 둘이 있다는 사실에 긴장해서 집중을 못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제부터 잘하면 될 것이다. 우리는 쇼핑몰로 들어섰다.

쇼핑몰에 들어서자 식료품이 잔뜩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이토모리의 상점가보다 규모도 크고 제대로 갖춰진 것이 시내는 시내구나, 라고 느끼게 해주었다.

잠시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미츠하는 아랑곳 않고 에스컬레이터에 향했기 때문에 나는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미츠하를 따라갔다.

미츠하를 따라 올라가자 2층부터는 옷이 잔뜩 있었다. 여성용 옷과 남성용 옷이 구획별로 잘 정리가 되어있어 보기 편했다.

“타키 군! 저기 가자 저기!”

미츠하는 신이 났는지 내 팔을 붙잡고 여성용 의류코너로 나를 끌고 갔다.

미츠하의 손길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여성용 의류코너의 한 가게였다. 가게의 안에는 이미 가을 옷이 가득해서 여름이 정말 끝나버렸다는 것을 알렸다. 형형색색의, 하지만 어둡기도 한 그런 가을의 분위기에 맞는 옷들이 잔뜩 걸려있어서 미츠하가 저걸 입으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무슨 옷을 입든지 미츠하는 귀엽다. 다양한 옷을 둘러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미츠하는 나보고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옷을 둘러보고 있었다. 내가 옷장을 봤을 때는 여자애답게 옷장에 옷이 많았던 것 같다. 더 이상 옷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역시 여자가 보는 옷장과 남자가 보는 옷장은 다른 걸까?

“타키 군! 이거 어때?”

미츠하가 집어 든 옷은 어느 정도 노출이 있는, 도쿄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의 선배였던 오쿠데라 선배나 입을 것 같은 옷이었다. 여고생이 입을 옷이 아니다. 저건 어른의 옷이다. 오늘의 미츠하는 어른스러웠고 저 옷을 입으면 아름다울 것은 불 보듯 뻔했지만 어울리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미츠하는 노출이 없는 쪽이 더 좋다. 무녀라서 그런 걸까?

“좀… 별로인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내 표정에 드러난 것인지, 미츠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겸연쩍게 웃으며 옷을 내려놓는 미츠하에게 나는 다가갔다.

“예쁠 것 같지만 그렇게 노출이 있는 옷은 필요 없지 않을까?”

내 말을 들은 미츠하는 무슨 뜻이냐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미츠하는 노출이 없는 편이 더 어울려.”

“그거, 나한테 섹시함이 전혀 없다는 소리야?”

말이 그렇게 되나? 내가 변명을 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던 사이 그녀는 옷 가게에서 나갔다. 나는 그녀를 따라 옷 가게를 나섰고 의류코너를 배회하며 다양한 옷을 구경했다.

“모처럼 시내의 쇼핑몰에 왔는데 타키 군은 뭐 살 거 없어?”

의류코너를 한 바퀴 다 돌아갈 즈음에 미츠하의 입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글쎄, 애초에 나는 쇼핑몰에 올지도 몰랐으니까 당장 생각나는 건 없네. 미츠하야말로 쇼핑몰에 왔는데 뭐 사려는 건 없는 거야?”

“쇼핑몰은 놀러 오기도 하는 곳이니까, 딱히 살게 없어도 오는데?”

이게 흔히 말하는 윈도쇼핑이라는 걸까?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아무것도 사지 않다니, 일단 들어오면 뭐라도 하나 사게 되는 나랑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애초에 살게 없으면 쇼핑몰에 오지도 않는 남자들과 여자들의 차이인 걸까, 미츠하는 내 답변을 기다리며 헤헤 웃고 있었다.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그녀가 나에게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애초에 미츠하의 마지막 말은 답변을 달만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대화의 흐름을 끊었다. 마침 배도 고프니까, 점심을 먹으러 가면 딱 될 것 같았다.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야? 타키 군은 어떤 요리가 먹고 싶어?”

미츠하는 내 말에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는지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고는 바로 나에게 질문을 던져온다.

“일단 쇼핑몰 안에는 간단하게 먹을 것들과 일식이 좀 있고 패밀리레스토랑도 있네, 밖으로 나가면 이탈리아 전문점도 있고 더 멀리 가면 중화요리집도 있어! 타키 군은 어디가 좋아?”

어디든지 좋아. 라고 말할 뻔했다. 사실 어디로 가든 좋다. 미츠하와 둘이서 밥을 먹는다니, 뭘 먹어도 기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디든지 좋다고 말한다면 기껏 선택지를 준 그녀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조금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패밀리레스토랑으로 가자.”

일식은 미츠하가 집에서 자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전문점은 내가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중화요리는 별로 먹어본 적도 없다. 패밀리레스토랑은 다양한 요리가 있으니 미츠하도 좋아하지 않을까?

“그래! 그럼 패밀리레스토랑으로 가자!”

미츠하는 방긋 웃으며 아이 같은 미소로 나를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우리는 쇼핑몰 안의 식당가로 들어가 패밀리레스토랑에 갔다.


“함박 스테이크 세트 두 개 주세요.”

체인점이라 그런지 메뉴는 도쿄의 메뉴와 동일했다. 나는 익숙한 분위기에 안심하며 자리에 앉았고 미츠하는 어딘가 신이 난 눈치였다. 우리는 메뉴를 빠르게 정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요리가 나올 때까지 단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학교가 어떻다. 다가오는 중간고사가 어떻다. 그런 고등학생이라면 할만한 당연한 이야기들, 둘의 몸이 바뀌는 이야기는 웬만해선 하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에서 실컷 하는 것도 있지만 굳이 여기까지 끌고 오고 싶은 주제는 아니다.

함박 스테이크는 패밀리레스토랑의 메뉴 중에서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에 속한다. 우리가 주문한 세트는 사실 코스요리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샐러드가 먼저 나왔다.

메인메뉴 전에 나온 연어샐러드는 체인점답게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은 나와서 만족스럽다. 훈제연어의 향이 샐러드의 산뜻함에 적당히 스며들어서 메인 전의 식욕을 돋우는데 충분하다.

전채요리를 먹고 나는 같이 나온 우롱차를 마시며 입가심을 했다. 미츠하를 보자 그녀는 메론 소다를 마시고 있었다. 간간히 느끼는 거지만 저 녀석, 정말로 단 음식을 좋아한다.

“왜?”

내가 미츠하를 계속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이유를 물었다.

“그냥, 단 거 정말 좋아하나 보다 해서.”

“맛있잖아? 당분을 섭취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타당한 이유다. 정말 당연한 이유에 나는 그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아아! 지금 비웃는 거지!”

초등학생 같은 입맛에 제 발을 저린 것일까? 미츠하는 내 웃음의 의미를 크게 넘겨짚으며 버럭 화를 냈다.

“미안, 비웃는 건 아니고 그냥 이유가 재미있어서 말이야.”

“그게 비웃는 거잖아!”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다. 비웃는 거라는 그녀의 주장에 나는 한번 더 사과를 했고, 그때 마침 메인요리가 나왔다.

마침 전채요리로 식욕도 돋아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 대화를 중단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을 너무 간단하게 먹었다. 배가 고팠던 나는 순식간에 스테이크를 먹어 치웠고, 미츠하를 바라보자 그녀는 어딘가 불만인 표정으로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타키 군에게 여자친구가 없는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들어온 미츠하의 공격에 나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내가 지금 뭘 잘못했나? 나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을 뿐이다.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조용히 그녀를 응시하자 미츠하는 한숨을 푹 쉬고 입을 열었다.

“타키 군, 여자랑 같이 밥을 먹을 때는 먹는 속도를 맞춰줘야 한다구.”

이게 무슨 논리인가? 좀 억울하다. 나는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그럴 수 없었다.

“미안, 앞으로는 신경 쓸게.”

“그럼 앞으로도 나랑 와주겠다는 소리야?”

“어? 뭐… 그렇게 되겠네.”

내 대답을 들은 미츠하는 어딘가 신나 보였다. 나 역시 기분이 좋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도 나름 데이트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미츠하와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얘기로 흘러간 것 같아서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려고 한다.

미츠하도 식사를 마치고 점원이 접시를 치우며 마지막 디저트를 내왔다. 파르페다. 세트메뉴의 파르페라서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따로따로 주문했을 때의 가격과 세트의 가격을 비교하면 공짜로 딸려온 것이나 다름없는 파르페라는 것을 감안하면 훌륭했다.

미츠하는 파르페를 보자 눈을 초롱초롱하게 밝히더니 전용 스푼으로 야금야금 파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미츠하의 모습을 바라보며 파르페를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었다.

이 패밀리레스토랑의 다른 체인점을 도쿄에서 가본적이 있고, 이 맛도 알고 있는 맛이다. 적당히 맛있다. 좀 달기는 하지만 그렇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고 미츠하는 오히려 좋아할 맛이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상황이 바뀌어 나보다 미츠하가 더 빨리 먹었다. 나도 빨리 먹은 편이라서 미츠하가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금방 먹었기에 우리는 금방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나왔다.

조금 더 쉬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토모리에 돌아가는 교통편의 시간을 생각하면 사실 그렇게 오래 있지는 못할 테니까, 미츠하도 그렇게 생각한 것인 것 우리는 금방 식당에서 나와 쇼핑몰을 뒤로하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츠하, 너 정말 맛있게 먹더라.”

정말 맛있게 먹던 미츠하의 모습이 생각나서, 그 귀여운 모습을 떠올리자 얼굴이 달아오를 것 같았기에 나는 괜히 미츠하를 심술궂게 놀렸다.

“어? 그… 맛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부끄러웠는지 성을 내는 미츠하를 바라보며, 미츠하는 그런 나에게 화를 내며 우리는 길을 걸었다. 목적지가 없는 우리의 발은 정처 없이 아스팔트의 위를 걸었고 우리는 한 게임센터의 앞에 도착했다.

소란스러운 전자음을 내뿜으며 신나는 노래를 틀어주는 게임센터의 앞에 우리의 발이 묶였다. 정확히 말하면 미츠하의 발걸음이 멈추었기에 나 역시 멈췄다.

“미츠하?”

내 부름에도 그녀는 계속 게임센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자 그곳에는 인형 뽑기 기계가 있었다. 그 안에는 커다란 고슴도치 인형이 있다. 그러고 보니 미츠하는 고슴도치를 좋아했지?

“미츠하, 저거 갖고 싶어?”

내 물음에 미츠하는 나를 바라보더니 고민하는 듯 작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뽑아줄까?”

내 한마디에 그녀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그것을 깨달았는지 양손으로 볼을 눌러 표정을 재정비하고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뽑아준다고 한 이상 반드시 뽑아야 한다. 나는 동전교환기에 가서 100엔짜리 동전을 10개 들고 전쟁에 나서는 장수의 마음으로 기계에 동전을 투입했다.

고슴도치 인형은 크기도 크기이지만 생각보다 뽑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 일단 이번 기회에는 뽑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뽑기 쉬운 곳으로 옮기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버튼을 조작해 집게를 고슴도치의 머리 위로 옮겼다. 타이밍에 맞춰 하강버튼을 누르자 집게가 아래로 내려간다. 고슴도치의 머리를 집은 집게는 고슴도치를 구석에서 중앙으로 옮기다가 인형을 놓친다. 예상했던 일이다. 이걸 계속 반복하면 조만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실패했다. 900엔을 썼을 때도 인형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의 표정은 점점 침울해졌고 미츠하의 표정도 점점 어두워졌다. 미츠하는 이제 됐다며 나를 말렸지만 이제 이건 내 자존심의 문제다. 이렇게 된 이상 교통비만 남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뽑을 것이다. 마지막 100엔으로도 실패하고 나는 동전교환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타키 군 기다려. 이제 내가 해볼게.”

미츠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지갑에서 100엔짜리 동전을 꺼내 기계에 투입했다.

나는 발을 멈추고 미츠하와 기계를 집중해서 바라봤다. 미츠하는 그런 내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기계의 집게와 버튼만을 응시했다. 수업시간 이상의 집중력을 발휘하던 그녀는 타이밍이라는 듯 빠르게 하강버튼을 눌렀다. 집게는 고슴도치를 살짝 빗겨갔다. 나는 동전교환기로 발걸음을 다시 옮기려고 했지만 미츠하의 환성이 들려왔다.

내가 다시 기계를 바라보자 집게는 고슴도치 인형의 태그를 집고 출구를 향해 옮기고 있었다. 나는 경악했다. 인형의 태그를 잡는다면 뽑는 것은 매우 쉽다. 하지만 일부러 태그에 집게를 끼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오히려 정공법을 노리는 편이 더 성공하기 쉽다. 하지만 미츠하는 무엇이 문제냐는 듯 당당히 그것을 해냈고 고슴도치 인형은 기계의 상품구로 얼굴을 내밀었다.

미츠하는 환하게 웃으며 고슴도치 인형을 꺼내고는 폭 껴안았다. 다 큰 여자가 밖에서 인형을 껴안고 있다고 글로 표현한다면 우스울지도 모르겠지만 미츠하의 상큼한 미소가 인형과 어우러져 위화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인형을 좋아하는 순수한 여자라는 이미지만이 들어와 나는 넋 놓고 미츠하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키 군~ 이거 봐! 뽑았어!”

미츠하는 신이 나서 고슴도치 인형을 크게 흔들며 종종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 잘 됐네.”

나는 괜히 차갑게 답했다. 심술이 났던 것 같다. 내가 뽑아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미츠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내가 10번을 실패하는 동안 미츠하는 단번에 뽑았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그녀는 갑자기 능글맞게 웃기 시작했다.

“타키 군, 설마 삐진 거야?”

“뭐?! 그럴 리가 없잖아! 인형도 뽑았으니까 빨리 가자!”

이곳에 더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게임센터에서 나가자며 미츠하를 재촉했다.

하지만 미츠하는 내 옷깃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미츠하?”

나는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껴서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스티커사진 기계가 놓여있었다.

“같이… 찍어줘.”

수줍게 말하는 그녀의 제안에,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당황했다. 볼이 급격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지금 거울을 본다면 어떨까, 아마 사람의 머리 대신 토마토 하나가 달려있을 것 같다. 그녀의 제안에 부끄러워서, 그녀의 목소리가 달콤해서, 나는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부끄러움을 누르고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쥐어짜내 그녀의 부탁에 응했다. 사실 나도 기쁘니까, 부끄러운 것과 기쁜 것은 별개다. 나 역시 찍고 싶다. 우리의 데이트에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 우리는 누가 볼세라 서둘러 스티커사진관의 안으로 들어갔다.

스티커사진을 찍는 것은 처음이라서 그 내부는 꽤나 신기한 구조였다.

가운데 화면이 커다랗게 있고 그 위에 카메라 렌즈가 작게 있었다. 우리는 동전을 넣었고 미츠하가 조작을 마치자 포즈를 취해달라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우리는 그 소리에 맞춰 각자의 포즈를 취했다. 화면에 찍힌 사진이 나왔다. 미츠하는 얌전하게 싱긋 웃고 있었고 나는 살짝 정색해서 딱딱한 표정으로 손가락만 브이자를 취하고 있었다.

“타키 군 표정 웃겨!”

미츠하는 내 표정을 웃더니 배를 부여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거 찍는 건 처음이란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사진 찍을 때 너무 긴장하는 거 아니야?”

내가 버럭 화내며 변명했지만 미츠하는 내 변명에도, 화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웃느라 바빴다.

한참을 웃더니 이제 좀 진정이 됐는지 미츠하는 웃음을 거두고 나를 바라봤다.

“오늘 나랑 어울려줘서 고마워.”

“뭣…”

사진을 찍는 소리에 목소리는 말이 되지 못한 채 흘러나왔다.

화면을 보자 살짝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미츠하와 놀라는 내 모습이 보였다.

“타키 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다!”

미츠하가 주먹을 꽉 쥐며 성공의 환의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잠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했고 하나의 답에 도달했다.

미츠하는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나를 놀렸다. 내가 스티커사진을 찍은 경험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서 기습한 것이다. 마침 화면에 취소버튼이 보였고 나는 미츠하 몰래 그 버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작전은 실패했다. 내 손길을 눈치챈 미츠하가 자연스럽게 확인버튼을 눌러버렸다.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미츠하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포기했다. 형태가 어떻든 이건 우리가 둘이서 즐겁게 돌았다는 증거다. 남기도록 하자.

미츠하는 익숙한 듯 화면에 띄워진 사진 위에 글자를 써내려 갔다.

“미츠하, 뭐라고 쓰는 거야?”

내 물음에 미츠하는 황급히 확인버튼을 누르더니 집에 가서 확인하라고 했다.

스티커 사진이 출력되고 우리는 반씩 나누어 가졌다.

내가 보려고 했지만 미츠하가 반드시 집에서 봐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주머니에 사진을 넣었다.

게임센터에 꽤 오래있었는지 슬슬 이토모리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이제 갈까?”

“조금 더 있어도 되는데?”

“아슬아슬할 때까지 놀면 이토모리에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잖아?”

미츠하는 조금 아쉬워하는 모습이었지만 내 의견에 금방 수긍하고는 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나 역시 아쉬웠지만 이토모리에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미츠하의 발걸음에 맞추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토모리로 돌아가는 길은 별거 없었다. 이곳에 올 때의 반대로 걷고 반대방향의 버스와 기차를 탔을 뿐이다. 안에서는 별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아니, 오갈 수 없었다.

버스에서는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마을에 돌아가면 어떨지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이토모리에 돌아가는 기차에 탔을 때 미츠하는 피곤했는지 잠들었다.

그냥 잠들었다면 괜찮을 텐데… 미츠하의 머리가 내 어깨 위에 얹어졌다.

달콤한 향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깨에 얹어진 중량감이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볼은 부드럽고 매끈해서 손가락으로 톡 찔러보면 탄력으로 손가락을 튕겨낼 것 같다. 머릿결은 윤이 나서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미 그녀가 되었을 때 여러 번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보니 색다르다. 더 매력적이다. 그녀의 매력을 점점 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기쁘다.

머리카락 정도라면 만져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이미 그녀의 머리칼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녀가 깨지 않게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시원하다. 바깥 공기가 살짝 차기 때문일까, 시원한 머리칼을 만지니 공연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그와 대조되게 그녀의 머리는 따뜻해서 그녀의 체온이 그대로 느껴진다. 나는 잠시 모든 것을 잊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에 집중했다.

조용하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던 그녀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래에서 시선이 느껴져 나는 조심스레 아래를 보았다. 그대로 굳었다.

내 시선이 닿은 곳에는 미츠하가 있었다. 아니, 미츠하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얼굴을 붉힌 미츠하가 있었다.

미츠하가 깨어있다. 나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린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빨리 손을 떼어야 한다. 하지만 손이 떼어지지 않았다.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이미 걸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나는…

그냥 계속 쓰다듬기로 했다.

“타… 타키 군?!”

내 태도에 놀란 미츠하의 볼은 더욱 달아올라, 복숭아 빛의 볼이 금새 사과처럼 변했다. 나 역시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덥다. 분명히 10월의 저녁인데 덥다. 땀이 나는 것 같지만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다. 나는 조용히 미츠하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미츠하의 표정이 점점 풀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당황했는지 얼굴을 점점 붉히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지만 그 눈은 금새 풀려 점점 감기고 있었다. 결코 졸려서 감기는 것은 아니다. 잘 모르겠지만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벗어날 타이밍과 그만둘 타이밍을 놓친 우리는 기차가 이토모리에 도착할 때까지 이 행위를 반복했다.

이토모리에 도착하자 군청색 하늘에 석양이 물들어 색 대비를 일으키고 있었다.

풀벌레의 소리는 이제 귀뚜라미의 소리밖에 남지 않아서 가을임을 알리고 있었다. 산새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기차에서의 일 때문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어색하게 길을 걸었다.

곁눈질로 힐끔힐끔 미츠하를 쳐다봤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호수를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나는 하늘을 바라봤다. 반짝이는 별들의 사이에 조금 기다란 별이 보인다.

티아매트 혜성, 이번에 지구에 근접하는 혜성의 이름이다. 조금 밝고 기다란 저 별이 곧 지구를 지나간다고 한다. 지금도 저렇게 잘 보이는 별이 지구의 위를 지나면 얼마나 아름답고 크게 보일까, 겉으로 티를 내고 다니지는 않지만 굉장히 기대된다.

미츠하는 호수를, 나는 혜성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미츠하의 집 계단 앞에 도착했다.

“타키 군.”

그녀의 부름에 나는 조심스레 미츠하를 바라봤다.

“오늘은 고마웠어. 그럼 나중에 보자.”

“그래, 학교 갈 때 보자.”

우리는 작별인사를 건네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나는 미츠하와 헤어지자마자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 사진을 꺼냈다.

스티커 사진, 미츠하가 무엇을 썼는지 이제는 확인할 수 있다.

[시내 데이트!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데이트…”

무심코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설마 미츠하도 데이트라고 생각하던 건가? 나는 자꾸 씰룩씰룩 거리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누르고, 달아오르는 볼에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다음에 보자는 미츠하와의 인사가, 형식적인 작별의 약속이, 다음날 아침에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절대 금지!!]

목욕 저어어어어어어어얼대 금지!!!!!

내 몸을 함부로 보지 마! 만지지 마!

다리 벌리지 마!

남자에게 접근하지 마!

여자에게도 접근하지 마!

가슴 한 번만 더 만지면 진심으로 저주할거야.

마이클 금지!


[금지사항]

사투리 쓰지 마!

여자말투 하지 마!

목욕은 정말 그만둬주세요. 부끄럽습니다.

함부로 사먹지 마. 가끔은 사줄 테니까.



[공지사항]

혹시 서로의 몸이 바뀌어 있다면 서로의 도시락을 싸주도록 합니다.

서로를 이름으로 불러줍니다.

-타키 군, 잘 들어갔어?

-방금 씻고 침대에 누운 참이야. 미츠하는?

-나도 잘 들어왔지. 지금 막 이불을 깔았어.

-그래? 이제 잘 시간이니까 슬슬 자야겠네.

-오늘은 고마웠어.

-뭐야 갑자기? 나야말로 고마웠어. 다음에도 데려가 주라.

-맡겨만 둬!



-‘미야미즈 미츠하’ 인상리스트-

내 앞자리의 여자애

어떻게 묶었을지 감도 안 잡히는 복잡하지만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의 소유자

저 머리를 풀어헤치면 아름다운 흑발의 롱 헤어가 되겠지

저 정도면 훌륭한 외모

가슴은...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작은 것은 절대 아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내 이상의 여자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뿜는 여자

성실한 우등생

솔직하지 못한 성격

고향에 불만을 품으며 도쿄를 동경하는 시골여자

그리고... 약간은 속물

친절한지는... 이제 잘 모르겠다.

상당한 내숭의 소유자이며 은근 제멋대로 하는 구석이 있다.

.....무녀라는 점은 은근히 괜찮은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을 할 때 옆머리를 만짐

짠순이, 여우, 천연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생각보다 마음에 어둠이 많은 여자

좀 변태일지도 모르겠다.

일식밖에 못한다고 한다.

아침잠이 많다.

표정이 풍부하다.

좋아죽겠다.

변화를 준 모습은 정말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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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이놈들 데이트 시켜주기 정말 힘드네요... 다시는 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서 솔직히 기뻤어요.

하지만 이제 여름콘 플롯도 마무리 단계이고 슬슬 여름콘도 쓰고 싶네요.

직무유기가 되더라도 연재 중단은 없을 것이니 기다려 주신다면 어련히 올라옵니다.

삽화를 준비해주신 분과 여름콘 합작을 하게 되었으니 기대해주세요!

표지를 만들어 주신 갤럼 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잘못된 점은 어디가 잘못됐는지

아쉬운 점은 어디가 아쉬운지

좋았던 점은 어디가 좋았는지

모두 댓글로 망설임 없이 달아주세요!

기쁜 마음으로 언제든지 답변해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편] 링크 모음집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19525


장편] 너를 위해서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0874 (完)


장편] 네가 없는 3년 / 내가 없던 3년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0900 (完)


장편] 처음 온 이토모리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9081


단발 콘테스트] 웃지 않는 산타 - http://gall.dcinside.com/yourname/60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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