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두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한 후, 그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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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한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왜 끈이 땅에 떨어져 있는 거야? 응, 잘못 본거겠지. 하지만 몇 차례나 눈을 깜박였음에도, 땅바닥에 떨어진 끈의 색은 나를 조롱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선명하기만 하다.
그렇구나…… 카타와레도키가, 기적의 시간이 끝난 거다. 꼭, 바보가 된 것 같다. 머리는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저 물끄러미, 땅에 떨어져있는 매듭끈을 바라볼 뿐. ……전해줬어야 했는데. 무릎을 굽혀, 매듭끈을 줍는다. 희미한 빛마저 사라진 하늘은, 완전히 캄캄해 전혀 분간할 수가 없다.
“괜찮아.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늦기 전에 어서 오라고, 미츠하.”
아 맞다,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야지. 지금이라면 적어도 괜찮다. 급하게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손바닥에 이름을 쓴다. 아니, 쓰려 했다.
어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다. 소중한, 너무나도 소중한 그녀의 이름. 그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한 획을 그은 펜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다.
“미ㅊ……”
이름이, 분명 알고 있을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알고 있어, 일고 있다고! 그런데 도대체 왜......?
......나는, 뭘 알고 있었지?
기억나지 않아. 어느새 흘러나온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기억이...... 모래를 쥔 손에서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사라진다. 붙잡아야 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 잊어버릴 수는 없어. 기억해야 해. 타키, 넌 이걸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어!
"기다리고 있으니까 어서 오라고! 미......!"
외친다. 저편에, 이제는 완전히 밤하늘이 되어버린 하늘의 저편을 향해. 답답하다.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해야 한다. 소중한 기억을, 소중한 사람과 관련된 그 기억을.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였지……? 7년 전, 내가 좋아한다고 고백했었던 사람. 그녀의 이름을, 적어야 했었는데. ……기억나지 않아. 고개를 떨구고, 멍하니 한 획이 쓰여진 손바닥을 바라본다.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손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때, 따뜻한 체온이 왼손에서 느껴졌다. 오른손에 쥐고 있던 펜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간다. 멍하니, 펜이 누군가에 의해 움직이는 걸 지켜보기만 한다. 왼손으로, 다시 자리를 잡은 펜이 내가 써 놓은 한 획 위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나씩, 하나씩. 획이 더 그어지며 글씨가 완성되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손에서 펜이 떨어졌다.
‘미츠하(みつは)’
손바닥에 적힌 글씨. 미츠하. 그 이름을 입에 담는다.
“미츠하.”
그 이름을 부르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입이 즐겁게 반응한다.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 부르는 것마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지는 울림. 구멍이 나 있던 기억의 퍼즐이 그 이름을 힌트로 천천히, 제자리로 다시 맞춰져 간다. ……다시, 완전히 기억났어. 멍하니 손바닥의 이름만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천천히 위로 올린다.
“미츠하.”
아주 잠시였지만, 너무나 그리워했던 그녀가 앞에 있다. 방금 전까지는 그리 길지 않은 머리였는데, 지금은 길어진 장발이 밤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미츠하가 미소 짓는다. 오랜만에 보는, ‘현재’의 그녀의 미소.
“3년 후, 약속 지켰어.”
그녀의 말대로, 미츠하는 3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나를 만나러 왔다. 내가, 7년 전에 3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그녀를 만나러 간 것처럼. 아니 오히려 힘들었다면 미츠하 쪽이 더 힘들었을 거다. 내가 쿠치카미사케를 마시고 3년이라는 과거로의 시간을 뛰어넘은 건 한 순간이었지만, 미츠하는 그 3년을 어떤 방식일지는 몰라도 기억하고, 기다리고, 기다린 것이다.
“……응. 정말로, 만나러 왔구나.”
3년 전의 그녀가 눈 앞에 서 있던 게 몇 분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현재의 그녀가 서 있으니 뭐랄까, 기분이 묘하다. 꼭 시간여행이라도 한 기분이다. ……뭐라고 말하면 되는 거지? 3년이라는 시간을 참고 기다린 그녀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아, 하지만 내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미츠하가 먼저 움직였다. 한걸음, 한걸음. 그녀가 다가온다. 가깝다. 미츠하가 내쉬는 숨이 간지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거리가 너무나 가깝다. 투명한 갈색 눈동자에 내 모습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입술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았다.
시간이 정지한다. 입술에서 전해지는 감각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전해지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 그 단순한 감각이 정신을 아찔한 수준으로 몰고 간다. 그녀를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생각, 감정. 3년간의 시간차가 전해진다. 녹아 내린다. 하나로 좁혀진다. 미츠하와, 하나인 감정을 느낀다.
영원 같던,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던 시간이 천천히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감각이 멀어진다. 감았던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수줍은 미소를 지은 미츠하가 보인다. 꼭 그때, 고등학생 시절의 미츠하를 보는 것 같아 귀엽다. 먼저 키스하고선, 쑥스러워 하면 어떡해?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짓고 만다.
“3년, 수고 많았어.”
“응.”
“힘들었어?”
“……응.”
“많이 기다렸어?”
“……응, 항상. 언제나.”
“그랬구나…… 여기, 보상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3년 전의 너가 받지 못한 것.”
미츠하의 손을 이끌어 이번에는 확실하게, 지난 몇 일간 고생하면서 그녀를 위해 만든 끈매듭을 손에 쥐어준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당겨 끈매듭을 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곧, 미츠하는 양 팔을 머리 뒤로 가져갔다. 땋아져 있던 머리가 풀어지며 바람에 흩날리는 장발에 합류한다. 이윽고, 그녀는 다시 손을 내밀었다. 미츠하가 내민 손에는, 방금 전 황혼의 색과 같은 빛깔로 수놓아진 매듭끈이 올려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 들어 오른쪽 손목에 몇 차례 감아, 아까 사용했던 격철로 고정시킨다. 몇 년만이지? 이 매듭끈을 내가 다시 손목에 감게 된 게. 생각해보면 이 끈은, 나와 미츠하를 이어준 ‘운명의 붉은 실’ 그 자체다.
“미츠하, 정말 이걸 나한테 줘도 되는 거야?”
“응. 애초에 그러라고 엄마한테 받은 거니까. 그리고…… 새로운 머리끈이 생겼으니까.”
미츠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애초에 그러라고 라니……? 무슨 뜻이야? 미츠하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후훗 하며 의미 모를 미소만 지을 뿐 더 이상의 답을 주지 않았다. 정말, 이런 걸로 사람 궁금하게 하지 말라고.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내려가면, 답을 줄 지는 모르겠지만 동생 미야미즈 씨에게 물어봐야겠다.
“자, 그러면 이만 내려가자. 쌓인 이야기는…… 내려가면서 하자.”
“응.”
미츠하의 대답을 들은 후, 앞장서서 걸음을 옮긴다. 그때, 뒤에서 풀썩 하는 소리가 났다. 미츠하가 넘어져 있다. 달려가, 그녀를 일으킨다.
“아얏……”
천천히 몸을 일으키던 미츠하가 신음소리를 내며, 다시 주저앉는다. 땅에 다시 쓰러질 뻔한 그녀를 간신히 팔로 지탱한다. 다친 걸까? 미츠하를 안정된 자세로 앉히고, 조심스럽게 다리에 손을 댄다. ……오른쪽 발목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다. 왼쪽 발목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 도대체 이 다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서 있었던 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아파졌어, 미안.”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아무래도 올라오는 길에 한번 넘어진 모양이다. 상처를 확인하긴 했지만, 응급처치에 필요한 압박 붕대 같은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아픈 그녀에게 이대로 걸어서 산에서 내려가자고 할 수도 없다. ……솔직히 이제는 체력에 그리 자신 있지 않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뭐.
“자, 내려가야지.”
다리를 굽히고, 미츠하에게 등을 향하며 말한다. 이 자세에서는, 미츠하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없다.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긴 한데…… 보고 싶다. 하지만, 보지 않는다.
“타키군…… 나, 좀 무거워.”
“괜찮아 괜찮아. 이래 보여도 전 운동 선수였다고.”
10년 전 중학교 때 말이지, 라는 말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이윽고, 어깨에 따뜻한 감각이 전해진다. 아마 손을 짚은 거겠지. 잠시 후 천천히 등에 무게가 실렸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등 전체에서 전해진다. 으…… 그리 무겁지는 않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몸보다 정신적으로 괴롭다. 후…… 그만 가자. 하나, 둘 기합을 넣으며 몸을 일으킨다. 역시……. 가볍다. 당연히 맨몸보다야 무겁지만, 그렇다고 움직임에 부담이 갈 수준으로 무겁지는 않다. 오히려, 생각했던 무게보다 가볍다.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는다. 아, 배낭 가져와야 하는데. ……이 장소에 대한 기념으로, 남겨두자.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올 기회가 온다면, 그때 찾아가도 충분하겠지.
산을 내려가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올라가는 것보다는 쉬웠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 한다면 육체적인 면에서만 쉬웠지, 정신적인 면에서는 몇 배나 어려웠다. 미츠하와 밀착하여 있는 것 만으로도, 등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촉감. 그리고 살 내음은 정말로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큰 장애였다.
“저기, 타키군.”
“응?”
“안 무거워…? 역시 내릴까?”
“아냐 아냐. 땀 나는 것도 더워서 그런 거니까. 미츠하는 전혀 무겁지 않아.”
다시 대화가 끊긴다. 나는 나대로 평정심 유지에 집중하고, 그녀는 그녀대로 생각에 잠겨있다. 그저 묵묵히, 걷는다. 조금만 더 가면 숲 속에 유기해둔 텟시의 차가 나온다. 거기까지만 가면, 이제 돌아가는 건 수월하게 갈 수 있다. 그렇다 해도…… 화제 없이 가기에는 너무나 먼 길이다. 뭐라도 물어볼까? 궁금한 게……
“맞아, 미츠하. 3년 동안, 어떻게 기다린 거야? 기억을 전혀 잃지 않은 거야?”
“음…… 아니. 솔직히……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 그런데, 우연찮게 이토모리로 향하고 있을 때, 기억을 떠올렸어.”
“운이 좋았던 거야?”
“이야기 하자면 길 건데…… 괜찮아?”
“응.”
미츠하는 천천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후...... 2500자 넘어가면서부터 갈팡질팡 하면서 써서 뭐라고 썼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나중에 인쇄용 퇴고를 하게 되면 가장 많이 수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안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저는 이만 자러...... 모두 좋은 밤 보내세요.
오오오
굿
떴냐? 떴으니까 올리지~
와 초반 매우 맘에 드는데요
ㄴ사실 다음 이야기는 저 장면을 쓰기 위해 시작한 거여서...ㅠㅠ
퍄퍄퍞
결국은 둘 다 기억을 찾게 되었네요 타키는 미츠하가 등장하자마자 기억을 찾아는데 미츠하는 어떻게 기억을 유지한것인지 일정말고도 또 다른 증거로 휴대폰에 메모 같은것로 남겨두었는지 궁금하네요 다음편 기대 할께요
ㄴ음.... 생각보다 별 거 아닌 거라 다음 편 보시면 허무해 하실 것 같아요(?)
황혼전에 미츠하랑 통화햇는데 그때알랴준거겟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