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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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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집으셨으니 괜찮은데.”

“너무 먹고 싶어하는 표정을 지으셔서요.”

“그래도….”

“괜찮아요. 학생이 먹어주는 게 미츠하도 기뻐할 거에요.”

마트를 나와 타치바나 씨가 건네주는 원래는 미야미즈 선생님 몫이 될 푸딩을 주저하다가 기어이 받아들고야 말았다.

아이보리 색 코트에 가려져 처음 봤을 때 느낀 몸매와의 조화는 알 수 없었지만 전체적인 특유의 멋은 여전했다. 오히려 코트로 색다른 매력이 보였다 해야 할까.

저녁식사 당번이라서요- 라며 바게트 빵이 튀어나온 봉지를 들고 있던 타치바나 씨가 물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저는 ㅇㅇ번지 쪽으로요.”

“광장 지나치면 나오는 그?” “네. 맞아요.”

“잘 됐네요. 거기서 미츠하랑 만나서 같이 돌아가기로 했는데. 절친인 친구가 고민 좀 들어달라고 해서 상담해주고 시간 맞춰서 온다 했거든요.”

“아… 그래요?”

“된 김에 만나고 가세요. 인사도 하실 겸.”

“음, 그럴까요?”

알바 안하는 만큼 시간도 남고 저녁 시간에 늦지만 않으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그의 말에 응하였다.

봉투를 들어줄테니 달라는 그의 말을 손사래까지 치며 한사코 거절했다.

 

슬슬 지기 시작하는 태양은 하늘을 오렌지 빛으로 물들였고 하늘과 달리 코를 간질이는 찬 바람을 느끼며 우린 걸었다.

어쩐지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계속 말없이 걷다가 곁눈질로 타치바나 씨를 쳐다보았다.

주황빛이 그의 얼굴 전체를 칠하여 안 그래도 잘생긴 얼굴이 더욱 남자답게 보여 눈을 땔 수가 없었다……

- 라고 생각하다니 얘(내)가 정신이 나갔나 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생님 애인 보고 이런 생각하는 건 나쁜 짓이야!

그러고 보니 선생님 만나는 가는 거에 정신 팔려서 그렇지 이거 남들이 보면 데이트잖아! 근처에 우리 학교 학생 있는 거 아니지? 들키면 이상한 소문 퍼질텐데…!

게다가 나 지금 입고 있는 거 교복이잖애!! 설마 이상한 관계로 착각한다거나…….

……저기, 지나가시는 분들, 저는 그냥 학생이구요, 이 분은 선생님 남친이구요, 우연히 마트에서 만나서요, 약속 장소에 선생님 만나러 같이 가는 거 뿐이구요, 차라리 오빠 여동생으로 착각해주셨으면 해주십사…… 아니 내가 미쳤지 미쳤어 그런 생각이 더 몹쓸 짓이라구!!

게다가아까푸딩뭐랬지너무먹고싶어하는표정이었다니나이런미남앞에서대체무슨표정지은거야엄마미안해나이제시집못갈거야-

잘생긴 미남과 같이 걷는단 사실이 온갖 잡념의 폭풍이 되어 머리 속을 휘저어서 내가 지금 제대로 이족보행이나 하는 건지 헷깔릴 무렵 ‘톡’ 하고 어깨를 찌르는 감촉이 느껴져 -

“히갸아앗!!”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뭐 생각하고 있었나 보네요. 광장에 다 왔어요.”

내 이상한 괴성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광장 입구를 가리켰다.


뭐 마실래요? 저한테 음료수 안 사주셔도 되는데…. 안 마실건가요? 코코아요. 덜컹 덜컹.

벤치에 앉아 음료라도 마시며 선생님을 기다리기로 했다. 폭풍을 잠재울 정도로 코코아는 달콤하고 따뜻했다.

“그건 그렇고 우연이네요. 학생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저도 놀랬어요. 학교에서 뵌 뒤로 처음이죠?”

“그땐 죄송했네요. 미츠하를 만났단 사실에 경황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아니 아니 괜찮아요. 딱히 도움 드린 것도 없었고 전 그냥 학생인걸요.”

타치바나 씨가 볼을 긁적이며 말해 나는 양손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실은 식당에서도 봤어요. 그때도 인사를 못 드렸네요.” “어? 저 보셨어요?”

“네. 그때 아마… 빵 드시고 계시지 않았나요?” “세상에, 그걸 다 기억하세요?”

“직업 병이랄까 그렇게 됬네요.” “실례지만 직업이….”

“음. 맞춰보세요.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요?” “으음… 갑작스레 그리 말씀하신 하신들….”

“힌트 드릴까요? 아까 만지신 제 손. 근데 이게 힌트가 되려나…”

순간 살면서 몇 번 안 만져본 이성의 손이란 사실이 떠올라 볼이 살짝 화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살짝이지만 머릿속이 또 복잡해져서 퀴즈를 푸는 건 무리였다.

애초에 손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별로 없기도 하다.

“건축사로 일하고 있어요. 관찰력이 필요한 직업이다 보니 뭐든 보고 기억하는 게 습관이 되었네요. 여러 자재들로 샘플들 만들어보느라 손이 좀 상하는 건 덤이고.”

“그렇군요, 그래서….”

타치바나 씨의 손은 하얗지만 나처럼 여기저기 잔 상처가 나 있었다.

“이래 뵈도 그림도 그려요. 건축에 디자인은 기본이고, 이미지를 나타내는 덴 그림이 최고니까요.” “정말요? 선생님 같은 분 모델로 그리시기도 하나요?”

“으음~ 건물이나 풍경을 그리는 거랑 사람을 그리는 건 별개의 문제 같더라구요. 직접 그려보니까 영.” “그래도 선생님은 좋아해 주실 꺼 같은데.”

“사실 잊을만 하면 미츠하가 졸라요. 그려달라고.” “에~ 그러면 한번 기합 넣고 그려주세요.”

“못 그리느니 아예 안 그리는 게 낫지 싶어서요.” “애인이 그려달라는데 타치바나 씨 너무 매정하시다~.”

“그런가요. 으음… 석고상이라도 사서 연습해야하나….” “아하하하, 너무 오버잖아요. 선생님 자체가 비너스인데.”

“비너스… 미츠하는 비너스… 좋네요 그거. 미츠하한테 멘트로 써먹을까.” “앗, 내가 생각한 거니까 초상권 주시고 써요!”

우리는 서로 웃고 말았다. 나도 모르는 새에 타치바나 씨와 편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처음만난 사람의 농담도 받아주는 편안한 사람.

선생님은 이분과 늘 편안한 감정을 공유하시는 거구나. 하늘은 더욱 불타고 푸르스름한 띠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타치바나 씨가 진지한 목소리가 되어 물었다.

“미츠하는 학교에서 어떤 선생님인가요?”

“어떤 선생님…이냐구요?”

“들려주세요. 학교에서 미츠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요. 본인 얘기는 창피한지 잘 안 말해주더라구요.”

나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이런 저런 얘기를 꺼냈다. 선생님은 미인이시고, 선생님은 다정하고 친절하시고, 선생님은 학생 선생님 모두에게 인기가 많고, 선생님은 수업 잘 가르치시고, 선생님은 다른 일도 잘 하시고, 선생님은 친구나 언니 같은 분위기이고, 선생님은 이래뵈도 화나면 진짜 무서우시고 -여기서 타치바나 씨가 조금 웃었다- 등등.

그리고, 힘들면 손과 어깨를 빌려줄 사람 - 이지만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조금 사적인 이야기 같아서 그날 밤의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렇구나, 미츠하는 학교에서도 좋은 사람이군요. 다행이네요.”

자기 애인이 직장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점에 안심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터이다.

“타치바나 씨도 미야미즈 선생님에겐 좋은 사람이시잖아요.”

“그럴까요, 그렇지도 않은 거 같은데….”

말꼬리가 살짝 흐려지고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미츠하가 말했다던데요. 저희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됬는지.”

“네. 전차 건너편에서 만나고 나서 바로 내려서 찾으러 다니셨다고….”

당시엔 황당했지만 지금 두 분을 생각해보면 낭만적인 얘기이다. 타치바나 씨가 커피캔을 천천히 돌리다가 입을 열었다.

“막 대학 졸업하고 나서 여기저기 이력서 넣고 면접보고 다녔어요. 어찌어찌 운이 좋아서 괜찮은 기업에 들어가긴 했는데 사회 생활이란 게 참 힘들더라구요.

웨이터 알바 경험이 무색해질 정도로 배워야할 것도 많고, 업무량도 많고, 그걸 감당 못하고, 상사한테 깨지고. 내가 이 회사에 필요한 존재가 맞긴 한건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나 없어도 되는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 출근 날 아침이 두려울 때도 있었어요.

그 피로와 괴로움을 잊으려고 집에서 매일 밤 술로 감정을 달려보려 했지만 잘 되질 않았죠.”

타치바나 씨는 허심탄회한 얘기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미츠하를 만나게 된 거에요. 보자마자 내가 찾던 누군가, 예전부터 느낀 찾고 있던 누군가가 이 사람인걸 알 수 있었어요.

회사 생활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미츠하를 만났단 사실, 그게 기뻐서 다시금 기운을 차릴 수 있었죠.

제가 힘들어 하는걸 알면 먼저 다가가 위로해 주기도 했고 큰 힘이 되었어요. 미츠하가 없었으면 전 아마, 계속 괴롭고, 안 됐을 거에요.”

말을 하고나서 민망해진 건지 볼을 긁으며 멋쩍게 웃었다.

“이거 참. 처음 보는 학생한테 무슨 얘기를 한 거지. 어른답지 않게 투정이나 부렸네요.”

 

 

 

언제 그랬냐는 듯 주황빛은 사라지고 푸르스름한 색이 가득 하늘 아래에서 타치바나 씨의 고백을 듣자 속에서 호소하는 듯한 무언가 일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요. 타치바나 씨만 기대신 게 아니라구요. 저도 선생님에게 기댔어요. 그리고-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타치바나 씨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타치바나 씨만 힘드셨던 게 아니에요.”

갑작스런 내 행동에 놀란 듯 타치바나 씨의 눈이 동그래졌고 난 그 눈을 보며 말했다.

“저, 1학년 때 선생님을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해요. 미인이셨지만 2학년이 되고나서도 계속 어딘가 슬픈 눈빛이셨어요.

때로는 이유 없이 눈물 흘리신 적도 있구요. 그럴때마다 괜찮다고 하셨죠. 괜찮지 않은 걸 아는데 거짓말쟁이 같이. 저만 그런게 아니라 모두가 선생님을 걱정했어요.

그런 선생님이 밝아지신 건 최근의 일이에요. 타치바나 씨를 만나고 나서죠.

선생님도 같은 얘기를 하셨어요. 찾고 있던 사람,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을 만났다면서요.

타치바나 씨만 선생님에게 기댄 게 아니에요. 우리 선생님도 많이 힘드셔서 타치바나 씨에게 기댄 거에요.

그래서 웃으실 수 있던 거라구요.”

점점 빨라지는 목소리와 거칠어지는 호흡으로 계속 말했다. 그 분에 대한 북받치는 감정이 주체가 되질 않았다.

 

“저도 역시 선생님에게 기댔어요. 장래를 못 정해서 방황하고 있던 저를 잡아주신 건 선생님이셨어요.

장래를 정하고나서도 힘들었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떠 올리면서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나아가고 있어요. 선생님이 없으셨으면 아직도 방황하면서 아무것도 안했을 거에요.”

비닐봉투를 뒤적여 아까 받은 푸딩을 두 손으로 내밀었다.

“저요, 다시는 예전의 선생님 슬픈 표정 보고 싶지 않아요. 모두에게 좋으신 분이고 힘이 되주시는 분이니까 계속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그걸 해주실 수 있는건…… 타치바나 씨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선생님 부탁드릴게요!!”

그말을 끝으로 푸딩을 내민 채 허리와 고개를 굽혔다.

 

 

 

저질러 버렸다. 두서도 설득력도 없는 말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정리도 안하고 마구 뱉어버렸다.

분명 타치바나 씨는 이 학생 왜 이래, 이상한 사람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겠지.

하지만 내가 말한 건 진심이었다. 선생님을 부탁드려요.

이 또렷한 감정이 부디 전해지길 바라며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손에서 푸딩 케이스가 떨어지는 감각에 눈을 뜨고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타치바나 씨가 두손으로 푸딩을 받아들고 조금 미소를 지어서 나는 허리를 천천히 펴 그를 바라보았다.

“이거, 혹시 뭔지 아세요?”

라며 그는 오른쪽 소매를 걷어 손목을 보여주었다. 손목에는 납작한 끈이 둘러져 있었는데 아까의 석양 같던 주황색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익숙한 그 물건은 -

“어 이건…선생님의 머리끈….”

“정확히는 같은 물건. 미츠하가 100일 기념으로 만들어 준거에요. 저는 모래시계 이쁜 거 사줬었는데 여자 센스는 못 당한다니까요. 나도 직접 만들어줄걸.”

푸딩을 옆에 내려놓고 끈을 만지작거리시며 말을 이었다.

“미츠하 말이죠, 예전엔 이토모리라는 마을에서 신사의 무녀였대요. 이런 끈을 만들면서 배운 무스비라는 말을 알려줬는데 끈이 엮이듯이 이래저래 엮이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거래요. 끈이 모여 형태를 만들고, 뒤틀리고, 얽히고. 때로는 돌아오고, 멈춰서고 다시 이어지고.

사람도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서로 만나면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고 그것이 얽혀서 형태가 돼서 더욱 튼튼해지니까.

저랑 미츠하가 왜 서로를 찾고 있던 건진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서로 만나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확신을 가졌죠.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다고. 사랑이라는 무스비로 이어져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제가 다시 방황하고, 기대는 일이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런 저라도 역시 미츠하가 방황을 하던, 얼마나 힘들던 위로해줄겁니다.

이 끈, 무스비를 놓치지 않을 거에요. 분명 미츠하도 같은 생각일겁니다. 전, 아니 우리는 서로를 믿어요.”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듯 타치바나 씨는 손목을 들어 이마에 지그시 대고 눈을 감았다.

 

우리는 서로 이어져있다.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믿고 있다.

 

이 말에 선생님은 분명 다시는 우실 일이 없을 꺼라는 강한 믿음이 생겼다.

내 진심을 알아주셔서, 타치바나 씨의 진심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야.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하늘은 여전히 푸른색을 띄고 있었다.

 

 

“이거, 다시 받으세요.” 라며 타치바나 씨가 푸딩을 다시 돌려주셨다.

“아뇨, 이건 그 부탁하는 뜻에서….”

“저도 카가리 양한테 부탁하고 싶으니까요. 미츠하 잘 부탁드린다고.”

난 그냥 제자이고 도움만 받는걸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어라? 방금 내 이름 부르지 않았나?

“저기 잠시만요. 지금 카가리라구요? 제가 이름 알려드린 적 있었나요?”

“아뇨, 없었죠.”

“근데 어떻게 제 이름을??”

“미츠하가 자기 반 학생 얘기 해준 적이 있거든요. 카가리 아츠코-라며 늘 머리를 묶고 다니고, 약간 당돌한 면도 있지만 그만큼 활기차고 최근엔 장래를 정해 노력하고 더 밝아졌단 얘기를 듣고 아무래도 카가리 양인거 같아서 찍어봤는데, 맞았나 보네요.”

선생님이 들려주신 얘기랑 지금까지 대화로 그걸 맞춰 보신건가. 관찰력이 대단하단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이실 줄이야.

그럼 나도 반격기를 꺼낼 수밖에. 푸딩을 받아들고 말했다.

“그럼, 푸딩 잘 받을게요. 타치바나 선배님.”

“선배? 제가 진구 고등학교 출신인거 아세요?”

“우리 처음 만난 날에 교무실 위치 얘기 듣고 이 학교도 많이 변했구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찍어 봤어요.”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 했었죠. 한방 먹었네요.”

우리는 서로 웃어버렸다

“음~ 슬슬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엄마 심부름에 너무 늦으면 안되구요.”

“그런가요. 미츠하한텐 내가 인사 대신 전해둘게요.”

“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나는 인사를 하고 몇 걸음 가다가 뒤로 돌아서서 웃으며 말했다.

“방금 얘기 선생님한테 비밀로 해주실수 있으세요?”

"왜요?"

"음~ 그냥요."

"딱히 숨길 필요가 있을까요."

"저희 둘만 아는 게 낫지 싶어서요."

나는 자세를 고쳐 잡아 장난스럽게 경래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그럼, 우리 미야미즈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타치바나 선배님.”

타치바나 씨 - 아니 이때만큼은 선배가 앉은 얼굴로 경래하며 대답했다.

“저도 미츠하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카가리 후배님.”




광장을 나와 오른 육교 한가운데에 멈춰서 아까 받은 푸딩을 꺼냈다. 집에 가서 후식으로 먹을려고 했지만 타치바나 씨의 온기가 사라질 거 기분이 들어 지금 당장 먹기로 했다.

캡을 열고 필름을 벗겨 동봉된 스푼으로 한 숟갈 입에 넣었다. 입안에서 맴도는 부드러운 식감.

뭐야 이거, 비터 스위트라더니, 쓴맛 없이 달기만 하잖아. 하지만 푸딩이 왜 이리 달콤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타치바나 씨도 나도 서로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렇게 건내주며 받은 무스비. 이 달콤한은 분명 그 무스비의 맛이라고 생각하며 단 맛을 음미했다.


육교랑 광장은 그리 먼 편이 아니라 저편의 타치바나 씨가 여전히 벤치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아마 내가 이 육교에서 보인다는 건 모르겠지.

갑자기 일어나 표정이 밝아지기에 주변을 보니 저 편에서 외투를 걸친 미츠하 선생님이 빠른 걸음으로 오고 계셨다.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도 형광등 빛 아래 미소만은 밝게 빛나고 계셨다.

서로에게 달려가더니 서로의 품안에 꼬옥 안기고 커다란 테디 베어를 껴안듯 서로를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다가 타치바나 씨가 선생님을 들어 빙그르 돌기 시작했다.

조금 놀라시다가 이내 즐거운 표정을 짓는 선생님과 타치바나 씨.

마치 발레를 하듯, 춤을 추는 듯한 그 모습과 두 사람의 표정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기에 나올 수 있다는 걸, 그 행복함을 이 먼 곳에서도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저 분.

힘들면 손과 어깨를 내어주실 분.

앞으로 슬퍼하지 마셨으면 하는 분.

행복하셨으면 하는 분.

戀人이자 連人인 사람을 믿고 함께 하실 분.

언제나 고마우신 분.

 

 

 

 

 

저 분이 미야미즈 미츠하.

 

 

 

 

 

우리 선생님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