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1부】
【지난 줄거리】
골든 위크 동안 미츠하에게 농구를 가르쳐주기로 한 타키.
졸지에 수강생이 늘었다.
오쿠데라 미키.
골든 위크 이틀째.
가장 먼저 약속장소인 요요기공원에 도착한 건, 이제 곧 새내기 코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인 타키였다. 골든 위크니까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 거니까 일찌감치 나오라고 부탁을 했건만, 정작 가장 중요한 수강생 두 명은 아직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진짜로 두 사람 분을 가르쳐야 하나…….’
타키는 한숨을 푹 쉬어버렸다. 행여나 미츠하가 농구부 코치까지 맡아달라고 하면 그 땐 단칼에 거절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말았다.
오쿠데라 선배. 농구 잘 해요?
- 응? 미츠하한테서 얘기 못 들었어?
무슨 얘기요?
- 문자로 보냈다고 들었는데.
‘문자? 어제 문자의 내용은 분명 ‘한 명 더 부르기로 했어’ 아니었나?‘
……아. 이거구나. ‘나와 수준 맞는 사람.’
타키는 문자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설마설마 했지만 오쿠데라가 미츠하의 ‘나와 수준 맞는 사람’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 말인즉슨 맨 처음부터 가르칠 사람이 하나 더 늘었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으니까.
“타~키 군!”
“으악!”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생각에 잠겨있던 타키는 비명을 질러버렸다. 타키가 뒤를 돌아 본 곳에는 신규 수강생이 혀를 쏙 내밀고 있었다.
“오쿠데라 선배!”
“여전히 잘 통하네?”
그 신규 수강생이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웃어주었지만, 타키는 되려 기분이 착잡해졌다. 다른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수법에 이틀 연속으로 걸리다니. 내가 이렇게 학습능력이 떨어졌었나?
“작년에 이랬을 때는 온 몸을 배배 꼬면서 어쩔 줄 몰라 했으면서. 잊어버린 건 아니지?”
“잊을 리가요.”
그렇게 말하는 타키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오쿠데라를 위아래로 스윽 훑어보고 있었다.
오쿠데라의 운동복은 의외로 평범했다.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 트레이닝 복. 그럼에도 몸에 쫙 달라붙는 사이즈였기에 공원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오쿠데라에게 꽂히는 걸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사람이 길가에 있으면 누구든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모델 촬영이라고 해도 믿겠지?
“농구 말고 평소에 다른 운동은 하나 봐요? 운동복도 갖춰 입고 나올 정도면.”
“평소에도 조깅이라거나 산책은 자주 하거든. 그래도, 농구는 오늘 완전히 처음!”
확실히 오쿠데라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오쿠데라 정도면 몸매 관리 차원에서라도 요가나 필라테스 정도를 생각했는데, 운동량이 수수해서 놀랍기도 했다. 하긴. 그래도 농구까지는 생각하지 않겠지.
“미츠하는?”
“아직 안 왔어요.”
“지금 어디쯤이래? 연락은 해 봤어?”
“굳이 연락할 필요도 없어요. 어차피 옆길로 샜거나, 길을 잃었거나 둘 중 하나겠죠.”
매번 미츠하가 약속장소에 늦는 이유는 저 두 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를 않았다. 시골 여고생이었던 소녀에게 도쿄는 아직도 끝없는 미지의 세계니까. 만약 길을 잃었으면 당장 그 쪽에서 먼저 연락을 했을 것이다. “타키 군. 나 또 길 잃어버렸어. 찾으러 오면 안 돼?”라는 멘트와 함께. 어차피 스마트폰에 지도 기능이 있는데 왜 그러는지는 타키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지만.
“너무하네, 타키 군. 자기 여자 친구한테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야? 나쁜 사람이라도 따라 갔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 녀석이 무슨 애도 아니고, 누굴 따라간다고…….”
어라.
그 말에 표정이 싹 굳어버렸다.
절그럭. 가슴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까지.
따라 갈 수는 없어도 ‘억지로’ 끌려 갈 수는 있다.
가능성은 있다.
만약, 정말로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늦어서 미아아안!”
……그럴 리가 없지.
급히 뛰어오는 지각생을 끝으로, 오늘 수강생은 다 모인 셈이 되었다.
“미안…… 차를 놓쳐서…….”
“숨 좀 돌리고 천천히 얘기해. 괜찮으니까. 혹시, 오면서 무슨 일 있거나 하지는 않았고?”
“응? 없었…… 는데?”
“미츠하. 있지, 방금 타키 군이 보여 준 표정 변화 말인데, 엄청났어.”
“타키 군이…… 왜요?”
“완전 세상 끝장난 사람이었어.”
“네?!”
“그게 그러니까……”
“서, 선배! 말하지 말아 주세요!”
자. 오늘도 그 인사말. 하나, 둘.
언제나 하던 인사말은 이제 아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오늘은 그 인사말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었다.
“언제 들어도 듣기 좋아. 그 인사말.”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보답으로 오쿠데라에게 활짝 웃어주었다. 적어도, 오쿠데라는 이 인사말이 나온 이유를 조금은 알고 있으니까.
“자, 그럼. 시작할까?”
오쿠데라는 그 말과 함께 트레이닝 복 상의의 지퍼를 ‘지익─’하고 내려버렸다.
그 옷 속에 감춰져 있던 ‘평범하지 않은’ 오쿠데라의 복장이 드러났다. 그 바람에 타키는 다시 한 번 ‘으헉!’ 하는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긴 팔 트레이닝 복 상의에 감춰져 있던 건, 같은 색상의 탱크 탑이었다. 그 아래로 드러나는 매끈한 허리 라인을 간직한 몸매까지도.
“우와…….”
감탄사를 내뱉은 건 타키가 아니었다.
미츠하 쪽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넌 왜 감탄해?”
“아니. 여자가 봐도 감탄스럽다고나 할까……. 오쿠데라 씨는 뭔가, 무슨 비인가 뭔가 하는 그런 거 있잖아.”
“워너 비(Wanna be)?”
“그거였나?”
“저기. 미츠하.”
“응?”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뭐가?”
아차.
타키는 생각 없이 내뱉다가 말문이 막혀버렸다.
“어…… 그러니까…….”
에둘러서 칭찬해 준 걸로 받아주면 안 될까.
“어제는 조용히 넘어가 줬는데. 타키 군은 여전히 변태네.”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
어라. 잠깐?
“어제 내가 뭘?”
“가게에서 흔들리네 어쩝네 했잖아.”
……아. 스포츠용 브래지어 얘기였구나.
별 탈 없이 넘어가기에 열성적으로 임하느라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속으로는 이미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거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두 사람 다, 무슨 얘기 했어?”
오쿠데라는 트레이닝 복 상의를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벤치에 두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동작마저도 빛이 났다. 마네킹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아, 아뇨. 아무 것도…….”
“타키 군. 안 본 사이에 얼굴이 새빨개졌네. 무슨 일 있어?”
“변태라서 그래요.”
“아니야!”
잠시 후.
“푸하─! 시원해!”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농구 수업이 끝났다.
“땀 흘리고 마시니까 더 시원해요!”
“그치! 앞으로도 자주 나와서 농구 같이 할까?”
첫 수업을 마친 두 수강생은 나란히 벤치에 앉아 굉장히 들 뜬 표정으로 화기애애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가장 땀을 열성적으로 흘려야만 했던 사람은 그 옆에 앉아서 사실상 대화에서 소외당한 채로.
‘진짜로 둘 다 완전히 문외한이잖아…….’
타키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간신히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수 있었다.
“두 사람 다, 이번뿐이라고 말했을 텐데요. 전 공부 때문에라도 더는 못한다니까요.”
“어차피 미츠하가 농구부라면서? 다음부터는 미츠하가 나한테 가르쳐 주면 되지.”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 타키 군! 걱정 마! 오쿠데라 씨는 내가 책임지고 가르쳐 줄 테니까!”
타키는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던 걸 간신히 참아냈다. 농구가 무슨 일자전승 무술도 아니고. 게다가 이제 막 걸음마 뗀 녀석이 누굴 가르치겠다는 건지, 원.
“자, 타키 군! 오늘 수업료야!”
오쿠데라는 지쳐있는 타키에게 생수통을 건넸다. 아직 뚜껑을 따지 않은 생수통은 시원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수업료 치고는 무지 저렴한데요.”
“예전 같았으면 ‘오쿠데라 선배가 준 물의 맛, 잊지 않을게요!’라고 하면서 마셨을 텐데. 여자 친구 생기더니 정말 다른 사람이 됐네. 애정이 식어버렸어.”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뉘앙스가 완전히 이상해졌는데.”
오쿠데라의 말을 들은 타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목소리에서 장난기가 묻어나온 것만 빼면 완전히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대사잖아. 츠카사 녀석이 가르쳐 준 건 아닐 테고. 대체 저런 말은 어디서 듣는 거야? 오쿠데라 선배의 머릿속에 있는 내 이미지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타키 군이면 할 법한 표현인데.”
그 말을 꺼낸 건 옆에 있던 미츠하였다.
“뭔 소리야! 내가 변태도 아니고!”
“변태 맞잖아?”
“아니라니까! ……잠깐. 너야?”
“내가 뭐?”
“오쿠데라 선배가 너한테 물들었냐고 묻고 있잖아.”
“물들긴 뭐가. 자기가 변태인 걸 왜 남 탓을 해?”
타키는 기가 막히다 못해 영혼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그 놈의 변태 타령 좀 그만 하라고요! 아무리 내가 혈기왕성한 시기라고는 해도 그런 생각은 안 하거든?!
…….
설마, ‘그거’ 때문에 그런가. 아직 가지고 있긴 하다만.
“이러니까 데이트를 말아먹었지.”
뭣?!
“벌써 반년도 넘어간 얘기는 왜 꺼내!”
미츠하의 기습에 타키는 발끈해버렸다.
“그게 벌써 반년 전 얘기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은 몰랐는걸.”
정작 오쿠데라는 옛 일을 추억하듯이 나지막이 속삭일 뿐이었다.
벌써 타키와 오쿠데라의 데이트로부터 반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갔다. 설마 그 데이트 직후에 그런 일들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실패한 데이트. 자조 섞인 한숨.
그리고─그 직후의 만남으로 시작된 긴 이야기까지.
이제는 머나먼 추억이 되어버렸다.
“오쿠데라 씨 좋아했었잖아?”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야.”
맞아.
그 때는 그 때다.
지금은 더 소중해진 사람이 있으니까.
“오오.”
“뭐가 ‘오오─’에요. 오쿠데라 선배.”
“타키 군이 그런 말도 할 줄 아네, 싶어서. 맞아.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야.”
“이런 녀석이 데이트는 어떻게 말아먹었담.”
“이거랑 데이트가 무슨 상관인데.”
다시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말을 마친 오쿠데라는 들고 있던 생수통을 마저 비우기 위해 고개를 젖혔다. 으레 나오는 ‘꿀꺽 꿀꺽’거리는 소리마저도 아름답게 들려왔다. 원래부터 물과 하나였다는 듯이. ‘나는 이 물을 마시기 위해 태어났습니다’라고 표현하는 듯이.
─무슨 CF 찍듯이 마시고 있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정도로.
“응? 두 사람 다 왜 그래?”
어라.
타키 뿐만 아니라, 미츠하도 넋을 놓고 오쿠데라의 즉석 생수 CF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쿠데라 씨는 생수 홍보 모델로 나가도 되겠다─ 싶어서요.”
“정말?”
“선배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타키도 오쿠데라를 볼 때마다 종종 드는 생각이긴 하다. 지금도 오쿠데라는 눈이 부시다 못해 ‘찬란하게 빛난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당장이라도 ‘실례합니다. 저는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인데요.’라고 운을 띄우면서 누군가가 접근해 와서는 연예계로 데뷔를 시켜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상상을 해 왔던 참이었다.
“미츠하도 해 볼래?”
“네? 저요?”
“미츠하는 특별히 동영상 찍어 줄게.”
“찍어요?!”
“저기, 오쿠데라 선배. 대체 뭘……”
“해 봐. 엄청 잘 나올 걸?”
두 사람은 비슷한 나이 대라서 그런가, 죽이 착착 맞다 못해 완전히 자매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다. 게다가 오쿠데라는 틈만 나면 미츠하를 골려먹을 궁리만 하는 사람처럼 굴었다.
이번엔 또 무슨 장난을 치려는 걸까.
“그냥 자연스럽게 마셔 봐. 자. 준비!”
아예 스마트폰까지 들이밀며 재촉하는 오쿠데라를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미츠하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듯이 들고 있던 생수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주우욱.
“하아─.”라는 소리와 함께 마무리.
“최고! 이거, 나중에 보내줄게! 신인 모델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아예 페이스북에 올려볼까?”
“아, 안돼요! 부끄럽게!”
미츠하는 새빨개진 얼굴이 되어서 오쿠데라의 스마트폰을 잡아채려고 몸부림쳤다.
‘오쿠데라 선배도 참. 남의 여자 친구를 무슨 장난감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착잡한 마음에 타키도 생수통에 남아 있던 내용물을 마저 몸 안에 집어넣기로 결심했다. 오쿠데라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냅다 비워버릴 심산이었다.
벌컥. 벌컥. 후우─.
전부 마시기는 어려웠던지라, 한 모금 정도만을 남기는 정도에서 멈춰버렸다. 짜르르─ 소리를 내며 식도를 타고 내려간 수분이 온 몸 구석구석의 열기를 차갑게 식혀주었다. 과열된 육체가 빠른 속도로 냉각될 때 느끼는 짜릿함. 오래 전에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감각. ‘살아 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운동선수만이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
……응?
“오쿠데라 선배! 저는 왜 아무 말도 없이 찍어요?!”
“그래야 자연스럽게 찍히지. 타키 군도 작품 잘 나왔는데? 이 참에 같이 연예계로 나가 봐.”
“싫어요!”
“두 사람. 왠지 놀려먹는 재미가 있어.”
“타키 군은 그렇다고 쳐도, 저는 왜요?”
“왜긴. 귀엽잖아.”
“귀엽……?”
“둘 다 엄청 귀여워.”
그 말에, 귀여운 두 사람의 얼굴이 확 하고 달아올라버렸다.
“자, 쉴 만큼 쉬었으면 다시 해 볼까?”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을 실컷 놀려먹던 최연장자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다른 두 사람도 몸을 마저 풀며 행동을 함께 했다.
“아, 맞다. 미츠하.”
“타키 군. 왜?”
“운동할 때만큼은 실매듭 말고 다른 걸로 머리를 묶는 게 좋을 것 같아. 방해될 수도 있으니까. 머리 모양도 좀 단순하게 묶어야겠고.”
“흐음─. 그것도 그러네.”
“미츠하. 내 고무 밴드 빌려줄까? 잊어버릴까봐 여분을 좀 가지고 다니거든.”
“정말요?”
두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하며 머리를 새로 다듬는 동안, 타키는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푸른 하늘이 펼쳐진 채로 구름 조각들이 두둥실 떠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왼쪽 시선에 있었던 구름들이 어느새 오른쪽의 경계선까지 다다랐다. 오쿠데라에게도, 미츠하에게도, 타키에게도. 세월의 흐름이란 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득 차 있던 생수통이 어느샌가 비워지듯이, 시간도 그렇게 지나가 버리는 걸까. 이대로 눈만 감았다 뜨면 순식간에 졸업식. 순식간에 대학생. 순식간에 취업…….
에이. 생각하지 말자.
타키는 마지막 한 모금의 물로 복잡한 생각을 씻어내려고 했다.
“타키 군. 다 됐어. 한 번 봐봐.”
생각에 잠겨 있던 타키의 옆에서 오쿠데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츠하의 머리 세팅이 끝난 모양이다.
타키는 고개를 돌려서, 그 변화된 모습을 확인해 보았다.
“어때?”
…….
………….
………………?!
푸우웁.
“으에엑!”
“켁, 켁…… 아, 미안!”
“타키 군! 미츠하한테 무슨 짓이야!”
“죄, 죄송합니다!”
미츠하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그만 반사적으로 머금고 있던 물을 뿜어내 버렸다.
“반응 좀 봐. 타키 군은 포니테일 싫어해?”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저도 머리 모양은 구분할 줄 안다고요. 포니테일은 무슨. 무사 머리 같은데.”
당장이라도 목검이든 뭐든 쥐어주기만 하면 전부 단칼에 일도양단해버릴 것만 같은, 만화나 영화에서 나오는 떠돌이 무사들이나 할 법한 그런 머리 모양이었다. 비슷한 인물을 꼽자면 ‘사사키 코지로’ 정도?
“너무해!”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지금 미츠하가 보여 주고 있는 머리 모양은…….
저건 분명…….
‘어디서 봤더라, 이 머리?’
분명 아주 익숙한 머리다. 어디서 본 듯한 머리.
………….
‘왜 기억이 안 나지?’
어째선지 당장은 기억나지 않았다. 더 생각해 봤자 당장 생각이 안 나면 나중에 천천히 되짚어 보는 쪽이 더 금방 떠오르니까. 덕분에 지금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포기해 버렸다.
하지만.
무슨 머리를 하든, 미츠하는 미츠하다.
맞아. 틀림없는 미츠하다.
“아, 응. 예쁘네. 미츠하는 무슨 머리를 하든 예쁘니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수습하려 들지 말고.”
“아냐. 진짜라니까!”
“흥.”
“저, 타키 군. 이제 와서 하는 말이긴 한데. 타키 군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 티가 팍팍 나.”
“선배까지 그러면 어떡해요…….”
“타키 군.”
“왜?”
“정 아니면 이참에 단발로 잘라볼까 하는데, 어때? 운동에 방해 안 되고. 매번 이렇게 바꿔 묶을 필요도 없잖아.”
…….
“하지 마.”
어디까지 변신할 셈이야, 너.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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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삼엽아 단발콘 끝난지가 언젠데
[작가 코멘트 2]
정말 기적같이 써내려간 5월(3) 파트입니다.
다시 읽는 와중에도 대체 뭘 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날 정도에요.
가장 궁극적인 목표였던 '타츠하 머리로 묶는 미츠하'는 간신히 달성했습니다.
점점... 원작으로부터... 멀어져간다...
ㅓㅜㅑ 나왓다
전편 링크 좀
선추
개추주
링크 전부 수정했습니다
역시 5월쪽은 유쾌하네 흐뭇하게 봄
올라왔네 기다리고 있었음
미츠하 오쿠데라한테 딜 받는 타키킁이라니 이번편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ㅋㅋㅋ
오쿠데라 데이트가 반년 전이었어? 3년 전 아님?
ㄴ 오쿠데라 데이트는 원작 그대로 2016년 10월입니다.
아 잘못 이해했었네
아 당뇨❤+... 날리자
엌 읽어야지 했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왔네요 아 너무 달달해여 ㅠㅠㅠ 넘나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