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핫산] 춤, 춤, 춤. Part - 9 낮과 밤
설정 변경사항 매우 많음.
-혜성이 마을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타키와 미츠하가 17살 동갑이며 연도시점은 2016년 9월 중순. 한창 가을축제를 준비하는 때입니다.
-타키가 농구보다 춤을 더 좋아했었다는 설정을 넣었습니다.
-타키가 미츠하의 몸으로 마이클 잭슨의 스무스 크리미날을 췄었다는 것에 영감을 얻어
만들었습니다.
-둘이 서로 사귀기 전이란 설정으로 호칭은 “타치바나 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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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춤, 춤.] 지난화 링크는 이제 링크 페이지로 대체하겠습니다.
링크 포탈.
http://gall.dcinside.com/yourname/497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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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스산한 바람을 일으키며 열렸다.
가로등 불빛이 들자 싸늘하게 식은 문 앞에서 망연히 서 있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불과 1시간 전만 해도 열의로 차 있던 연습실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하실은 싸늘한 냉기를 풍겼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은 어두컴컴한 냉기로 인해 지하감옥을 연상했고, 인적없는 등 뒤의 골목길이 발자국을 멈추게 했다. 머뭇거리던 이 중에 가장 용감한 발걸음이 계단을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로 채우자, 마침내 햇살처럼 드리운 가로수 불빛에 호리호리한 여자와 덩치 큰 사내의 형체가 흔들리는 실루엣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끕끕한 습기가 코를 통해 들어온다. 피부에 땀이 촛농처럼 굳어버리자, 끈적끈적한 촉감에 눈살이 절로 찡그려졌다.
"타키? 츠카사?" 앳됨 없는 성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거침없다.
"츠카사한테 연락은 하고 온 거에요, 선배?" 이번엔 제법 꽉잡힌 톤이지만 애티가 확연한 말투다. 한 손으로 분주하게 부채질 하던 청년이 계단 아래를 살펴보려는 듯이 어둠속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잠깐만이라는 손짓을 뒤로 뻗어보인 여자가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잠시 후, 작고 어두운 밀실에 푸른 빛으로 일렁이는 묘령의 여인이 나타났다.
찰랑찰랑한 헤어스타일에 갓 재배한 듯한 아몬드 형 눈매가 이지적이다.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착 달라붙는 하얀 와이셔츠와 등허리까지 드리운 긴 생머리는 노동의 흔적이 역력했다.
한참을 핸드폰 화면을 지켜보던 여자의 그림같은 얼굴에 낯익은 목소리가 조목조목 들리자 미소가 덧그려졌다.
"아응, 츠카사. 너희 지금 어딨어?"
"요쓰야..?.... 타키가....??"
전화를 받던 여자가 킥킥 웃어버리자 뒤에 서 있던 청년이 궁금한 듯이 고개를 앞으로 뻗었다, 하지만, 여자는 능청스레 등을 돌리며 계단 아래로 내려선다.
"응, 알겠어. 그럼 지금 온다 그 말이네?..... 어, 어, 그래. 이따봐 응.. 어.."
핸드폰 화면이 어두워지자, 청년은 성을 내듯이 계단 아래로 지나쳤다.
"아, 어두워 죽겄네! 것보다 얘네는 또 어딜 갔데요?"
층계참이 끝났는지, 청년의 발자국이 끊긴 곳에 묵직한 나무판자 소리가 들려왔다.
"츠카사랑 타키 군이 요쓰야 역에 갔다네." 여자가 말했다.
"왜요? 선배, 우리도 지금 일 끝내고 찾아왔구마안." 청년이 말했다.
벽을 더듬거리던 청년이 볼멘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지금까지 대타로 일을 하다 왔으니 당연한 반응일까. 청년은 벽을 짚다가 문득, 여자가 문 손잡이를 반쯤 잡은 채 계단아래를 굽어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둠속에 빼꼼히 내민 긴 머리칼이 장막처럼 드리웠다.
"타카기. 미안한데, 우리 잠깐 밖에 좀 다녀오자." 여자가 말했다.
"에, 이온음료라도 사달래요. 선배?"
더듬거리던 손이 전등 스위치를 달칵 건들자, 밀실이 환하게, 땀을 연신 흘리던 그 연습실로 변모했다.
어느새 난간 위에 올라선 그녀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불빛 아래서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아름다운 입술에 곡선을 덧그리며 서 있었다.
"무슨 소리야, 타카기. 환영식 준비를 해야지!"
천상, 조명아래 그을린 듯한 갈색 머리가 우아하게 흔들렸다.
***
골목길 가로수 길이 끝나고 사거리 대로가 엿보이는 지점까지 가면 신주쿠 연습실이 보인다. 츠카사의 눈에는 이미 붉게 번뜩이는 대로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고 있었고, 가로수 불빛이 부서져가는 어둠과 아슬아슬한 씨름을 하고 있었다. 오쿠데라 선배와 신타가 한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츠카사는 쳐질대로 쳐진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했다.
그러면서도, 요츠하와 츠카사는 앞에 걷고 있는 두 커플을 망연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한참을 시끌벅적하게 떠들던 두 사람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이 이제는 조곤거리는 목소리로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타키는 시끌벅적한 여자친구가 온 뒤로 시종일관 조신해진 모습을 보이려 했다. 요쓰야 역의 사건(타키는 이 사실을 무덤까지 지고 갈 기세였지만, 이성끼리 여자화장실에서 할만한 일이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알고 싶지도 않았다.)을 모두에게 함구한 이후로도 캐묵은 비리가 연달아 터진 삼류정치인 마냥 내게는 아무런 일언반구도 없이 멀찍이 걸어가버렸다.
한편, 요츠하는 츠카사가 그녀의 언니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언니에 대해선 자기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할 뿐. 입을 꾹 다문채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 보기 일쑤였다. 딱히, 제대로 된 소개로 만난 것도 그렇다고, 초면도 아니거니와, 말을 거는 것 자체도 아직은 힘들었다.
"알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츠카사가 말했다.
한편, 타키와 미츠하 두 사람은 새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오랜만에 행동강령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잠시나마 서로의 불만을 접어둔 채 침이나 꼴깍 삼키고 있어야 했다.
한참을 이야기 하던 타키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미츠하를 향해 돌아보았다.
"내 이름으로 부르라니. 아, 성가시네." 타키가 말했다.
미츠하, 그러니까 다른 인격이 빙의 된(살아있는 사람한테), 자기 자신의 몸을 두른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부르라니. 타키로선 마치, 전신 거울 앞에 선 자신에게 이름과 애칭을 주고 사랑해 달라는 말처럼 들렸다. 미친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서로의 몸이 바뀐 시점에서 두 사람이 불평할 수도, 수긍할 수도 없는 이 상황이 난감하기만 했다.
"프라이버시가 달린 일이니까, 오늘 하루만 서로 고생하자. 타치바나 군." 미츠하가 말했다.
"오쿠데라 선배한테 괜한 짓이나 보이지 마." 타키가 말했다.
"네 몸이 쿵쾅거리는 걸로 내 탓으로 돌리지마, 타치바나 군!" 미츠하가 말했다.
"여자의 힘 뭐시기 때문도 있으니까." 타키가 말했다.
오늘 하루만 잘 버티자는 식으로 맺은 평화협정이 무색하게 타키의 어깨에 매달려 있던 고슴도치 인형이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순조로운 계획을 위해 입을 맞추려면, 오디션 전날 당일치기로 연습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인내와 여정이 필요했다. 서로 탱고를 춘다는 상황을 예시로 들자면, 서로의 발이 엉망진창으로 꼬여 발은 구두굽에 밟힐대로 밟히면서 서로를 살벌한 눈빛으로 탐하는 꼴이었다.
한참을 투닥거리던 미츠하는 답답한 듯이 등허리에 착 달라붙은 티셔츠 자락을 부채처럼 펄럭였다.
"본능적인 거니까! 스킨십 만큼은 어쩔수 없어!" 미츠하가 말했다.
"그렇다고, 니가 내 말실수를 일일이 지적하면 그것대로 골치아프다고." 타키가 말했다.
"무슨 말이야 그게?"
“생각해 봐. 처음 만난 친구사이가 돈을 얼마나 썼다, 머리를 대신 묶어준다느니 서로 지적을 하믄....아! 처음보는 사이가 서로의 사정을 자세히 참견하면 당빠 오해하지.” 타키가 말했다.
제 3자와 대면하고 있는 상태에서 서로, 타치바나 군이다. 타키 군이 뭐냐. 는 식의 상세한 주제를 대놓고 드러내면 쓸데없는 오해만 더 커질 수도 있다. 미츠하는 할 수 없이 수긍의 메세지를 보냈다.
미츠하가 조용히 손을 내밀자, 타키는 찬성한다는 의미로 손바닥 도장을 짝짝 찍었다. 미츠하가 눈을 감으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오케이! 그럼, 너부터 확실히 조용히 해야겠네." 타키가 말했다.
“그럼. 이왕 너부터 확실하게 하자고. 타치바나 군.”
미츠하가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일기어플. 지난날의 소녀틱한 이모티콘과 (이제는 의미없는) 금기목록이 수두룩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먼 옛날에 적힌 낡은 고서처럼 이모티콘 마저 촌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전혀 달라진 것 하나없는 메모만큼은 그대로였다.
지금은 신경도 쓰지 않는 금지목록을 (최근에는 금기따윌 정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으니까.) 자신의 눈으로 직접보자 뒷목이 식은 땀에 싸늘하게 식었다. 유일하게 안도한 사실은,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구분선을 짓는 것이 아닌 나도. 미츠하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규칙을 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빠른 손짓이 핸드폰 화면을 가로지르자 잠시 후, 조악한 메모장 화면위로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그럴듯한 합의문이 완성됐다.
1. 오쿠데라 선배나 신타가 스킨십을 할 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기.
2. 괜한 허풍 없이 있는 그대로 말하기, 단, 확실하지 않는 것은 알아도 말하지 말 것!
3. 지하철의 일은 일절 발설하지 않는다.
“뭐? 세 번째 건 순전히 니가...” 타키가 말했다.
미츠하가 살벌한 눈짓으로 닥치라는 입모양을 내자, 타키가 장난스럽게 양 손바닥을 번쩍 들어올렸다. 인정한다! 피곤한 와중에도 치기어린 눈빛만큼은 그 빛을 잃지 않았다.
타키가 조용해지자, 미츠하는 핸드폰 메모를 타키의 전송화면으로 보냈다. 전송 메시지가 완료창을 띄우자, 미츠하는 타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좋아, 보람찬 도쿄 라이프를 위해 서로 잘해보자아아아악!!!”
악수를 하려는 듯이 내민 팔이 절규하듯 오그라들었다.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미츠하의 등 뒤로 튼실한 덩치가 손을 뻗어왔다. 덩치에 알맞은 팔뚝이 기습적으로 가슴팍을 감자 미츠하의 새된 비명이 골목길을 메아리처럼 가로질렀다.
"이여어! 타키 꿍ㅡ! 히히히, 그래, 꿀좀 빨고 게쇼ㅡ?"
진짜배기 상소리가 확성기를 튼 것마냥 바로 귀 앞에 생생하게 들렸다. 타키의 말투보다 더 경박하고 속사포처럼 빠르면서도, 바리톤처럼 중후한 목소리와 치기 어린 말투를 오가는 품위없는 입담과 상소리.
츠카사와 타키의 둘도 없는 친구.ㅡ불알친구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남자애들은 참 경박해!ㅡ 타카기 신타가 시바견 처럼 장난스러운 몸짓으로 껴안은 채 미츠하를 놔주지 않았다.
갑작스런 재회에 어쩔 줄 모르는 타키는 신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이 눈길을 돌렸다.
미츠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허리를 피며,ㅡ선명한 팔뚝의 핏줄들이 서로 사투를 벌이는 듯, 누르락푸르락 했다.ㅡ 신타 몰래 타키를 향해 눈썹을 연달아 찡그렸다.
타키는 여전히 아무말도 못한채 가만히 서 있었다. 합의문 때문일까, 예상치 못한 재회 때문일까, 불현듯 터진 상황앞에 타키는 어찌 해야 할 줄 몰랐다. 미츠하가 답답한 듯이 타키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리며 어깨를 꽈악 꼬집자, 타키는 이제야 생각난 듯이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 전 타키 군...”
신타가 타키의 동행인을 향해 처음으로 눈을 돌렸다. 신타의 장난기 가득한 입이 떡 벌어지더니 오히려, 타키의 등짝을 북치듯 신명나게 후려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미츠하는 신타의 장단에 맞춰 새어나오는 비명소리를 참기 위해 고운 입술을 깨물고 있어야 했다.
"으갸아악ㅡ!"
"타키, 요 분은 또 누구시냐? 설마...아, 아악! 아, 앗! 타임타임타임! 선배! 악, 악!"
짐짝처럼 끌려가는 신타가 손모양으로 스톱을 연발했다. 은식기 처럼 매끄러운 손가락이 신타의 구렛나룻에 걸려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실례야! 타카기!"
미츠하는 앞에 선 여자를 믿어지지 않는 다는 듯이 바라봤다. 두근두근 거릴 정도로 아찔한 향기가 덮쳐왔다. 자신이 뿌린 체리노버따윈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고고한 분위기와 성숙미. 땀이 말라붙은 머리칼.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와이셔츠 자락. 완벽한 S라인을 그대로 드러낸 매혹적인 실크 베스트(Vest.)와 검은 통바지. 손짓 아래로, 빨간 케이크 상자가 유혹하듯이 흔들리자, 미츠하는 약속을 만든지 채 1분도 안되, 오쿠데라의 상냥한 눈빛에 빠졌다.
쿵쾅거리는 고동과 함께 의지에 방심한 듯, 한쪽 구석에 피가 흥건히 쏠렸다. 미츠하는 깜짝놀라 저도 모르게 펑퍼짐한 츄리닝 상체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며 인사했다. 시작부터 대 핀치였다.
오쿠데라는 미츠하를 향해 간단한 인사를 한 후에, 타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타키가 얼떨결에 목례를 하자, 활짝 핀 수더분한 붉은 입술에 당혹스런 표정이 피어났다. 오쿠데라는 가볍게 눈인사를 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 친구분은...”
심호흡을 하던 타키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머리칼을 뒤로 넘기려 했지만, 미츠하가 빈틈없이 꽁꽁 싸맨 헤어스타일은 틈 사이로 삐져나온 한 가닥 조차 잡히지 않았다. 주먹을 꽉 쥐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타키를 보던 미츠하는 동경하는 선배 앞에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주길 바랐다. 하지만.
“타키 군을 응원하러 왔어요~!”
뜬금없는 하이톤이 튀어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미츠하에게로 쏠렸다. 미츠하는 자신의 일처럼 타키를 사정없이 노려보았지만, 타키는 벌게진 두 손을 황급히 뻗어 오쿠데라와 반 강제로 악수까지 한 상황이었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다.
오쿠데라는 놀란 눈짓을 하고 있었지만, 다행이도 별 의심없이 타키를 따듯하게 맞이해주었다.
“하하... 안녕하세요. 전, 오쿠데라 미키라고 해요. 편하게, 오쿠데라 라고 불러줘요. 친구 분은...?”
“미야미즈! 미야미즈 미츠하 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선배!”
선배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자, 미츠하의 표정이 더욱 암울해졌다. 타키는 황급히 입을 가리며 어쩔 줄 모르는 눈짓을 보냈지만, 미츠하는 짐짓 모른척 하는 듯이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너 나한테는 꼭 말해줘야 된다, 타키. 저기, 타키?”
어깨동무를 하던 신타가 우뚝 멈춘 어깨를 잡아보채며 말했다.
“아, 응. 나중에. 꼭. 기억해둬야지.”
핸드폰 화면 위를 노니는 손가락에 맞춰 곱상한 얼굴에 쩌적 금이 가는듯 했다.
***
오후 10시 20분.
무려, 여섯 사람이나 되는 대 인원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면 모두들 시끌벅적하게 노가리를 까거나, 재미난 자기소개 시간을 가져도 될 인원이지만. 갑작스런 손님앞에 모두 각자 찾아온 이유를 잊은듯이 케이크 상자를 망연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무언갈 인식하고 쳐다본다는 것이 아니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지하철 안에 건너편 유리창에 비춰진 자신을 보며 망상에 빠져있다가 문득, 건너편 승객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때 생기는 어색함이 두려운 이유였다.
한편, 요츠하 만이 전전긍긍하며 빨간 상자 안을 살피기 위해 힐끔거리고 있었는데. 상자 손잡이 안의 비닐로 언뜻 보이는 생크림 딸기에 안달이 난 듯이 입을 비죽 내밀며 우는 소리를 냈다.
"나 배고파 언니." 요츠하가 말했다.
미츠하를 향해 한 말이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손가락 하나 뻗을 엄두를 내질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요츠하가 직접 케이크 상자로 손을 뻗자, 조용히 지켜보던 츠카사가 운을 떼었다.
"당 떨어지던 참에 잘됐네요. 선배. 케익 좀 먹고 시작할까요." 츠카사가 말했다.
그러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어. 응. 그럴까? 따위의 말을 내뱉으며, 각자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깔 비닐장판부터 해서, 종이컵 셋팅. 기어이 상석에 앉은 요츠하와 떠밀린 듯이 앉게 된 미츠하를 제외하고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참의 소란법석이 끝난 후에야, 요츠하는 상자 안의 정체를 혀의 맛봉우리로 직접 핥짝일 수 있었다. 행복에 겨운 듯이 몸을 바르르 떨리자, 티라미수 위에 얹어진 딸기가 포크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므아아쒸이이써어어어!”
“끄흑...읍, 읍.. 도쿄에 오길...잘했어...” 요츠하가 말했다.
“자 여기, 우유. 체할라 천천히 먹어도 돼.” 오쿠데라가 말했다.
“츠카사 씨, 그거 안먹을라면 내가 먹어도 돼죠?” 요츠하가 물었다.
결국, 츠카사가 반쯤 먹은 티라미수 조각까지 해서 찻 쟁반만한 티라미수를 벌써 3조각 째 해치운 요츠하를 바라보며, 모두들 신기하게 지켜보았다. 물론, 미츠하만이 애꿎은 포크를 쭉쭉 빨면서 안절부절하게 앉아있었다. 다름 아닌, 오쿠데라와 신타가 두 사람을 심문하려는 듯이 편안한 상석에 두 사람을 앉혀놓았기 때문이다. 불모지처럼 말라버린 분위기에 미츠하는 숨만 쉬고 있어도 이목을 쓸어담았다. 요츠하만이 개의치 않고 그릇의 마지막 딸기조각 하나까지 입에 쓸어담고 있었다.
츠카사의 경우에는 눈치가 있고, 또 조용히 묵인해준 뉘앙스가 있지만, 오쿠데라나 신타가 본격적인 심문을 시작하자 조용히 묵인해버렸다. 치켜올린 안경 알에 미츠하가 비춰졌고, 곧 모든 시선이 새로 온 손님들에게로 향했다. 그리하여, 타키는 의도치 않게 미츠하의 얼굴에 손을 댈 메스를 쥔 셈이었다.
잠시 후, 스핑크스처럼 굳건히 앉아있던 오쿠데라가 앞발을 내밀듯이 우아한 눈빛을 타키에게 던졌다.
“미츠하 씨는 어디서 오셨어요?” 오쿠데라가 말했다.
타키는 자신에게 들어온 선질문에 핵심문제를 노트에 받아적은 것처럼 펜팔이라는 답이 즉각 떠올랐다. 펜팔친구가 어디에 사는지 정도는 서로 알고 있어도 무방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은근슬쩍 미츠하를 살폈지만, 미츠하도 야속하다는 듯이 낯빛이 굳은채 가만히 있었다.
"아, 네. 저, 저는 히다 시의 이토모리란 마을에서 왔어요. 무...무핫, 하, 학생이랍니다! 에흠! 헤! 헤헤!"
아하! 무녀란 말을 기어이 할 뻔한 타키를 보자 미츠하의 고운 앞니가 조용히 입술에 부딪혔다.
"어머! 잘 됐다! 히다 시라면 근처에 아는 전시회도 있는데!"
“히다, 히, 히다 시는 산도 좋고, 물도 좋고, 깨끗한 시골동네죠! 이토모리라는 마을도 거기에 있는데. 거, 거기가, 그렇게 기깔나고, 경치도 좋답니다!”
이토모리 사는 사람들이 타키의 말을 들었으면, 관광거리가 그것밖에 없겠냐고 성을 냈을 것이다. 낙후된 시골마을보단 차라리 히다시로 나가는 것이 나으리라. 미츠하는 자신의 이미지가 점점 촌동네 보다 더 황량한 무언가로 변해가는 걸 듣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미츠하의 속이 타는 줄 모르는 타키의 말은 점점 지그재그로 달리기 시작했다.
“저기, 남자친구 있어요?” 신타가 말했다.
“헤. 헤헤, 그냥 친구들은 있죠! 토박이 친구들만 모여사는 동네라 여그가... 그리 물좋은 녀석은 없네요!”
말을 저딴 식으로 하다니! 미츠하가 급하게 숨을 몰아쉬며, 이를 앙 다물었다.
"아아, 그런가요? 언제 한번 찾아가봐야 겠네요.” 오쿠데라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네, 이토모리에도 한번 꼭 와주셔요!” 타키가 말했다.
개소리가 점점 심화과정을 밟기 시작하자, 미츠하는 애가 타는지 주먹으로 허벅지를 탕탕 두들겼다. 이목이 잠깐 쏠리자, 미츠하는 무릎앉은 자세를 고쳐잡으며 바지자락을 매만졌다.
"그, 오쿠데라 선배! 막차 시간 안 늦으셨어요?" 미츠하가 말했다.
"막차시간 12시까진데. 우리 일찍 보내고 뭘 하실라고~ 타키?" 신타가 말했다.
시골과는 달리 도쿄는 막차시간이 12시 까지라는 사실을 몰랐던 미츠하다. 타키를 두둔하는 미츠하를 향해 대번에 이목이 쏠리자, 미츠하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타키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 그야 당빠... 대, 대대, 댄스연습이지 임마~! 대애애앤스 연습ㅡ! 내가, 다, 달리 할게 뭐가 있겠냐고!"
미츠하가 타키의 말투를 제법 따라하며 춤 추는 동작을 흉내냈다. 미츠하의 말에, 둔해빠진 타키도 제법 맞장구다운 맞장구를 치며, 미츠하를 두둔했다.
신타와 츠카사는 미츠하를 바라보며, 반쯤 썩은 표정을 지었다.
“쟤, 오늘 뭐 잘못 처먹었냐. 츠카사?” 신타가 작게 속삭였다.
“오늘, 타키 그 날이잖아. 신타.” 츠카사가 말했다.
“아, 그렇네. 인정.” 신타가 말했다.
한편, 미츠하의 말을 들은 오쿠데라가 잠시 턱을 괴었다. 붉은 입술에 양손 검지손가락이 가지런히 얹혀지자, 무언가 생각난듯 고개를 번뜩 들었다.
"음, 참! 맞다. 너희 오늘 프로모션 찍어야 하잖니?" 오쿠데라가 말했다.
"프, 프로... 맞아요! 그거! 고거고거!" 미츠하가 말했다.
미츠하로선 처음 듣는 이야기다. 하지만, 옆에 앉아있던 츠카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나 주섬주섬 기다란 스탠드를 가져왔다. 조악하지만, 뭔가 섬세한 기구란 걸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구식 캠코더에 불길한 빨간빛이 안정적으로 뿜어나오자 미츠하는 악몽을 떠올린 듯 몸을 떨었다.
"옷 갈아입고 와. 타키. 안무 영상 찍어야지." 츠카사가 말했다.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끔찍한 결과 앞에 미츠하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
그 때,
“잠깐, 잠깐. 타키 군.” 타키가 말했다.
"같이 도와줄게." 타키가 말했다.
“음, 저기 앉아서 쉬셔도 됩니다요..” 신타가 말했다.
“아, 아뇨! 이 녀석이 좀... 컨디션이 오늘 안좋다네요, 제가 도울수 있어요,” 타키가 말했다.
타키는 미츠하를 낚아채듯 일으키며 말했다. 그대로 등을 돌려 음향실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는 타키의 등엔 큼지막한 배낭이 들려있었고, 이 연습실에서 유일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밀실은 바로 앞이었다.
타키의 행동에 의아한 듯이 모두들 벙찐 표정을 지었지만, 타키는 미츠하를 끌고 와 기어이 음향실 문까지 닫고 말았다.
긴장감에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다. 방음실 안은 우주처럼 조용했고, 녹음 기구들이 고급 레스토랑처럼 복잡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문은 방음처리 된 단단한 강판이 달려있었고, 모난 조약돌 모양의 방음판에 기도가 짓눌린듯 했다. 사람의 손길하나 닿지 않은 미세먼지 속에 미츠하의 눈살이 일그러졌다. 사람들 앞에 춤을 추는 건 마르고 닳도록 각오했던 일이지만, 예기치 못한 무대 앞에 미츠하는 긴장감에 두 다리가 달달 떨리고 있었다.
“어쩔려고 타치바나 군?” 미츠하가 말했다.
“오늘 꼭 찍어야 돼, 이판사판이야! 것보다 나 입을 것 좀 골라주라 미츠하. 제일 세련된 녀석으로.” 타키가 말했다.
자신이 이토모리에서 들고 온 배낭이 바닥에 거꾸로 뒤집히자, 여러 옷들과 세면도구 검은 봉다리가 와르륵 쏟아졌다. 어느새 음향실 바닥엔 아나바다 장터처럼 잡다한 물건들이 정렬됐다.
가방 안에는 미츠하가 집에서도 입지 않은 아껴둔 옷들이 잔뜩 있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해 단 한번도 입지 않은 신상 티셔츠와 골반 핏이 맞지않아 좌절해버린 청바지도 보였다. 그 외 외출용 복장들도 담겨있었는데, 평소에는 눈길하나 주지않던 옷들이었다. 그리고, 한 켠엔 익숙한 체육복 바지와 검은 바지도 들어 있었다. 검은 바지를 보자 미츠하는 신음을 내며 구석 한켠으로 밀어버렸다. 타키가 내 방을 두더지 땅굴마냥 헤쳐놓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타키는 한참을 고르다가, 낯익은 체육복 바지를 선택했다. 빨갛고 긴 신축성이 좋은 활동복이었다. 타키가 구석에 놓인 검은 바지에도 손을 대려하자 미츠하가 잽싸게 낚아챘다.
집이나 학교에서 입을게 아닌, 방 안에서 운동할 때 (또, 최근에는 춤 연습 할때에도.) 몰래몰래 입던 옷이었던 것이다.
“저게 더 편해보이는데.” 타키가 말했다.
“꿈도 꾸지마!”
“그러게... 누가 요가팬츠 같은 걸 입고 다니래?” 타키가 말했다.
“시, 시끄러! 저 옷에 손대면 죽여버릴거야!” 미츠하가 말했다.
옥신각신하는 와중에도 미츠하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잠시 후, 한 무더기의 옷들이 타키의 품에 들어왔다. 벌크업을 한 헬스트레이너가 입어도 어깨너비가 충분히 남을 헐렁한 노란색 티셔츠와 붉은색 동계 체육복 바지. 코디로선 백점의 빵점인 옷들이지만, 노출의 위험성은 굉장히 낮고 신축성이 뛰어난 옷들이었다.
다행이도, 음향실의 후미진 칸에는 한 사람정도는 충분히 가릴 정도로 크고 넓은 커튼 칸이 보였다. 타키가 커튼을 촥 치자 미츠하가 말했다.
“동영상 찍는거 중요한 거야?” 미츠하가 상의를 벗어던지며 말했다.
“응. 그거 매일같이 찍어대던 거거든. 심사위원들이 영상도 보고 판단하댄다.”
“그 전에 찍던 걸 내면 되잖아.”
거침없던 타키가 처음으로 주저했다. 커튼 너머로의 움직임이 멈추자 타키가 말했다.
“음... 그게...그냥, 맘에 안들었어.... 지금, 나가도 되지? 미츠하?”
미츠하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타키가 커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선을 드러낼 정도로 넓은 티셔츠에는 옷장에 묵힌지 오래된 걸 증명하듯, 오래된 나프탈렌이 풀풀 풍겼다.(이 옷은 바로 버려야겠다고 생각한 미츠하였다.) 그리고, 이토모리에서나 입던 익숙한 빨간 체육복 아래로 우스꽝스러운 동물 실내화가 더하자 미츠하는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흠, 흠! 웃지말고! 너, 춤은 어디까지 출 줄 알아? 연습은 좀 해두고..”
“전부.”
“전부?”
미츠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타키는 뒤통수를 얻어맞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했지. 놀고만 있진 않았다고.”
자세히 살펴보니, 깔끔하게 갈아입은 츄리닝 뒤로 고된 연습의 흔적이 엿보였다. 송곳같던 머리카락은 물기를 머금자 날카로움을 잃은 강아지풀처럼 축 쳐졌다. 눈가에 진한 다크서클이 그을려있었고, 피곤에 찌든 자신의 눈빛을 보자 타키는 무언갈 결심한 듯이 문 손잡이를 잡으려는 듯이 뻗은 두 손을 뒷머리로 가져갔다.
머리를 긁적이려던 타키가 갑자기 낑낑거리며 다른 한 손을 뒷머리에 포개자, 미츠하는 그제야 타키가 머리모양을 풀어버리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뭐하는 거야! 갑자기.."
“아, 야야! 미안한데... 요것좀... ”
갑작스레 머리를 풀어버리려는 타키를 본 미츠하는 힐난받은 기분이 들었다. 타키는 개의치 않고 꼬물거리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묵묵히 풀려 했고, 결국 미츠하가 직접 가세한 이후에야 원래의 생머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참을 불평하던 타키가 씨익 웃으며 한 손에 잡힌 머릿결을 가다듬자, 포니테일이 잡혔다. 타키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가채처럼 두 손으로 틀어잡은 뒷머리를 부여잡은채 주변을 휙휙 살폈다.
“잠깐만, 있어봐 타치바나 군.”
미츠하는 자신의 손에 들린 붉은 매듭실을 잊지 않았다. 유려한 손길이 타키의 뒷덜미에 닿자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둘은 다시 요쓰야 역의 어두운 화장실 안에 다시 갖혀 있었다.
“웃지말고.”
“계속 생각나는걸 어떻해.”
잠시 후, 타키의 포니테일의 꽁지에 붉고 선명한 매듭실이 달렸다. 서너바퀴를 두른 매듭실이 정갈하게 고정되어 있었고, 그 위에 붉은 호접(胡蝶)이 앉아있었다. 거울에 비춰진 타키가 연신 머리를 흔들어대자, 찰랑찰랑한 포니테일이 좌우로 춤을 추며 생기가 돋아났다.
“역시, 이 머리가 편해.”
싱글벙글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뜯어보는 타키를 지켜보던 미츠하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머리는 갑자기 왜?”
“머리가 꽉 조이면 일이 자알....안 풀리거든.., 또, 이게 더 너 다워 보이고...”
“... 보기좋아. 미츠하.”
심호흡을 한 것이 무색하게 미츠하는 얼굴이 새빨게졌다.
“나, 나가자! 타치바나 군. 사람들 기다릴라.”
“정말, 연습 안해도 되겠어?”
연습이란 말에 미츠하가 눈썹을 찡그리며 타키를 쳐다보았다. 괜찮다고 말하려는 듯이 미츠하가 용감하게 손잡이를 매만졌지만, 작은 떨림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가창 파트만... 좀... 숨 차. 그 부분은” 미츠하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타키가 문 손잡이에 손을 얹자, 여리고 굳센 손길이 다시 한번 닿았다.
“스텝이야.” 타키가 말했다.
“스텝?”
“호흡을 할 때 동작에서 무리하게 벗어나지마.”
‘잊지마.’ 짧게 강조하던 타키는 망설임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
강렬한 환호성이 들리는 듯 하면서도, 만인이 야유를 퍼붓는 듯했다. 적막한 무대 속에 하카바를 입은 한 쌍의 무녀들이 춤을 추던 그 때와는 분명 달랐지. 그 때보다 더더욱 조용하면서도 적막한 분위기에 미츠하는 소란스러운 심장박동소리를 고스란히 몸에 맡기며 허파가 달달달 떨리며 힙겹게 숨을 쏟아냈다.
문 밖을 나서자 츠카사와 신타가 뜨겁게 휘파람을 불렀다. 박수를 짝짝 치며 자신의 언니의 모습을 핸드폰에 담는 요츠하의 모습도 보인다. 오쿠데라가 캠코더 앞에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조촐한 관객. 겨우 4명뿐이었지만, 뜨겁게 달굴 준비가 된 대형 스피커와 어지러운 케이블 선이 미츠하의 가슴을 고통스럽게 후벼팠다.
허리에 팔을 올리며 조용히 묵념하던 타키가 고개를 들자, 오쿠데라가 스탠드에 꽂혀있는 캠코더를 건들였다.
[달칵ㅡ!]
“시, 시작하는 거야?” 미츠하가 말했다.
“음악이 나오면, 편하게. 늘 하던대로 해봐. 미츠하.” 타키가 말했다.
타키의 말엔 여유가 넘치다 못해 주체할 수 없는 오라가 뿜어져나왔다. 무대위에 선 타키의 모습이 거울에 비춰진 빛에 가려지자, 미츠하는 눈을 찌르는 통증을 무시하며 둔탁한 인트로에 마음을 맡겼다.
마음이 여전히, 모든 것이 울렁거렸다.
인트로가 시작되자, 미츠하는 천천히 손가락을 튕기며 녹아내리듯한 발걸음을 옮겼다.
[Michael Jackson - Beat it.]
[They told him, "Don't you ever come around here.]
그들은 그에게 말했어 "다시 여기 얼씬도 하지마
[Don't want to see your face, you better disappear."]
네 얼굴 꼴 보기도 싫으니까 어서 사라지는게 좋을걸"
[The fire's in their eyes and their words are really clear]
그들의 눈에서는 불꽃이 이글거리고, 그 말은 너무나 분명했지
[So beat it, just beat it]
그러니 달아나, 그냥 달아나!
[You better run, you better do what you can]
뛰어서 갈 수 있을때 가는게 좋을거야
[Don't wanna see no blood, don't be a macho man]
피를 보려 하지마 넌 센척 허세부리는 남자가 아니잖아
[You wanna be tough, better do what you can]
터프한 척 하고 싶겠지만 네가 할 수 있는걸 해
[So beat it, but you wanna be bad]
그러니까 달아나. 하지만 넌 멋져보이길 원하겠지
[Chorus]
Just beat it, beat it, beat it, beat it
그냥 달아나! 달아나!
No one wants to be defeated
누구도 지고 싶어하지 않아
Showin' how funky strong is your fight
네가 얼마나 강하고 잘 싸우는지 보여주고 싶겠지만
It doesn't matter who's wrong or right
누가 옳고 틀린지 따윈 별로 중요하지 않아
Just beat it, beat it [4x]
그냥 달아나! 달아나라고
[They're out to get you, better leave while you can]
그들은 널 잡으러 나갔어. 될 수 있으면 도망치는게 좋을걸
[Don't wanna be a boy, you wanna be a man]
어린애처럼 보이긴 싫고 남자가 되고 싶겠지
[You wanna stay alive, better do what you can]
(하지만) 살고싶다면 네가 할 수 있는걸 해
[So beat it, just beat it]
그러니 달아나! 그냥 달아나!
[You have to show them that you're really not scared]
네가 겁먹지 않았다는걸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겠지
[You're playin' with your life, this ain't no truth or dare]
그건 니 인생을 걸고 도박하는거야 이건 진실이나 용기도 아니라고
[They'll kick you, then they beat you, then they'll tell you it's fair]
그들은 널 걷어차고 두들겨 패고선 넌 그래도 싸다고 욕할거야
[So beat it, but you wanna be bad]
그러니 달아나. 하지만 넌 멋져보이길 원하겠지
[Chorus 2x]
Just beat it, beat it, beat it, beat it
그냥 달아나! 달아나라고
No one wants to be defeated
누구도 지고 싶어하지 않아
Showin' how funky strong is your fight
네가 얼마나 강하고 잘 싸우는지 보여주고 싶겠지만
It doesn't matter who's wrong or right
누가 옳고 틀린지 따윈 별로 중요하지 않아
Just beat it, beat it [4x]
그냥 달아나! 달아나라고
[Beat it, beat it, beat it, beat it]
달아나! 달아나! 달아나! 달아나
[No one wants to be defeated]
누구도 지고 싶어하지 않아
[Showin' how funky strong is your fight]
네가 얼마나 강하고 잘 싸우는지 보여주고 싶겠지만
[It doesn't matter who's wrong or right]
누가 옳고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아
***
강렬한 후렴구.
미츠하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비처럼 쏟아졌다. 숨이 차지도, 고르지도 않았다. 뜨거운 열기에 맥박은 미지근하게 식은 듯 했다. 자신이 무얼 하는 지도 모르는 채 있는 힘껏 열을 뿜던 자신이 멀쩡히 서있다 것 조차 이상함이 없었다. 몸이 공중으로 부유하는 감각과 함께, 당장이라도 벽을 뚫고 내동댕이 쳐질 듯한 아찔한 감각에 온 신경을 곤두 세울 뿐이다.
타키의 몸을 한 내가 웃고 있었고, 나를 닮은 타키도 같이 웃고 있었다.
[Beat it, beat it, beat it, beat it]
달아나! 달아나! 달아나! 달아나
[No one wants to be defeated]
누구도 지고 싶어하지 않아
[Showin' how funky strong is your fight]
네가 얼마나 강하고 잘 싸우는지 보여주고 싶겠지만
[It doesn't matter who's wrong or right]
누가 옳고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아
***
음악이 멎었다.
가쁘게 몰아쉬는 심장소리에 나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고막이 압력에 터져버릴 듯이 부풀어 오르는 듯 했고, 격한 운동뒤에 찾아온 따듯한 온기만이 햇살처럼 온 몸을 감쌌다.
“오늘, 정말 잘했어. 미츠하.” 말은 없었지만, 타키는 내 어깨를 연신 두들기며 칭찬했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의자에 앉아 츠카사와 신타가 캠코더 화면을 연신 확인하며 탄성을 지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목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이 기름을 부은 것 처럼 부드러웠다. 흘러내리게 냅두라, 모든 게 좋으니까. 나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이들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아냈다.
이들이, 내 인생의 첫 관객이자, 증인인 셈이었다.
***
거울 벽에 기대선 타키가 페트병을 병째로 들이마시자 쩍 하고 찌그러진 투명한 표면이 두 손에 구겨졌다. 발꿈치를 매만지던 타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미츠하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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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17000자 넘어가네요. 짤릴 각이네 ㅠㅠ
분할 및 수정은 이따 새벽에 하겠슴다.
차후 낮과 밤 편 에필로그 편은 빠르게 아주 짤막한 단편으로 올라올 듯 싶네요.
몸바뀌느라 수고한 두 커플의 하루를 끝내는 이야기로 진행될 겁니다.
춤춤춤 1부도 고비도 다다음 파트면 슬슬 끝날듯 합니다.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ㅓㅜㅑ 퍄퍄
와우... 좋습니다. 잘 읽었어요. 다만 한 가지만 지적하자면 '만인' 이란 단어 자체가 '모든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에 '만인의 사람들'이라 함은 필요하지 않은 중복 표현이 됩니다. 참고해주세요.
으ㅡ억... 빨리 수정해야겟네요 ㄷㄷ 지적 감사드립니다 ㅎㅎ
개꿀잼!
많은 성원 감사드립니다 ㅠㅠ 다음편은 애필로그로 빨리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20000.
크.... 드디어 ㅠㅠㅠ 진짜 재밌게 봤는데 마지막 춤추는 장면 인상깊게 봤네여
아쉽습니다 벌써 끝이라는게
호오 - dc App
날 - dc App
아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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