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후기에도 비슷한 내용이 적혀 있는데 처음에는 이런 팬픽류 글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음. 영화가 끝난 뒤에 아쉬움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건 원작 안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영화로부터 얻은 무언가의 느낌을 더빙판과 블루레이 발매일까지 간직하기에는 그 사이의 간격이 너무나 길어 뭔가 중간에 소위 뽕을 채우는 컨텐츠가 필요했고, 그 때 마침 별마을 단행본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 구매하게 됨. 쓸데없이 길게 이런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아마도 '별마을' 감상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서임.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아시다시피 '별마을'은 혜성 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세상에서 동갑내기인 타키와 미츠하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소설임.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원작에서 별마을의 세계로 넘어가는 도입부에서 두 사람이 3년 차이를 극복하고 동갑내기 상태로 재회한 장면. IF물에 통용되는 규칙을 잘 모르겠지만, 2016년에 살고 있는 타키와 2013년에 살고 있는 타키가 어떤 식으로 시간의 엇갈림을 극복하고 같은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지에 대한 세부 설정과 그에 대한 묘사가 미흡하지 않았나 싶음. 처음에는 원작처럼 뭔가 반전 요소가 있어서 나중에 갈등 해결의 장치로 쓰이는가 싶었는데 그런 게 아니라면 두 사람이 만나기 전에 적당히 무스비적 장치를 넣던가 아니면 3주 전에 중학생 타키를 만나러 갔다는 설정을 빼는 것이 개연성 측면에서 필요했다고 생각함.
그 이후는 알콩달콩한 연애담이 옴니버스 느낌으로 펼쳐지는데 이에 대해서는 많은 독자들이 공감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작가의 서문에서도 나와있듯이 '별마을'은 원작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타키와 미츠하의 애틋한 후일담을 그린 작품이고, 일반적인 소설에 요구되는 적절한 긴장감 유지를 위한 갈등 장치가 굳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작가의 관점에 나도 동의함. 그러니까 '난데모나이야'의 가사에 나오는 '스코시다케'에 대응하는 그 감정을 구체적인 사건으로 풀어나가고 그것을 끝까지 유지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함. 다만 작중에 사용된 소재를 보면 전체적으로 알콩달콩한 분위기로 편중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원작 영화의 전반부에서 묘사되는 티격태격한 느낌을 좀 더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듬.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미츠하의 심리인데, '별마을'에서 묘사되는 미츠하를 보면 알콩달콩한 서사에 묻혀 원작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입체적이지 못하고 평면적인 캐릭터가 되지 않았나 싶음.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토시키에게 타키를 소개하는 대목.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별마을'이 추구하는 가치는 동갑내기인 두 소년소녀의 사랑스러운 청춘 이야기이고, 굳이 미츠하의 모든 면을 보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듬. 원작 영화를 떠올려보면 이토모리 마을의 시스템에 지친 미야미즈가의 장녀로서 미츠하나 타키와 몸이 바뀌는 현상에 적응해가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는 미츠하, 무스비적 이끌림에 따라 도쿄에 상경해서 중딩타키를 만난 후의 미츠하, 재해 이후 타키의 기억이 스며든 미츠하, 스파클 이후 소중한 기억을 잃고 성장한 미츠하, 그리고 마지막 어른 미츠하까지 각각의 심리 상태가 미묘하게 다름. '별마을'에서 미츠하는 원작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겪고 성장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에 '별마을'의 설정과 추구하는 바와는 정말 묘하게 잘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음. 솔직히 말하면 약간 불만인 점도 있긴 하지만 이건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보는 관점이 사람마다 다르니까. 여담으로 타키 심리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우리 사랑스러운 갤주님이 웃거나 우는데 충성충성해야지.
별의 내리지 않는 마을. 부정적 의미의 보조 용언이 들어간 제목과 원작에서의 비극적 재해가 일어나지 않는 긍정적 IF물 세계관 사이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함은 소설 외적으로 특별하게 다가왔는데, 독자인 내가 이야기 속 인물에 감정이입하기 보다는 마치 초속 5cm에서 타카키가 아카리와 둘이 같이 있는 행복한 공간을 투사하는 것처럼 원작에서 어른이 된 미츠하와 타키가 행복하게 지내는 두 동갑내기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는 느낌을 받음. 그래서인지 인슐린의 달달함보다는 안타까운 감정이 더 강하게 들더라.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읽혔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좋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네.
끝으로 가장 좋았던 대목을 하나만 뽑자면 단풍을 쓸면서 제설이야기 하는 장면. 영화에서 눈이 내리는 육교에서 엇갈리는 장면과 둘이 같이 눈이 치우는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다시 소설로 돌아와 가을의 풍경이 행복하게 둘을 따듯하게 맞이하면서 둘을 치유해주는 느낌을 받아 읽으면서 행복했음.
그냥 재미로 가볍게 보시고 넘겨주시면 좋겠고,
간단하게 요약하면 읽으면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가는 그런 느낌을 받아서 좋았습니다.
총머 이것도 번역해야되네 ㅋㅋㅋㅋ
곧 핫산이 침 흘리는 디시콘이 올라올 게시글입니다
와 본격적이시네...
정성스러운 감상 감사합니다. 번역해서 작가님께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의 답장 역시 번역해서 갤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퍄
덧붙여 역자로 개인적인 감상을 쓰자면, 사실 처음 번역할 때 시간의 엇갈림에 대한 부연설명이 없어서 잘못 읽은거 아닌가 헤멨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도 if물에 대해서는 별로 읽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소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결국 읽다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이 소설의 의의는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라는 부분이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좋은 부분이 되더군요.
원작처럼 드라마틱한 맛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갈등요소도 없고... 그나마 수험생활 때에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겟지만 그나마도 상당 부분이 건너뛰고 있지요. 그래도 마지막 편에서 계절적 감각이 제시되는 부분에서 굉장히 안심하고 두근거릴 수 잇었다는 것 역시 핫산한 입장에서의 소감입니다. 번역해서 작가님께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ㄴ 졸필인 감상문을 번역해주신다니 제가 오히려 감사드려야죠. 늦은 시각에 이렇게 보시고 댓글을 다실 줄을 몰랐는데 아무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