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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는 118쪽, 영화로는 오쿠데라랑 타키가 데이트하고 헤어지는 시점부터 시작하는 내용입니다.

분석가들의 분석글들 읽고, ost의 가사들 참고하고, 다른 영화들에서 소스 조금씩 긁어다가 써봅니다.

어나더 엔딩이기에 기본 골자는 원작을 따라가나 인물관계나 성격, 고증에 관해선 조금씩 양념을 쳤습니다. 이점 양해 부탁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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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끄럽고 머쓱하게 웃으며 우리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옆에서 피식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릴 때 마다 눈 마주치기 부끄러워 고개를 다시 돌려버렸다. 그래도 깍지 낀 손을 놓지는 않았다.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녀 손에 땀이 찼지만, 우리들은 그걸 개의치 않았다. 마침내 서로에게 닿았기에 떨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간지러운 분위기에서 우리는 서로의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서로가 느끼는 서로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대한 이야기. 그러다가 문뜩 그녀는 내가 선물한 목걸이가 궁금했나보다.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만지며 내게 그 이유를 물었다.


“왜 하고 많은 것 중에 별 목걸이야?”


그 말에 조금 난감하게 웃어보였다. 그러자 미츠하는 내 웃음이 미심쩍은지 눈가에 힘을 주고 나를 쳐다봤다. 으음...


“뭔데? 말해주기 어려워?”


볼 한쪽 빵빵하게 바람을 넣는 모습 때문에 입가에 웃음이 걸린다. 그렇지만... 어떻게 얘기해야 될까. 난 하늘을 힐끔 훔쳐보았다. 별 목걸이를 선물한 이유는 지금 우리 머리위에서 타고 있는 혜성 때문이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볼 때 마다 빛 무리를 뿌리며 타오르는 혜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그러나 저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혜성이 설마 미츠하를 죽음으로 몰아간 재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내가 우물쭈물 말을 못하니 미츠하는 조금 재미없는지 툴툴거렸다. 그 모습에 조금 마음 어딘가가 켕겨와 끝내 실토했다.


“...뭐야 그런 거였어?”


내 멋쩍은 대답에 미츠하는 얼굴을 조금 붉히며 웃고 있었다. 음.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아줘서 다행이야.


“아까 너한테 오늘 고백하려 했다고 했잖아.”


잠시 안도하는 사이에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나도 왠지 모르게 네가 저 별처럼 느껴졌어. 아름답다... 라기 보단 따뜻하고 포근하고 새롭게 느껴졌거든.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비잖아? 근데 내 소원은 벌써 이뤄 진거 같아. 그게 조금 힘든 길이었지만.”


그녀의 갑작스런 고백에 이번엔 내가 얼굴이 붉어질 차례였다. 배시시 웃는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보기가 어려워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뭐가 재밌는지 쿡쿡 웃으며 팔꿈치로 나를 콕콕 찔러왔다.


“에이~ 부끄러워? 에잇. 에잇. 타키는 생각보다 부끄러움 많이 타는구나?”


네. 부끄럽습니다. 가슴 언저리가 간질간질해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싫지 않았다. 간지러운 이 분위기가 마냥 따스하게 느껴졌다.


“아참, 그런데 갑자기 –군을 왜 뺀 거야?”


아까부터 –군을 빼고 부르는 것이 조금 궁금했다. 처음 서로를 인지한 순간부터 우리는 이름으로 불러 왔는데, 미츠하는 꼬박꼬박 나에게 –군을 붙여가며 불렀다. 갑자기 그 호칭이 빠지게 된 것이 조금 궁금했다.


내 물음에 미츠하는 장난을 그만두고 잠시 고민하더니 쑥스럽게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남자친군데 –군 이라고 붙이면 멀게 느껴지잖아. 그래서 뺐어. ...싫어?”


조금 불안해하면서 치켜뜬 눈이 귀엽다. 갑자기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시작한다. 나는 새빨갛게 오르는 얼굴을 돌리고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런 내 모습을 미츠하 자신도 부끄러웠는지 나를 다시금 콕콕 찌르며 웃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걸어가는 이 거리가 곧 있을 재난과 어울리지 않게 참으로 다정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고 우리는 가져가야할 짐들을 챙기기로 했다. 우선 미츠하의 방으로 올라가 가방을 꺼낸 다음에 적당히 물건들을 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미츠하는 가족들의 물건을 가지러 가겠다며 안방으로 내려갔고 나는 그녀의 방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할 것도 없는데 그녀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찾아봐야겠다. 근데 필요한 게 뭘까?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것 같아 주위를 조심스레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까 전에도 잠깐 올라왔었지만 그때는 너무 피곤하고 힘들고 조금 부끄럽기도 해서 이 방에 대해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나름 꼼꼼하게 방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등골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들었다. 여자 방에 처음 들어왔다. 그것도 연인의 방을.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치더니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그녀의 물건에 아직 손댄 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마치 도둑질을 하러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어째 있어선 안 될 곳에 있는 기분인데..!


물건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은 저만치 날아가고 머쓱함에 뒷목을 주물렀다.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는 와중에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는 책상 위의 노트다.


그 노트는 일기장인 모양이다. 날짜가 적혀있고 이것저것 이모티콘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노트를 들어 파라락 넘겨보았다. 몸이 뒤바뀌기 이 후부터 적혀 있는 것 같았다. 날짜가 그날 이후였기 때문이다. 


으음..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까. 연인의 일기가 궁금했다. 우리가 바뀐 이후가 주로 쓰여 있는 걸 보니 나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있다. 하지만 몰래 읽자니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나를 어떻게 생각 했는지, 우리의 그 인연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했다. 주위를 살펴보았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그녀의 일기장 첫 페이지를 열어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아기자기한 글자체로 적혀있는 활자를 읽어 나갔다.


아니, 읽으려고 했다.


“미안 오래 기다렸... 히익!”


계단을 리드리컬하게 밟으며 미츠하는 방으로 뛰어 올라왔다. 나는 그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깜짝 놀라 노트를 움켜쥔 채로 굳어버렸다. 어정쩡한 자세로 노트를 쥔 상태에서 눈을 마주치니 그녀는 한순간 의아해 했다. 그러더니 내 손에 들린 그녀의 노트를 보고는 사태를 파악했는지 얼굴이 점점 익어갔다. 으으...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더니..!


“뭘 보고 있는 거야!”


성큼성큼 걸어온다. 또 정강이 차이는 건 아니겠지?!


“아, 그, 저기..!”


쿵쿵 소리를 내며 내 눈앞에 선 미츠하는 내 손에 쥐어진 노트를 뺏으며 등 뒤로 숨겼다.


“바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발로 차며 방에서 내쫒았다. 나는 차인 정강이를 매만지며 끙끙 거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으으.. 괜한 호기심을 부려가지고..


아래에 내려가니 더플백 주위에 이것저것 물건들이 나열되어있었다. 나는 그 주위에 주저앉아 그 물건들을 가방 안에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이 꺼내두니 그렇게 시간이 걸리지.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할 즘 돼서 그녀가 여기 있는 더플백 보다는 작은 가방을 옆으로 매며 내려왔다. 그녀는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눈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바보.”


으음, 할 말이 없다.


“잘못했어...”


올려다보며 손을 삭삭 비볐다. 팔짱 낀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가 단단히 났구만.. 어떡하지


“...바보”


아까보단 작게 중얼거리더니 내 옆에 앉으며 남은 짐을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죄가 있기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힐끔 거릴 수밖에 없었다.


“왜 그렇게 급해, 이 바보야.”


눈치 보여 힐끔거리는데 그녀가 고개를 홱 돌리며 가까이 붙어온다. 눈앞에 미츠하의 얼굴만 보인다.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잘못한 죄가 있어서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가끔 네 주변 사람들이 너보고 급한 애라고 했는데, 이해가 간다.”


구박이 이어진다. 으음... 내가 그렇게 조금 급한 성격이긴 한데.. 이 성격 때문에 여러모로 고생하는구나. 반성하자.


반성의 의미를 담아 정좌를 한 채로 그녀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그러더니 미츠하는 한숨을 작게 폭 쉬더니


“...그 일기, 아직 다 못 썼어. 절대 보여줄 생각 없지만!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들의 이야기 담을 장소니까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마. 급한 남자는 싫어.”


정말 반성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미안..”


침울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자니 그녀가 내 콧등을 손끝으로 살짝 튕겼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약간 난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알았으면 됐어. 바보. 멍청이!”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니 화가 가라앉은 모양이다.


하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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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감추지 못해 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려던 피의자에게 따끔하게 혼을 내고 우리는 마저 짐을 챙겼다. 중간 중간 가져올 물건들을 챙기러 방으로 들어갔다 나오면 타키는 남은 자리에서 묵묵히 물건들을 가방 안에 담아줬다. 음... 효과가 조금 심한 것 같기도 한데?


준비가 거의 일단락되고 우리는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거실에서 쉬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가져온 차가운 보리차를 컵에 따르며 목을 축이고 있었다. 타키에게 부탁해도 되지만 이 집의 마지막 손님에게 그런 잔심부름 까지 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까 진짜 타키가 이 집의 마지막 손님이구나.


차를 홀짝이며 거실을 두리번거리는 타키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손님이 우리를 구할 영웅이라니, 조금 로맨틱 한데? 그렇지만 저렇게 두리번거리는 것이 그런 감성을 조금 깬다. 삐죽거리는 머리로 여기저기 고개를 휙휙 돌리는 것이 마치 고슴도치 같아 귀엽기도 하지만.


“응? 왜 그래?”


내 시선을 느꼈는지 눈이 마주쳤다. 귀엽다고 생각할 무렵에 눈이 마주친지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 음... 조금 부끄러운데.


“아참, 타키. 엄마한테 인사드리지 않을래?”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며 타키에게 제안했다. 어색하게 웃고 있어 얼굴이 살짝 화끈거리지만 이정도면 티 나지 않을 거야. ...안 나겠지?


“아주머니? 응. 그러자.”


내 얼굴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타키는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에 있는 엄마가 모셔져 있는 위패로 그를 안내했다. 자리에 앉으며 향을 피웠다. 나와 타키는 합장을 하며 잠시 돌아가신 엄마를 기렸다.


이 인사도... 지금이 마지막이겠지. 아까 내 주변을 훑고 지나가신 것 같이 느껴졌지만 이렇게 인사를 드리니 아까와 달리 기분이 착잡하다. 왠지 엄마가 있을 장소가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 든다.


합장을 끝내고 타키를 보니 약간 당황했다. 뭔가 생각하는지 한참을 위패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지한 눈이기에 섣불리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음.”


작은 신음을 내며 타키는 뒷목을 주물렀다. 뭐 때문에 그런 거지?


“음? 왜 그래?”


“아, 음... 갑자기 진지하게 불단을 쳐다봐서. 조금 놀랐거든.”


옆머리를 꼬며 시선을 살짝 피했다. 왠지 눈을 마주치기 부끄럽다. 왜지? 얼굴이 조금 뜨거워지는 거 같은데?


“아아... 음.. 아까 네가 그랬잖아. 엄마가 옆에 있어주는 것 같다고. 맞는지 모르겠는데 합장하는 동안에 뭔가 포근한 감이 느껴졌어. 아주머니가 아닐까 싶었지. 나한테 너를 부탁한다는 말을 하신 것 같아.”


아무 표정 변화 없이 잘도 그런 부끄러운 말을 하는 구나. 부끄러움 많은 성격이라고 생각한 거 철회 해야겠다. 이 남자, 가끔 너무 뻔뻔해진다. 내가 다 부끄럽잖아!


“아.. 응.”


뭐라 답하기 부끄러워 약간 앓는 소리를 내버렸다. 으으... 바보!


“아참, 근데 타키. 집엔 어떻게 돌아갈 거야? 그.. 지금 타키 기준으로는 과거로 온 거잖아.”


민망함을 깨부수기 위해 머릿속을 맴돌던 의문을 꺼냈다. 기적을 통해 내게 다가와준 남자. 우리가 사는 시간은 다르다. 그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 말해놓고 보니 조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음.. 괜히 물어 본 걸까?


내 질문에 타키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별것 아니라는 것 마냥 너털웃음을 보였다.


“집? 괜찮을 거야. 일단 혜성에 집중할래. 너를 구하는 게 최우선이니까. 안 되면 다시 쿠치카미자케 마시면 되지 않을... 악!”


그걸 또 마셔!? 이 바보야! 변태야! 나는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리는 말을 하는 그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이 변태야! 그거 마시지 마!


“야! 야! 아파! 그만! 아파!”


“그걸 또 마실 생각을 하냐! 그게 어떤 건지 알면서!? 이 바보! 멍청이! 변태!”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그만! 아파아아아아!”


그러면서 얌전히 맞아주고 있다. 너 노리고 한 거지? 진짜 변태 아니야?



엄마 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우리는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미야미즈가의 물건이지만 내가 전부 들고 가기엔 조금 벅차서 큰 짐은 타키에게 맡겼다. 그는 별것 아니라면서 가방을 크로스로 어깨에 걸쳤다. 아, 그러고 보니 타키 가방 찾아줘야 하는데... 이따가 텟시에게 전화 해야겠다.


빠트린 짐이 있나 잠시 점검을 하고 집을 나왔다. 길을 따라 내려가기 전에 뒷산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잘 가라고 인사하는 것처럼.


발걸음을 옮기다 말고 집을 바라봤다. 미야미즈라고 적혀있는 현판, 가족들과 함께 뛰놀던 마당. 다신 못 볼 추억의 장소라 생각하니 기분이 심란하다. 가능하면 타오르는 혜성이 아무 탈 없이 지나쳐주길 바라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


엄마가 돌아가시고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다. 손에 닿을 듯 말 듯, 마음 한구석이 심란하다. 발걸음이 채 떨어지지 않아 주저할 즘, 타키가 내 손을 잡아줬다.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보니 그는 쓰게 웃고 있었다.


“...마음 내킬 때 까지 같이 있어줄게. 괜찮으니까.”


심란함이 조금씩 진정된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조금 귀찮다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조금만 억지 부리고 싶다.


“...응. 고마워.”


그의 어깨에 기댔다. 산에서 바람이 내려온다. 귓가를 어루만지는 듯이 부드럽고 다정하게 우리를 지나쳐 나갔다.


안녕. 내 추억.




집 옆에 신사에서 한참 축제가 시작된 모양이다.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 하다. 가족과 연인들이 모여 노점에서 먹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곧 있으면 재난이 일어날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이곳은 평화롭고 즐거움이 가득했다.


“하늘에 별도 잘 보이고. 나름 운치 있는 축제 장소구나. 여긴.”


환하게 웃으며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타키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는 조금 안타깝게 느끼는지 얼굴에 그늘이 졌다. 내가 추억과 작별을 고하던 것처럼 그도 이곳의 무언가와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 또한 아직 어딘가 묵직한 감정이 들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그의 손을 꼭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늘에 걸린 혜성은 아름다우면서도 야속했다.


말없이 축제 장소를 지켜보던 우리는 인파를 가로질러 걷기위해 발을 옮겼다. 그러나 그 걸음은 몇 걸음을 가지 못했다.


-띵띠딩 띵띵. 띵띠딩 띵띵


내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 요란스러운 전화벨이 울리니 우리 둘 다 당황해 버렸다.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보니 화면이 텟시를 표기했다. 그러고 보니 타키의 가방 때문에 전화하려고 했었는데 마침 잘 됐네.


나는 타키에게 양해를 구하고 텟시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미츠하. 어떻게 됐어? 아저씨는 설득했어?”


아참. 아까 설득한 결과를 안 알려줬구나.


“응. 설득했어. 이따가 혜성이 갈라지기 시작하면 대피훈련 명목 하에 학교로 피난지시를 내릴 거야.”


-“...용케도 설득했네. 할머니가 도와주신거야?”


“응. 할머니랑... 엄마가 조금 도와주신 거 같아.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응? 아주머니? 음... 알았어. 그런데 혜성이 갈라진 이후라면 조금... 아니다.”


그러더니 전화 넘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를 정리하는 모양이다.


“텟시?”


-“아, 미안. 뭘 좀 준비하고 있었어. 그럼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대피한다는 소리지? 그거 소방서에도 연락 닿은 걸까?”


“어... 글쎄? 거기까진 잘 모르겠어. 그냥 아빠가 알아서 하신다고만 했지 내용은 잘 몰라. 그게 왜?”


-“음.. 아니야. 고마워. ...저기 아까 그 남자, 아직 같이 있어?”


전화 넘어 주저하듯이 타키를 찾는다. 왜지? 나는 옆에서 축제 장소를 보고 있는 남자친구를 힐끔 곁눈질 했다. 아직 무언가와 작별 인사를 하는 모양이다. 그런 그에게 소리가 닿지 않게 조심하며 다시 전화에 집중했다.


“응. 옆에 있어. 왜? 아참, 텟시. 가방은 어떻게 했어?”


-“응? 아아, 가방은 내가 가지고 있어. 이따가 돌려주러 갈 거야. 걱정 마. 으음.. 그래, 같이 있구나. 알았어.”


“텟시? 텟시?”


텟시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뭐야 왜이래? 무슨 일 있나?


“왜 그래?”


“어? 음.. 텟시 전환데 뭔지 잘 모르겠어. 가방은 이따가 돌려주러 온다고 하네.”


갑작스럽게 끊어진 전화를 노려보고 있자니 타키가 의아했나보다. 나는 별것 아니겠지 라며 생각하고 휴대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도 어딘가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 이 녀석 무슨 일 저지르는 건 아니겠지?


-띵띠딩 띵띵. 띵띠딩 띵띵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자마자 다시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이익, 또 뭔데! 심술이 나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거칠게 꺼냈다. 내 행동에 타키는 마른 웃음을 하하 지었다.


“응? 사야카?”


발신자 정보를 보니 사야카다. 무슨 일이지? 텟시랑 함께 있던 거 아니었나?


“여보세요?”


-“미츠하! 너 지금 어디 있어!”


전화 건너 목소리가 조금 급하다. 무슨 일이지?


“여기 집이야. 지금 짐 챙겨서 센터로 가려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텟시가 보이지 않아! 아까부터 전화하는데 받지 않고 있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겠지?!”


텟시가 전화를 안 받는다니? 방금까지 전화 했는데?


“무슨 소리야. 방금까지 나랑 전화 했는데?”


-“응? 전화가 됐다고? 나랑은 안 되던데? 혹시 텟시가 무슨 말 했어?”


“어... 설득은 했는지, 어떻게 대피할 건지. 이런 거 물어왔어. 아, 그리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집에 있는 거 아닐까? 짐 챙기고 있을지도 몰라.”


-“집에... 알았어. 고마워 미츠하. 그럼 이따가 보자.”


사야카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왜 이 바보들은 지들 말만 하고 전화를 뚝뚝 끊어버리는 거야. 살짝 화가나 전화를 조금 노려봤다. 하지만 괜한 힘만 빼는 것 같아 한숨을 쉬며 어깨를 늘어트렸다. 하아...


“...여러모로 바쁘네.”


쓴 웃음을 지으며 타키는 내 손을 다시 잡아주었다. 나는 매고 있던 내 가방을 고쳐 매며 그의 손을 다잡았다. 음, 아까의 전화 덕분에 가슴속에 쌓이던 애잔함이 가셨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조금 분간이 안가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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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사람 정말 많네. 멀리서 보던 거랑은 조금 다르구나.”


축제가 한창인 신사를 가로지른다. 돌계단을 통해내려가면 센터로 가는 길이 단축된다고 미츠하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어서 걷기가 조금 불편했다. 이 지역 사람들 뿐 아니라 옆 마을의 사람들까지 와서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사의 주차장에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축제 때 사람들이 많긴 했는데, 오늘은 유달리 많네. 아마 혜성 구경하려는 이유도 있는 거 같아. 이 마을은 산분지 위의 마을이라 하늘이 뻥 뚫려 있거든.”


축제를 주간하는 신사의 무녀가 하는 말이니 틀림없겠지. 미츠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하긴, 이토모리의 하늘은 시원하게 열려있어 바라보면 예의 그 혜성이 잘 보이니 오늘 같은 날에 사람이 모일 법 하다.


“사람이 너무 많다.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자.”


깍지 낀 손을 단단히 잡았다. 아직 저녁시간 때라 사람들이 노점에서 이것저것 먹고 있어 내려가는 길 쪽은 아주 조금이지만 사람이 드물었다. 그렇다 해도 뛰어 노는 아이들 때문에 조금 위험한 감이 있었지만.


미츠하의 손을 꼭 잡고 어떻게 계단 중턱에 있는 도리이까지 내려왔다. 도리이 옆에 작게 길이 나 있어 우리는 거기서 조금 쉬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멀미가 날 지경이다.


“와, 사람이 너무 많다. 오늘 같은 날에 행사가 없는 게 정말 다행이야. 곤욕을 치를 뻔 했네.”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평소 신사생활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되새김질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추억으로 간직해야 하는지 조금 애달픈 미소로 차츰 바뀌어 갔다.


인파를 뚫는 동안 사람에게 치어 우리들은 몸이 살짝 달아올라 땀이 났다. 특히 그녀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나는 윗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권했다. 히다의 10월 밤은 쌀쌀하기 때문에 땀이 맺혀있는 상태로 식으면 감기 걸리기 딱 좋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오늘은 만전이 최선이다.


그녀는 내 손수건을 받아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숨을 돌리며 잠시 쉬고 있는데 호숫가에서 찬바람이 불어와 신사를 향해 뻗어갔다. 그리 강한 바람은 아니었으나 땀이 송골송골 맺힌 우리들의 체온을 일시적으로 가져갈 법한 정도다. 미츠하는 순간 몸이 차졌는지 어깨를 움츠렸다. 등산복을 입고 있는 나와 달리 그녀는 교복이다. 찬바람에 무방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바람을 막을 생각으로 미츠하의 앞을 가리듯이 섰다. 순간이나마 바람막이가 생겨서 그런지 그녀는 움츠리던 어깨를 조금 폈다. 그러더니 그녀는 작게 웃으며 팔꿈치로 나를 툭툭 쳤다.


“으흠~? 벌써부터 나 지켜주려고?”


그 말에 일순 당황했다.


“아, 음.. 으..”


딱히 할 말은 없고, 뭔가 인정하자니 부끄럽다. 별수 없이 툴툴거렸다.


그러더니 미츠하는 킥킥 웃으면서


“에~ 또 부끄러워하는 구나? 생각보다 재밌는데?”


라며 나를 더 놀려왔다. 으으 그만해!


“나 원... 이렇게 장난칠 때가 아니잖아.”


쿡쿡 찔러대는 통에 마주 잡던 손에 조금 힘을 넣어 잡았다. 그러더니 그녀는 내 힘에 이끌려 나에게 살짝 안겨왔다.


“에이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래도 뭐, 덕분에 여유도 좀 생겼어. 고마워.”


응?


“지금은 네가 내 옆에 있어서 괜찮지만, 조금 무섭기도 한 걸. 저 별.”


쪽빛 하늘에 수놓듯 뻗어나가는 혜성을 바라봤다. 아까보다 더욱 선명하게 타오르며 검은 하늘을 쪽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일대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는 저 별은 곧 있으면 이곳에 떨어진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그 장면을 알고 있는 건 미츠하 뿐이다. 아름다움은 멀리 있기에 느껴지는 감성이지, 눈앞에서 일어나면 그때부턴 공포만이 남는다. 그녀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선명하게 타오를수록 조금 무서워. 그래도 처음보다는 괜찮아.”


말과는 다르게 손끝에서 잔 떨림이 느껴진다. 더불어 조금 차가워진 느낌이다.


나는 그녀를 조금 껴안았다. 신사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조금 놀라는 눈빛을 보내며 위로 올라갔다. 내게 안긴 미츠하도 놀랐는지 눈이 토끼눈이 되었다.


“이...! 바보야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


“겁먹을 필요 없어. 괜찮아. 지켜줄게. 앞으로의 이야기도 써 내려가야지. 네 일기는 계속 이어질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허언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다. 나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지키지 못하면 본말전도다. 기적까지 일어났는데 여기서 실패한다? 말도 안 된다. 반드시 구할 거야. 품안에서 살짝 버둥거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츰 얌전해지더니 가만히 내게 기대왔다.


“...듬직해서 좋네. 하지만 그 일기는 보여줄 생각 없으니까 꿈 깨셔.”


쳇. 아쉽다.


“어? 너 지금 혀 찼지?”


그녀는 눈웃음 지으며 나를 추문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쓰다듬으면서 딴청을 부렸다.


“하여간...”


웃으면서 내게 떨어졌다.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녀를 놔줬다. 우리는 다시 하늘에 걸린 혜성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괜찮아. 오히려 저 별을 잘 봐두자. 내게 있어서 저 별은 그저 예쁜 혜성이었을 뿐이었어.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아. 우리를 이어준 고리라고 생각해.”


다시 눈을 마주쳤다. 살짝 웃음을 머금은 그녀는 조금 낯 간지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


“그러니까 꼭 구할 거야.”


나에게 하는 말, 그녀에게 하는 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어쩔 수 없다며 뭣도 모르는 무언가에 질질 끌려 다니고 싶지 않다. 바라는 바야. 최선을 다해 발버둥 칠게.


미츠하는 내 말을 음미하듯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꼬리가 살짝 반짝였지만 못 본 척 했다.


“그래. 꼭 구해줘. 함께 발버둥치자. 사랑해 타키.”


....거기서 그렇게 얘기하면 조금 부끄러운데. 나는 갑작스러운 사랑고백에 순간 얼어버렸다. 하지만 싫은 소리가 아니기에 이내 얼굴이 풀어져 버렸다.


“에이, 너무 얼굴에 티 난다. 하하”


내 반응이 재밌었는지 큭큭 거리며 웃고 있다. 너 나 놀리는 거지? 기껏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어? 삐친 거야? 삐친 거야? 아하하하하.”


멋쩍은 나머지 뒷목을 주물렀다. 그런 날 보더니 미츠하는 아까보다 조금 더 크게 웃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우리를 쳐다보며 길을 지나치고 있었다. 


부끄러우니까 그만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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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에게 장난을 친 후, 우리는 계단에서 내려와 주민 센터로 다시금 발길을 옮겼다. 좋은 구경거리인 혜성과 함께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그들이 지나쳐온 방향을 역행했다. 가끔 날 알아보시는 말을 어른들이 찾아와 인사를 해주셨다. 나는 웃으며 그분들에게 인사했고, 옆에 있는 그는 조금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재밌네. 더 놀려먹고 싶은데?


살짝 못된 생각을 가지며 길을 내려갔다. 사람들이 조금 한적해지는 장소에서 아무 말 없이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길을 걸었다. 평소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던 소리가 오늘따라 맑고 즐겁게 들려온다. 그러나 그 소리는 내 주머니에서 퍼지는 소리에게 묻혀버렸다. 휴대폰을 꺼내보니 사야카였다. 텟시를 찾은 걸까?


-“미츠하! 텟시한테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예상과는 다르게 다시금 텟시를 찾는 전화였다. 그녀는 숨을 크게 헐떡이며 급하게 텟시를 찾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텟시 집으로 가봤는데 텟시가 가방 한가득 뭘 담아서 어디론가 갔어! 잡으려고 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서 도중에 놓쳐버렸고!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 혹시 뭐 아는 거 없어!?”


텟시가? 뭐야 그 바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뜻밖의 얘기에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왜 그래 미츠하. 텟시에게 무슨 일 생긴 거야?”


옆에서 내 전화를 기다려 주던 타키도 얘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걸 느꼈는지 텟시의 안부를 걱정한다. 그러나 사야카도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몰라 나에게 전화한 상태다. 어쩌지? 그 바보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잘 모르겠어. 텟시가 집에서 뭔가를 챙겨서 어디론가 갔데. 곧 있으면 혜성이 갈라지기 시작할 텐데 얘는 어딜 간 거야!”


전화 건너편에서 넘어온 불안감과 함께 친구가 걱정됐다. 내 목소리에도 불안과 초조, 짜증이  섞여 나왔다.


-“그럼 잘 모르는 모양이구나. 알았어. 지금 텟시가 전화를 안 받아. 난 텟시를 좀 더 찾아 볼 테니까 혹시 그쪽에서 발견하거나 연락이 닿으면 이쪽으로 연락 줘. 부탁할게.”


사야카는 자신의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상당히 다급한 모양이다. 이 바보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야카도 무시하고 달려 나간거야?


“텟시.. 대체 무슨 일이야.”


꺼진 화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소꿉친구의 뜻밖의 행동에 걱정이 앞섰다. 옆에 있는 타키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휴대폰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그 녀석 실없는 소릴 가끔 해도 헛짓 하는 녀석이 아니잖아. 그리고 곧 있으면 혜성이 갈라질 거야. 먼저 대피 장소로 가 있을 수도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말자.”


안심시키려는 듯 괜찮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쩐지 희망사항으로 들린다. 텟시는 가끔 실없는 소리를 할 때가 있지만 허투루 행동 한 적은 없다. 만약 대피 장소로 이동하는 거였으면 사야카를 데리고 갔겠지. 그렇지 않았기에 사야카가 텟시를 찾고 있으며, 떠나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불안감에 휩싸여 내게 급하게 전화를 한 걸 테다. 전화 넘어 그녀의 목소리는 오토바이를 탄 텟시를 한참 쫒아 달렸는지 숨이 차올라 힘들어 했다.


“그래도.. 잘 모르겠어. 무슨 일 없으면 좋을 텐데...”


그녀석의 성격이 눈에 훤히 보이기에 걱정이 앞섰다. 어디 가서 대형사고 치는 게 아닐까? 아니야. 아무리 그녀석이라고 해도 이 상황에 그렇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그 순간. 불꽃놀이가 터지는 듯한 폭음이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잠들어 있던 산새들이 놀라 하늘로 비상했다. 쪽빛 하늘에 난데없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펑! 퍼펑! 펑!


몇 개 일지 모르는 파열음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우리는 당황해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봤다. 신사가 있는 뒷산에서 검은 연기가 굵고 크게 뻗어 나고 있었다. 그때 신사 뒤편에서 다시금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축제 장소에서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뭐야!”


난데없는 폭발로 인해 사태파악이 전혀 되질 않았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웨에에에에에에에엥!


네 번 정도의 폭발음이 터지고 나니 귀청을 찢는 폭력적인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놀라 굳은 몸이 움찔 움직이더니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그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이토모리 주민 센터에서 안내말씀 드립니다. 현 시각 19시 42분. 산에서 정체불명의 폭음이 터졌습니다. 현재 인원을 보내 원인을 파악 중입니다. 화제의 위험이 있으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이토모리 고등학교로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산에서...


예기치 않은 폭발이 터지면서 주민 센터는 사람들을 예정보다 조금 일찍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센터로 향하는 길을 틀어 학교로 방향을 고쳤다. 폭발로 인해 다리가 덜덜 떨렸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겨웠다. 타키는 그런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더니 신사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하나같이 매우 놀란 듯이 얼굴이 허옇게 질려 있었다. 사카가미 지구에 있는 소방대원들이 소방차를 이끌고 신사로 달려가고 있었다. 제발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신사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차를 가지고 온 다른 마을 사람들은 급히 자동차를 몰아 마을을 나가기 시작했다. 뻥 뚫린 하늘 아래, 마을 사람들은 풀어놓은 물고기들 마냥 날뛰고 있었다. 


-우르릉! 콰르릉!


폭발음과 다른,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파열음이 들려왔다. 산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산사태다!”


대피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조금 더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의 손을 꼭 잡고 울먹이고 있었다. 신사로 향하던 소방차는 방향을 고쳤는지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둘러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혹 가족과 떨어진 일행이 있습니까?”


선두에 있는 조사차량의 확성기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불안한 얼굴로 서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 흩어진 사람들은 없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흩어지진 않았나봐. 다행이다...”


“그러게. 축제 초기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잘 모여 있었나봐.”


우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신사에서 관리인을 맡고 있는 아저씨가 소방차로 달려갔다.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내려왔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신사에서 내려왔고, 남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산사태로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으니 인솔 부탁드립니다.”


관리인 아저씨의 말을 끝으로 소방대원 몇몇이 내려와 고령의 주민들을 태워 보냈다. 그분들은 거동이 불편하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남은 소방대원들은 혹시 모를 부상자를 위해 남았나보다. 허리춤에 작은 구급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저기 타키. 혹시 이 재해에 산사태나 폭발 같은 게 있었어?”


내가 봤던 그날과는 뭔가 많이 달라서 불안감이 느껴졌다. 혜성이 떨어지는 그 재해도 두려운데 폭발이라니.


“아니. 없었어. 자료를 전부 찾아봤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지간한 신문, 잡지, 소방재청에 있던 자료까지 읽었을 때 이런 일은 없었어.”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그도 당황했는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어... 별이 갈라져!”


대피하는 인파들 속에서 아이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을 바라보니 밝게 빛나는 혜성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나왔다.


“...시작됐어.”


폭발의 여파가 아닌 다른 이유로 우리는 숨을 죽였다. 별이 갈라지기 시작했어.


대피하던 사람들은 잠시 넋을 놓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답게 갈라지는 그 궤적은 우리의 마음을 순간 뺏어가기 충분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때, 다시금 산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우직-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놀란 사람들은 짧은 비명을 지르며 다시 대피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말없이 손을 꼭 잡으며 나아갔다. 부디 모두가 무사하기를. 모두 함께 내일을 볼 수 있기를. 떨리는 손끝을 그에게 맡기며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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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장소인 학교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피를 끝낸 모양이다. 학교 철망에 기대어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맞은편에서 검은 연기가 몽실몽실 올라오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갈라져 내리는 혜성에 마음을 빼앗긴 모양이었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할머니와 요츠하를 찾기 위함이다. 인파를 이리저리 뚫으며 다니는데 학교 건물에 불이 들어와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내밀며 학교 내부를 들여다보니 할머니와 요츠하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쉬고 있었다. 고령의 노인들을 안정시키기 위함인가 보다.


우리는 학교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요츠하가 미츠하에게 달려들며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요츠하를 밀어두지 않고 받아두는 미츠하는 확실히 언니인 모양이다. 할머니는 살포시 웃고만 계셨다.


“우리가 없는 사이에 여러모로 도와주었구먼. 고맙네.”


할머니는 내게 다가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별일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너무 그렇게 부담스러워 하지 말게나. 호호.”


호호 웃는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우리의 짐을 받아주셨다. 요츠하는 언니에게 그만 응석부리고 할머니를 도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츠하. 너도 친구들의 안부를 확인해 보거라. 아까 보니까 테시가와라 집안의 장자가 안 보인다는 얘기가 있더구나.”


텟시의 얘기가 우리는 깜짝 놀랐다. 이미 일찍 짐을 들고 대피소로 피난한 줄 알았던 텟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니! 우리는 사색이 되어 할머니와 요츠하를 두고 밖으로 뛰어 나왔다. 때마침 미츠하의 휴대폰이 울렸다. 사야카였다.


“여보세요!? 사야카! 지금 어디 있어!?”


아까와 정 반대로 이번엔 우리가 매우 초조했다. 이미 혜성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혜성이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아직 텟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오토바이까지 타고 나갔기에 빠르게 도착 할 텐데 아직 없다. 혹시 산사태에 휘말린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학교야? 그럼 우리가 밥 먹던 장소에서 만나자! 나도 지금 학교야!”


미츠하의 전화를 끝으로 우리는 서둘러 그 장소로 달려갔다. 그 멍청이,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그 장소로 모인 우리들은 텟시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사야카는 내 존재가 조금 거북한 모양이지만 그건 제쳐둔 모양이다. 텟시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사야카. 텟시네 집에 갔었지? 혹시 뭐 특이사항 같은 건 없었어?”


이맛살을 찌푸리며 팔짱을 낀 미츠하가 사야카에게 물었다. 사야카는 잠시 생각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지 앞머리를 매만졌다.


“...텟시네 집 창고가 열려있었어. 그 건축업에 쓰이는 물건이 가득한 창고 있잖아. 거기에 오토바이도 있으니까. 문단속 하지 않고 그냥 나가버린 것 같았어.”


“...거기에 뭐 달리 이상한 건 없었어?”


내 물음에 사야카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이내 의문을 지우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음.. 안쪽에 기자재가 조금 엉망이었던 것 외엔 없었어. 그런데 거긴 워낙 평소에도 조금 지저분한 감이 있어서. 그거 가지고 유추하긴 조금 힘들 것 같아.”


기자재.. 텟시네 집이 건축가 집안이란 건 알고 있다. 그럼 그녀석이 뭘 챙겨서 나갔을까. 아직 이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아까 미츠하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분명히 무언가를 챙겨서 나간 걸 텐데.


“..왜 그래? 뭐 생각나는 거 있어?”


미츠하와 사야카가 불안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미안. 아직 생각나는 게 없어.


“...모종의 사건으로 그녀석이 산사태나 폭발에 휘말렸을 가능성 외엔 떠오른 게 없어. 미안...”


내 대답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둘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둘은 조금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미 몇 번이나 걸었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도중에 끊기는 것이 아닌걸 보아 통신은 똑바로 가고 있는 모양이다. 반대로 그가 우리에게 전화한 건은 없었다.


“아, 나토리! 도련님 못 봤어?”


셋이서 끙끙 앓고 있는데 인파를 헤치고 어떤 형씨가 다가왔다. 사야카는 그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오즈미씨. 아뇨, 저희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 찾고 있는 중이에요.”


우오즈미라고 불린 형은 난감하다는 듯이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아, 정말 큰일이네. 혹시 도련님, 무슨 일 있었어?”


나와 미츠하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재차 질문을 던졌다. 사야카는 그에게 텟시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는 점, 무언가를 챙겨서 나갔다는 얘기를 전했다. 우오즈미씨는 조금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설마 도련님, 폭탄 가지고 나간 건 아니겠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였으나 우리 귀에 또렷이 들렸다. 폭탄을 듣고 사야카는 퍼뜩 떠오른 듯 손뼉을 마주쳤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텟시가 폭파작업 돕는다고 집하나 헤쳐 먹었다는 얘기를 했어. ...혹시 이 폭발...!?”


“아니, 그건 아닐 거야. 도련님은 건축사의 자제분이다. 폭탄의 위험성을 모를 사람이 아니야. 그런 위험한 짓 못하게 가르치는 게 우리 선배들의 몫이기도 하고. 괜찮을 거다.”


실언을 한 걸 느꼈는지 빠르게 물렀다. 그래도 사야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떨고 있었다.


“아무튼 우리도 찾아보마. 사장님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너희도 부탁할게.”


우오즈미씨는 그 말을 남기고 다시 사람들 틈바구니를 향해 달려갔다.


“어떡하지?! 그 바보, 폭탄 들고 나간 것 같아!”


우오즈미씨가 가고 사야카는 아까보다 더 떨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과는 달리 조금 확정적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왜 그래 사야카? 무슨 일인데?”


덜덜 떠는 사야카의 양 팔을 잡으며 미츠하가 진정시켰다. 사야카는 놀란 눈이 조금 진정됐는지 크게 심호흡 하고 말을 이었다.


“저 남자의 가방 안에 자료들을 읽은 후부터 그 녀석 표정이 변했단 말이야. 너랑 전화를 끊은 이후에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갔어. 난 그때 그 녀석을 놓쳤고. 난 학교에서 짐 챙겨서 나와야 했기에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그 이후로는 못 봤단 말이야.”


사야카는 조금 울먹이고 있었다.


“...설마!”


나는 인상을 쓰면서 미츠하의 휴대폰을 열었다. 전화기록부를 열고 전화가 온 시간을 확인했다.


“...이 바보, 진짜 폭탄가지고 올라갔을 지도 몰라! 시간이 엇비슷하게 맞아!”


나는 전화 온 시간과 그가 오토바이를 타고 움직이는 시간들을 짜 맞추기 시작했다.


마지막 전화를 끊은 후에 그가 오토바이를 타고 뒷산으로 올라가 폭탄을 땅에 묻는다. 그녀석의 운동신경과 작업 능률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바보, 아까 전화 끊을 때 소방서 얘기 꺼냈어!”


미츠하가 기억났다는 듯이 외쳤다. 아무래도 진짜 텟시가 사고를 친 모양이다.


“그럼 지금 연락이 안 되는 게 폭발에 휘말려서 그런 거야?”


그것까진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무슨 사단이 났을 게 뻔하다.


우리는 사람들의 눈을 살금살금 피하며 학교를 나갔다. 나는 오른쪽으로, 미츠하와 사야카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며 텟시를 찾으러 나갔다. 나 혼자 단독 행동을 하기 엔 외지인이지 않느냐는 사야카의 말을 미츠하가 일축 시켰다. 믿을 수 있다면서.


그렇게 우리는 사고 친 텟시를 찾으러 야밤을 질주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얼마나 될까. 곧 있으면 별이 떨어질 텐데. 텟시, 제발 무사히만 있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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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