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2013년의 소녀 미츠하.

2016년의 소년 타키.

두 사람이 육교에서 카타와레도키로 만났다면?



【RE: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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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2013년의 미츠하.

2016년의 타키.

두 사람은 이대로 끊어질까.




  모든 이야기를 들은 미츠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자신의 죽음 또한 운명.

  그렇다는 건, 지금 내가 이 마을로 돌아온 것도 운명이라는 소리일까? 내가 내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 마을로 돌아왔다고? 그게 정말로 내 운명일까?

  미츠하 자신에게는 두 가지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하나. 다시 만나자고 한 약속.

  또 하나. 이대로 받아들여야 할 죽음.

  살아야 하는 운명과 죽어야 하는 운명.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실이 충돌했다. 어느 한 쪽을 이루고자 하면 다른 한 쪽은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 살면서도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할머니. 혹시, 어렸을 때…….”

  오랜 고민 끝에, 미츠하는 할머니에게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지금 말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오늘 죽을 거라면 속 시원하게 전부 털어놓아야 여한이 없겠지.

  “……누구와 몸이 바뀌는 꿈을 꾸신 적 있으셨어요?”

  “몸이 바뀌어?”

  “네. 예를 들면 또래 남자아이 정도?” 

 손녀딸의 엉뚱한 질문에, 히토하는 자신의 안경을 오른손으로 ‘달칵’ 소리가 나도록 추켜올렸다. 미츠하는 그 모습을 보고서는 괜히 질문했다고 생각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정말 허무맹랑한 질문─

  “요즘 들어 꿈을 자주 꾸지?”

  ……어?

  “요즘 들어 너를 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나더구나. 나도 네 나이 때에 신비로운 꿈을 꾸곤 했지. 여기와는 다른 동네에 있는 남자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꿈이었단다. 참 이상한 꿈이었어.”

  “할머니도요?”

  할머니의 입에서 미츠하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쓸쓸함이 묻어나오는 답변이 나오고 있었다. 

  “나 뿐만이 아니란다. 내 어머니에게도, 그리고 네 어머니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어머니도요?!”

  미츠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기 자신은 그렇다고 쳐도, 할머니와 어머니까지 이런 경험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곧, 미츠하 본인이 몰랐던 미야미즈 집안의 숨겨진 내력.

  “그런데 어느새 잊어버리고 말았어.”

  “잊어버렸다고요?”

  “일어나고 나면 기억이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을 뿐이었지.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그 꿈을 꾸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어. 지금 기억나는 거라고는 그저 꿈을 꾸었다는 것. 그 뿐이란다. 아무리 특별하더라도, 꿈이라는 건 깨어나면 결국 잊어버리게 되고 마니까.”

  “그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완전히 잊어버리게 된다고? 그럼, 나 역시 이대로 살아갔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잊었을 거라는 얘기잖아? 설령 혜성이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나는 결국 언젠가 그 사람을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고 살았을 지도 모른다.

  어라. 잠깐만. 

  “할머니 말씀대로라면, 잊어버렸어도 그 꿈과 계속 이어져 있는 거 아니에요? 한 번 끊어졌다고 해서 완전히 끝이 아니라면서요.”

  “어머.”

  할머니는 이 열성적인 수강생 소녀의 말에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구나. 그래. 맞아. 그런 거였어.”

  소녀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혼자서 수긍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꼬. 어쩌면 나도 네 엄마도, 끊어지지 않은 꿈 속에서 살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구나.”

  할머니는 미츠하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다. 어느새 할머니 역시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그래. 네 말이 맞구나. 꿈이라는 것 역시 평소와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상식을 벗어난 인연을 맺는 것이나 다름없지.”

  꿈이 만들어내는 미지의 인연. 

  이 역시 무스비.

  “고맙구나. 미츠하. 네 덕분에 나도 고민 하나가 풀렸단다. 혹시라도 잊고 싶지 않은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소중히 하려무나.”

  할머니의 입에서, 그 깨달음에 대한 보답 같은 말이 미츠하에게 돌아왔다.


  자기 방으로 돌아온 미츠하는 다시금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할머니.”라는 감사인사를 하고 할머니의 방을 나서려는 순간, 할머니가 미츠하를 바라보며 남긴 마지막 말이 아주 인상 깊었던 탓이다.

  “그나저나, 너마저도 그런 꿈을 꾸고 있다고 하니 그 꿈에 무슨 의미가 있을런지도 모르겠구나.” 

  나지막이 중얼거린 할머니의 그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형식에 새겨진 의미는 언젠가 반드시 되살아난다.


  늘 실매듭을 만들거나 의식 행사를 할 때마다 할머니가 두 손녀에게 말해주던 충고 같은 조언. 아주 오래전에 할머니가 했던 그 조언과 방금 전의 말이 겹쳐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집안의 여자들 대대로 내려져 온 이 현상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만약 어떤 의미가 있다면, 우리 집안─미야미즈 집안의 여자들이 그 내력을 지켜온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우리가 그 육교에서, 또 전철에서 만난 데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우리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대로 아무 의미 없이 사라져버릴 허망한 행위는 더더욱 아니다. 

  끝으로, 내가 다시 이 마을로 되돌아온 것조차도 어떤 의미가 있음에 틀림없다.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기 마련이다.

  이유 없이 벌어지는 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모든 의미가 한 데 뭉쳐 소녀의 마음에 도달했다.

  이대로 내가 죽어버리면. 이대로 마을이 사라져버리면. 그 모든 의미 역시 덧없이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영원히 되살아날 일 또한 없어지고 만다.

  그 의미와 소녀가 만들어 낸 목소리가 몸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살고 싶어.

  살아있고 싶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이 세상에 함께 있고 싶어.

  그러니,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그럼 이제, 그 의미의 마지막 한 조각이 필요했다.

  나는 살아야 한다. 살아서 그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을을 버리고 도망갈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래! 그거였어!”

  마침내 미츠하는 답을 찾아냈다.

  ‘나만’ 도망갈 수 없으면 ‘모두가’ 도망가면 되잖아?

  이 마을에 혜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직까지는 나 혼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면 된다.

  내가 마을을 구하면 된다. 

  내가 그 혜성으로부터 마을사람들을 구해내면 된다. 

  이건 그러니까, 죽음의 운명에 대한 반역이라고나 할까? 아냐. 반역이라고 하니까 왠지 내가 악당인 거 같잖아. 멋대로 마을을 부수러 오는 혜성이 오히려 더 나쁜 쪽 아니야? 이건 지금 불의에 대항하는 거라고!

  ‘혁명?’

  그래! 혁명으로 하자. 이쪽이 더 멋있으니까. 거기에 마을을 지키기 위해 일어난 무녀라니. 정말 영화에서나 볼 법한, 마치 퇴마사 같은 모습이잖아! 


 「사악한 혜성으로부터 마을을 구해낸 고등학생 무녀 미야미즈 미츠하의 화려한 혁명」


  캬~! 이름만 들어도 굉장해! 짜릿해! 완전히 유명인사로 대박 나는 거 아니야?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면 어떡하지? 책도 나오고, 위인전도 나오고!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불티나게 팔릴걸? 그렇게만 되면 텟시랑 사야, 거기에 가족들까지 전부 데리고 꿈에도 그리던 도쿄에서 호화로운 시티 라이프를 만끽할 수 있을 지도 몰라!

  그래. 

  나는 미야미즈 집안의 여자. 미야미즈 신사의 무녀.

  무녀라는 게 그저 실매듭 만들고 춤만 추라는 법은 없지. 이런 재앙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것도 신의 뜻을 받드는 무녀의 의무라면 의무. 그러니까 모두를 살려내는 게 내게 주어진 사명이나 다름없다.

  ─신사 따위 지켜봤자라고요!

  아버지는 분명 그렇게 말하면서 집을 나갔다. 두고 봐. 그 말을 했던 걸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아버지보다 훨씬 유명해져버리면 찍 소리도 못하겠지?

  그래도 가족이긴 하니까 생판 남처럼 외면하거나 하지는 말아야겠다. 할머니에게서도 들었잖아. 아버지는 지금 혼자서 슬픔을 끌어안고 있다고. 이번 일이 잘 풀리기만 하면, 그 슬픔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만약 만나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해 주는 게 좋을까.

  그래. 이렇게 말해주자.

  네 덕분이야.

  네가 있었기에 내가 변할 수 있었어. 너와 만나서 내가 이렇게 무사히 그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어.

  네가 바꿔 준 이 세상에서 너를 기다렸어.

  지금부터 들려줄게. 

  네가 모르는 사이에 벌어졌던 이야기를─ 

  ─그 날이 올 때까지, 나는 반드시 살 거야!

  “좋았어! 해 보는 거야!”

  미츠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의 풋풋한 소녀로 되돌아갔다. 자신의 마음을 감싸 쥐고 있던 어둠조차도 완전히 털어내 버렸다.


  。。。。。。。。。。。。



  출발 하루 전.

  방 천장에 달린 등이 유난히도 빠르게 깜빡거리던 그 날. 타키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그리고 있었다.

  ‘잊어서는 안 돼. 잊어서는 안 돼. 잊어서는 안 돼. 잊어서는 안 돼. 잊어서는─’

  ─뚝.

  한참동안 하얀색 평야를 가로지르던 검은색 섬광은 그만 예술가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흑연 조각으로 산화해 버렸다. 스케치북에 연필 한 자루만으로 한 폭의 흑백 풍경화를 그리던 화가는 잠시 동안 조각가가 되기로 했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 다시 연필을 날카롭게 깎아내는 과정 속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한다. 잊어서는 안 돼.

  기억의 밑바닥에서 이토모리의 풍경을 쥐어짜냈다. 짜내고 짜내서 한 방울도 나오지 않게 될 것만 같으면 온갖 자료를 총동원해 빈자리를 채워 넣었다. 스마트폰으로 히다 산맥을 조사해, 조금이라도 맞겠다 싶으면 바로 스케치북에 옮겨 그렸다. 서점과 도서관을 이 잡듯이 뒤져서 산악 자료를 모았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사진집을 빌려왔다.

  제목. 「사라진 이토모리 마을 그 모든 기록」.

  ‘……그래. 사라졌구나.’

  그래도 눈을 떼지 않았다.

  도망치지 않는다. 눈을 돌리지 않는다. 잊지 않는다.

  다소 곰팡내 나는, 그러면서도 경험과 지식이 우러나오는 그 용기를 심어 준 아버지의 말까지 듣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알 수 있다. 누군가가 내 삶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 누군가가 내 삶을 조금씩 바꿔주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쿠데라 선배도, 츠카사와 타카기도, 전부 조금씩 누군가에 의해 모습을 바꾸었다.

  그 사람이 내 삶을 함께하고 있었다.

  그래서, 살아있었으면 했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이 세상에서 나와 함께 살아있었으면 했다.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 이 세상─아니, 내게는 몇 번의 생을 반복해서라도 꼭 만나야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을 나는 왜 잊으려고 했을까.

  인고의 시간 끝에 마침내 한 폭의 풍경화가 하나 더 완성되었다. 작품을 완성시킨 타키는 벽 쪽을 바라보았다. 방금 완성한 풍경화 외에도 수많은 풍경이 타키의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호수. 

  다리. 

  언덕과 건축물. 

  오늘은 학교 풍경을 완성했다.



  출발을 앞두고 며칠 전.

  다시, 타키는 아버지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이토모리 재해로부터 3주년─”

  아나운서의 멘트가 들려오던 TV를, 타키는 거칠게 리모컨을 잡고 전원 버튼을 눌러 멘트를 차단해 버렸다.

  “안 보냐?”

  “안 봐.” 

  “네가 꿍해 있는 게, 설마 저 이토모리 재해 때문이냐?”

  “안 가르쳐 줘.”

  “딱 봐도 그거네. 티가 팍팍 나잖아. 넌 예전부터 거짓말은 못 하는 성격이었으니까.” 

  아, 맞다. 타키가 하도 ‘아저씨’, ‘꼰대’라고 불러댄 통에 타키 본인도 이 사람이 ‘아버지’라는 걸 깜빡하곤 한다. 어렸을 때부터 타키를 봐 왔던 사람이니까, 조금이라도 숨기려는 게 있으면 금방 눈치 채 버렸다.

  “하긴. 그 이토모리 재해가 좀 큰 사건이긴 했지.”

  “그렇겠지. 마을 하나가 사라질 정도로 큰 운석이 떨어졌으니까. 인명피해도 엄청났을 거고…….”

  “인명피해?”

  힘없이 중얼대던 타키의 그 말에 어리둥절해진 아버지의 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나왔다. 

  

  ─무슨 소리야? 운석이 떨어진 건 맞는데, 인명피해는 크게 없었잖아? 사망자도 없었고.


  “잠깐. 뭐라고?” 

  방금 아버지의 그 말은 폭탄발언이나 다름없었다. 타키는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는 좀 다른데? 엄청난 사망자를 낸 초대형 재해 아니었나? 

  “마을 하나가 사라졌다면서? 그런 운석이 떨어졌는데 어떻게 사망자가……”

  “그런 건 없었다니까. 그 정도 재해에서 사망자가 나왔으면 대규모로 나왔을 거라고. 그럼 완전히 대참사잖아. 그쯤 되면 누구든지 두고두고 기억한다고. 다른 사고랑 헷갈린 거 아니야?”

  타키의 아버지는 마지막 남은 계란말이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긴. 지금도 두고두고 기억될 만한 일이긴 하지. 괜히 3주년이네 어쩝네 하면서 기념하는 게 아니야. 그런 운석이 떨어졌는데도 부상자가 나온 거 외에는 전원 생존이라니. 누구 말대로, ‘이토모리의 기적’ 이니까.”

  이토모리의 기적이라고?

  “근데, 왜 그거 때문에 꿍해 있어? 기적이면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일 아니야? 거기에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었어?”

  아버지의 연이은 질문을 무시해버리고, 타키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다시 한 번 그 기사를 확인해 보았다. 그 운석이 일으킨 재앙을 다시 깨닫게 된 인터넷 기사를.

  제목. 혜성이 부른 재앙. 혜성에 사라진 마을. 

  이번에는 다른 기사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토모리의…… 기적.’

  아버지가 입에 올린 그 이름 그대로 화면에 입력을 한 뒤 검색 버튼을 눌러 보았다. 스마트폰이 외부의 정보를 받아오는 시간조차도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제발. 제발. 제발─!

  이윽고 또 다른 기사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기사는 비교적 최근에 올라 온 2016년의 기사였다. 

  제목. 이토모리의 기적으로부터 3주년.

  운석 충돌 직전에 벌어진 대피 훈련으로 인해, 마을 주민 전원이 마을 바깥으로 빠져나간 덕분에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사망자 0명. 부상자 104명.

  사망자─없음.

  “아…… 아하하…….”

  그 기사를 보자, 타키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니, 허탈함이 아니었다. 

  희망의 웃음. 안도의 웃음.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이 녀석, 갑자기 왜 이래?’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버지에게도 아랑곳하지 않고, 타키는 끊임없이 “다행이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뻐해야 하는데. 이렇게도 기쁜데. 

  왜 눈물이 날까.

  바보 같았다.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바보 같았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돌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무서워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죽었다고만 생각했지, 정작 ‘정말로’ 죽었는지를 확인해 보려는 생각은 전혀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렇게 말해주고 있는데.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렇게 기쁜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는데. 왜 나는 눈을 감고 있었을까. 고작 구닥다리 신문기사 하나만 보고는 그게 세상의 전부인 양 받아들이고 슬퍼하고 있었을까.

  ‘잠깐. 마을 주민들이 전부 살아남았다고?’ 

  그 진실이 마지막으로 들려준 최고의 희소식.

  소녀는 살아 있다.

  소녀는 그 재해로부터 살아남았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그 소녀를 찾아야 한다. 그 소녀를 만나러 가자.

  비록 3년이 지나긴 했지만, 다시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반드시 서로를 한 눈에 알아볼 테니까.



  그래서 지금.

  타키는 3년 전의 마을 풍경을 그리고 있다. 소녀에게 선물할, 타키의 머리 깊은 곳에 간직되어 있었던 3년 전의 이토모리 풍경.

  이 풍경화를 보여주면서 말해주고 싶다. 혹시라도 잊어버렸다면 내가 먼저 말해줄 거야. 내가 3년 전에 너와 몸이 바뀌는 꿈을 꾸던 사람이라고. 

  약속했으니까. 꼭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너를 기억하고 있었다고. 잊지 않았다고. 그래서 이렇게 만나러 왔다고. 

  풍경화를 선물하는 건 좀 유별나긴 하지. 여자아이에게 주는 선물 치고는 좀 폼이 안 나긴 하지만, 그 소녀라면 틀림없이 이 그림을 보고 기뻐해 주리라고 믿고 있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정말로 기뻐!

  그렇게 말해주기만 하면, 그것보다 더 값진 보답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리라.

  그러니.

  네가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반드시 찾아내겠어.

  네가 살아있는 이 세상에서 너를 찾으러 가겠어.

  나는.

  아직 만난 적 없는 ‘진짜’ 너를.

  지금부터 찾으러 간다.

  모든 작품을 완성한 예술가는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이내 지친 몸이 그대로 중력에 이끌려 책상에 파묻혔다. 그렇게 예술가는 오랜만에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이제껏 자신을 괴롭혀왔던 어둠과는 완전히 작별을 고했다. 

  벽에 걸려있던 달력에는, 이제 곧 찾아 올 이번 주말의 날짜가 빨간 색 사인펜으로 그린 동그라미 표시에 물들어 있었다.

   


  。。。。。。。。。。。。








소녀는 혁명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렇게, 소녀의 혁명이 막을 올렸다.


소년은 여정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렇게, 소년의 여정이 막을 올렸다.


  두 개의 실이 다시 엮이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다시 서로에게 닿을 준비를 한다.





[Special Thanks]


너의 이름은 갤러리


BATTLEPAGE


[Music]


by Radwimps


[Original]


by 신카이 마코토(新海 誠)


[Written]


by 김누렁이




노란빛 하늘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1부 「카타와레도키」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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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우여곡절 끝에 RE:1부가 완성되었습니다.

다음에는 RE:1부 후기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