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올렸다가 다시 내리고 전체적인 수정을 걸쳐서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예전에 보셨던 그 글과는 많이 다르니 재밌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핫산이 쓴 팬픽들의 정리링크: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625752
한가로운 가정, 여느 날 같이 신이 난 한 남자아이의 웃음꽃이 피어나고 향기로운 커피향이 울려 퍼지는 집안. 싱그러운 아침 햇살은 집 안을 비추고, 성인 남성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신문을 읽고 있는 한 가정. 그런 여유로운 아침, 부엌에서는 한 여성이 앞치마를 맨 채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그녀의 손놀림만 봐도 꽤나 요리를 많이 해봤다는 것이 느껴지는 손놀림. 그런 능숙한 손놀림으로 프라이팬을 휘젓던 그녀가 만든 것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살살 도는 맛있는 토스트.
토스트가 완성되자 드디어 다했다는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살짝 들어 시계를 확인한 그녀. 그리고는 거실에 있는 두 명의 남성 중 누군가를 향해 작지만 귀에는 똑똑히 들릴 목소리로 외친다.
“타키, 아침 먹어. 이러다가 늦겠네. 그리고 당신도 빨리 와요. 회사 갈 시간 얼마 안 남지 않았어요?”
혼자 장난감을 들고 재밌게 장난치던 꼬마 아이도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와중에 자신을 부르는 소리는 똑똑히 들었던 듯, 활기찬 목소리로 “네 엄마!” 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한 손에 장난감 칼을 들은 귀여운 꼬마 용사님이 자신의 엄마를 향해 달려가자 그 모습을 본 남성은 “어허. 타키 밥 먹을 때는 장난감 들고 먹지 말라고 했지!”라며 부드럽지만 근엄한 목소리로 자신의 아들을 향해 말한다.
보통 일반인이 듣기에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였지만 아직 어린아이에게는 꽤나 무섭게 들렸던 것일까, “아빠... 알겠어요...”라며 자신의 장난감 칼을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고는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자신의 아들의 시무룩한 표정을 본 그녀는 이제 막 신문을 옆 테이블에 얹어놓고 일어나려는 자신의 남편을 향해 “이번에는 좀 심했어, 당신. 다음에 좀 부드럽게 말 좀 해봐. 우리 사랑스러운 장군님 시무룩해진 것 좀 봐.”라고 말했다.
부인의 타박하는 말을 들은 그녀의 남편도 ‘내 말이 너무 심했나?’라고 생각하며 머쓱한 듯이 자신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식탁에 앉아 사랑스러운 부인이 준비해준 토스트를 한 입, 두 입 베어 먹기 시작했다.
간단한 아침식사지만 늘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과 아들이 고마웠던 듯 잠시 사랑스러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금세 슬픈 빛으로 변했다. 그녀의 남편은 자신의 어딘가 슬퍼 보이는 이 얼굴에 반해 자신과 결혼했다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도 이런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어딘가 쓸쓸한 기운을 막아줄 순 없었다.
같이 식사를 하던 아내가 또 슬픈 표정을 짓자 언제나 있는 당연한 일상이라는 듯 팔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 입고는 간단한 “다녀올게.”라는 말만 남기고 먼저 집을 떠났다.
“엄마! 나도 다 먹었는데, 우리 어린이집 안 가요? 나 오늘 친구랑 놀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그가 집을 나선 후 얼마 가지 않아 그녀의 뇌를 번쩍 깨우는 순진한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도 “아 미안. 미안. 엄마가 딴 생각을 조금 하느라고.”라고 말한 뒤 아들의 손을 붙잡고 집을 나선다.
자신의 손을 꼭 잡은 사랑스러운 아들과 함께 늘 걷는 이 길. 평소엔 조용하고 평온해 아들과 함께 주변 경치에 대해 얘기하며 오순도순 걸을 수 있는 길이지만, 오늘따라 유달리 시끄러운 까치소리에 그녀는 한 가지 이야기가 생각나 함께 걷는 사랑스런 꼬마 장군님에게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기로 했다.
“타키. 혹시 까치에 대한 얘기 알아?”
엄마의 말을 들은 타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지를 생각하기 위해 잠시 고민하는 척 했지만, 뭐 어때? 엄마한테 듣는 얘기는 늘 재밌는 이야기인데.
“몰라! 엄마, 무슨 얘긴데? 궁금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향해 바라보는 아들이 사랑스러워 그녀도 그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짓고는 그에게 들려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옛날 사람들은 까치를 무지하게 좋아했데, 왠지 아니? 까치는 머리가 참 좋은 동물이라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한다는 거야.”
“와! 진짜? 그럼 우리 집 강아지보다 똑똑해?”
천진난만한 타키의 대답에 “음.... 그건 엄마도 모르겠는데?” 라고 싱긋 웃으며 대답해주고는 미처 다 풀지 못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만약 마을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이 마을에 들어오는 걸 보면, 이렇게 까악 까악 울어댔다는 거야. 그렇게 까치가 울면 마을 사람들은 ‘어이구~ 우리 마을에 손님이 오셨구나!’ 라는 걸 금세 알아챘대. 그래서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있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거야.”
그녀의 말을 들은 타키가 “아아~ 그렇구나.” 라며 감탄하는 자신의 아들을 본 그녀는 고개를 돌려 까치를 바라보곤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오늘 유난히 까치가 많이 우네. 오늘 반가운 사람이라도 만나려나.”
그렇게 어느새 걷다보니 눈앞에 보이는 어린이집, 이 부근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하고 평소 자신의 학원생활을 잘 말해주지 않는 타키의 성격 때문에 아직 타키네 반 엄마들과 안면도 트지 못한 그녀는 ‘오늘은 조금 남아서 얼굴 도장이라도 찍을까?’ 라고 생각하며 그와 함께 걷고 있던 그 순간.
“어! 미츠하! 너도 지금 왔구나! 엄마! 나 쟤랑 먼저 들어갈게!”
그렇게 외치며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가는 타키를 보고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향해 뛰어가는 아들을 바라만 보았다.
‘미츠하? 그건 내 이름인데? 타키가 왜 내 이름을...’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아들에게 고정돼있던 시선을 천천히 들어 앞을 쳐다 본 그 순간.
삐죽삐죽한 고슴도치 머리, 훤칠한 키에, 출근 중인 듯 쫙 빼입은 양복이지만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그 모습. 한동안 그녀가 그렇게 찾아다녔지만, 결국 나와 좋지 않은 끝을 맺었던 그 사람. 자신과 같은 아픔을 공유했고, 서로의 고통을 치유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믿었던 남자. 하지만, 그를 만나고도 마지막까지 채워지지 않는, 마지막 남은 퍼즐조각이 맞춰지지 않는 것 같은 공허함이 길어지자 결국 짜증만 내고 헤어졌던 우리.
그날의 심한 싸움 이후 끓어오른 감정에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잊기 위해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불살랐고, 지워버리고, 없애버리기에만 열중했던 지난날들. 그렇게 모든 것을 잊고, 태워버린 후에야 그녀는 후회했다.
자신의 머릿속으로 몰려오는 엄청난 후회에 집안에 틀어박혀 매일 매일을 눈물로 보내며 나에겐 그 사람밖엔 없다고, 그 사람만이 이런 공허한 나의 마음을 이 정도나마 채워 줄 수 있었다고 소리치고 소리쳤다.
결국 그녀는 방 안에서 몸을 일으켜 그의 마지막 남은 흔적이라도 쫒기 위해 모든 것을 뒤져보았지만, 그녀가 얻을 수 있었던 그의 흔적은 단 하나뿐. 그의 친구, 가족, 지인 모두와 연락을 끊고 회사의 발령을 받아 일본 어딘가로 훌쩍 떠났다는 사실. 그가 어디로 발령이 난 것인지만 알려달라고 울고 빌며 모든 것을 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업무상 비밀이라는 회사의 차가운 답변 뿐.
결국 그런 차가운 대답을 받은 그녀도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야 했다. 더 이상 그를 찾을 수 없다는 이 절망적인 상황에 순간 그녀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싶은 욕구도 들었다. 그러나 끔찍한 이토모리 혜성 재해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그녀가 한 남자와의 이별에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그런 바보일 리 없었다. 매 순간 매 순간 자신을 위안하며, 그에 대한 기억을 마음 속 깊이 묶고, 막고, 봉인해 다시는 새어 나오지 못하게 했고. 역시 시간이 약이었을까 어느새 그냥 가슴 속에 묻힌 아련했던 추억 중 하나로 살아오던 지난 세월.
그러다 우연히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보며 떠오른 그 이름. 미츠하는 아이의 이름도 그녀가 살면서 가장 사랑했던 그와 같은 이름이라면 마음속으로 깊이 사랑하며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아이의 이름을 타키라고 지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이 옳았던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미츠하는 자신의 아들을 그 어떤 부모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사랑으로 키워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츠하에게 타키라는 이름은 사랑했던 그녀의 전 남자친구의 이름이라기 보단,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의 이름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고, 자연히 타키를 향한 감정도 더 이상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감정으로 느껴졌다.
멀리서 자신의 모습을 본 타키도 현재 자기가 그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 희미한 미소로 그녀를 반긴다. 그의 미소 띤 얼굴에 그녀도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시작은 간단하지만 그녀가 하고 싶은 모든 말이 응축된 한 마디.
“오랜만이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그녀에게 타키도 그 희미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래. 오랜만이야.”
그 둘 모두 이제는 잊어버린 옛날 일이었겠지만, 막상 서로의 얼굴을 보니 온갖 감정이 끓어오르는 것인지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한참을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말은 오고가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하는 눈빛과 미세한 표정 변화만으로도 서로는 서로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기쁨, 슬픔, 분노, 허무함 그리고 아련함.
눈빛만이 오고 가던 그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를 향한 그의 나긋나긋한 목소리.
“미츠하,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해주고 싶은 말이 많네... 그... 혹시 어디 카페라도 가지 않을래?”
그의 어색한 권유에 그녀는 속으로 웃었다. 아직도 이 남자는 변하지 않았구나, 이 사람은 세월이 지나도 늘 숙맥인 채로 한결같구나. 하면서.
“그래.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네... 내가 아는 조용한 카페로 가자. 그런데 참, 출근 중이었던 거 아니었어?”
그제야 아차 하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는 타키. 그러나 어느새 늦어버린 출근시간에 작은 한숨을 내쉬곤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 예... 죄송합니다... 오늘 최대한 가보려고 했지만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네, 네 알겠습니다.”
다행히 출근 건은 잘 풀린 듯 통화는 별일 없이 끝났고,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나에게 씨익 웃으며 “갈까?”라고 말하는 그. 그의 그런 순수한 모습을 보며 나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와의 만남 이후 계속 느껴졌던 그 복잡한 감정은 터져 나오는 깔깔거리는 웃음에 눈 녹듯 사라졌다. 한참을 웃고 나선 그를 향해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미츠하.
“그래! 가자!”
서로의 아이들을 먼저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잡담을 나누러 가는 여느 학부모들처럼 그들도 카페로 떠났다. 그녀가 그와 함께 걸어 도착한 곳은 어느 허름한 카페. 내부는 클래식한 테이블과 의자가 구비되어 있고, 분위기 있는 음악소리가 향긋한 커피 향과 함께 울려 퍼지는 조용한 곳이었다.
카페에 입장한 둘은 창가 옆 햇빛이 잘 들어오는 테이블을 골라 자리에 앉았고, 곧이어 종업원이 다가와 자리에 앉은 그들에게 주문할 메뉴를 물어보았다. 그런 종업원의 질문에 타키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핫 아메리카노 한 잔이랑, 딸기라떼 한 잔 주세요.”
그의 말에 미츠하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보다 종업원에게 다시 말했다.
“아니요. 그냥 핫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그와 같은 메뉴인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미츠하를 보며 타키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연애할 때만해도 항상 내가 마시던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셔 본 뒤 표정을 잔뜩 찡그리며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자기는 이 달콤한 딸기라떼가 훨씬 좋다며 마시던 음료를 홀짝 홀짝 마시던 그녀였는데.
그의 생각을 엿보기라도 한 것일까, 아련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미츠하는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달콤한 음식들을 좋아했는데 이젠 너무 달아서 못 먹겠더라고... 요즘은 달달한 음료들보단 씁쓸한 아메리카노가 더 좋더라...”
그래. 그녀와 처음 만났던 그 날 이후로 흘러간 시간도 벌써 10년. 우리는 변했고,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제는 한 가정의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또 한 사람의 남편과 부인으로서.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나도 먼 길을 걸어왔다. 이제야 만났지만 좋은 친구 이상으로는 나아갈 수 없는 사이.
이윽고 주문한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나오자 그녀는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 헤어지고 나서 완전히 잊은 줄 알았는데 아직 다 잊지는 않았나보네. 그거 알아? 나 너랑 헤어지고 나서 엄청나게 울었다? 근데 울고 또 울다보니까 나중에는 우리가 왜 싸웠는지도 모르겠는 거야. 그리곤 한참을 생각 했어 그냥 서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인데... 그냥 조금만 서로 대화만 나눴어도 됐을 일인데... 하면서 말이야. 막상 그런 생각이 드니까 한 달 동안 방안에 쳐 박혀 있기만 했던 몸뚱어리가 스스로 움직이더라. 널 찾아서 미안하다고 다시 잘해보자고 말하려고 말이야.”
그리고는 다시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을 홀짝이곤 말을 이었다. 시선은 여전히 창문 밖을 향한 채로.
“그러곤 엄청나게 고생했지. 뭐 싸우고 돌아와서 화난다고 모든 사진이랑 전화번호 같은 너에 관한 모든 것을 없애버린 내 탓도 있지만, 너도 정말 깔끔하게 네 흔적을 지우고 떠났더라. 다시는 찾지 말라고 말하는 듯이.”
미츠하는 드디어 시선을 창 밖에서 때고 타키의 얼굴을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도 결국 포기했어. 회사에 찾아가서 제발 어디로 발령이라도 났는지 알려달라고 애걸복걸 해봐도 규정상 말해줄 수 없다고 돌아가라는 말만 하지, 그래서 오쿠데라 언니, 신타, 츠카사 등등 다 찾아가 봐도 자기네도 갑자기 연락이 끊겨서 당황스럽다고 그러더라. 그러다 보니까 어쩔 수 없게 포기할 수밖에 없더라고.”
말을 마친 미츠하는 아까의 담담한 목소리에서 이제는 약간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심지어 손을 들어 제스처까지 취해 가면서.
“그래도 타키, 그때 너무했어.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흔적 없이 사라질 수가 있어? 너도 네가 잘못했다고 느끼지? 그러니까 오늘 이 커피 값은 네가 내는 거야?”
그녀의 쾌활한 목소리를 들은 타키가 희미한 미소와 함께 작은 소리로 하하 웃자 미츠하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등받이에 등을 붙인 채 그에게 질문했다.
“그래. 한참 내 얘기만 떠들은 것 같아서 미안하네. 타키 넌 나랑 헤어지고 어떻게 지낸 거야?”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그제야 타키도 그녀와 헤어진 후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발령은 원래 너랑 헤어지기 전부터 회사에서 지시가 내려왔었어. 그래서 너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너랑 싸우고 헤어지게 된 거고. 그렇게 마음이 우울해 지니까 오히려 그 원수 같던 발령이 그만큼 고마울 수가 없더라. 그런데 막상 도쿄를 떠나고 부임지에 도착하니까 웃기게도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게 뭔지 알아?”
그리고 그는 거기서 호흡을 끊었다. 마치 그녀에게 생각이라도 할 시간을 주려는 듯이. 그러나 타키의 말을 들은 미츠하는 직접 그의 목소리로 대답을 듣고 싶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타키는 결국 다시 말을 이었다.
“미츠하... 네가 먼저 생각이 나더라. 웃기게도 널 피해 그 먼 거리를 달려서 도착한 곳인데 말이야. 그래도 쏟아지는 업무와 계속되는 야근 덕분에 힘들어서 무슨 다른 생각할 여유가 하나도 없더라. 다행이었지?”
그녀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하던 타키는 금세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매 주말마다 네가 그리워서 하루 종일 울고만 있긴 했지만 말이지...” 라고.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한 1년쯤 지났나? 그즈음 돼서야 회사가 점차 정리가 되어 가더라고. 애초에 큰 기업도 아닌 회사가 지방 건축회사들 사이에 껴서 그 틈을 비집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방 건축 기업들이라서 그런지 아주 정계 쪽이랑 완전히 밀착해 있어서 그걸 뚫어내는데 엄청 고생했지. 하여튼 그렇게 안정되고 나니까 드디어 휴가가 나오더라. 그래서 그길로 당장 도쿄에 올라갔는데.”
말의 속도가 빨라짐을 느낀 타키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했다.
“찾을 수가 없더라... 이미 전화번호는 지워버린 지 오래고, 살던 집에 찾아가 봐도 몇 달 전에 이사 갔다고 하고, 결국 테시가와라 부부한테도 찾아가 보니까 당신 좋게 봤는데 정말 실망했다고. 내 친구 마음을 그렇게 갈가리 찢어 놓은 놈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면서 문전박대 해버리더라. 그래서 결국 마음을 접고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갔지. 그러다 우연찮게 돌아간 발령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하면서.”
그러다 문득 뭐라도 생각난 듯 타키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녀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
“그... 미츠하... 정말 미안해. 아이 이름말이야... 그게...”
타키의 말을 듣던 그녀도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 한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나도 내 아이 이름을 타키라고 지었는걸. 미안해 할 것 하나도 없어. 왜 그렇게 지었는지는 나도 충분히 공감하니까.”
서로가 몰랐던 이야기들이 모두 끝나자 이어지는 담담한 일상대화들. 처음에는 결혼을 어디서 했느니, 그 사람과 어떻게 만났느니 등의 자기 중심적 이야기들이었지만, 어느새 여느 부모들과 같이 아이를 키울 때의 고충들과 그래도 아이들을 보며 느끼는 행복한 기분들이 주제가 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창밖의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그 사실을 모르고 떠들던 그들은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그녀의 눈을 비춘 후에야 미츠하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타키 데리러 가야되는데!”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그녀의 입에서 타키를 데리러 간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해졌다. 그러나 이미 그녀는 이러한 호칭들이 자연스러운 듯 나에게도 얼른 일어나 미츠하도 데리러 가자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뭐... 내 딸 이름을 부를 때에는 얼굴이 좀 빨개진 것 같았지만.
미츠하의 성급하게 내민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그녀를 먼저 내보낸 뒤에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문을 열자 시계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며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그녀가 서있었고, 내가 나오자마자 내 손목을 붙잡은 채로 어린이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내 손목을 잡고 달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어렴풋이 연애하던 그 시절의 생각이 났지만 금세 잊어버렸다. 이미 그녀는 다른 사람의 아내이자 사랑하는 한 아이의 엄마이니까. 더 이상 나와는 친구 이상으론 엮여선 안 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달리고 달려 어린이집이 멀리서 보일 정도가 되었을까, 그녀는 갑자기 생각난 듯이 붙잡고 있던 내 손목을 놓고 멀찍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녀의 생각을 대충 이해하고 있었기에 굳이 미츠하에게 말도 걸지 않으며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어느새 멀게만 보였던 어린이집이 점점 가까워지자 두 명의 아이가 어린이집 입구에 쪼그려 앉아 흙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이 타키와 미츠하라는 것을 안 우리는 속도를 높여 그들에게 다가갔다. 거의 뛰다시피 하는 그녀의 뒤로 난 손을 흔들며 외쳤다.
“타키, 미츠하! 집에 가야지!”
내 목소리를 듣자 그 둘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보았고, 각자의 엄마와 아빠를 본 타키와 미츠하는 그들의 엄마와 아빠를 향해 서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미츠하의 아이인 타키도 똑같았겠지만 내 딸아이 미츠하도 손에 모래를 잔뜩 묻힌 채 나에게 안겨들었다.
이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오늘 우연히 만난 소중한 사람과 또다시 이별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연인이던 시절 이별할 때와는 다르다. 그때의 기억은 이제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이제는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으니까.
아들의 손을 한 손으로 붙잡고 먼저 떠나는 타키를 보며 미츠하는 코끝이 약간은 시큰해진 채, 큰 소리로 외친다.
“타키! 잘 들어가! 미츠하도 잘 들어가고!”
그녀의 말을 들은 타키는 몸을 돌려 한 손을 높이 들고는 좌우로 흔들며 간단한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미츠하의 아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질문한다.
“엄마, 저 아저씨 아는 사람이야?”
아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들은 미츠하는 눈에 고인 눈물을 손가락으로 훑은 뒤 그에게 얘기한다.
“응... 엄마 옛날 친구.”
드디어 이 골칫덩이를 내보냈습니다. 원래는 혼자 뻘글로 아 미츠하랑 타키랑 서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고 만나는 글 있으면 좋겠다! 이러고 외치고 다니다가 그냥 내가 쓸까 해서 썼던 글인데요.
너무 혼자 심취해서 막 쓰다보니 진짜 똥글이 탄생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글을 지우고 나중에 다시 써야지 하고 남겨 놨던 글이에요.
그리고 제목인 그대가 곁에 없다면은 사실 그녀가 곁에 없다면 이라는 장범준 노래 제목입니다.
원래는 결혼식 축가에 좋은 가사를 붙여 만든 노래인데 그냥 제목이 좋아서 가져와 봤습니다. 시간 되면 한 번 들어 보세요 ㅎㅎ
ㅓㅜㅑ 재업이네 드디어
야 시발
너무 하잖냐 이건
엄마 옛날 친구...
와 잠깐
글은 좋았어. 하지만 내용은 아니네. 아 젠장 술 마시고 있아서 기분 좋았는데 시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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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결말예전에도본소재인데 기분이찝찝한느낌밖에안나네
아 그래도 전편보다는 재업이 더 좋다 이건 인정!
그래 찝찝함. 이거밖에 안 떠오름. 퉷퉷 내가 스스로 단거 쓰러간다
동기 부여해줘서 고맙다 진짜
인슐린이라곤 하지만 충분히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별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억지로 지적을 좀 해보자면, 문장을 이을 때 중복된 어미가 들어가는 부분(ex : ~하며, ~며가 한 문장에 들어간다든가)은 가급적 줄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가끔은 주어를 적절히 생략하시는 게 더 문장이 자연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님 뒤질? - dc App
왜그럼 이거 저번에 쓴것보단 결말 좋은거임 저번에는 이딴거없고 그냥 만난뒤에 헤어짐 이정도면 양호한거임 ㅇㅇ
아니 만나고 저런 대화하니까 더 기분이 찜찜하다는거지
전편보다 훨씬 전개가 자연스러워졌다. 느갤 있다보니까 인슐린 사카린 이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은 것 같아. 여튼 추천.
저번보다는 발전한 느낌이 드는 글이네요
아
아아..
사유리하고 히로키도 나중가면 이럴것같다
이게 찜찜한 대화라면 저번에 썻던거 봤으면 난리났었을듯
어우... 지금 나갔다 왔는데 반응이 쌓였네요
일단 모든분들 일일히 답변해 드리기엔 너무 많아서 죄송합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지적해주신 부분들 고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기분 아는데 아주좆같다. - dc App
내용은 좋아요..의미없는 인슐린도 아니고..
아련하고 여운남는 그런 추억일수도 있는데..있긴한데ㅠㅠㅠㅠㅠ
불가 / 호고곡 고마워용
전편은 결말 어케낫는데
한번의 큰 이별후 한참뒤에야 재회한다는점이 아카리 타카키 만나면 딱 이느낌일듯
ㅋㅋㅋㅋㅋ
이야
이사람꺼 진짜 명작들인데 이번껀.. 타키와 미츠하가 다른사람이랑 결혼하다니!! 이건 있을수가 없어
인슐린은 아니네. 그냥 잔잔한 드라마 같은 이야기. 분위기가 우울하지도 않고 밝지도 않은 절제된 그런 분위기 잘 유지했음. 내있을 법한 이야기고 일상에서도. 일상물 주로 쓰는 나로써는 즐겁게 봤음. 수고했어~
금발시노부 / 명작이라니... 과찬이시네요 근데 사실 이번건 제가 보고싶었던 소재를 쓴거라 어쩔수가 없음 ㅎㅎ
Seite / 요번에 쓰면서 느꼈음. 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쓰면서 그걸 달달하게 쓰면 그렇게 씁쓸할 수가 없구나 하고
원래 그런 씁쓸한 사랑 이야기가 더 오래남는거야. 내 여름콘 어나더 엔딩이 그런거 잖아. 해피는 아닌데 배드도 아닌
추천안박았네 박고감 (...)
힝힝 비추가 이렇게 많이 박힌건 첨이야...
ㅁㅈㅎ - dc App
ㄴ 오랜만이에요 민주화빌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