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4b2c534ebd335a3&no=29bcc427b28477a16fb3dab004c86b6f97928ae591e31d34f32ae27a420fa787d806552128a24b5d4fba462747914b1e630f9d1ae39ff2092cfe




1화

http://gall.dcinside.com/yourname/688131




____________________




“지금부터 잠시 제가 후련해지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한 줄로 피가 쫙 뿌려진 얼굴의 토시키가 불 붙은 담배를 던졌다.


빙글빙글 돌며 곡선을 그린 그것은 사람들이 있는 돗자리 위로 떨어졌고, 불이 붙었다.

무슨 말이 나오기도 전에 돗자리 전체로 퍼져 빠르고 맹렬하게 타올랐다. 추모제 전날 사원에게 지시를 내려 방수 처리된 돗자리가 청소하기 편할 것이라 속이고 사실은 불이 잘 붙는 재질의 것을 준비시킨 것이었다.

불길이 사람을 집어삼키키 시작하자 탈출하려고 맨 뒤쪽의 문으로 사람들이 달려가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다.

추모제 시작 전 모두 들어온 걸 확인한 토시키가 두른 두꺼운 체인과 자물쇠가 그들이 문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불이 붙은 사람이 사람들에게 달려든다. 붙이 붙지 않으려 밀쳐내도 곧 서로 얽키고 얽히는 불의 무스비가 절규와 고통으로 이어주었다.

사람이 사람을 밟고 짓이겨가면서까지 자신의 보신을 위해 밖을 갈구했다.


갑자기 한 사람이 몸이 튕겨지더니 피를 쏟기 시작했다. 단상 위의 토시키가 가방에서 기관단총을 꺼내 사람들을 향해 발포하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자의 등 위에, 불이 붙어 날뛰는 사람의 심장에, 손톱이 부러져 피맺힌 손으로 문을 긁어대는 사람의 뒤통수에서 혈액이 피어났다.

뒤에서 관통한 총알이 눈으로, 입으로, 이마 한가운데로 출혈을 새기며 관통했다.

눈 앞에 보이는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에 토시키는 총을 갈겨댔다.

탕 탕 탕 탕 탕 탕.

총의 반동 하나 하나가 느껴질 때마다 눈 앞의 것들이 구멍마다 추잡한 피를 철철 쏟으며 고꾸라지고 꿈틀대고 발에 짓밟히며 덧없이 쓰러져간다.

일그러져가는 그런 모습도 부족한 토시키의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아 조금씩 이를 드러내고 커지는 동공으로 더욱 총질을 해댔다.


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연기가 자욱해지고 천장까지 닿자 토시키는 가방을 매고 단상을 내려와 회관 뒤쪽으로 통하는 복도로 향했다.

회관 뒤쪽엔 부엌 대신으로 쓰는 공간이 있고 거기에 여자들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목격자가 될 사람들을 살려둘 수 없었다.

인간의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탓일까, 불붙은 채로 자기에게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토시키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갈기고 비틀거리는 몸뚱이를 걷어차버렸다.

구워서 쪼그라드는 고기마냥 고통으로 꿈틀거리던 그것들은 옷이 타버려 성기까지 드러낸 나신 전체에 물집과 고름이 가득한 회색 피부를 드러내면서 얌전해졌다.

복도를 걷고 있자니 음식을 가져오던 여자가 피투성이 토시키를 보고 비명을 질러 토시키는 가지고 있던 낫을 목을 향해 휘둘렀다.

목의 절반이 날아가 덜렁거리는 목에서 피가 꿀렁꿀렁 쏟아져 간단하게 숨통이 끊어졌다. 허여멀건한 눈을 뜨고 쓰러진 여자의 몸 위로 흩뿌려진 요리에 피가 스며들었다.


문을 열자 부엌에서 요리 중이던 여자들도 토시키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토시키는 한마디 할 틈도 주지 않고 기관단총을 갈겨대기 시작했고 여자들은 저항은 고사하고 기껏해야 짧은 단발마와 그와 대비되는 다량의 출혈을 뿜으며 쓰러져갔다.

하얀 주방에 여성의 살점들과 혈액이, 짧지만 강렬한 춤을 추었다.

총질을 멈추고 둘러보았다. 하얀 타일이 가득했던 부엌은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검붉은 빛이 지배하고 있었다. 식기며, 조리대며 바닥을 장악하는 검고 붉음, 그리고 끈적함.

하얀 조리복을 입은 여자들의 옷에 고풍스런 물이 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조리하려던 생 돼지고기 위로 끈적한 피가 소스처럼 끼얹져져서 마치 갓 살아있던 돼지의 살점을 도려낸 걸 보는 듯 했다. 

이 말라져 냉장고를 열어보니 여러 고급 술들이 있었다. 조니 워커 블루 라벨. 조니 워커 브랜드 중 최고급에 속하는 물건의 보틀이 눈에 띄었다.

아내의 추모용으로 누군가 가져왔겠지. 아내를 추모한답시고 웃으며 고급 술을 들이키는 가식적인 모습이 상상되자 이뿌리가 근질거렸다. 혀를 차며 보틀을 가지고 부엌을 나왔다.


다시 회관으로 돌아가자 아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불길은 남아있었고 바닥에 널부러져 타버린 시체들이 이리저리 뒤엉켜있었다.

몸에서 나온 기름과 진물과 피가 한데 모여 바닥 전체에 퍼져 남은 불길에 번들거리고 있었다. 시체 한구 한구를 밟을 때마다 구두 밑창에 쩌적쩌적하는 끈적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거친 숨소리가 들려 둘러보니 생존자가 있었다. 다가가 보니 테시가와라 사장이다.

피를 흘리는 팔을 부여잡고 공포에 질려 몸을 웅크리고 떨리는 눈으로 뒷걸음질 치지만 이내 구석에 몰렸다. 토시키가 한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사람의 가치는 누가 정하는 걸까요.”

들리긴 하는건지 계속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공포에 떨고 있다.

“타인일까요? 자신일까요? 아니면 멋 훗날의 제3자일까요? 애초에 그걸 왜 정하는 걸까요. 우리가 뭐 잘난 것도 없지 않나요. 신이 정하는 것도 솔직히, 좀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토시키는 낫을 천천히 그의 이마에 대더니 힘을 주어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느아아아아아아아하아아악!!”

피가 넘치기 시작하고 비명을 지르는 빈약한 저항은 남은 팔로 모가지를 죄는 걸로 제지가 가능했다. 낫에 힘을 쥐어 선을 그어가며 토시키는 한마디 한마디 끊어가며 말했다.


“내 아내는, 말입니다. 이 마을을, 여러분을, 좋아했습니다, 별 시덥잖은, 고민도 다, 들어주면서, 여러분들을, 위해줬어요,

근데 죽으니, 뭐? 이게 다, 하늘의 뜻? 당연한 일? 난 말야, 당신들이, 솔직히, 슬퍼할 줄 알았어,

당신들이, 기대던, 내 아내가 죽어서, 슬퍼할 줄 알았다고, 근데 당신들은, 그걸 시원스레, 배반했지.

당신들의, 그 좆같은, 신앙이 나를, 배신한, 거란 말이다!”

이제 비명이 나오지도 못하고 큰 눈으로 입만 벌려 컥컥 소리만 나오고 있다.

이마를 지나 뒤통수에도 낫이 깊게 들어가고 이마와 이어진 선에서 피가  솟구칠대로 솟구쳐 얼굴에 살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내 낫질을 멈추고 정수리에 손을 대고 말했다.

“내가 지금 뭐로 보이지? 악마? 괴물? 악귀? 뭘로 보이냔 말이야.”

흔들리는 동공이 토시키를 바라본다.


“뭐가 되었든, 그건 내가 아냐. 네놈들이지.”


힘을 주어 당기자 그은 선 위의 머릿 가죽이 벗겨져 붉은 피부 안쪽 근육이 드러나 이내 피가 고인다.

드러난 머리 속살과 피칠갑을 한 얼굴에 보이는 유일한 흰색은 뒤집어진 눈과 가죽에 살점이 딸려나와 드러난 두개골 일부였다.

“욾...우욹...우우우우울붉....”

입에 거품을 내며 경련하는 붉은 대머리 같은 사장을 봐도 분이 풀리지 않아 기관단총을 가져와 얼굴에 갈겨댔다.

고통스런 표정은 이내 생명을 잃어 무표정으로 바뀌고 그것은 곧 구멍 투성이가 되고 모인 구멍들은 머리 형상을 완전히 없애 버렸다.

박살난 두개골 더미에서 투명한 뇌수가 흐르고 엉망이 된 회색빛 덩어리가 모락모락 열기를 뿜어내는 광경은 갓 나온 요리 같았다.


총질을 멈춘 토시키는 어느새 호흡이 불안하다는 걸 깨닫고 숨을 골랐다. 조니워커 보틀을 들이키지만 무슨 맛인지 잘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도 알코올 덕에 귀가 트여 주변의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용케 고장나지 않은 프로젝터가 계속 돌아가며 틀어놓은 영상이 무한 반복되고 있었다.

거대한 연기를 스크린삼아 잔잔한 음악과 후타바의 모습이 나오더니 이내 자신의 거대한 얼굴이 드러나 말했다.

영상이 처음으로 돌아가 음악과 후타바가 나온다. 토시키는 한동안 영상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불은 거의 꺼진 회관은 먼 곳에 있고 연기도 별로 새어나가지 않아 한동안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이 늦게 오면 자식들은 술에 취했으니 그러려니 하리라.

회관을 뒤로하고 부엌쪽 뒷문으로 나와 차를 탔다. 목적지는 테시가와라의 집. 건설업을 하는 집이니 폭약을 구비해두고 있을 터이고 그것을 갈취하려는 생각이다.

달리고 달려 테시가와라 자택에 도착해 살며시 대문을 열고 안에 들어갔다.

아들인 카즈히코-텟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거 같다-라면 폭약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겠지. 한 손에 권총을 들고 복도를 지나쳤다.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쿵쿵 울리는 소리에 사람의 소리가 난다. 잘 들어보니 신음소리다. 그것도 여자 아이의. 간간히 남자의 목소리도 들린다.

토시키는 발을 옮겨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가 소리의 근원지 앞에 섰다. 문을 사이에 두고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미닫이문을 슬며시 열어 안을 보았다.

“아...아...하앙...앙! 텟시!! 아...으흥... 사랑해!! 아흐응!!”

“헉...허억... 조임...끝내줘...좋아...으읏 사야카...헉헉...!!”

그런 거였나. 개처럼 엎드려 혀와 침이 주체가 안되는 음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야카의 땋은 머리를 텟시가 붙잡고 자신의 허리를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였으면 천인공노할 일이었지만 지금 상황의 토시키에겐 이런 건 놀라운 일도 아니다. 미닫이문을 벌컥 열었다.

“꺄아악!”

“누, 누구야!! 아…아저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쾌락을 갈구하던 두 미성년이 불청객의 난입에 당황하여 이불로 몸을 가렸다.

방 한가운데 놓인 탁자 위 재떨이의 담배꽁초 더미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토시키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권총을 겨누며 말했다.

“이 집 창고에 폭약 있지? 공사 때 쓰는 거.”

급작스런 난입과 총의 존재에 당황하여 아무 말도 못하자 토시키는 총을 쐈다.

탕! 방구석에 있던 텟시의 각종 통신기기들이 파편과 스파크를 일으켰다. 사야카는 엎드려 공포로 울부짖었다.

"꺄아아아아아악!!!"

“다시 질문하마. 폭약 있냐, 없냐.”

“이…있어요. 있다구요 폭약!”

“어딨는지 안내해.”

텟시는 침착하게 옷을 챙겨있고 사야카를 챙겨주려 했으나 사야카는 공포에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놔두고 와. 총을 겨누는 토시키의 한마디에 텟시는 연신 뒤를 돌아보며 방을 나와 집 뒤편의 창고로 안내했다.


“집에 있는 건 이게 전부에요. 5개들이 묶음으로 20개 있어요.”

“차에 실어.”

텟시는 총구의 공포에 눌려 순순히 창고의 폭약들을 앞마당의 차 트렁크에 나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상자를 들어올린 순간 입구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린 사야카가 죽음의 공포를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 것이다.

“싫어어어어!!!! 죽고 싶지 않아아아아!!!!”

토시키가 마당으로 달려가자 이불만 두른 사야카는 이미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중얼거리며 차 뒷자석에서 샷건을 꺼내 사야카의 뒷모습을 향해 조준했고, 발포했다. 투쾅!!

사야카의 왼팔이 부메랑처럼 돌며 수풀을 향해 날아갔다. 허우적거리며 속도가 줄더니 이내 이불이 풀어져 드러난 나신이 고꾸라졌다.

뒤에서 텟시가 절규하며 뛰쳐나와 사야카를 향해 달렸다.

텟시의 품에 안긴 흝투성이 나체의 사야카는 팔 없는 어깨 뼈에서 피를 쏟으며 생기 잃은 눈을 멀겋게 하늘을 향해 뜨고 있었다.

텟시는 오열하다가 이내 조용해지더니 일어나서 상태를 보러 온 토시키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이 개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피눈물에 일그러진 얼굴로 달려드는 텟시에게 토시키는 손목만을 움직여 권총을 쐈다. 

“아.... 으... 허....커...허억...”

심장과 복부를 움켜쥔 텟시의 티셔츠가 피범벅이 됬지만 쓰러지지 않고 숨을 몰아내었다. 침과 뒤섞인 끈적힌 피를 뱉어가며 텟시는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아…저씨. 대체 왜…이러시는 거에요….”

토시키는 텟시를 심드렁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마을 사람들한테 마음을 배신당했단다. 그 뿐이야.”

“이러시면... 안돼요...”

“그래. 네 말이 맞다. 하지만...”

총구를 텟시의 이마 한가운데에 갖다 대었다.

“이제 와서, 아니 시작부터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단다. 그리고...”

“아학...아... 아아... 아하아악...”

피눈물이 맺힌 텟시는 모든걸 부적하듯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어른은 이렇게 치사한 생물이란다. 나도 그렇고.”

탕. 

“너흰 그런 어른이 되지 말렴.”

머리에 구멍이 뚫린 텟시는 그대로 흙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말았다.




--------------------




단체 학살 묘사가 생각한 만큼 안나와서 불만임.

여러분의 상상력으로 때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