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1부】 


  출발 1주일 전.

  “저기, 미츠하.”

  오랜만에 만난 옛 고향 친구이자 고등학교 동창인 사야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운을 띄웠다. 이제 겨우 ‘촌뜨기’ 딱지를 떼어가기 시작한 나는 익숙해져 가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빨대로 주욱 빨아들이면서 사야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이번에, 셋이 모여서 히다로 여행가지 않을래?”

  “히다로? 거긴 왜?”

  “오랜만에, 이토모리 좀 가볼까 해서.”

  그 단어를 들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토모리…… 이제는 없어진 지 3년이 되어가는 마을. 어느새 잊고 살았던 내 고향. 내 과거가 묻혀있는 곳. 

  폐허가 되어버린 우리 마을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야가 방문하자고 제안해 올 줄은 몰랐다.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노스탤지어? 

  게다가 셋이라니…….

  “텟시도 가?”

  “응. 실은, 텟시가 가자고 한 거거든.”

  그 말을 들은 나는 손을 휘저으며 넌더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까 몸에 받아들인 아메리카노의 쓴 맛이 뒤늦게나마 속에서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그래. 이게 솔로의 쓴 맛이야.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커플이나 다름없었던 너희 둘은 이제 영원히 알지 못할 맛이지.

  “그냥 둘이서 오붓하게 다녀오는 건 어때?”

  “오붓하긴 뭐가!”

  내 말을 들은 사야는 그렇게 외치면서도 이미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어차피 두 사람은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도 알콩달콩 잘 지내고 계시는데, 저 같은 미천한 솔로가 거기에 끼면 완전히 분위기 깨지는 것 정도는 눈치 채거든요?

  “거기 근처엔 이제 아무도 안 살잖아. 그럼 놀 만한 곳도 없고. 남은 건 뭐겠어?”

  나는 장난스럽게 사야를 떠 보았다. 사야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새빨개졌다. 아직도 사야는 텟시와 엮어서 놀려먹는 맛이 있다. 

  “방 두 개 잡고, 텟시 혼자 쓰게 만들 거야. 오랜만에 여자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 밤새도록 하자구!”

  “텟시 자랑으로 밤샐 건 아니고?” 

  “아니래도! 너 진짜 많이 변했다?”

  이제 사야는 폭발 직전에 놓인 폭탄처럼 부풀어 올랐다. 톡 하고 건들면 펑 하고 터지겠다는 생각마저 들 만큼. 

  “그나저나, 미츠하는 남친 안 만들어? 미츠하 정도면 대쉬 엄청나게 들어올 것 같은데. 아닌가? 오히려 접근하기 어려워하나?”

  “응? 나?”

  ……. 

  ………….

  …………………….

  어째선지, 그 말만 나오면 나는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 날. 혜성이 운석이 되어 우리 마을을 송두리째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그 날. 내가 미야미즈 신사로부터 강제로 해방되다시피 하며 도쿄로 사출당한 계기가 된 그 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주민 센터로 향하는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엄청난 거리를 굴렀다. 오랫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간신히 돌아온 시야에 내 손바닥이 잡혔다. 

  그 손바닥에는 처음 보는 글씨체로 ‘좋아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 글자를 보고 울음을 터트렸던 나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 내가 손바닥에 그런 말을 적게 내버려뒀을 정도로 나 자신도 그 말을 적어 준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누군가를 찾고 있다.

  줄곧 한 사람만을 찾고 있다.

  어느샌가 사라져버린 실루엣. 희미해져버린 기억. 그 속에서도 내 마음이 놓지 못하는 누군가에 대한 추억. 내 손바닥에 ‘좋아해’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

  소개팅도 받지 않았다. 남학생들의 고백도 전부 사양해버렸다. 좋은 만남이 있을 거라는 운세도 전부 무시해버렸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까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지 못했다.

  

  “미츠하. 튕기지 말고 같이 가자. 응? 오랜만에 가는 고향인데 뭐 어때? 별 일 있겠어? 여자 둘이서만 가기도 뭐하니까 든든한 경비원도 부르자는 거잖아!”

  사야는 이미 내 두 손을 가득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사야의 눈동자를 보고는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잔말 말고 따라와.’라고 무언의 압력을 넣는 듯한 눈동자였다. 변한 건 내가 아니라 사야 쪽인 것 같은데 말이지.

  정말. 이래가지고서는 거절할 수가 없잖아! 

  그래. 이번에 한 번 가보는 거야.

  어쩌면, 내가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실마리가 거기에 남아있을 지도 모르잖아.


  출발 당일. 

  히다 행 열차에서 바라 본 풍경은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는 사야가 예약해놨다던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퍼부어댔다. 덕분에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숙소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어차피 나가도 딱히 구경거리는 없으니까 숙소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TV 채널을 가지고 사랑싸움(?)을 하는 사야와 텟시를 보며 웃을 수 있었다. 

  비는 석양이 지는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그쳤다. 그래도 어디 나가기에는 늦은 시간이었기에, 우리 일행은 숙소에서 그대로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여행 이틀째의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국도 근처에서 발견한 라멘 가게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 

  “타카야마라멘이요.”

  텟시는 아직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주문을 했다.

  “저도 타카야마라멘이요!” 

  사야는 정 반대로 아주 활기차게 주문을 했다.

  “그럼, 저도 타카야마라멘으로…….”

  나는 고민 끝에 같은 메뉴를 주문하기로 했다. 아침 식사가 라멘이라니. 도쿄로 돌아가면 며칠간은 다이어트에 신경 좀 써야겠는걸?

  “알겠습니다. 라멘 세 개!” 

  주문을 받은 아주머니는 방금 전 사야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활기찬 목소리로 주문을 주방에 전달했다.  

  “텟시. 아침 먹고 나서 바로 이토모리로 갈 거야?”

  나는 다시 한 번 오늘 일정을 텟시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야겠지. 어제는 비 때문에 숙소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갔잖아. 오늘이라도 가야지.” 

  “정말이지. 이제 다 무너졌을 마을은 왜 가겠다는 건지, 원.”

  텟시의 말에, 사야는 투덜대듯이 중얼거렸다. 

  “무너졌든 안 무너졌든, 우리 고향인 건 변하지 않아.”

  텟시는 ‘마을 사랑 청년’과도 같은 말로 사야에게 응수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텟시는 아직도, 우리 마을을 잊지 않고 있구나.

  “어머. 너희들도 이토모리 찾으러 왔니?”

  우리의 대화를 듣던 가게 아주머니가, 쟁반에 라멘 세 그릇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뇨. 저희는 거기가 고향이어서요.”

  “어머. 우리 남편도 거기가 고향인데. 반가워요!”

  나의 대답을 들은 아주머니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회답해 주셨다. 나는 아주머니가 건네주는 라멘을 바라보다가, 방금 전 가게 아주머니가 한 말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너희들‘도’ 라니요?”

  “그저께에도, 이토모리를 찾으러 왔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거든. 구성원도 너희처럼 세 명이었어. 어제는 여자 한 명에 남자 둘이었지만.”

  “어디서 온 사람들이었는데요?”

  이번에는 텟시가 아주머니에게 질문을 날렸다. 질문을 받은 아주머니는 주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쿄였죠, 여보?”

  “응.”

  그 주방 안에 있던 사람이 대답했다. 

  “도쿄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왜 찾지?”

  사야는 방금 전의 대화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보나마나지. 운석이 떨어졌다니까 구경거리라도 생겼다는 듯이 오는 거야. 성지순례이니 뭐니 하면서.”

  텟시는 불쾌감을 한가득 담은 채 대답하며 라멘 면발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운석이라…….

  그 말을 들으니 내 머릿속에도 운석, 아니 혜성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아, 맞다. 신체도 다녀와야 했는데.”

  나는 잊고 있었던 우리 신사의 신체를 떠올렸다. 분명 이 근처였는데. 내 기억이 맞는다면, 다행히도 그 신체가 있는 산까지는 운석의 피해가 닿지 않았을 터이다.

  “신체? 미야미즈 신사의 신체 말이야?”

  “응. 근처의 산 정상에 있거든. 그 날 이후로는 우리 가족도 손을 대지 못했으니까. 나라도 한 번은 가봐야 하지 않겠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방에 있던 사람, 즉 가게주인 아저씨가 무언가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짓고서는 나에게 다가왔다.

  “실은 말이야. 어제 산 정상에 간다고 했다가 안 돌아온 사람이 있거든. 거기 가고 싶다면야, 식사 후에 태워다 주지.”


  。。。。。。。。。。



  오후.

  “후우…….”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계속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 달그락거리는 설거지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구수한 라멘 육수 냄새가 풍겨온다. 그 모든 감각조차도 무뎌질 정도로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나는 다시 한 번, 내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방금 전에 검색했던 키워드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기로 했다.

  티─아─마─트……혜성.

  그 키워드를 시작으로, 내가 여기까지 온 경로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밖에 없었다.

  3년 전에 일본 열도를 강타한, 티아마트라고 이름 붙은 혜성이 일으킨 참극. 핵이 폭발하는 바람에 혜성이 수십 개의 파편으로 갈라져, 그 중 하나가 운석이 되어 ‘이토모리’라는 이름의 마을에 떨어졌다. 그로 인해 마을 하나가 초토화되어버렸고,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은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지도에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런 초대규모 자연 재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운석 충돌 직전에 벌어진 어느 대피훈련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약간의 부상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무사히 그 재해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난데없이 벌어진 대피훈련이 만들어낸 기적. 

  그리고.

  나 자신은 어째서인지, 요 몇 주 전부터 그 이토모리를 찾고 있었다. 이토모리의 풍경을 무언가에 홀렸다는 듯이 스케치로 몇 장이나 그렸다. 그 스케치를 가지고 이토모리를 찾는 여행길에 올랐다. 직장 동료인 오쿠데라 선배와 같은 반 친구인 츠카사를 동반하고서.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은 어제, 이 근방에 도착해서는 지금 들어와 있는 라멘 가게에 들어왔다. 이 곳에서 옛 이토모리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리고─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혼자서 이 근방에서 과거 어느 신사의 신체가 있다는 산 정상에서 혼자 잠이 들었다. 같이 왔던 두 사람은 자리에 없었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셋은 같이 있었는데도. 싸웠는지 어쨌는지조차도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내 사인펜은 땅에 떨어져 있었고, 내 손에는 그 사인펜으로 그은 듯한 한 줄의 검은 선이 그려져 있었다. 간신히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나는 사인펜으로 내 손에 무언가를 적으려고 했다는 걸 기억해냈다.

  정작, 내가 적으려고 했던 게 무엇이었는지는 전혀 머릿속에서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끝으로─

  나는 그 자리에서 ‘누군가’와 마주쳐 버렸다.

  나는 그 ‘누군가’에게 끌려나오듯이, 이 가게로 되돌아오고야 말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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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노란빛...>을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드리기 위해 만든, 1인칭 시점에 맞춰 쓰는 연습도 할 겸 써 보는 단편입니다.

계속 쓸지 말지는... 고민중입니다. 이거 전개 어떻게 하지.


[작가 코멘트 2]

시험기간 + 기획서 제작 + 포트폴리오 삼단콤보는 정말 힘들어요.

RE편, 일상편 모두 들고 빠른 시일내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