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는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배려일지도 모른다.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몰랐고, 누구도 거기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뭔가 불길함을 느꼈는지 뛰어온 라면가게 아저씨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칼로 변하기라도 할 것처럼 조심스럽게 침묵을 지켰다.
거기에는 질문도, 힐난도, 질책도 없었다.
그렇지만 모두 눈앞의 아이가 미츠하가 아니라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아무런 끄덕임도 동의도 없었지만, 서로가 얼마만큼 아는지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알았다.
저 아이는 미츠하지만 미츠하가 아니다.
그것이 둘의 결론이였다.
타키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쉽게, 강하게 믿었다.
그것은 저 소녀가 미츠하를 간절하게 외쳤다던가, 포니테일을 하고 있다던가.
옆에 미츠하가 있다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였다.
그것들은 이미 내린 결론에 부합하는 사실일 뿐이다.
근거가 될 수는 없었다.
누군가가 간절하게 외쳤다던가. 머리를 익숙하게 묶었다는 것으로 증명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장미의 가시를 보고 양과 장미의 먹고 먹히는 전쟁을 떠올릴 사람이리라.
타키의 증거는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뭔가 더 근본적인, 가장 강력한 근거가 있었다.
타키의 마음속 누군가가 강렬하게 외쳤다.
마음이, 양심이 강력하게 외쳤다.
이성을 뒤엎어 버릴 만큼 크고 강하게.
저 소녀는 바로 자신이라고,
그녀의 존재는 바로 자신이 운명을 바꾼 대가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삶 자체로 업이고 평생의 부채였다.
따라서 타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일으켜 세웠다.
언제까지고 주저앉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해는 져버렸고, 밤하늘은 차가웠다.
별이 반짝인다.
혜성은 이미 없다. 3년 전에 지나갔으니.
많은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다 흩어졌지만, 괜찮니? 같은 뻔뻔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럴 자격이 없었으니까.
사실은 단 한마디도 할 자격이 없었다.
특히 모든 것을 잃고 넋을 놓아버린 아이 앞에선,
단 한마디도 말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운이 좋은 승리자가 패배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조롱뿐이라서 인지도 몰랐다.
그는 미츠하의 사랑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
거기에 대해선 더더욱 할 말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타키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닥쳐주는 것뿐이라 믿었다.
미츠하 역시 딱딱하게 굳은것은 매한가지였고,
모든 것을 잃은 아이 역시 멍하니 있었다.
모두가 딱딱하게 얼어붙었을 때,
오직 라면 가게 아저씨만 살아 움직였다.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차문을 열었다.
그것이 의무인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열었다.
손짓도 발짓도 없었지만 모두 그 뜻을 알수 있었다.
모두가 차에 올라탔다.
시동 소리가 울려 퍼지며 차가 출발했다.
숨소리조차 드물게 들리는 침묵 속에서 아저씨만이 묵묵히 핸들을 돌렸다.
고맙게도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필요가 있는 정보는 뭔가 슬픈 일이 일어났다는 것으로 충분한 듯 했다.
그것으로도 과묵한 사람이 더 침묵하게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
그렇게 자동차는 침묵을 뚫고 달렸다.
밤은 달콤한 황혼만큼이나 차가웠다.
어디론가 가야만 했다.
아, 어디로 가야 할까.
저 아이를 이곳에 버리고 갈수는 없었다.
너무나 상처 깊어,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아마 엉뚱한 선택을 할지도 몰랐다.
별빛 사이로 흐리게 보이는 구름들을 바라보며, 타키는 생각에 잠겼다.
아저씨가 친절하지만 영원히 이 차 안에 있을 수는 없었다.
타키는 어디로 갈지 방향을 찾아 헤메었다.
금방 몇 가지 선택지가 떠올랐다.
우선 토시키가 사는 곳으로 가는 길이 있다.
그는 눈뜬 채 꿈꾸고 있는 딸을 받아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이토모리가 사라진 이후로 그는 분명 달라졌다.
그라면 분명 이 아이를 웃는 얼굴로 받아 줄 것이다.
그는 미츠하를 위해서라면 설령 원수라 하더라도 몇 년이건 웃는 얼굴로 교류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받아들여지는 것 자체가 그 애에게 고통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토시키는 훌륭한 보호자가 되어 줄것이다.
미츠하의 집으로 갈수도 있었다.
굳이 말을 하진 않았지만 미츠하는 그런 타키 역시 받아줄 것이다.
비록 타키-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타키는 자신이니-는 비참함을 느끼겠지만.
그녀는 아마 좋은 스승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의 집으로 갈수도 있다.
의외로 맹한 구석이 있는 아버지라면 이 상황을 선선히 받아들일 가능성도 꽤 있다.
익숙한 우리 집. 그녀가 나온 곳. 나고 자란 고향.
아무리 어디가 좋다 그래도 가장 편한것은 우리 집. 아마 눈을 감고도 어디에 있는지 훤히 알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라도 타키를 받아들이는 건 동화 속에서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근 이십년을 함께 살아왔지만 이애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말한 다음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 정말 거절당한다면... 아버지에게 버림받는다면...
보호자, 스승, 가족.
그 아이가 가질수 있는것.
아마도 한번뿐일 단 한가지.
그중 어느 한곳이라도 간다면, 영원히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어느 쪽이든 추방의 다른 표현이 될 테니까.
어느 쪽이든 선택은 단 한번뿐,
어느쪽이 최선이 될지 타키는 알지 못했다.
타키는 이번에도 무스비를 믿어보기로 했다.
사실은 기댈 곳이 그것 말고는 없었다.
어쨌든 모든 행선지는 확실하게 도쿄를 가리키고 있으니.
일단 도쿄로 가면.
인연이, 삶이 나머지를 인도해 주리라 믿었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았지만, 타키의 삶과 현실부터 그러지 않았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타키는 도쿄로 가기만 하면 어떤 해법이 나올 것처럼 굴기로 했다.
어쩌면 그저 더 생각하는 것을 회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더 좋은 선택지가 나올수도 있지만, 그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차는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달렸다.
그리곤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어느 여관 앞에서 멈춰 섰다.
아저씨는 옷이 젖은 소녀를 태우고 먼 주행을 하는 것은 건 좋은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신 듯 했다.
아저씨는 우리에겐 아무 말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곧장 선금을 치르곤 나와 말씀하셨다.
“미안하지만, 나는 가게를 보러 가야 해서.”
아저씨는 아주 조금 눈을 가늘게 뜨더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말했다.
“너희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더니 연기를 내뿜었다.
“오늘은 쉬는 게 좋겠다.”
아저씨는 그저 그렇게만 말하곤 사라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저씨는 친절했다.
고작 해봐야 기본 라면 3개를 시킨 인연인데. 왜 나 같은 사람에게.
3번이나 날라주었는데... 모든 말들이 그렇게 맴돌았다.
타키는 그 말들을 꼭꼭 씹어 삼켰다.
우선 쉬어야할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런 말을 할 여유가 없었다.
밤은 늦었고, 행선지를 정하는 것은 여전히 두려운 일이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신은 이 비극의 최대 수혜자.
최선의 선택지를 골라줄 의무가 있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타키는 말했다.
“나는 어느 곳으로 가야 할까?”
나도 모르는 설정을 미리 아는 애가 있네.
원래 설정은 20대 타키라는 설정이였는데. 타가놈이 자동차 없는 놈인데 전개상 자동차가 필수라는 설붕탓에 라면 아재를 넣었고
시간이 옮겼는데, 미리 예측샷ㄷㄷ
차라리 처음부터 걔가 썼어야 했는데.
미리알어? ㅎㄷㄷ
이 설정을 미리 알았다고요?? 타츠하는 어떻게 되려나 미츠키라도 나와서 이어져야 하는것 아니지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