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통해 스며드는 햇빛이 얼굴을 닿는 불쾌감이 의식을 깨웠다.

이렇게 눈을 뜰 때면 언제나 물속에서 수면을 향해 부상하는 느낌이 든다.


어느 순간 싸구려 향수 냄새가 코를 확 찔렀다.  여관방 냄새다.

아, 집을 나왔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언듯 스치지만 아직 일어나고 싶지는 않다.
어쩐지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시간은 아마 아직 남았을 것이다.


... 물론 잠은 깰때로 깨어 완전히 잠들긴 이미 글렀다.

 이미 옆으로 누운 자신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억지로 눈을 붙였다.


그렇게 한동안 잠들었다고도, 깨었다고도 할 수 없는 경계상태에 있었다.
 이 켜짐과 꺼짐의 중간상태가 기분 좋다.


자세를 얼마나 뒤척였을까. 문득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자세를 잘못 잡았는지, 뭔가 얹혀 심장을 압박하는 것이 불쾌했다..
거기다 감기가 겹쳤는지,  숨을 쉬기가 쉽지 않다.

악몽을 꿔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렇게 답답함이 임계점을 넘었다. 

저도 모르게 벌떡으로 일어나고 말았다.


아마 잠들지는 못할것이다.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았다.

머리가 아직 아프고, 그 사이가 기억나지 않았다.


 아직 흐린 눈 사이로 낡은 탁자와 게임기가 눈에 들어왔다.
야릇한 포즈의 여자가 그려진 화보. 해바라기의 모작. 이름 모를 작가의 정물화.


.....
그리고 거울.


거울

.

나는 고개를 숙여 내 몸을 내려다본다.
거기에는 가슴골이 있었다.


가슴골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옷도 그렇다.'


단정하게 입혀진 옷..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저급한 재질로는 보이지 않는다.
천이 몹시 부드럽다.


잠시 정신이 새햐얗게 표백된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이미 한달에 몇번이고 겪던 일이지만, 이번일은 뭔가 달랐기 때문에.


그러나 이런 도피는 결국 끝나기 마련이다.

백지는 이윽고 사라진다.


약간의 두통과 함께 웅성이는 소리, 풀잎소리가 다시 펼쳐졌다.
눈앞에 그 순간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분명 보았다.

그때 자신의 모습을.
그때 분명, 분명 자신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플리츠 스커트.
익숙하다면 익숙하지만, 단 한번도 입은 적이 없는 그 옷.
자신은 그 옷을 입고 어딘가를 달렸다.
어느 순간부턴지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 자신은 어디선가부터 그 옷을 입고 있었다.
자신의 변화는 까마득히 모를 정도로 어딘가에 홀려서

. 산을 해매며 젖었고, 주저앉으며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옷을 갈아입은 기억이 없다.
자신은 그저 멍하니 있었으니까.

너무 감당하기 힘들었으니까.


역시.


갈아 입혔나.
아마 미츠하려나.


타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하기론 타키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입히려 했더라도 미츠하가 막았을 것이다.
미츠하는 자신이 할 일을 남에게 넘길 만큼 연약하지 않았고,
타키역시 모욕적일만큼 간섭을 하는 일이 없었다.

 

내기해도 좋았다.
자신의 이름을 걸어도 좋았다.
그건 무엇보다도 타키인 자신이 알았다.
자신은, 자신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
아니, 모든 것은 거짓부렁이다.


자신이 타키일 리가 없으니까.
이미 타키는 미츠하와 만나지 않았던가?
어떻게 두 번씩이나 처음 만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미츠하인 것도 아니다.
물론 미츠하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긴 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미츠하일 리가 없었다


그러기엔 타키의 자아가 너무나 강했다.
그에게 미츠하의 자아는 너무나 흐렸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둘중 누구도 아니었다.
누구도 될 수 없었다.


타키라고 우기기엔 미츠하의 몸이였고
미츠하라고 하기엔 그 정신이 너무나도 타키였으니까.



그래서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그럼 자신은 무엇이지?


문듣 한가지 이름이 떠올랐다. 어쩐지 그 이름 말곤 없다는 생각과 함께.


타츠하.


타치바나 타츠하건, 미야미즈 타츠하건,

일단은 타츠하.


하, 타츠하?

세상에.


웃기는 말이지만,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분명 타츠하는 타키와 미츠하를 대충 짜집은 이름이다.


그렇지만 자신 역시 그런 존재가 아닌가?

어떻게 거부할수 있겠나?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자신의 것이 아닌 몸을 더듬었다.
사실은 자신의 것, 더 이상 바뀌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온 몸을 더듬는다

.

이 촉각을, 이 호흡을, 이 온도를, 이 심장과 피를 손에 아로새긴다.
그 감촉을 두 손에 각인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몸이  남의 것이라고 하고 싶었다.
더 이상 떠날 수 없는데도, 남의 것이라고 하고 싶었다.


전혀 무관한 일이다.
전혀 상관없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단 한 치의 마법도, 주문도 깃들어 있지 않다.

몸을 만진다고 남의 것이 될 리가 없다.


그렇게 만지더라도 오직 이중적인 촉감이 자신의 몸임을, 속일 수 없음을 말할 뿐이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몸을 만지는 것뿐이다.


그러니 그렇게 해서라도 이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 주장을 회피하고 싶었다.


물론 그런다 하더라도 이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으니
단지 유보일 뿐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건 미루는 일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타츠하가 하고 싶은 것도, 바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마치 처음 바뀌었던 그 순간을, 그 순간을...


전부 부질없는 짓.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잃을 것 같았다.

몸을 놓는 즉시 현실 감각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러느니 차라리 자신의 것이 없는 편이 나았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것이 아주 소중하다는 것만큼은 알았다.


그렇지만 사라지고 싶지도 않았다.
모순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로 살고 싶었다.


타츠하는 정말이지 살고 싶었다.
살았다는 흔적을 어딘가 남기고 싶었다.


어쩌면 마법이 짠하고 풀리면, 원래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사악한 별의 신이 헝큰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해프닝일 뿐이라며 웃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진귀한 체험이라고 창피해 할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면, 어쩌면 한바탕 봄꿈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기억을, 경험을 공유하더라도, 해프닝일 뿐이라 여기곤
꿈이였다 안도하는 타키 역시 자신이라 확신 할 수 없었다.


자신을 꿈으로 아는 타키가 자신인지 확신할 수 없다.
자신이 타키인지 확신 할 수 없다면, 돌아갈 수 있다고 희망할 수도 없다.


어느새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보는 이는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반질반질한 무릎에 볼을 파묻는다.


눈물을 숨길 필요가 없는데도.


마치 갓 태어난 아기처럼.
몸을 둥글게 만다.


그러고는 엉엉 운다.



그 순간 벌컥 문이 열렸다.


당황하기도 전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뒤 따라와  귀에 박힌다.


“아무...니야.”
“뭔...일”
“만난...거야?”


그리고 눈을 마주쳤다.


츠카사. 오쿠데라.

가슴. 손. 만지다.
울다. 콧물.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허물어져 내렸다.
실존적 두려움에 떨던 소녀가 변태가 되어 버리는 건 정말이지 한순간의 일인 것이다.


타츠하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일면식도 없는 몸인데도, 말해 버렸다.

.

“츠..츠카사?”
“선배?”






생각해보면 혜성은 내가 맞은게 아니였을까?

글을 못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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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미츠하X타키X타츠하- 1편. 악취미

[팬픽] 미츠하X타키X타츠하- 2. 그리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