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 주의사항
※ 등장인물의 나이설정은 엔딩을 따라갑니다.
※ 장소나 인물설정은 픽션이므로 실제상황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공원씬 뒤로 육교씬이 추가되었습니다. 3편 초반부를 옮겼습니다 (5/4 09:30)
<운명인가 우연인가 - 미츠타키 After>
2. 데이트
토요일 아침. 미츠하는 밤새 잠을 못 잤다. 오늘은 매우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라 설레는 기분에 계속 잠을 뒤척였다.
이불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니 자신의 모습이 평소에 자신이 맞나 싶다.
─ 어머, 나 어뜩해... 이거 정말 큰일 났네. 타키군이 내 이런 모습을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아으...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보더니 정신이 번쩍 난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면서 미츠하는 다시 거울을 보며 다짐했다.
─ 미츠하, 오늘은 정말 기대했었고 중요한 날이야. 잘해보자!!
무엇을 입고 갈지 고민하진 벌써 1시간째다. 거울 앞에서 계속 옷만 입는 것만 반복중이었는데 이러다간 늦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옳지. 옷은 이게 좋겠다. 이걸로 하고 요렇게 하면~ 오케이~ 빠뜨린 거 없고 오늘의 계획은 분명 내 폰에 다 담아뒀지? 다시 한 번 확인 또 확인...
잠시 이것저것 체크한 후, 책상 서랍에서 매듬끈을 꺼내 고등학교 시절에 주로 했던 묶음 머리를 한다. 평소 머리모양이 더 편하고 좋았고 그 시절에 하던 머리 스타일은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 꺼려했었지만 오늘따라 왜인지 그 머리를 하고 싶었던 것.
─ 오늘의 계획은 완벽해~ 타키군도 분명 좋아할 거야~ 우후후~
어린애 마냥 신난 미츠하였다.
☆ ☆ ☆ ☆ ☆
며칠 전. 두 사람이 재회하고 그 다음날.
「띠링~」
점심시간 타키의 전화기에서 메시지 수신알람이 뜬다.
발신자 : 미야미즈 미츠하
[어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했어. 난 밤새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우우웅. 그래서 말인데, 타~키군!! 토요일에 시간 좀 비워줘. 응? 알았지? 답장 기다릴게? ^^* ]
이게 어제 갓 만난 사람의 메시지인가 싶을 정도로 애교가 넘친다.
─ 귀여워, 진짜 귀여워... 연상이라고 도무지 생각되질 않는 사람이야. 정말.
지금 타키의 얼굴은 이제까지 저 사람이 타키였나 싶을 정도로 풀어져 있다.
바로 능숙하게 답장을 써내려 가는 도중 그의 전화벨이 울린다.
발신 : 미야미즈 미츠하
─ 어이 어이. 미츠하. 답장 보낼 시간은 줘야지. 그렇게 급한 일인가?
전화를 받자마자 들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편해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그 목소리.
─ 타키군~ 메시지 봤어? 응응?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애교 넘치는 목소리. 순간 흠칫하여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라도 듣는 사람이 있을지 걱정됐지만 다행히 아직 들은 직원은 없다.
다른 직원이 들었으면 설탕을 쏟아 부어도 이거보다 달진 않겠다고 말하겠지.
─ 응 봤어. 바로 답장 보내려고 하는데 미츠하. 뭐 급한 일 있어?
─ 우웅... 아니, 그냥 타키군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미츠하의 목소리는 점점 애교가 꽉차 흘러 넘치기 시작한다. 견딜 수가 없을 정도로.
─ 나도 미츠하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는데, 너무 바빴어. 내가 먼저 전화해야 하는 거였는데.
이미 어제 집에 들어갈 때 서로 메시지를 100통 넘게 주고받는 바람에 자정이 넘어서야 잠들었지...
그리고 오늘 아침에 미츠하에게 모닝콜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늦잠을 자버려서 회사에 이틀 연속 지각할 뻔했다. 거기다 출근하니 일은 산더미. 간신히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한숨 돌릴 정도.
─ 아니야 타~키군~. 괜찮아~ 그건 그렇고 난 바로 답을 듣고 싶어서~ 전화 했어~ 어때? 타키군? 응?
와... 미츠하... 연애경험도 거의(!!!) 없는 나에게 이래도 되는 거야? 아니... 이건 경험을 떠나서 어떤 남자라도 저런 소리를 들으면 거절하지 못한다. 이건 진짜 장담할 수 있다.
얕게 한숨을 쉰 다음 타키는 말을 이었다.
─ 후 알았어. 토요일의 내 시간은 무조건 미.츠.하.를 위해 비워둘게!!
─ 우와~ 정말??? 고마워 타~키군!! 역시 타키군이야~~ 그럼 토요일 오전 10시에 요츠야역 앞에서 봐~ 기다릴게~ 그때 봐~ 늦어도 되지만 너무 늦으면 내가 화낼 거야!! 알았지?????
전화기 너머로 크게 기뻐하는 미츠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 읏 잠깐!! 미츠하!! 목소리 너무 커!!!
소리가 너무 큰 나머지 전화기 바깥으로 미츠하의 목소리가 새어나와 버렸다. 타키는 최대한으로 막아봤지만 역부족. 그와 동시에 타키의 뒤통수에 직원들의 시선이 꽂힌다.
큰일 났다. 이건 정말 위험해!!!!
그 뒤 타키의 회사는 점심시간의 일로 타키의 해명을 듣느라 2시간동안 업무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 ☆ ☆ ☆ ☆
─ 무슨 일일까? 미츠하가 시간을 비워달라니.
뭔지 알 것 같으면서 모르겠는 그런 느낌. 하지만 그 전 날 퇴근할 때 미용실에 들러 부스스한 머리를 짧게 다듬고 팩까지 하고 잤다. 아무래도 그날의 메시지는 내가 오늘 데이트 신청하는 거야~!! 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는게 맞겠다.
─ 내가 하려 했는데. 아깝게 됐네.
정말 얕볼 수 없는 여자다. 미야미즈 미츠하. 그것도 만난 지 하루 만에 바로 데이트 신청이라니.
─ 나도 오늘은 힘 좀 내볼까!
첫 데이트니까 캐주얼하지만 단정하게 보이는 게 좋겠지? 옳지. 됐다. 아니야, 맘에 안 들어...
미츠하와 마찬가지로 타키도 옷차림에 영 신경이 쓰이는지 계속 옷만 벗었다 입었다 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골라낸 옷은 캐주얼 하면서도 단정한 느낌.
첫 데이트에 양복을 입고 가는 건, 테러에 가까운 행위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 옳지 이거다. 나도 내 나름대로 미츠하가 좋아할 만한 계획을 짰으니 좋아. 나가자!!!
승리를 확신하고 전장에 나가는 군인처럼 타키는 씩씩하게 현관문을 나섰다.
☆ ☆ ☆ ☆ ☆
토요일 아침의 전철은 사람이 그렇게 붐비지 않아 두 사람은 여유 있게 약속 장소에 나올 수 있었다. 요츠야역 앞은 그래도 사람이 많았지만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를 못 볼 정도의 붐빔은 아니었고, 출근시간의 그 혼잡도 절정인 전철 안에서도 눈이 마주칠 정도였으니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서로를 찾아 광장으로 나온 두 사람은 곧 쉽게 만날 수 있었다.
─ 와~ 미츠하 진짜 귀엽다.
타키의 눈에 들어온 오늘의 미츠하는 너무도 귀엽게 차려입고 나왔다.
노랑 가디건을 걸치고 하얀 바탕에 노란 별무늬 원피스를 입었고. 머리모양이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한눈에 봐도 준비하는데 엄청 복잡해 보이는 머리스타일인데 미츠하랑 너무 잘 어울린다.
어디선가 많이 익숙한 머리스타일이었지만, 전체적인 흐르는 귀여움에 그 생각은 타키의 머릿속에서 이내 지워졌다.
─ 진짜 잘 어울려. 미츠하. 특히 그 머리. 정말 정성들였네.
타키의 칭찬에 미츠하는 이내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꼬면서 살짝 부끄러워한다.
─ 나도 정말 오랜만에 하는 머리야. 고등학교 때 주로 하던 머리였고. 단발로 자르기전에는 말이지만. 그러는 타키군도 진짜 멋있어. 머리 다듬어서 고슴도치 스타일이...... 어머,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여튼 정말 잘 어울려 타키~군~ 깔끔해서. 잘생겼는데 더 미남이야 히히...
미남이라는 소리에 타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손가락으로 뒷머리를 긁적인다. 곤란하거나 부끄러울 때 나오는 자세였는데, 미츠하의 방금 칭찬은 충분이 그런 자세가 나올만한 말이었다.
그나저나 고슴도치라니...
고슴도치라는 말을 할 때 미츠하가 당황하는 것을 본 타키. 그러고 보니 미츠하의 가방엔 고슴도치 마스코트의 캔 배지가, 전화기엔 고슴도치 스트랩이 달려있다.
미츠하는 고슴도치를 좋아하나 보네. 타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타키를 미츠하는 활짝 웃으면서 바라보며.
─ 오늘은 내가 맘껏 데리고 다닐 거야. 타키군은 따라만 오면 돼요~! 이 누나가 알아서 다 할게요~!
그리고 검지를 타키의 입술에 댄다. 급 당황한 타키. 미츠하도 그걸 알아차렸는지. 살며시 손가락을 떼고는 배시시 웃는다.
─ 오늘은 누나입니까 미츠하씨...
미츠하가 제대로 계획한 날이라 하니 마음껏 맞춰주자. 오늘은 미츠하만 따라다닐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타키는 미츠하와 나란히 역전을 벗어났다.
☆ ☆ ☆ ☆ ☆
─ 우와~~ 너무 귀여워!!!!
지금 타키의 눈앞에는 손바닥 위에 새끼 고슴도치 한 마리를 올려놓고 어린애처럼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미츠하가 있다.
미츠하가 데리고 온 곳은 도쿄 근교의 한 동물원. 미츠하가 자기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고, 타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있었다고 그러면서 데리고 온 것이었다.
기획전인지 특별관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현재 우리는 고슴도치 체험관에 와있다. 동물원에 들어오자마자 미츠하는 빨리빨리 하면서 뛰어가는 통에 아침부터 가볍게 달리기 운동을 하게 되었지만. 그 피로는 미츠하의 지금 기뻐하는 미소만으로 싹 풀리는 느낌이다.
─ 어렸을 때부터 고슴도치가 괜히 좋았어. 그래서 고슴도치 관련 굿즈를 항상 내 소지품에 달고 다녔었지. 이거 정말 귀엽지 않아 타키군? 자 봐봐 타키군도 손바닥 이리 줘.
손바닥을 내밀자 환하게 웃으면서 고슴도치 새끼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행복해 하는 미츠하. 타키는 고슴도치보다도 미츠하의 행복하게 웃는 얼굴이 더 눈에 들어온다. 물론 고슴도치도 귀엽지만.
─ 와 너무 귀여워~~~ 행복해~~
그 날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미소랑은 또 다른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는 미츠하. 미츠하는 진짜 표정이 풍부하구나. 라고 타키는 생각한다.
─ 응 귀여워 미츠하. 고슴도치도 귀엽고
─ 고슴도치도 라니. 타키군!!
그 말에 잠시 토라진 듯 했지만 다시 고슴도치를 보고 예의 그 환한 미소를 보인다.
몰랐던 미츠하의 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는 걸 느끼는 타키. 이제부터는 이 미소를 내가 지켜 줘야하는구나 아니 꼭 지켜 줄거야. 운명이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 해도 난 꼭 지킬 거야. 잠시 다짐해본다.
약간 굳어버린 타키의 표정을 보더니 미츠하는 바로 걱정스러운 듯이 물어본다.
─ 타키군 타키군, 무슨 걱정 있어? 갑자기 심각해져서?
─ 응,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근데 미츠하는 고슴도치를 엄청 좋아했었구나.
─ 응! 고슴도치의 귀여움에 빠져들면 진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 헤헤.
여전히 행복이 가득한 미소를 보여주는 미츠하.
─ 나도 고슴도치랑 친해져볼까?
─ 헤헤. 무리하지 않아도 돼. 내가 타키군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온 거니까. 난 타키군에게 나에 대한 것을 하나씩 알려주고 싶었거든.
이렇게 속이 깊은 여자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것들을 선물을 풀듯이 하나씩 하나씩 풀어주는 미츠하. 아직 연인사이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인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보다. 이미 우리는 연인이야! 라고 선언하는 거 같다,
타키는 미츠하의 행복한 얼굴을 부지런히 자기의 전화기에 담아놓는다. 저녁에 되돌아보면 또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고 있겠지.
─ 흐하~ 너무 열심히 놀았더니 배고파졌어. 자!! 다음은 점심이지? 내가 또 좋은데 잡아놨지요~ 타~키군! 자 따라오면 돼~~
동물원에서 나왔더니 타키도 시장기가 느껴진다.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1시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미츠하도 그걸 느꼈는지 자신이 정한 곳으로 타키를 데려간다.
☆ ☆ ☆ ☆ ☆
두 사람은 지금 한 레스토랑 안에 앉아 있다. 자신이 너무도 잘 아는 곳이었기에 타키는 속으로 놀란다.
미츠하는 타키가 고교생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점심식사 장소로 정한 것이었다. 참 이상한 일이야 하고 타키는 생각한다.
그냥 우연의 일치겠지.
─ 여길 어떻게 알았어. 미츠하?
─ 어? 난 여기 인테리어가 참 맘에 들었어. 사진보고 골랐지. 그리고 음식도 하나같이 평이 좋아. 타키군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그냥 내가 정해봤는데 어때?
─ 음... 여진 정말 좋은 곳이야.
─ 어째 반응이 시원치 않은 걸? 맘에 들지 않아?
타키가 아르바이트를 했단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미츠하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진다. 타키는 당황하여 그런 미츠하에게 바로 해명했다.
─ 아니야. 미츠하가 정말 잘 골라서 내가 좀 놀랐어. 그리고 여긴 내가 고등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고. 난 이 곳에서 여러가지를 배웠었거든. 지금은 그 때 일했던 사람들은 보이질 않네.
─ 헤에? 그렇구나? 여기 타키군이 일했던 곳이었어? 난 사진을 보면서 아까의 이유도 있었지만. 왠지 여기 많이 낯이 익더라고. 내가 고등학생 때 이곳에 왔던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 아르바이트를 했던가? 아마 그랬던거 같긴한데. 기억이 잘 나질 않네. 난 도쿄에 올라온 지 꽤 됐지만 아르바이트를 이곳에서는 하지 않았었거든.
뭔가 살짝 이상한 말을 하는 미츠하. 기억에 없는데 이곳에 왔던 적이라. 에이 그냥 기분 탓 일거야. 생각을 살짝 흘린다.
─ 그럼 여긴 내가 주문할게. 오랜만에 왔으니까 내가 엄선해서 주문할게.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둘은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타키가 일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메뉴는 크게 변한 건 없어서 그런지 타키의 선택이 매우 좋았던 거 같다. 미츠하는 음식 입에 넣을 때 마다 맛있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 음~~ 맛있어~~ 역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너무 행복해져. 그것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자리라 더 좋아~ 헤헤. 타키군~ 정말 맛있어 여기. 오길 잘했네. 헤헤. 아 타키군, 왜 안 먹어?
─ 맛있다니 다행이다. 난 미츠하가 먹는 모습만 바라봐도 너무 기분이 좋아서 말이야.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이 흘러나오는 타키.
─ 어...어멋...
갑자기 얼굴이 빨개져 어쩔 줄을 모르는 미츠하. 그 모습은 귀여운 소녀 그 자체였다. 타키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내 깨닫고는 미츠하를 바로 바라보지를 못한다.
─ 타...타키군. 그런 건 실례야. 숙녀가 먹는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다니!
어쩔 줄 모르던 미츠하의 볼이 다시 살짝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는 살짝 항의하는 미츠하.
─ 미...미안 미츠하. 나도 모르게 그만.
차마 미츠하를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쩔쩔매고 있는 타키. 미츠하는 그런 타키의 모습을 보더니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 풉, 타키군 지금 너무 귀여운 거 알아?
안 그래도 고개를 못드는 타키는 아예 부끄러움에 고개를 무릎으로 파묻을 정도가 된다.
─ 미츠하... 너무하네...
소심하게 항의하는 타키를 보고 미츠하는 한참 웃은 뒤 다시 음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타키도 그런 미츠하를 간신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작은 소동으로 멈췄던 두 사람의 즐거운 식사 시간이 재개 되었고, 둘은 정말 즐겁게 식사를 했다.
타키는 이곳의 음식을 직접 할 줄도 안다. 아르바이트 시절에 주방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스킬이 있어서 지금도 집에서 곧잘 해서 먹곤 한다. 이제 그 음식을 미츠하에게도 대접을 해줘야겠네 라고 생각하는 타키.
─ 미츠하가 고른 곳이었지만 나도 많이 놀랐어. 설마 여길 선택할 줄이야.
─ 나는 전~혀 몰랐어. 타키군이 여기서 아르바이트 했다는 사실조차도. 하지만 이 레스토랑에서 나도 뭔가가 있었다는 느낌이 드네. 여기 와서 느낀 거지만.
뭐 상관 없을라나 하고 미츠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마침 나온 디저트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 ☆ ☆ ☆ ☆
─ 배불러~ 날도 따뜻해서 너무 좋다.
여기는 신주쿠 주변의 한 공원 벤치. 밥을 먹고 나온 두 사람은 소화도 시킬 겸 산책하기 위해 이 공원에 들렀다. 물론 이 곳은 미츠하가 가자고 한 세 번째 코스. 타키는 오늘 자기가 짰던 계획은 파기시킨 지 옛날이다. 미츠하가 주도적으로 데리고 다니는 것에 만족할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타키의 손에 갑자기 따듯한 온기가 느껴진다. 놀란 타키는 바로 옆에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 저...저기... 미...미츠하?
─ 왜? 타키군. 손잡는 거 싫어?? 난 이렇게 하는 게 좋은데 헤헤.
타키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얹은 미츠하. 그리고 타키의 온기를 느끼듯이 부드럽게 감싼다. 그리고는 타키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댄다. 향긋한 샴푸냄새가 타키의 코를 자극한다. 여지껏 여자의 손조차 잡아본 적 없는 타키가 거기에 버틸 수가 있을 리가.
─ 아니 그건 아닌데..
─ 후후 타키군 순진하네. 나도 남자의 손을 잡는 건 처음이야 하지만 타키군이라면 안심이 되는걸? 타키군의 손을 잡는 순간 마음이 따듯해 졌어 헤헤.
어깨에 기댄 채로 미츠하가 타키에게 속삭이듯이 말한다. 그리고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이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행복한 표정으로.
둘이 그렇게 잠시 벤치에 앉아 있는 동안, 별안간 날씨가 변덕을 부리기 시작했다. 맑았던 하늘에 검은 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한다.
─ 미츠하, 이거 위험...하지 않아?
─ 어? 그렇네? 오늘 날씨 맑다고 했는데 소나기라도 내리려나.
─ 일단 여기를 뜨자. 비가 오면 정말 힘들 거 같아.
미츠하의 손을 끌고 타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하늘은 이내 굵은 빗줄기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 으윽... 이거 정말...
─ 아, 타키군 저기 정자! 저기라면 비를 피할 수 있겠다.
두 사람의 눈앞에는 한 정자가 보였다. 지붕이 있어서 비를 피하기엔 안성 맞춤일거 같다.
─ 휴, 옷이 젖어버렸네. 좀 말리고 가야겠다. 기상청도 너무하네. 제대로 예보를 해줘야지!
즐거웠던 데이트 분위기가 비 때문에 깨져서 그런지 미츠하가 상당히 불만을 가진 듯 했다.
─ 뭐, 어쩔 수 없잖아. 이미 내려 버린 비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
아무렇지도 않게 미츠하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던 타키는 이내 무언가를 발견하고 말을 잊지를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얼어 붙어버렸다.
─ 어? 타키군 갑자기 왜 그래?.. 어...어멋!
갑자기 가디건으로 상의를 가리는 미츠하. 뭐 흔히 발생하는 연인들의 사고라는 것이 두 사람이라고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같았다.
─ 미안, 미츠하.. 일부러는 아니었어.
─ 으... 부끄럽잖아 타키군. 아니면 아예 보고도 못본 척하던가. 하여간... 정말...
얼굴이 빨개져서 항의하는 미츠하에게 타키는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미숙한 대처능력을 원망할 수밖에.
잠시 어색해진 정자 안의 두 사람. 서로를 살짝 피하는 시선이 오가는 사이에 밖에서는 빗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조금 추운지 몸을 살짝 떠는 미츠하를 보고는 타키는 자신의 가디건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살포시 덮어준다.
─ 어... 타키군? 괜찮아?
─ 난, 괜찮아. 미츠하 추운 거 같아서...
─ 으응... 고마워..
참 자상한 남자야. 추위가 느껴지자마자 자신의 어깨위에 옷을 걸치는 남자. 꼭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남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오늘 첫 데이트인데 설레는 마음이 아침부터 점점 커져가더니 지금은 아예 그와 함께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자신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 타... 타키군. 나 할 말이 있는데...
결국 그 맘을 참지 못하고 간신히 말을 하는 미츠하.
─ 응? 무슨 말?
참 이런 데서는 둔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 나... 타키군을 좋아해...
한참을 뜸들이다가 결국 마음속의 말을 그에게 전했다. 미츠하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타키의 얼굴을 바라볼 생각도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타키는 갑작스런 미츠하의 발언에, 모든 사고가 정지해버림을 느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인데 선수를 빼앗긴 느낌. 아침에도 느꼈었지만, 정말... 미츠하... 너란 사람은..
─ 나도... 좋아해 미츠하.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만날 수 있는 거지? 그렇지?
안 그래도 먼저 말한게 부끄러웠는데 그의 말을 듣자 미츠하의 얼굴은 흡사 터지기 직전의 폭탄처럼 새빨갛게 되고 말았다.
─ ... 응!!! 계속 만날 수 있어!!
살짝 눈물마저 보이던 미츠하는 별안간 타키의 품안에 달려들었다. 지금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가장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 할 수 있는 행동은 그것만큼 좋은 건 없으리라.
서서이 비가 그치면서 구름사이로 햇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물기에 젖은 정자 안의 두 남녀는 한동안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안고 있었다.
☆ ☆ ☆ ☆ ☆
공원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길을 건너기 위해 한 육교 위에 올라섰다.
─ 이 육교. 낯설지가 않아.
미츠하가 무심코 중얼거리는 한마디. 그러고 보니 타키는 지금 있는 이 육교에서 오쿠데라와 헤어진 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를 하지 못했던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그 누군가는 알 수 없었지만. 전화를 했던 기억만은 확실히 남아있다.
─ 나도 그러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던 일이 떠올라. 그게 누구인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순간 미츠하의 얼굴에 살짝 놀란 빛이 스친다.
─ 어라? 타키군도? 나도 고등학생 때 도쿄에 누군가를 만나러 왔었는데, 못찾았어 여기서 전화를 걸었었거든. 근데 연결이 안돼서...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미츠하의 말.
─ 그런데 그 날 우연히 전철 안에서 그 사람을 만났어. 다만 그 사람은 날 몰라봐서 어쩔 줄 몰라 했었지.
타키는 순간 머릿속이 아파지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기억과 일치한다면 분명 중학생 때 있었던 일로 누군가가 자신을 불러서 바라봤지만 전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던 일.
「에이 설마. 처음 만났을 때도 우연이었는데 이런 우연이 계속될 리가 없잖아.」
타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미츠하를 바라본다.
닮았다. 하지만 그 때 만났던 누군가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머리를 잠시 흔들어 생각을 흩어버리고는 다시 미츠하의 손을 꼭 잡고 잠시 하늘을 바라본다.
그렇게 잠시 있는 동안 어느덧 저녁노을이 두 사람을 비추기 시작한다.
─ 타키군, 저 노을 좀 봐. 저녁노을이 이렇게 예쁜 건 도쿄에서도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
─ 그러네... 진짜 아름답다. 타소가레도키야.
저도 모르게 타소가레도키라고 읊는 타키, 미츠하도 그것을 알고 있었던 듯 타키를 바라보며 말한다.
─ 타소가레도키? 황혼이라는 말인데. 타키군 그 단어를 알고 있구나. 우리 고향에서는 카타와레도키라고 했지. 방언이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그렇게 불렀어.
─ 서로 만날 수 없는 존재가 시간의 벽을 허물고 나타난다는 그 찰나...
─ 그런 것까지 알고 있구나. 난 고등학교 때 고전 문학 선생님이 알려줬었는데. 그럼 혹시 타키군 무스비 라는 말 알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질문을 던진 미츠하. 하지만 타키군의 다음 대답에는 정말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아마 내 기억엔...
「실을 잇고, 사람을 잇고, 시간마저도 잇는다. 한데 모아서 모양을 만들고, 꼬아서 휘감고, 때로는 되돌리고, 끊기고, 또 이어진다.」
─ !!
미츠하는 놀란 눈으로 타키를 바라봤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할머니가 어렸을 적 나랑 요츠하에게 알려줬던 말이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우리 가문만 알고 있던 말일 터인즉. 타키를 만난적도 없을 거고, 아버지인 토시키 조차도 어머니랑 결혼한 후에나 알게 되었던 것인데.
─ 타...타키군이 어떻게 그걸 알고 있어? 건 우리 미... 미야미즈 가문만 알고 있는 말인데.
너무 놀라 말조차 더듬는 미츠하.
─ 나도 잘은 모르겠어.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해내려고 하면 뿌연 기억만이 가려서 잘 떠오르지 않아. 다만 남아있는 건 의미뿐이지만, 난 그걸 어디서 들었는지 조차도 모르겠는걸.
─ 그렇구나... 하지만 대단해. 타키군이 그걸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한 일이야.
미츠하는 다시 자신의 앞에 있는 연인을 바라본다. 오늘 고백을 했지만, 이 관계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의심치 않는 이 사람. 그리고 그도 자신에게 계속 만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이제는 확신 할 수 있었따. 이 남자 정말로 내가 찾던 그 사람이 맞다. 난 이 사람을 찾기 위해서 8년 동안 계속 헤매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제 이 사람은 이제 내 옆에 계속 있어 준다고 했어.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 미츠하? 괜찮아?
─ 으응 괜찮아. 난 너무 기뻐. 타키군이 내 옆에 와줘서. 정말로. 신에게 감사드리고 싶어.
눈물을 닦으며 그렇게 말하는 미츠하. 타키군도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자신에게 믿음을 주는 이 사람. 아마도 내가 찾던 그사람.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찾을 필요도 없어!! 지금 그사람은 내 옆에 있으니까!!!!
타키는 천천히 미츠하를 껴안는다. 미츠하는 움찔했지만 그대로 타키에게 몸을 맡기면 기댄다...
─ 고마워 미츠하. 아까도 말하려 했는데. 미츠하를 만나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행복하자.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난 이 사람을 반드시 놓지 않겠다... 두 사람은 저녁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안은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잡담>
언정패러디 하려고했는데 능력부족... 결국 고백신으로 대신했습니다. 풋풋함을 담아내려했는데. 잘 안담긴거 같은..
대략 플롯을 보니 예전에 썼던 단편이나 장편 내용이랑 중복이 있네요.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중입니다
그럼 2일 뒤에 뵙겠습니다.
오오 달달물 굿굿
근데 앞에 연애 경험이 '거의' 없다는 거랑, 뒤에 여자 손 잡은 적 없다는건 각각 무슨 뜻임?
둘 다 서로가 처음이 아닌건가요? 아니면 떡밥?
그걸알려주면 스포지 ... - 覚えてない?
서로 몸 바뀌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찾는다는거군요. 압니다
역시 얘들은 달달해야지
설마 그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랑 연애한거면 안되는데... 이 작품의 분위기 상 그럴거 같지는 않으니 믿고 볼게요!
그럴일은 없다 이건 될수 있으면 설탕 퍼부을거라 - 覚えてない?
달달하네요 중간에 언정 생각나는데 그 정자가 맞았네요 ㅋㅋ
네 그정자 맞아요 ㅎㅎ 언정뽕맞고 어떻게 배경으로라도 넣을려고 ㅋㅋ - 覚えてな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