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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석이 다녀 온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됐다. 그러나 그 바보는 어째 전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아 보인다. 뭐야. 뭔 일이 있던 거야.

다녀왔다는 연락 한통 없이, 지난 월요일에 모습을 드러냈다. 혼자 보내야 성장할 거라고 생각해서 고심 끝에 보냈더니 아주 병신이 돼서 돌아왔다. 하아...

“야 츠카사. 한숨 좀 그만 쉬어라. 땅 꺼지겠다.”

옆에서 도시락을 까고 있던 신타가 나에게 딴지를 건다. 그러는 너도 한숨 쉬고 있었으면서.

“저 꼬락서니를 봐.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전혀 모르잖아.”

젓가락으로 한심한 꼬락서니를 하고 있는 병신을 가리켰다. 젓가락 끝에는 성게머리를 한, 붉은 끈을 손목에 감은 타키가 있었다.

“에휴...”

“야 신타. 한숨 좀 그만 쉬어라. 땅 꺼지겠다.”

받은 말을 고대로 돌려줬다. 신타는 내 반격에 머쓱히 웃기만 했다.


그녀석이 다녀온 후로 아주 가관이었다. 불러도 대답조차 제대로 못하고, 하염없이 휴대폰만 바라봤다. 밥을 먹을 때도 멍하니 있다가 날아드는 농구공에 맞지 않나, 맞아도 별 반응 없이 도시락이나 챙기질 않나.

문제는 감정기복이었다.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지 않나, 손에 묶인 끈을 부여잡지 않나. 정신병이 생긴 게 틀림없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그런 녀석을 보고만 있었을 뿐이다. 평소처럼 대하긴 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잘못 하면 폭발해 버릴 것 같아 우리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왜, 조울증 걸린 애들이 가장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딱 그거다.


“다녀온 이후로 계속 저 꼬락서니야.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도 쓰게 웃기만 하고. 어지간히도 싸웠나보네.”

“하여간 저 새끼가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것부터 말이 안됐어. 또 욱 해가지고 뭔 실수 했겠지. 하여간 쯔쯧.”

그놈 귀에 닿지 않게 우리는 살짝 붙어서 속닥거렸다. 눈앞에서 까이는 저 녀석이 조금도 불쌍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런 멍청이에게 마음을 준 그 누님이 불쌍하다.


우리가 이렇게 까는 와중에도 그 본인 되시는 분은 멍하니 옥상하늘을 올려다보며 도시락에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어깨는 풀죽어 있다고 광고하는 것 마냥 축 처져있고 눈에는 생기가 없다. 우리는 잠시 눈을 마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미치겠다.

“에휴, 이렇게 고민 할 바엔 그냥 물어 보련다. 일주일 기다려 줬으면 오래도록 기다려 준거야.”

“어, 야!”

어째 성미 급한 네가 오랫동안 말 안하나 했다. 지금도 답답함을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는 바보에게 신타가 말을 걸었다. 그 바보는 하늘에서 느릿하게 신타로 시선을 옮겼다.

“일주일 동안 내비 뒀으면 됐다. 이제 말 좀 해봐.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냐?”

바보, 타키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뭐? 뭐가? 너 여친 찾으러 히다로 갔잖아. 못 만난 거냐 아니면 까인 거냐?”

“...여친?”

어라? 반응이 좀 이상한데?

우리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잠깐 눈을 마주쳤다. 신타의 눈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이 새끼 머리에 누가 뚝배기 내려쳤냐?’

...내가 잘못 본 거겠지?

신타는 눈살을 찌푸린 상태로 고개를 돌려 타키를 바라봤다. 타키를 눈을 조금 찌푸린 상태다.

“네가 그랬잖아. 찾던 사람 찾았다고. 드디어 만났다고 해놓고 무슨 소리야? 그것 때문에 히다까지 갔잖아.”

신타가 윽박지를 까봐 먼저 선수 쳤다. 신타는 고개를 주억거렸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와 달리 타키의 반응이 수상했다.

“...찾던 사람?”

영문을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다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도시락을 내려두고 머리에 손을 댄다. ...뭐야 왜 저러는 거야?

“여자 친구 생겼다며. 하루 학교 째고 만나더니만, 다음날 죽을상으로 학교 와놓고. 또 찾으러 간다고 히다? 여튼 고향으로 갔을 거라고 주말에 쫒아갔잖아.”

“뭐야 너, 기억 안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여자 친구라니.”

우리는 다시 얼굴을 마주 볼 수밖에 없었다. 신타의 눈에 다시 글이 쓰여 있었다.

‘진짜 이 새끼 머리에 누가 뚝배기 내려쳤나본데?’

...진짠가?

“그럼 너 히다엔 왜 간 거냐?”

입에 젓가락을 물고 신타가 물어봤다. 어느새 도시락을 비운 게 말하는 틈틈이 야무지게 먹었나보다.

타키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어.”

“...뭐?”

“잘 모르겠다고. 히다의, 정확하게는 이토모리로 갔는데, 거기서 뭘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 누군가를 찾았고, 그리워하는데 누군지 모르겠어.”

그러고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녀석의 시선에 따라 우리도 같이 하늘을 올려봤다. 쾌청하게 높은 가을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간 듯 일직선의 기둥이 드리워 져 있었다. 3년 전에 본 혜성같이.

“이토모리? 아아, 그 기적의 마을?”

젓가락을 우물거리며 하늘을 보던 신타가 떠올랐는지 손뼉을 짝! 쳤다.

“기적의 마을?”

타키는 얼빠진 표정으로 신타를 바라봤다.

“엉? 너 뭐야, 모르고 간 거야? 거기 지난 재난 때 사상자 0명을 기록한 기적의 마을이잖아. 그 이후로 거기 나름의 성지가 됐던데?”

신타는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했다. 이윽고 찾았는지 화면에 띄우고 타키에게 보였다.

“봐봐. 그날 산사태가 터져서 사람들이 전부 대피하는데 그 이후에 혜성이 떨어졌다고 하잖아. 사람들이 인연의 신이 지켜준 거라고 하던데? 거기 이장이 그 마을 유일의 오래된 신사... 뭐라더라? 암튼 그 신사 사람이라면서 신통한 기운을 받은 거라나 뭐라나.”

그렇게 얘기하곤 깍지 낀 손을 머리 뒤로 옮겼다. 마치 지나가는 얘기를 하듯이.

“에이, 말도 안 돼. 어디 토목공사 하다가 실수로 터졌나보지 뭐.”

아직 처리하지 못한 내 도시락의 밥알들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별 생각 없이 입에 넣어 우물거리는데, 그 기사를 보는 타키의 표정이 조금 심상치 않았다. 어라?

“야, 뭔데 그러냐. 왜 또 울어?”

아 이거 조울증이 아니라 우울증인가? 타키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자신도 눈물을 흘리는 것을 알지 못했는지 손을 얼굴에 대어 보며 놀라고 있었다.

“...어? 나 왜...”

네가 그걸 말하면 어떡하냐...

걱정이고 나발이고 배부터 채워야겠다 싶어서 도시락에 다시 손을 댔다. 얘기 들어주다가 시간 다 보내게 생겼네.

“하아... 야 폰 내놔봐.”

신타는 땅 꺼져라 한숨을 크게 쉬고는 폰을 돌려받았다. 그러고는 기사를 슥슥 내려 읽기 시작했다.

“이토모리 마을에 산사태가 일어난 것은 굉음이 들리고 난 이후다. 하필 굉음이 들려온 곳이 축제가 진행 중이던 미야미즈 신사의 뒷산이었고, 사람들은 놀라서 우왕좌왕 하게 되었다. 마을 이장 미야미즈 토시키는 빛나는 위기대처 능력으로 사람들을 피난 시켰고, 그 피난으로 하늘에서 떨어진 혜성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꼼꼼하게 읽네. 아, 근데 미야미즈?

“야 타키.”

내 말에 이젠 눈물을 그친 타키가 조금 부은 눈으로 날 봤다.

...음 이거 위험해.

“네 여자 친구 성이 미야미즈 아니었냐?”

“...뭐?”

내 말에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타키는 깜짝 놀랐다. 뭐야 지 여친 이름도 까먹은 거야?

“...너 진짜 이상한데. 병원이라도 한번 가봐라.”

신타는 질렸는지 도리 저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아... 나도 모르겠다~”

도시락을 깔끔하게 비우는 동시에 한숨이 흘러 나왔다. 덩달아 기운이 빠져간다. 이거 헛배 부른 거 같은데. 채하진 않겠지?

타키는 잠깐 굳더니 서둘러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뭐야, 전화번호 가지고 있었나?

-뚜르르르. 뚜르르르.

신호 잘만 가는 구만.

그러자 타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달려갔다. 어, 야!

“야 인마! 너 어디가!”

“미안! 미안해!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뭐야 저 새끼...”

“아, 츠카사 욕하는 거 오랜만에 듣네.”

서둘러 달려 나가 바람의 궤적마저 남긴 것 같은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신타가 중얼거렸다. 딱히 오랜만도 아닌데..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뭐야. 뭐야. 갑자기 신호가 가잖아. 이 사람은 대체 누구야. 왜 이름만 봐도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거야. 왜 이 사람이 보고 싶은 거야. 누구야. 누구야. 넌 누구야.


미츠하, 넌 누구야.


산에서 내려올 때, 난 분명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히 만났고, 사랑을 나눴다. 고 생각한다. 내가 꼭 말아 쥐고 있던 이 붉은 끈이 그 증거일 것이다. 여기에 내가 모르는, 하지만 알 것 같은 온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딘가 구멍이 난 듯 몸과 마음, 정신을 가지고 도쿄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약간 꾸지람을 들었을 뿐, 별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공허하기만 했다. 잊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는 것, 내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 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조각조각 나버린 혜성같이 느껴졌다.

혜성. 갑자기 3년 전에 내린 혜성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 그곳은 산인 것 같다. 산속에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었다. 그런데 기억나지 않는다. 조금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 것이 생각난다. 그 바람엔 약한 물기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이 물기 속에는 내가 사랑하는, 그녀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 공허함은 나를 괴롭혀 왔다. 어쩔 때는 눈물 짓게 만들기도 했고, 어쩔 때는 아프게 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밤하늘을 올려볼 때, 석양이 지는, 노란 태양을 볼 때, 그리고 자고 일어날 때. 자고 일어날 때는 눈물이 흘러 내 손을 적셨다.

그러다가 휴대폰 기록을 살피다 미야미즈 미츠하라는 이름이 검색됐다.

왤까. 이 이름을 보자마자 어딘가 뚫려있던 내 마음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즉시 전화를 눌렀다.


-지금거신 번호는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 있거나 전원이 꺼져있습니다.


...아. 이거 언제 겪어본 적 있는 거 같은데.

무슨 이유인지 전화가 닿지 않았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전화를 걸었다.

누군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번호. 내 성격상 텔레마케팅 같은 걸 저장 했을 리 없다. 분명 내가 찾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떻게든 닿고 싶었지만, 그 사람에게 닿지 못했다.

그렇게 3일,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간동안 나는 그 전화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리고는 포기했다.


내 상태가 심히 나빴는지 학교에서 나를 조금 방치해 두다 시피 했다. 그래도 내 절친 신타와 츠카사는 별일 아닌 것처럼 나를 대해줬다. 그러나 그들도 조금씩 불편해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할 때부터 일 것이다.

둘은 심히 당황했지만 여유 있는 척 하면서 넘겨줬다. 나는 그것에 말없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오늘, 그 둘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왔다. 미안, 나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내게 너무 멀리 느껴져. 그래서 대답 할 수 없어. 어떻게 얘기해야 좋을까. 고민 하고 있는 사이에 그들은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여자 친구? 내가?

하지만 없다고 단정 지을 수가 없었다. 아니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물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여자 친구라니.”

찾던 사람이라니, 그럴 리 없잖아. 난 아직 내 휴대폰 속에 있는 이 사람을 찾지 못했는데, 무슨 소리야.

내 스스로에게 미심쩍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자 추가타가 날아온다.

“그럼 너 히다엔 왜 간 거냐?”

...글쌔. 왜 간 걸까. 나도 그걸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난 거기서 무언가 중요한 걸 얻었고, 또 잃었어. 그래서 잘 모르겠어.

“...잘 모르겠어.”

그래서 모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내가 히다의 어딜 갔는지는 알고 있다.

이토모리.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난 분명 이곳에서 중요한 일이 있었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외친다. 나는 이곳에서 소중한 연이 닿았다고. 그러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자 신타는 뭐가 떠올랐는지 휴대폰으로 검색하고 나에게 넘겨줬다. 중간에 무슨 말을 한 것 같은데 못 들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은 이토모리 기사들이 가득했다. 기사를 하나씩 훑어 있는데, 어째 익숙한 문자가 있었다.

미야미즈.

왤까. 이 글을 읽으니 볼이 조금 축축해 진 것 같았다. 시야가 조금 흐리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뺨에 손을 댔다.

눈물이다.

왤까. 왜 또 우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두 글자(*미야미즈는 일본어로 두 글자)를 읽은 내 마음은 조금 따스했다. 안심했다.

내 우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은 조금 질려했다. 나는 눈을 비벼 눈물을 지워냈다. 하지만 기운이 빠져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신타는 휴대폰을 내놓으라고 하더니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목소리가 조금 흐리게 들려 그냥 바람과 함께 떠나보냈다.

그러자 츠카사가 나를 불렀다.

“야 타키.”

간신히 눈물자국을 지우며 그 녀석을 봤다.

“네 여자 친구 성이 미야미즈 아니었냐?”

...뭐?

순간, 굳어버렸다. 뭐? 미야미즈? 내 휴대폰 속에 담겨있는 그 사람의 이름도 미야미즈다. 이토모리에 미야미즈? 뭐지? 대체 뭐지?

둘은 뭔가를 속닥이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난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뭐지?

서둘러 휴대폰을 열었다. 전화번호부에서 그 사람의 이름을 간단히 찾아냈다.

미야미즈 미츠하. 이제보니 알겠다. 지금 알 것 같다. 이 사람은, 내가 히다에 간 이유는.

하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직 무언가가 많이 빠져있는 상태다. 이제 퍼즐조각 하나 맞춘 기분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었다. 하지만 단 한번 도 닿아본 적이 없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고집 부려보기로 했다. 나는 전화버튼을 눌렀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전화가.. 간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마치 척수가 일어나라고 명령하는 것처럼 용수철 마냥 벌떡 일어났다. 둘은 나를 보고 놀랐는지 어, 어? 하는 맥빠지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

미안 얘들아. 나 잠깐 나가봐야 할 것 같아.

나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밖으로 향했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미안, 미안해!”

미안해. 다녀와서 얘기해 줄게. 지금 이 끈을 놓치면 안 될 거 같아. 미안해.

나는 그렇게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전화는 오랜 통신 끝에 멈췄다. 전화를 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것과는 별개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노을이 예쁘게 지는 장소. 나는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역에서 나온 후, 나는 그 예의 장소에서 내려앉고 있는 태양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 뒤에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그 인파들 사이에서 외딴 섬같이 육교 난간에 기대고 있었다.

“결국... 뭐였을까.”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드디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닿지 않는 모양이다. 아아..

“아.. 저걸 뭐라고 부르더라.”

해가 저물어 간다. 지평선 끝에 태양의 끝자락이 조심스럽게 감춰지기 시작했다. 저걸 부르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조금 아련한 말이었는데.

“아아... 그래.”

기억났다. 그런데 조금 기운이 빠진다. 난간에 뒤돌아 기대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반달에서 조금 배가 부른 것 같은 모양이다. 하하, 뭐야 저게.

“카타와레도키.”

입 속을 맴돌던 그 소리. 태양이 완전히 저물고 따스한 색갈이 번져있는 물감같이 하늘에 늘어져 있다. 따스함은 지나고 고고히 떠있는 달이 하늘을 비추기 시작한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주머니에 들어있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누군가 싶어 휴대폰을 꺼내려고 하는데, 옆에 익숙한 인기척이 있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마치 그리운 사람에게 닿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처럼 눈을 감으며 햇빛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손 안에는 작은 빛을 뿜어내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아...”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났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옆에 있던 그 사람, 아니 그녀는 내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던 모양이다. 서서히 고개를 돌리는 그녀는 나를 보고는 조금씩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 그래. 찾았어. 만났어. 다시 너를...


그녀는 내가 찾고 있던 사람, 미야미즈 미츠하였다.



그날, 내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눈앞에 나타났고, 그 사람은 나를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했다. 나는 놀라고 말았다. 꿈에서 본 그 광경을 이 사람은 똑똑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그날 밤에 일어날 일이라는 것도.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무서웠다. 내가 본 그건 꿈이 아니었다는 걸. 그리고 그걸 나만 기억 하고 있다는 걸.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그가 나를 안심시켜 줬다. 그런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렇게 밤이 되고, 우리는 피난을 가고 있었다. 친구의 테러 아닌 테러로 인해 조금 빠르게 피난 경보가 울리게 되어 조금 당황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일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를 찾는 것이 늦게 되어, 우리 둘은 조금 이른 이별을 하게 되었다.


아니, 애초에 이별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우리들은 다른 시간 속에서 살고 있었다. 내 기준에선 미래, 그의 기준에선 과거. 다른 운명, 다른 미래가 열린 사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내게 와줬다. 어떤 기적을 통해 한번 만나게 된 우리는 또 다른 기적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기적, 운명이나 미래가 닿지 않는 그 장소에서 우리는 사랑을 했다.

마치 우주를 여행하는 혜성처럼 우리들의 시곗바늘은 우리를 잠시 못 본 척 하고 지나갔다.

그 기적, 그 날 사랑을 속삭인 우리는 마치 빠르게 지나가버린 혜성처럼 오래 있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가 사라지고 나는 한동안 눈물만 흘렸다. 얼마 만에 그렇게 울어 봤을까. 아마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로 처음일 것이다. 그가 남기고 간 나의 실매듭을 부여잡고 정말 펑펑 울었다.


그가 내 곁에서 없더라도 이 미래는 의미가 있었다. 그가 지켜준 나의, 우리의 미래니까.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가 있기에 내 미래다. 그가 없는 내 미래는, 내 세상은 공허하기만 했다.

그를 찾고 싶었다. 그를 만나고 싶었다. 아직 나를 모를 그를, 나의 이름조차 모를 그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재난이 일어난 6개월 후, 나는 친구들과 입시요강을 듣기 위해 도쿄로 상경했다. 정말 빨리 오고 싶었다. 벌써 반년이라니, 그렇다고 한들 아직 그는 나를 모를 것이다. 애초에 접점이 몸이 뒤바뀌는 순간부터다. 그가 나를 알려면 아직 2년이나 더 있어야 한다. 그래도... 나는 그가 보고 싶었다.

그때 본 도쿄는 내가 알고 있던 도쿄와 다를 게 거의 없었다. 2년이나 일찍 온 건데 시대와 유행에 민감한 도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아, 다른 게 있었다면 사람들의 패션과 색깔 정도? 그 외는 잘 모르겠다.

입시요강을 듣고 각자 자유 시간을 가졌다. 나는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서 친구들의 무리를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이미 갈 곳은 알고 있지만, 우리 모두 초행이기에 친구들은 조심히 다녀오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괜찮은데...


“아.. 여기야.”

반년 전, 그를 만나고 싶어서 무작정 도쿄로 올라왔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친구들도 없었고, 지리도 전혀 몰랐다. 그저 그가 보고 싶어서 올라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와 처음 만났던 육교에 도착했다.

하늘에서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그때도 아마 이런 때에 만났을 것이다. 조금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봄과 가을이란 계절차이가 있더라도 그때 그 기억을 불러일으키기 좋았다. 나는 난간에 살짝 기대어 조심스레 내려앉는 태양을 보았다.

“카타와레도키다... 그때도 이렇게 만났었는데.”

한숨을 폭 쉬었다. 이번에는 만날 수 없나보다. 이제 저녁이니 돌아가야지. 아무리 안다 한들, 다른 사람들은 날 걱정 할 것이다.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

난간에서 떨어져 호텔로 돌아가려는데, 인파속에서 삐죽이는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본 머리다. 하지만 왠지 눈높이가 낮았다. 그래서 눈치 채지 못했다.

“..어?”

잠시 눈에 들어온 그 머리를 쭉 바라보는데, 이윽고 얼굴이 보였다. 찾고 있던 그였다. 키는 조금 작아 자신과 눈높이가 맞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심술이 났는지 얼굴을 부루퉁하게 부풀리고 길을 지나고 있었다.

“...타키.”

나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입술이 떨린다. 놀라서 얼굴에 손을 가져다대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나를 흘깃 훔쳐본다. 그래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자신을 부른 사람이 갑자기 우는 걸 보고 작은 타키는 경계 했다. 하지만 도망치거나 하지 않고 자신을 나의 곁으로 조금씩 다가왔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너, 누구?”

무뚝뚝한 목소리. 하지만 그때와 달리 조금 앳된 목소리다. 나는 눈물을 훔치고 떨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드디어 만나게 됐는데,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으, 응. ...안녕?”

조금 힘들게 고개를 들었다. 간신히 눈만 마주친다.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만나고 싶다고 강하게 바라기만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게 되니,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조금도 몰라 맥 빠진 소리만 하게 됐다.

“...너, 뭐야.”

다시금 들리는 무뚝뚝한 목소리. 눈에는 노골적으로 경계의 빛이 흐른다.

“너, 나를 알아? 내 이름 어떻게 안거야?”

나를 다그친다. 조금 끅끅 거리며 울음을 삼키고 그를 똑바로 마주했다. 그의 눈가는 살짝 눈물자국이 있었다.

“...울었니?”

울고 있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그게 신경 쓰였다. 작은 타키는 놀라더니 소매로 눈가를 슥슥 비볐다. 비비더니 눈가가 빨갛게 일어났다.

“...신경 꺼.”

툴툴거리며 고개를 돌린다. 그러면서 뒷목을 주무른다. 아, 타키는 이때도 이런 습관이 있었구나. 나는 조금 웃었다.

“...! 뭐야, 울다가 웃다가. 너 누구야? 나 알아?”

당황해서 소리치는 그를 보고 나는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글쎄.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고. 어떨까?”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작은 타키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걸음을 옮기려 했다. 나는 이미 닳고 닳은 용기를 내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 뭐야 갑자기!”

놀라는 그.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어... 저기. 이거 부적인데.”

예전에 타키와 처음 만날을 때 그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에게 부적으로 받았다고. 그리고...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는데, 인연을 소중히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나는 내 머리를 묶고 있던 끈을 풀어 그의 손목에 감았다. 조금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이 사람을 놓친다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이거도 소중히 해 줬으면 좋겠어. ...그래줄 수 있니?”

조금 자신이 없다. 울고 있던 여자가 대뜸 부적을 줬다. 경계할게 뻔하다. 하지만 작은 타키는 얌전히 끈을 받더니 빨개진 얼굴을 작게 끄덕였다. 됐겠지. 이젠 괜찮겠지. 아마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깜짝 놀랐다. 마음 놓고 있는데 작은 타키가 조금 크게 소리쳤기 때문이다. 본인도 본인 목소리에 놀랐는지 깜짝 놀랐다.

“...너 이름이 뭐야?”

...이름. 내 이름.

“...미츠하. 내 이름은 미츠하야.”


아마도 그날이 그가 날 처음 본 날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시간을 넘어서 묶이게 된 날이기도 할 것이다. 벚꽃이 날개 짓 하는 밤, 하늘에는 우리가 처음 만날 날과 같은 밝고 예쁜 보름달이 떠 있었다.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생긴 내 기억들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미츠하. 그래, 내가 사랑하는 여자.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한 여자. 그 여자가 내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나의 결심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나는 한동안 이 여자를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잊지 않은 모양이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내 휴대폰을 보니 저번과는 반대로 그녀가 나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간절하게 기도하는 그녀의 손에는 내 이름이 화면에 떠있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불러준 것이다.

“...미츠하.”

눈물 때문에 물소리가 가득했다. 나는 눈물을 훔치며 급하게 기침을 했다.

“...타키? 진짜 타키야?”

기억이 조금씩 돌아온다. 뿌옇게 보이던 그녀와의 기억이 지금은 또렷하게 생각났다. 하지만 내 시야는 그것과는 달리 뿌옇게 보였다. 눈물에 시야가 방해되지만 분명 그녀는 내 앞에 있다. 그때의 기억과는 많이 어른스러워진 미츠하. 그런 미츠하도 울먹이면서 내게 다가왔다.

“...너무 멀었잖아, 이 바보야...”

안심하듯이, 하지만 조금 투정부리듯이 그녀는 내게 안겨왔다. 내 가슴에 얼굴을 감추며 그녀는 흐느끼고 있었다.

“...미안해. 찾으러 가지 못해서.”

우리는 조용히 서로의 온도를 확인했다.


“지난번이랑은 정 반대인 것 같네.”

한동안 흐느껴 울던 미츠하는 조금 진정됐는지 내 품에서 벗어났다. 눈물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게 부끄러웠는지 연신 얼굴을 문지르고 있었다.

“...그러게. 하지만 난 너무 오래 걸렸어. 이 바보야.”

투정부리면서 내 가슴팍을 살짝 때린다. 그리고는 손을 때지 않고 내 옷깃을 가볍게 쥔다.

“...그러게. 많이 달라졌구나, 미츠하.”

나에겐 불과 며칠 전의 이야기지만 그녀에겐 3년이나 걸린 이야기일 것이다. 분위기나 스타일이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예를 들면 허리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어깨를 덮는 수준으로 컷 했다 던지, 원피스에 카디건을 걸쳐서 전보다 더 청초해 보인다던지. 머리카락은 아쉽지만 이건 또 이거대로 좋네.

“이번엔.. 진짜지? 내가 아는 타키 맞지?”

“응.. 맞아. 널 사랑하는 타키야. 널 만나러 간 타키야. 나야, 미츠하.”

내 옷깃을 잡은 그 손을 살짝 잡았다. 지난번 약속은 끝내 지키지 못했다. 찾으러 가겠다는, 어디에 있더라도 만나러 가겠다는 그 약속. 이번에도 미츠하가 지켜줬다.

“찾으러 온다며. 그런데 지키지도 못하고. ...기다리게 만들기만 하고.”

잡히지 않은 손으로 나를 조금씩 때린다. 거기에 실린 감정은 분노 같은 게 아닌 속상함이었다.

“...미안.”

“...이젠 사라지지 않을 거지?”

“응. 사라지지 않아. 이젠 네 곁에 있을 거야.”

“...이번 약속은 꼭 지켜야해?”

“응. 약속할게.”

그녀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애써 지운 눈물 자국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도리질을 했을 뿐이다. 천천히 미소 지으며 눈물 흘리는 그녀의 얼굴. 깨달았다. 아마 지금 내 얼굴도 분명 저럴 것이라고.

마음이 나를 앞지른 거라고.

“다녀왔어, 미츠하.”

“...응”


눈물로 범벅이 된 우리들은 서로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서로가 이곳에 있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한 것처럼, 혹여 꿈이나 신기루가 아닐까 겁먹은 것처럼. 그렇게 우리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포개었다.



-끝-














후일담


입술을 때고 서로를 바라봤다. 주위에 사람들이 뜨뜻한 시선으로 우릴 보고 있었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아무렴 어때. 이제야 찾고 있던 사람을 만났는데.

“아, 이거 돌려줄게. 이거 덕분이니까.”

그는 손목에 걸어뒀던 실매듭을 풀어내어 내게 주었다.

“...기억 하는 구나.”

나는 그걸 조심스럽게 받았다. 그는 배시시 웃었다.

“...방금 기억났어.”

머쓱한지 뒷목을 문지른다.

“소중히 해줘서 고마워...”

나는 그 실매듭을 머리에 묶었다. 전보다는 짧아진 머리지만 무리 없이 묶였다. 3년 전에 보여준 반 묶음 머리. 그가 예쁘다고 칭찬해준 거다.

“...아, 그 반지...”

반지? 아.

내 왼손 약지에 있는 반지를 봤나보다.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변화라 웃음이 나왔다. 아, 울다가 웃다가. 울면서 웃고. 오늘 뭐하는 거람.

“이거? 벌레 쫓는 용도야. ...그리고 네 것도 준비해 뒀어.”

웃옷 속에 감춰둔 목걸이를 꺼냈다. 그가 처음으로 선물한 별 목걸이. 그 옆에 작은 반지가 걸려 있었다. 나는 목걸이를 잠시 풀어 그 반지를 꺼냈다.

“...널 다시 만나게 되면 전해주고 싶어서. 사이즈... 맞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주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뭐 어때. 혼자서 다 끌어안고 있는 것 보다 전해줄 사람에게 전해주는 게 옳은 거다.

조심스럽게 그의 빈 손에 반지를 얹었다. 그는 당황했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반지를 조심스럽게 왼손 약지에 끼었다.

“..딱 맞네. 어떻게 안거야?”

아, 다행이다. 맞는 구나.

“사야카랑 텟시가 반지 맞출 때 텟시의 사이즈에서 하나 뺐어. 네 손, 남자치고는 고우니까.”

그러자 그는 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큭큭 거리며 웃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왜, 왜 그러는데?”

“아니, 미안. 이렇게 날 기다려줬잖아. 날 찾아와 주기도 했고. 내 선물도 준비해 주고. 그리고.. 내가 준 목걸이도.”

아, 무슨 소린가 했네.

“당연하지. 이 목걸이.. 처음 받은 선물이니까. 그리고 난 이미 너에게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걸 받았어. 이 정도는 돌려준 것 축에도 못 끼니까.”

네가 없는 삶은 공허할 뿐이었다. 도쿄로 상경해 대학을 다니며 얼핏얼핏 보이던 너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내가 아는 네가 아니었다. 난 그게 너무 슬펐다. 하지만 지금은 네가 내 곁에 있다. 난 너에게 이런 자그마한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너는 나에가 많은 것을 줬다.

그는 조금 부끄러운지 뺨을 긁적였다.

“아참, 나 한 가지만 더 억지 부릴게”

“응? 뭔데?”

긁적이던 손을 내리고 날 마주해 준다. 그런 그에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아까도 약속 한 거지만, 한번만 더 해줘. 내 곁에서 떠나지 말아줘.”

그는 조금 의외였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는 조금 머쓱한지 웃어보였다.

“...이 반지는 그런 의미 아니었어? 걱정 마. 앞으로 네 곁에 있을 거야. 영원히. 쭉.”

“..응!”

아, 또 눈물이 차오른다. 하지만 이번엔 이슬처럼 눈가에 살짝 맺힐 뿐이었다.

“사랑해. 타키.”

“나도 사랑해. 미츠하.”


다시 맞잡은 이 손, 다시는 놓치지 않을 거야.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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