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1부】 |
골든 위크 마지막 날.
“우웅…….”
미츠하는 30분 째, 화장대 거울 앞에서 오늘의 머리 모양을 고민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약속이 잡히는 바람에 오쿠데라 씨는 오늘 못 나온다고 했으니까, 오늘은 오붓한 둘만의 만남.
둘이서만 만나는 날이면 꼬고 묶어서 올리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묶은 머리를 하고 나갔다.
미츠하 자기 나름대로 이리저리 고민한 끝에 도달한 머리 모양.
오쿠데라 씨를 좋다고 쫓아다녔던 걸 봐선 연상이 취향일 테니까, 적어도 둘이서 만날 때만큼이라도 성숙한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소대로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흉해 보이나?’
미츠하는 다시 한 번, 오쿠데라 씨와 합작품처럼 만들었던 머리 모양─타키가 일명 ‘무사 머리’라고 칭한 그 머리를 만들어 보았다.
‘거울로 보니까 진짜로 이상하긴 하네…….’
나름 포니테일이라고 묶긴 했는데, 워낙 머리가 풍성하다보니 말끔하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실매듭까지 쓰지 않고 묶으려니 너무 수수해져버렸다.
그래도, 운동을 하려면 이렇게 묶는 게 정상이다.
정작, 이 모습을 봐 줘야 하는 사람이 영 떨떠름한 반응을 보여 준 탓에, 미츠하는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있다.
그래서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모습으로 있고 싶다.
하지만 역시.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해도 전부 사랑해 준다면, 그건 더더욱 기쁜 일일 테니까.
그래서 큰 맘 먹고 단발로 바꿔볼까 하고 물어봤건만, ‘하지 마.’라는 칼 같은 답변이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까지 딱 잘라 말할 것까지는 없잖아.’
그 생각에, 소녀와 숙녀의 중간지점에서 고민하고 있었던 미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말았다.
미츠하는 기분전환 삼아 자그마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옆에 놔두었던 자신의 스마트폰을 켰다.
그 스마트폰에 적힌 문장.
「애인에게 사랑받는 테크닉 50선」
제목만 봐도 얼굴이 화끈거리긴 하지만, 의외로 잘 먹히고 있단 말이지.
남자애들은 생각보다 단순하구나.
근데……
내가 왜 이런 걸 보고 있을까.
작년에는 타키에게 참고하라면서 남겼던 인터넷 링크를, 이제는 자신이 참고하면서 밖에 나서고 있다.
어쩔 수 없잖아.
본인도 남자친구를 사귀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일단은 잘 먹히고 있으니까 상관없으려나.’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역시 이걸로는 부족하다.
미츠하는 SNS를 켜고 오늘의 타임라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연예인 가십, 해외 토픽, 광고물……
그리고, 거기서.
“어어?”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
“이런 방법이 있다고?!”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
오후의 요요기 공원.
“……너 말이야…….”
타키는 완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오늘 자신의 앞에 나타난 소녀를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자다가 나왔어?”
그 질문에 소녀는 도리질을 쳤다.
“그럼 머리가 왜 그 모양이야?”
타키는 탄식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오늘 나타난 미츠하의 머리가 가관이었던 탓이다.
샴푸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걸 봐서는 일단 머리를 감기는 했는데, 머리 모양은 빗질이라도 제대로 한 건지 의심이 될 정도로 풀어헤친 상태였다.
“실매듭은 어쨌어?”
“갖고 나오기는 했는데, 운동할 때는 실매듭 말고 다른 걸로 묶으라면서?”
그건 또 잘 기억하고 있네.
“그럼 하다못해 다른 걸로 묶고 나오든가. 묶기는커녕 손질도 안 했잖아.”
“타키 군은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
“요구사항이 아니라, 평소에는 잘만 묶고 다녔잖아.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하고 나온 거야?”
타키는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내심 속으로는 둘만의 만남일 때 보여주는 머리 모양을 매우 아쉬워하고 있었다.
‘기대했는데…….’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이 미츠하인지조차도 의심이 갈 만큼, 오늘 소녀의 행동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골든 위크라고 해도 그렇지, 이 정도로 풀어진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는데.
“그게 그렇게 불만이면.”
미츠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머리끈을 꺼내들었다. 평소 보던 실매듭이 아닌, 간단한 고리 모양의 검은색 머리끈이었다.
“뭐야. 머리끈 가지고 있었─”
“타키 군이 묶어 줘.”
“─뭐?”
“타키 군이 내 머리를 묶어주면 되잖아.”
……?
타키는 이상한 요청을 한 소녀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을 깜빡이는 속도마저 덩달아 빨라져버렸다.
이건 또 뭔 소리래.
“자기 머리는 자기가 묶어야 할 거 아니야.”
“가끔은 묶어줄 줄도 알아야지!”
이 녀석, 대체 어디서 뭘 듣고 온 거야.
황당함을 감출 수 없는 표정으로 변해가는 타키를, 소녀는 기대감 충만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머리끈을 소년의 앞에 내밀었다.
왠지, 웃고 있는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무슨 모양으로 해달라는 건데?”
“그건 노 코만도.”
“‘노코멘트’ 아니야?”
“아무튼!”
혀를 깨문 건지, 아니면 애초에 잘못 알고 있었는지 모를 이상한 단어를 내뱉은 소녀는 창피함을 감추듯이 큰 소리를 질러버렸다.
“미안한데, 난 여자 머리는 전혀 문외한이라고.”
“그냥 손 가는 대로 해 봐. 화 안 낼 테니까.”
타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츠하는 막무가내였다.
“알았어. 하면 되잖아.”
타키는 마지못해 머리끈을 건네어 받았다.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가끔가다 벌어지는 미츠하의 돌발 행동을 이래저래 받아주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자기 머리까지 손을 대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영 떨떠름할 수밖에 없었다.
“이따가 후회하지만 마. 난 분명히 말했어.”
그 말과 함께, 타키는 머리카락에 손을 뻗었다.
음…….
부드럽다. 부드럽고 촉촉하다. 살살 건드리기만 해도 아름답게 찰랑거린다.
살며시 들었다가 놓아본다. 살짝 올라갔던 머리카락이 중력에 이끌려서는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을 춘다.
문질러본다. ‘톡, 톡’ 소리를 내면서 향기를 퍼트리는 것만 같다.
쓰다듬어 본다. 놀라운 감촉이다.
여자애의 머리카락이란 이런 거구나.
……앗.
어느새 미츠하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뒤, 뒤 돌아야 내가 묶어주든가 하지!”
그 얼굴을 더 이상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소녀의 작은 두 어깨를 힘껏 붙잡고는 강제로 몸을 회전시켜버렸다. 억센 힘에 몸이 돌아가 버린 소녀는 살짝 뒤를 돌아보려다가 다시 고개를 앞쪽으로 돌렸다.
두근대던 가슴을 겨우 진정시킨 타키는 다시 미츠하의 머리를 이리저리 만져보기 시작했다.
“타키 군은 머리 모양 바꿀 생각 없어?”
머리를 소년에게 맡긴 미츠하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을 넌지시 던져 보았다.
“없어. 전혀. 어차피 바꾸지도 못해.”
─바꿀 수 있는 머리였으면 진작 바꿨지.
대답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나와 버렸다.
외모 관리에 눈을 뜨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리저리 시도를 해 보긴 했지만, 결국 타키의 머리는 특유의 고슴도치 머리로 되돌아가기 일쑤였다.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모든 영양분을 전력으로 거부라도 한다는 듯이.
“응. 그럼 안 바꾸는 게 낫겠다.”
“칭찬이 아닌 것 같은데.”
“난 타키 군의 지금 머리가 가장 좋은걸.”
…….
맞다. 이 녀석, 고슴도치는 사족을 못 썼지.
그게 사람 머리에도 해당되는 얘기인가.
오늘따라 유독 머리 얘기를 많이 하는 소녀를 보고 있자니, 타키는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 다 됐어.”
결국 이리저리 머리를 만지던 타키는, 포기했다는 듯이 손을 놔 버리고 말았다.
그 머리를 맡긴 소녀는, 지금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를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느낌은 분명…….
…….
………….
결국.
미츠하의 머리는 그 ‘무사 머리’로 확정되고 말았다.
“타키 군도 참 센스 없네.”
“어차피 농구하러 나온 거잖아. 그거면 됐지, 뭘.”
“언제든 말만 해. 머리 묶는 거 연습시켜 줄 테니까.”
“싫어!”
내가 봐 줘야 하는 건 농구만으로 참아 줘. 네 머리까지 신경 썼다가는 정말로 재수를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단 말이야.
。。。。。。。。。。
오늘 미츠하가 들고 온 연애 기술.
누군가가 SNS에 공유한 목격담.
어떤 멀쩡한 여자애가 가만있다가 마구 머리를 헝클어뜨리기 시작하더니,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어떤 남자가 그 여자애에게 다가가서는─
─넌 맨날 머리카락 엉망이네.
라는 말과 함께 정돈해 주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한 번 써 본 건데.
오늘 반응을 보니, 다시는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두 사람은 각자의 음료수를 들고, 벤치에 앉아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까악 까악’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새와, 언제 꽃봉오리가 피었냐는 듯이 이제는 꽃잎을 이리저리 흩날리는 나무들만이 두 사람과 함께하고 있었다.
“골든 위크도 끝나버렸네.”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타키가 먼저 아쉽다는 투로 넋두리를 했다.
“그러게.”
미츠하도 옆에서 맞장구를 쳐 주었다.
“이제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지?”
타키는 미츠하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다시 한 번 소녀의 다짐을 확인하려고 했다.
짧은 시간이긴 했어도 가르칠 수 있는 데까지는 전부 가르쳤다. 기본적인 규칙, 드리블, 패스 요령에다가 슛 폼까지. 나머지는 오롯이, 무사히 농구 수업을 수료한 이 소녀에게 달린 셈이다.
“응. 잘할게.”
‘해볼게’가 아니라 ‘할게’였다.
소녀의 다짐은 명확했다.
그 말을 들은 타키는 안심이 되었다. 그래. 괜한 걱정을 했어.
“저기, 미츠하.”
타키는, 이번에는 도쿄에서 보낸 첫 골든 위크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기로 했다. 골든 위크라고는 해도, 결국 대부분은 농구 수업으로 보내버렸지만 말이다.
질문을 받은 소녀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러게. 이토모리에선 상상도 못할 주말이었어.”
이토모리.
이제는 머나먼 추억이 되어버린 마을. 자신의 옛 고향. 모든 과거가 별빛 속에 파묻혀버린 곳.
그 마을을 떠올리며, 소녀는 닫았던 눈꺼풀을 살며시 들어올렸다. 눈꺼풀 너머로 아련함이 흘러나왔다.
“신사는 애초에 주말이라는 개념이 딱히 없잖아. 오히려 골든 위크일 땐 멀리서 온 관광객들 때문에 더 바쁘게 지냈는걸.”
그 말을 들은 타키는, 휴일에 더 바쁘게 지내는 어린 무녀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그릴 수 있었다.
“알 것 같다. 놀이공원 같은 곳도 휴일에 사람이 더 붐비잖아.”
“응. 맞아. 그러고 보니, 놀이공원을 갔어도 됐을 텐데. 나 때문에 농구로만 시간 보내게 해서 미안해.”
“사과 안 해도 돼. 나도 재밌었으니까.”
“정말?”
“응.”
타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은 미츠하의 얼굴이, 온 힘을 다해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듯이 밝게 빛났다.
“실은, 이번 주말은 어떻게 보내야 할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거든. 아는 사람도 얼마 없고…… 병원에선 하지 말라는 거 투성이고.”
소녀는 부드럽게 말하다가도 이내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긴. 그 놈의 병원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긴 하지.
“거기다 툭하면 길 잃고 헤매지.”
옆에서 듣고 있던 소년까지 장난기 섞인 말투로 거들었다.
“그건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고!”
그 한 마디를 외치며 소녀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토라져버렸다. 그러다가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라고 중얼대며 다시금 미소를 지어보였다.
“계속 이렇게 만나서 놀면 좋겠는데.”
타키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4월에는 이래저래 바쁘다보니 학교 외에는 서로 만나는 일이 많지 않았으니까.
앞으로는 주말마다 함께 놀고 싶다. 어느샌가 잊어버렸던, 어렸을 때의 추억으로나 남아 있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논다’의 기쁨을 이번 주말에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수험공부 운운할 땐 언제고?”
“그거야……”
언제는 네가 내 수험공부 걱정했어? 라고 말하려다가 단념하고는, 그 말을 고이 접어서 삼켜버렸다.
“운동 삼아서 나온다고 하면 되겠지, 뭐.”
타키는 미츠하가 아버지한테 했다는 얘기를 떠올렸다. 어차피 한 번 허락해 준 거, 두 번은 허락 못 해줄까.
“그렇지? 아, 참. 농구 내기도 잊으면 안 돼!”
“그거, 진짜로 하자고?”
“당연하지!”
타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런 쪽으로는 절대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인데. 몰래 개인적으로 특훈이라도 해 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넉넉잡고 두 달 뒤에 하면 되겠지?”
생각에 잠겨있을 새도 없이, 미츠하는 두 달 뒤에 농구 내기 약속을 잡아버렸다. 벌써 1년 치 계획을 전부 짜 두기라도 했다는 듯이.
“그래. 알았어. 하면 되잖아.”
수험 공부에 농구 특훈에 아르바이트까지.
타키에게 갑자기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버렸다.
저기, 미츠하.
- 왜?
너, 중간고사 준비는 안 해?
- 계속 하고 있었는데. 왜? 타키 군은 안 했어?
배신자.
- 내가 뭘!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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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5월 끝. 6월로 넘깁시다.
[작가 코멘트 2]
미츠하가 봤다는 SNS
[작가 코멘트 3]
5월은 결국 농구로 시작해서 머리로 끝나버렸네요.
[작가 코멘트 4]
그러게요... RE판은 언제 마무리하고, 단행본은 언제 내지...
서버 터졌는데 아이고
오랜만에 올라오네
이럴수가 저는 추천도 안 눌러져유
이상한 오류메시지가 뜨고...흑흑... 반갑습니다 머리묶기라니 달달하네여
ㅠㅠ
항상 멋진 팬픽 고마워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여...
많이 기다렸습니다 ㅠㅠ
드디어 나왔네
많이 기다렸습니다 역시 눈치도 없는 타가놈한테 많은것 바라면 안되죠 ㅋㅋ 다음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역시 타가놈에게 연애 도사는 어울리지 않아요.ㅋㅋㅋ 이래야 타키죠.
눈치없는 타가놈은 다른 팬픽도 마찬가진데 여기서도 까이네요 ㅋㅋ 그게 타키 답지만 ㅋㅋ 미츠하 본인이 무사머리를 한건 신선했어요 즐겁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