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것은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이번 편으로 2학기 편은 마무리입니다.
이번편에도 Enfoll님께서 삽화를 담담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중간에 언정 엔딩씬을 오마쥬한 부분이 있습니다. Rain 유튜브 링크를 걸어놓았으니, 틀면서 보시면 더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있다.
가슴이 터질 듯한 것을 억누르며, 숨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저 층계참 맨 아래에 있는 단 한 사람만을 볼 뿐이었다.
타키 군.
타키 군이 있어.
나는 울었었다.
하염없이 울었었다.
방금 전까지 남아있던 그의 온기를 더듬으며.
방금 전까지 오고가던 고성(高聲)의 자취를 좇으면서.
그저, 혼자 방 안에서 무너져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걸까 하고.
타키 군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줄곧 생각했었다. 그가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아니 그와 운명적으로 재회했을 때부터.
그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도저히 메꿀 수 없는 3년이라는 시간차를.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필연적으로 내가 먼저 졸업하게 된 다는 것을.
그렇기에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행복한 대학생활은 겨우 1년 남짓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타키 군이 없는 ‘사회’라는 적막한 세상에 나 홀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을.
그렇기에 견딜 수 없었다.
그 혜성 재해로부터 3년을 기다렸던 것처럼, 또 다시 3년 동안 그를 기다려야한다는 것을.
물론, 그가 누구인지, 이 세상에 실존하기는 하는지 조차 모르던 그때와 비교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를 만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에서, 지금처럼 원할 때 만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였다.
그게 싫어서, 견딜 수가 없어서 나는 내 나름대로의 준비를 했던 것이다.
‘대학원 진학’을.
이 모든 것은 그, 타키 군을 위한 것이었다.
그저, 이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좋아서.
행복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서.
그렇기에, 좀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그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준비했던 것도, 그에게 걱정을 끼칠까봐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까는 진심으로 화가 났었다.
나는 이렇게나 너를 생각해주는데, 너는 그렇지 않나 싶어서.
함께하는 시간, 함께 할 미래를 소중히 여긴 것은 나 혼자인가 싶어서.
야속해서. 외로워서. 괴로워서.
그렇기에 그에게 심한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흥분을 식힌 이성이 말하고 있다.
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나를, 우리가 함께할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 난 그저 이 남자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고, 그걸 위해서라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내 대학원 진학도. 나의 3년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런 나의 3년을 생각해주었다.
나 자신보다도 더더욱 나를 생각해주고, 아껴주었기에, 그는 대학원 합격이라는 소식을 듣고서도 진심으로 기뻐해주지 못하고,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리라.
즉, 우리 둘은 누가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저, 서로를 너무나도 생각하고 아꼈지만, 그 방식에서 어긋남이 생긴 것일 뿐.
하지만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감정에 휩싸여서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말을 해버렸다.
누구보다도 우리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노력을 송두리 째로 부정해버리는 말을 해버렸다.
그리고 그는 상처에 휩싸인 채로 저 비오는 밖을 정처 없이 헤매고 있을 것이고.
다름 아닌 나에 의한 상처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더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콧잔등이 시큰해져서, 다시금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정신을 차려보니, 문을 열고 달려 나가고 있었다.
우산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그저 그를 찾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제대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나는, 미야미즈 미츠하는, 그에게로 닿기 위해 달릴 뿐이었다.
한참을 헤매었다.
그가 있을만한 곳을 모두 찾아 헤매었다.
방과 후의 텅 빈 교정을 찾아 배회하기도 하고,
혹시나 모를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찾아간 그의 집 앞에서,
굳게 닫힌 문 앞에서 하염없이 절망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비에 젖고, 피로감에 찌들고, 부정적인 감정에 하염없이 침식당하면서.
스스로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될 즈음에.
나도 모르게, 모든 것이 시작된 계단으로 향하고 있었고,
거기서 기적같이 다시 한 번 그를 만났다.
하늘을 가득 메우는 먹구름 때문인지,
아니면 한치 앞조차 보지 못하게 하는 비 때문인지,
지근거리에서도, 계단 아래쪽에 있는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 역시 잠깐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는 그저 층계참을 올라올 뿐.
다만, 한 가지만은 알 수 있다.
그가 상처 받았다는 것을.
그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비에 젖으며,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고 있다는 것을.
그를 찾아서 헤맬 때만 해도, 그에게 할 말이 산더미 같았다.
하지만, 막상 그를 만나니 머릿속이, 빗물에 씻겨 나가는 마냥 하얘진다.
‘타키 군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이런 뻔한 말로, 그가 입은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어루만질 수나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내가 그 상처를 헤아릴 수나 있을까?
아니, 것보다 더 이전에 내가 이렇게 사과의 말을 입에 올릴 처지나 되는걸까?
정신 차려. 저 사람이 저렇게 상처입고 초췌해진 건 다 너 때문이라고, 미야미즈 미츠하.
무슨 낯짝으로 뻔뻔하게 그의 앞에 서려는건데?
아니야, 아니야. 그건 결코 내 진심이 아니었어.
다시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라도 그에게 내 진심을 전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나 역시 층계참을 내려간다.
그에게 닿기 위해서. 그와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
그가 올라온다.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여전히 고개는 푹 숙이고 있어서 그 표정은 알 수가 없다.
나는 내려간다. 서두르며, 어쩔 줄 몰라 하며.
마치 미아가 된 표정으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그리고, 우리 둘은, 그대로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서로를 넘어, 교차하였다.
마치 생판 모르는 남인 것처럼.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끝나다니,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나는 확신한다.
우리의 인연의 끈은 겨우 이런 걸로 끊어질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동시에, 나는 직감한다.
여기서 멈춘다면, 그를 붙잡지 않는다면, 다시는 그의 앞에 설 수 없다는 것을.
두 번 다시는 그를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대로 계단을 박차고, 그의 앞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의 앞에 선다.
마치, 그를 막아서려는 것처럼 양손을 벌리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한 눈을 하고서.
그가 멈춰선다.
“저기...”
겨우 입을 여는 나의 말을, 작은 한숨과 함께 가로챈다.
“...여긴 어떻게 찾아온 거야.”
“...타키 군.”
“왜 나 같은 놈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타키 군...”
무표정하던 그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진다.
그리고 목소리를 짜내어 겨우 그의 이름만을 말하는 내가 있다.
“그래, 네 말이 맞았어.
다 내 잘못이었어. 여자 친구의 기쁨을 순수하게 축하해주지 못하고,
그저 숨기기만 하고,
그러면서도 네 행복만을 바란다고 생각했었어. 참 우습지 않아?”
“타키 군!”
그의 표정처럼, 내 표정 또한 일그러진다.
그러지 마, 타키 군.
너 자신보다도 나를 생각하는 너잖아.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하지만 내 말은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그저 입 안에서만 맴돌 뿐.
빗소리에 내 웅얼거림이 지워짐과 동시에, 그는 다시 입을 연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아니, 그 이전에 우리가 함께 할 미래가 무엇인지도, 과연 존재하는건지도.
왜냐면, 난 이런 놈이니까!
여자친구가 그런 말까지 하게 할 때까지 아무 것도 못 해준 얼간이니까!”
그의 눈에도 조금씩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게 아니라고.
우리가 함께 할 미래를 부정하지 말아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조금씩 눈물이 흘러 넘쳐 볼을 적시는 것을 느끼는 것일 뿐-.
“그래, 결국 다 자기기만이었던 거야.
너와의 미래를 생각했다는 것도!
그걸 위해서 나름대로 준비했다는 것도, 전부!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로!
그 사람이 희생하게 만들고... 그저 짐짝만 되었던 거라고, 나는!”
조금씩 거세어지는 그의 음성.
그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한다.
비바람에 의한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 분노 때문인지.
“있지, 그거 알아?
넌 3년 넘게 나를 기다려줬었지. 그 빌어먹을 혜성 이후로.
그리고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줄 알아?
앞으로 또 3년을 기다리겠다는거야! 고작 나 같은 놈을 위해서!
그건 불공평해. 어째서 항상 네가 기다리고 희생해야 하는건데?”
결국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넘쳐, 그의 볼을 적시고 만다.
“...”
나 역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이를 악물고, 그의 앞에 서있는 것이 한계다.
“그러니까! 이제 네가 원하는 대로 하란 말이야!
여기는 그 망할, 좁아터진 시골 마을도 아니야!
아무도 너에게 굴레를 씌우지 않고, 뭐라 하지 않는단 말이야!
그러니, 나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너 원하는 대로 하라고!
나 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벌이도 적은 학생이 싫으면, 다른 남자를 사귀란 말이야!”
타키 군이 서럽게 울고 있다.
소리치고 있다.
“ㅡ넌 이런 내가 싫을테니까!”
그의 목소리에 숨이 멎었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달려들고 말았다.
그를 거칠게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간 참아왔던 눈물, 통곡을 일순간에 해방한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미친 듯이 몸을 떤다. 마치 발작하듯이.
“...네가 와줬었어.
도쿄에서 이토모리의 거리를 넘어서!
3년이라는 시간도 넘어서!
그저, 나 하나만을 위해서...!”
끄윽끄윽 소리를 내며, 나는 쥐어짜내듯이 겨우 말을 잇는다.
“...네가 와준 덕분에 살 수 있었어. 모두가 살 수 있었어.
행복한 지금이 있을 수 있었어.
행복한 미래가 있을 수 있게 되었어...
그런 너를 내가 싫어할 리가 없잖아...
아니야, 좋아해. 너랑 같이 있으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이 바보야!”
거기까지 말하고, 악에 받쳐서 외치는 나.
“그런데... 어째서, 넌 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는 거야!
...사회 경험이고 돈벌이고 다 집어치워!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대학원이고 나발이고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단 말이야...”
이미 탈진할거 같이 어지러웠지만,
그를 끌어안은 힘에 내몰리듯, 가슴 속의 공기를 모조리 토해내듯 나는 외친다.
“중요한건 너 뿐이야. 난 그저, 너랑 같이 있고 싶은 것뿐이라고!-”
그리고 다시 큰 소리로 나는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떨리는 손으로 나를 끌어안는 그.
내 울음을 멈추려는 듯이, 혹은 내 눈물을 막으려는 듯이, 그는 나를 끌어안는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서, 그 역시 큰 소리로 울어버리고 만다.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
“흐윽... 타키 군, 타키 군! 타키 군...!”
그 날, 가을비답지 않게 폭우가 쏟아지던 날.
우리는 모든 것이 시작된 계단 한 가운데에 서서,
내리는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끌어안은 채로,
미친 듯이 울며, 그저 홀린 듯이 서로의 이름만을 외치고 있었다.
몇 번이고, 언제까지고.
그런 우리 둘을, 저 먹구름 저편에서 밝아온, 한 줄기의 서광이 비추고 있었다.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은 시리즈 전체의 완결편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멋진 삽화 그려주신 Enfoll 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럼 마지막 완결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삽화 종범인데? | 사진콘테스트 개최중입니다
이미지 서버가 느린갑네 ㅈㅅ | 사진콘테스트 개최중입니다
미추하 타키 언정버젼
삽화마저 똑같네, 하지만 신선하다
그 부분은 노린게 맞습니다. 삽화가님께 구도 부탁할때도 언정 엔딩씬으로 부탁드렸고, 브금이나 서술까지 따온 것이 많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감정이 잘 전달이 되는 것 같네요
잘 봤습니다 충분히 있을만한 소재로 갈등을 두명의 심리상태를 잘 표현했고 그에 따른 갈등 해소부분이 잘 마무리 했다고 생각합니다
잘 봤습니다. 확실히 삽화가 같이 올라가니까 상상하던 장면이 시각화 되는 장점이 있네요. 언정의 엔딩씬을 너의이름은 캐릭터로 오마주한 장면이 인상깊네요.
여윽시 띵작이다 이렇게 평가를 할쑤가 있겠쓰요. . 싸랑이라는것을 참 달달하게 표현했다 여윽씨 더캡틴은 다르다 이렇ㄱ
완결나면 애프터 써줘 애프터
화룡점정!
말씀은 감사하지만, 이 시리즈 이후에 따로 글을 쓰거나 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다음에 올릴 마지막 편에서 둘의 후일담 겸 애프터 이야기가 전개되긴 합니다. 다음에 올릴 글에서 밝히겠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음 편이 제가 쓸 팬픽의 마지막이 될겁니다. 감사합니다.
잘 버무리셨네요 예상은 하고있었지만 그래도 읽어보니 감동이... - 覚えてない?
미리 안녕 .. - dc App
후우..좋다
확실히 언정 느낌이 강해서 언정 마지막 장면에 타키미츠를 입혔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잘 화해 했으니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