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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9일)
[잠깐만!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요청 따위가 들어와서 엄청 귀찮아졌거든!]
[마이클 금지!!]
사해문서 같은 문장이 적혀있는 메모를 보고 나도 모르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말았다.
「뭐야 이건.....」
내가 무슨 짓을 했던가…?
애매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가장 최근에 바뀌었을 때, 교사 뒤편에서 홀로 스무스 크리미널을 춤추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자기도 내 인간관계를 마음대로 꼬아놓고서 이 무슨 적반하장인가 싶지만, 한편으로는 미츠하가 이런 문자를 내게 남길 때마다 심장이 따끔거리는 정체불명의 감정과 심각한 괴리감이 나를 덮쳐왔다.
이 이질적인 기분은 도대체 뭘까….
하지만 그런 고민을 품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다.
「저기, 저, 미야미즈 선배님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미야미즈 씨는 사실 그런 사람이었구나?」
「얌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용한 우등생이 아니었구나.」
「이미지가 변했어.」
등등...그녀들이 가리키고 있는 미야미즈 미츠하라는 소녀의 인간상은 내가 미츠하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이토모리에서의 미야미즈 미츠하는 소심하고 자기주장이 약한 소녀였지만 도쿄에서의 미야미즈 미츠하는 당당하고 약삭빠른 소년으로 변했다.
미츠하....
「너는 대체....,」
너는 대체 어떤 녀석이지?
그런 생각에 빠진 채 거울에 비친 미츠하의 눈과 마주친 순간, 자신이 이미 미츠하에게 강한 흥미와 연민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이 감정이 꿈에서 깨고 난 후에도 남아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거울을 응시하면서 쿠미히모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요츠하에게 속삭였다.
「요츠하, 나 조만간 가출할지도 몰라.」
「뭐……?」
당황한 듯한 요츠하의 물음에 나는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농담이야…」
# # #
(2013년 9월 29일)
걸어왔던 참배로를 되돌아가 거대한 토리이를 지나 거리로 나온다.
시끌벅적한 거리에서 벗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주변은 어두워 지고 있었다. 참배를 마치고 에마에 소원을 기원하는 글을 빼곡히 적어놓거나 운세쪽지(오미쿠지)를 뽑는 사이, 스가신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꽤 길어져 버린 모양이다.
서로의 손을 잡은 채 역을 향해 걸어나간다. 하지만 운세쪽지에서 대흉(大凶)이 나와서인지, 아니면 이제 헤어저야 할 시간이 왔다는 것을 자각해서인지, 우리 주위에는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답답함을 머금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켜보지만 근질근질한 침묵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귓가에 들리는 것은 안절부절못하는 한숨 소리뿐. 그것이 내 것인지 그녀의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한숨 소리가 겹쳐 서로 눈을 마주치자 미츠하는 쑥스러운 듯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헤헤. 이렇게 나란히 걷고 있으니까 뭔가 좋네...」
「응?」
「그냥…. 타키하고 이렇게 손을 잡고 걷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그렇네, 나도 미츠하와 이렇게 같이 데이트 할 수 있어서 기뻤어.」
부끄러움을 머금고 사실대로 대답하자 미츠하역시 쑥스러웠던 모양인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주황색에서 보라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도쿄의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미츠하를 보고 있으니 도쿄에서 겪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머리에 떠오른다.
뜻밖의 사건, 우연, 운명의 장난…….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스비가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과거개변으로 미래에서 미츠하와 만나게 되었으니 도쿄에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니, 반대로 생각해서 내가 도쿄로 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미츠하와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가…?
그런 생각과 동시에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와 피부에 스며들었다.
불쾌한 전율과 함께 갑자기 미츠하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듯 중학생 시절의 내 옆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자 미츠하는 대놓고 쳐다보는 그 시선을 깨달았는지,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응? 왜그래?」
「아, 아니, 그냥…. 미츠하는 오늘 데이트가 어땠나 해서...」
왠지 모를 민망함과 사실대로 털어놓기 묘한 상황도 한몫하여 그런 변명 비스무리한 말을 입 밖으로 꺼내자, 미츠하는 눈을 감고 고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음……. 뭐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이려나? 하지만 데이트 대상이 타키가 아니었으면 불합격이었을지도 모르겠네.」
「윽, 어째서 굳이 뒤에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는 거야...」
「하지만 사실인걸? 타키군 여자 다루는 거 완전 허접이니까.」
「으.....」
「그래도…」
놀리는 듯한 말투로 말하던 미츠하가 갑자기 잔뜩 얼굴을 붉힌 채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래도.... 그만큼 내가 타키를 좋아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너무 삐지지는 마?」
그녀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은 굉장히 기뻤지만, 아무래도 중학생 시절의 내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 썩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뭔가 오글거린다고 해야 하나. 애초에 남자의 얼굴을 하고 할만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미츠하에게 사실대로 대답하는 것이 멍청한 짓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이럴 때는 그럴듯하게 수긍하며 동조하는 게 정답이겠지.
「......응, 나도 그만큼 미츠하를 좋아해.」
「.....아!」
갑자기 미츠하가 언짫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타키. 지금 오글거린다고 생각했지?」
「어, 어떻게 알았어?」
「표정에서 다 드러났거든?하여튼...기껏 용기내서 말했더니!」
미츠하는 몹시 못마땅하다는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괜히 화나게 해버린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본 미츠하가 난데없이 실소를 터트렸다.
방금전의 상황과 더불어 미츠하가 중학생 시절의 내 모습을 한 채 배를 잡고 웃고 있으니, 그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도 웃음이 전염되었다.
우리 둘은 웃고 있었다. 서로의 웃음소리가 겹쳐들리니 왠지 모르게 즐거워졌다. 그녀가 웃고 있는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그녀에게는 현재, 나에게는 과거인 도쿄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하염없이 웃었다.
# # #
미츠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는 사이, 어느새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시야 끝자락에 들어왔다.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 그리고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서로 교차하며 저녁녘이었던 거리는 서서히 밤의 얼굴로 단장하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해가 저문 것은 아니지만, 휴일인 까닭도 있어서인지 신주쿠의 거리는 불야성을 이루며 환락가로 점차 변해가고 있었다.
「도착해 버렸네……」
「응……」
계단에서 쏟아져나오는 인파를 헤쳐나가며, 망설임이 담겨있는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신칸센의 개찰구를 통과했다.
이토모리방향으로 향하는 노선의 플랫폼에 도착하여 부재중 전화가 쌓여있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도착 예정 시간까지는 10분 남짓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방금전까지 웃고 떠들었지만, 막상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니 나도 모르게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다르게 미츠하는 초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요요기 타워 너머로 저물어가고 있는 석양을 바라보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카타와레토키네.」
「카타와레토키....」
어째서 서로의 몸이 바뀌않은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가늘게 호흡한 후, 떨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미츠하...
「너는 정말로...」
정말로 괜찮은 거야?
차마 끝까지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그 질문은 미츠하를 괴롭게하는 질문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끝까지 말할 수가 없었다.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의미 따윈 있지도 않았다.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은 아침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누군가가 알려줄 필요도 없이,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시선을 헤매는 사이, 미츠하는 내가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질문에 대답하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3년....분명 짧은 시간은 아닐지도 몰라.」
미츠하의 표정은 미소와 무척이나 닮아있었으나 어디까지나 다른 표정이었다.
웃고 있는 듯하지만 웃고 있지 않은 듯한, 마치 강한 의지가 서려 있는 것만 같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괜찮아. 우리는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어.」
미츠하와 눈을 마주친 순간, 여태까지 연약하다고만 생각했던 미츠하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그녀는 소심하거나 연약한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토모리]에서만, 그것도 자기 자신의 의지와 필요로 인해서 절제하고 있던 것 뿐이었다.
분명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던 사실일 텐데 어째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걸까…….
그녀의 의지에 대답하듯, 나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네. 미래에서는 이미 만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분명 다시......」
「응....」
야속하게도, 눈치 없는 신칸센이 바람을 몰고 신주쿠 역에 도착했다.
정차 후 출발하기까지는 이제 정말 몇 분 남아있지 않았다.
미츠하는 눈을 감고 내 명치 부분에 살며시 손을 얹고는 듣기 힘들 정도로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타키, 타키, 타키...... 응.절대로 안 잊어버려.」
「미츠하…?」
「아....혹시 꿈에서 깨고 나면 잊어버릴지도 모르니까....그래서...」
말을 마저 끝마치기도 전에 미츠하는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깨닫고 보니, 나는 미츠하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1초
2초
3초
입술이 맞닿은 것은 아마 그 정도의 시간이었다.
자기 자신에게 키스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뒤늦게 부끄러움을 느끼며 입술을 뗐다.
출발한다는 역무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지만, 우리 둘 사이에는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나도 미츠하를 절대로 잊지 않아....」
「타키....」
나는 미츠하에게서 떨어져 신칸센에 올라탔다. 뒤돌아 미츠하의 표정을 확인해 보니 울고 있긴 했지만, 다행히 동시에 웃고 있었다.
나 역시 뺨에 물줄기가 한 방울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느껴졌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나는 그녀에게 이별의 말을 남겼다.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미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신칸센이 출발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대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모양인지, 미츠하는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신칸센이 서서히 움직이고 미츠하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
미츠하가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부터, 이제는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벌써 쓸쓸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짧은 한숨을 쉬며 신칸센 지정석에 힘없이 앉았다.
이제 나와 미츠하가 할 수 있는 것은 정해진 미래에 몸을 던지는 것뿐이다.
분명 우리 앞에는 미래에서 본 것처럼 너와 내가 웃고 있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겠지…….
그때까지는,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 #
(2013년 9월 30일)
!
갑자기 잠에서 깼다.
피부를 통해 이불의 촉감이 어슴푸레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몸이 무겁다. 이마에 맺혀있는 식은땀이 불쾌했다.
목과 어깨, 허리가 삐걱거리는 감각을 느끼며 일어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창문에서는 태양 빛이 하얕게 내려 들어오고 있었다.
밖에서는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 자동차 엔진소리,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 그제서야 나는 내가 도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할수 잇었다.
「눈물……? 어째서…?」
흐려져 있는 시야가 불편해서 눈을 비비자 손등에 눈물이 묻어있었다.
나는 분명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마치 누군가가 장난이라도 쳐놓은 것처럼, 필름이 중간중간 끊겨있어서 꿈의 내용이 어떤 것이었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데이트, 영화관, 언어의 정원, 라면…….
「미츠하....」
미츠하는 어디에 있지?
분명 우리집에서 머물렀을 터인 미츠하였지만, 방안을 둘러봐도, 거실로 나와봐도 그녀의 흔적을 온데간데없이 찾을수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나는 이용당한 건가? 아니, 미츠하가 그런 성격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내게 한마디 인사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 것일까?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넋이 나가있는 사이, 침대 시트 위에 있는 스마트폰에서 알람음이 들렸다.
반쯤은 정신이 얼떨떨한 상태로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니 라인 메시지 한통이 와 있었다.
[곧 점심시간인데 아직도 집이냐?아픈거 아니면 빨리 뛰어 나와!! - 츠카사]
「점심시간...?」
어제가 금요일이었으니 오늘은 토요일일 것이다. 츠카사와 점심약속을 한 기억도 없는데 어째서 집으로 나오라고 하는 것일까?
혹시나 해서 날짜를 확인했더니 천천히 두피의 땀샘이 열리기 시작했다.
「월요일....?어째서 난....」
이틀씩이나 잠들어 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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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12000글자 정도로 올릴예정이었으나 중간에 문서가 터져버려서 짧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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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젓는거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짜네
느렁각시추
ㄴ아 눈없새
이번편은 뭔가 떡밥이 많네ㅋㅋㅋ
느렁각시추
ㄷㄷ 뭔가를 겁나게 많이 뿌리셨네
ㅜㅜ 좋다
떡밥이 많네요 어떻게 회수를 할것인지 궁금하네요 잘봤습니다
오랫만에 보는것같네 ㅎㅎ 떡밥많이 뿌린만큼 회수도 잘해줬으면 좋겠다!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