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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1,200년 전에 떨어졌던 혜성이, 이제 1,200년 주기를 채우고 우리 마을에 다시 떨어질 거야. 그러니까, 사람들을 마을 밖으로 전부 피신시켜야 해.”
……충격 받는 수준을 한참 넘어선 발언이었다.
그 충격에서 가장 먼저 벗어난 건 텟시가, “잠깐. 너, 나와 봐.”라는 말과 함께 미츠하의 팔을 힘껏 붙잡고는 그대로 교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억센 팔 힘에 그대로 끌려 나가는 미츠하의 뒤로 사야가 따라 나갔다.
세 사람에게 일시적으로 쏠렸던 학생들의 시선이,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신들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뭐가 뭘 채우고 어디에 떨어진다고?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 맞지? 혜성이 언제, 어떻게 떨어지는데? 그냥 별이 통째로 떨어지는 거면 지구멸망 수준 아니야?”
교실 밖 복도까지 미츠하를 끌고 나온 텟시가, 연신 침을 튀기면서 미츠하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심문에 당황해버린 미츠하는 “잠깐! 하나씩만 물어봐!”라고 외치며, 성난 표정이 된 텟시를 간신히 진정시켰다.
“그게, 혜성이 나뉘어져서는 그 중 하나가 떨어지는 거라고 했어. 지구멸망까지는 아니고, 마을 하나가 사라질 정도? 시간은 아마 오늘 저녁.”
미츠하는 오늘 아침까지 이어진 어제의 기억을 간신히 더듬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텟시에게 알려주었다.
“오늘 저녁이라고? 그럼 얼마 안 남았잖아!”
“쉿, 쉿! 목소리가 너무 커! 다른 애들한테 다 들리겠어!”
미츠하는 금방이라도 괴성을 지를 것처럼 목소리가 올라가는 텟시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뭐가 ‘쉿, 쉿’이야! 이런 건 모두에게 알려야 할 거 아니야! 어이, 미츠하! 그런 빅 뉴스는 진작 얘기를 했어야지!”
정작 당사자는 진정할 기색이 없었다.
교실 안에서는 미츠하의 말에 표정 변화가 없었던 텟시가, 이제는 정 반대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잔뜩 상기된 얼굴이 되었다.
“제발 소리 좀 낮춰! 나도 어제 겨우 알았단 말이야! 대체 뭐야? 아까는 무덤덤하게 들었으면서!”
“그게 우리 마을로 떨어진다고는 안 했잖아! 게다가, 네가 그런 소리를 진지하게 할 녀석은 아니니까 그렇지!”
그 말을 들은 미츠하는 그동안 텟시에게 보였던 자신의 태도를 뒤늦게나마 후회하게 되었다. 텟시의 말에 맞장구까지는 못 쳐줘도 관심 있는 척이라도 해 줘야 했을까.
“근데, 미츠하. 그런 엄청난 정보는 어떻게 안 거야? 어제 도쿄 갔다 온 게 설마 이거 때문이야? 너, 의외로 이런 데에 관심 있었나 보구나?”
“아니, 이거 때문에 갔다 온 건 아니고……”
“그럼…… 무녀님의 신통력이라든가, 뭐 그런 거야?”
점점 이상해지는 질문을 받아 어안이 벙벙해져만 가는 미츠하를, 텟시는 당장이라도 “오오.”라는 감탄사를 내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경이로운 무언가를 보는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기, 텟시. 이런 얘기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야? 저기, 미츠하! 그게 대체 어디서 나온 얘기야? 물증은 있어?”
두 사람의 대화에 날카롭게 끼어들은 사야는, 한심스러운 눈으로 텟시를 바라보며 딴죽을 거는 와중에도 미츠하에게 몹시 상식적인 질문을 던졌다.
“물증? 어, 없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3년 뒤의 세상에서 온 사람’에게서 받은 정보에 물증이 있을 리가 없지.
“물증도 없이 우리더러 그런 얘기를 믿으라고? 그게 대체 어디서 나온 얘기야?”
“그게…… 아, 그래! 정보! 믿을만한 정보통에서 나온 소식이야!”
“무슨 정보통? 혜성이면 NASA 쪽? 아니면, CIA?”
“어…… 출처는 못 밝히는데……”
“무슨 스파이도 아니고 왜 못 밝혀?”
밝힐 수가 없지 않은가. ‘3년 뒤에서 온 미래인’에게 받은 정보라고 말하면 그걸 누가 믿겠어.
“물증도 없는 게 무슨 정보통이야? 출처도 못 밝힐 거면 하다못해 물증이라도 보여줘야지!”
“으……”
사야의 위협적인 공세를 버티지 못한 미츠하는 사야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위축되어가는 미츠하를 바라보던 사야는 한숨을 푹 쉬었다.
“솔직히 말해 봐. 텟시가 혜성 얘기를 하니까, 한 번 놀려먹으려고 지어낸 얘기지? 그것도 무지 심각한 얼굴로 말해서 하마터면 나까지 속을 뻔했잖아. 흔히 말하는 ‘자신 있는 근거감’인가 뭔가 하는 그거야?”
“‘근거 없는 자신감’이겠지. 그보다도, 이 녀석이 누구 놀려먹으려고 말 지어내는 건 여태껏 본 적이 없─”
“텟시는 조용히 하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미츠하가 맞는지도 모르겠거든?”
사야의 연속 공격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미츠하의 머릿속에 ‘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충격에, 자기도 모르게 맹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근거…… 무슨 자신감? 그리고 그 질문은 대체 뭐야? 마치 내가 미츠하의 탈을 쓰고 나타난 무언가냐고 묻는 듯한 뉘앙스잖아.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도플갱어? 이런 용어는 텟시 전문 아니었어?
“저기요, 미야미즈 씨. 도쿄 갔다 오시더니 정말로 맛이 가셨네요.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사야가 미츠하의 앞에 손을 뻗고 휘휘 저으면서 날린 마지막 일격에, 결국 그 ‘미야미즈 씨’의 가슴 속에서 와장창 소리가 났다.
이젠 아예 ‘미야미즈 씨’야? 맛이 갔냐고? 아프냐고? 지금 그게 10년 지기 친구에게 할 소리에요? ‘나토리 씨’?!
소리 없는 비명에 모든 힘을 죄다 쏟아버린 미츠하는 거짓말처럼 아까전의 무기력한 모습으로 추욱 늘어져버렸다.
사야는 연신 후회 막급함이 묻어나오는 한숨을 푹푹 쉬면서, 옆에서 자신을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던 텟시를 째려보고는 “진작 이 둘을 떼어놨어야 했는데.”라고 중얼거렸다.
“사야. 미츠하에게 좀 심한 거 아니야?”
보다 못한 텟시가 사야를 나무랐다.
“내가 뭘! 이런 건 확실히 해야 한다구! 다른 것도 아니고 운석이라니, 허무맹랑한 소리를 해도 정도가 있지!”
“사야, 너……!”
텟시가 다시 무언가를 말하려던 순간, 수업 시작종이 학교 전체에 울려 퍼졌다.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스피커를 스윽 올려다 본 텟시는 자신의 질문을 뒤로 미뤄야만 했다.
“두 사람 다, 이건 이따가 다시 얘기하자. 알았지?”
텟시는 그 말만을 남기고는 먼저 교실로 들어가 버렸다.
울상이 되어버린 소녀를 뒤로 한 채, 사야도 텟시를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
있잖아. 사야. 여우가 반만 홀릴 수도 있나?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니면, 한 사람에게 여우가 두 마리 붙는다든가?
- 그 여우 타령 좀 그만 할 수 없어?
텟시는 수업 도중에 끊임없이 사야와 종이쪽지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미츠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자신이 주시하고 있는 소녀는 굉장히 초조한 표정으로 책상과 창문 밖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종일관 “어떡하지?”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애초에 오늘 수업은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라는 듯이, 아예 책만 펴놓고 정신은 다른 세상으로 가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평소대로의 ‘모범생 미츠하’라면 상상도 못할 행동이다. ‘여우에 홀린 미츠하’에게서도 저런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텟시가 ‘반만 홀렸다’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옷은 멀쩡하게 잘 다려입었고. 주변 사람도 멀쩡하게 기억하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그게’ 없었다.
미츠하의 상징과도 같은 ‘그게’ 없었다.
그래서 ‘반만 홀렸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텟시는 모든 생각을 정리한 끝에, 두 사람에게 같은 내용의 종이쪽지를 건네주었다.
〈조용히 얘기할 곳이 필요하겠어. 둘 다, 쉬는 시간에 나 좀 따라와.〉
。。。。。。。。。。
텟시가 두 사람을 데리고 온 동아리방 앞에는 이제 형체고 뭐고 알아볼 수 없도록 변질되어버린 동아리 간판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온갖 기계류 잡동사니와 프로그래밍 서적, 천체 지식사전 따위가 굴러다니는 내부 풍경이 과거에 이 동아리실을 거쳐 간 사람들이 어떤 자들인지를 유추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텟시는 자기가 들고 온 노트북을 낡아빠진 나무 책상에 올려놓으며, 아까 미뤄두었던 이야기를 마저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미츠하한테 확인할 게 하나 있어.”
“확인할 거라니?”
질문을 받은 사람은 아직도 초조해하는 눈치였다.
“너, 저번에는 우리 마을 싫다고 하지 않았어? 편의점은 9시에 문 닫고, 카페도 없이 술집만 두 개고. 취업도 안 되고 시집도 못 간다면서. 이런 마을은 졸업만 하면 떠나버리겠다고 했었잖아.”
“그런 건 귀신같이 잘도 기억하네.”
텟시의 기억력이 예상 범위 밖이었던 탓이었는지, 그 미츠하의 발언에 늘 맞장구를 쳐 줬던 사야는 놀랐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얘기는 왜?”
“이런 마을은 버리고 떠나겠다던 녀석이, 오늘은 마을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느니 어쩌니 하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야.”
텟시는 노트북을 열고 전원을 켰다.
“근데, 미츠하. 요 며칠 전에 네가 그랬지? 우리 마을도 꽤 좋은 곳이라고.”
“어? 내가?”
“응. 공기도 깨끗하고, 물도 맛있고. 향긋한 바람? 깊은 밤하늘? 아무튼 그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 마을에는 뭐든 다 있다고 말했었잖아.”
미츠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체 이런 건 어떻게 전부 기억하고 다니는 거람. 머릿속에 오컬트랑 기계밖에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미츠하. 그거, 틀림없는 말이지?”
정작, 그 질문을 들은 사람─미츠하는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내 몸에 들어왔을 때, 텟시에게 그런 말을 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 미츠하도 진심이다.
마을은 어떨지 몰라도, 마을 사람들만큼은 구해야 한다는 마음은 진심이다. 살고 싶으니까. 혼자 도망치지 않고 모두와 함께 살아남고 싶으니까. 반드시 살아서 그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응. 틀림없어.”
“좋아. 확인 끝.”
자신만의 확인 작업을 마친 텟시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뭐부터 할 거야?”
“어? 뭘?”
“사람들을 피신시켜야 한다면서?”
“응. 근데,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혼자라니 무슨 소리야? 우리가 도와주면 되잖아.”
두 사람의 대화를 잠자코 듣다가, 충격적인 발언을 들은 사야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텟시를 쳐다보았다.
“잠깐, 텟시! 이 말을 믿겠다고? 아니, 그보다도 ‘우리’는 또 뭐야?!”
기겁을 하듯이 소리친 사야가, 이윽고 ‘아니. 이 녀석이면 믿을 법도 하지’라고 말하는 듯한 눈초리로 텟시를 쳐다보았다.
텟시의 말을 들은 미츠하의 얼굴은, 사야와는 정 반대되는─그야말로 감동받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어둠 속에서 구원의 빛을 본 사람의 모습이 딱 이런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텟시…… 진짜로 믿어 주는 거지? 도와주는 거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잖아. 나중에 딴 말하기 없기다. 미야미즈 무녀님.”
텟시는 아직도 자신과 미츠하를 번갈아가며 보는 사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야. 너도 도와.”
“그러니까 나는 왜?!”
“그럼 혼자 빠질 셈이야?”
사야는 이 어처구니없는 망상 모임에서 빠지고 싶었지만, 이미 두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사야의 입에서는 “그런 건 아니고……”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오늘 수업은 완전히 빠져야겠네. 이것저것 계획 같은 걸 짜려면.”
텟시는 자신의 노트북 앞에 앉으며 하루치 땡땡이를 선언했다.
“나도 옆에서 거들어줄게. 말을 꺼낸 건 나니까.”
오늘따라 몹시 남다른 각오를 보이는 미츠하를 보며, 텟시는 더더욱 안심이 되었다는 듯이 편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 번 확인차 질문을 던졌다.
“미츠하. 정말 괜찮겠어?”
“괜찮아. 오늘은 수업이 문제가 아니라고.”
“좋은 자세인데. 그리고 사야, 넌 계속 옆에서 현실적인 의견을 제시해 주기만 하면 돼. 알았지?”
“그래…… 뭐, 노력은 할게.”
얼떨결에 묶여버린 사야도 마지못해 합류했다.
텟시는 노트북 앞에서 그동안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티아마트 혜성에 대한 기사를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당연히, 그 혜성을 가지고 운석 운운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텟시. 뭣 좀 찾았어?”
사야와 미츠하는 동아리실을 이리저리 뒤진 끝에 찾아낸 이토모리 지도를 텟시의 옆에 내밀면서 물었다. 텟시는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아직.” 이라는 말과 함께 지도를 건네받았다.
“미츠하. 그 혜성─그러니까, 운석이 정확히 오늘 저녁 언제 떨어지는지는 몰라?”
“그게, TV에선 7시 40분에 가장 크게 보인다고 했으니까……”
확신 없이 웅얼대는 미츠하의 말을 사야가 잘라버렸다.
“TV 얘기가 아니잖아! 믿을만한 정보통이라면서!”
“사야. 너무 쏘아붙이지 마.”
“이건 철저하게 따져야 할 문제라고! 어긋나기라도 하면 어떡해!”
사야의 현실적인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그 운석이라는 게 예상 시간보다 일찍 떨어지기라도 하면 무슨 계획을 짜든 간에 미처 다 대피시키지도 못하고 마을이 날아갈 테니까.
정작 그 정보통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사라진 마을 이토모리」, 「10월 4일」, 오늘 뉴스에서 본 「7시 40분에 가장 근접」. 세 가지가 전부였다.
“지금은 가지고 있는 단서만으로 어떻게든 하는 수밖에 없겠어. 그럼 시간은 그걸로 하고, 다음은 낙하 위치네. ‘사라진 마을 이토모리’라고 했으니까, 역시 마을 쪽이겠지?”
텟시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정보를 종합해보고는 그 정보통 소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아마도?”
“근데, ‘사라진’ 마을? 정보라는 게 과거형으로 나올 수도 있나? 거 참. 내가 생각해도 정보통 치고는 되게 특이하네.”
여전히 확신이 없이 웅얼대는 미츠하의 모습을 보며, 텟시는 뭔가 미심쩍다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종합해 보면 저녁 7시 40분까지 마을 밖으로.”
“마을 밖 어디로?”
텟시는 방금 전에 넘겨받은 지도를 자신의 옆쪽에 펼치고는, 지도에 ‘이토모리 고등학교’라고 적힌 곳을 가리켰다.
“우리 고등학교로 하자. 마을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고, 접근성도 좋으니까.”
“그렇게 막 정해도 돼?”
“그럼 더 좋은 곳을 추천해 주든가.”
사야의 이번 공격은 너무나도 가볍게 튕겨나갔다. 이번에는 사야 쪽에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컴퓨터 앞에 앉았을 뿐인데도 텟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게 평소에 얼빠진 소리나 하던 오컬트 마니아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럼 마지막으로, 이걸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
텟시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역시 방송밖에 없겠어.”
“방송? 어떻게?”
“주민 센터에서 마을 밖으로 대피하라고 방송을 하면 흘려들을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그러니, 주민 센터에 찾아가서 대피 방송을 내려달라고 말하는 수밖에.”
“그걸 누가 하는데?”
텟시는 아까부터 자신의 말에 질문을 덧붙이던 미츠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너네 아버지한테 부탁하면 되잖아.”
그랬다.
이토모리 마을 이장 미야미즈 토시키.
그 이장의 딸이 바로 여기 있는 소녀였으니까.
“딸이 부탁하는데, 아버지라는 사람이 무시하거나 하지는 않겠지. 안 그래?”
텟시의 말을 들은 미츠하의 얼굴이 뭔가 징그러운 벌레를 눈앞에 둔 사람처럼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적어도 그런 소리를 믿어달라고 하고 시작한 일이면 그에 맞게 책임도 질 줄 알아야지.”
“……알았어.”
이렇게라도 텟시를 돕는 수밖에 없다. 미츠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져야만 했다.
“텟시 주제에 건방진 말도 할 줄 아네.”
“건방지긴 뭐가.”
“맨날 오컬트 잡지나 끼고 사는 녀석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너, 나를 대체 뭘로 보는 거야?”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사야는 한숨을 푹 쉬고는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근데, 관공서가 고등학생 말만 듣고 움직여 줄 리가 없잖아. 제대로 된 물증을 들고 가든가, 그것도 아니면 운석 말고 좀 더 현실적인 얘기로 얼버무리든가.”
“오. 사야. 방금 건 좋았어.”
텟시는 사야의 앞에 오른손바닥을 갖다 대었다.
하이파이브.
자신의 행동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이 사야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 모든 동작을 옆에서 보고 있던 미츠하도 ‘풉’ 하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웃지 마!”
홍당무가 되어버린 사야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하고 질렀다. 두 사람의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트북을 쳐다보고 있던 텟시는,
“이거, 운석 관련해서 찾다가 나온 거긴 한데 말이야.”
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발견한 것을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텟시의 노트북에는 논문처럼 보이는 자료가 빼곡하게 화면을 수놓고 있었다.
“<운석 호수로부터 이어진 이토모리 신화에 대한 연구>? 이런 걸 봐서 뭐하라고? 옛날 얘기 말고 물증을 찾으라니깐?”
그 자료를 본 사야는 아까보다 더 날이 선 공격을 날렸다.
“찾다 찾다 못 찾았으니까 이런 거라도 보라는 거 아니야. 나도 이런 분야는 젬병이라고. 미츠하, 너는 어때? 너네 집안, 꽤나 역사가 깊은 집안이잖아. 알고 있는 거 없어?”
“나도 그렇게 많이는 몰라. 할머니께서 늘 해주시는 얘기로는, 우리 마을의 옛날 기록들은 ‘마유고로의 큰 불’ 때문에 200년 전에 다 타 버렸는걸. 그나저나, 용케도 이런 자료가 남아 있─”
미츠하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묘하게 낯익은 이름이 그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물증까지는 아니어도 심증은 될 지도 몰라.”
그 이름을 본 미츠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웬 심증? 저기, 미츠하. 심증만으로 안 되는 건 알고 있지?”
기세를 탄 사야는 끊임없이 현실적인 비판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게. 이걸 뒷받침할 만한 게 어디에 있으면 좋겠─”
이번에도 미츠하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순간.
무언가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 탓이다.
그 ‘뒷받침할 만한 것’이 유일하게 남아있을 만한 장소가 머릿속에 번쩍 하고 떠올랐다.
거기에 남아있어야만 한다.
지금은, 거기에 있기를 바라야 한다.
“잠깐, 확인 좀 하고 돌아올게. 텟시. 자전거 좀 빌려줘.”
“빌려주기는 하겠는데, 갑자기 어디를 가려고?”
“미야미즈 집안 사정이야. 몰라도 돼.”
그 말과 함께, 자전거 열쇠를 건네받은 미츠하는 동아리실 문 밖을 나섰다. “내 자전거, 어디 있는지는 알지?!”라고 외치는 텟시의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다는 듯이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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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작가 코멘트 2]
각성형 미츠하를 삭제했더니 이제는 각성형 사야카...
캬
퍄퍄
사야는 모든것을 알아요
빨리 담편을
날
아
라
ㅋㅋ 잘봤습니다 이제 사야카가 각성해서 일을 도와주고 있네요 ㅋㅋㅋ
미츠하가 직접 올라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