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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여전히 따가운 9월의 초입, 나토리 사야카는 오늘도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더워~~~!!!"


가방을 대충 바닥에 던져놓고 욕실의 급탕 버튼을 누르고는  옷을 대충 벗어 던지며 욕실로 들어간다.


덕분에 문에서 욕실까지 헨젤과 그레텔의 자갈돌마냥 옷으로 된 길이 생겨버렸다.


쏴아아....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사야카는 땀과 피로를 씻어내고 상쾌함을 몸 안에 가득 채운다.


꼼꼼히 세수까지 마친 뒤 사야카는 욕실 문을 크게 열고는 수건을 머리에 대충 덮은 채로 부엌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냉장고를 열고 차가운 보리차가 든 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는 컵에 따르지도 않고 입을 대고 벌컥벌컥 들이킨다.


"푸하!"


몸속을 달리는 시원함에 만족감을 느끼며 냉장고에 다시 병을 넣고 뒤로 도는 그녀의 앞에...


"여어"


테시가와라 카츠히코, 통칭 텟시가 태연히 서있었다.


"언제부터 있었어?"


앞을 가릴 생각도 안한채 사야카도 태연히 텟시에게 말했다.


"너 샤워할 때부터"


"남의 집에 오는데 인기척도 안내?"


"초인종도 누르고 실례합니다 라고 분명히 말하고 들어왔다만"


고개를 돌릴 생각도 안한 채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텟시.


"난 못들었는데"


"너희집 급탕 켜면 보일러 소리가 천둥같잖냐. 그래서 못들었나보지"


"그거 소리가 좀 크긴 하지...밤에 틀면 민폐라니깐"


눈을 하늘로 돌리며 보일러에 대해 생각하는 사야카였다. 확실히 문제가 있지...


"나중에 시간 나면 한번 봐줄게"


그런 그녀에게 텟시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정말?"


그리고 이제서야 눈을 가늘게 뜨는 사야카.


"그나저나 너는 다 큰 여자아이 앞에서 그렇게 태연히 볼 생각이 드냐? 조금은 가릴 줄 알라고..."


"너야말로 다 큰 남자아이가 앞에 있는데 그렇게 태연히 다리 벌리고 서서 부끄럽지도 않냐?"


텟시도 질세라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아 그러고보니 그거 기억나냐? 너 초등학교 5학년때인가 신기한거 보여준다면서 구석으로 나 데리고 가더니 치마 들추고는 털난거 보여줬..."


"스톱! 거기까지!!!"


사야카의 표정이 급격히 굳더니 머리에 쓴 수건을 잡고는 허리춤을 가리고 쿵쿵 발소리를 내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상반신은 괜찮은거냐..."


텟시가 방으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드르륵


장지문을 열고 들어간 사야카는 수건을 홱 집어던지고는 옷장 서랍을 거칠게 열었다.


'으휴 정말 둔탱이 밤탱이 곰탱이...'


볼을 빨갛게 물들인 채로 팬티를 입으며 사야카는 어떻게 해야 저 미련한 빡빡이에게 자신이 여자로 비춰질지 깊게 고심했다.


매일같이 들이대는 스킨십에도 반응 제로. 아니, 오히려 역효과.


가끔 날리는 의미심장한 단어선택에도 무반응. 알아듣기는 했으려나?


조금 전도 그랬다. 자신은 터져나오는 부끄러움을 최대한 숨기며 평범함을 연기했는데 이 녀석은 그냥 통상운행이다.


"불공평해..."


그렇게 읊조리며 사야카는 브라를 차는 대신 헐렁한 티셔츠를 꺼내입고 방을 나섰다.










"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저녁 시간인데 밥이라도 같이 먹고가지 그러니 카츠히코?"


"아뇨. 오늘은 아버지랑 같이 먹기로 해서요...마음만 받을게요"


"어머 그러니. 그럼 이거라도 가져가서 같이 먹으렴"


"아, 감사합니다"


거실에서 엄마와 텟시의 대화가 들려온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손에 묵직한 꾸러미를 쥔 텟시가 나왔다.


"가는거야?"


사야카가 티셔츠를 밑으로 잡아당기며 물었다.


"그럼 자고가냐?"


그런 그녀를 보는둥 마는둥 무심하고도 시크하게 반응하는 텟시.


텟시는 사야카에겐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그냥 툭툭 말을 집어 던진다. 남이라면 당장 기분나쁜 반응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대응.


하지만 그에게는 이것이 당연했다. 그의 생에 있어서 나토리 사야카는 걸음마를 떼기도 전부터 항상 곁에 있던 그의 일부나 마찬가지인 존재였으니까.


너무나도 가까운 나머지 옆에 있는 것이 그냥 너무나도 당연한. 그런 존재.


하지만 자신의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곁에 있는 그 당연한 존재가 자신을 향한 마음이 점점 이성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을 그는 아직 몰랐다.


"내일 보자"


"응"


나토리가의 현관문을 나선 텟시는 하나둘셋....정확히 여덟 걸음을 걸어나가 건너편 집의 문을 열고는 그리로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거기가 테시가와라가의 집이다. 사야카의 집과 텟시의 집은 길을 사이에 두고 바로 마주보고 있는 이웃사촌인 것이다.


"이렇게 가까운데도...너무 머네..."


어느덧 산 밑으로 해가 숨어버린 이토모리에 호수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몸을 싸늘하게 휘감는다.


사야카는 작게 한숨을 쉬며 문을 닫고는 터덜터덜 방으로 향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