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와 미츠하가 동갑이며 몸이 바뀌기 전에 타키가 이토모리로 전학간다면? 이라는 IF스토리


장편] 처음 온 이토모리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9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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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들어오는 따스한 빛 줄기, 진동하는 쇳덩이의 덜컹거림, 옆자리의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흑색 반묶음 스타일 여성은 푸른 치마에 흰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너 너무 신나 있는 거 아니야?”

“지금 도쿄에 가고 있는 거잖아?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차라리 지금을 즐기는 게 좋지 않을까?”

유원지에 가는 아이와 같은 모습의 그녀에게 어처구니가 없어진 내가 묻자 미츠하는 방실방실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답했다.

미츠하의 말을 들었다면 알 수 있겠지만, 나는 지금 그녀를 데리고 도쿄에 가고 있다.



미츠하네 어머니의 묘소에서 결심을 내렸을 때 나는 곧장 그녀를 데리고 신사의 집으로 향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3인분의 차를 끓이고 계시던 할머니가 그곳에서 우리를 반겼다.

차가 준비되고 거실에 놓여진 테이블에 할머니가 앉으셨다. 우리는 그 맞은편에 소리 죽여 앉았고, 숨막히는 분위기 속에 할머니가 녹차를 홀짝이는 소리를 제외하면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지금부터 손녀를 납치하겠다는 말을 할 것이다. 긴장한 탓인지 바싹 말라 타들어가는 목에서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할머니가 주신 녹차로 말라 비틀어가는 목을 축이고 침묵의 끝을 알렸다.

“할머니, 미츠하를 찾아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셨죠. 이제 정했습니다. 저는 미츠하를 데리고 도쿄에 가겠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려무나.”

“네?”

고민하고 걱정하다가 결심하고 힘겹게 말한 선언을 할머니는 흔쾌히 받아들이셨다.

물론 좋기는 하지만… 이게 아니지 않나?

“하… 할머니? 지금 멋모르는 외간남자가 손녀를 멀리 납치하겠다고 한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할머니는 컵에 남은 녹차에 입을 댈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그렇게 쉽게 허락하셔도 되는 거에요?”

온갖 의문이 담긴 나의 질문에 할머니는 금방 답을 내주셨다.

“한번쯤은 멀리 나가봐서 견문을 넓히고 오는 것도 좋겠지. 다시 돌아와서 오해를 풀어낼 것 아니냐?”

“아… 네.”

“그럼 됐다. 나가서 기분전환이라도 하고 오려무나.”

예상보다 쉽게 허락을 받은 탓인지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나를 보며 할머니는 유유히 방으로 들어가셨고 우리는 다음날 아침에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돼서 나는 지금 미츠하와 함께 도쿄에 가는 신칸센을 타고 있다.

미츠하네 할머니도 괜찮다고 하셨고 아버지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솔직히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내 선택이지만 화살이 향하는 건 미츠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휙휙 변하는 창 밖의 풍경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작은 감탄사를 흘리고 있었다.

사람이 이렇게 걱정을 해주고 있는데 이 녀석이 진짜…!

“미츠하, 너가 애냐?”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괜히 억울해져서 작은 심술을 부렸다.

“뭐야, 지금 시비 거는 거야?”

처음으로 타는 도쿄행 열차에, 첫 상경길의 기쁨이 얼굴에 남아있다. 그러나 싱긋싱긋 웃고 있는 얼굴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언사에 나는 솔직히 잠깐, 아주 잠깐 지레 겁을 먹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 말을 들은 채도 하지 않고 그녀는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동시에 그녀의 환성이 들려온다. 그 감탄에 나 역시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려보니 우리가 탄 신칸센은 어느새 도쿄에 들어서있었다.



“도쿄다아아~!”

신대륙을 발견한 탐험가와 같은, 보물을 발견한 고고학자와 같은 그 반응에 나는 그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건 그렇고 도쿄인가… 이토모리에 간지 이제 한 달이 좀 넘은 것 같은데, 벌써 도쿄에 돌아오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뭐, 오래 있지는 못하겠지만 말이야.”

“타키 군, 지금 뭐라고 말했어?”

소리가 밖으로 새버렸나? 어차피 별 것 아닌 개인적인 감상이다. 나는 그녀에게 적당히 둘러댔고, 마침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를 걸었다.

출구로 향하자 문은 이미 열려있었고 기차의 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파도, 곳곳에 높이 솟아있는 빌딩들의 마천루가 도쿄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도심에 자리잡은 공원의 녹림, 그것을 비추는 녹색의 창문, 아랑곳 않고 푸른색 빛을 뽐내는 또 다른 건물의 유리창, 높이 솟은 붉은 첨탑, 그보다 더 높이 솟은 하얀색 타워, 흑, 회색의 빌딩들이 어우러진 도쿄의 모습은 가을의 이토모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알록달록했다.

그리고 신세계를 발견한 듯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는 시골 소녀의 모습은 도시에 완전히 녹아 들어 있었다.

흰 와이셔츠에 푸른 치마, 굽이 살짝 있는 구두의 조화는 소위 말하는 도시여자의 모습에 가까웠다.

미츠하의 사복을 그렇게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스타일로 옷을 입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나토리나 요츠하의 개입이 있었던 걸까? 누군지 모르겠지만 미츠하에게 옷을 골라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도록 했다. 이런 모습의 미츠하는 자주 볼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타키 군~ 저거 봐봐, 텔레비전에서 본 풍경이야!”

한달 정도 전까지만 해도 도쿄에서 살던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해도 곤란한데…

“어? 응… 그러네!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지? 도쿄타워! 하하하…”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 그녀의 기분을 초치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는 어색한 웃음까지 곁들여가며 맞장구를 쳤다.

“미츠하,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나는 도쿄에 살았었기 때문에 딱히 가보고 싶은 곳은 없다. 물론 미츠하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가보고 싶지만, 정말 어디든지 괜찮으니까,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음… 저번에 같이 시내로 나갔을 때는 내가 안내했으니까 이번엔 타키 군이 알아서 안내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가? 미츠하의 말이 딱히 틀린 건 아니지만 미츠하라면 도쿄에 왔을 때 당연히 어디부터 가보고 싶다던가 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미츠하가 매일 노래를 부르던 곳이…

“그럼 카페부터 갈까? 도쿄의 괜찮다 싶은 카페는 자주 다녔으니까 괜찮은 곳도 많이 알고 있어.”

카페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자 마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츠하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일단 가져온 짐을 모두 코인로커에 보관했다. 가지고 다니면 무겁고 불편하기만 하고 나중에 숙소를 잡기 전에 다시 돌아와서 가지고 가면 된다.

도쿄에 왔으니 츠카사와 타카기에게 연락해서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일단 내가 도쿄에 왔다는 것 정도는 연락을 해야겠지.

“타키 군? 무슨 생각 해?”

너무 오래 생각에 잠겨있던 걸까,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미츠하의 얼굴에, 그녀의 질문에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그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이제 됐다는 듯 활짝 웃더니 내 팔을 붙잡고 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이제 빨리 카페로 가자!”

그녀는 이렇게 외치며 나를 붙잡고 뛰었다. 그 손길에 저항하지 못하고 나는 미츠하에게 이끌려갔다. 그런데…

“미츠하! 그쪽이 아니야!”



푹신푹신한 의자와 원형 나무테이블,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지는 목조 천장의 인테리어와 귓가에 흘러오는 재즈음악, 나는 미츠하와 시부야의 한 카페에 왔다.

“미츠하는 뭐 먹을 거야?”

나는 무난하게 카페라떼 한잔을 주문하기로 하고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미츠하는 메뉴판을 받아들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쳤다.

“뭐야 이 가격? 이 팬케이크 값, 내 한달 생활비야!”

“넌 대체 어느 시대에 사는 사람이냐?”

돈 쓰는 모습을 거의 못 보기는 했지만… 한 달에 2천엔은 좀 심하지 않나?

“그냥 마음대로 시켜. 오늘은 내가 낼게.”

“정말? 아… 아무래도 그건 내가 좀 미안한데….”

“걱정 마. 돈 쓸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지금까지 내가 아르바이트로 벌었던 돈을 전부 갖고 오기도 했고, 내가 데려오기도 했으니 카페 정도는 내가 낼게. 미츠하 너도 할머니한테 용돈 받았잖아? 오늘은 돈 같은 거 걱정하지 말고 즐기자. 모처럼 왔는데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아까우니까.”

내 말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미츠하는 밝게 웃으며 이것저것 주문하기 시작했다.

나도 잘 모르는 것들을 주문하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녀가 주문한 케이크를 보고 그 당황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카페에 이런 메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거대한 딸기 케이크의 자태, 당분이 그래도 부족하다는 듯 같이 나온 바닐라 라떼.

단 것을 좋아한다는 것 쯤이야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표정관리고 뭐고 내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지만 미츠하는 그런 내가 신경도 쓰이지 않는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한 강아지와 같이 케이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꼬리가 있었다면 강풍이 불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겠지.

잠시 미츠하에게 강아지 꼬리가 달려있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살랑살랑 부채처럼 흔들리는 꼬리와 말랑말랑한 축 쳐진 귀… 뭐야 이거, 너무 귀엽잖아.

“타키 군? 아까부터 계속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벌써 두 번째다. 가능한 눈 앞의 미츠하에게 집중하고 싶지만 자꾸 다른 생각이 머리에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 앞으로 조심하면 되겠지.

좋아, 일단 방금 시킨 라떼를 한 모금 마시고 미츠하랑….

“미츠하? 그 많던 케이크는 다 어디 갔어?”

“다 먹었는데? 타키 군, 사람을 카페에 데려오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는 건 실례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생각보다 오래 망상에 잠겨있었나 보다.

“미안, 잠시 생각이 이상한 곳으로 빠져서 말이야. 먹을 것도 다 먹었고… 영화라도 보러 갈까?”

“영화?!”

“응. 이토모리 주변에는 제대로 된 영화관이 없다면서? 이 주변에 영화관이 있으니까 한번 가보는 게 어때?”

“영화 좋지! 근데 타키 군은 지금 상영하는 영화 아는 거 있어?”

“아… 나도 최근엔 이토모리에 있었으니까 잘 모르겠네. 영화는 가서 고르자.”

미츠하는 눈웃음과 함께 내 의견에 동의했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길거리로 나섰다.



길거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모여있었다.

뭐가 그리 바쁜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샐러리맨, 단체로 모여있는 아시아계 관광객, 이리저리 쏘다니는 교복의 학생들, 뭐가 그리 좋은지 손을 잡고 깔깔 웃는 커플들.

우리도 다른 사람이 본다면 커플로 보일까?

무심결에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향한다.

저 손을 잡으면 우린 정말 커플처럼 보일 것이다.

잡고 싶다.

그러면 안 되는데, 손은 그녀에게 뻗어나간다.

“타키 군?!”

미츠하의 새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자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미츠하? 무슨 일 있어?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

“손….”

손? 수줍게 토해낸 그녀의 말을 듣고 손을 살폈다. 그곳에는 미츠하의 손을 붙잡은 내 손이 있었다.

“미안!”

분명히 멈추려고 했을 텐데, 내 손은 어느새 뻗어나가 미츠하의 손에 도달했다. 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손을 급하게 떼려고 했지만 어딘가에 걸려 그럴 수 없었다.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다시 손으로 옮겼다. 미츠하가 내 손을 붙잡고 있었다.

“미… 미츠하?”

“나… 여기 지리 모르니까….”

“어?”

“떨어지면 위험하니까… 그러니까…”

처음으로 나온 타지에, 눈을 돌리고는 있지만 우리가 처해진 상황에, 그녀도 불안한 것이다.

“알았어. 놓치면 안 된다?”

“으… 응….”

부드럽고 따스한 그 손에 내 손을 다시 한번 포갰다.

이 세상에 나와 미츠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은 감각.

주변의 득실득실한 인파에도 불구하고 심장의 고동만이 들려온다.

이 소리가 들릴까 노심초사한 마음에 곁눈질을 해보면 복숭아 같은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서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다.

굉장히 어색하고 쑥스러운 상황에 말라비틀어진 목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달랐던 체온이 하나가 되어 부드러움만이 남을 때까지 우리는 손을 놓지 않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도쿄 영화 엄청나! 소리가 가슴에 쾅쾅 울리는 거 처음이야!”

“그래? 그거 다행이네, 혹시나 해서 묻는데 이토모리의 영화관은 어때?”

“이토모리에는 영화관이 없어. 우리가 전에 나갔던 시내까지 가서 영화를 봐야 하는데 거기는 시설이 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 쉬는 미츠하의 표정으로 그곳이 어떤 곳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토모리에서는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겠다는 것까지.

“그럼 이번에 영화관에 와봐서 다행이네. 영화도 그럭저럭 재미있던 것 같고 말이야.”

“응! 돌아가면 텟시랑 사야에게 자랑할 게 잔뜩 생기고 있어!”

진심으로 기쁘다는 표정의 환한 미소는 그녀가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려주고 있었다.

“타키 군! 이번엔 어디로 갈 거야?”

천진난만한 그녀의 표정에서 나오는 청청한 목소리의 질문에 나는 곧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어.. 여기서 좀만 기다려야 될 거 같은데… 잠시 만날 사람이 있거든.”

“만날 사람?”

만날 사람이 있다는 나의 말에 미츠하는 눈을 찌푸리고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도쿄에 있을 때의 친구들. 아무래도 도쿄에 왔으니까 내가 왔다는 건 알려줘야 될 것 같았거든. 

도와달라고 할 것도 있고 말이야. 곧 올 때가 됐는데…”

“타키~ 이쪽이야!”

“너, 무슨 일로 도쿄에 온… 옆의 여자는 누구냐?”

“타키 군, 오랜만에 만나네! 잘 지냈어? 그쪽의 여자아이는 누구야? 여자친구?”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등 뒤쪽에서 츠카사와 타카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옆에 오쿠

데라 선배는 왜 있는 거야?!

상황을 파악하는 듯 무표정으로 나와 미츠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츠카사, 미츠하를 보자마자 경

악에 물들어버린 타카기, 뭔가 재미있어 보인다는 듯한 표정의 오쿠데라 선배가 제각기 다른 반응으로 나와 미츠하에게 다가왔다.

“타… 타키 군? 저 사람들은 누구야?”

갑작스러운 타인의 등장에, 그것도 세 명이나 나와버리는 바람에 미츠하가 흠칫 놀라 물었다.

“저기 남자 둘은 내가 도쿄에 있을 때의 친구, 옆에 계신 분은 내 아르바이트 선배인데 왜 오셨는지는 잘 모르겠네. 츠카사가 불렀나?”

일단 내 지인이라는 사실을 듣자 미츠하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미츠하가 꽤 놀란 모양이다. 미리 말을 해줄걸 그랬네.

그런 우리를 세 명은 조용히 지켜보더니,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츠카사였다.

“타키, 오늘 평일 아니야? 네가 왜 여기 있냐? 거기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시고?”

“설마 여자친구?”

“여자친구는 아니야!”

둘의 페이스에 휘말리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대화의 흐름을 끊었다.

미츠하는 이미 휩쓸려 달구어진 철판처럼 상기된 볼을 숨기고 있었고, 오쿠데라 선배는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는 듯 나와 미츠하를 번갈아 바라보고 계셨다.

“그럼 무슨 일로 도와달라고 불렀는지 설명을 해주실까?”

안경을 고쳐 쓰며 사정을 묻는 츠카사와 타카기, 오쿠데라 선배의 말에도 일리는 있기에, 애초에 설명을 하지 않고 도움을 구하는 건 실례라고 생각 되었기 때문에 나는 다같이 저녁이라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고, 그 의견은 받아들여져 우리는 다같이 식사를 하러 출발했다.



“뭐야, 타키냐?”

“너, 시골로 이사 간다더니 왜 여기 있어?”

“조금 사정이 있어서 잠깐 올라왔어요.”

“옆의 여성분은 누구야? 여자친구는 아니지? 너한테 너무 과분한 거 아니야?”

“나도 알고 여자친구 아니니까 조용히 좀 해주실래요?”

우리는 적당히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할만한 장소를 찾았고, 그 결과 미츠하를 제외한 도쿄 4명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탈리아 레스토랑 ‘언어의 정원’에 왔다.

덕분에 가게의 직원 분들과 전 아르바이트 선배 분들을 잔뜩 만나서 미츠하에 대해 설명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오랜만에 왔으니 즐겁게 맛있게 먹고 가라며 돈을 안 받겠다는 셰프님의 말씀에 처음엔 거절했지만, 결국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구석의 6인용 테이블에 나와 미츠하가 앉고 맞은편에 츠카사, 타카기, 오쿠데라 선배가 앉았다.

“그래? 미야미즈 씨, 꽤나 힘드셨겠네.”

“타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00km는 떨어진 곳까지 여자를 납치해오냐?”

“보호자 허락은 받았으니 엄연히 말하면 좀 다르지!”

사건경위를 촉구하는 두 녀석에게 질려 요리가 나오기 전에 적당히 사정설명을 했다.

미츠하와 내가 어떤 관계인지, 어쩌다가 내가 그녀를 데리고 도쿄에 오게 되었는지, 둘의 몸이 바뀌고 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제외하고 전부 설명했더니 돌아오는 반응은 나를 향한 비난의 시선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츠카사와 타카기가 나를 비난하고 미츠하가 허둥지둥 나의 변호를 하며 오쿠데라 선배가 그런 우리들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는 사이에 각자 주문했던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답게 조금 느끼해 보이는 노란색과 산뜻한 빨강색으로 테이블이 가득 채워지고 나서야 우리는 조용해져 식사에 열중했다.

나와 미츠하도 꽤 배가 고파있던 상태였고, 츠카사와 타카기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달려왔다고 한다. 오쿠데라 선배는 그저 분위기에 맞추고 있을 뿐일까, 아까부터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고 계실 뿐이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가장 먼저 입을 열은 것은 놀랍게도 오쿠데라 선배였다.

“미야미즈라고 했지?”

“아… 네! 미야미즈 미츠하입니다.”

무언가 진지한 눈빛의 오쿠데라 선배는, 기억 속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언제나 상냥하고, 때로는 장난기 있던 그것과는 다른, 그러나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그런 눈빛이었다.

“편하게 미츠하라고 불러도 돼?”

“네! 그렇게 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미츠하는 아직 긴장을 풀지 못한 채 살짝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열심히 답했다.

“그럼 말이야. 잠시 나랑 밖에 나가지 않을래? 하고 싶은 얘기가 있거든.”

“저… 선배? 미츠하를 왜 밖으로….”

“여자끼리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뿐이야. 왜 그래? 설마 타키 군… 따라와서 듣고 싶은 거야? 엉큼하긴.”

평소의 장난치는 오쿠데라 선배다운 대사였지만, 그 표정은 내가 알던 표정과 달랐다. 그러나 그런 장난스러운 대사 하나만으로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놀리지 말아달라는 말은 선배의 표정 앞에서 사르르 사라졌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미츠하를 바라봤다.

미츠하는 나를 잠깐 바라보더니, 오쿠데라 선배를 똑바로 쳐다보며 자리를 나섰다.



“미츠하 너, 타키 군을 좋아하는 거지?”

“네… 네?! 아… 그게 그러니까….”

이 사람이 갑자기 뭐라는 거야? 그야 당연히 좋아하긴 하는데….

“숨기지 않아도 돼. 너희들은 너무 알기 쉽다니까? 언니를 속이려고 하지는 않는 게 좋을 거야.”

타키 군의 선배라는 사람… 도시의 여자들이 이토모리의 여자들보다 세련되다고는 생각 했지만 이 언니만은 차원이 달랐다. 텔레비전에서 볼 법한 외모, 타키 군의 선배라기 보다는 연예인이라고 하는 편이 더 믿기 쉬울 정도라서, 같은 여자로서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주눅이 들 정도다.

타키 군은, 도쿄에서 이런 여자들과 함께 지냈던 걸까? 그에 비해 나 같은 건….

“음~ 좋아하지 않는 걸까나?”

두 손을 뒤쪽에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숙여 신장차이를 맞춰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보이는 쇄골의 라인에, 같은 여자이면서도 이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타키 군처럼 멋진 사람에게는 이런 여자가 어울리겠지….

“좋아하지 않으면 타키 군은 내가 데려가도 될까?”

“네?”

“후훗, 농담이야. 그래도 계속 숨기면 언니가 진짜로 타키 군을 데려갈지도… 왜 그래?! 미안해! 안 데려가! 그러니까 눈물 좀 멈춰줄래?”

눈물?

어라…? 나… 어째서 울고 있는 거지?

아… 그렇구나. 나는 내가 생각 하던 것 이상으로 타키 군을….

“죄송해요. 저는 타키 군을 좋아해요. 다른 누군가에게 양보하고 싶다던가 그런 생각은 없어요. 농담이라고는 하셨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에요.”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제야 오쿠데라 언니의 표정이 환하게 풀리기 시작하더니, 가볍게 숨을 내쉬고 입을 다시 열었다.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고백은 하지 않는 거야?”

“저 같은 게 타키 군과 사귈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안 그래도 자신은 없었다. 그런데 타키 군의 주변에 이런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어떻게 내가 고백을 해?

“너 말이야. 연애 경험 없지?”

“지금 그건 상관 없잖아요!”

뭐야 이 여자? 갑자기 놀리는 거야?

“타키 군은 말이야. 널 꽤나 좋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 그럴 리가 없잖아요! 타키 군이 어째서 저 같은 시골여자애를….”

“그저 단순히 친구를 위해서라고, 200km나 넘는 거리를 그 많은 교통비와 식비, 숙박비까지 들여가며 순수하게 여자를 도와주는 남자애가 있다고 생각해?”

“네?”

“그.러.니.까, 타키 군은 너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일을 벌리는 게 가능했다는 얘기야. 혹시 못 믿겠으면 확인 해보는 것도 좋아.”

“확인이요?”

어떻게 확인 하라는 거지?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녀는 싱긋 웃으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오늘 밤에 티아매트 혜성이 가장 가깝게 오는 건 알고 있지? 이 주변에서 그거에 맞춰 크게 축제를 하거든. 불꽃놀이도 성대하게 하는 모양이야. 어때? 그 축제에 둘이 함께 가서 확인해보는 건?”

축제라… 그러고 보니 이토모리에서도 지금쯤이면 축제 준비로 한창이겠네. 아니, 슬슬 시작할 때인가?

“축제에서 어떻게 하면 돼요?”

“그냥 둘이 같이 축제를 즐겨! 그리고 불꽃놀이가 시작할 때쯤이면 타키 군을 데리고 내가 알려주는 장소로 가. 거기가 숨겨진 명소 같은 곳이니까 아마 사람이 없을 거야. 보통 남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고백하지 않고는 못 배길걸?”

적어도 이런 여자가 하는 말이니까 틀린 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키 군이 정말로 나를 좋아해줄까? 그건 아무리 들어도 확신이 서질 않는다.

잠시 이 언니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뒤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타키 군과 그 친구들이 우르르 나오고 있었다.



오쿠데라 선배와 미츠하가 떠나고 테이블에는 지긋지긋한, 하지만 반가운 남자 세 명이 오랜만에 뭉쳤다.

“타키, 너 저 여자애 좋아하지?”

“뭐?! 그, 그, 그…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럴 리가 없긴 뭐가 없어. 임마, 네가 여자애를 위해 200km나 여행길에 올랐는데 그걸 믿으라고? 우리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야?”

이미 확신에 찬 표정의 타카기, 거짓말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안경을 고쳐 쓰는 츠카사.

둘의 모습을 본 나는 더 이상의 반항은 소용 없다고 판단하고 이실직고를 시작했다.

“그래. 좋아한다. 좋아해서 여기까지 데려왔다. 저 녀석, 도쿄에 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으니까 말이야. 왜, 안 되냐?”

의외로 순순히 인정했던 탓일까? 타카기와 츠카사가 잠시 경악하더니 살짝 눈물을 짓기 시작했다.

“타키가 성장했구나!”

“드디어 철이 들었어….”

“야 이 자식들아, 네 녀석들이 평소에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순순히 말해보실까?”

사람이 기껏 성실하게 답해줬는데 이런 태도다. 이 녀석들을 부르는 게 아니었나? 괜히 오쿠데라 선배까지 데려와서 미츠하도 끌려나갔고,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도와달라는 건 뭔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츠카사가 재빠르게 화제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이런 면에서는 재빠르단 말이지.

“여기 열쇠. 시부야 역의 코인로커에 나와 미츠하의 짐이 있어. 그걸 들고 적당한 숙소를 잡아줘. 아무리 그래도 여기에 오래 있지는 못할 테니까. 짐을 들고 숙소를 찾을 시간에 미츠하에게 도쿄의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내가 던진 열쇠를 츠카사가 넘겨받으며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너, 어지간히도 그 여자애를 좋아하는 구나?”

“죽고 싶냐?”

“그건 사양할게. 어차피 싸워도 질 것 같지 않고 말이야. 숙소는 우리가 알아서 잡으면 되는 거지?”

“어. 돈은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쓸데없이 비싼 곳으로 잡지는 말아라? 돈은 나중에 은행으로 보내줄 거니까. 알아서 적당한 곳으로 잡아. 너희도 아르바이트로 돈은 꽤 모아놨잖아?”

“뭐… 그건 그렇지. 알았어. 그런데 그렇게까지 시간을 아껴가면서 데리고 갈 장소는 있어?”

예상 외로 쉽게 승낙해준 츠카사와 타카기에게는 감사를 표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에 나는 말을 잃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서 여자를 데리고 어디에 가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걸 말하면 저 녀석들이 신나게 놀려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나는 조용히 생각하는 척을 했다.

“어차피 타키니까 여자를 데리고 어디에 가면 될지 모르는 거겠지.”

이 녀석들은 나를 너무 잘 알아!

“타키, 오늘 티아매트 혜성이 가장 가까운 곳을 지난다는 거 뉴스로 들어봤지?”

“어… 대충은 알고 있어.”

사실 꽤 전부터 티아매트 혜성은 이토모리의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때는 새삼 시골의 밤하늘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고 말이다.

“그래서 그에 맞춰 이 주변에서 축제를 크게 하거든. 불꽃놀이도 하는 모양이야.”

“이 주변 축제라면 원래 2주일 정도 전에 하는 거 아니야?”

“원래 그랬는데, 티아매트 혜성이 근지점을 지나는 날에 맞춰서 하기로 올해만 특별히 미뤘다는 모양이야.”

“그래? 그래서 거기로 미츠하를 데려가라고?”

“그 말대로지. 그리고 불꽃놀이를 보기 딱 좋은 사람 없는 장소를 우리가 알아냈거든? 좀 있다 알려줄 테니 그 여자애를 데리고 가.”

이 녀석들, 겉으로는 장난만 치더니 이렇게나 날 챙겨주던 녀석들이었나?

친구 좋다는 게 뭔지 오늘에서야 깨달을 것 같았다.

“데리고 가서?”

내 질문에, 타카기는 경악을, 츠카사는 한숨을 쉬었다.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고백해야지 멍청아!”

“고백? 너네 지금 나보고 차이라는 거지? 걔가 날 좋아할 리가 없잖아!”

“어휴, 지금까지 연애라곤 해본 적도 없는 쑥맥이라는 건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너희들도 마찬가지잖아!”

자기들도 연애라곤 해본 적 없는 주제에, 내가 쑥맥이라는 사실은 반박을 못하겠지만 취급이 너무한 것 아닌가?

“여자애가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애를 뭘 믿고 200km가 넘는 거리를 따라서 가출하겠어? 여기까지만 봐도 좋아하는 게 당연하잖아! 넌 그렇게 눈치가 없냐?”

미츠하가 나를 좋아한다고? 그야 나를 싫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평소 미츠하가 나에게 보였던 반응들은 딱히 좋아한다는 눈치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축제 분위기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하지. 축제에서는 고백의 성공률이 더 올라간다고!”

“그거 정말이냐?”

“당연하지! 너에게 가장 가능성이 있다면 그게 오늘이 아니고 언제겠냐? 1200년에 한번 있는 빅 이벤트라고! 그보다 로맨틱한 고백이 또 어디 있어?”

음… 그런가?

“아무튼! 부탁한 건 제대로 해줄 테니까 너는 고백이나 잘 해라.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는 거 잊지 말고!”

“알겠어. 고맙다. 솔직히 너희가 이렇게 순순히 도와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나는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츠카사와 타카기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고개를 숙일 건 없어. 도와주는 게 더 재미있어 보이고.”

“어차피 타키는 우리가 없었으면 괜히 이상하게 끌고 다니다가 분위기나 망치고 어색하게 시골로 돌아갔을 거고 말이야.”

“이 자식들이 진짜!”


우여곡절 끝에 타카기와 츠카사의 협력을 얻고 생각 외의 정보도 얻었다. 그럼에도 오쿠데라 선배와 미츠하는 돌아올 기미가 없어 우리가 먼저 계산을 하고 나가기로 했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가자 오쿠데라 선배와 미츠하가 어딘가 진지한 표정으로 있었다.

미츠하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생각에 잠긴 듯 했고, 오쿠데라 선배는 그런 미츠하를 바라보다가 우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미츠하? 오쿠데라 선배? 뭐 하고 계셨어요?”

“아… 별 거 아니야. 단순한 여자끼리의 대화를 했을 뿐이거든. 타키 군, 흥미 있어?”

아직도 나를 놀려볼 셈인지 오쿠데라 선배는 싱긋 웃으며 가볍게 나의 질문을 흘려 넘겼다.

“흥미 없어요! 오늘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부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내 일에 흔쾌히 달려와주셨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나는 아직 감사인사를 전하지 않은 오쿠데라 선배에게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런 거로 뭘, 츠카사 군한테 들어서 흥미본위로 와봤을 뿐이야. 축제 이야기는 츠카사 군에게 들었지?”

“아, 네. 지금부터 미츠하랑 가보려고요.”

“그래? 그거 잘 됐네. 둘이 재미있게 즐기다가 가. 시골에 돌아가기 전에는 연락 하고!”

“반드시 연락 할게요. 오늘은 신세를 졌습니다.”

오쿠데라 선배는 살짝 웃어보이며 츠카사, 타카기와 함께 사라졌다.

하루 종일 같이 있다가 잠깐 10분 정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도 굉장히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감각에, 나는 어색하게 인사를 보냈다.

“안녕… 오쿠데라 선배는 어땠어?”

내 물음에 미츠하는 나를 바라보더니 금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조금 버거운 사람.”

“그래? 그래도 되게 착하신 분인데… 대체 무슨 대화를 한 거야?”

그 순간 미츠하의 어깨가 살짝 들썩였다.

“타키 군은 몰라도 돼! 정말 별 거 아닌 여자들의 얘기를 했을 뿐이니까! 그래도… 다음에 다시 한번 만나서 정식으로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사람이었어.”

“그거 잘 됐네. 언젠가 다시 도쿄에 오자.”

“응!”

그제야 미츠하는 고개를 들고 환하게 웃었다.

“아! 혜성!”

고개를 든 미츠하의 외침에 나 역시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에는 이미 티아매트 혜성의 꼬리가 드러나 하늘을 길게 가르고 있었다.

아 맞다. 축제.

“미츠하, 축제나 보러 가자.”

“좋아. 이토모리의 축제 말고는 가본 적 없어서 기대 되네.”

“나는 축제는 거기서 거기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가기도 전에 남의 환상을 깨부수지 말아줄래?”

“미안.”






[절대 금지!!]

목욕 저어어어어어어어얼대 금지!!!!!

내 몸을 함부로 보지 마! 만지지 마!

다리 벌리지 마!

남자에게 접근하지 마!

여자에게도 접근하지 마!

가슴 한 번만 더 만지면 진심으로 저주할거야.

마이클 금지!


[금지사항]

사투리 쓰지 마!

여자말투 하지 마!

목욕은 정말 그만둬주세요. 부끄럽습니다.

함부로 사먹지 마. 가끔은 사줄 테니까.



[공지사항]

혹시 서로의 몸이 바뀌어 있다면 서로의 도시락을 싸주도록 합니다.

서로를 이름으로 불러줍니다.



-‘미야미즈 미츠하’ 인상리스트-

내 앞자리의 여자애

어떻게 묶었을지 감도 안 잡히는 복잡하지만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의 소유자

저 머리를 풀어헤치면 아름다운 흑발의 롱 헤어가 탄생.

저 정도면 훌륭한 외모

가슴은...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작은 것은 절대 아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내 이상의 여자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뿜는 여자

성실한 우등생

솔직하지 못한 성격

고향에 불만을 품으며 도쿄를 동경하는 시골여자

그리고... 약간은 속물

친절한지는... 이제 잘 모르겠다.

상당한 내숭의 소유자이며 은근 제멋대로 하는 구석이 있다.

.....무녀라는 점은 은근히 괜찮은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을 할 때 옆머리를 만짐

짠순이, 여우, 천연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생각보다 마음에 어둠이 많은 여자

좀 변태일지도 모르겠다.

일식밖에 못한다고 한다.

아침잠이 많다.

표정이 풍부하다.

좋아죽겠다.

머리를 풀고 반만 묶은 모습은 정말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서 최고!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차이면 그 녀석들을 가만 두지 않겠어.



-‘타치바나 타키’ 인상리스트-

도쿄에서 온 잘생긴 남자애

내 뒷자리의 남자애

당당하고 뻔뻔하다.

상냥한 구석이 있고 편의점에서 맛있는 것을 잘 사준다.

머리 모양이 고슴도치를 연상시켜서 귀엽다.

요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남자

춤을 잘 추고 농구도 잘한다.

눈치는 좀 없는 것 같다.

장난기가 좀 있다.

여자의 가슴을 함부로 만지는 변태

이 마을에서 숨김없는 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

신께서 이어주신 소중한 인연? 아직 잘 모르겠으니 보류!

거짓말을 잘 못한다.

욱하는 성격인 것 같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좋은 남자애

나는 아마 이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눈치 없는 남자.

날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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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오랜만에 뵙네요! 사실 어제 낮에 팬픽 태그조차 달리지 않은 초단편 두개를 살짝 던져보긴 했지만 정식으로는 오랜만이죠.

너무 오랜만이라 죄송하다는 말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네요...

재송요

첫토모리는 21화를 마지막화로 하고 에필로그가 하나 더 있을 예정입니다.

21화의 분량이 생각보다 적으면 21화에 에필로그가 같이 들어갈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필력이 굉장히 많이 떨어졌다는 게 느껴집니다.

필력이 떨어졌다고 해야하나... 바뀐 문체가 첫토모리의 분위기에 어울리지를 못한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여러모로 이 팬픽을 쓰며 참 많은 고생을 한 것 같네요.

이 고생도 곧 끝난다는 사실에 약간의 해방감이 느껴지긴 합니다.

정말 쓰고 싶은 다음 장편을 생각하면 그 해방도 사실은 새로운 시작일 뿐이지만요.


오랜만에 쓴 글인 만큼

읽어주시는 분들의 한마디 두마디 꼭꼭 부탁드립니다.

부끄러워 하시지 마시고 가볍게 느낀 점을 적어주세요!

슬럼프에 지쳐 퇴화된 저를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후기도 정말 오랜만에 써봤네요 ㄷㄷ


단편] 링크 모음집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19525


장편] 너를 위해서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0874 (完)


장편] 네가 없는 3년 / 내가 없던 3년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0900 (完)


장편] 처음 온 이토모리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9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