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2013년의 소녀 미츠하.

2016년의 소년 타키.

두 사람이 육교에서 카타와레도키로 만났다면?

육교에서의 만남으로 다시 쓰는 또 하나의 이야기.

 


【RE: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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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가까스로 텟시와 사야를 설득한 미츠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섬광을 쫓아, 텟시의 자전거를 빌려서 어디론가 향한다.







  학교 반대편에 있는 미야미즈 신사, 그 신사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 용신(龍神)산. 미츠하는 ‘절그럭 절그럭’ 소리를 내는 텟시의 자전거 페달을 몇 십분 째 밟으며, 이 산의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을 쉴 새 없이 달렸다. 

  이마에 투명한 땀이 방울방울 맺혔다. 방금 전까지 비명을 지르던 다리에서 어느덧 감각이 사라졌다. 그래도 온 힘을 다해 가까스로 페달을 밟으면서 조금씩 나아갔다.

  그건 그렇고 진짜 멀다, 라고 생각한 순간. 아래쪽에서 ‘덜컥’ 소리가 났다. 그 소리와 동시에 자전거가 크게 요동치며 붕 떠버렸다. 동시에 미츠하의 오른쪽 발이 삐끗 하고 페달을 벗어나버렸다.

  곧, 몸 전체가 자전거를 이탈해버렸다.

  “와, 와, 와, 와아앗!”

  비명과 함께 시야가 빙빙 돌았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서 반짝, 신호가 왔다. 신호를 받은 미츠하는 본능적으로 팔을 뻗었다. 미츠하의 손에 단단한 나무줄기가 잡혔다.

  ‘하아, 휴우……’

  다행히 추락을 면한 미츠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가 뒤늦게나마 텟시의 자전거 쪽에 생각이 미쳤다. 그 생각에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내려다 본 시야에, 홀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자전거가 잡혔다.

  난 몰라. 텟시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 저 자전거를 물어주려면 몇 개월 치 용돈을 텟시에게 바쳐야 할지 계산하는 것조차도 무서웠다.

  아냐. 지금 내겐 더 중요한 일이 있어. 

  그 생각이 팔에 힘을 불어넣어줬다. 다리의 고통을 멎게 해 줬다. 힘껏 도리질을 쳐서 잡념을 떨쳐냈다. 고개를 들고 자신이 달려왔던 길을 올려다보면서, 가까스로 낭떠러지에서 다시 올라왔다.

  그래도 온 몸에 힘이 빠질 정도로 지쳤던 건 사실이었기에, 미츠하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서서 한 호흡 정도 숨을 고르기로 했다.

  숨을 크게 들이쉬어 보았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기도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바람이 품고 있던 냉기가, 수분을 양껏 빨아들인 스펀지처럼 무거웠던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과열되었던 몸에서 ‘치이익’ 소리가 나면서 수증기가 나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백지장 같던 머릿속에도 색깔이 돌아왔다.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가을 풍경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그 풍경 속에서 응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힘내라, 미츠하.’

  그래. 힘내자. 

  자전거에 대한 걱정까지 시원하게 씻어낸 미츠하는, 다시 끝없이 펼쳐진 산길을 자신의 다리로 달려 올라갔다.

  어째서인지, 텟시가 보여준 그 자료를 보자마자 그 곳이 떠올랐다. 

  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미츠하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



  산 정상은 움푹 파인 지면과, 그 지면이 식물로 뒤덮인 습지였다.

  미야미즈 신사의 신체(神體)는 바로 여기, 시냇물이 빙 둘러져 있는 습지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거목 쪽에 있다. 미츠하의 기억이 맞는다면, 신체 아래에 작은 사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구조였던가.

  미츠하가 사야에게도 말했듯이, 이토모리의 모든 역사 자료는 ‘마유고로의 큰 불’이라는 200년 전의 화재로 인해 전부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신사의 신체가 이 산 정상까지 옮겨졌고, 그 뒤로 마을에 뭐가 어떻게 내려져오고 있는지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여기에도 없으면 아무데도 없는 거나 다름없다.

  ‘멋대로 들어오면 안 되는 건 알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외부인은커녕 신사의 주인인 미야미즈 일가조차도 자유롭게 들락거릴 만한 곳은 아니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그렇게 다시 다짐하며, 미츠하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 사이사이에 징검다리처럼 놓인 바위에 자신의 왼발을 디뎠다.

  순간, 


  ─여기서부터는 황천이란다.


  ?


  갑작스럽게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중심을 잃은 왼발이 바위에서 주욱 미끄러졌다.

  아차 할 새도 없이 몸 전체가 시냇물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풍덩, 하고 커다란 물소리가 물결을 만들며 멀리 퍼져갔다.

  “아야야……”

  아직도 아픔이 느껴지는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미츠하는 천천히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젖었잖아……”  

  치마에, 양말에, 속옷까지. 몸 아래쪽이 쫄딱 젖어버렸다. 치마를 양손으로 붙들고 비틀어서 물기를 쥐어짜냈다. 물기가 증발하면서 하체의 체온을 빼앗아갔다. 다리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으. 정말, 이게 무슨 고생이람.”

  자전거는 망가뜨렸지, 물에 빠졌지. 한탄만 하고 있을 때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미츠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게만 느껴졌다. 

  아, 정말. 

  오늘따라 유독 사는 게 더 힘드네.

  저기요, 티아마트 씨. 뭐라고 말 좀 해 보세요. 다른 것도 아니고 혜성에 이름이 붙으실 정도면 뭔가 대단하신 분일 텐데, 이렇게까지 사람을 괴롭히셔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

  혹시, 그것도 무슨 신 이름이 아닐까. 왜, 이따금씩 물건 이름에 신화에서 나오는 신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잖아. 무슨 향수에 그리스 신 이름을 붙였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남은 물기와 함께 잡념까지 주욱 짜내버렸다.

  그건 그렇고, 방금 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을까.

  갑자기 미츠하의 귓가에 들려왔던 그 목소리는 바람이 만들어낸 풀잎소리에 점점 사그라졌다.

  풀리지 않은 궁금증을 뒤로 하고, 미츠하는 거목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신체 내부에는 인기척 없는 정적만이 가득했다.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뭔지 모를 소리가 난반사를 일으켜 만드는, 웅웅대는 진동만이 미츠하의 귓가를 간지럽힐 뿐이었다.

  미츠하가 조심스럽게 사당의 가장 안쪽까지 들어갔을 때, 돌로 만든 작은 제단 위에 놓인 물건들이 미츠하의 눈에 띄었다.

  몸을 숙여 그 물건을 집어들었다. 자기의 양 손바닥만 한 크기의 술병. 뚜껑을 봉인해 놓은 실매듭. 손에 들고 살며시 흔들면 들려오는, 액체가 요동치는 소리.

  미츠하는 이 물건들이 뭔지 알고 있다.

  자신이 풍양제 때 만든 것. 쌀을 씹어서 만드는 술. 

  ‘쿠치카미자케잖아?’

  하나는 미츠하 본인의 것. 그 옆에 있는 건 요츠하의 것.

  원래대로라면, 이 쿠치카미자케를 가을축제 때 할머니와 함께 이 신체로 가져와 신당에 바칠 예정이었다. 

  정작, 미츠하 본인은 최근에 여기로 온 기억이 없다.

  그런데도 이게 여기에 있다. 


  ─그 때 너는 꿈을 꾸고 있었지?


  ! 


  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

  미츠하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주머니 안에서 살짝 물기를 머금고 있기는 했지만 별 탈 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일기장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보았다. 거기에는 파란색으로 수놓은,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일기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일기에 마음을 빼앗겨, 찬찬히 일기를 하나씩 읽어내려갔다.

  사흘 치 정도까지 읽었을까.

  또, 눈물이 났다.

  여기에도 남아있다.

  그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삶에 개입한 사람이 있다. 내 삶을 함께 해 준 사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소중히 여겨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미츠하는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을 소매로 닦아냈다.

  꺼내들었던 스마트폰을 손전등 삼아, 신체 내부를 이리저리 살피던 미츠하의 시선이, 순간 벽 쪽을 향했다.

  그 벽에는 파란 선이 그어져 있었다.

  눈동자가 그 파란 선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그 파란 선에서 빨간 선 하나가 떨어져 나왔다.

  그 선들 사이에서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거기에 있었다.

  그 천장에, 자신이 찾고자 했던 그 ‘증거’가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었다. 

  틀림없는, 둘로 갈라진 혜성이었다.

  미츠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돌팔이 파괴신과는 다른 행운의 신께서 나를 보살펴 주시고 있는 게 틀림없다, 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



  편의점.

  “웬 일이니, 미츠하. 이 시간에 여기를 오고. 학교는?”

  “아, 그게. 집안 사정이 좀 있어서요.”

  “그러니? 그럼, 전부 다 해서 ───엔이란다.”


  。。。。。。。。。。。



  충돌 6시간 전.

  “다녀왔어!”

  미츠하는 물건이 한가득 담긴 편의점 봉투를 양 손 가득 쥔 채로, 발로 동아리실 문을 옆으로 밀었다. 낡아빠진 동아리실 문은 너무나도 쉽게 미끄러졌다.

  “어딜 갔다 온…… 잠깐! 대체 어디서 뭘 한 거야?”

  미츠하의 모습을 본 사야가 기겁한 듯이 외쳤다. 어디는 흙투성이고, 어디는 젖었다가 말렸는지 쭈글쭈글하고. 동아리실을 나가기 전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처참한 몰골이었다.

  “좀 뛰어오느라…… 그보다도, 증거 찾았어!”

  “뭐, 찾았다면 다행이긴 한데. 정말로?”

  미츠하는 책상에 편의점 봉투를 올려놓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이리저리 만진 뒤 사야에게 보여주었다. 

  그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건, 미야미즈 신체에 그려져 있던 벽화를 찍은 사진이었다.

  “이게 무슨 증거야?”

  “이 정도면 충분히 먹힐 거야.”

  “어떻게 장담해?”

  “먹힐 만한 사람이니까. 그보다도, 텟시는?”

  “플랜 B 때문에 잠깐 어디 갔어. 네가 자전거 빌려갖고 가 버려서, 좀 오래 걸릴 지도 모르지만.”

  “플랜 B라니?”

  “저, 미츠하. 미리 말해두겠는데, 난 옆에서 계속 말렸어.”

  사야는 걱정스러운 투로 미츠하에게서 시선을 피해버렸다.

  “노트북은 여기 놔두고 갔어. 필요하면 쓰래. 비밀번호는……”

  그 말대로, 텟시의 노트북은 책상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나저나, 뭘 사갖고 온 거야? 점심?”

  “난 배 안 고프니까, 사야가 전부 먹어도 돼.”

  “뭐?!”

  “믿어준 거에 대한 보답이야. 참. 텟시 몫도 남겨야지.”

  미츠하는, 자신의 말을 믿어 준 친구들에게 큰맘 먹고 한 턱 내 보기로 했다. 어제 도쿄까지 다녀오느라 지갑 사정은 영 별로긴 하지만. 그래. 분명 그 사람이었어도 이렇게 했을 거야. ‘어차피 내 돈 아니니까’라고 하면서. 

  이따금씩 지갑에서 알 수 없는 지출이 생기는 현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그 사람의 행각.

  ‘……다시 생각해보니까 조금 분하긴 하네. 궁핍한 고등학생 무녀의 돈을 마음껏 쓰다니.’

  미츠하는 분한 마음에 엄지손가락을 살짝 깨물었다.

  “저기요. 진짜로 미야미즈 씨가 맞긴 해요?”

  사야는 아직도 의심이 된다는 듯이, 쇼트 케이크 위에 올려져있던 딸기를 입에 넣으며 미츠하를 바라보았다.

  “네, 네. 틀림없는 미야미즈 씨입니다.”

  결국, 미츠하도 포기해버리고 사야의 방식대로 응수해 주었다.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어쩌면, 아닌 게 나았을 지도 몰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어……” 말문이 막힌 미츠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해줄게.”

  그렇게 말했다.

  

  。。。。。。。。。。。



  “5분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려 주세요. 다급한 일입니다.”

  무거운 노트북을 옆구리에 끼고 주민 센터까지 도착한 미츠하는 아버지의 비서라는 인물에게 애원하듯이 간청했다. 평소에는 자신을 본 체 만 체 하지도 않던 딸이 어떤 연락도 없이 아버지를 찾아왔으니, 단칼에 거절당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나 할까.

  “들어가시죠.”

  오랜 기다림 끝에 사무실에서 나온 비서가 양손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미츠하를 사무실 문 쪽으로 인도했다. 미츠하는 그 제스처를 따라, 자신의 아버지가 업무를 보고 있을 사무실에 발을 들였다.

  바로 그 순간.

  사무의자에 앉아있던 인물, 토시키의 입에서 이상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후타바?


  그 이름을 들은 미츠하도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뭐냐.”

  놀란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킨 듯한 토시키는 자신을 찾아온 딸에게 퉁명스러운 멘트를 날렸다.

  “어디서 뭘 하다가 복장이 그 지경이 되었느냐. 머리 모양은 왜 그 모양이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토시키의 눈빛은 딸이 흙투성이가 되었든 상처투성이가 되었든 상관없다는 눈빛이었다.

  미츠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츠하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신이 여기까지 온 이유를 설명했다.


  “마을에 운석이 떨어진다고? 잘도 그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구나.”

  모든 설명을 들은 토시키의 입에서 연이어 나온 “망언을 하는 건 외가 쪽 영향인가.”라는 말은, 아예 딸더러 들으라고 하는 것처럼 묵직하게 사무실 내에 울려 퍼졌다.

  “안 믿으신다는 거네요.”

  “너 같으면 믿겠느냐.” 

  “당연히 안 믿겠죠.”

  미츠하는 불쾌감이 느껴지는 토시키의 말을 당돌하게 받아쳤다. 의자에서 몸을 기울인 토시키가 검지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면서, 역시 불쾌감 가득한 시선으로 미츠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눈에서 ‘나를 상대로 농담 따먹기라도 하겠다는 거냐’라는 메시지를 읽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자기도 안 믿을 헛소리나 풀어놓으려고 여기까지 왔느냐.”

  “근거가 있다면요?”

  미츠하는 자신이 오른팔에 끼워 들고 온 노트북을 토시키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그런 건 또 어디서 났지? 미야미즈 신사가 이런 물건을 구입할 만큼 여유롭지는 않을 텐데.”

  “빌린 거예요.”

  노트북의 출처를 밝힌 미츠하는 자신의 말을 끊어진 실 잇듯이 이어나갔다.

  “아무튼. 그 혜성과 이 마을 간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제 말을 듣고 의심 정도는 할 거에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도 만나보고 싶구나.”

  지금이다.

  “만나보시겠어요?”

  그 말과 함께, 미츠하는 준비하고 있던 ‘그 이름’을 입에 올렸다.

  ─반응이 왔다.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한 꿈틀거림이 아버지 쪽에서 나왔다. 자신을 귀찮은 벌레 보듯 하던 눈빛에서 당혹감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런 토시키의 눈빛을 확인한 미츠하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노트북을 펼쳐 자신이 준비해 온 자료를 토시키의 앞에 들이밀었다.

  “이거, 아버지죠?”

  밝은 빛을 내는 노트북 화면에 적힌 이름.

  ─미조구치 토시키.


  텟시가 찾아내어 미츠하가 들고 온 자료.

  <운석 호수로부터 이어진 이토모리 신화에 대한 연구>.

  그건, 어느 민속학자가 신사 관계자를 인터뷰한 기록이었다.

  그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토모리에 전해지는 신화에 대해 정리한 논문이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1,200년 전에 이토모리 마을에 떨어진 운석.

  운석이 만들어 낸 운석 호수.

  그 운석과 호수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이토모리 신화까지.

  이 모든 신화를 일일이 기록하여 자료로 남긴 민속학자의 이름, 미조구치 토시키.

  그리고, 신사 관계자는 신변 보호를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H’라는 이니셜만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미츠하는 이 이니셜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미야미즈 후타바.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내.


  “네가 이걸 어떻게……?” 

  “알아보신다면, 굳이 전부 설명할 필요는 없겠네요.”

  토시키의 동작이 멈췄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옛날 사람들은 그 모든 기록을 신체의 벽화에 남긴 거에요.

  벽화 사진을 띄워놓은 스마트폰을 마저 책상에 올려놓은 미츠하는, 침묵을 깨고 다시 한 번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을 설명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오늘, 그 티아마트 혜성이 이 신화의 내용대로, 1,200년 주기를 돌아서 다시 우리 마을에─”

  “그래서.”

  미츠하의 말을 잘라버린 토시키의 목소리에 변화가 왔다. 아까전과는 다른, 분노가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되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뭘 해줬느냐?”

  “네?”

  “이 신화가 우리에게 뭘 해줬느냔 말이다. 이, 신화인지 뭔지 하는 게 우리에게 뭘 해줬지?”

  “그게 무슨─”

  미츠하가 뭐라고 말을 하려던 차에, 토시키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정갈하게 손질된 나무 책상이 진동을 일으키며 만든 묵직한 파열음이 미츠하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 따위 미신이나 믿으니까, 이 마을이 발전이 없는 게다!”

  분노에 가득 찬 토시키의 목소리가 사무실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운명이네 어쩝네 하면서 병을 고칠 생각은 전혀 하려 들지도 않고. 주변 사람이 죽었는데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버리고. 딸이 죽었는데 슬퍼하지도 않고!”

  그 말을 들은 미츠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정확히 할머니에게서 들은 말과 일치한다.

  운명이라면서 죽음을 받아들인 어머니. 대수롭지 않게 운명 운운하며 넘어간 주변 사람들과 할머니까지.

  “그깟 신화가 뭐냐! 미야미즈 신사가 다 뭐냐! 적어도 너만큼은 그런 헛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했건만! 그래서, 그래서 너희는 내가 키우려고 했건만……!”

  ─아.

  아버지의 마음이 그 말에 전부 담겨 있었다. 

  미츠하는 그 말에, 옛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을 ‘엄마, 아빠의 보물’이라고 부르던 아버지의 모습. 아버지가 집을 나가기 직전에 두 자매에게 손을 내밀었던 모습.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그래서 그 때 제게, 요츠하에게 손을 내미셨군요.

  “……결국 너도 미야미즈 집안의 여자가 됐구나.”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른 목소리로 돌아간 토시키는, 더 이상 자신의 딸을 바라볼 수 없다는 듯 몸을 옆으로 돌려버렸다.

  “그만 하자. 다 지난 일이야. 나는 더 이상 이런 거에 흥미 없다.”

  “다 알고 계시면서 모른 척 하시겠다는 거예요?”

  “어차피 미신이다. 전부 지어낸 얘기야.”

  “이런 얘기가 아무 이유도 없이 지어내는 게 아니라는 건, 민속학자로 계셨던 아버지께서 누구보다도 잘 아시잖아요.”

  “고작 그런 미신 따위를 들이민다고 관공서가 움직여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텐데.”

  다시 차가운 말투로 돌아온 토시키는,

  “자세한 얘기는 병원에 갔다 온 뒤에 듣도록 하지. 너는 지금 정상이 아니다. 그런 헛소리를 곧이곧대로 믿고 있으니.”

  라는 말과 함께, 책상에 놓여있던 전화기의 수화기를 거칠게 들었다. 

  “빌어먹을. 미야미즈 집안은 뭐가 이리 망상이 심한 건지. 집안 내력이 글러먹었어.”

  푸념과도 같은 말과 함께, 전화기의 버튼을 이리저리 누르기 시작했다.

  그 일련의 행동을 지켜보던 미츠하는 불쾌감을 느꼈다. 

  딸의 말을 무시하는 걸로는 성에 안 찼는지, 자신을 ‘미야미즈 집안 여자’라고 칭하지를 않나, 자기가 데릴사위로 들어온 미야미즈 일가 전체를 망언이나 일삼는 집안 취급하지를 않나.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방금 전에 한 말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럼……”

  꼴깍 하고 삼킨 침에서도 쓴 맛이 났다. 

  “그 망상 심한 집안의 여자랑은 왜 결혼하셨어요?”

  참지 못하고, 그렇게 외쳤다.

  그 말을 들은 토시키가,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고서는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 말을 외친 자신의 딸을 향해 다가왔다.


  。。。。。。。。。。。



  미츠하는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만 남기고, 미츠하는 사무실 문을 나섰다.


  。。。。。。。。。。。



  미츠하는 아무 수확도 얻지 못했다.

  아니, 약간이기는 해도 수확은 있었다.

  그 수확의 증표와도 같은, 아직도 얼얼함이 느껴지는 왼쪽 뺨을 어루만지며 주민 센터를 떠나야만 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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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백지에서 새로 써내려가는 수준에 도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