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 오밀조밀하게 반사된 마을의 빛무리가 은하수를 그린다. 드문드문한 가로등의 불빛인지. 아니면 보름달이 갓 태어난 어린 달에게 내리는 기원인지. 백옥빛이 어린 그녀의 얼굴이 그 사이의 달처럼 빛났다.
어쩌면 나와 그녀는 무언의 공감이란 막을 친 채 자발적인 격리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왁자지껄한 축제의 소음도. 주체를 못하고 몰려다니는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그 모든 것이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듯. 두 사람이 앉은 채 손을 겹칠 수 있을 정도의 공간 안에서 우린 오롯이 서로의 존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언제나 봐왔을 풍경일텐데 무엇이 그리 기쁜지. 호수의 물결처럼 잔잔한 미소를 띄운 채 나를 바라보는 너. 그 미소가 형태만 바꾸어 전염된 듯 발그레한 볼과 휘어진 눈이 대삼각형처럼 빛나고 있어. 그 하늘 아래로 푸르게 쏟아지는 유카타의 폭포는 희고 유려한 목덜미의 절벽을 타고 내려왔지. 땋아올린 머릿결이 칠흑같은 밤이 되고. 오색의 매듭끈이 유성의 궤적을 그리는 그 모든 모습. 너와 내가 공유하는 자그마한 공간 안에서 너는 또 하나의 세계가 되어 내게 다가왔던 거야.
그런 감정을 너 역시도 느끼는 듯 결국 동시에 푸훗 터져나온 웃음마저도 비슷하구나 우린. 닮아간다는 걸까. 너는 나였고, 나 역시 너였으니.
-아, 시작하려나봐.
하나 둘씩 꺼져가는 호롱불들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아는 듯. 말을 마친 미츠하가 먼 하늘을 응시했다. 하이라이트를 향해 치닫고 있다는 느낌에 맞잡은 손을 꽉 쥔다. 멈칫. 그 잠깐이 가져다주는 부끄러움과 설레임에 홍당무가 되었을 얼굴을 바라보려던 찰나. 살포시 쥐어지는 손의 감각을 느끼자마자
━━별들이, 하늘로 치솟았다.
거꾸로 폭주하는 혜성의 무리가 검은 도화지에 선을 긋는다. 이내 어떤 화공의 붓놀림보다 화려한 빛의 폭발이 어지러이 물감을 흩뿌린다.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색의 향연이 뇌성이 되어 귀와 가슴을 울렸다. 하나, 둘, 셋. 터져나가는 별의 갯수가 늘어갈수록. 잔상이 되어 남는 별들의 행렬이 잠깐이나마 강이 되어 흘렀다.
와아- 그 압도적인 빛과 소리의 하모니 속에서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터져나온 감탄성만큼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주문처럼 서로를 인식하자 마자 화려함과 웅장함에 압도된 심장의 두근거림이 맞잡은 손을 타고 이어졌다.
펑, 펑, 이제는 하늘인지 내 머릿속인지. 어디에서 터져나가는지 모를 폭죽놀이에 꿀꺽 침을 삼켰다. 어디에서 나는 냄새인지. 은은함을 넘어서 짙어지는 풀내음이 어느 새 내 코 바로 아래까지 들이밀어진 느낌이었다. 마치 어깨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진 그녀의 존재처럼... 응?
-저기, 미...
어째서일까. 칠칠치 못하게 열린 것은 내 입이었는데.
어깨에 살포시 얹어진 그 부드러움만으로, 저절로 닫혀버린 입이 일자로 굳어졌다. 유카타 천 위로도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라벤더 향을 실은 채 차츰 전신을 타고 흘렀다. 홀린 듯 차츰 풀려가는 긴장에 심장 한 켠이 따듯해져 왔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대담한 침략자는 대담함만큼 우수하다는걸. 어깨 한 켠을 넘어 마음 한 켠까지 훔쳐낸 수완에 오히려 포기하듯 마음이 열린다. 마침내 그 따스함이 전신을 감싸자마자 풀어지듯 내 머리도 천천히 기울었다.
맞잡은 손, 기댄 얼굴, 하늘을 수놓은 불의 축제.
어느 날의 가을. 익어가는 들녘의 곡식처럼. 우리의 사이도 조금 더 무르익은 느낌이 들었다.
━━End
1000자 남짓으로 쓴 불꽃놀이 초단편.
보고 싶다던 갤럼이 있어서 올려본다.
내일부턴 연재작에 집중.
자려고했더니 이분이 또... 즐겁게 읽고 갑니다.
좋은 작품 읽고 가욧
예쁘다. 요즘 문장이 좀 바뀐 느낌인데 아직 뭔지 딱 집어내질 못하겠다. 아님 그냥 최근에 타키 시점으로 쓴 글이 많아서 그런가... 아무튼 읽기 좀 편해졌어용
ㅁㅈㅎ - dc App
문장이 완전 ㄷㄷ 제가 상상한 그 이상을 뽑아내시네요 잘 봤습니당
언제봐도 멋집니다. 미사여구를 붙이는게 무의미할 정도군요 - dc App
잘봤습니다
필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