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나는 내 마음속에서 흘러 넘치는 이 감정을 주체할 생각도 없었고 그저 그녀를 안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그녀에게 몸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녀는 오늘은 바쁘니까 나중에 하자고 했지만 나는 허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고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한숨을 내쉬고 ‘아침은 어제 밤에 먹다 남은 걸로 해결하자.’ 라고 말하곤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어리광쟁이.”
 
내 품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 후 내 몸 위로 올라온 후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에 포갰다. 나보다 조금 높은 그녀의 체온이 내 몸 위에서 점점 올라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입술의 따스함이 내 입을 통해 머릿속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흥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흥분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했고 우리는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면서 욕망에 충실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코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날숨이 내 볼을 간지럽히면 나 역시 뜨거운 숨결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으음.”
 
그녀의 허리를 붙잡은 내 오른손이 그녀의 둔부를 향해 내려가면서 그녀는 짧은 신음소리를 냈지만 그 소리는 나와 그녀의 타액을 교환하는 소리 가운데 완전히 사라졌다. 오로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신음을 들은 나는 그녀를 침대위에 눕힌 후 민감한 부위를 손으로 자극해 나갔다. 내 손길이 닿을 때마다 그녀는 교성을 내질렀고 나는 능숙하게 그녀의 꽃봉오리를 열리게 만들었다.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그녀는 어느새 나를 침대에 눕힌 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이제는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어디를 좋아하고 자극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내 몸 위에서 잠옷을 벗어 던진 후 내 귀에 ‘한번만 하는거다.’ 라고 속삭였다.  


나는 긍정의 말도 부정의 말도 없이 몸을 움직였고 이윽고 우리는 서로를 격하게 탐하기 시작했다.
 
 
 
“바보. 바보. 바보. 바보.”
 
아야세는 계속해서 나를 매도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나 역시 그녀를 바쁘게 쫓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남들이 보면 화가 난 것처럼 걸어가고 있고 잘못한 내가 그녀를 달래주기 위해서 뒤쫓아가는 모양새였지만 나는 사실 그녀가 부끄러워서 약간 화가 난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늦었잖아. 바보야.”
“나 끌어안고 안 놓아준게 누구시더라.”
 
내가 빈정거리자 아야세의 귓바퀴가 빨갛게 변하는게 보였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않고 앞으로 홱홱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먹어도 참 귀엽구나 생각을 하면서 나도 속도를 올렸다. 


사실 우리는 한번만 하고 정리한 후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나올 수 있었지만 그녀는 오래간만에 부리는 내 응석을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나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것은 내가 아니라 아야세의 어리광 덕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처음 시작한 건 나였지만.


우리는 아침식사를 준비할 시간부터 먹을 시간 전부를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써먹고 말았다. 그리고 대충 샤워를 마치고 전철역을 향하는 도중 편의점에 들러 주먹밥과 생수를 산 뒤 걸어가면서 요기를 해결했다.
 


“저기요. 오차노미즈씨. 천천히 가자. 그렇게 빨리 걸으면 땀에 다 젖잖아.”
 


나는 벌써 저만치 앞서나간 그녀를 불러세웠다. 그녀는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자리에 멈춰섰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녀를 따라잡았다.
 


“… 바보..”
 


아야세는 약간 화가 난 얼굴을 하고 몸을 돌려 나에게 소리쳤다.
 


“이 바보가, 우리 사이에 오차노미즈씨가 뭐야! ”
 


화를 낸 부분이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아서였구나.

 


“미안, 아야세! 사랑해!”
 


나는 두 손을 합장하면서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녀와 사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자신을 아야세라고 사랑을 듬뿍 담아 불러달라고 요구했고 초반에 익숙하지 않아서 오차노미즈씨 라고 불렀을 때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럴 때마다 토라지는 바람에 많이 고생했던 기억이 났다. 교제를 시작하고 몇 년간은 장난으로라도 성으로 부르면 크게 화를 냈었고 사랑을 담아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길 강요하는 그녀를 보면서 귀엽다고 느꼈다. 어느덧 7년 동안 사귀면서 그녀의 화를 내는 강도가 줄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최근 몇 년간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성으로 부르면서 반응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제는…”
 


그녀는 말을 꺼내다 말고 잠시 머뭇거리다 쥐죽은듯한 소리로 마저 말을 일어나갔다.
 


“… 타치바나씨라고 불러도 돼.”
 


얼굴이 빨갛게 변한 채 다시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아야세를 보면서 너무나 귀여운 나머지 참지못하고 길거리에서 껴안고 말았다.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나를 내치지 않았다. 백주대낮에 벌어지는 애정행각에 주변 사람들이 쳐다봤지만 지금 이 귀여운 생물체를 껴안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행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들 중에서 조금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건물의 벽에 손을 얹고 싸늘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저 사람은 아마도 거래처 사람인 미야미즈씨 였을 것이다.
 


“으아.”
 


나는 그녀를 끌어안는 것을 멈추고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이 부끄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야세의 손을 잡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왜 그래? 타키군?”
“거래처 아는사람이야. 완전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어.”
“으엑, 진짜로?”
“빨리 따른 데로 가자. 완전히 벌레 보는 눈이였어.”
“생각해보니까 우리 이러는거 사람들이 다 봤잖아.”
 


주변 사람을 생각 않고 사랑을 속삭이다 뒤늦게 체면을 챙기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부끄럽기만 했다. 특히 일과 관련된 사람한테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너무나 쪽팔렸다. 다음주에 혹시라도 미야미즈씨가 소문내기전에 찾아가서 커피라도 한잔 사주면서 입단속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전철역의 개찰구를 통과했다.
 



13. 

 



주말의 첫날을 공허하게 보내고 두번째 날이 찾아왔다. 시체처럼 방에서 가만히 누워있다 배가 아픈 것을 느끼고 어제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이 생각나면서 허기를 달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냉동실에 요츠하가 사놓은 레토르트 식품이 몇가지 있길래 그것을 꺼냈다. 


요츠하가 사놓은 식품은 스파게티 종류밖에 없었고 나는 토마토 스파게티를 선택한 후 전자레인지에 넣고 조리를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요즘 내 동생은 이태리 음식에 빠져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옛날 나는 이태리 음식점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지. 타키군과 몸이 바뀌는 바람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옛날 그와 나눴던 추억의 한 부분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문득 그가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태리 음식을 보다가 갑자기 그를 생각해 내는 내 자신이 조금은 웃겼다. 갑자기 찾아가면 민폐라고 생각됐지만 서로 마주치지 못한 채 멀리서라도 그의 모습을 보고싶었다. 


전자레인지의 요란한 소리가 끝나고 나는 충분히 달아오른 토마토 스파게티를 밖으로 꺼냈다. 예전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퀄리티는 아니지만 요기를 해결하기엔 충분한 음식. 나는 스파게티를 먹으며 타키군의 집으로 가는 경로를 생각했다.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옷을 갈아입고 타키군의 집으로 향했다. 멀리서라도 좋으니 그의 모습을 눈에 새겨놓고 싶었다.
 
 


 
시대가 바뀌고 젊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다고는 하나 아직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젊은 남녀간에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이 당당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당장 젊은 학생들이 과도한 스킨십을 하거나 하면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혀를 차거나 어린 아이들에게 저렇게 행동하면 안된다는 교육을 하고 있었고 나름 젊은 세대에 속하는 나도 대놓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목격하면 눈살이 찌푸려지는게 당연했다.


지금 거리에서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 저 커플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어린 학생들은 아니었고 내 또래의 젊은 커플이었다. 


커플 중 한 사람은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내 자리를 뺏은 사람이었다.
 



-아, 이렇게 그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면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여태껏 도쿄에서 뭘 하면서 지낸걸까.
 



그를 기억해내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약간의 혐오감을 느끼면서 두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약간 토라진 듯한 그녀의 행동과 그것을 달래주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두 사람의 사이에 약간의 균열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잠시 내 마음을 가득 채워나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사이가 좋아지면서 서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사랑싸움이라는 건가.
 
그리고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싸움의 끝에 그가 ‘그 년’ 을 껴안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마음이 아픈 가운데서도 나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을 듣기 위해 나도 모르게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두 사람의 대화소리가 들리는 거리까지 다가갔다.
 


사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들으면서 이제는 ‘그 년’ 의 성이 타키군과 같아진다는 현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의 내가 그들에게 다가갈수록 나는 상처를 입는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내 눈에 새겨놓고 싶었다.
 


이렇게 느끼는 순간 나와 그의 눈이 마주쳤다. 갑작스럽게 눈이 마주친 것에 대해 약간 당황스러워하는 그는 갑자기 ‘그 년’ 을 데리고 나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바람피다 걸린 연인의 모습이었다.
 


-어째서 나를 보고 인사도 안해주는걸까. 너무하네.
 


허둥지둥 나와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면서 나는 그에게 약간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이 감정은 그를 향한 감정이 아닐 것이다. 내가 그에게 화가 날리 없다. 나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면서, 정확히 ‘그 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두 사람이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 나는 ‘그 년’ 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년 ’의 이름은 오차노미즈 아야세, 처음 그녀의 이름을 들었을 때 전철역 이름으로 대충 지은 듯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면서 몹시 깬다고 생각했다. 도쿄의 공립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나이는 타키군보다 3살 연상으로 나와 동갑이였다. 대학생 시절부터 타키 군과 교제하던 여자. 그리고 최근 타키군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다.
 


-‘그 년’ 이 없어져버리면 좋을텐데.

 


타키군과 7년 동안 같이 지내면서 사랑받은, 정확히 말하면 내가 받아야 할 그의 사랑을 받아버린 ‘그 년’ 을 생각하면 부럽다고 생각했고 한편으로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더 이상 여기에 있어봐야 타키군을 볼 수 없을 것이고 타키군을 따라간다면 이상한 여자 취급을 받을 것이다. 오늘은 여기서 물러나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 여러가지 책들을 둘러보았다. 최근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가 있는 원작소설이 서점의 정면에 대놓고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공통된 대화의 주제가 없다는 것은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타키군과 이야기를 했을 때, 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맞장구 쳐주지 못한다면 무척이나 곤란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나는 책을 구매했고 빠른 속도로 책을 읽어 나갔다.   
 


책의 내용은 에도시대 한 시간을 흐름을 다룰 수 있는 음양사가 소중하게 여기는 영주의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다.


음양사와 영주의 딸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명계의 신이 그녀의 수명이 다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죽게 만들었다. 슬픔에 빠진 음양사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여러 번 시간을 되돌렸지만 매 번 그녀를 구해내지 못했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다가온 것은 요염한 여우요괴였다. 


여우요괴는 음양사에게 ‘그녀에 대한 마음을 나에게 준다면 명계의 신을 만나 담판을 지을 수 있게 해주겠다.’ 라는 제안을 했다.


음양사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명계의 신의 앞에 설 수 있었다. 명계의 신은 음양사를 꾸짖으며 도리에 맞지 않는 짓을 하는 자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 이야기했고 음양사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지옥불에 기꺼이 뛰어들겠다 이야기했다.


옆에 있던 여우요괴가 갑자기 모습을 바꾸면서 그의 청을 들어달라 말했다. 여우요괴는 명계의 신의 딸이었고 그 음양사가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반해버린 나머지 명계의 규칙을 어기고 그를 명계의 신 앞에 데려온 것이다. 


간절한 딸의 부탁과 음양사의 올곧은 태도를 본 명계의 신은 그럼 그녀를 살리는 대가로 영주의 딸에 대한 기억을 내놓으라 이야기했다. 


음양사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녀에 대한 기억을 내놓았고 마음은 여우요괴에게 주었으니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영주의 딸은 목숨을 건졌으나 이 후 음양사를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소설의 내용은 여기에서 끝났다. 나는 마치 내가 영주의 딸인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작품을 본 뒤에 나는 오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책을 덮고 소설책의 내용을 곱씹었다. 


음양사의 행동은 타키군과 같았고


여우요괴는 아마 ‘그 년’.


명계의 신은 미야미즈의 신.


나는 목숨을 건졌지만 음양사를 그리워하는 영주의 딸.


 
억지로 내가 처한 상황에 짜맞춘 것 같은 느낌의 소설을 정신없이 읽은 후 피로가 몰려들어왔다. 나는 소설책의 여운에 잠겨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선잠이 들었다.
 




잠이 든 뒤 나는 타키군이 내 몸에 새겨 둔 기억의 파편을 살펴보고 있었다. 


요츠하와 쿠치카미사케를 들고 미야미즈 신체로 간 후 신체 안으로 들어가기 전 할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기억났다.


 
‘이 곳에서 나오려면 가장 소중한 것을 두고 와야 한단다.’
 


할머니는 미야미즈의 신이 받는 공물을 소중한 것이라 이야기했다. 저세상에서 나오기 위해서 바치는 소중한 것. 


그 때 나와 요츠하가 놓고 온 것은 쿠치카미사케. 타키군의 소중한 것은 미야미즈 미츠하에 대한 기억, 혹은 마음.
 


어쩌면 혜성이 떨어질 당시에 소중했던 것이 그때의 나에 대한 기억과 마음이라면,


어쩌면 지금 타키군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신체에 바친다면


어쩌면 타키군의 기억을 되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키군이 지금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 년’ 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철컹.
 



나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나 몸을 일으켰다. 아마 요츠하가 외출했다가 들어오는 소리일 것이다. 


 
“언니야, 다녀왔어. 언니 선물로 초밥 도시락도 준비했다.”
 


요츠하는 약간 술에 취한 듯 주정을 부리면서 내 방문을 열었다. 날이 어두워져 요츠하가 들어오는 방문 쪽만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요츠하는 비닐봉지의 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내 방의 불을 켰다.


 
“언니? 표정이 왜그래?”
 


요츠하는 불을 켜고 내 얼굴을 보자 나를 약간 걱정스러운 듯이 쳐다봤다.
 


“방금 자다 일어나서 눈부셔서 그래.”
“그래?”
“응.”
“근데 언니도 그런 표정 지을 줄 아는구나.”
 


무슨 표정을 짓는다는거야? 라고 물으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뭐냐. 여자애들끼리 싸운 다음에 싸운 애 완전히 무시할 때 짓는 표정 있잖아. 대략 그런느낌인데. 뭐, 눈부셔서 그런거니까. 언니가 누구랑 싸운 적도 없고.”
 


요츠하는 이렇게 말하곤 몸을 돌려서 거실로 향했다. 이상한 소릴 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그냥 눈부셔서 인상을 썼을 뿐인데 무서운 얼굴이라고 말하는 동생에게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가 사온 도시락을 보고 금새 마음이 풀어졌다. 생각해보니 책을 읽고 저녁을 먹지 않고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그녀가 사온 도시락의 포장을 뜯었고 요츠하는 겉옷을 식탁 의자에 대충 걸치고 냉장고를 뒤져 캔맥주를 몇 개 꺼내 나에게 건내줬다. 최근 요츠하의 술 마시고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오늘은 도시락을 봐서 넘어가지만 다음에는 따끔하게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초밥을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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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이고싶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