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렸다가 6만5천자 제한땜에 짤린 부분을 마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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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아야세와 드레스를 고르는 일은 굉장히 피곤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어떤 드레스를 입어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이건 어때?’ 라고 물을 때마다 나는 ‘잘 어울려.’ 라고 칭찬해줬는데, 이 작업을 몇 번 반복한 뒤 갑자기 그녀가 ‘건성으로 대답하지 마!.’ 라며 화를 내버렸다.


-어쩌란거야.


진심을 말했을 뿐인데 화를 내버리는 여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여자는 칭찬해주면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누구였더라.



“좀 더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해줘. 갈아 입을 때마다 기계처럼 ‘잘 어울려.’가 뭐야.”



누군가에 대해서 기억하려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채로 화를 내는 아야세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다시 내가 처한 현실로 돌아왔다.



“마음을 담아서 말이지?”


“그래.”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해달라고 했으니 가감 없는 평가를 내려주도록 하자.



“다른 드레스랑 다르게 어깨가 파여있어서 굉장히 예뻐. 그런데 아까 입을 때 신음소리가 크게 들렸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뱃살이 손에 잡히는거랑 상관있는거 아냐? 그 드레스는 허리에 끈이 있으니까 꽉 조이면 뱃살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참 좋은 것 같아. 신체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어서 무척 예뻐.”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를 도와주던 직원들은 키득키득 웃음을 참고 있었다. 조여진 허리에 힘이 들어선지 아니면 내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는건지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변한 뒤 소리를 빽 질렀고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면서 그녀의 귀여운 반응을 지켜보았다.



“화내는 모습이 귀여워.”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볼을 양손으로 잡아당겼다. 손에는 그녀의 파운데이션이 묻어나왔고 화장이 망가지니 얼굴엔 손대지 말아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들은 뒤 나는 볼 대신 머리를 쓰다듬었다.



“평생에 한 번 입는 옷인데 좀 더 진지하게 마주보면 안될까?”


“뭘 입어도 예뻐. 진심이야.”



진심을 담은 내 말이 끝나고 그녀는 얼굴이 약간 붉어지더니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드레스를 입는 것을 도와주는 직원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가만히 우리의 행동을 지켜봤고 내가 그녀에게서 멀어진 뒤 직원들은 아야세를 도와 다른 드레스의 시착을 도와줬다.


-오늘 저녁까진 끝낼 수 있으려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아까 앉아있던 의자에 몸을 맡겼다.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두 사람만 먹는 것이 아니라 약속이 잡혀 있기에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딱 한 벌만 갈아 입힌 후 결정을 하게 하던지 다음을 기약하던지 해야겠다.





“들어봐. 미키. 타키군이 드레스 보여줄 때마다 ‘잘 어울려.’ 국어책 읽기 하는 거 있지.


“타키군. 최저야.”



저녁식사 약속이 잡힌 사람들은 후지이 부부였다. 나는 지금 츠카사의 부인이 된 미키선배와 아야세에게 드레스 입은 모습에 대한 반응을 건성으로 했다는 이유로 공격당하고 있었다.


사실 아야세는 츠카사와 미키선배와는 오랜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내가 아야세와 사귀게 되고 자연스럽게 내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면서 츠카사와 아야세가 만나게 되었고 츠카사는 당시의 오쿠데라 선배와 사귀는 상황이라 커플데이트가 성립되는 경우가 많았었다.


특히나 미키선배와 아야세는 나이차도 얼마 나지 않아 급속도로 친해졌었다.


그리고 츠카사 부부는 약 2년전에 결혼했음으로 우리에겐 결혼생활의 선배나 다름없었다. 츠카사에게 여러가지 코치를 받으면서 나는 결혼을 준비해나갈 수 있었고 아야세 역시 미키선배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듣고 있었다.



“타키군. 최저야.”



여성 두 사람은 공통의 적을 찾아 의기투합하면서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음 이거 맛있네.”
 


앞에 있는 츠카사는 앞에 놓인 음식을 먹으면서 감상을 중얼거렸다. 나는 츠카사한테 좀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고 츠카사는 내 신호를 알아차리고 내 지원을 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오랜친구지만 저 녀석은 정말 최악이에요. 잘못 키워서 죄송합니다.”


“이 자식아.”



내 친구는 나를 철저하게 버리고 두 사람에게 붙어 나를 욕하기 시작했다. 믿을 놈 아무도 없다더니.


음식을 다 먹고 세 사람과 신나게 떠든 후 후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아야세가 오래 기다려줬는데 타키군이 더 상냥하게 대해줘야지.”




미키선배가 이렇게 말하자 아야세는 ‘그치, 알아주는건 미키뿐이야.’ 라면서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선배는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아야세의 손을 잡았다. 아야세는 약간 취기가 오른 것 같았다.



“그래도 용기 없던 타키가 결국 용기를 내서 청혼했잖아요. 이건 칭찬해줘야죠.”



츠카사가 말했다.



“솔직히 저는 아야세씨가 금방 도망갈 줄 알았어요. 저런 숫기 없는 놈이 뭐가 좋다고.”


“너 말이 심하다 임마.”


“팩트야. 팩트.”



츠카사는 이렇게 말하고 앞에 놓인 청주를 한잔 들이켰다.



“숫기 없는 건 사실이었지. 고등학교 때 나 좋아하는게 눈에 딱 보였다니까. 얼마나 귀여웠는데.”



미키선배가 내 과거를 말하자 아야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째려봤다.



“뭐야, 타키군. 설명해줘.”



으아아, 선배는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니, 그건. 뭐랄까.”


마치 바람피우던 장면을 들키기라도 한 듯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몸이 간지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야세의 눈을 회피하고 나는 히죽히죽 웃고있는 후지이 부부를 쳐다봤다.



-저건 사람도 아니야.



“옛날에 좋아한다기 보다는, 뭐랄까, 동경하던 선배랄까.”



나는 왜 여기서 말을 더듬는걸까. 아야세의 도끼눈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데이트도 했었다고.”



미키선배는 확인사살을 하는 발언을 하고 츠카사를 쳐다본 뒤 서로 눈웃음을 지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두 바퀴벌레를 보면서 나는 두 사람에게 언젠가 복수를 하겠다고 맹세했다. 아야세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내 멱살을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언제는! 나만! 사랑한다고! 했으면서! 내가! 첫사랑이라고! 했으면서! 거짓말쟁이!”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떽떽 거리는 아야세를 보면서 이 사람은 도수가 높은 술을 먹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나를 이 상황에 빠지게 만든 두 사람은 결국 웃음소리를 내면서 웃기 시작했다. 한동안 아야세의 주정이 이어지고 나는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없이 그 주정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타키군이랑 데이트를 하긴 했는데 그 땐 날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더라고.”



미키선배의 말에 아야세의 추궁이 멈췄다.



“아야세도 알잖아. 나한테 호감 가진 사람이랑 관심 없는 사람은 눈만 봐도 알잖아.”


“응.”



미키선배는 이렇게 말하고 잔에 담긴 마지막 청주를 들이켰다.



“다른사람 좋아하는 티가 확 나길래 그냥 거기서 나 말고 좋아하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고 거기서 끝났어.”



내 인생의 첫 데이트이자 처참하게 실패했던 데이트의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미키선배가 그 때 느꼈던 감정을 직접 그녀의 입을 통해 전해들었다.



“그 때 아야세 좋아하느라 나한테 눈길도 제대로 안준거였지?”



이렇게 말하고 미키선배는 나에게 윙크를 했다. 저 사람은 날 궁지에 몰아넣으면서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주고 있었구나. 얕볼 수 없는 사람이다.



“마, 맞아요. 그때는 아야세한테 빠져있어서 미키선배랑 데이트 할때도 아야세 생각만 했어요.”


“타키. 너 진짜 최악이네.”
 



자신의 부인이 옛날 친구에게 데이트 하는 도중에 다른 여자생각을 하는 바람에 눈길조차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츠카사는 다시 날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말 최악이라니까.”



미키선배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나에게 윙크했다. 이제 됐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윙크를 날리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문득 츠카사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


“그럼 이제 타키군은 미키한테 아무 감정도 없는거지?”



아야세는 마치 이것만은 보장 받아야겠다는 눈빛을 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내가 사랑하는건 아야세뿐이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후지이 부부는 ‘우와, 재수없어.’ 라던가 ‘닭살 돋아.’ 라는 말을 하면서 내 발언을 매도했다.



“다른 여자한테 한눈 팔면 안돼.”



아야세는 깨물어주고 싶은 얼굴로 나에게 사랑을 다시 사랑을 다짐받고 싶어하는 모양이었다. 그 후로 나는 후지이부부와 헤어지기전까지 아야세에게 평생 사랑한다는 다짐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그녀가 씻은 후 침대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었고 나도 정리를 다 한 후에 다사다망했던 오늘하루에 지쳐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러고보니



나와 미키선배가 데이트했던 때는 아직 아야세랑 만나기 전이였다.


아까는 어떻게 잘 넘어간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미키선배를 좋아하는게 맞았다.


그런데 미키선배는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당시에 내가 누구를 좋아했다는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눈만 보면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는 미키선배나 아야세의 말을 들어보면 그게 거짓말이라곤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당시에 나는 미키선배 말고는 누구를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생각했지면 결론은 나오지 않았고 그냥 미키선배가 옛날에 첫 데이트를 망친 걸 생각하고 날 곤경에 빠뜨리고 당황하는 모습을 본 다음에 빠져나올 수 있게 만들어준거라고 생각하니 앞뒤가 맞는 것 같았다.



“하하. 나도 참.”



나는 헛웃음을 지으면서 몸을 돌려 아야세를 쳐다봤다. 술에 취해서 골아떨어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내가 안아주자 그녀는 내 손길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 품에 기어들어왔다. 크게 심호흡하자 그녀의 샴푸향기가 내 코로 들어왔다.



이 상황이 너무나 행복하고 안정감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잠을 청했다.
 







피곤했던 주말이 끝나고 나는 회사에 출근해서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다.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거래처로 외근이 잡혀 아침회의에서 현황보고만 대충 들은 후 중간에 빠져나와 나와 같이 빠져나온 실무진 몇 명과 함께 거래처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어제 거래처사람중에 미야…뭔가 하는 분한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었지.


어제 인사도 못한 것에 대한 사과와 부끄러운 모습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아 그녀에게 작은 뇌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거래처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동료들과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미야…뭔가 하는 분한테 줄 팬케이크와 음료를 포장했다.


동료들은 이게 웬거나면서 나를 추궁했지만 거래처쪽 사람에게 회식하는 날 실례하는 바람에 사죄의 의미로 준비하는 것이라 둘러댔다.


아마도 이건 내 감이지만 그녀는 팬케이크를 좋아할 것 같았다.


거래처로 들어온 다음 나는 미야…뭔가 하는 분을 만났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해진 뒤 환한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냈다.



“저기, 이건 어제 아는 척도 안하고, 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 실례했습니다.”



나는 최대한의 의미를 담아서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사과했다. 고개를 숙이면서 목에 건 사원증을 보니 저 사람은 미야미즈씨였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저 사람의 성이 기억났는데 오늘은 긴가민가한걸보니 나도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는구나 생각했다.


그녀는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가 건 낸 팬케이크와 음료를 받아들였다.



“타키군이 처음으로 나에게 선물을 줬어.”


“예?”



그녀의 중얼거림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의 표정은 기쁨에 찬 얼굴이었다. 선물이 마음에 들었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안심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자리에 갖다 놓고 올게요”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뒤돌아서 받은 케이트와 음료를 들고 자신의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녀의 말이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잘먹겠습니다. 라고 말을 할텐데 소중히 간직할게요. 라니.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지만 뭐 의미는 통하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야세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것이 직장인의 기본소양이라고 했다. 그녀의 말을 생각하니 교사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미야미즈씨가 내 뇌물을 자리에 갖다 놓고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자 오늘도 힘내서 일하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내가 가진 서류뭉치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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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츠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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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미키입니다.






안읽어도 되는 내용



이토모리에 혜성이 떨어지는데 타키가 미츠하 살리려고 미야미즈신체로 들어가서 쿠치카미자케 원샷


히토하왈 신체는 저제상이고 여기서 나오려면 소중한거 놓고 와야함


미츠하랑 요츠하는 소중한 쿠치카미자케 놓고 왔으나 타키는 그게 없으니까 기억을 강제징수당함


할머니가 저 말만 안했어도 나는 이 주제를 생각하지 않았을 거임.


미야미즈의 혈통은 역시 헛소리를 자주해서 문제임.


할머니는 소중한거 뭐 놓고 왔는지가 궁금하지만 이젠 뭐...


손녀가 마음이 병들어가는게 대가라면 대가일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