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쉬는 법을 잊은 숨이 폐부를 가득 메웠다. 혹시나, 어쩌면이란 말들로 조금씩 차오르던 불안감. 그것이 명확한 형태를 띄고 틀어막은 가슴에서 말할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어째서... 입니까."
메어버린 목을 억지로 쥐어 짜내어 뱉은 말이 작게 깔렸다. 어린 아이의 돌팔매만도 못한 기세를 미야미즈 씨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렇게 의식하고 넓혔던 생각의 범위가 막다른 골목에 갇힌 듯 좁아진다. 그 안에서 문장이 되지 못한 채 드문 드문 떠오르는 의문만을 힘겹게 물어볼 뿐.
"말했던대로. 내가 원하는 것은 미츠하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거야. 무엇을 하더라도 잃어버린 원래의 팔과 다리만큼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 팔다리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어주길 원하는걸세."
내려앉은 어둠 속. 실루엣만으로 보여지는 미야미즈 씨의 모습에서 기암괴석같은 묵직함이 묻어났다. 더 이상의 할 말도, 무엇도 없다는 듯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끊겨버린 말. 나로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선고조차 없이. 불확실하게 끝맺어진 말이 심장을 더욱 아프게 틀어쥔다. 다시금 목이 메어왔지만 그 끝이라도 잡고 대화를 이어나가야 했다.
"저로서는, 저로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어둠에 가려진 표정과 몸짓이 대화를 하고 있다는 실감을 앗아갔다. 강가를 타고 흐르는 바람만이 버들을 스치며 음산한 소리를 냈다. 그 낮고 으스스하게 깔리는 소리가 대답이라도 된 것 마냥.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이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자세를 고쳐 잡는지 부드러운 흙을 헤치는 구둣발 소리가 스륵 스륵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묻지. 자네가 미츠하에게 뭘 해줄 수 있나?"
...가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볼품없고 가진 것 없는 내 자신에 대한 무력감. 그리고 보여주지 못한 사랑의 형태가 독이 되어 담긴 피에서 쓰디 쓴 비릿함이 퍼졌다. 다시 혈관을 타고 흐르는 그것들이 변질되어가듯.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 분노가 갈 곳을 잃은 채 진탕을 쳤다.
결국에는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했어.
그녀가 잠든 사이 잠깐이나마 곁을 지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 할 거라면 차라리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나아. 미련은 오래 두어 봤자 미련일 뿐이고. 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위태로운 자신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사람이지 이뤄질 수 없는 환상이 아니야. 나약해진 미츠하 대신 그것을 이루어주는게━━"
━━아비 된 입장에서의 도리라고 생각하네.
...도리, 도리라.
뭔가가 잘못되고 있었다. 미야미즈 씨의 말은 틀림없이 옳은데. 마음에 모가 나기라도 한 듯 끊임없이 거슬려오는 감각이 홀린 듯 한 단어만을 되뇌이게 했다. 고깃덩이에 몰려드는 맹수처럼. 방향성 없이 요동치던 분노가 또렷한 형태를 띄어갔다.
미야미즈 씨가 어떤 사람인지.
오늘의 만남 이전의 미야미즈 씨는 사실상 내 안에서 유령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다. 미츠하가 쓰러지기 전. 나와 그녀가 장밋빛 미래를 같이 꿈꿔오던 그 시절 어디에도 미야미즈 씨의 존재는 없었으니까. 왜냐하면 미츠하는...
"저는, 미야미즈 씨에 대해서 단 한 번도 미츠하의 입에서 들어본 적이 없어요."
말해준 적 없었어.
그녀와 교제한 반년의 시간 동안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성격, 행동, 과거, 그 어떤 것들도. 하물며 직업이나 나이 같은 단편적인 것 하나마저도 가끔 요츠하를 통해서나 드문 드문 들을 수 있었다.
내가 가끔 조심스럽게 물을 때도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다고 얼버무리기만 할 뿐이었고.
"어째서죠? 미츠하가 저렇게 되고도 2주가 다 되도록 얼굴 한 번 못 비칠 만큼 그 골이란게 깊었던 겁니까?"
"...그건 자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그렇다면!"
아래에서부터 끓어오르던 분노가 추진력이 된 듯 박차고 선 몸에서 일갈이 터져나왔다. 공원의 정적을 가른 틈 사이로 화들짝 놀란 새 무리가 어지럽게 비산했다. 그 와중에도 드러날 생각을 않는 미야미즈 씨의 속내나 표정이 쳇바퀴처럼 속에 불을 지폈다. 당신이 주장하는 도리가 대체, 대체 뭐길래
브레이크가 고장난 듯 뜨거운 것들이 한 곳을 향해 미친듯이 쇄도했다. 분홍빛 비가 내리던 늦은 봄. 신사 계단에서의 만남부터 조심스럽게, 하지만 빠르게 서로의 거리를 좁혔던 여름의 카페 데이트들. 어느 때보다 높은 하늘. 그 곳을 향하는 서늘한 바람에 조금씩 미래의 계획을 실어 보내던 가을의 끝. 그 모든 기억에 금이 가며 생겨난 파편들이 눈을 시큰하게 찔러왔다.
"신경 쓸 일이 없게 만드셨어야죠. 신경 쓰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셨어야죠! 팔? 다리? 전 미야미즈 씨 말대로 그것 마저도 제대로 해 주지 못했어요. 그것 마저도 거부당해서 관음이나 하듯 미츠하 몰래 곁에 있는게 전부였다구요. 그런데 당신은... 당신은 왜..."
너무나도, 너무나도 짧게 느껴진 그 반년. 거기에 야속함을 더하듯 분명한 악의를 가진 14일의 시간이 파성추처럼 입술을 두드렸다. 그녀에게 거부당하면서도 어떻게든 곁을 지키기 위해 포기한 모든 것. 그 도무지 메워지지 않는 간극 만큼의 분노를 토해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처음, 당신이 내게 물었잖아. 내가 아는 아버지는, 아버지란 존재는━━!
"곁에 있어주는게 당연한 거잖아!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뭘 하던지간에 아버지니까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잖아... 나는, 나는 그 당연한 일 하나에 모든 걸 걸었어!"
끝끝내 뚫려버린 입술에서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이 무질서하게 쏟아져 나왔다. 불에 데인 것 처럼 달아오른 입술이 착각이 아님을 증명하듯. 가슴을 메운 불꽃이 열의 박차를 가했다.
"지키고 싶었어. 살려내고 싶었어. 지금까지 보낸 시간보다 보내야 할 시간이 더 소중하니까! 그런데 당신은 내가 앞으로 미츠하와 보낼 시간 만큼을 같이 보냈으면서. 왜 곁에 있어준다는 그 당연한 것 조차 못하는건데. 그게... 그게 당신이 말하는 아버지의 도리냐고!"
━━...
울려 퍼지는 메아리가 스위치가 된 듯 눈부신 빛이 몸을 감쌌다. 혈기로 충혈된 눈을 사정없이 찌르는 빛에 절로 눈이 감겼다. 약간의 시큰함과 끝내 흐르지 못한 눈물의 하모니를 거칠게 부벼 없앴다.
감겨진 눈 뒤의 어둠과 닦아낸 눈물이 분노마저 앗아갔는지. 잠잠해져오는 정신에 차츰 수치심이 들어찼다. 어디까지 추락해야 하는 걸까. 바람 말고는 쥐어지는 것이 없는 손으로, 나 하나도 일으켜 세우지 못하는 손으로 도대체 누구를 지탱해줄 수 있다는건지. 미야미즈 씨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닌데. 깨어진 미래의 계획에 막연한 희망을 품고 살기엔 너무나도 멀리 와 버렸는데.
뒤늦게 켜진 가로등 불빛이 내 치부마저 들춰내는 것 같아서 다시금 입술을 앙다물었다. 감은 눈을 뜨면서 바라보게 될 광경이 미치도록 두려웠다. 자기 감정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 한심한 어른을 바라보고 있을 미야미즈 씨의 표정을 감히 상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손 좀 치우게. 지금 날 똑바로 보지 않는게 더 예의 없는 행동이란 것을 모르겠나?"
자로 잰 듯 처음의 음성과 똑같은 높낮이로 들려오는 미야미즈 씨의 목소리가 정신을 현실로 잡아끌었다. 그래. 어짜피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의연해지자. 적어도 더 이상 추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는 생각에 천천히 팔을 움직였다.
점차 걷어지는 눈 앞의 커튼 자락에서 빛무리가 흩날렸다. 그렇게 밝아지고, 넓어지는 시야에 미야미즈 씨의 모습이 담길 즈음. 오기인지 체념인지 모를 감정이 이끄는대로, 팔을 그대로 늘어뜨렸다.
"..."
걱정이 무색하게도 이쪽을 향해선 시선조차 주지 않는 미야미즈 씨의 눈이 자신의 손에 고정되어 있었다. 별다른 무늬도 없는 심플한 단색의 반지함. 거기에 페어를 이루듯 금빛 단색의 반지가 실크 천의 주름 사이에서 아련한 빛을 냈다.
가까이 오게. 여전히 고저가 없는 목소리였지만. 애수인지 회한인지 모를 분위기에 홀린 듯 몸을 움직였다. 한 걸음, 두 걸음. 고작 두 번의 발걸음이 좁힌 거리 안에 수 많은 것들이 담겨 들어왔다. 마치 현실 너머의 것을 보는 것 처럼. 깊으면서도 낮게 깔린 미야미즈 씨의 눈매부터 반지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던 문구까지.
━━Dear my love. Futaba
내가 그 문구를 눈에 담은 뒤로도. 미야미즈 씨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그렇게 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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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전개 싫다 정말.
하지만 얼마 안 남았어..
단편 위주로 쓰다보니 절단질만 늘었네.
아마 이 다음 토시키와의 대화는 회상으로 처리하고 시점이 바뀔 듯.
이제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전개시켜야 할 시기라고 보기 때문에.
연재 주기도 느린 주제에 분량도 적어서 죄송합니다.
보니까 근 2주만에 올라온 다음화인데... 요즘 단편으로 외도를 많이 해서.
하다못해 주당 2편이면 1편은 3부작을 쓰는게 맞는데. 앞으론 주에 1장편 1단편 혹은 2장편으로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굽신굽신.
왔다!! - dc App
와 이거 잊어먹고있었는데 다시 봐야겠다
내가 빠른건가.... 휴... 3부작 앞거 다시읽고와야하잖아 ㅋㅋㅋㅋ - 覚えてない?
절단마공이라니 당신을 저주하겠어
고구마 같은 전개네요, 전개가 너무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하네요. 잘봤습니다
ㄴ전개가 정체된 부분은 인정합니다. 그래서 다음화는 사건이 많이 앞서서 다른 시점으로 전개될거에요. 이 이후의 일은 회상으로 처리할거구요 - dc App
가스활명수...가스활명수가 필요합니다...
날아가라아아아아!
아 분량 아쉽네. 이걸 이렇게 잘라버리면 ... 흠... 소화제좀 먹고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