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귀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주소서. 행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주소서.
행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 주소서…
요츠하는 고등학생이 되고서도 가끔 이렇게 기도를 했다.
신사는 이미 끝났다. 우리 신사는 이제 없었다.
티아메트가 떨어지던 날부터.
그러니까. 지금 하는 이건 단순한 습관에 가까웠다.
구체적으로 무엇으로부터 지켜달라고 해야 할지, 어디로 이끌어달라고 해야 할지알지 못했지만, 그냥 그렇게 했다.
전부터 그렇게 했으니까. 사실 처음부터 알지 못했다.
요츠하는 구원 같은 거창한 걸 바라지는 않았다.
어떤 종교에는 온 인류를 위해 구도자를 하늘이나 땅이 내렸거나 내었다는 모양이지만.
그정도로 큰걸 바라지는 않았다.
어차피 현대는 어떤 가호로 헤쳐 나갈 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그건 그저 끝내주게 잘 만든 드라큘라 영화를 보고 십자가를 긋는 무신론자와도 같았다.
요츠하는 혜성이 떨어지던 그 순간에도 그런 이적을 바란적이 없었다.
다만,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신사가 끝난 뒤에도 자신은 여전히 신사의 아이였으니까.
요츠하는 그것을 받아 들였다.
도쿄로 이사 온 지금도, 신사가 법적으로도 해산된 순간도 그것은 바뀌지 않았다.
그것 역시 근본적으로 요츠하를 구성하는 일부였으니까.
지금도 신악무의 대부분을 눈감고도 출수 있다.
200년 전에 내려오던 신위도 아직 암송할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신사를 재건한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딱히 필사적으로 잊고 싶어할 동기도 없었다.
누군가 크게 다쳤다고 뉴스에 뜨긴 했지만, 모르는 사람이였으니까.
그러니까. 말하자면,그것은 마음의 일이였다.
언젠가 들었던 것처럼, 자신도 이토모리를 버리지는 못했다.
자신의 마음의 한 구석은 이토모리에 쏠려 있었다.
별이 두 번이나 떨어진 흉흉하기 짝이 없는 땅이지만, 고향을 버리지 못했다.
어런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그곳에 있었으니까.
자신 중에서 어린시절 만큼, 이토모리는 분리될수 없는 무언가였다.
언젠가 자라면서 다른 곳에 더 크게 쏠리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무언가.
할머니가 이 말을 들었다면 아마 ‘그것도 무스비’라고 하셨을 것이다.
마음의 흐름은 신의 흐름.
나는 신이 아니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곳은 신이다.
... 마치 오래된 이야기 하듯....
한데 모아서 모양을 만든 후에 꼬아서 휘감고, 때로는 되돌리고, 끊기고, 또 이어지고. 그것이 실매듭. 그것이 시간. 그것이 ‘무스비’
요츠하는 문득 언니를 떠올렸다.
무스비.
매듭.
인연.
언젠가 눈을 뜬 채로 꿈을 꾸던 언니의 모습.
마치 변신상태 같았던 언니.
가슴을 만지던 언니.
...별이 떨어진다고 말했던 언니..
그 여름날.
언니. 긴 머리. 좌우로 세 갈래로 곱게 땋아. 둥글게 말아서 머리 가운데로 묶은 머리.
그 모든 순간에서 언니는 멋졌다.
이상한 일을 하는 순간에도 언니는 미인이였다.
그때도 반짝거리는 빛이 눈에 보일 것 같았다.
가을이 끝나가던 날, 머리를 자르고 나서도.
고독....
요츠하는 문득 전혀 언니와 상관없는 단어가 생각나 놀랐다.
생각에 잠겼지만, 짐작은 가지 않았다.
어쩐지 언젠가도 떠올렸던 것 같지만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요츠하는 자연스럽게 거울을 바라보았다.
두 갈래로 땋은 머리가 눈에 보였다.
"세일러 전사..."
풉.
그래. 자신은 세일러 전사를 생각하면서 이 머리를 했었다.
어쩌면 바보같은 남자애들 말대로 청소기 앞에 붙는 솔을 생각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자신은, 언니와 달리 헤어스타일을 지금껏 고수해 오고 있었다.
언니가 하던 머리 모양이 멋지고, 자신의 것이 어린아이 같다는 건 알았다. 바보 같다고 놀리는 것이 지금이라면 꽤 정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바꾸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일러 전사들을 동경했다.
동경하고 있었다.
그네들은 분명 언니처럼 빛나는 전사들이였으니까.
언니와는 조금 다름 종류의 빛이지만, 분명히 빛이였다.
그래소 어떤 면에선 200년간 미야미즈를 함께해 온 신위와 축사들보다도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들의 춤사위를 보면서 동경했다.
가끔 신악무를 추면서도 동경했다.
나도, 나도.
언니처럼, 나도. 빛날 수 있다면.
단 한순간이라도 빛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만 언니는 언니였다.
자신은 그렇게 빛나지 못할 것처럼.
너무나도 눈 부셨으니까.
그래서 언니에게는 그런말을 하지 못했다.
언니를 좋아하니까.
“이끌어 주소서”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소서.
“지켜주소서”
내 연약한 마음을 지켜 주소서.
“행귀,와 기귀”
실족하지 않게 하소서.
행귀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주소서. 행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주소서.
행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 주소서…
그러니 그저 오래된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내 연약한 마음을 지켜 주소서.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소서.
내 연약한 마음을 지켜 주소서.
실족하지 않게 하소서.
다치지 않도록 해주소서.
여전히 ...어려운 말들이였다.
요츠하는 다시 기도했다.
언니처럼 빛나게 해주세요.
욕심인건 아는데요. 만약 계신다면. 언니를 올바른 곳으로 이끌어 주시고,
저도 같은 곳으로 갈수 있으면 좋겠어요.
언니는 어차피 갈테니까. 저는 따라갈 수만 있게 해주세요.
더 멋지고 싶다던가 하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여전히...딱히 큰 의미는 없는 말들이였다. 여전히 어려웠다.
학문적으로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현대 일본어니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요츠하는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래서 다시 익숙한 신위로 돌아올수 있었다.
“...대신의 넓고 깊은 온정으로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살 곳을 시작으로 일상의 모든 필요한 것을 누이고 있사오니, 하는 일 마다 이루어지게 하시고 친족과 가족이 모두 화목하게 늘 별 탈 없이 살도록 널리 둘러보시고 지켜주시어 세상을 떠날 때에도 영혼이 영원히 은혜를 누리어 저세상에서 신이 되고 후손을 두루두루 지키도록 도와 주시며 현세에도 내세에도 즐거움과 기쁨이 넘쳐흐르는 복된 삶을 기쁘게 바라오니, 마음이 평온할 수 있도록 베풀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행귀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주소서. 행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주소서. 행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 주소서…”
풉.
갑자기 모든 게 우습게 느껴졌다.
더 이상. 신사도 없는데.
제물도 차리지 않았으면서 진지하게 이게 뭐람.
그래서 조금은 이상하게 끝맺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진지해 질 것 같았다.
분명 신님도 혜성이 미안해서 이해해 주실 터였다.
그러니 숫자살리기도 하나 둘셋. 마음속으로 대충 살리곤 크게 외쳤다.
그냥 다 이루어 주세요! 신님!
잘 봤습니다
잘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