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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갑작스럽게 일이 터져 타키군의 회사와 같이 일하는 날이 되었다.


월요일부터 그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월요일 정례회의가 끝난 뒤 타키군이 일하는 회사사람들이 우리 회사로 넘어왔고 보고싶은 타키군은 날 보고 고개를 숙였다.



“저기, 이건 어제 아는 척도 안하고, 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 실례했습니다.”



그는 어제 있었던 일을 사과하면서 나에게 작은 박스와 테이크아웃 컵 음료수를 전해주었다. 포장을 보니 역 앞의 카페에서 파는 케이크의 포장지 같았다. 투명비닐 사이로 안의 내용물이 살짝 비춰지는데 내용물은 팬케이크였다. 문득 그가 나에게 케이크와 음료를 사온 이유가 궁금해졌다. 어제 ‘그 년’ 이랑 길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 사과를 함과 동시에 나와 인사를 못해서 사과를 한다는 그의 말을 듣고 그가 나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기뻤다.


-내가 케이크 좋아하는건 어떻게 알았지. 아니, 알 수 밖에 없지. 타키군이랑 나는 운명의 상대니까. 생각해보니 타키군한테 처음으로 받는 선물이잖아. 어떡하면 좋지.



“예?”



나는 타키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약간 얼빠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참,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와 타키군이 곤란해하고 있었다. 일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 뒤에 잘먹겠다고 말해야겠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자리에 갖다 놓고 올게요”



나는 몸을 돌려 그에게서 멀어져 가면서 그가 준 선물을 보았다. 서로 몸이 바뀌던 그 당시에는 타키군의 몸으로 케이크를 먹었는데 지금은 그가 직접 사준 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지금 그가 내 얼굴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해줄까. 옛날 그의 친구들처럼 귀엽다고 말해주려나.


나는 개인 사물함에 케이크와 음료를 놔둔 후 다시 그에게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에게 가고 싶어 나는 회사 안에서 나도 모르게 뛰어다녔고 내 모습을 본 상사들이 내부에서 뛰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는 바람에 그와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뺏기고 말았다.


어느새 타키군은 자기 쪽 실무자들과 일을 진행하고 있었고 나는 내가 담당하는 실무자들과 일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재수없는 영감탱이만 아니었으면 좀 더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오늘의 일은 굉장히 바빠서 타키군과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짬을 낼 수 없었다.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그를 초대해봤으나 그는 준비한 도시락이 있다는 이유로 내 초대를 거절했다. 불안감에 휩싸인 나는 그 도시락이 혹시라도 ‘그 년’ 이 싸준 도시락인지 물어봤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년’ 은 요리를 못해서 자신이 직접 싸서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타키군의 옆에는 그런 여자력 제로인 사람이 있으면 안되는데. 내가 옆에 있으면 매일매일 다른 메뉴로 만들어 줄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점심식사를 마쳤고 다시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짬을 내서 이야기할 새도 없이 일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회사로 복귀할 때 즘 작별인사를 건내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저기, 타치바나씨.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시면 식사라도 할까요? 선물에 대한 답례도 할 겸.”



타키군이 회사로 복귀하기 전 나는 용기를 짜내어 저녁식사를 권유했다. 내가 타키군에게 저녁식사를 권하자 우리회사 동료들이 약간 술렁거렸다. 당연했다. 나는 우리 회사나 거래처 남자직원들이 식사를 권해도 절대로 그 자리에 가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철벽을 치던 내가 먼저 식사를 권유하니 술렁거릴만도 했다.



“저도 꼭 그러고 싶은데 회사에 돌아가서 마무리를 하면 오늘 집에 일찍 들어가긴 글렀어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정중하게 거절하는 그를 보면서 나는 일을 한다는 그를 존중해주기로 했다.



“아쉽네요. 그럼 다음을 기약하죠.” 


“예. 그럽시다.”



나는 이 날 타키군과 저녁을 먹을 약속을 잡았다. 언제 먹어야 하는지는 다음에 만났을 때 정하기로 하고 나는 자신의 회사로 향하는 그를 배웅했다.





16.



월요일은 직장인에게나 학생에게나 모두 힘든 날짜였다. 대학생이 된 나는 고등학생처럼 월요일 아침수업을 강제적으로 받지 않아도 됐으나 언니를 보면 내 미래의 모습이 저럴까 생각하면서 살짝 우울해졌다.


특히나 아침에 약한 언니는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특히 어제는 늦은 밤까지 귀가를 하지 않아서 월요병이라는 병을 더 심하게 앓고 출근하는 것 같았다.


나는 월요일에 학교 수업이 없는 관계로 월요병을 앓으면 안되는 상황이지만 언니의 병에 전염됐는지 오늘 하루 축 늘어져서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있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의학계에 정식으로 월요병을 전염병으로 등록해야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빈둥대니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나고 말았다.



“아 배고파.”



언니한테 근처에서 도시락이라도 사달라고 그럴까. 아니면 그냥 집에 대충 있는 재료로 만들어 먹을까. 이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벌써 한시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언니는 월요일에는 힘들어서 당분 보충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군것질을 했고 나는 언니의 군것질거리를 같이 먹어주었다.


간식거리는 아이스크림일 때가 많았지만 가끔은 케이크나 과자, 포장회를 사올 때도 있었다. 때 마침 오늘은 월요일이고 언니는 월요일엔 언제나 간식거리를 사오니까 언니가 사온 간식거리를 보고 나 후에 저녁을 먹을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언니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언니가 여느 때처럼 하겐다즈를 사왔으면 좋겠는데.



“다녀왔어.”


“어서와. 언니. 저녁은?”


“야근 좀 하느라고 회사에서 먹었어. 나 바로 씻을거야.”



언니는 이렇게 말하고 가방을 소파에 던진 후 손에 들고 들어온 작은 상자와 음료수 컵을 식탁 위에 놓아두었다. 나는 뒹굴거리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언니가 사온 상자를 유심치 쳐다봤다. 자세히 보아하니 저 상자는 유명한 카페의 로고가 박혀있는 것으로 보아하니 케이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저걸 먹으면 져녁식사 대용으로 참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언니는 여름용 가디건을 대충 소파에 걸쳐놓고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이어서 수도꼭지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그럼 저녁식사를 해볼까.”



나는 식탁 위에 있는 언니의 케이크에 상자의 포장을 뜯었다. 하얀 치즈가루가 하트모양으로 뿌려져 있는 팬케이크가 상자에서 나왔다. 상자 안에는 나이프 겸용 포크가 있었고 1회용 사이즈로 케이크 위에 뿌릴 수 있게 만들어진 메이플 시럽이 같이 있었다.



“아아, 요츠하는 다욧 같은거 포기하거야.”



나는 시럽을 케이크 위에 뿌리고 케이크를 잘라 먹기 시작했다. 금방 만들어서 따끈따끈한 케이크의 맛은 나지 않았지만 식은 케이크는 케이크대로의 맛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배가 고팠기에 맛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언니가 가져온 음료수는 한잔 밖에 없는데 이건 나 마시라고 사온건가?



이렇게 생각하고 나는 음료수의 뚜껑을 열었다. 컵 안에 갇혀있던 향기가 방안을 구석구석 채우면서 이 음료수가 커피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으, 다 식었잖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끝 맛이 약간 신 맛이 나는 아메리카노였다. 식었지만 라떼나 카푸치노처럼 식어버리면 대책없이 맛없는 커피보단 낫다고 생각하면서 커피를 홀짝였다.


내가 시장함을 달래고 있을 때 욕실에서 언니의 콧노래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회사에서 늦게 끝났는데 힘들다는 내색조차 하지않는 걸 보면 오늘은 뭔가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같이 먹으면서 무슨 일 있었는지 물어봐야지.




아무리 기다려도 언니가 나오지 않았다. 언니의 샤워는 꽤나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웬일로 화장하는 시간이 길었는데 아침에 본 화장보다 저녁에 본 화장이 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항, 오늘 남자랑 만났구나.



노처녀 미야미즈 미츠하의 사소한 변화를 눈치챈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나는 언니가 나오면 그 사람이랑 어디까지 갔는지 물어볼 생각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부끄러워하는 언니의 표정을 오랜만에 볼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사실 내가 연애하는 이야기보단 남이 연애하는 이야기가 더 재밌는게 당연했다. 특히 짝사랑하던 남자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찾는 언니의 연애이야기를 하나뿐인 동생의 입장에서 오늘은 꼭 듣고 말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생각해보니 괘씸하네. 언니는 남자랑 맛있는 거 먹고 왔잖아.



나는 절반가까이 남은 케이크를 와구와구 먹었다. 내가 케이크를 거의 다 먹어갈 때 언니가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헤어드라이기의 요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않아 언니가 가벼운 복장을 한 채 거실로 나왔다.



“언니, 오늘 누구랑 만난거야?”



나는 친구들 몰래 연애를 하는 아이에게 장난치 듯한 말투로 언니를 쳐다보며 말을 건냈다.


만약 누가 거울을 가지고 내 모습을 비춰준다면 나는 장난을 치는 어린아이처럼 영악한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 생각됐다.


언니는 아무대답도 하지 않았다.



약간의 정적



언니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앞에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언니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예전 언니에게 저 표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저 표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언니가 그 표정을 짓는 대상이 바로 나라는 것을 나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10부작으로 하려고 했는데


좀 더 극적을 하기 위해선 10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함.


갤이 자꾸 불타서 핫산에 집중을 못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