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나에게 짓는 그 표정의 의미를 생각하는 도중에 갑작스레 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사람이 죽기 전 본다는 주마등처럼 찰나의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다. 긴 시간 동안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이 언니가 나를 왜 저렇게 무섭게 내려다보고 있는지만 생각했었고 어느덧 내가 코와 입으로 내뿜는 거친 날숨으로 시간이 멈추지 않고 흐른다는 것을 다시 인지한 것은 현실 시간으로 2~3초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는 볼이 화끈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입 안에서는 비릿한 쇠 맛이 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것보다 왜 내가 언니에게 뺨을 맞은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 들어와서 씻을 때까지 언니가 내 뺨을 때릴만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언니는 나한테 손을 대는 사람이 아니었다. 언니는 어떻게 보면 내 엄마역할을 대신해주던 가족이었다.
짓궂은 장난을 치더라도 화를 낼지 언정 손지검은 절대로 하지 않은 언니였는데 지금의 언니의 행동은 언니가 아닌 것 같이 너무나 낯설었다.
“아야야.”
나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돌려 언니를 쳐다봤다.
“갑자기 무슨 짓이야?”
내 말투에는 갑작스러운 언니의 구타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분노의 감정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너야말로 지금 무슨 짓을 한거야?”
언니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나에게 묻고 있었다. 언니의 말에 묻어있는 감정은 분노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짓이냐니? 저녁 안 먹어서 언니가 사온 간식을 먹고 있었잖아.”
“그건 내 꺼야!”
당연히 언니 꺼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에 사온 간식도 내가 먼저 손댔을 때도 아무 말이 없었잖아. 이토모리에 있을 때부터 간식도 많이 양보해주고 그랬잖아.
“요츠하는 다른 사람 물건을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 그거 나쁜 짓이야. 그래서 더 큰일나기전에 내가 알려준거야.”
“하?! 이까짓 케이크 하나 먹었다고 지금 내 뺨을 때린거야?”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면 안된다는 것은 기본적인 도덕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있었고 원래는 언니에게 사과를 하는게 맞았지만 뺨을 맞았다는 사실과 난생 처음보는 갑작스러운 언니의 태도변화에 분노의 감정이 터져나왔고 나는 언니에게 큰 소리를 치고 말았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내 뺨을 때리는 소리가 났다. 한 번, 두 번, 세 번의 소리가 나고 나도 모르게 언니의 손을 잡고 달려들어서 언니를 쓰러뜨리려 했다. 하지만 나는 언니에게 팔을 꺾이면서 제압당한 뒤 발로 차이면서 방바닥에 내팽겨쳐지고 말았다.
입에서는 비릿한 맛이 강해지고 입술은 터져버렸다. 한쪽 볼은 엄청나게 시리고 있어서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볼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언니에게 대응하기위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언니의 얼굴을 보고 다리가 풀려버리고 말았다.
마치 맹수를 쳐다본 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초식동물처럼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언니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이까짓 케이크? 그 사람이 나한테 처음으로 나한테 준건데. 그걸 이까짓 거라고?”
언니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손을 올렸다. 나는 다시 내 뺨을 맞을 것을 각오하면서 눈을 질끈 감았는데 언니는 나를 때리지 않았다.
“요츠하는 동생이니까.”
나는 눈을 뜨고 분노를 삭이는 듯이 심호흡을 하는 언니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계속해서 ‘요츠하는 동생이니까’ 라고 중얼거리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언니가 뭔가에 씌인듯한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언니는 이토모리에 유성이 떨어지기 전 뭔가에 씌인 듯한 행동을 했었다.
“요츠하는 동생이니까 봐줄거야.”
언니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나한테서 몸을 돌려 식탁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내가 먹던 팬케이크가 있었고 언니는 그 케이크를 손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식어버린 커피를 마치 물 마시듯 마셔버렸다. 언니는 케이크와 커피를 다 먹은 후 다시 나에게로 걸어왔다.
“오늘은 나가서 잘거야. 이번엔 여기서 끝내지만 앞으로 또 내 물건에 손대면 그 땐 각오해.”
이렇게 말한 언니는 방으로 들어가 짐을 챙긴 후 가방을 들고 집에서 나갔다. 언니가 짐을 챙기는 시간 동안 나는 아무것도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을 뿐이었다.
언니가 현관문을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난 뒤 나는 갑작스럽게 복받치는 감정에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상냥하던 언니가 오늘은 사람이 바뀐 듯했다.
옛날 친구들과 온순한 사람이 화를 내면 엄청나게 무섭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었다. 언니는 온순한 사람이었고 언니가 화를 내는 모습을 난생 처음보고 나는 다리가 풀려버리고 말았다.
엄마가 어릴 적 병으로 돌아가신 뒤 어쩌면 나는 언니를 투정을 부려도 다 받아주는 엄마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언니가 불편해해도 싫은 내색을 잘 하지 않아서 그게 당연한 것처럼 되버리고 말았다.
언니의 간식을 자주 훔쳐먹었고 언니가 좋아하는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갔었다. 언니는 그럴 때마다 그러면 안된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날 타일렀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땐 저주할거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좋았다. 나는 아마도 언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행동이 너무나 미안함과 동시에 부끄러웠다.
내가 언제나처럼 언니의 물건을 마음대로 해버렸는데 언니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받은 선물인데 내가 아무 생각없이 먹어버렸고 결국 한계에 다다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갑작스레 내가 미워졌다.
나는 몸이 아픈 것은 둘째치고 소중한 언니를 이렇게 몰아넣어버린데 대한 미안한 감정과 서러움에 소리 높여 울어버리고 말았다.
17.
“하아, 이것 참 큰일이네.”
회사일을 마치고 나는 중식당에서 아야세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지금 고민하고 있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무슨 일 있어? 타치바나군. 선생님한테 말해보렴.”
내 말을 듣기가 무섭게 아야세는 학생의 고민을 뭐든지 상담해주는 상냥한 선생님이라는 듯이 팔짱을 끼고 안경을 들어올리는 듯한 행동을 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음, 이건 그냥 내 착각 일수도 있는데 말이야…”
나는 이렇게 운을 띄우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 들어 거래처의 미야미즈 미츠하라는 분이 계속해서 나에게 호의를 내비치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연애에 둔감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이성을 알아채지 못하는 일은 만화에서나 나오는 일이었다. 몇 번의 만남 끝에 나는 그녀가 내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최근에 빈말로 저녁식사를 함께하자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날 이후로 계속해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해오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는 나에게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해왔고 나는 회사에서 야근해야한다는 핑계를 대고 그녀에게 빠져나와 지금 아야세와 만나 저녁시사를 하고 있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아야세는 눈을 감고 잠깐 고민하는 듯 하더니 대뜸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미야미즈라는 사람은 예뻐?”
아야세의 말을 듣고 나는 그녀의 생김새를 잠깐 생각해냈다. 약간은 수수해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는 누구나 반할 것 같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 그녀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또 옷차림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몸매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됐다.
즉답하지 못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 와중에 아야세가 도끼눈을 뜬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 표정은 내가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면 짓는 표정이다.
“예쁘구나.”
아차,
“아야세보단 아니야.”
내가 변명했지만 아야세는 날 계속해서 도끼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긴, 예쁘냐고 물어봤는데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즉답하지 못한 걸로 봐선 꽤나 미인인 것 같은데. 아아, 타키군은 나라는 약.혼.자.가 있는데 다른 예.쁜.여.자.랑 저.녁.약.속.을 잡았구나.”
아야세는 몇가지 단어를 또박또박 끊어서 말하면서 나는 압박해들어왔다.
“그러니까 그건 빈말로 저녁 약속 잡은거라니까.”
나는 필사적을 변명하면서 아야세가 토라지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그리고 아야세의 입에서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미야미즈라는 사람이랑 나랑 누가 더 예뻐?”
이 질문에 나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아야세가 훨씬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지.”
나는 그녀의 질문이 끝나기게 무섭게 아야세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의 나한테는 과분한 그녀.
나는 그녀를 이런 싸구려 말로 밖에 칭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중에 책을 읽어서 어휘력을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 사람이랑 식사 하더라도 괜찮겠네.”
아야세는 이렇게 말하면서 도끼눈을 풀고 나를 보면서 불안해 하지 말라는 듯이 웃어주었다.
“원래는 다른 여자랑 만나게 하는 거 싫은데, 나는 타키군을 믿으니까, 그 사람이랑 저녁식사 한번쯤은 괜찮다고 봐.”
나는 믿는다고 말하면서 환하게 웃는 그녀.
“한 눈 팔면 안돼. 술도 안돼.”
나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한 눈 팔지말라고 당부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지간히 불안해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거래처 사람이니까 딱 공적으로만 대하는거다. 알았지?”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생각없이 한 말에 이렇게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앞으로는 말할 때 돌아오는 후폭풍을 생각하면서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그 사람 말고 집중해야하는 사람이 있기에 미야미즈씨와의 교제는 저녁식사 이후로 멀리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오오 이런 새벽에 팬픽이! 개추 - dc App
푹...찍
히익.. 결국 요츠하한테도 손은 대네
갤주님....
요츠하한테 저정도면 진짜 아야세는 푹찍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