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2013년의 소녀 미츠하.

2016년의 소년 타키.

두 사람이 육교에서 카타와레도키로 만났다면?

황혼의 시간으로 역어내는 또 하나의 이야기.


【RE: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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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2시간 정도 남았네.”

  사야와의 전화통화를 마친 텟시는 스마트폰에 나온 현재 시간을 확인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붉은 빛으로 세상을 물들였던 태양은 이토모리 산 너머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이윽고 푸른빛으로 어둑어둑해진 이토모리의 하늘이 시골 특유의 맑은 공기와 맞물려, 별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 시간이 되었다. 

  그 밤하늘 아래에서 스쿠터를 운전하는 텟시와, 그 뒷좌석에서 폭발물과 각종 자재가 들어있는 가방을 품에 안은 미츠하. 두 사람은 이토모리의 도로를 따라 이 작전의 목표물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 외각에 위치한 변전소를 향해 스쿠터를 몰던 도중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게 떨어진다, 이거지?” 

  텟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하늘에, 거대하게 빛나는 천체가 자리잡고 있었다. 

  티아마트 혜성.

  미츠하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저 혜성이 운석이 되어 이 마을로 떨어진다. 그 전에 마을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저 혜성에서 눈을 떼기라는 건 쉽지 않은 행위였다. 정말 꿈속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풍경을 다른 별들과 함께 저 푸른 밤하늘 너머에서 수놓고 있었다.

  “근데, 미츠하.”  

  혜성으로부터 눈을 돌린 텟시는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 채, 뒷좌석에서 아무 말도 없이 우두커니 앉아있는 소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제, 도쿄는 왜 갔다 왔어?”

  뒷좌석에서는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요츠하가 말해준 게 더 남았거든? 듣자하니, 남의 데이트 보러 갔던 거라면서?”

  “잠깐, 말 좀 걸지 말아줘. 지금 생각중이니까.”

  “무슨 생각?”

  “그런 것까지 알고 싶어?”

  퉁명스러운 대답과 함께 미츠하는 입술을 살며시 꾸욱 깨물었다. 요츠하, 요 녀석. 대체 어디까지 얘기한 거야? 하겐다즈 약속 취소해 버릴까보다.

  “남의 데이트는 왜 보러 가? 정말 그런 걸 보러 그 머나먼 도쿄까지 갔다 왔냐?”

  텟시의 질문은 멈출 기색이 없었다. 대답해주지 않았다간 한도 끝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하는 수 없이 미츠하는 짧게나마 답변을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아닌데.”

  흐릿하기는 해도 기억하고 있다. 그 사람을 만나러 도쿄까지 갔다 왔다는 사실정도는 기억할 수 있다.

  “그럼?”

  “내 데이트였지롱.”

  덜컹. 흔들흔들. 덜커덩.

  “운전 똑바로 해.” 

  순간 승차감이 뚝 떨어진 탓에, 미츠하는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텟시의 손에 힘줄이 불뚝 솟아나자, 스쿠터는 원래 속도를 되찾았다.

  “진짜냐? 네 데이트라고? 너, 남친 있었냐?!”

  “남친……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그럼 그렇다고 치자. 데이트 갔다 온 녀석이 머리는 왜 잘랐어?” 

  “어? 그, 그건……”

  “진짜로 실연당했어?”

  “아니야!”

  “그럼 뭔데?”

  “……말 안 할래.” 질문에 지쳐버린 미츠하는 결국 최종적으로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

  마음 속으로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저기, 너는 누구니? 

  아니, 당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당신은 누구죠?

  정말로, 내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당신은, 우리 마을의 수호신이었던 건가요? 

  아니면 평범한 사람?

  누구?

  누구?

  누구야? 

  ‘그 사람’이라는 게, 대체 누구였지?


  충돌 35분 전.

  “이건 완전히 범죄 행위잖아……”

  각종 방송 장비로 즐비한 이토모리 고등학교 방송실 안. 그 안에서 앞으로 자신이 방송해야 할 가짜 대피방송 대본을 수십 차례 연습하던 사야는, 대본을 내려놓고 아직도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불안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텟시의 목소리는 “네 방송에 우리 마을의 운명이 달렸어!”라고 한껏 바람을 넣어줬다만, 그래도 개운치 않은 건 사실이었다. 행여나 운석이 떨어지지 않기라도 했다가는 완전히 하루 종일 헛물만 켠 셈이잖아. 게다가 변전소 폭파라니. 주파수 해킹과 가짜 대피방송은 그렇다 쳐도, 두 사람이 지금 하고 있을 행위는 명백한 테러. 만약 거기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들키기라도 했다간 오늘을 무사히 넘긴다고 한들 그 다음이 있을 리가 없다. 미츠하 정도면 정치인인 아버지가 어찌저찌 손을 써서 넘길 수 있겠다마는, 그럼 나머지 두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지?

  사야는 계속해서 침을 꼴깍 꼴깍 삼키다가 이내 생각을 바로잡았다. 그래. 이미 우리는 한 배를 탔어. 이젠 돌이킬 수도 없다. 

  “나도 몰라. 오늘 일은 편의점 쇼트케이크로 퉁칠 일이 아니야. 보상으로 무진장 큰 케이크 사달라고 해야지.”

  아, 최악의 경우에는 그 케이크를 교도소 안에서 먹겠구나.

  그래도 텟시와 둘이 같이 잡혀갈 테니 괜찮을 지도 모르겠다. 미츠하한테 면회는 자주 오라고 해야지. 아예 둘이 한 방에 넣어달라고 할까?

  “으엑!”

  사야는 자신의 뺨을 찰싹찰싹 두드렸다. 이젠 나까지 이상해져버렸어. 

  

  충돌 30분 전.

  축제가 한창인 미야미즈 신사에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연등들이, 마치 신이 바라봐주기를 바란다는 듯이 가을바람에 흔들렸다. 

  그 신사의 분위기를 끊어버린 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려 온 묵직한 폭발음이었다.

  폭발음이 들린 후, 신사 전체가 어두워졌다. 

  어둠이 마을 전체를 뒤덮었다.


  충돌 20분 전.

  잠시 후,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칠흑같이 깜깜해진 마을을 뛰어다니며 외치기 시작했다.

  “산불이다!” 

  “다들, 이토모리 고등학교로 도망치세요!”

  모든 전기가 나가버린 상태라 어둠 속에서 알아보기는 어려웠지만, 한 명은 민머리를 한 테시가와라 사장의 아들. 또 한 명은 머리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긴 했어도 분명 미야미즈 신사의 장녀였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방송용 스피커에서 '왜애애애애앵' 하는 시끄러운 사이렌소리가 주민들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잠시 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이토모리 주민 센터입니다. 지금 변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더 큰 폭발과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다음 지역의 주민들은 지금 당장 이토모리 고등학교까지 대피하십시오. 해당 지구는……」 

  

  충돌 1분 전.

  ……그 방송은 오래가지 못했다.

  몇 번도 채 반복하지 못했는데, 마을 스피커로 들려오는 여자아이의 비명소리와 “이 방송 뭐야! 당장 끄지 못해!”라고 윽박지르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망했다……!” 신사를 뛰어다니던 텟시는 망연자실한 채 멈춰서고 말았다. 

  “큰일이야. 이대로는 사람들을 전부 움직이는 건 무리겠어.” 

  방금 전 스피커에서 벌어진 상황에 반신반의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내, 잠시 잠잠해졌던 스피커에서 남자의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방송이 흘러나왔다.


  「……현재 원인을 파악하는 중이오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안 돼. 대기하면 안 돼. 다들, 도망가야 한다고요!”

  신사의 분위기를 살피다가 윽박지르다시피 하며 소리친 텟시는, 자신과 함께 사람들에게 소리치다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 채 멈춰버린 소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미츠하. 안 되겠어. 한 번만 더, 네 아버지를 설득해야─”

  “텟시. 지금…… 몇 시야? 우리, 너무 늦은 거 아니야……?”

  소녀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에는, 하루 종일 품어왔던 좌절감과 허망함, 공허함이 뒤섞여서 울먹임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현재 시간을 확인한 텟시는, 미츠하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죽여야만 했다.

  “……늦은 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충돌 시간.

  ─7시 40분.


  운석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큼직하게 하늘을 수놓은 혜성만이 기다란 흔적을 남기면서 일본의 하늘을 지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계획은 실패했다.

  온 몸이 방전되는 기분이었다.

  전류가 빠져나간 다리는 힘없이 무너졌다.

  ─바보야. 내가 뭐라고 그랬어? 

  또다시, 간신히 털어냈던 그 어둠이 살며시 다가와서는 귓가에 차갑게 속삭였다.

  ─그건 내 망상이라고 했잖아.

  그저 이 마을이 없어져서 해방되기를 바라던 소녀가, 끝끝내 자신마저 속이고는 시답잖은 망상에 자기 친구들까지 몰아넣은 거야.

  멍청해. 정말 멍청해.

  나는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는 사이비 무녀야.


  ……입 다물어.

  미츠하는 속으로, 그 어둠을 향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7시 40분이라는 건, 그저 혜성이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시간이었을 뿐이잖아.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틀림없이, 틀림없이 운석이 떨어진다고 했단 말이야!”

  더 이상, 어둠이 마음속으로 파고들 공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지? 분명히 떨어지는 게 맞겠지? 그럼! 다른 것도 아니고 수호신께서 말씀하셨는데!”

  다시 미츠하를 습격했던 어둠은, 텟시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다시 머나먼 곳으로 쫓겨나버렸다.

  “텟시. 여기는 네게 부탁할게. 사람들을 마저 대피시켜 줘.”

  “예입! 이 카즈히코, 무녀님의 본부 받들겠습니다!”

  포기하기는 일러. 나는 역시, 그 사람을 믿겠어.

  그 다짐과 함께, 미츠하는 오후에 방문했던 그 건물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충돌 시간 5분 초과.

  “다들 서둘러요! 고등학교가 대피소에요!”라고 외치던 텟시는, 그만 신사 쪽에서 내려오던 자신의 아버지와 마주쳐버렸다. 

  “여기서 뭘 하는 거냐?”라고 추궁하는 아버지를 보고, 텟시는 결국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미츠하. 나는 여기까지다.

  죄송합니다, 수호신이시여.


  “사야…… 텟시……” 

  주민 센터로 향하는 샛길로 빠져 아무도 없는 도로를 달리던 미츠하의 눈앞에 두 친구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사야의 방송은 진압 당했다.

  텟시도 곧, 변전소 폭발사건을 건설회사 직원들에게 추궁당할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하늘에서 운석 같은 게 떨어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없이 평화롭기만 한 밤하늘 풍경이 미츠하의 시선을 사로잡으려 할 뿐이었다.

  한 번 털어내 버렸던 어둠이 두 번 다시 미츠하에게 달라붙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어둠은 기어이 소녀의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

  발목을 붙들린 몸은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져, 그대로 도로를 따라서 굴러 떨어졌다.


  강렬한 충격이 휩쓸고 지나간 시야는 점점 흐릿해져갔다.  마비되었던 팔과 다리에서 뒤늦게 통증이 올라왔다. 어둠 속으로 꺼져가는 의식은 끊임없이 발버둥 치며 일어나라고 외쳤다.

  이내, 발버둥 칠 기운조차도 사그라졌다.

  공허한 마음속 한 자리에 시커먼 찬바람만이 불어왔다.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

  텟시도 없다. 사야도 없다.

  이 차가운 길바닥에 나 혼자 누워 있다.

  나는 다시, 혼자 남았어. 

  이제 곧, 모두 나를 떠나게 돼.

  외로워.

  추워. 

  아무도 없어. 외로워. 

  아파. 

  외로워. 

  ─고독해.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떠올려본다.

  이 모든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 누구였는지를 떠올려본다.

  그 사람과의 기억. 그 사람과 나눴던 모든 것들.

  그 사……

  …… 

  …………

  어.

  ‘그 사람’이라는 게 뭐지?

  나는 누구를 찾고 있었던 거지?

  사라졌다.

  애원하며 붙잡으려고 할 틈도 없이 사라졌다.   

  의식을 지탱해 주던 버팀목마저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눈을 떠 본다. 눈을 감는다.

  눈을 떠 본다. 다시, 눈을 감는다.

  손을 바라본다. 

  흙투성이가 되어버린 소매 너머로, 이리저리 까지고 다친 자신의 손이 보인다.

  그 손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길바닥의 차가운 감촉만이, 온 몸에 새겨진 상처를 파고들어 신경을 타고 흐른다.

  머리는 일어서라고 고함을 지르는데, 몸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충돌 시간 10분 초과. 

  직원들의 손에 붙들려 학교 밖까지 끌려나온 사야는 하늘을 바라보며 기겁을 하고 말았다.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추궁 당하던 텟시도 자신의 아버지를 붙들고, 다급해진 마음에 모든 상황을 횡설수설하듯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19시 52분. 

  째, 깍, 째, 깍, 거리는 시계소리만이 주민 센터 사무실의 무거운 공기를 메웠다.

  그 곳에서 누군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세 사람.

  “아빠한테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미야미즈 요츠하.

  “부탁이네. 그 애가 다시 돌아오면, 하다못해 이야기라도 들어주게나.” 미야미즈 히토하,

  그리고, 묵묵히 책상 앞에 앉은 채 생각에 잠겨있던 미야미즈 토시키였다.

  그리고,

  술렁이는 바깥 분위기에 이끌린 토시키는 창문 쪽으로 다가가, 별들이 수놓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딸의 말은 사실이었다.

  

  。。。。。。。。。。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그리 맛있지만은 않은 저녁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실매듭만을 생각했다. 어제, 지하철에서 만난 소녀가 건네주는 바람에 영문도 모른 채 직감적으로 받아들었던 오렌지색 실매듭에 대해서.

  그 고찰을 끊어버린 건, 티아마트 혜성이 수많은 조각으로 갈라졌다는 TV 뉴스 속보였다. “저, 나가서 좀 보고 올게요!”라고 외치며 옥상으로 올라간 소년의 시선을, 그 아름다운 풍경이 사로잡아버렸다. 티아마트 혜성이 무수히 많은 운석으로 나뉘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수놓았다. 모든 미디어들이 그 현상을 앞 다투어 송출했다.

  여러 갈래로 나뉜 별이 무수히 쏟아지는 밤하늘. 

  그것은 마치, 꿈속에서의 풍경처럼 한없이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실매듭에 대한 고찰은, 수많은 유성우와 함께 자연히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


  19시 55분.

  어린 소녀로 보이는 누군가가 주민 센터 밖으로 뛰쳐나갔다.


  。。。。。。。。。。


  “언니─!”

  미츠하의 의식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 시야에 잡힌 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어린 소녀였다.

  “요츠하……?”

  식어가던 몸이 확 하고 달아올랐다. 몸을 일으켜 세운 미츠하는 자신의 앞에서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소녀를 있는 힘껏 붙잡았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전화기는 왜 두고 갔어! 덕분에 한참 찾았잖아!” 

  요츠하는 언니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을 뻔했다.

  “오늘 진짜 이상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미츠하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 눈만 깜빡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동생의 훈계는 끝이 아니었다.

  “할머니를 데리고 마을 밖으로 나가라면서! 근데 왜 언니는 여기서 자고 있는데?!”

  “안 잤어! 그보다도…… 내가 뭘 하라고 했다고?” 

  “무슨 잠꼬대를 밖에서까지 해? 언니가 할머니한테 그랬다며! 오늘 마을에 운석이 떨어진다고!”

  아.

  그 말이 뇌 깊숙한 곳까지 전기 자극을 준 듯, 빠지직 하고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까와는 크게 달라진 밤하늘 풍경이 강렬하게 뒤통수를 후려쳤다.

  혜성이다.

  무수히 갈라진 혜성. 그 혜성 중 하나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떨어진다.

  진짜로, 우리 마을에, 곧, 떨어진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주민 센터에서 직접 시행하는 이토모리 긴급 대피훈련이 있사오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이토모리 고등학교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해당 지구는……」 


  “들었지? 빨리 일어나! 하여간 한 번 자면 누가 깨우러 와야 일어난다니깐!”

  요츠하는 아직도 얼떨떨해 있는 언니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러고 보니, 언니.”

  “응?”

  “실매듭 어쨌어? 어제만 해도 묶고 나갔잖아. 그러다가 도쿄에 갔다 왔더니 없었고. 잃어버렸어?” 

  “내가 도쿄에 갔었니?”

  “나 참. 아직도 잠이 덜 깼네. 데이트 한다고 갔었잖아!”

  “데이트라고?!”

  기억이 좍 빠져나가 텅 비어있던 미츠하의 머릿속에 다시금 실오라기 같은 기억들이 이리저리 뒤엉키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러 도쿄까지 갔다고? 거기까지 가는 데만 내 몇 개월 치 용돈이 날아가는데? 거기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었나?  

  누구지? 마음속으로 질문을 던진다. 

  저기, 너는 누구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알 수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기분이 든다. 그게 ‘미야미즈 집안 내력’이든, 아니면 사춘기 소녀 특유의 직감이든 간에,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한 번 끊어졌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한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란다.


  그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박하사탕을 입에 물고 숨을 들이쉬는 것처럼 다시 몸 안에 상쾌한 바람이 일었다. 맑아진 머릿속에서, 희미했던 기억이 잔잔한 실루엣처럼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잃어버린 거 아니야.”

  “그럼?”

  “선물로 줬어.”

  “진짜?! 남한테 줘버렸다고?!”

  “응.”

  그 실매듭은 잃어버린 게 아니야. 

  ‘소중한 사람을 만났을 때 길을 잃지 않도록.’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실매듭을 내가 잃어버렸을 리가 없다.

  그 실매듭은 아직 내 마음 속에서 나와 이어져 있다.

  그 실매듭은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 내 모든 것을 걸고 만나러 갔던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 틀림없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 나와 누군가를 이어주고 있다.

  그게 바로, 

  ‘그 사람’이야.

  맞아.

  난 혼자가 아니야.

  끊어졌다고 해도 완전한 끝이 아니야.

  그러니까 일어나야 해.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하니까.

  “가자, 요츠하.”

  먼지를 훌훌 털어낸 미츠하는 여동생에게 손을 내밀었다.

  “으, 응……!” 

  언니의 말을 듣고 충격에 휩싸여있었던 요츠하는, 그제야 슬쩍 웃으면서 그 손을 잡았다.

  “언니, 오늘따라 엄마 같아.”

  “그러니?”

  손을 잡은 두 소녀는 아직도 계속 반복되는 대피방송을 따라 이토모리 고등학교로 달리기 시작했다.

  미츠하는 그런 와중에도, 이제 코앞까지 다가온 혜성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래. 혜성. 

  이 모든 소동이 시작된 원인. 

  그리고, 그 사람이 내게 준 선물 같은 것.

  만약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 역시 아무 것도 모른 채 이 마을과 함께 저 혜성 속으로 사라졌겠지.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그 사람이 나를 구해 준 거야.

  만약 만나게 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할까.

  무슨 말이든 좋아. 감사의 표현히든, 그 속에서 싹텄던 내 마음이든, 전부 다 말해버릴 거야.

  그러니까 그 때까지. 그 말을 전할 때까지. 평생 동안 찾아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말겠어.


  충돌 예정 시간을 한참 넘긴 20시 35분이 되고 나서야, 대피 훈련 방송을 들은 마을 사람들 전원이 이토모리 고등학교로 몰려들었다.

  그 대피 장소에서 만난 텟시와 사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사이좋게 작전 성공을 알리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고생 많았어, 텟시!”

  “사야, 너야 말로!” 

  이제 남은 건, 고등학생 3인조가 만들어 낸 기적이 일궈낸 결말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일 뿐이었다.

  주민 센터 밖으로 뛰쳐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20시 38분.

  또 다른 누군가가 주민 센터 밖으로 뛰쳐나갔다. 


  20시 40분.

  혜성의 파편이 구름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뛰쳐나간 두 사람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20시 41분. 

  혜성의 파편이 코앞에 다가왔다. 

  곧, 지면에 충돌할 것이다.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20시 42분.

  돌아오지 않았다.

 

  티아마트 혜성으로부터 분리되었던 운석이, 일본의 자그마한 시골 마을을 덮쳤다.

  시골 마을의 이름, 이토모리. 운석 충돌이 만들어낸 섬광과 굉음이 그 이토모리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토모리의 모든 것이 별빛으로 흩어져,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텟시와 사야는 그제야, 


자신들과 같이 있어야 할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소녀의 혁명은 막을 내렸다.







[Special Thanks]


너의 이름은 갤러리


BATTLEPAGE


[Original]


by 신카이 마코토(新海 誠)


[Written]


by 김누렁이




노란빛 하늘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2부 「혁명」 

- 完 -



Next. 「혁명과 여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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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RE:2부 후기로 뵙겠습니다.



[작가 코멘트 2]

단행본 부분에서 2부의 구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중입니다.


① 구판처럼 타키-미츠하 부분을 섞는다

② RE판처럼 타키/미츠하 부분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