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월 10일에 시작했으니 오래도 걸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희생한 시간이 너무 커서 몇 번이나 때려치우고 싶었는데... 옛날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고, 이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있을 거라고 그냥 믿고 버텼습니다. 튜토리얼이다... 나는 글쓰기 튜토리얼을 하는 거다... 몇 번이나 속으로 중얼거렸는지 셀 수도 없네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기 힘들어 합니다. 사람의 심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일상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러기 쉽게 만들어주는 사회적, 인적 상황이 있죠. 저는 그런걸 '레일에 오른다'고 부릅니다. 어릴 때 어른들은 그걸 학벌이라는 듯이 말했는데... 음. 약간은 공감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친구들도 중요하고... 뭐 하여튼, 비교적 작은 노력으로도 큰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레일'이 있죠. 그 레일을 잘 찾고, 관리하고, 오르는 것이 성취하는 삶의 비결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마 <너의 이름은>을 보고 이 이야기에 편승해서 글을 써보는 것이 저에게는 글을 쓰게 만드는 레일로 작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말로만 글 쓴다, 쓰고 싶다 운운 했지만 내심으로는 그게 정말 가능할까? 싶었는데... 몇 달 동안 이 고생을 하고 나니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럴 생각입니다.


 다만 팬픽은 아니고, 이번에 느꼈던 부족한 점을 보충하고 나서 제대로 쓰겠죠.




 2.


 개인적으로는 Turning Tide 에 많이 만족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야기야 저도 좋으니까 썼습니다. 다만 문장이... 문장이...


 원래 폭언을 했었는데 독자의 기분을 생각해서 올리기 직전에 삭제했습니다. 아무튼 제가 문장에 좀 까다로운데 도저히 만족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고칠 여유가 없네요. 쓰는 도중에는 워낙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쓴 거라 정신이 없었고, (이야기에 관련된 7-8명 이상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면서 다른 에피소드와 연계될 부분까지 계속 고려하고, 자꾸 다른 시간대를 침범하는 감정선을 관리하고, 바빠서 아무 생각 안 나면 이렇게 저렇게 계속 뇌를 청소해보고, 여가 시간을 다 태우고 등등...) 이제는 시간이 전혀 없어요. 아, 엔딩에서도 고치고 싶은 문장이 얼핏 봐도 많이 보이는데... 어쩔 수 없죠. 맞춤법은 아예 돌려볼 심적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인물이 저 혼자 생각한 것이 아니라 빌려온 것이라는 점도 굉장히 크게 작용했습니다. 찝찝한 기분이 들 때마다 원작 소설, 외전, 만화, 영화를 계속 찾아보고... 완결 직전에 옛날에 썼던 글을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원래 <너의 이름은> 전체를 소설로 리워크하려다가 저작권이 걸릴 거라고 해서 1/4 정도 선에서 취소했습니다.) 보는데 분명 옛날에 썼던 글인데도 불구하고 매끄러운 문장, 나이에 맞는 말투, 개성 등이 몇 배는 나은 것 같아서 괴롭더군요. 몇주 정도 쉬면서 스토리 구상에 과열된 머리를 식히고 한 번 싹 다시 쓰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음. 아마 그런 일은 근시일 내에는 없을 것 같군요.


 제가 연재 도중에 공지로 "그냥 수틀리면 불시에 다 지워버릴 수도 있다." 라고 한 적이 있는데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며 지금도 유효합니다. 매우 유효합니다... 당시에 완결 전까지는 살려두겠다고 했는데 이제 완결이 났죠? 후반부에 목록 링크 연결이 안 된 이유가 그거에요. 지금도 지우고 싶다는 굉장히 강한 욕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만 따라온 독자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뭐 독자들이야 세세한 부분은 보고 나면 잊어버릴테니까 하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_- 아직은 살려두고 있습니다만.


 현재 업로드된 분량도 제가 갖고 있는 최종 퇴고본과는 좀 다른 에피소드가 몇 개 있습니다.




 3.


 쓸까 말까 고려하다가 취소한 19화는 3년 후의 미츠하가 오쿠데라를 만나고 싶어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더니, 너도 들어오라고 타키를 닦달해서 결국 세 사람이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쿄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의 염장질을 본 오쿠데라는 그만... 아무튼 TT에서 배제되었던 도쿄 인물들을 다루기도 좋다고 생각했고, 엔딩에서 충격을 받을(?) 사람들을 위해서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네, 시간이 없어요. -_-; 시간만 충분히 주면 누구라도 걸작을 쓸 수 있다고 전에 누가 그랬는데 아무튼 제가 능력이 없어서 여기까지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다만 그냥 딱 보면 아시겠지만, TT는 <전전전세>의 가사 그 자체가 이야기의 모티브입니다. RADWIMPS는 가사는 직설적으로 쓰되, 그 내용이 이야기와 일치하지 않게 의도했다고 했는데 TT가 다루는 이야기는 오히려 노래를 따라가고 있죠. 노래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려봤던 분이 있었다면 제 이야기는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색을 이용한 연출을 한 것은 두 사람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광경을 그려보면서 쓴 것이고, 색을 RGB가 아니라 CMYK 에 가까운 방식으로 합친 것도 의도한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써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맺었습니다.


 연재를 시작할 때도 했던 말이지만... 응원이 없었다면 애초에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 한창 쓰던 시절에 하도 힘들어서 마지막 퇴고까지 끝나면 괜찮은 소설이 될 거야 막 이러면서 양식도 따로 만들고 1페이지에 본닉만 딱 박아놓고 와 그럴듯함 ㅎㅎ 이러면서 혼자 좋아하고 별짓을 다 했는데...


 덕분에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까지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