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2013년의 소녀 미츠하.

2016년의 소년 타키.

두 사람이 육교에서 카타와레도키로 만났다면?

황혼의 시간으로 역어내는 또 하나의 이야기.



RE: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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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에서 온 여행객 세 사람을 태운 식재료 트럭은, 이제 슬슬 노을이 만들어낸 포근한 시골 풍경을 담은 도로를 꽤 오랜 시간동안 달려갔다. 그 뒷좌석에는 하루 종일 걷느라 지쳐버린 오쿠데라와 츠카사가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잠들어 버렸다.

  하지만, 이 트럭을 운전하고 있는 라멘가게 아저씨의 옆 조수석에 앉아 있는 타키는 잠이 오지 않았다. 타키는 라멘 가게 아저씨를 보면서 ‘무뚝뚝하기는 해도 정말 친절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운석이 떨어진 날을 기억하시나요?” 

  “글쎄다. 나는 그 때 다른 볼일이 있어서 마을 밖으로 나갔었는데,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꽤 늦게 돌아왔거든. 근데, 설마 우리 마을이 그 지경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힘줄이 팔뚝까지 타고 올라가는 억센 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핸들을 돌리던 아저씨는 아련해진 과거를 추억한다는 듯이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하긴, 자신의 고향이 다른 것도 아니고 운석에 사라졌다고 하면 누구든 할 말을 잃고 말겠지.

  “그런데도 전원 생존이라니. 정말, 기적 같은 얘기야.”

  “그렇죠? 이토모리의 기적이라……”

  얼굴에 한가득 미소가 번진 타키는 창문을 열어, 밤이 깊어 살짝 차가워진 가을바람으로 자신의 얼굴을 식혔다. 시원한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다가 폐의 가장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탁 트이는 가슴부터 시작된 냉기가, 만나면 가장 먼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다가 과열될 뻔한 머리를 식혀주었다. 이제 곧 마주하게 될 전율을 생각하니,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이 주인 아저씨는 그렇게 말했다. 원한다면 그 소녀가 있는 곳에 데려다 주겠다고.

  이제 곧, 소녀를 만난다. 그 기적 속에서 살아남은 소녀를 볼 수 있다. 

  우리는 곧, 만날 수 있다.


  식재료 트럭은 어느 건물 앞에 멈춰 섰다. 라멘 가게 아저씨는 트럭의 시동을 끄고, 묵직한 중저음으로 입을 열었다.

  “다 왔네.”

  그리고 그 트럭이 도착한 곳은, 시내에 위치한 어느 병원이었다.

  “병원에서 근무하고 계시나보죠?”

  잠에서 막 깨어나 낯선 풍경을 둘러보던 츠카사는, 간호사 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아니야.”

  그 이미지는 묵직한 목소리와 함께, 허무하게 뭉개져버렸다. 

  “그럼, 입원 중인가요?” 

  “일단은 그렇지.”

  “그런데, 어떻게 여기 입원해 있다는 걸 알고 계세요? 최근에 근처에서 살고 있다가 입원했나요?”

  “그건……”

  오쿠데라의 질문을 받던 라멘 가게 아저씨는 마지막 질문에 잠시 말이 없었다.

  “……직접 만나보면 알게 될 걸세.”

  결국 그 답변은 수수께끼로 남겨두었다.


  병원 로비에서 프론트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라멘 가게 아저씨는 잠시 후 여행객 삼인방에게 돌아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미안하네. 시간도 시간이고, 예약한 가족과 지인 외에는 면회 금지라고 하는군.”

  “면회라니요?”

  타키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여기까지 와서 두 사람의 만남이 가로막힌 것보다도 더 큰 걱정이 앞섰다. 입원한 사람에게 ‘면회’ 운운할 정도면 중증이라는 소리인데.

  “대체, 무슨 병으로 입원을……?”

  타키가 질문을 던지려는 찰나,

  “어머, 아저씨. 안녕하세요?”

  자신들 쪽으로 한 쌍의 남녀가 다가왔다. 

  한 명은, 세련된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갈색 단발머리의 여성.

  또 한명은, 다소 촌스러운 코트와 바짝 깎은 머리로 자신의 개성을 어필하고 있는 남성.

  “아, 사야카. 카즈히코. 오랜만이구나. 병문안 왔니?” 

  라멘 가게 아저씨는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 

  “네. 근데,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

  “그게 말이다……”

  아저씨에게서 자초지종을 전부 들은 ‘카즈히코’는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는 그 불청객 소년에게 다가왔다. 청년의 키가 원체 컸던지라 타키는 그 ‘카즈히코’를 올려다보아야만 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은 의심의 눈초리로 번뜩이고 있었다.

  “네놈이 그 녀석에게 무슨 볼일이야? 당신들은 또 뭐고? 구경이라도 하러 왔어?”

  불똥이 튄 츠카사와 오쿠데라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위축되고 말았다.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걸 감지한 ‘사야카’는 다급한 발걸음으로 ‘카즈히코’의 팔을 양 손으로 잡고 힘껏 자신의 방향으로 잡아당겼다.

  “잠깐, 텟시! 모르는 사람들한테 실례잖아!”

  “모르는 사람이니까 더더욱!”

  ‘카즈히코’ 외에 ‘텟시’라는 이름으로 불린 청년은 자신의 팔을 붙들어 맨 여성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 때, 청년을 말리던 여성의 시선이 다른 곳에 멈춰 섰다. 

  “앗!” 

  여성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이 발견한 무언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텟시! 이 사람, 팔목에 두른 거!”

  그 말을 들은 텟시는 소년의 팔목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소년의 팔목에 집중되었다. 텟시는 불청객 소년의 팔을 힘껏 잡아채더니, 이내 자신의 눈높이까지 들어올렸다. 옷소매에 희끗하게 감춰졌던 그 물건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오렌지색 실매듭.

  가만히 정적 속에서 그 물건을 살펴보던 텟시의 기억속에 그 실매듭과 같은 색깔의 섬광이 스쳐지나갔다.

  틀림없다. 

  이건 그거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물건.

  “바른 대로 말 해. 이 실매듭, 어디서 났지?” 

  “받은 겁니다.”

  타키는 당황한 나머지 숨을 토해내듯이 대답해버렸다. 타키의 대답을 들은 텟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내, 타키의 멱살을 한 손으로 들어올려 으르렁대듯이 소리를 질렀다.

  “받아? 누구한테!”

  “텟시!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슨 짓이야!”

  “사야, 넌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사야’라고 불린 갈색 머리의 여인은 어떻게든 그 청년을 말리려고 발버둥 쳤고, 청년도 크게 소리치며 맞서려고 들었다. 급히 달려온 간호사가 “병원에서 싸우시면 안 돼요!”라고 외치지 않았더라면, 다음 환자는 소년이 될 뻔했다.

  뜨겁다 못해 녹아내릴 것만 같은 머릿속을 간신히 바로잡은 타키는 침을 꼴깍 삼키고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자신이 여기까지 온 목적을 그 두 사람에게 천명하듯이 말해주었다. 

  “이 실매듭의 주인을 찾으러 왔습니다. 이 실매듭의 주인이, 제게 직접 건네주었단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진 두 사람은 짐짓 눈빛을 서로 교환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혼자만 와. 다른 사람은 말고.”

  아직도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은 텟시는 그대로 돌아서서 병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다들, 여기서 기다리세요.”

  타키는 함께 온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그 텟시라고 불린 청년의 뒤를 따라갔다.


  “문 앞에서 기다려. 말하기 전까지는 들어오지 마.”

  텟시는 타키를 여전히 ‘수상한 사람’으로 여기는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어느 병실로 들어갔다. 사야 역시 텟시를 따라 그 병실로 들어갔다.

  그 병실의 옆에는 ‘중환자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타키는 아직도,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우리 왔어.”

  듣기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울먹임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도움이 되었어도……!”

  남성의 목소리는 아까와는 다른, 뭔가 울분을 삼키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이제 그만 할 때도 됐잖아. 네 잘못이 아니라니까!”

  “그렇지만……!”

  그 병실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타키는 점점 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들어와. 네놈이 뭔 헛소리를 했는지, 직접 보고 확인해.”

  고뇌에 빠져있던 타키에게, 먼저 들어갔던 텟시가 넌지시 손짓을 했다. 타키는 그대로 텟시의 안내에 따라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녀석과…… 네가 어떻게 알게 되었다는 거지?”

  그리고 그 내부의 광경을 본 순간.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삑 삑 소리를 내며 각종 수치가 기록되고 있는 모니터. 한 방울씩 주입기 튜브를 타고 흐르는 수액. 

  그리고─


  。。。。。。。。。。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얼굴이 창백해진 츠카사는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오쿠데라에게 물어보았다. 두 사람은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에 남아있었던 의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의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는 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겠어.”

  믿기지 않는 건 오쿠데라도 마찬가지였지만.

  “근데 왠지…… 이건 타키 군에게도 말했던 얘기인데, 타키 군은 최근에 누군가를 만났고, 그 누군가가 타키 군을 변하게 했어.”

  츠카사는 오쿠데라의 말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해 주었다. 츠카사도 실은 한 달 전 즈음부터 타키의 변화를 느끼던 차였으니까. 

  “그 사람이 바로, 3년 전에 타키 군과 만났던 사람이야.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사람을 다시 만난 거야.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

  그렇게 말하는 오쿠데라 역시 내심 착잡한 듯 다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런데, 그러면 뭔가 모순이 생긴다.

  그 모순을 마주한 두 사람은 입이 얼어붙어버렸다.

  3년 전에 만났던 사람.

  그 사람을 최근에 다시 만났다.

  그래서 타키가 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키가 찾아낸 그 사람은……

   

  ……도무지, 최근에 타키를 만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


  타키는 마침내, 소녀의 앞에 섰다.

  테시가와라 카즈히코, 나토리 사야카의 고등학교 친구.

  그리고, 자신이 일생을 걸고 찾겠다고 다짐한 사람.

  3년 전의 재해. 기적 같은 전원 생존.

  기사는 명백했다. 사망자는 없었다.

  사망자로 기록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사망자에 한없이 가까운 사람이 있었을 뿐이지.


  그 사람은 지금,

  온갖 의료 기구에 몸을 속박당한 채, 

  끝을 모르는 어둠 속에 파묻혀서,

  기약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입원 일자 2013년 10월 5일.

  입원 기간 3년.


  。。。。。。。。。。


  “당시에는 더 심각했습니다.”

  의사는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츠카사와 오쿠데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기 이송됐을 당시에는 정말 처참한 몰골이었습니다. 과다 출혈에 전신 골절까지. 뭐, 여기 오시는 분들에게 항상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그런 사고를 당했는데 그 정도로 끝난 게 기적이죠. 팔다리 멀쩡히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말입니다.”

  “혹시, 도중에 의식을 찾은 적이 있나요?”

  츠카사의 질문에도, 

  “전혀요. 의식을 찾았으면 진작 퇴원했을 겁니다.”

  돌아온 의사의 대답은 차갑기만 했다.


 。。。。。。。。。。


  병실로 들어갔던 세 사람은, 병원 바깥에 설치된 휴식공간으로 장소를 옮겼다. 외출을 허가받은 환자 혹은 환자를 병문안 온 방문객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구비되어 있어 공원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낸 이 장소는, 가로등이 단풍잎의 색을 지워버리지 못할 정도로 희박한 빛을 발하는 공간이었다. 

  벤치에 몸을 던지다시피 한 텟시는 착잡해진 마음에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려고 하다가, 옆에 살며시 앉은 사야에게 팔목을 붙잡혀버렸다.

  “커피 마시면서 담배 피우지 말라니까. 건강 좀 챙겨. 입 냄새도 심해지잖아.” 

  3년 째 이어져 온 담배에 대한 사야의 딴죽에, 텟시는 담배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고등학교 때부터 피워댔으면 아주 폐가 문드러졌겠다. 대체 언제부터 숨겼던 거야?” 

  “내가 담배를 피우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지.”

  “왜 그래야 하는데?”

  “그거야……”

  ─나하고 같이 오래오래 살아야 할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려다가 그만둬버렸다. 멀리서 온 손님 앞에서 낯 뜨거운 분위기를 풍겨서 뭘 어쩌려는 걸까.

  “두 분, 정말 사이가 좋아 보이시네요.”

  그 반대편 벤치에 앉은 타키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이 상황에서도 간신히 미소를 띄우며 그 두 사람에 대한 소감을 넌지시 던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셋이 친구였거든.”

  사야는 웃으면서 정중히 회답해주었다.

  “정작, 한 명은 3년 전부터 저 상태지만.”

  텟시는 그 말과 함께 다시 한숨을 푹 하고 쉬었다. 그 모습에서 담배만 입에 물린다 해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리라.  

  “병원에서 소리 지른 건, 미안하게 됐어.”

  텟시는 인상에 깊이 남을 만한 사투리가 섞인 목소리로 타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래도 타키는 아직도, 지금 상냥하게 말을 걸어오는 이 청년이 못미더웠다. 첫 인상이 워낙 인상 깊었어야 말이지.

  “여기만 오면 신경이 곤두서거든. 그 의사라는 자식, 허구한 날 저런 꼴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둥, 책임 의식 같은 건 전혀 없고.”

  “저야말로,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미안해 할 건 없어. 이 녀석, 아직도 자기 탓이라고 하면서 자책하고는 하니까.”

  연장자가 어린 아이를 어르듯이 상냥하게 타키를 대한 사야는, 텟시와 함께 그 날의 일을 되짚으며 이 도쿄에서 온 소년에게 당시의 상황을 가르쳐주었다.

  “우리도 각자 따로 떨어져 있는 바람에, 전혀 주변 상황에 신경 쓸 수가 없었어. 운석이 떨어지고 나서야, 미츠하가 없어졌다는 걸 알았거든.”

  사야는 아직도, 이 병원을 방문할 때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후폭풍이 겨우 잦아든 뒤에, 주민 센터 쪽에서 온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라고. 이장님께서 주민 센터에서 나간 뒤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그래서 내가 마을 사람들과 같이 마을 쪽까지 달려갔었는데……”

  그리고 혜성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곳에서, 풍비박산이 나버린 마을의 잔해를 뒤지던 텟시는 ‘그들’을 보고야 말았다.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를 끌어안고 기절한 이토모리 이장.

  그리고.

  그들보다 더 먼 곳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꿈틀대면서도 의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소녀.

  소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가, 들것에 실려 앰뷸런스에 몸을 싣자마자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함께 병원에 이송되었던 이장은 몇 주 뒤 무사히 퇴원했다. 그로부터 몆 주 뒤, 이장이 품고 있었던 아이 역시 퇴원해도 좋다는 진단을 받고 원래 생활로 돌아갔다.

  정작, 소녀는 결국 그 뒤로 깨어나지 못했다. 

  기적의 대피훈련 중에 발생한 한 사람만큼의 재앙. 

  당시의 의사의 말을 좀 빌리자면, 그런 운석이 떨어진 장소에서 혼수상태 내지 식물인간으로 끝난 것도 기적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다고 해서 텟시가 의사한테 주먹을 휘두르려고 들 줄은 몰랐어.”

  “의사고 뭐고,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잖아.”

  그 재앙으로부터 3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의 끝에서 자신들의 친구를 방문한 소년이 있었다.

  바로 이 소년. 

  자신을 타치바나 타키라고 소개한, 도쿄에서 온 소년.

  텟시도, 사야도 지금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3년 전부터 의식 불명에 빠져버린 친구를, 도쿄에서 왔다는 소년이 친구의 상징과도 같았던 실매듭을 들고 이 물건의 주인을 찾으러 왔다면서 병원을 방문했다.

  타키는 이제, 자기가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를 두 사람에게 말해 주었다. 소녀가 3년 전에 건네 준 실매듭, 그로부터 3년 뒤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도쿄에서의 만남, 그 때 나왔던 혜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일까지.

  “혜성이라고?”

  타키의 말을 모두 들은 두 사람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당신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게감 있던 텟시의 표정이, 순박한 시골 청년의 모습을 드러냈다.

  “사야! 이 사람이야!”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났다는 듯이, 아니면 오랫동안 품어왔던 의문이 풀렸다는 듯이, 텟시는 곧바로 타키의 양 어깨를 힘껏 움켜쥐었다. 

  “내가 그 때 그랬잖아! 수호신이라고! 그게 이 사람이야! 이 사람이, 바로 우리 마을을 구해준 수호신이었어!”

  텟시는 눈물을 흘리며, 타키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그 날, 소녀가 아침부터 벌인 소동에 대해서. 

  세 사람─아니, 한 소녀가 일으킨 거대한 기적에 대해서.


  “만약…… 미츠하가 그 날 당신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텟시는 어느새 타키에게 말을 높이고 있었다. 텟시의 눈에는 여전히 물기가 맺혀 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텟시는 타키가 자신의 마을을 구했다고 굳게 믿고 싶었다. 소녀─미츠하가 이 소년을 만났기에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었다. 이 소년이, 바로 우리의 수호신이다.

  “무슨 만화나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사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희미한 미소가 얼굴에 묻어나왔다.


  “그러고 보니…….”

  사야는 타키와 헤어지기 직전,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토모리 삼인방의 마을주민 대피작전이 시작되기 직전, 사야가 들었던 미츠하의 나지막한 속삭임.

  

  모두와 함께 살아남을 거야.

  반드시 살아서, 그 사람을 만나고 말거야.

  약속했으니까.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으니까.


  사야의 말을 들은 텟시도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미츠하가 의식을 잃기 전까지 자그마하게 중얼거렸던, 아까까지만 해도 의미를 알 수 없었던 말.


  약속했는데.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그리고 오늘, 

  두 사람은 그 말들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텟시와 사야는 그 이야기를 끝으로, 가로등이 비추는 길을 나란히 걸으며 타키의 시야 멀리로 사라졌다. 










  살갗을 파고드는 가을바람과 함께 식어가는 캔 커피를 망연자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타키는 오랫동안 벤치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담당 의사에게 말을 전해 준 덕분에,


타키 역시 그 중환자실을 드나들 수 있는 또 한 명의 ‘소녀의 지인’이 되었다.  





[Special Thanks]


너의 이름은 갤러리


BATTLEPAGE


[Original]


by 신카이 마코토(新海 誠)


[Written]


by 김누렁이





노란빛 하늘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사이 「혁명과 여정 사이」 

- 完 -


Next.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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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RE:2부 후기에서 언급했던, 미츠하 - 타키 중심점 전환 사이입니다.


앞으로 한 달 내로 3부 수정과정을 거쳐야 하니,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 코멘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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