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요즘 들어서는 이 시간이 더더욱 좋아졌다.

이 시간의 하늘은 세상에서 가장 큰 무지개가 떠 있는 것 같다.

그 하늘을 담아내고 싶어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하늘을 향해보지만, 핸드폰 액정을 통해 바라본 하늘은 눈을 통해 바라본 하늘이 담겨있지 않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며 핸드폰을 집어넣고 다시 저 하늘을 바라본다.

아직은 쌀쌀한 저녁 바람이 거칠게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거친 바람에 질끈 감았던 눈을 떴을 땐, 이미 태양이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 아래에서는 태양 빛이 아직 보이긴 했지만, 바라보는 이 순간에도 약해지고 있었다.

그 풍경이 어쩐지 서글퍼 보여 괜히 마음이 찡해지려는 순간이었다.


"미츠하."


날 부르는 목소리.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에는, 타키가 서 있었다.

하늘색 스웨트셔츠에 검은 데님바지를 입은 그를 희미하게 남은 햇빛이 비춰주었다.

그 모습을 보자 서글퍼지려던 마음이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를 봄의 반가움이 채웠다.

그 반가움이 타키를 바라보는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고, 남은 반가움은 그를 반기는 내 목소리에 담겨 나왔다.


"안녕, 타키."

"들어가 있지, 추운데."

"날 풀려서 괜찮아. 들어가자."


따뜻한 손으로 내 볼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고,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나야 슬리퍼를 신고 있었으니 쉽게 현관을 지나쳤지만, 타키는 한 손이 나에게 붙잡혀있어서인지 쉽게 운동화를 벗지 못했다.

아니, 그것보다도 몸을 크게 휘청휘청하면서도 날 잡은 손은 비교적 적게 흔들리는 거로 봐선 날 배려하느라 끙끙대는 것 같다.

기우뚱기우뚱 이리저리 몸을 흔드는 그를 위해 내가 잡은 손에 힘을 살며시 빼려 하자 그의 손이 내 손을 강하게 잡았다.

그렇게도 내 손을 놓고 싶지 않은 건가.

그럼 그냥 쭈그려 앉아서 신발을 벗으면 좀 더 편할 텐데.

살짝 웃음 지은 나는 그에게 손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 그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아주었고, 그제야 그의 손에 힘이 조금 빠졌다.

어찌어찌 운동화를 벗은 그가 발을 이용해 신발을 정리하고는 집 안으로 올라왔다.


"어서 와요."


내 말에 타키는 머쓱한 듯 볼을 긁적였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는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의 부드러운 입술에서 입을 떼고 나서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리면서도 우리는 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복도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지나가기에는 살짝 좁았기에 자연스럽게 그가 날 뒤에서 껴안은 상태로 조심조심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뒤에서 들리는 그의 숨소리와 등을 통해 전해지는 그의 움직임이 왠지 모르게 기분 좋았다.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하나둘 호흡을 맞춰서 마침내 거실에 다다르자 두 사람이 나란히 서기에 충분히 넓어진 공간을 무시한 채 그대로 소파로 걸어갔다.

소파에 타키가 먼저 앉았고, 나는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내 손을 잡은 채, 그는 양손을 앞으로 모아 내 배를 껴안았고, 나는 다른 한 손도 그의 맞잡은 손 위에 올렸다.

타키의 몸에 기대자, 내 왼편 어깨에 약간의 묵직함이 느껴지면서 머리카락 커튼 너머로 그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숨소리에 고개를 살짝 기대자, 그가 불편했는지 조금 고개를 움직여 위치를 조정했다.


"미츠하."

"응?"


그가 나지막이 뒤에서 나의 이름을 불렀다.


"머리했어?"

"응. 어떻게 알았어?"

"좋은 냄새가 나."

"그래?"

"응."


타키는 말을 마치고는 내 머리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려는 듯 크게 숨을 쉬었다.

약간 부끄러웠지만, 그의 머리에 기대고 있는 게 좋았기에 조금 참기로 했다.

세 번가량 숨을 쉬고 난 뒤 내가 고개를 들자 그 역시 내 어깨에서 머리를 떼어냈다.

그와 동시에 그가 내 배를 끌어안은 손에서 힘을 풀었고, 나 역시 그의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보자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는 타키가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고슴도치 인형 같아서 그의 머리를 쓰다으니 그가 갑자기 훗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왜?"

"아니, 갑자기 미츠하가 이러니까 조금 이상해서."

"뭐가?"

"꼭 누나 같잖아."

"누나거든요."


둘의 입장차이를 분명하게 하는 내 말을 그는 그랬나 하며 가볍게 넘겨버렸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내가 연상임을 한 번 더 강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앞서서 내 입에서 다른 소리가 났다.


"에, 에, 에츗!"


갑작스럽게 재채기가 나와서 급하게 고개를 돌리고 난 뒤, 휴지를 찾아 코를 닦았다.

으으, 하필 이럴 때 재채기가 나오다니.

부끄러움에 내 얼굴로 피가 살짝 쏠리는 걸 애써 감추고 태연함을 유지하며 휴지를 다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흠흠, 타키. 저녁은 먹었어?"

"아니, 아직. 집 가서 옷만 갈아입고 온 거야."

"그럼 지금 밥 먹을래?"

"미츠하가 해주는 거야?"

"어제 만든 것뿐이지만."


내가 만든 것이라면 뭐든 좋다는 그의 말에 나는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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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다 먹은 우리는 안방으로 들어와 아직 정리하지 않은 코다츠에 앉아 차를 마셨다.

아니, 정확히는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눈앞에 두고서도 나도, 타키도 마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타키가 날 계속해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눈싸움이라도 하려는 건가 해서 마주 바라봤지만, 꾸준히 눈을 깜빡이는 걸로 봐선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 역시 고개를 꺾으며 날 바라봤다.

내가 고개를 들자, 그 역시 고개를 다시 들었다.

손을 뻗어 그의 눈을 가려보기도 했지만, 타키는 미동도 하지 않고 날 바라보았다.

결국, 난 그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왜 그래?."

"음..."


내 말에 타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르는 듯 입을 다물고 작게 소리를 냈다.

그리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되겠다."

"뭐가?"

"네가 너무 예뻐서, 새로 산 머리핀이 눈에 안 들어와."

"뭐?"


그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한 나는 어이가 없어서 콧웃음을 지어버렸다.


"설마 그 말 하려고 지금까지 그런 거야?"

"그치만 다른 말이 생각나질 않았는걸."

"징그럽거든요."


하여간. 이젠 이런 것 별로 신경 안 쓰는데.

처음 만날 때는 내가 옷을 새로 사도, 머리를 새로 해도, 새 신을 신어도, 매니큐어를 발라도 눈치 못 채는 둔한 남자였다.

그 시기엔 나도 타키 만날 때마다 힘을 잔뜩 주었기에 그가 그런 걸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이 생겨났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는 와중에 내가 그걸 미키에게 얘기를 한 뒤부터, 만날 때마다 타키는 필사적으로 날 살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내가 신경 쓴 부분을 그가 알아줄 때마다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지금은 그때의 풋풋함은 사라지고 능구렁이 한 마리가 타키의 속에 들어앉아 있지만.

아마 방금 한 말도 내 머리핀을 뒤늦게 발견하고 어떡할까 하다가 그냥 입에 발린 말로 넘기려고 한 것이겠지.

그렇지만 그 말이 아주 싫지만은 않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셨다.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가자 기분이 조금 더 좋아졌다.


"그 머리핀도 오늘 산 거야?"

"응. 머리하고 오는 길에."

"잘 어울려."

"고마워."

"미용실 가면 시간 꽤 걸리지 않아?"

"그렇긴 한데, 보통은 직원이 이것저것 말을 걸거나 잡지를 보거나, 핸드폰을 하니까 지루하진 않아."

"그래?"


타키는 차를 마시고 손을 코다츠 아래로 집어넣었다.


"직원이랑 무슨 얘길 했는데?"

"그냥 뭐, 잡담."

"예를 들면?"

"요즘 어떤 헤어스타일이 유행한다거나. 화장법 얘기도 좀 하고."

"오늘은 어떤 얘길 들었어?"

"음..."


그의 말에 잠깐 생각하던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왜?"

"아니, 오늘은 직원이 나보고 대학생 같다고 하더라. 그냥 립서비스였겠지만."

"아니야."


내 말을 반쯤 자르며 타키가 말했다.


"다른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미츠하라면 진짜 그렇게 보여서 물어본 걸 거야."

"엑, 에, 에츄!"


닭살 돋는 타키의 말에 뭔가 한 마디 해주려 했지만, 또다시 재채기가 나오는 바람에 코를 훌쩍였다.

내가 코를 가리고 휴지를 찾자 타키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휴지곽에서 휴지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자, 휴지."

"고마워."


소리를 죽여서 코를 풀자, 타키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봤다.


"감기든 거 아냐?"

"아니, 그냥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

"봐봐, 열 있는 거 아냐?"

"괜찮데두."


타키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내 이마에 손등을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코다츠에 들어있던 손이 훨씬 더 따뜻했기 때문인지 타키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이마를 몇 번이고 누르는 그의 손을 잡자, 타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내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걱정하고 있었다.


"날씨 풀렸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돼."

"나도 알아."

"오늘도 가벼운 차림으로 밖에 나와 있었잖아."

"오래 서 있던 것도 아닌걸."

"바람이 셌잖아."


탁자 위에 올려진 내 손을 쓰다듬는 그의 손가락에도 걱정이 담겨있었다.

더는 타키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앞으로 주의할게."

"응."

"그건 그렇고, 오늘 자고 갈 거지?"

"아니, 그러곤 싶은데 내일은 약속이 있어서."

"아 맞다. 내일 친구들이랑 만난다고 했지?"

"미안해."

"아니야, 잘 놀다 와."

"고마워, 미츠하."


가볍게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문득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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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어지럽다.

아파.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이불 아래에 덮인 옷은 이미 땀으로 절어서 몸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참기 어려울 정도로 더워서 이불을 들치려고 팔을 들려 하자, 무거운 통증이 피부를 울린다.

그 아픔이 피부를 타고 올라와 이마 밑에서 뒹군다.

그 고통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내며 몸을 꿈틀거리자, 젖은 옷과 이불이 불쾌하게 달라붙는다.

몸이 움직이며 살짝 이불이 들렸는지, 차가운 바람이 갑작스럽게 젖은 몸으로 불어왔다.

한 번 차가움을 겪 고나자 이번엔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지러운 손을 겨우겨우 움직여서 이불로 몸을 싸맸다.

숨쉬기조차 힘든 얼굴을 덮기 위해 팔을 움직인다.

속에서부터 뜨거운 숨이 올라와 답답하게 내 입을 나간다.

물속에 잠긴 듯 움직이기 어려운 손으로 이불을 잡아 머리를 덮자, 이번엔 발이 이불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 으..."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옆으로 기울이자 뇌가 머릿속에서 미끄러지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옆으로 돌아누운 체 천천히 다리를 접자 종아리에 맞닿은 허벅지가 뜨거웠다.

아니, 허벅지에 맞닿은 종아리가 뜨거웠다.

아니, 어느 쪽이 더 뜨거운지 모르겠다.


"추워..."


온몸이 이불 안에 들어가 있었지만, 여전히 추웠다.

그렇지만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나도 머리가 아프다.

피부를 찢고 나오는 듯, 두개골을 밖으로 밀어내려는 듯 머리가 아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뜨거운 팔뚝으로 얼굴을 감싸고 몸을 더욱 둥글게 마는 것뿐이었다.

내 팔은 뜨거웠지만, 그 팔보다도 내가 내쉬는 호흡이 더욱 뜨거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슬프거나 외롭거나 그런 감정 때문에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그냥 눈이 아파서 나오는 눈물.

물방울이 내 얼굴을 타고 베개로 미끄러졌지만 닦을 수조차 없다.

두 눈을 감고 있어도, 어둠마저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아파.

엄마.

이제는 얼굴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

아파.

여전히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베개에 얼굴을 비벼서 눈물을 지워내자, 뇌수가 출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베개에 파묻힌 얼굴이 끝없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습기와 열기로 가득 찬 이불 속에서 숨쉬기가 힘들어 이불을 조금 끌어내렸다.


"콜록, 으..."


차가운 공기가 젖은 얼굴에 맞닿자, 기침이 나왔다.

크게 한 것도 아닌데, 그 작은 울림이 몸속을 흔들고 목을 긁어낸다.

숨쉬기는 한결 수월해졌지만, 말라버린 콧속이 따갑다.

궁여지책으로 양손으로 코를 덮고 숨을 쉬어보지만, 여전히 콧속과 목젖 부근이 따갑다.

따가운 코 대신 입으로 숨을 쉬자 조금은 나아졌다.

하지만 곧 입안이 말라버린다.

여전히 코는 따갑고, 몸은 작게 떨린다.

떨지 않으려고 해도, 근육들이 작은 알갱이처럼 좌우로 떨린다.

그 때문에, 어떻게 자세를 취해도 불편하다.

조금 더 편한 자세를 취하고 싶어서 몸을 움직이면, 핑하고 머리가 돈다.

눈을 뜨면 눈부셔서 괴롭고, 그렇다고 감으면 밖에서 누군가 누르는 것처럼 아프다.

그런 통증과 함께, 끈적한 피로가 몸을 감싸온다.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피로에 몸을 담그니 서서히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방 안이 주황색으로 물들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다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덕분인지, 한결 몸이 나아졌다.

몸이 나아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면서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인지 목이 말랐다.

아직은 어지러운 머리를 달래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차가운 공기가 땀에 젖은 잠옷과 붙어있는 내 피부에서 열을 뺏어간다.

한기가 잔뜩 든 몸을 문지르면서 서랍에서 갈아입을 옷을 고른다.

하지만 갑자기 짜증이 올라와 대충 아무 옷이나 챙겨 욕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끈적한 몸을 당장에라도 씻고 싶지만, 발걸음을 옮기는 것마저도 힘들어 젖은 옷을 벗고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는 선에서 타협했다.

차박, 젖은 옷이 빨래바구니에 부딪히면서 물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나 스스로 느껴질 정도로 몸에서 열기가 올라온다.

몸을 수건으로 닦는 도중에도 뜨거운 한숨을 몇 번이나 내뱉었다.

특히 하반신을 닦기 위해 몸을 숙일 때에는 머리에 피가 쏠려서 넘어질 뻔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뛸 때마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리고 머리가 울린다.

당장에라도 주저앉고 싶지만, 벽을 짚고 버텼다.

어느 정도 진정되자마자 사용한 수건도 바구니에 던져넣고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는다.

몸을 움직인 덕분인지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평소보다 무거운 발을 옮겨 부엌으로 향한다.

물과 함께 감기약이 부어오른 목구멍을 억지로 벌리고 넘어가면서 통증을 남긴다.

목이 마르지만, 그 통증 때문에 얼마 마시지도 못하고 컵을 내려놓았다.

컵과 약을 정리할 마음이 도저히 생기지 않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침대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우니 핸드폰 액정에 불이 들어온다.

삐졌냐고 물어보는 타키의 문자.

확인해보니, 일정 간격으로 타키가 보낸 메시지들이 밀려있었다.

무거운 손가락을 움직여 답장을 쓴다.


-아니, 아파서 자ㄱ


멈칫, 글을 쓰던 손을 멈추고 작성된 글을 전부 지웠다.


-아니, 핸드폰 충전을 깜빡해서... 미안해, 타키. 걱정 말고 재밌게 놀아.-


발송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던지듯 핸드폰을 놓는다.

핸드폰이 침대 위에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와 진동이 다시금 머리를 울렸다.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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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내 부드러운 천이 내 몸을 쓸고 올라가는 느낌이 났고, 내 어깨에 무언가 가벼운 것이 덮이는 게 느껴졌다.

내 몸을 가볍게 누르는 느낌이 어깨에서부터 가슴으로, 배로, 다리로 퍼져나간다.

아마도 이불...인 것 같다.

언제 잠들었지.

몽롱한 가운데, 내 머리 위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약간의 무게감과 따스함이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게 느껴진다.

그 행동이 다정해서 나도 모르게 조금 신음이 나왔다.

꿀꺽.

조금 끈적한 침을 삼키자 부은 목이 아파졌다.

하지만 견딜만 했기에 고통을 호소하는 대신 가만히 눈을 떠봤다.

약간의 빛에도 눈이 시려 몇 번이나 깜빡인 끝에, 오른쪽 눈을 아주 살짝 뜨는 데 성공했다.


"깼어?"


내 오른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갑자기 안심되었다.

살짝 고개를 돌리니 가느다란 시야 사이로 타키의 얼굴이 보였다.

희미하고 번져있긴 하지만 분명 타키의 얼굴이었다.


"응."

"미안해. 아픈데 혼자 있게 해서."


타키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불쌍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이 남자는.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난 지금 타키가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괜찮다는 말 대신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 위로 내 손을 올린다.

물에 잠긴 듯 묘한 부유감을 느끼는 근육들이 간지러웠지만, 타키의 손등과 붙은 손바닥에서 오는 행복함이 그걸 견디게 해줬다.


"모임은?"


자다 깬 탓인지, 아니면 목이 부었기 때문인지 내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갈라졌다.


"잘 다녀왔어."

"나 때문에 일찍 온 건 아니고?"

"아니."

"그랬으면 혼낼 거야."

"안 그랬어."

"진짜지?"

"응."

"잘했어."


대화하는 사이 맑아진 시야로 보이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팔에 힘이 안 들어갔다.

그래서 대신 타키의 손에 올린 손가락을 움직여 그의 손가락을 쓰다듬어주었다.

갑자기 타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왜?"

"설마 쓰다듬어 주는 거야?"

"응."

"아픈 건 미츠하면서."


그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살짝 웃어주었다.


"약은 먹었어?"

"응."

"좀 더 자. 아직 밤이야."

"응."


내가 대답하자 타키가 내 손을 이불 아래로 넣어주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그리곤 이마를 내 이마 위에 살짝 가져다 대고 눈을 감았다.

냄새나지 않으려나.

그의 얼굴에 닿은 내 숨결이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기에 살짝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그를 따라 가만히 눈을 감았다.

잠시 후 타키의 이마가 떨어졌고 곧이어 이마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눈을 뜨자 서 있는 타키의 모습이 보였다.


"잘 자, 미츠하."

"응. 타키도."


그의 인사가 너무나도 다정했기 때문일까.

그렇게 잤는데도, 나는 금세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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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태양이 저물어가는 하늘부터, 달이 떠오르는 하늘까지 고개를 움직여 쭉 둘러보면, 마치 커다란 무지개가 하늘을 덮은 것 같다.

오늘처럼 얇은 구름이 하늘을 노을빛으로 수놓는 날이면, 그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담아낼 수 없음을 앎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태양을 향해 핸드폰을 들어 올린다.

하지만 곧, 역시나 과학이 자연을 담아내기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며 다시 문명의 이기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리곤 날 때부터 지닌 렌즈를 통해 머리 깊은 곳에 있는 필름에 그 노을을 인화한다.

띵-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발소리.

언제부터 좋아했을지 모를 저 하늘이, 이맘때쯤 더더욱 좋아진 이유다.

그건 분명, 이 시간의 네가 특히 사랑스럽기 때문이겠지.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감추지 않고.

나는 오늘도 너의 이름을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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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콘 보고 인트로 생각나서 쓴 글.



이하는 내가 쓴 글들.

각각 따로따로의 단편으로 봐도 좋고, 하나의 이야기로 봐도 좋아.


기적의 대가는

그대를 사랑함은

다시 한번, 나는

다시 한번, 우리는

그들의 인연은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행복은

우리가 흔들림은

당신을 닮길 원해요.

친절함은 일상에서 드러난다.

차라리...아니야

우리의 추억은

당신과 나누길 원해요.

그런 당신이 고마워요.

그날 밤 우리는

그날의 단맛은


진심 another side(3차 팬픽)


(R)일상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