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4b2c534ebd335a3&no=29bcc427b28a77a16fb3dab004c86b6fb0c4686306b615a58b4dbac9461812661ba5b7611a7e729bee601f9442c07c2a2f1c708515370c0f5c46


<핫산의 작품링크>


<기다림>



「잠시 후 보통 치바 행 열차가 들어오겠습니다.」


방송이 끝나자 노란색 띠를 두른 열차가 도착하여 사람들을 내려 주고 다시 싣고 간다.

사람이 뜸해진 오후. 요요기역 승강장.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의자엔 한 여인이 앉아서 지나가는 열차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혹시나 그가 타고 있는 건 아닌지. 계속해서 기다려 본다.

벌써 몇 년 째인지 모르겠다. 가끔 생각 날 때마다 와서 기다리는 그 의자.


사람이 많이 타지 않는 승강장 뒤쪽의 그 의자는 언제나 그녀를 기다리듯 비어있다. 간혹 앉아 있는 사람이 있어도 조금만 기다리면 도착하는 열차에 승차하기 때문에 그 의자는 그녀의 몫이 되곤 한다.


‘오늘은 그가 이 열차에 타고 있을까?’


막연한 기대감. 아직 기억나는 그 때의 그 순간.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의 이름도, 얼굴도 생각나지 않지만. 바로 보면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의 기대감과는 달리 열차는 무심히 다른 사람들만 싣고 도착하고 또 출발한다.


‘오늘도 그는 오지 않는 구나.’


체념을 하고 일어서는 그녀. 건너편 승강장으로 건너가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반대편에 도착하는 열차를 바라본다.


역시나 그는 없다.


「잠시 후 보통 미타카 행 열차가 들어오겠습니다.」


그녀가 돌아갈 길을 안내해줄 열차가 도착한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임으로 도착하는 열차에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한 대만 더 기다려보자. 내가 이곳을 떠난 사이에 그가 타고 이 역을 지나가면 다시 못 만나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열차는 그녀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제 돌아갈 시간.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는 건 그녀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할 것 같았다.

열차가 도착하고 그녀는 비어있는 출입문 쪽에 기대어 선다.

언제든지 반대편 열차를 볼 수 있도록.


해는 반대편으로 지고 있을 시간. 그리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

열차는 점점 사람들로 혼잡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혼잡함은 그녀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열차는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지만. 지금 그녀의 느낌은 열차를 독차지 하고 있다는 느낌.


열차안의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도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출입문이 열릴 때만 살며시 비켜 주고 이내 그 자리에 다시 선다.


종착역이 가까워질수록 열차 안은 비어가고 자리가 하나 둘 씩 나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다.


그저 열차 창밖의 풍경을 멍하니 보고 있을 뿐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쿄 동쪽의 수많은 빌딩들과 집들. 


지금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을 뿐.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막연한 기다림은 벌써 10년 째 그녀를 그렇게 그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 열차로 인도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열차에서는 출입문 옆자리에 앉아 상념에 잠긴다. 


‘난 무엇 때문에 계속 기다림을 반복하는 걸까. 이젠 지쳐.’


기약 없는 기다림은 그녀를 점점 지치게 만든다.

고향을 떠나온 도쿄는 아무도 그녀를 반기지 않는다.

그녀는 그런 도쿄에서 고독하게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닌다.

물론 학교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은 그녀를 상냥하게 맞이해주고 대해준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녀의 진심을 몰라준다.


‘내 진심을 알아줄 수 있는 단 한사람.’


오늘도 그렇게 그녀는 열차 안에서 외롭게 눈을 감는다.

목적지에 내린 후 아무도 기다리지 않을 자신의 집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지만 그녀의 시선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늦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고 그녀는 옷깃을 여민다.


‘추워... ’


중얼거리는 그녀의 뒤로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그렇게 오늘 하루도 무심하게 지나간다.


<기다림 끝>


<잡담>


지하철을 타고가다 문득 생각나서 짧게 써봤습니다. 

밀린 단편도 써야하는데 계속 초단편만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