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요츠하 Another Side : moonbound



sayaka's Journal



“숙녀에게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엄청 무겁다는 텟시의 엄살에 사야는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장난인걸 알지만, 꽤 민감한 문제다.


나름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미츠하가 너희들 진짜 사이좋다고 할 때 정색할 것은 없잖아...
나도 그러긴 했지만...


사야는 이런 저런 생각은 한 켠에 밀어버렸다.


어차피 원하던 걸 단번에 얻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사야는 기다리는 일에 능숙했다. 늘 우선순위는 언니였으니까.


미츠하가 눈치 챈 건 진잔부터  알고 있었기도 했다.

사야는 충분히 상식적인 여자였으니까.


 미츠하는 텟시와 사귈 마음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텟시는 미츠하가 원하는 걸 줄 수 없으니까.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텟시의 마음이 변할때까지. 

그러니 쓸데없이 질투심에 불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말해주는 편이 낫겠지.
사야는 어제 일을 미츠하도 알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츠하, 오늘은 머리 잘 묶었네?”


“머리? 무슨 소리야?”
미츠하가 갸우뚱 거리면서 말했다.


이상한 일이다. 미츠하는 어제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이 미묘한 차이를 사야가 모를 리가 없었다.  


사야는  역시 이상한 일에는 이상한 결과가 따르는 법인가 생각하면서도  어제 일을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할머니가 액막이는 제대로 해줬어”
“액막이?”
“너 분명 여우에게 홀린 거였어!”
“뭐?”


그리고는 텟시에게 잔소리를 퍼부어야 했다.
이 녀석은 다 좋은데 못하는 말이 없다.
나름 걱정 속에서 나오는 말인데 이렇게 바보 같은 말이여서야. 누가 좋아 하겠어.
역시 나 말고는 데려갈 여자가 없는 놈이다.


그렇지만 제대로 써먹기 위해선 개조가 필요하다.

이녀석은 잔소리라는걸 들을 필요가 있다.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 업이 깊다.


“너는 뭐든 그렇게 오컬트랑 연결 짓더라! 미츠하는 그저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래, 그치?”


 “저, 저기 지금 무슨 소리야?”

이런, 미츠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사야는 곤란하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자연스럽게 이어갈 말을 골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뭐라고 말해 보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낡은 확성기 소리에 묻혀 버렸다.


비닐하우스가 죽 늘어선 밭 건너편 마을에서 운영하는 쓸데없이 넓은 주차장 부지

-사야는 여기에 부정한 이권이 연결되었다는 언니의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꽤 그럴법 하다.-에 십여 명 쯤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가운데 유난히 키가 큰 사람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 남자는 성격처럼 빠릿한 양복과는 대조적으로 촌스러운 띠를 두르고 있었다.


현직 미야미즈 토시키

미츠하의 아버지. 정장 선거 유세중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마을의 재생 산업을 지속하고 이를 위해 면의 재정을 건전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실현 되어야만 비로소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현직 정장으로서 지금까지 추진해온 마을 활성화를 완수하고자 합니다. 더욱 갈고 닦고자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열정으로 이 마을을 이끌어 어린아이부터 지역 어르신까지.....


고압적이고 유들유들한 연설.


청중들-동네 이웃이다-의 냉소
바보같은 삼총사의 조롱.


결정적으로, 이장님이 던진" 어깨 펴고.‘’


미츠하의 어깨가 굳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분위기가 질량을 가진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짖눌리고 있었다.


이럴때면 미츠하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이 마을이 어떤곳인지 확신이 든다.

확성기를 들이대면서 야단치는 아저씨가 어쩐지 무섭게 느껴져,
도망가는 미츠하를 잡지 못했다.


미츠하는 이 와중에도 달리지 못했다.

도망가는 것으로 보일 테니까...


그래서 잡는 대신 발을 좀 더 빨리 놀렸다. 미츠하가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사야는, 미츠하의 뒷모습을 보면서 사야는 어쩌면 텟시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우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교활하고, 음습했다.


어떻게든,

 사야는 고개를 돌려 텟시를 바라보았다.


텟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의 약속이 오갔다.


바라는 일은 아니지만...


사야와 텟시는 무슨 약속을 했는지 잘 알았다.
적어도 사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제 일, 생각 안나니?”
“으, 응”


사야는 쉬는 시간이 오자마자 다시 추궁했다.
뭔가 돕고 싶었지만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딱히 대답은 없었다.
미츠하는 그저 바나나 주스를 쭉 빨아들이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히려 미츠하가 묻고 있었다.


마치 나 어제 뭐 했었냐고 묻는것 같아,

허둥지둥 말했다.


생각해보면 야, 네 일을 네가 모르면 어떻게 알아!라고 해야 하지만,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

미야미즈에는 그런 힘이 있다.


“...그게, 너, 어제는 책상도 사물함도 기억 안 난댔잖아.
머리는 자고 일어난 그대로 산발을 해서는 묵지도 않고, 교복리본도 풀어 헤쳐져 있었어.
하여튼 뭔가 계속 이상했어.”


미츠하는 이번에도 침묵하더니 용수철처럼 말을 토해냈다.
“뭐, 말도 안 돼. 진짜로?”


“뭐랄까, 어제 미츠하는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같았지...”


사야는 기억상실증이었어. 라는 말을 간신히 삼킨 채 말했다.
사야는 의사가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점심시간에도 별 소득은 없었다.


“생각 안나니?”
“으, 으응”
“정말?”


의 연속이였으니까.

미츠하는 어제 일을 정말 깡그리, 아주 잊어버린 듯 했다.
정말 사소한 일 하나 하나까지도. 모두.


정말로 기억 상실인가.


사야가 탄식할 때 쯔음 미츠하가 다시 말했다.


“음....계속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아. 그건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 같은 꿈?. 음 잘 기억도 안나.” 미츠하는 정말로 그 말을 끝으로 화제를 잘라 먹었다.


정말 도움이 되고 유익한 말이다.

사야카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전혀 모르겠다는 완벽한 결론이 나왔다.

짝짝짝.


이 와중에 텟시는 에버렛 어쩌고 이상한 소릴 했고.

그것으로 그날 대화는 쫑났다.


텟시의 말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할까 보냐.


그렇지만 이 일이 단발성 에피소드로 묻히는 일은 없었다.


그 다음번에도 몇 번이나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여자애들과 힘을 합쳐 인간 바리케이드를 쳐야 하는 날도 있었다.


여자애들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들도 조금씩 들려왔는데,

마이클 잭슨 같은 춤을 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여자애에게 고백 받으면서 당황하는 미츠하를 보면 사실인 것 같다.

물론 원래대로 ‘돌아온’ 미츠하는 전혀 추지 못했다.


왜 할줄 모르는 걸 시키냐고 원망만 들었다.
윽.


이상한 일을 고해 바칠때 마다 표정이 울그락 불그락 변하는 건 이해할수 있다.


그렇지만 속옷을 한손으로 푸는 시도를 했던 걸 알려줬을 때는 차갑게 화내기까지 했는데,
갈수록 알기 어렵다.


일단 미츠하잖나?
왜 남을 원망하듯 구는 건지 알수 없다.
미츠하는 그런 자신을 거부하고 싶은 걸까? 그래서 억누르는 걸까?
그렇지만 무의식중에 억압하는 게 그런 방향을 지니는 건 유행이 조금 지난 이야기라고 들었는데-


뭐랄까, 사야의 상식과 붕 떤 무언가가 미츠하를 지배하는 것만 같다.
마치 신령이 미츠하에게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아니, 텟시에게 물들었나. 말도 안되는 일이다.그 런게 있을 리가.
미츠하는 그저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럴 뿐이었다.


만약 신님이 있었다면, 미츠하가 이렇게 대우받도록 냅두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사야는 생각했다.


사야가 생각하기에 가장 합리적인 것은, 미츠하가 오래 인내하던 것이 터진 것이라는 결론이였다.

무엇보다도 그런 날이면 머리 묶는 법부터 달라지지 않았는가?


미츠하의 매듭이 스스로를 속박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가설과도 맞아떨어졌다.


가장 이상한 첫날은 완전히 산발이었고.

일단 그 다음부터는 이상한 사무라이 모습이라도 묶긴 묶었으니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큰 사고는 치지 않겠지.


사야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한점 오차 없이 합리적인 결론이다.

미츠하는 이런 자신을 친구로 둔것이 다행임이 틀림없다.



그러니까. 다 쏟아 낼 때까지는 어리광을 받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지것 미츠하에게 의지하기만 했으니까. 이번에는 미츠하가 자신에게 의지할 차례였다.
 보답을 해야 했다.


다 쏟아 낸 다음은? 그렇다고 이 마을이 달라질까? 언젠가 다시 변하지는 않을까?
그런건 사야의 관심  밖이였다.


어차피 사야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할수 있는 일만하면 되는것이다.


사야는 그렇게 결심을 내렸다.


그렇지만 속옷도 안 입고 덩크슛을 날리는 칭구를 보자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 망할 칭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