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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공기가 차다. 차가운 새벽공기 탓에 책상에서 선잠을 자던 한 여성이 눈을 뜬다. 그녀의 눈에는 언제나와 같이 촉촉한 눈물만이 흘러내렸으나 오늘은 꿈속에서도 눈물을 흘린 탓일까, 기다란 눈물자국이 그녀의 볼을 따라 자리잡고 있었다.

이대로 다시 잠자리에 들 수도 있었다. 평소와 같다면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외출복을 차려입고 집을 나선다. 오늘따라 꿈의 여운이 진하게 남았기에, 지금 다시 잠자리에 든다면 이 여운마저 사라져 버릴 것 같았기에.

새벽의 밤거리는 한산했다. 주변엔 그 어떤 사람도 지나다니지 않았고, 촉촉한 밤안개만이 포근하게 그녀의 마을을 덮고 있을 뿐이었다. 미츠하는 걸었다. 그냥 발길 가는데로. 자신의 머릿속을 떠나려고 하는 그 여운의 끝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걷고 또 걸었다.

지금 그녀는 알지 못한다. 자신의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게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 기뻐도 웃지 못하고, 슬퍼도 울지 못하게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 그러나 원망은 하지 않는다.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는 몰라도 소중한 사람 또는 소중한 것이라는 일말의 아련함만은 가슴 속 깊이 남아있었으니까.

갑자기 깨어난 탓에 몰려오는 잠기운 탓일까, 그녀는 목적없는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그녀는 밤안개를 찢으며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그 누구도 알 수 없을테지만.

혹시 저 너머엔 그이가 있을까, 나에게 이 아련함을 심어준 그이가 있을까하며. 알지 못 할 감각에 휩쓸린 그녀는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늦은 밤 졸고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사랑 싸움하는 고양이들, 자그마히 자신의 목청을 뽐내는 풀벌레들, 그리고 그 사이를 혼자서 걷고있는 그녀.

하굣길. 시끄럽던 초등학생들도 지금은 없다. 자전거를 타고 짜르릉 소리를 내며 달려가던 우유 배달부도 지금은 없다. 이 길 위에는 혼자 조용히 걷는 나 하나만 있을 뿐.

그렇게 한참을 걷고 또 걷다 도착한 한적한 공원. 밤안개 사르르 내려앉은 초목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경은 그녀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공원 안으로 이끌었다. 그 밤공기에 취해 길을 걷던 차였을까, 그때 그녀의 귀에 어떤 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듯 한. 꿈속에서나 들었을 법한 나긋나긋하고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이 뛴다. 혹시 그이도 나와 같지 않을까. 차가운 새벽공기에 잠이 깨어 나와 같이 새벽산책을 나오지 않았을까.

그녀는 달린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잘 알 수 없는 직감에 휩싸여 뛰고 또 뛴다.

'있을리가 없지...'

그러나 역시 아무도 없다. 당연한 일이다. 그곳에 아무도 있을리가 없다. 그렇게 그녀는 오늘도 걷는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그이를 찾으며.

깜깜한 밤, 깜빡거리는 가로등만이 길거리를 비추고 은은한 달빛이 그녀를 위로하는 밤. 언젠가 만나기를 기약하며 그녀는 이 거리를 걷고 또 걷는다. 그렇게 그녀는 또 다시 밤안개 속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