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 링크 : http://gall.dcinside.com/yourname/782092
0.
평소보다 조금 더 천천히 걷는 걸음이 무색하게 왼손의 봉지가 주책 없이 찰랑거렸다. 자칭 '꼼꼼한' 미츠하씨가 짠 식사 당번표에 의하면. 오늘은 내가 저녁 당번인 날이라 굳이 장을 볼 필요는 없었지만. 뭐, 가계부 위의 펜놀림은 그 꼼꼼한만큼 날카롭기는 했으니. 나와는 다르게 일식이 특기인 그녀의 입장에선 냉장고 안의 상황이 그다지 탐탁치는 않았겠지. 애초에 오늘 하루의 일정이 홈데이트로 변해버린 상황에서 자기가 저녁을 만들겠다고 고집을 부린 탓에 이렇게 나와 있는 거고.
그걸 다시금 깨닫고 나니 콧노래를 흥얼대며 오른손을 꼬옥 붙잡은 손길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약간... 아니, 꽤나 당황스러운 해프닝의 틈새에서 잠시 잊고 있긴 했지만. 자기 체력조차 가늠하지 못해서 헉헉대던 9살 꼬마의 몸으로 요리라니. 칼날과 불길이 사람을 가리는 눈이라도 있었으면 모를까.
'정말 괜찮겠어?'
'응? 뭐가?'
한참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천진한 눈망울에 답을 건네기가 참 조심스러웠다. 몸이야 어려졌다지만 안의 그녀가 얼마나 자존심이 강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특히 이미 자기가 하겠다고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 건드린다면... 저 천진함이 불만을 넘어 표독스러운 맹수의 눈으로 변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다.
후, 그렇다고 마냥 져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르는 사고를 말 한마디 아껴서 막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바보같은 일은 없을테니까.
'물론 미츠하의 요리는 나도 좋아하지만... 걱정이 되서 그래.'
'에이 난 또. 그런 얘기였어?'
걸음을 멈춘 그녀의 가슴이 앞으로 한껏 존재감을 뽐낸다. 양 허리에 얹은 손이 축이라도 된 것 마냥. 굳건하게 세워진 몸에서 삐약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래뵈도 타키 군보다 3살이나 연상인 누나라구? 연륜을 무시하면 안 되요.
그거 알아 미츠하? 오늘 따라 나이를 엄청 강조하고 있는거. 그래서 더 우습고 귀엽게밖에 안 보이는거.
'하... 그래. 연상이라서 자기 체력 조절도 못하고 헥헥거리셨어요?'
'논점을 흐리지 마 타키 군. 그건 다른 얘기잖아. 그리고...'
흐려진 말끝의 대답 대신 다시금 살포시 쥐어지는 부들부들함이 오른손을 감쌌다. 햇볕의 열기와는 다른. 그녀의 볼처럼 조금 더 화사하고 붉게 익은 살가움을 지긋이 쥐었다. 또 지치면 타키 군이 안아 줄 거잖아.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 히히 하고 멋쩍게 웃는 모습이 아찔하게 심장에 박혔다. 그렇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논점 흐리지 말자더니 미츠하도 마찬가지잖아.'
'쳇, 안 통하네...'
'쳇? 지금 쳇이라고 했어? 방금까지 귀여운 모습은 다 연기였냐!'
'여자는 일생이 연기야. 아직 공부가 부족하네 타키 군.'
후- 담배라도 물었다면 꽤나 폼났을 것 같은 느낌으로 숨을 내쉰 그녀의 표정이 이내 진중하게 변했다.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은 듯 마냥 부드러운 얼굴에서 묻어나는 나름의 결의가 사뭇 비장해서. 나도 모르게 작은 입으로 시선이 쏠렸다.
'난 보답을 해 주고 싶은 거야. 왜 이런 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든 싫든 타키 군에게 좀 더 의지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 아까도 바보처럼 지쳐버렸지만 타키 군 덕분에 더 나아갈 수 있었잖아? 물론 몸이 이렇게 되기 전에도 의지하고, 의지받았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는 내가 좀 더 타키 군에게 의지해야 할 테니까.'
오른손을 더 꼬옥 쥐어오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어렸다. 그 손길에 담겨있는 감정이, 나눠지는 온기 속에서 전해지는 미안함과 신뢰가 뿌듯함이 되어 가슴 한 켠에 쌓였다. 내가 너를 얼만큼 걱정하고 염려한들 정말로 작아져버린 너의 근심보다 크지는 않았을텐데. 그 와중에도 내게 보답하겠다는 너의 예쁜 마음씨를 어쩌면 좋을까.
'그리고... 싫지는 않았어. 작은 몸으로 안기는 거... 음. 아, 안정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작은 것도 좋구나 생각해버려서. 아하하, 바보 같지 나!'
그러니까, 음... 그게 나한텐 보답이니까. 타키 군은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더듬거리면서 끝맺는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다시금 그녀의 몸을 훅 안아들었다. 꺅 하는 귀여운 비명이 가슴에 묻히며 심장을 아련하게 울렸다. 요란하게 찰랑대는 봉지와 다르게 꼬옥 안겨오는 몸. 그 작은 몸짓에서 그녀가 말하던 안정감을 넘어선 충족감을 느꼈다.
'미츠하의 마음은 알겠어. 그래도 혼자는 안 돼.'
'하지만 그러면...'
'의지하고 의지받는다고 했잖아? 같이 하면 되는거야. 기대하고 있을게. 미츠하가 만든 밥.'
그러니까, 미츠하도 내가 만드는 밥을 기대해 줘.
대답 대신 조금 더 가슴을 파고드는 감촉과 따뜻함을 느끼며 천천히, 두 사람의 보금자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1.
부드러운 느낌과 씹히는 식감 사이. 그 오묘한 간격을 조절하기엔 미숙한 칼질이 양배추를 연신 난자했다. 약식으로나마 요리를 해 온 입장에서 미숙하다는 말을 내 입으로 하는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지. 내가 손에 익힌 것은 양식이고. 미츠하가 잘 하는 것은 일식이니까. 양배추를 해체하는 작업 자체야 어려울게 없지만 오코노미야키에 맞는 최적의 간격이란 것이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따지고 보면 오코노미야키와 가라아케라는 알코올 냄새 물씬 나는 메뉴를 선정한 눈부터 의심스럽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몸으로 술을 생각한건 아니겠지. 그냥 평소의 습관일거라고 위안하려던 마음에 다시금 한기가 일었다. 술 냄새나는 습관... 어감이 마치 부도덕한 성직자같잖아.
후- 실없는 상념을 털어낸 눈이 미츠하에게로 향했다. 힘이 들어간 눈가나 꾹 다문 입이 사뭇 진지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고사리같은 손으로 닭다리살 껍질을 벗기는 모습과의 갭이 절로 미소를 자아냈다. 작은 손으로 살을 주물거리면서도 야무지게 뜯어내는 지방질과 껍질들이 싱크대 구석에 야트막하게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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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조금 더 천천히 걷는 걸음이 무색하게 왼손의 봉지가 주책 없이 찰랑거렸다. 자칭 '꼼꼼한' 미츠하씨가 짠 식사 당번표에 의하면. 오늘은 내가 저녁 당번인 날이라 굳이 장을 볼 필요는 없었지만. 뭐, 가계부 위의 펜놀림은 그 꼼꼼한만큼 날카롭기는 했으니. 나와는 다르게 일식이 특기인 그녀의 입장에선 냉장고 안의 상황이 그다지 탐탁치는 않았겠지. 애초에 오늘 하루의 일정이 홈데이트로 변해버린 상황에서 자기가 저녁을 만들겠다고 고집을 부린 탓에 이렇게 나와 있는 거고.
그걸 다시금 깨닫고 나니 콧노래를 흥얼대며 오른손을 꼬옥 붙잡은 손길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약간... 아니, 꽤나 당황스러운 해프닝의 틈새에서 잠시 잊고 있긴 했지만. 자기 체력조차 가늠하지 못해서 헉헉대던 9살 꼬마의 몸으로 요리라니. 칼날과 불길이 사람을 가리는 눈이라도 있었으면 모를까.
'정말 괜찮겠어?'
'응? 뭐가?'
한참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천진한 눈망울에 답을 건네기가 참 조심스러웠다. 몸이야 어려졌다지만 안의 그녀가 얼마나 자존심이 강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특히 이미 자기가 하겠다고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 건드린다면... 저 천진함이 불만을 넘어 표독스러운 맹수의 눈으로 변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다.
후, 그렇다고 마냥 져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르는 사고를 말 한마디 아껴서 막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바보같은 일은 없을테니까.
'물론 미츠하의 요리는 나도 좋아하지만... 걱정이 되서 그래.'
'에이 난 또. 그런 얘기였어?'
걸음을 멈춘 그녀의 가슴이 앞으로 한껏 존재감을 뽐낸다. 양 허리에 얹은 손이 축이라도 된 것 마냥. 굳건하게 세워진 몸에서 삐약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래뵈도 타키 군보다 3살이나 연상인 누나라구? 연륜을 무시하면 안 되요.
그거 알아 미츠하? 오늘 따라 나이를 엄청 강조하고 있는거. 그래서 더 우습고 귀엽게밖에 안 보이는거.
'하... 그래. 연상이라서 자기 체력 조절도 못하고 헥헥거리셨어요?'
'논점을 흐리지 마 타키 군. 그건 다른 얘기잖아. 그리고...'
흐려진 말끝의 대답 대신 다시금 살포시 쥐어지는 부들부들함이 오른손을 감쌌다. 햇볕의 열기와는 다른. 그녀의 볼처럼 조금 더 화사하고 붉게 익은 살가움을 지긋이 쥐었다. 또 지치면 타키 군이 안아 줄 거잖아.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 히히 하고 멋쩍게 웃는 모습이 아찔하게 심장에 박혔다. 그렇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논점 흐리지 말자더니 미츠하도 마찬가지잖아.'
'쳇, 안 통하네...'
'쳇? 지금 쳇이라고 했어? 방금까지 귀여운 모습은 다 연기였냐!'
'여자는 일생이 연기야. 아직 공부가 부족하네 타키 군.'
후- 담배라도 물었다면 꽤나 폼났을 것 같은 느낌으로 숨을 내쉰 그녀의 표정이 이내 진중하게 변했다.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은 듯 마냥 부드러운 얼굴에서 묻어나는 나름의 결의가 사뭇 비장해서. 나도 모르게 작은 입으로 시선이 쏠렸다.
'난 보답을 해 주고 싶은 거야. 왜 이런 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든 싫든 타키 군에게 좀 더 의지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 아까도 바보처럼 지쳐버렸지만 타키 군 덕분에 더 나아갈 수 있었잖아? 물론 몸이 이렇게 되기 전에도 의지하고, 의지받았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는 내가 좀 더 타키 군에게 의지해야 할 테니까.'
오른손을 더 꼬옥 쥐어오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어렸다. 그 손길에 담겨있는 감정이, 나눠지는 온기 속에서 전해지는 미안함과 신뢰가 뿌듯함이 되어 가슴 한 켠에 쌓였다. 내가 너를 얼만큼 걱정하고 염려한들 정말로 작아져버린 너의 근심보다 크지는 않았을텐데. 그 와중에도 내게 보답하겠다는 너의 예쁜 마음씨를 어쩌면 좋을까.
'그리고... 싫지는 않았어. 작은 몸으로 안기는 거... 음. 아, 안정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작은 것도 좋구나 생각해버려서. 아하하, 바보 같지 나!'
그러니까, 음... 그게 나한텐 보답이니까. 타키 군은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더듬거리면서 끝맺는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다시금 그녀의 몸을 훅 안아들었다. 꺅 하는 귀여운 비명이 가슴에 묻히며 심장을 아련하게 울렸다. 요란하게 찰랑대는 봉지와 다르게 꼬옥 안겨오는 몸. 그 작은 몸짓에서 그녀가 말하던 안정감을 넘어선 충족감을 느꼈다.
'미츠하의 마음은 알겠어. 그래도 혼자는 안 돼.'
'하지만 그러면...'
'의지하고 의지받는다고 했잖아? 같이 하면 되는거야. 기대하고 있을게. 미츠하가 만든 밥.'
그러니까, 미츠하도 내가 만드는 밥을 기대해 줘.
대답 대신 조금 더 가슴을 파고드는 감촉과 따뜻함을 느끼며 천천히, 두 사람의 보금자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1.
부드러운 느낌과 씹히는 식감 사이. 그 오묘한 간격을 조절하기엔 미숙한 칼질이 양배추를 연신 난자했다. 약식으로나마 요리를 해 온 입장에서 미숙하다는 말을 내 입으로 하는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지. 내가 손에 익힌 것은 양식이고. 미츠하가 잘 하는 것은 일식이니까. 양배추를 해체하는 작업 자체야 어려울게 없지만 오코노미야키에 맞는 최적의 간격이란 것이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따지고 보면 오코노미야키와 가라아케라는 알코올 냄새 물씬 나는 메뉴를 선정한 눈부터 의심스럽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몸으로 술을 생각한건 아니겠지. 그냥 평소의 습관일거라고 위안하려던 마음에 다시금 한기가 일었다. 술 냄새나는 습관... 어감이 마치 부도덕한 성직자같잖아.
후- 실없는 상념을 털어낸 눈이 미츠하에게로 향했다. 힘이 들어간 눈가나 꾹 다문 입이 사뭇 진지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고사리같은 손으로 닭다리살 껍질을 벗기는 모습과의 갭이 절로 미소를 자아냈다. 작은 손으로 살을 주물거리면서도 야무지게 뜯어내는 지방질과 껍질들이 싱크대 구석에 야트막하게 쌓여갔다.
평소였다면 약간이나마 호승심이 솟았겠지만. 자그마한 몸으로 손장난을 치듯 조물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없던 이타심도 생길 노릇이었다. 자기 나름대로는 이 누나에게 맡겨주시라! 하면서 자신있게 말하긴 했지만 그런 것보다...
먹여주고 싶다.
저 작고 아담한 입술 속에서 양배추와 오징어 고명의 하모니가 뿌뿌- 하는 김으로 승화되는걸 보고 싶다.
아직 다 여물지 않았을 입 안이 데이지 않도록 천천히 먹으라고 달래보지만 이미 늦었는지. 어떻게든 꿀떡 삼킨 조그마한 목젖에서 이내 우는 소리를 하겠지. 힝힝대는 소리를 반주삼아 떠다놓은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고 나서도 말야. 그러고 나서는...
'타키 군? 손이 쉬고 있잖아.'
'...응? 아, 미안!'
의자를 딛고 올라서도 내 어깨까지밖에 안 오는 한 쌍의 눈이 금새 엄한 빛을 띈다. 어느 새 대접을 가득 메운 닭고기의 산도 미츠하의 엄한 눈빛처럼 번들거렸다. 상념이 길긴 했던 모양이군. 꼬마 숙녀에게 뒤쳐지다니.
부우- 작은 투정과 함께 몇 점 남지 않은 닭고기를 끝장낼 손이 뻗어진다. 누가 경쟁을 붙인 것도 아닌데. 살짝 솟아나는 호승심에 이끌린 손이 오징어를 우악스럽게 쥐었다. 곧 상하로 나뉘어지며 내장을 흩뿌릴 미끈함을 느끼며 지긋이 힘을 주려던 그 순간
'아얏!'
얼핏 루즈했던 지금까지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비명. 본능적으로 돌아본 시선에 오른손 검지를 감싸쥔 그녀가 잡혔다. 본능적으로 뻗어진 손길이 꽤나 우악스러웠는지 그녀가 다시금 얕은 비명을 흘렸다. 다만, 그 비명을 신경쓸 새도 없이 그저 뭔가에 홀린 듯. 번들번들한 기름기 사이로 새빨간 존재감을 뽐내는 한 줄기 궤적이 과녁처럼 눈에 박혔다.
'...내가 걱정된다고 했잖아.'
'잔뼈가 있었나봐. 그래도 평소라면 이렇게 다치지는...'
'너 지금 네 몸에 대한 자각이 부족한거 아냐? 영락없는 어린애잖아. 하겠다고 벌려놓고 사고 치는 것도!'
...저질렀다.
아마도 뒤늦게 크게 뜨여졌을 내 눈 만큼. 놀람과 당혹으로 커진 그녀의 시선이 입 안에 쓰게 스몄다. 절로 풀려버린 손힘에 따라 그녀의 팔도 힘없이 축 늘어졌다. 이러려던게 아닌데. 사실 당장이라도 피를 닦아주고 싶었는데. 투우장의 황소라도 된 듯, 눈에 밟힌 붉음이란 놈은 어찌 이리도 영악한지. 딱 곤란한 순간까지만 이성을 잃은 입이 멋대로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가 없었다.
...미안. 잠깐의 적막을 깬 목소리엔 조금의 힘도 실려있지 않았다. 묵묵히 세제를 푼 손 위로 새하얀 기름기들이 피거품이 되어 어지럽게 뒤엉켰다. 손을 부비는 미끌미끌한 소리만이 허용된 주방 안에서 내 뇌도 생각을 멈췄는지. 잠시나마 그 모습을 멍하니 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래서는 안 돼. 천천히 제 자리를 찾는 정신보다 앞선 본능이 싱크대의 물을 틀었다. 어리둥절한 시선을 무시한 채 손에 묻은 점액질을 박박 닦아냈다. 타키 군?... 주방 수건에 손을 닦을 즈음에야 조심스레 물어오는 목소리가 조금 멀게 느껴지는건 내 미안함 때문이겠지. 걱정해서 그랬다고, 다치지 않길 바래서 화를 낸 거라고 포장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손 씻고 있어. 그 미안함 자체에서 우러나온 말이 아직 사막처럼 무미건조했다. 다 가라앉히지 못해 불안정한 심기로 그녀를 대하고 싶진 않았다. 거실의 수납장에서 구급상자를 꺼내는 열 걸음 남짓. 그동안 둘 곳 없는 시선을 조용히 마음으로 내리깔았다. 뭐라고 말을 건네야 할까. 자조하며 건넨 질문에 답을 내리기엔 돌아갈 열 걸음은 지나치게 부족했다.
주방 테이블 위에 무심하게 내려놓은 상자가 탁! 소리를 냈다. 마치 뙤악볕에 숨이 죽은 들풀처럼. 의기소침하게 앉아 있던 그녀의 시선이 흠칫 튀었다.
조금씩 배어나오는 피를 닦지도 않은 채 멍하니 앉은 모습이 다시금 속을 찔렀다. 돌이켜보면 이렇게까지 화낼 일도 아니었는데. 지금이라도 괜찮냐는 말 한 마디만 건네면 될 것을 알면서도. 결국엔 떨어지지 않는 입 대신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쥐어 끌었다.
아침부터 낮 동안 느껴왔을 손의 감촉이 유난히 시렸다. 그 시려움마저도, 피를 닦아내는 탈지면의 감촉보다 부드럽다는 사실이 마음을 묘하게 간질였다. 두 마디. 내 손 크기와의 차이 만큼 더 살갑게 와닿는 그 느낌에 나도 모르게 작은 손을 살포시 어루만졌다.
'...간지러워.'
자그맣게 칭얼대는 목소리에 손길이 멎는다. 잠시, 맞닿은 손의 감촉을 느끼는 잠시동안 그녀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익어갔다.
'타키 군. 화 많이 났어?'
'...아니. 별로 안 났어.'
'...진짜로?'
'안 났다니까.'
멋쩍은 마음에 괜히 퉁명스러워지는 말투를 그녀가 못 알아챘을리가 없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입가에 가져다 댄 다른 손 뒤로 쿡쿡 하는 웃음이 들렸다. 그렇게도 연상 연상 강조하더니... 결국 그런 모양새가 되어버렸네. 이제 좀 만족하십니까.
'따가워...'
'조금만 참아.'
소독약에 절여진 탈지면이 상처에 닿자마자 오밀조밀한 눈 코 입의 간격이 더욱 좁아졌다. 어려진 몸 탓인지 아니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건지. 눈가를 살짝 훔친 손가락에 물기가 얕게 뭍어나왔다. 그리고 상처 위로 그보다 더 얕게 깔리는 하얀 거품이 금새 잦아드는동안. 지긋이 잡힌 손목이 그 여린 심장의 고동처럼 움찔댔다.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식어가는 머리에 찾아온 뒤늦은 의문을 마음속으로 접어둔 채. 가장 작은 밴드를 천천히 감아 붙였다.
'미안해...'
'...알면 그만 고집 부려.'
'응...'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진 그녀를 눈에서 지운 채 구급상자를 차곡차곡 정리했다. 대접을 가득 메운 양배추의 산이나 여전히 번들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닭고기들. 토막나길 기다리는 오징어까지. 거뭇거뭇 지는 땅거미를 주린 배로 맞이하지 않으려면 손을 바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싱크대의 앞을 차지하고 있던 의자를 살짝 들어 옮겼다. 치워진 의자가 턱 하고 내는 둔탁한 소리가 잠시나마 깬 적막. 그 사이에서 우두커니 앉은 그녀의 눈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빛깔이 어렸다.
...정말이지. 생각이 많은 것도 일이라니까. 그런 주제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다 알 만큼 단순한게 매력이지만.
'미츠하.'
'...응?'
'이리로 와.'
싱크대에서 치운 의자를 가리키며 꺼낸 말에 굳었던 표정이 금새 어리둥절해진다. 등받이도 없이 우두커니 선 의자가 손짓이 닿을 때 마다 툭툭 소리를 냈다. 어깨 너비로 선 내 발에 맞춰 선 책상 다리가 선반의 앞. 정확히는 그녀가 올라선다면 품에 안기 딱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으니.
'저기 난...'
'같이 만들기로 했잖아?'
창 밖으로 져가는 땅거미 대신에 동에서 태양이 떠오르듯. 작지만 확실히 응! 하고 대답하는 그녀의 얼굴이 잔잔한 빛을 냈다. 보름달같이 둥근 형상에 그믐달같이 휜 눈과 입의 미소. 태양처럼 빛나면서 별처럼 또렷한 그 얼굴이 7월의 밤하늘처럼 뇌리에 박혔다. 미워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너는 내게 있어서 또 하나의 세계나 다름없으니까.
선반 위 오징어를 향해 뻗어지던 손이 그보다 먼저 부드러운 느낌에 감싸였다. 아직 때가 타지 않은 피부와 머리칼. 나보다 머리 하나는 낮은 눈높이에서. 내 가슴을 받이삼아 다소곳하게 기대온 등이 은은한 잔열을 뿜었다. 작아져버린 탓에 심장과도 가까워져서 그런 걸까. 내 심장보단 조금 낮은 곳에서 확실하게 느껴지는 두근거림이 조금씩, 조금식 박자를 맞추며 뛰었다.
그리고 그 조금씩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껴안아버린 몸이 놀라기라도 했는지 잠시 그녀의 박동이 멎는다. 조금 더, 조금 깊이 안긴 몸이 금새 맥을 치는 동안 천천히 끌어올려진 작은 손이 내 손등 위로 겹쳐졌다.
'요리... 한다며.'
'조금만 더 이대로 있을게.'
'...바보.'
2.
'저기, 타키 군.'
'응?'
침대 등받이에 기댄 채 상체만 세운 그녀에게서 나즈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작아져버린 몸의 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는지. 마시써! 마시써 타키킁! 하면서 연신 우겨넣던 음식들이 실시간으로 아우성을 치는 탓이기도 했지만. 이유야 어쨌든 가려진 이불 밑에 작고 가느다란 발들이 축 퍼져있을 모습을 상상하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물론 들키면 안 되니까 꾹꾹 눌러 참았지만.
'오늘 참 이상했지. 신기했다고 해야 하나...'
'응.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아무렴 멀쩡한 몸이 갑자기 어려진다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지만. 그렇게 치면 몸이 뒤바뀌는 것 부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야하니까. 괜히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는게 아닐 만큼 인간의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나. 사실은 이게 학습인지 체념인지. 나로서도 확실하게 답을 내릴 수가 없으니.
'그렇지만...'
조금은 속이 편해진 듯 소동물같은 몸짓이 꾸물꾸물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그 몸짓에 맞춰 선반 위의 취침등을 켜자마자 은은한 주황빛이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덮었다. 생각에 잠긴 듯. 말을 끝맺을 기색도 없이 멍한 눈이 천장을 응시했다. 천장의 결을 세고 있을 지. 아니면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을 지. 의문이 풀린 것은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어쩐지 불안하지는 않아. 내일이면 원래대로 돌아올거란 근거 없는 믿음 때문일까. 아니면...'
다시 한 번 끝맺지 못한 말 대신 이불 아래로 살포시 붙잡아오는 손을 마주 잡았다.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향해 살짝 틀어진 몸. 이윽고 맞닿은 눈과 눈이 호수를 옮겨다 놓은 듯 잔잔했다.
'미덥지 못한 남자라고 자책하지 말아줘 타키 군. 이런 모습이 되어서도. 나는 타키 군이 옆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한 적 없는데?'
'...그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렴 물어본다면 대답해주는게 인지상정이지만 정말 별 것 없는 이야기인데. 그걸 굳이 듣고싶다면야.
'미츠하가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 몇 번이고 얘기해도 익숙해지지 않는지 금새 홍당무처럼 달아오르는 얼굴. 으... 하는 귀여운 효과음은 덤으로. 난 그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야.
당연한 거잖아. 어떤 모습이라도 미츠하는 미츠하니까. 언제까지라도 곁에 있을 거고, 있어줄거야.
'타, 타키 군이라면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닐 것 같아서 참 오묘하네. 그래도...'
싫지는 않아... 말을 끝맺은 그녀의 몸이 사뿐히 품으로 파고들었다. 평소와 다름없지만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스킨쉽. 그렇지만 온기를 갈구한다는 점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았기에. 손을 뻗어 그녀를 더욱 깊이 안았다.
'응, 역시 아빠보단 연인이 좋아.'
'무슨 소리야?'
'아까 낮에 장난친거. 사실 내가 이 정도 나이였을 때는 아버지가 이미 집을 나간 상황이었으니까. 만약 아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기분에 친 장난이기도 했거든. 그런데...'
천천히 흐리는 말끝과는 다르게, 번개처럼 훅 다가온 그녀의 얼굴이 이내 작은 흔적을 남기고 멀어졌다. 한 가닥 한 가닥이 다 보일 것 같았던 눈썹도, 그 찰나에도 살포시 감았던 눈도, 제대로 담아두지도 못한 채. 입술에 남은 온기만이 그녀의 존재를 이정표처럼 새겨놓은 뒤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한테 이런 짓은 못 하겠어.'
키히힛, 붉어진 볼을 달래려는 듯 짖궂은 웃음을 흘린 그녀가 다시금 품을 파고들었다. 짐짓 우악스럽기까지 한 그 행동이. 가슴에 숨이 느껴질 정도로 얼굴을 파묻은 그 모습이 너무나도 소녀다워서, 그 작은 몸에 너무나도 어울린다고 생각해버려서. 그저 그 앙큼한 몸짓을 꼬옥 안아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일은 어떠려나.
돌아올 수 있겠지. 몸이 바뀌던 그 시절에도 그랬으니.
3.
'으음...'
천천히 돌아오는 몸의 감각이 냉수가 흐르듯 시렸다. 틀림없이 여름의 한복판인데 왜 이렇게 차가운건지. 비몽사몽한 정신에도 이리저리 휘젓듯 뻗은 손에 뭔가 따뜻한 것이 잡혔다. 몸을 휘감은 이불의 푹신함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따뜻함과 안락함을 형상화 한 것 같은 느낌에 홀린 듯 그것을 잡아 끌었다.
잡아 끌었다기보단 잡아 끌어당겨진 몸이 금새 그 푹신함에 파묻혀간다. 평소보다 두 배는 작아진 것 같은 손도, 뭔가 짧아진 팔다리도, 점점 기분을 고양시켜오는 그 안락함 앞에선 염두에 둘 것이 아니었다. 그 몸짓에 호응하듯 등까지 감싸오는 부드러운 느낌에 음... 절로 만족스러운 신음이 나왔다. 평소보다 많이 어려진, 변성기는 커녕 아이의 티도 못 벗어난 여린 목소리지만 아무렴 어때.
...아무렴 어때.
아무렴... 어...때?
'...'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멀쩡하던 몸이나 목소리에 이렇게 갑자기 위화감이 들 리가 없잖아. 당연한 얘기지만 내 손은 이렇게 작지도 않고 목소리도 나름 남자답다는 얘기를 듣고 산 지도 꽤 됐는데. 이건 마치 어린애... 이젠 기억도 안 나지만 어린애라도 된..
아니, 잠깐.
그러면 방금 전부터 얼굴에 와닿는 이 익숙한 느낌은 설마...
'후후후후...'
살짝 고개를 들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마주치는 눈에 소름이 돋는다. 원망도, 분노도, 단 한 점의 부의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정말 순수의 정수만을 뽑아서 새겨놓은 듯한 얼굴과 눈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적어도, 정말 적어도 내가 그녀에게서 들을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은 안다. 어제 낮에도 그 소란이었는데.
아아, 그만둬 미츠하. 네가 말해버리면. 입 밖으로 꺼내버리면━━
'우리 애기. 그렇게 엄마 품이 그리웠어요?'
━━End
━━━━━━━━━━━━━━━━━━━━
삽화 제공해주신 enfoll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쉽지는 않은 소재였다.
일회성 코미디로 쓰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쓰기도 싫었고.
내 나름대로 귀여우면서 사랑내 풀풀 풍기도록 쓰려고 노력은 했다만 지금 컨디션이 영 아니라 결과물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맞춤법 검사기 돌렸는데 폰에서 돌린 내용이 저장이 안 됨.
멘붕와서 이번엔 그냥 올린다..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기는 한데. 시간도 시간이고 너무 피곤해서 안 되겠음.
당연한 거잖아. 어떤 모습이라도 미츠하는 미츠하니까. 언제까지라도 곁에 있을 거고, 있어줄거야.
'타, 타키 군이라면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닐 것 같아서 참 오묘하네. 그래도...'
싫지는 않아... 말을 끝맺은 그녀의 몸이 사뿐히 품으로 파고들었다. 평소와 다름없지만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스킨쉽. 그렇지만 온기를 갈구한다는 점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았기에. 손을 뻗어 그녀를 더욱 깊이 안았다.
'응, 역시 아빠보단 연인이 좋아.'
'무슨 소리야?'
'아까 낮에 장난친거. 사실 내가 이 정도 나이였을 때는 아버지가 이미 집을 나간 상황이었으니까. 만약 아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기분에 친 장난이기도 했거든. 그런데...'
천천히 흐리는 말끝과는 다르게, 번개처럼 훅 다가온 그녀의 얼굴이 이내 작은 흔적을 남기고 멀어졌다. 한 가닥 한 가닥이 다 보일 것 같았던 눈썹도, 그 찰나에도 살포시 감았던 눈도, 제대로 담아두지도 못한 채. 입술에 남은 온기만이 그녀의 존재를 이정표처럼 새겨놓은 뒤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한테 이런 짓은 못 하겠어.'
키히힛, 붉어진 볼을 달래려는 듯 짖궂은 웃음을 흘린 그녀가 다시금 품을 파고들었다. 짐짓 우악스럽기까지 한 그 행동이. 가슴에 숨이 느껴질 정도로 얼굴을 파묻은 그 모습이 너무나도 소녀다워서, 그 작은 몸에 너무나도 어울린다고 생각해버려서. 그저 그 앙큼한 몸짓을 꼬옥 안아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일은 어떠려나.
돌아올 수 있겠지. 몸이 바뀌던 그 시절에도 그랬으니.
3.
'으음...'
천천히 돌아오는 몸의 감각이 냉수가 흐르듯 시렸다. 틀림없이 여름의 한복판인데 왜 이렇게 차가운건지. 비몽사몽한 정신에도 이리저리 휘젓듯 뻗은 손에 뭔가 따뜻한 것이 잡혔다. 몸을 휘감은 이불의 푹신함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따뜻함과 안락함을 형상화 한 것 같은 느낌에 홀린 듯 그것을 잡아 끌었다.
잡아 끌었다기보단 잡아 끌어당겨진 몸이 금새 그 푹신함에 파묻혀간다. 평소보다 두 배는 작아진 것 같은 손도, 뭔가 짧아진 팔다리도, 점점 기분을 고양시켜오는 그 안락함 앞에선 염두에 둘 것이 아니었다. 그 몸짓에 호응하듯 등까지 감싸오는 부드러운 느낌에 음... 절로 만족스러운 신음이 나왔다. 평소보다 많이 어려진, 변성기는 커녕 아이의 티도 못 벗어난 여린 목소리지만 아무렴 어때.
...아무렴 어때.
아무렴... 어...때?
'...'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멀쩡하던 몸이나 목소리에 이렇게 갑자기 위화감이 들 리가 없잖아. 당연한 얘기지만 내 손은 이렇게 작지도 않고 목소리도 나름 남자답다는 얘기를 듣고 산 지도 꽤 됐는데. 이건 마치 어린애... 이젠 기억도 안 나지만 어린애라도 된..
아니, 잠깐.
그러면 방금 전부터 얼굴에 와닿는 이 익숙한 느낌은 설마...
'후후후후...'
살짝 고개를 들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마주치는 눈에 소름이 돋는다. 원망도, 분노도, 단 한 점의 부의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정말 순수의 정수만을 뽑아서 새겨놓은 듯한 얼굴과 눈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적어도, 정말 적어도 내가 그녀에게서 들을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은 안다. 어제 낮에도 그 소란이었는데.
아아, 그만둬 미츠하. 네가 말해버리면. 입 밖으로 꺼내버리면━━
'우리 애기. 그렇게 엄마 품이 그리웠어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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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제공해주신 enfoll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쉽지는 않은 소재였다.
일회성 코미디로 쓰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쓰기도 싫었고.
내 나름대로 귀여우면서 사랑내 풀풀 풍기도록 쓰려고 노력은 했다만 지금 컨디션이 영 아니라 결과물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맞춤법 검사기 돌렸는데 폰에서 돌린 내용이 저장이 안 됨.
멘붕와서 이번엔 그냥 올린다..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기는 한데. 시간도 시간이고 너무 피곤해서 안 되겠음.
이걸실? 이걸실?
저장 ㅇㅈ? ㅇㅇㅈ
퍄퍄
엌ㅋㅋ 이제 타키가 어려지면서 끝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퍄... - dc App
복수의 시간
전반적으로 알콩달콩하게 잘 나온 듯... 이런 게 정말 어려운데 잘 뽑았네
복수의 시간이 시작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잘뽑으셔 ㅋㅋㅋ 마지막은 생각도 못했네
미츠하가 속은 어른이라도 웃음소리랑 신체 묘사가 확실히 어린아이 같고, 개인적으로는 거기에 부성애에 대한 결여를 표현해주는 게 또 양념 한 꼬집 같이 좋네. 문장을 힘들게 쓴 티가 나서 안타깝지만, 전하고자 하는 감정과 분위기는 다 전해지니까 힘빼고 편하게 써줘...
이상한 나라의 고슴도치 -복수의 리벤지-
아 너무좋다 ㅎㅎ - dc App
전반적으로 달달하게 나왔네요 ㅋㅋㅋ 이제 미츠하의 복수의 시간인가 ㅋㅋ 잘 봤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