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 군, 그래도 팝콘 같은 거 필요하지 않겠어?"


보는 내내 타키의 입이 심심할까봐 걱정스레 물어봤지만, 타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영화를 볼 때 팝콘 소리 같은건 방해라구."

"생각보다 꽤나 본격적인 시청자였네."

"그렇지. 특히 이 감독 영화라면 더 그래."


말과 함께, 타키는 손에 든 팜플렛을 보여주며 한 곳을 가리켰다. 미츠하는 그 손가락 위에 있는 글씨를 천천히 읽었다.


"신카이… 마코토?"

"응.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감독이야. 이 사람 영화는 대부분이 로맨스 영화인데 말이야 조용한 분위기에서 독백 중심의 서사로 진행되는 현실적인 분위기의 로맨스가 일품이지."

"독백 중심이면 괜히 허세에 차서 폼 잡는 그런 거 아냐?"


중학교 수학여행 자유시간 때, 미츠하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텟시와 사야와 함께.

처음 와보는 영화관에 두근두근 설렜던 그 날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조금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면, 영화를 고른 게 하필이면 다른 누구도 아닌 텟시였다는 거.


"전혀 아니야. 나를 믿어."

"음... 타키 군이니까 믿을게."

"그럼 그럼."


타키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상영관에 불이 꺼졌다. 곧, 떨어지는 운석이 장대한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

요란한 팝콘 씹는 소리와 함께.

뒤적뒤적, 우드득 우드득, 어느덧 운석에 이은 여주인공의 독백이 관을 채우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 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이즈가 계속해서 미츠하의 귀를 파고 들어왔다.

어쩐지 타키가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다고 미츠하는 생각했다. 그러자 옆자리의 타키가 혹시 팝콘 소리에 언짢아하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미츠하는 옆을 돌아봤지만. 타키는 여전히 아무 반응없이 전방 스크린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긴, 엄연히 영화관에서 파는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면 그것도 곤란하겠지.

어떻게 납득을 마치고, 미츠하는 다시 전방에 신경을 집중했다. 있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 # #


"더는 이런 마을 싫어요! 이런 인생 싫어요!"


시골의 소녀는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답답한 마을도, 묶여 있는 처지도 싫다. 다음 생애라도 자유로운 도시 남자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외치는 그녀를 보며 미츠하는 어릴 적 자신을 보는 것만 같은 기시감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앞에서 당당하게 휴대폰을 켜고 라인을 하는 인간만 아니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얘기다.

정중하게 앞자리 사람에게 휴대폰을 꺼 주십사 부탁하는 타키를 보며, 미츠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오늘, 괜찮으려나.


# # #


퍽. 소리와 함께 등을 흔드는 진동. 반사적으로 타키와 미츠하는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분명 의자를 발로 찬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사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이런…’


혜성이 떨어져 사라져 버린 여주인공의 마을. 그 참담함에 미츠하는 절로 타키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 손을 타키 또한 마주잡아 주었다. 그 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야, 괜찮아. 여주인공 다시 살아나.”


순간, 미츠하는 맞잡고 있던 타키의 손에 힘이 꾹 들어가는 걸 느꼈다.


# # #


황혼의 시간.

만날 수 없는 것과도 만날 수 있는 기적의 시간.

드디어 3년의 시간을 두고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 마음을 나누는 시간.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보고 인사하고, 별 것도 아닌 일로 ㅡ 여자 가슴을 만지는 게 별 게 아닌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ㅡ 투닥거리기도 하고, 중요한 계획을 나누고.

마침내, 서로의 손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 한다.

이제 남주인공은 다 썼고, 여주인공이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써 주려는 순간-


툭.


“풉. 푸후훕!”


곧, 감미로운 피아노 음악이 클라이막스를 알렸지만 타키는 그 음악을 듣지 못했다.

미츠하 또한 마찬가지였다.


# # #


“최악이었어.”

“응.”


결국, 두 사람은 영화를 다 보지 못했다.

영화에는 전혀 유감이 없었다. 아주 재미있고 좋은 영화였다고 두 사람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넘쳐나는 비매너 관객들의 방해에는 장사가 없었다.

완전히 감상을 망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복수라곤 도중에 나오면서 직원에게 그 관객들의 자리를 찔러주는 것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할아버지가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준 것 같아.”

“그러게.”


타키와 미츠하가 보다 못해 영화관을 나설 때, 그 관객들의 뒤에 있던 할아버지가 잔소리를 하는 걸 똑똑히 들었었다. 영화를 보러 와서 매너가 이게 뭐냐고, 이딴 식으로 볼 거라면 앞으로 영화관 오지 말라고.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그 모양일까?”

“몰라. 나도 좀 궁금하다. 요즘 부모들은 어디 가서 민폐 끼치지 말라는 거 교육 안 하나?”

“오랜만에 데이트였는데.”

“그러게.”

“휴대폰에, 떠드는 사람들에, 발로 자리도 차고.”

“사진 찍던 사람들도 있던 것 같아.”

“영화관은 몇 번 와 봤지만 오늘이 단연코 최악이야.”

“난 몇 번 안 와봤지만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아….”


타키의 총평에, 미츠하 또한 씁쓸하게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관객 매너는 정말 최악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그래도 모처럼 데이트인데 마냥 축 처져있을 수는 없었던 타키가 먼저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지 않았어?”

“응. 정말 좋았어. 역시 타키 군이야.”

“내가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그래도 결말은 보고 싶었는데…. 나, 이상한 사람들 없는 데서 다시 보고 싶어.”

“그러자. 나도 그러고 싶었으니까.”

“그럼 시간은 나중에 내기로 하고… 저녁은 뭐 먹을까?”

“역시 거기가 좋겠지?”


두 사람은 그렇게 도란도란 잡담을 나누며 영화관을 나섰다.

다시 영화를 보고, 감동에 젖어 서로 얼싸안고 울을 수 있게 된 건 그로부터도 한 달이 훌쩍 지난 뒤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