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무언가를, 누군가를 찾고 있다.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3개월 전부터 계속 이런 기분이었으니까. 별것 아니라고 넘기기에는 어딘가 꺼림칙한 생각. 아니면 본능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까.

길을 걸을 때, 이따금 옥상에 올라가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볼 때,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로 향할 때.

그럴 때마다 어딘가를 향해 돌아보는 자신이 있었다.



이름도,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것도 없고.

미련일지 혹은 엉겨 붙은 집념인지 모를 것을 붙잡고서.



어느 새엔가 이 현상에 대한 걱정들이 마구 뭉쳐져 머리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혹여나 이렇게 애타게 찾는 것이 사실은 별 것 아닌 게 아닐까. 혹시 못 찾으면 어떡하나. 찾을 수 있다고 해도 얼마나의 시간이 걸려야 찾을 수 있는 걸까. 찾은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그러다가도 풀어도 풀어도 끝나지 않는 의문을 다시 모조리 구석에 박아놓고선 잠드는 자신이 있었다.

어쩌면 내일은 이 의문이 해결되리라. 그런 작은 희망을 품고서.



12월의 어느 날.

공기가 서서히 얼어붙고, 눈이 땅에 내려앉을 준비를 하는 날이였다.







1.

"회복이 거의 다 됐네. 몇 번만 더 오면 되겠어."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무얼. 타치바나군, 자네가 힘낸 덕분이지. 약은 언제나처럼 창구에서 받게나."



가볍게 묵례. 인심이 가득 느껴지는 의사의 웃음을 받으며 진료실 밖으로 나온다. 나오자마자 공기에 살짝 배인 소독약 내음이 맞이했다.

작게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말소리. 이따금 앞을 지나가는 끼릭거리는 휠체어. 목발에 기대고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이런 것을 볼 때마다 병원에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병원에 있게 된 3개월 전의 연유를 떠올리게 된다.



3개월 전. 그러니까 10월.

무슨 일인지, 결석이란 단어와는 정말로 멀던 자신이 그 날만큼은 거짓말로 빼먹고 히다현의 이토모리로 향했던 때.

무슨 일이라는 이야기가 말이 안 되는 것 정도는 타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기억이 떠오르질 않았다.

무슨 이유로 갔는지. 왜 자신이 폐허가 된 이토모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 위에서 하룻밤을 보냈는지. 몸 전체에서 비명을 질러댈 정도로 험한 곳을 왜 올랐는지.

허겁지겁 남은 감정의 파편을 그라모았을 때 보였던 건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는 고집의 조각이었다.



그 영문모를 연유 앞에서 타키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그곳을 갔을까. 이제는 사라져서 없는 마을임에도, 가끔씩 도서관에서 사진첩을 펼쳐볼 때마다 한구석이 아릿해져 오는 이유가 무얼까.

한 번도 본 적 없는 곳인데.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예전처럼 빌려와서 본다거나 하는 일은 줄었다만, 오히려 무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습관처럼 도서관을 향하고 있자면 스스로도 놀랄 따름이었다.



어쨌든 그 일로 인해 혹사당한 다리에서 결국 이상이 발견된 것이 3개월 전.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과연, 관절에 무리가 가서 한동안은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같이 병원에 왔던 아버지는 '이 아들놈이 또 무슨 바보짓을 했길래 내 돈이 깨지냐.' 싶은 표정 반에, 어이없어하는 감정이 반이었다. 그 뒤로는 잔소리 일색이었고.



미워한다는 뜻은 아닌 것 정도야 타키도 알고 있었다. 분명 엄청 걱정되었으리라. 어딘지 모르게 약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니까.

선생님 말씀으로는, 갑작스레 아들놈이 다리를 부여잡고 낑낑댄다는 소리가 나왔을 때 1분간 침묵하다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 뒤로 바로 학교에 달려왔고.



그래서 어느 정도는 감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쓸데없이 도대체 왜 거기에 갔냐.'



그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왜인지는 모르겠다. 자신의 집념이 말 몇 마디로 부정당한 탓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되돌아온 반응을 본 아버지는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정반대의 입장에 서지 않던 아들놈이 갑작스레 말 몇 마디를 가지고 대들기 시작했으니.



그렇다고 오래 간 일은 아니었다. 아버지와 자신은 다툼에 그리 연연하는 성정이진 않았다.

언제나처럼 며칠이 지난 뒤엔 다시 예전의 사이로 돌아갔다. 아침에 서로 인사하고, 밥을 깨작깨작 먹고. '잘 갔다 와.' '학교 빼먹지 마라.' 그런 아침 인사를 나누며 끝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타키의 마음 한구석에는 계속 그 일이 미미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나 중요한 일이었던 걸까. 돌아보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때만큼은 정말로 진심을 내뱉었다고 느껴진다.

사실 우스운 일이었다. 그렇게 느껴진다라. 세상에, 자기 자신조차 진심을 모른다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냐고.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정말로 현실이었다.

미련인지 뭔지 모를 것을 힘껏 붙잡고서 어딘가, 누군가를 찾았던, 그리고 지금도 찾고 있는.

아마 츠카사나 신타가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릴 일일 것이다. 어쩌면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싶은 생각을 품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누가 뭐라 하든, 자신은 진심이었고 진지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찾기 위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금 도쿄의 어딘가를 걷고, 고개를 휙휙 돌리는 것이라고.

운명론이니 뭐니 하는 오컬트, 혹은 종교를 믿지는 않는다만, 여기에 한에서만큼은 상관없었다. 단지 확인만 하고 싶은 것이라고 해도, 그 뒤 무언가를 해야 할지 몰라도 괜찮았다.




한 가지 바램.

그저, 찾고 싶었다.







2.

가끔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어느새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안절부절못하는 자신이 있었다.



자신은 누군가를 찾기 위해 도쿄에 왔다는 생각. 3년 후로부터 지금까지 쭉 품어왔던, 이제는 숙성되어 담백해진 '좋아해.'라는 단 한마디의 말에 걸고 달려온 나날.

누가 썼는지, 어쩌면 장난일지도 모를 그 한마디.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떠올릴 때마다 톡 쏘는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 다리의 답답함이 그 모든 감각을 덮어버리기 일쑤였고.



2년 전이었다.

도쿄에 올라온 지 1년째 되던 때. 대학 고시를 마친 시점.

추운 겨울날. 옷을 여매고서 근처 서점에 다녀왔던 날. 전공 서적들을 한 아름 안고서 집 앞에 섰던 시점에서 찌르르 울리는 머리와 함께 잠들었다. 적어도 자신은 잠들었다고 생각했다.



다시 일어났을 때 처음으로 본 건 창밖에서 눈이 내리는 풍경이었다. 이렇게 금방 눈이 올 정도로 춥진 않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했다가 눈길이 느껴져 돌아봤을 땐 자신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동생이 있었다. 왜 그래?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동생은 문밖으로 뛰쳐나가 어디론가를 향해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왜 미츠하 자신이 환자 가운을 입고 있는 걸까. 이 침대는 뭐고, 천장은 왜 이렇단 말인가.

공기 중에서 물씬 풍겨오는 소독약 냄새에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손목 위에 꽂힌 링거액 주사에 영문 모를 서늘함마저 느껴질 순간, 요츠하가 다시 찾아왔다.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의사라는 사람과 함께.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다. 1년 동안 무의식 상태였다는 건 뭐고, 다리는 또 뭐란 말인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눈짓을 요츠하에게 던져봐도 여동생은 멈칫거리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 혼란스러운 와중에 하나 귀에 들어온 것이 있다면,



"...보행연습을 다시 하셔야 할 겁니다."



믿고 싶지 않았다. 믿기 싫었다.

어째서, 왜, 어째서. 왜 이제 와서.



그동안 노력해 왔던 것들이,

단 한 번에.



"...언니, 괜찮아? 휠체어 아직 불편해?"

"뭐야, 걱정하는 거야? 괜찮아.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맨날 생각이래.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마실 거 사 올 테니까.

투덜대는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움을 애써 감추려는 건지. 아마 후자일 것이다. 1년 동안 못 본 사이 미츠하 자신의 여동생은 어느덧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었으니.

그 1년이라는 시간이 이따금 아프게 다가올 때도 있었다. 적어도 자신이 챙겨줄 수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살짝은, 아주 살짝은 옆에서 동생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었는데. 한줄기 아쉬움이 여동생의 뒷모습을 따라 흘러내리다 사라졌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네..."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작게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말소리. 이따금 자신 앞을 지나가는 끼릭거리는 휠체어. 목발에 기대고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혹여 이 중에 자신이 찾는 누군가가 있진 않을까. 그런 작은 마음에 살짝 눈을 찡그리며 집중한다.



어쩌면, 혹시 어쩌면...






3.

눈이 마주친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다. 찾고 싶다는 감각, 의지.

이상한 느낌이 몸을 휘감았다. 우리는 예전에 만난 적이 있다. 어쩌면 꿈과도 같은 착각일지도 몰라. 비현실적인 망상일지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한 번만큼은 내 멋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언젠가, 그러니까 3개월 전쯤에 세상에 대드는 기분으로 다짐했던 말.

오직 이번 한 순간만을 위해 외쳤다는 것처럼 그 말이 생생히 떠올랐다.



용기일지, 만용일지. 그런 모를 것이 다리를 움직인다. 달려나가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는다.

앞으로 향한다.




그녀에게.






4.

발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그를 보고 나서야 깨닫는다.

나는 이 사람을 찾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어쩌면 비현실적인 이야기겠지만,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 3년을 기다려 온 것이라고.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대신해서 휠을 움직인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왜 이렇게 서투른 건지.

엉켜가는 손으로 애써 그에게 향한다.






5.

웃으면서 눈물을 흘린다니, 무슨 반칙이야.

뜨뜻하게 젖어오는 애달픈 눈물에 자신조차 어느새 한쪽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슬픈 게 아냐, 기쁜 거라고. 기뻐서 눈물이 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어쩌면 정말로 오래간만에 내뱉는 말일지도 모르는 한마디를 입에 담았다.





""너의, 이름은?""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긴 했는데, 필력 병신이기도 하고 해서 계속 멀리해두고 있었음.

그러다가 소재 생각나서 이리저리 짜집기한게 이거.

이것보다 더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만은, 역시 힘들다. 신변이 조금 복잡한 상태라 언제 끊어질지도 모르겠고.


그런데도 만약 좋아해 준다면 고맙다.

3~4편 정도 염두에 두고 있고, 일주일에 1~2편씩 낼듯. 짬짬히 쓰는 거라.

이름 걸고 자랑스레 내보일 글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유동으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