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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8235290 )


본 작품은 픽시브 닉네임 TMC님의 작품입니다. 원작자분 허가 하에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분 의향에 따라 본 사이트 이외로의 무단 전제를 금합니다.



[TMC님 작품 일람]



[작가의 말]

시노 님(링크)의 일러스트에 감명을 받아 이야기를 붙여봤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pixiv.net/member_illust.php?mode=medium&illust_id=61012883


(※역자 주: 이 일러스트를 보고 쓰신 3차 창작 팬픽임. 

그림 작가분과 이야기한 결과 그림을 직접 전제하는 것은 거절하신 관계로 읽기 전에 직접 보고 오시기 바랍니다)


영화 본편의 흐름이나 시간축에 준하는 이야기로 하고 싶었기에, 이 장면을 어떤 형태로 쓸지를 가장 고민했습니다만, 괜찮으시다면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전작까지의 북마크, 조회, 좋아요!, 코멘트 등등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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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맡에서 둔한 진동이 울린다. 오전 6시 반을 알리는 소리.

 멀리서 다가오듯이 점점 또렷하게 들려온 소리에, 아직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열고 손으로 더듬어 찾아낸 소리의 정체를 거칠게 끌어당긴다. 자신이 설정하지 않은 스마트폰의 알람을 겨우 멈추고, 이불째로 상체를 일으키며 나는 숨을 내쉰다.

 멍한 머리로 떠올린다. 지금은 분명 9월도 끝나갈 무렵. 이렇게 눈을 뜨는 아침을 이미 지겹게 반복해 와서 오늘은 이쪽이구나, 하고 슬슬 냉정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유도 알 수 없고 원인도 모르는 채, 이런 생활이 대체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일까. 잠시 머리를 싸맸지만 일단 생각하는 것을 미뤄두고, 일정대로 오늘 아침도 천천히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언니 또 시작이네……. 밥 먹을 시간 다 됐어! 빨리 일어나!」


 어느 새 와있었던 건지, 장지문 틈새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요츠하가 평소대로의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문을 탁 닫았다.

 그건 그렇고 최근에는 뒤바뀌는 날에 대비해 가슴이 트여있지 않은 셔츠에다가 브라까지 성실하게 차고 있다. 그 녀석은 언제부터 이렇게 열심히 경계하기 시작한 걸까. ……설마, 사실 매일같이 주무르고 있다는 것이 들킨 건 아닐까.

 역시 그럴 리는 없다고 어떻게든 자신을 타이르고, 겨우 가슴에서 손을 뗀 나는 다시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남겨뒀던 일기를 열어본다.

 수수께끼의 현상으로 인해 이쪽으로 날아올 때마다 촌구석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써왔던 것들이다. 미츠하와 처음 뒤바뀐 날부터 어느덧 한 달 가까이가 지나, 세어보니 그것도 오늘로 10번째였다.



『촌구석 생활이라는 제목 좀 그만두지 않을래?』



 오늘 메모 앱에 남아있는 미츠하의 코멘트는 그렇게 시작되어 있다.

『……그리고 지난번에 모르는 남자애한테 멋대로 받아뒀던 러브레터. 심지어 생각해 보겠다고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나 보던데. ……설마 그 뒤에 멋대로 OK했다던가 그런 건 아니지? 내가 자신의 스펙을 살리지 못한다니 뭐니 말했던데 쓸데없는 참견이야! 타키 군이 그런 것까지 신경써줄 필요 하나도 없으니까!』

 화내는 이모티콘과 함께 그런 말들이 쓰여 있었다. 미츠하는 아마 지난번에 바뀌었을 때 학교에서 받았던 러브레터에 대해 신경 쓰고 있는 거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런 짓은 안 하거든. 그리고……」 

 혼잣말처럼 투덜대면서 바로 그 답장을 써내려 가다가, 문득 손가락을 멈춘다.

「……그렇게 미츠하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는 건, 나도——」


 

 처음에는 불합리함과 당혹스러움뿐이었던 뒤바뀜 현상도 두 자리수의 횟수가 쌓이고, 1개월이나 지나니 슬슬 이쪽에서의 생활도 또 하나의 자신의 생활이라고 할까, 어딘가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생활을 반복하는 와중 변해온 것은 그저 뒤바뀌는 일에 대한 심경……뿐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주 조금, 마음 속에서 생겨나려 하던 감정을 눈치채고 당황하면서 눈을 비비며 일어섰다.

 반팔을 입을 시기도 이제 끝나고, 슬슬 옷을 바꿔야 할 계절이지만 공기에는 아직 여름 막바지의 기운이 강하게 남아있다. 햇살 사이로, 창문을 통해 흘긋 내비치는 것은 온통 녹색뿐인, 빌딩 하나 없는 한가로운 마을의 풍경. 사건이고 뭐고 일어나지 않는 너무나 평화로운 이 마을은 오늘도 좋은 날씨가 계속될 것 같았다.



 방과 후, 언제나처럼 말을 걸어온 텟시와 사야카와 함께 귀갓길을 걷는다. 마을의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커다란 호수를 따라, 비탈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가드레일 옆을 나란히 걷는다.

 바람도 잔잔하고 평온한 오후, 내려다보면 물결이 얕은 수면에는 하늘의 색이 그대로 비쳐서, 그것은 마치 마을을 품은 커다란 거울처럼 보였다.

「오늘 밤에 또 한다더라」

「뭘?」

 뜬금없는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되묻는다. 옆에서 자전거를 밀면서 진절머리가 난 듯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텟시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회합 말이다. 그거 있잖냐, 우리 집에서 너희 아버지랑 같이 자주 벌이는 그거. 듣자 하니 신생 미야미즈 정권을 맞아 중요한 의견을 나누기 위한 자리라더라. 그래 봤자 결국 정치가와 건설업자의 유착일 뿐이지. ——어차피 높으신 분들의 꿍꿍이 아니겠냐」

 다음 선거에 또 미츠하의 아버지가 입후보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자리가 밤마다 열리고 있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 그래도 텟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왠지 알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마을이라도 계속 여기서 살아가게 되겠지. 나는」

「그렇……구나」

 옆에서 걷는 텟시에게 흘긋 시선을 던진다. 이런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실은 이런저런 일이 있는 모양이다. 무엇인가 고민거리가 있다는 것은 도시도, 시골의 고등학생도 똑같구나.

「미츠하, 너라면 알잖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인생, 앞으로의 길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건 꽤나 피곤한 거라고」

「그런가……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역시 그렇구나」

「뭐!?」

 이번엔 옆에서 묵묵히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사야카가 놀란 듯 목소리를 높였다.

「갑자기 왜 그래? 스스로 선택할 여지도 없이 신사의 딸로 태어났다는 걸 항상 한탄했었잖아. 관습이니 속박이니 그런 것에 얽매인 이런 마을도 인생도 싫어, 빨리 도쿄로 가고 싶어! 라고, 미츠하 네가 평소에 말하고 다녔으면서」

「……그랬었구나」

「또 이상해진 거야? 진짜로 괜찮아?」

 완전히 심각한 얼굴로 사야카가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쳐다본다.

 둘러대듯이 웃음지으며, 기울어진 햇살을 받아 깜박깜박 빛나는 호수면 쪽을 내려다본다. 그것을 둘러싼 깊숙한 산줄기와, 산기슭에 늘어서있는 낡은 건물. 논밭의 틈새를 메우며 주변에 펼쳐진 키가 큰 풀숲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녹색의 파도처럼 물결치며 너울거리고 있다.

 이곳은 도쿄와는 모든 것이 전혀 다른 마을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그저 위치만이 아니고, 같은 고등학생이라는 점 이외에는 분명 우리는 거울에 비친 것처럼 대칭적인 정반대의 인생을 살고 있다.

 부모님이 정해준 길. 선택할 수 없는 장래. 태어난 이래 그런 중압감이나 속박과는 인연이 없었던 나로서는 분명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짐을 이 녀석은 쭉 짊어지고 살고 있어서.

 그런 미츠하에게 조금 동정이 갔다. 그와 동시에 새삼스레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뒤바뀌면서 그 애의 몸에 들어오고 있지만, 알고 지낸 기간은 아직 텟시보다도, 사야카보다도 한참 짧다. 둘이 당연하다는 듯이 알고 있는 것들도 잘 모른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미츠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고 바라면서.




「——미츠하, 요츠하. 참배객 분께 받은 공물을 보자기에 싸둔 것이 신사 사무소에 두 개 놓여 있을 텐데, 둘이 가서 가지고 와 주겠니?」

 그 날 밤 저녁식사를 마친 시각, TV를 보고 있던 요츠하와 뒷정리가 끝나서 돌아온 나에게 할머니는 손에 든 찻잔에서 시선을 올리면서 말하셨다.

「네, 알았어요」

 이쪽에 있는 동안은 되도록 집안일도 신사 일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하고 있다. 그건 괜히 의심받거나 뒤바뀌는 것을 들키는 일이 없게끔 하기 위해서기도 하고, 그렇게 일을 도우면서 미츠하의 생활에 대해 좀더 알기 위해서기도 했다. 순순히 승낙한 나를 따라 요츠하도, 약간 아쉬운 듯이 화면에서 눈을 떼면서 일어났다.

 집을 나와서 완전히 어둑어둑해진 밤길, 등롱이 늘어선 완만한 고개를 돌아 그 앞에 우뚝 선 신사의 배전(拝殿)을 향해 둘이서 긴 돌계단을 올라간다. 어릴 적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덕에 역시 계단 오르는 것도 익숙한 건지, 요츠하는 쭉 이어진 돌계단도 그다지 힘들지 않은 모양이다. 내 쪽이 슬슬 숨이 차기 시작할 때쯤 두 번째의 도리이를 지나, 드디어 꼭대기에 다다랐다.

 받아둔 열쇠로 사무소에 들어가니 목적인 보따리가 바로 보였다. 큰 쪽을 내가 들었지만 겉보기만큼 무겁지는 않다.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니까 이 정도면 짐이 있더라도 그렇게 힘들진 않을 것 같다. 석조 바닥 위로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면서, 다시 배전 앞을 지나치려던 때 나는 갑자기 어떤 생각을 떠올렸다.

「……저기, 요츠하. 이왕 온 김에 잠깐 여기서 참배하고 가도 될까?」

「뭐?」

 그렇게 말한 내게 요츠하는 정말로 이상하다는 듯이, 왜 우리 신사에서, 그것도 지금 와서? 라고 말하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내게 있어서는 미야미즈 신사에 제대로 참배할 첫 기회인 셈이다.

 거리낌 없이 옆에 보따리를 내려놓고 신전(神前)에 서서, 천천히 참배하려다가 잠시 생각한다.

「저기, 인사하고 박수 중에 뭐가 먼저더라?」

「뭐? ……두 번 인사하고 두 번 박수치고, 마지막으로 한 번 인사잖아. 알고 있을 텐데」

「아, 맞아. 그거였지」

 깜박 잊어버린 척 적당히 맞장구 쳤다. 아무리 그래도 무녀가 순서를 물어보다니 역시 무리수였을지도 모르겠다.

 수상한 듯 지켜보는 요츠하 옆에서, 되도록 이 이상 의심을 사지 않게끔 정중하게 천천히 두 번 고개를 숙이고 손뼉을 친다. 그리고 가슴 앞쪽에서 조용히 합장했다.

 얼마 전의 나라면 이럴 때 무엇을 빌었을까. 오쿠데라 선배에 대해서나, 알바에서의 인간관계라던가, 성적에 관해서라던가, 아니면 좀 더 돈이 모이게 해주세요~같은 타산적인 소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바라는 것. 만약 지금 뭔가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천천히 양 손을 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신전에 깊게 인사를 한다.

「슬슬 가자~. 너무 늦게 돌아가면 할머니께서 걱정하시니까」보따리를 든 채 옆에서 보고 있던 요츠하가 끝나기를 기다리다 지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언니, 아까 꽤나 열심히 하던데, 신께 무슨 소원 빌었어? 」

 돌계단을 향해 나란히 걷던 중 요츠하가 흥미로워하는 얼굴로 이쪽을 봤다.

「음~ 비밀이야」

「뭐야~ 왜 비밀인데?」

「그야,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이뤄진다고들 하잖아」

「어차피 또 환생하고 싶다는 소원일 거 아냐?」

「뭐야 그건」

 무언가를 떠올린 듯 요츠하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 전까지 자주 『도쿄의 꽃미남이 되게 해 주세요!!』라고 하늘을 보면서 외쳤으면서」

「……그 녀석 그런 소리를 했었구나」

 자신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바람에 묻혀서 운 좋게도 요츠하에게는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도리이를 지나 돌아가는 길, 돌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다시금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밤하늘을 건너는 하늘의 강이 똑똑히 보인다.

 도쿄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별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불빛도 드문드문 조금씩만 켜져 있는 시골 마을의 밤은 정말로 어둡고 고요하고, 시야를 좁히는 건물도 없고, 한가운데에 호수가 쫙 펼쳐진 이곳에서는 마을의 어디에서 보더라도 하늘이 정말로 넓고, 올려다보면 넘쳐흐를 것 같은 별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호수에는 별빛이 비치고 있다. 마치 그곳에 별이 떨어진 것처럼.



「언~니~이」

 돌계단 아래쪽에서 요츠하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뭐 하고 있어, 빨리 와~」

「응, 지금 갈게~」

 보따리를 안은 채로 대답하며 여동생에게 한쪽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다시 돌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좀 전에 신께 빌었던 소원, 그것은,

 언젠가 그 애와 직접 만날 수 있기를.

 만약 이루어진다면, 언젠가 정말로 그 애와 만날 수 있다면, 나는 맨 먼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이렇게 계속 뒤바뀌는 한 이루어질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만약 나는 나로서, 미츠하는 미츠하로서 만날 수 있다면…… 지금은 아직 닿지 않는 하늘의 저편으로 생각을 띄워 보낸다. 이 하늘의 건너편 저 멀리에 지금 있을 너는, 그리고 진짜 너는 대체 어떤 녀석일까 하고.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우리들을 걱정하신 할머니께서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돌아온 뒤 보따리의 내용물을 꺼내서 정리를 끝냈을 즈음에는 시계바늘도 완전히 늦은 시각을 가리키고 있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요츠하는 슬슬 자러 가려무나」

 할머니의 재촉에 요츠하가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뒤를 따라 나도 2층으로 올라가려 할 때, 둘만 남은 방에서 문득 할머니가 나를 불러 세웠다.

「미츠하.  ———너, 정말로 미츠하니?」

 예고 없이 던져진 질문에 나는 가슴이 철렁해서 발을 멈춘다.

「마, 맞아요. 에이, 할머니는 갑자기 왜 그러세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한 순간 머리를 굴린다. 하지만 지금 뒤바뀌는 것이 누군가에게 알려지거나, 진짜 미츠하가 아니라는 걸 들키는 것은 역시 피하고 싶었다. 복잡한 문제가 생길 테고, 애초에 스스로도 이 현상에 대해 설명이 안 되니까.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둘러대 본다.

 할머니는 확인하려는 듯이 한동안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지만, 곧 시선을 다른 곳으로 쓱 돌렸다.

「——뭐, 됐다. 정말로 미츠하라면 이 집에서 지켜야만 하는 관습도 확실히 알고 있겠지만. ……그 거울에 대해서도 말이다」

「……거울요?」

 쭈뼛쭈뼛 묻는 나를 할머니는 다시 조용히 돌아봤다.

「네 방에 있는 큰 거울 말이다. 그건 오래 전부터 대대로 전해져 오는 아주 오래된 거울이니까」

 할머니께서는 거실 책상 앞에 다시 앉으셨다. 느긋하게 찻잔에 차를 부으며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밤 12시에, 그 거울을 맞거울로 들여다보면 자신의 미래의 모습이 보인단다. ……본래는 볼 수 없는 모습이」

 옛날부터 구전되어 오는 전승으로서 그런 설화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 근거도 없는 단순한 미신이겠지만, 그것도 할머니께서 말하시니 특별히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자신도 모르게 꿀꺽 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런 내게 못을 박듯이 할머니께서는 조용히 말을 이어가셨다.

「하지만, 결코 어중간한 생각으로 시험해 봐선 안 된다. ——그건 금단의 거울이라고 전해져 온 것이야. 알겠니, 이 세상에는 모르는 편이 나은 것도 있는 법이다. 미래를 본다는 것은 그만큼 무서운 일이기도 하니까」

 온화한 어조로 말하면서도, 고개를 든 할머니는 내 마음속을 꿰뚫어 보듯 날카로운 시선을 이쪽으로 향했다.



 나는 안녕히 주무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2층을 향해 어두운 계단을 올라, 방에 들어가 뒷짐진 손으로 문을 닫는다.



 ――알겠니, 미츠하.



 아까 떠나려던 차에 다시 한 번 들은 할머니의 말씀이 등 뒤에서부터 따라온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해 보면 안 된다.



 방 안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둥근 창이 달린 장지문 앞의 서랍장이 쌓인 곳에는 매일 아침 몸치장할 때 쓰고 있는, 낡은 나무틀이 인상적인 전신거울이 놓여있다.

 뭔가에 이끌리듯이 나는 그 앞에 섰다.

 미래가 보인다. 그건 지금의 자신에게는 너무나 매혹적인 말이었다. 분명 금지된 전승이라는 불가사의한 말에 호기심이 움직인 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이런 뒤바뀌는 생활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부터 자신은, 그리고 그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면, 자신들의 미래를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코 할머니의 말을 의심하거나 우습게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약간 엿보는 정도뿐이라면. 게다가 미래가 보였다고 해서 실제로 당장 뭔가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미래를 미리 조금 알아두는 것 정도라면 분명 괜찮을 것이라고.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한다. 시침은 곧 12시를 가리키려 하고 있었다. 전등도 켜지 않은 채로 이제야 눈이 익숙해진 어두운 방 안에서, 거울에는 흰 피부의 미츠하의 모습이 나른한 표정으로 멍하니 비치고 있다. 마음을 다잡고 나는 서랍을 열어 안에 있던 손거울을 꺼냈다.



 이윽고 소리 없이 시계바늘이 겹쳐진다. 오전 0시. 그 순간 꺼냈던 손거울을 과감히 등 뒤로 비추어 본다.

 거울 속에 몇 겹이나 이어져서 비치는 자신의 모습. 무의식적으로 숫자를 세듯이 그 끝을 눈으로 쫓는 중, 현기증이 일어나서 몇 개까지 셌는지 숫자를 알 수 없게 된다. 머릿속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자신도 모르게 귀를 막고 싶어질 정도의 지독한 이명과 동시에, 상하감각을 잃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감각. 눈앞에 있는 현실이 점멸하듯 멀어지며 기억에 꽂혀 있던 과거의 광경이 플래시백된다. 주변의 밝기와 자신을 감싸는 색채가 바뀐 것처럼 생각되는 건 머릿속이 멍한 탓일까.

 그리고 서서히 감각이 돌아온다. 보이기 시작한 풍경에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때, 어느샌가 나는 거울 속 세상에 있었다. 아니, 적어도 원래 있던 미츠하의 다다미방은 아니지만 이곳은 거울 속 세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바라본 풍경은 그래도 확실히 본 적이 있는 모습. 아까 전까지 보고 있었던 광경——이곳은 밤을 맞이한 이토모리 마을이다.

 밤하늘에 거의 녹아들어 있는 주변의 산등성이와, 무엇보다도 눈앞에 펼쳐진 이토모리 호수가 그것을 말해준다. 호숫가에서 우러러본 하늘에는 역시 쏟아지는 듯한 별들이 흩어져 있어서——그렇게 생각하던 나의 시야에, 무지개색의 긴 꼬리를 끌며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장대한 혜성이 비쳤다.

 유성군과 함께 흘러가는 혜성 끝의 핵은 두 조각으로 갈라져 있다. 붉게 빛나는 조각은 호수를 넘어 똑바로 나아가는 푸른 별에서 점점 거리를 벌리며 낙하해 간다.



 ——미츠하가 있다.



 거의 직감에 가까운 감각으로 깨닫는다. 그렇게 생각한 데에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확신이었다. 그곳에 미츠하가 있다. 자신의 앞에 펼쳐진 호수의 그 일렁이는 수면 어딘가에.

「미츠하……!」

 주위를 향해 이름을 외치며, 수면에 어둠이 가득한 호수 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수많은 작은 별들과 함께, 호수를 넘어온 붉은 별이 추락한다. 그 모습을 간신히 시야 끝자락에 붙잡은 순간 눈을 뜨지 못할 정도의 섬광과, 뒤이은 굉음, 날려갈 것 같은 충격파가 덮쳐왔다. 몸을 지키기 위해 반사적으로 팔로 몸을 감싸고 고개를 숙인다. 동시에 미츠하의 이름을 외친 나의 목소리를 덮어씌우며 그 충격파는 수면을 갈기갈기 찢을 기세로 이 세상을 크게 뒤흔들었다.

 방향감각이 사라질 정도의 충격과 진동이 잦아들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겨우 일어설 수 있게 된 내 머릿속에 수면에 뜬 미츠하의 이미지가 갑작스레 흘러 들어왔다. 분명 호숫가에 있는데도 하늘에서 이 땅을 내려다본 것처럼, 보이지 않던 미츠하의 모습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수면에 뛰어들고 있었다. 발버둥치듯 그곳을 향해 계속 헤엄쳐 가, 유카타 차림으로 수면에 떠 있는 미츠하의 몸을 끌어안고 물가로 옮긴다. 그저 필사적이었다.



「미츠하!!」

 겨우 물가에 이르러, 물방울이 떨어지는 몸을 억지로 끌어올려 무릎 위에서 끌어안는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은 없다.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의식의 밑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오는 불안과 공포에 가슴이 짓눌릴 것만 같다. 그래도 나는 인정하지 않고 몇 번이나 소리쳐 불렀다.

「미츠하……미츠하……!! 부탁이야……저기, 부탁이니까…… 눈을 떠 줘……」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간절히 애원한다. 하지만 목소리는 덧없이 울리기만 할 뿐 돌아오지 않는다. 살갗이 닿은 부분에서 그 온도가 무정하게 서서히 식어가는 것처럼 느껴져서, 떨리는 목소리로 아무리 이름을 애타게 불러도, 그 몸을 어루만져도, 뒤흔들어도 미츠하의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 손을 맞잡아 주지도 않는다.

 마음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 비통한 마음에 사로잡혀 매달리듯이 꽉 껴안았다. 필사적으로 덥히려고 하는데도 조금 전까지 분명 그곳에 있었을 온기가 사라져간다. 눈꺼풀은 굳게 닫힌 채 나를 마주봐 주지 않는다.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고, 점점 차가워져 가는 몸을 끌어안으며 마침내 나는 깨닫고 만다.

 이제 분명 이대로 눈을 뜰 일도, 미츠하 쪽에서 손을 뻗어오는 일도,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깨달은 순간, 넘쳐흐른 눈물이 뺨을 타고 미츠하의 볼에 뚝뚝 흘러 떨어졌다. 목은 쉬어버려서 불러본 이름은 더는 소리로 나오지 못한다. 넘쳐난 눈물은 끝없이, 언제까지나 흘러내려서, 만지면 아직 부드러운 그대로인 미츠하의 새하얀 볼을 적셨다.



 ——현실로 되돌아오듯 눈을 뜬다.

 정신이 드니 미츠하의 방에 있는 거울 앞에서 못박힌 듯이 서 있던 나는, 힘없이 다리가 풀리며 스르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몸의 떨림이 아무리 지나도 잦아들지 않는다. 일어서는 것조차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조금 전의 망연자실할 정도의 강한 슬픔만은 여운처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벽의 시계는 오전 0시를 가리킨 그대로.

 ——지금 본 건 대체……

 잘못 본 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어깨 위까지 짧게 가지런히 잘린데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카타 모습이었지만 그건 분명히 미츠하였다. 잘못 볼 리가 없다. 조금 전까지 품 안에 있었던 건 만나고 싶다고 바랐던 미츠하였다. 

 이것이 본래는 알 수 없는 모습. 그리고 결코 봐서는 안 됐던 두 사람의 미래.

 오전 0시, 이 거울에서는 미래의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꿈일 뿐이다. 미래 따위가 아니라, 깊은 밤중의 심연에 뒤섞여 본 불길한 악몽. 지금의 나로선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일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보인 광경을 믿고 싶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맞거울을 보고 만 것을 후회하며 기어가듯 자리로 돌아와 머리부터 이불을 뒤집어쓴다. 그래도 여전히 기억에 달라붙는 무섭고도 불길한 징조를 뿌리치듯이, 그 날 밤 나는 억지로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었다.




* * *



 마음만이 앞서나간다. 아까부터 자신의 건조한 발소리 외에는 들려오지 않는다. 탁한 공기를 가르는 솔개의 울음소리가 공허한 하늘을 선회하고 있다. 이 앞의 출입을 금하는 간판을 곁눈질로 보며, 불길한 예감을 억누르지 못한 채 통제선을 뛰어넘는다.

 그 앞에 펼쳐진 광경. 이토모리 고교의 운동장에서 사라진 마을을 앞에 두고 나는 말을 잃은 채 멈춰섰다.

 지금 내 눈에 비치는 것. 그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탁한 빛을 띤 이토모리 호수의 모습. 비치는 주변의 풍경이 달라지면 수면도 마찬가지로 이렇게나 탁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은 마치 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이.



「――저기, 진짜로 여기 맞아?」



 등 뒤에서 그렇게 묻는 오쿠데라 선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설마요. ……그러니까, 타키가 착각한 거라니까요」

 부정하듯이 츠카사의 메마른 목소리가 울린다.

「틀림없어.  ——이 교정, 주위의 산들, 이 학교도 분명히 기억한다고!」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목소리로 나는 호소한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정말로 이게 착각이라면 얼마나 큰 구원이 되었을까.

「그럴 리가 없잖아!  3년 전에 수백 명이 죽은 그 재해, 타키도 기억할 거 아냐!?」

 현실을 들이밀듯이 말하는 츠카사의 큰 목소리가 유난히 멀리서 울리는 것만 같았다.

「……죽었어?」

 그런 말은 듣고 싶지도 인정하고 싶지도 않다. 마음 속 어딘가에서 그렇게 강하게 부정한다. 발밑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기분 나쁠 정도로 길게 뻗어 있었다.



「……3년 전에, ――죽었다고?」



 아니다. 역시 이곳은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알고 있던 이토모리가 아니다.

 왜냐면 그렇게나 아름다웠던 호수가 더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집도, 다리도 차도 열차도 아직 쌓여있는 토사에 묻힌 채다. 폐허와도 같이 움직임을 멈춘 채로, 생명의 고동이라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세계. 시간이 얼어붙은 장소.



 멍하니 시선을 떨군다. 눈 아래 펼쳐진, 꼭 붙어 있는 두 개의 호수는 마치 그 때의 불길한 맞거울 속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심장이 덜컥 하고 불쾌한 소리를 내며 뛰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혜성의 궤적. 수면을 가로지르는 붉은 별. 그곳에 떠있는 미츠하의 모습.

 잊고 있었을 터인, 잊으려고 했던 그 날 맞거울로 본 광경이 악몽처럼 되살아난다. 봐서는 안 됐던 미래, 불길한 가능성. 그것은 이제 와서 아무리 씻어내려 해도 엉겨 붙어서 의식에 휘감겨온다.

 그 날 사라져간 온기가 생생히 떠오른다.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일처럼, 직접 그 몸을 안고 있었던 것처럼.



 미츠하와 만나고 싶다고 나는 분명 빌었었다. 하지만 바랐던 건 결코 그런 형태가 아니다. 그 애의 온기를 확실히 느끼면서, 목소리를 듣고, 서로 웃으며, 그리고 직접 그 애한테 전하고 싶던 말도 있었는데.

 해가 저물기 직전, 이상하리만치 습기를 머금은 미지근한 바람이 뺨을 쓰다듬고 지나갔다.

 이게 진짜로 현실이라면, 이게 정해져 있던 운명이라면, 그 애가 없는 세상에도 어쩌면 무언가의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얼마나 차디차고 잔혹한 곳일까.

 내게 있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걸까.

 이제 그 애가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나는, 대체 앞으로 무엇을 바라며, 뭘 위해 살아가면 되는 걸까?



 몸에서 단숨에 핏기가 가시는 듯한 감각에 다리가 휘청거린다. 간신히 서 있는 것이 고작인 상태로 나는 멍하니 스마트폰의 일기를 쳐다본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져 버린 그 애가 남긴 글자와, 그래도 아직 떠오르는 그 애와의 추억들.

 땀이 흥건한 채로 움켜쥔 손에는, 탁한 불빛이 켜진 스마트폰 화면에 NO ENTRIES라는 글자만이 언제까지나 공허하게 떠올라 있었다.




* * *



 흔들리는 물결 위를 떠다니고 있다.

 누운 채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긴 어딜까 하고 생각해 본다. 물 위에 떠 있으니 분명 유카타째로 젖었어야 할 텐데, 신기하게도 차갑다는 감각이 없다. 몸이 정말로 가볍다.

 자신이 떠 있는 수면, 근처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비치고 있어서 마치 이곳 자체가 밤하늘이라도 된 것 같다.

 손가락 끝을 움직여 본다. 닿은 수면에서 퐁당 하고 물방울이 튀며 천천히 파문이 퍼져간다.

 문득 시선을 돌려 올려다본 하늘에 비치고 있는 빛을 눈치챈다. 별들 사이를 누비며 별똥별을 두른 채, 무지개색 꼬리를 나부끼며 날아가는 혜성이 보였다.

 ——아, 별이 이쪽을 향해 흘러오고 있어.

 혹시 저 별에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만약 이뤄진다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만, 타키 군과 만나고 싶었어.

 아아, 저 별이 다가온다. 붉게 빛나는 한 조각의 별. 이렇게 될 거라고 나는 분명 알고 있었다.

 물결에 그 모습을 비추며 자신의 위를 지나 호수의 건너편으로. 별이 흘러 떨어짐과 동시에 가느다란 한 줄기 눈물도 뺨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주위를 감싼 눈부신 빛과, 다음 순간 울려 퍼지는 굉음. 아득해지는 의식. 이윽고 멀어져 가는 세상의 감각.



 ——그렇게 생각했을 때, 수면을 헤치고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뛰어들더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똑바로 이쪽을 향한다.

 깊은 물 속을 멀리서부터 헤엄쳐와 그 팔로 나를 건져 올린다. 물의 온도는 느껴지지 않는데 어째서인지 닿아있는 팔만은 따뜻하다.

 그 사람은 계속 이름을 부르고 있다. 대답하려고 해도 어째서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눈도 뜰 수 없다. 그래도 계속해서 불러주는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부드럽고 그립다.

 가슴께에 끌어안긴 채로, 내 머리카락에 묻은 그의 손가락 끝이 떨리고 있다. 한층 더 강하게 끌어안긴 그 때, 뺨에 따뜻한 온도의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것은 끝없이 언제까지고 넘쳐흘러 나의 뺨을 타고 흐른다.



 ——타키 군.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 채, 그래도 나는 그 사람을 부른다.



 ————타키 군, 울고 있는 거야?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살짝 떨면서 내 몸에 매달린다. 목소리는 이미 쉬어서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꼭 껴안으면서.



 아아, 쭉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곁에 있어. 눈을 뜰 수 없지만 확실히 알 수 있어. 여기에 네가 있다는 걸. 나를 구해주려 했던 건 너였다는 걸.

 나는 오래 전부터 네가 이렇게 이름을 불러주고, 어루만져주길 바랐던 거야.

 더 이상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그걸 전할 수도, 네게 대답해줄 수도 없다는 것을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했어.

 이런 생각을 하면 천벌이 내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기쁘다고 생각하고 말았어.

 ——나를 위해서, 이렇게 네가 울어줬다는 것을.




* * *



 내 뺨에 뚝 떨어진 따뜻한 물방울. 그것은 마치 부드러운 빗줄기처럼 다정하게 그리운 기억을 되살린다.

 처음엔 아직도 꿈 속이라고 생각했다. 그 감촉에 문득 눈을 떴을 때, 들여다보듯이 바로 곁에서 그가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눈을 뜬 것을 눈치채고 타키 군은 반사적으로 얼굴을 피한다.

 방 안은 어둡고 동이 트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현실과의 경계가 아직 모호한 상태로, 몸을 비틀며 손을 뻗어 침대 옆에 뒀던 스마트폰을 잡는다.

 ——아, 그렇구나. 오늘은……

 빛나는 화면에 표시된 날짜는 10월 4일.

 그것은 나의 기일……이 되었을 날.

 조금 전 꿈에서 본 것은 분명, 원래 있었을 또 하나의 미래.



 아직 눈도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조금 전의 감촉을 확인하기 위해 손바닥을 자신의 뺨에 대어 보았다. 닿은 손가락 끝을 다시금 적신 그 물방울은 분명 눈물이었겠지.

「타키 군, 깨어 있어?」

「아~ ……응」

 등 너머로 말을 걸어보자 애매한 대답이 멍하게 들린다. 얼굴은 아직 저쪽으로 돌린 채다. 상체를 일으켜 살짝 그의 팔을 어루만진다.

 곁에 있는 타키 군은 꿈 속에서 만났을 때보다도 지금은 조금 어른스럽고 체격도 늠름해져서, 그런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평소라면 좋아하지만.

 뒤에서 껴안듯이 두 팔로 감고 그의 몸을 이쪽을 향해 돌린다. 그래도 아직 얼굴만은 뒤로 돌린 채라서, 게다가 어두워서 표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타키 군, 울고 있었어?」

「안 울었어」

「허세 부리는 거야?」

「그런 거 아니——」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그의 볼을 감싸듯 손가락을 대자, 겨우 시선이 제대로 마주친다. 그가 미처 말을 마치기 전에 위에서 덮듯이 입술을 겹쳤다.

 처음에는 가볍게, 입술을 확인하는 정도의 살짝 닿을 뿐인 키스에서, 갑자기 입술의 윤곽을 더듬으며 살짝 열린 틈새를 통해 낼름하고 혀끝을 뻗는다. 직접 느끼는 타키 군의 형태.

 조금 거칠게 느껴질 만큼 갑자기 닿은 탓일까, 잠시 뒤 입술이 떨어지자 떨리던 숨결과 함께 약간 놀란 듯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타키 군, 짠맛 났어」

「미츠하는 달콤한걸」

「역시, 울고 있었구나」

「……」

 입술을 통해 그의 마음을 직접 확인하자 가슴 속이 꽉 조이듯 아파온다. 그걸 눈치챘는지 고개를 떨군 나의 뺨을 이번에는 그가 닦아낸다.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다듬듯이, 따뜻하고 커다란 손바닥으로 나를 감싸고, 이번에는 타키 군 쪽에서 살짝 입술을 겹쳐왔다.

 힘을 빼고서 원하는 대로 몸을 맡긴다. 닿은 부분에서 전해져 오는 자신과는 다른 열기.

 그곳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듯이 혀끝으로 그 형태를 서로 더듬으며 입술로 빨아들인다. 그러자 타키 군의 얼굴의 각도가 바뀌어, 입술이 서서히 아래를 향해 옮겨간다. 턱 아래를 지나서는, 일부러 그러는 듯 쪽 하고 소리를 내며 목덜미에 깨무는 듯한 키스를 한다.

 무심코 움찔하고 몸을 떨며 꺅, 하고 작은 비명이 나왔다. 목덜미에 닿을락 말락 하는 거리에서, 조금 심술궂은 눈으로 타키 군이 나를 올려다본다.

「……갑자기 키스한 복수야」

「으으, 그렇다고 갑자기…… 타키 군 바보! 변태!」

「뭣, 변태라니 말이 심하잖아!?」

 순간 당황한 그의 표정이 우스워서,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걸 보고 타키 군도 웃는다. 한밤중에 단둘이, 침대 위에서 깔깔대면서 큰 소리로 함께 웃는다.



「……타키 군, 겨우 웃어 줬네」

 그 말을 듣고 그가 나를 쳐다본다. 나는 확신한다. 정적을 되찾은 방 안에서 나는 조심스레 그의 손바닥을 움켜쥔다. 그도 감싸듯이 맞잡아 주었다.

「저기, 그 때 네가 꿈 속에서 나를 구하려고 해 줬던 것도, 안아 줬던 것도, 나를 위해서 슬퍼하고 눈물을 흘려 줬던 것도, 전부 정말로 기뻤어. ……하지만 사실 내게 있어 가장 기쁜 건 말이지, 타키 군이 웃어 주는 거야. 네게는 미소가 가장 어울리니까, 그러니까 쭉 그렇게 나를 위해 웃고 있어 줘」

「……알았어, 약속할게. 미츠하의 옆에서는 앞으로도 되도록 웃을 테니까」

 손바닥을 포갠 채로 타키 군이 가볍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말야, 오늘만큼은 달라. ——기뻐서 울고 있는 거야. 미츠하가 살아있는 것, 이렇게 지금도 내 곁에 있어주는 것이」



 말없이 그의 가슴에 뺨을 묻으며 팔로 몸을 감싸안았다.

 그렇게 말해 주는 타키 군을 위해, 나는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이 사람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 봤던 슬픈 꿈을 떠올리는 날. 그런 날이 있더라도 눈을 뜨면 지금은 타키 군이 곁에 있어준다.

 함께할 수 있는 나날, 그것이 지금부터도 계속 이어진다는 것, 그것은 내게 있어 한없이 기쁜 일.



 같은 꿈을 꾸고, 함께 눈을 뜬 오전 2시도.

 그리고 다가붙듯이 서로 껴안은 채, 다시 잠에 빠져드는 오전 4시도.

 지금은 그와 함께 있는 어떤 시간도 사랑스럽다. 이렇게 만나서 손을 잡고 함께할 수 있다는 행복을 느끼며, 곁에 있는 그 온화한 얼굴을 바라보며 잠든다.

 이윽고 다시, 이 마을에 아침이 찾아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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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 올린다는게 잠들음 ㅡㅡ;;

올렸으니 다시 자러


코멘트는 원작자분께 전달해드립니다




+ 여태껏 한것중 제목 번역에 제일 고민했는데 썩 만족스럽진 않네...ㅅㅂ 번역 존나 어려운 제목임

원문이 果てない인데 애초에 한국에선 형용사로 제목을 잘 안지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