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쏴아아아...
집에서 나올 때는 햇볕이 쨍쨍하여 전혀 비가 올 것 같지 않은 날씨였는데, 갑자기 하늘은 먹구름과 함께 그에게 비를 선물하고 있었다.
내리는 비를 피하려고 이리저리 찾아봤지만, 비를 피할 만한 곳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있어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다 간신히 비를 피할 만한 곳을 찾은 그는 재빨리 그쪽으로 달린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는 그의 생각은 비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었다.
오늘의 약속장소에서 자신을 기다릴 그녀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생각 같아선 그냥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한달음에 달려가 그녀를 보고 싶었지만, 그녀는 분명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연인이 비를 흠뻑 맞은 모습을 보면 걱정부터 할 것이니 말이다.
‘미츠하가 기다릴 텐데...’
약속시간에 넉넉하게 여유를 가지고 나왔지만, 계속해서 쏟아지는 비는 그의 이동을 전혀 허락지 않는다.
평소에는 준비성이 철저한 그였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전혀 대책이 없다.
나오기 전에 단정하게 했던 머리는 비 덕분에 엉망이 되었고,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즐거웠던 기분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정말 너무해.’
내리는 비를 보며 원망해보지만, 소나기 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 쏟아지는지라 지금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
휴대폰을 꺼내 그녀에게 늦을 거 같다고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계속 하늘만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그는 점점 더 초조해져 간다. 보낸 메시지에 돌아온 그녀의 답장을 보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괜찮아. 비는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기다리고 있을게~]
괜찮다고 안심시켜주지만, 자신이 불편했다.
계속해서 하늘만 바라보는 와중에 결심을 한다. 그녀가 내 모습을 보고 걱정하더라도 그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그의 시야 위로 분홍색 우산이 보이고, 동시에 맑은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장식한다.
‘타키군, 비 맞으면 안 돼. 감기 들잖아!’
맑았지만, 단호함이 담겨있는 소리. 많이 들어봤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의 그녀의 말투였다.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릴 필요는 없었다. 이미 그녀는 자신의 우산으로 둘에게 내리려는 비를 막고 있었다.
‘미츠하. 어떻게 여기에?’
그녀가 이곳을 알 리가 없을 텐데 분명 그녀는 이곳에 있다.
‘미안해. 메시지는 그렇게 보냈는데, 나도 우산 챙기느라 좀 늦게나왔거든. 타키군의 집이 우리 집 보다 더 머니까 안 챙겼을 것 같더라고. 그리고 항상 일찍 나오니까 말이야. 내가 늦게 가는 길에 우연히 봤지.’
옆에서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는 그녀. 당해낼 수가 없었다. 항상 자신도 그녀를 배려한다고 노력했지만, 그녀의 배려는 그런 자신을 지금 씌워준 우산처럼 꼭 한 단계 위에서 덮고 있었다.
그녀의 우산을 받아 들었지만, 다른 우산은 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타키군, 괜찮아?’
그렇게 묻는 그녀도 싫지는 않은지 걸으면서 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댄다.
잠시 걸음을 멈춘 그는 난데없이 우산을 접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타... 타키군?’
난데없는 그의 행동에 놀란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끌려가는 와중에도 조금씩 내리는 비가 시원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비를 맞은 게 얼마 만인가.
그를 만나기 전에도 자주 비를 맞으며 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뛸 생각도 없고 그저 하염없이 비를 맞으면서 떠오르지 않던 그를 생각하던 기억.
지금은 다르다. 쓸쓸했던 그 때와는 달리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그의 온기. 그녀는 그렇게 기쁜 마음일 수 없었다.
한참을 달리다 잠시 비를 피하려는 지 인적이 드문 건물 아래에 들어간 그는 가쁜 숨을 몰아 내쉬지만, 후련한 표정이다. 내리는 비에 의해 아까의 가라앉았던 기분이 사라졌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와 함께 비를 맞고 싶었던 것일까. 그녀는 그런 그의 마음을 굳이 묻지 않는다. 그가 하는 것이라면 그녀는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으니까.
‘타키군, 옷 다 젖었잖아. 다른 사람에게...’
‘쉿... 지금은 아무 말 하지 말아줘.’
살짝 항의하려는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검지를 대고 조용히 대꾸한 그는 그녀를 별안간 꼭 끌어안는다.
‘고마워, 미츠하.’
짧은 한 마디였지만, 그 한마디에 그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리고 생각해주는 마음이.
그녀는 그런 그의 품에 조용히 안겨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의 온기를 느낄 뿐이다.
여전히 바깥에는 비가 내리고 있지만, 두 사람의 주변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오직 서로를 향한 마음의 따듯함이 남아 있을 뿐.
'어! 타키군! 저것좀 봐!'
잠시 서로의 온기를 느끼던 사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있었다. 비온 뒤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짓말 처럼 맑아졌고, 건물 사이로 일곱 빛깔의 선명한 띠가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예쁘다...'
여전히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 보는 두 사람.
하늘은 어쩌면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소나기가 퍼부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무지개가 사라져 간 후..
'타키군. 아무리 그래도 비 맞는건 안돼!'
미츠하의 뒤 늦은 호통소리가 그들의 주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소나기 끝>
<잡담>
요즘 비가 너무 안오네요. 그래도 어제 내렸던 소나기에서 생각나서 끄적여 봤습니다.
연인이 우산없이 비를 맞으면서 뛰어가는 장면을 연상하면서 써봤는데 생각보다 잘 나오진 않네요 ㅎㅎ;;;
훈훈! 감사합니다!
7색 같은 숫자 보다는 일곱 빛깔 같이 한글로 쓰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타가놈 갤주님이 기껏 우산 챙겨줬더니 우산 접어버리고 같이 비맞는 인성
ㄴ수정했습니다. 피드백 고마워요. 졸지에 타가놈 인성이 ㅋㅋ
헛수고행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잔잔하게 썼는데 타가놈 우산접고 뛰는거 때문에 개그가 ㅋㅋ
잘 봤어용. 잔잔한게 좋네요
비 내리고 있는데 우산 접고 손잡고 뛰어가는 타가놈 잠시 정신 좀 나간것 같네요 ㅋㅋ
고맙습니다!
그냥 뛰고싶었던 타가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