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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키, 미츠하 동갑내기 22세.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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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미츠의 교복데이트>


"아직 멀었어?“


두 사람의 데이트 날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그녀의 집 앞에서 벌어지는 일상. 이젠 좀 바뀔 때도 된 것 같지만, 여전히 그녀의 행동은 굼뜨기만 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준비가 오래 걸린다.


더군다나 오늘은 그와의 특별한 데이트라고 서로 약속한 날이라 더 옷차림에 신경 쓰게 되는 것이다. 밖에서 그가 그녀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아직 그녀는 준비가 덜 되었다.


오랜만에 입는 그 옷이 다소 작은 것인지, 잘 안 맞아서 이리저리 줄이고 배에 힘도 줘보고 치마 길이도 신경 쓰이고, 여러 가지로 그녀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아이 참. 이거 왜이래. 내가 살이 찐 것도 아닌데... 치마는 그렇다 쳐도 웃옷은 너무 하잖아. 이게 다 그 녀석 때문이야! 허구한 날 내 가슴 만져대니 옷이 작잖아.“


그렇게 칭얼대는 그녀, 아무래도 그 때 그 시절에 그 옷을 입을 때랑 지금은 약 3년의 시간 차이가 나는 것이고, 그 사이에도 그녀의 가슴이 또 성장해 버린 탓인지. 블라우스가 영 몸에 맞지를 않고 꽉 끼는 것이었다.


이것은 가슴성인인 그의 습관 덕분이기도 했다. 사귄 지 어언 4년이 넘어가면서 둘 사이에는 많은 스킨십이 오갔는데, 특히 그는 스킨십을 하면 '필수코스(?)'가 될 만큼 그녀의 가슴을 좋아했다.


그런 이유로 그녀가 지금 낑낑대며 고생을 하고 있지만,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그는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그저 시간에 쫓기며 빨리나오라고 성화일 뿐이다.


악전고투 끝에 간신히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 하지만 조금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브래지어를 최대한 얇은 것으로 착용하고 단추를 간신히 잠궜다. 거울을 보니, 그래도 옛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그 옷이 원래 있던 곳에서 입던 옷은 아니고 다른 곳에서 1년 동안 입었던 옷이라는 것이 아쉬웠을 뿐.


그래도 원래의 옷도 챙겼으니,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일단은 커플 옷으로 입다가 비상사태(?) 시 대비할 수 있게 준비는 해 놨다. 그리고 그 옷은 지금 입는 옷보다도 조금 넉넉해서 오히려 안심하고 입을 수 있다.


항상 하던 반 머리의 꽁지머리 매듭에서 오늘은 그 시절의 풀 묶음 머리로 변신하고 다시 한번 마지막 점검을 해본다.


3년 전 그 옷을 처음 입었을 때가 생각났다. 그 때도 그 곳에 처음 가는 날이라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지금처럼 그를 기다리게 했었지. 웃음이 나온다. 그 때 그의 표정은 그야말로 불평불만에 가득 찬 어린아이 같았으니까.


☆ ☆ ☆ ☆ ☆


"미안해, 타키군. 준비가 너무 늦었어.“


헐레벌떡 집에서 뛰어나오는 그녀. 그는 그녀에게 한 마디 하려다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처음 그녀가 그 옷을 입었을 때가 생각나면서 처음 느꼈던 그 느낌이 다시 떠오른다. 옷 입는 센스가 지금도 변하지 않은데다가 20대 초반의 성숙함이 더해졌지만, 그 옷은 그때의 귀여웠던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귀엽네. 미츠하.“


그녀에게 늦었다고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던 말은 이내 칭찬의 말로 바뀌었다. 그녀는 3년 전 그 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풋풋했던 그 때의 모습을.


"그러는 타키군 이야말로 여전히 고등학생 같잖아.“


반격을 당해버렸다. 그녀만 그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그도 그 옷을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의 약속이라는 것은 바로 학창시절에 입었던 교복을 입고 데이트를 하는 것이었다.


☆ ☆ ☆ ☆ ☆


며칠 전.


"타키군, 우리 맨날 같은 데이트 좀 지겹지 않아? 색다른 방법 없을까?“


그날따라 데이트가 지루했던지 그녀는 공원의 의자에서 칭얼대면서 말한 한 마디. 그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두 사람간의 환기가 필요한 데이트 방법을 생각해 내기로 하고 그 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서로 고민에 빠졌다.


"어... 이건?“


무심코 옷장을 보던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학창시절에 입었던 교복. 그 순간 그녀의 뇌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 이거면 딱 좋다!“


3년 전의 풋풋함을 다시 생각할 수도 있고, 추억에도 잠길 수 있는 그것은 지금 두 사람의 색다른 데이트 방법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라인메시지를 받은 그도 그녀의 생각에 흔쾌히 동의했다. 다만 걱정되는 한마디를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교복 사이즈 지금 괜찮을까? 우리 그 뒤로도 조금 성장한 거 같은데]


그 때는 설마 했었다. 하지만, 아침의 악전고투를 통해 그의 걱정은 현실로 드러났다. 뭐 간신히 입는 것에 성공은 했지만.


☆ ☆ ☆ ☆ ☆


"내가 좀 동안이긴 하지!“


회상에서 깨게 만든 뜻밖의 그의 반응에 그녀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뻔뻔해도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나 라는 표정의 그녀를 보고 그는 멋쩍게 웃고 만다.


"가벼운 농담이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 그리고 너 누가 봐도 귀여운 고등학생 같으니까.“


귀엽다는 말이 싫지는 않다. 하지만 부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고 만다. 


오늘 데이트는 옷차림만으로도 굉장히 설렌다. 3년 전 첫 데이트의 느낌을 다시 살릴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때의 풋풋한 느낌을 다시 즐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은 있다.


"고... 고마워 타키군. 이제 가자.“


수줍어하던 그녀는 그에게 팔짱을 끼고 거리로 나섰다.


☆ ☆ ☆ ☆ ☆


"어서 오세요. 학생 두 분 이시죠?“


첫 번째 데이트 코스로 선택한 영화관에서 두 사람에게 묻는 직원. 어엿한 성인인데 입은 옷으로 바로 학생인 줄 안 모양이다.


갈등이 된다. 이대로 학생이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성인이라고 할 것인가.

둘 다 장단점은 있었다.


학생이라고 할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출할 근거가 없었다. 대학교 학생증을 내밀면서 고등학생이에요 이럴 수는 없었던 것이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지 않을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아니라고 할 경우 직원의 따가운 시선이 문제였다. 다 큰 성인남녀가 교복입고 데이트라고 하면 눈치가 그렇게 썩 좋아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에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잠시 갈등하던 두 사람은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저희 대학생이에요. 성인 2장 부탁할게요.“


잠시 직원이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대학생처럼 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머 죄송해요. 고등학생인줄 알았습니다.“


이내 사과하는 직원에게 괜찮다고 하고 정직하게 일반 표 두 장을 구입했다.


"그런데 두 분 정말 교복이 잘 어울리시네요. 정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전 학생증 확인도 안하고 그냥 발권해 드릴 뻔했네요.“


웃으면서 말하는 직원의 손에는 두 장의 표 외에 할인 쿠폰이 들려있었다.


"사과의 뜻으로 드리는 겁니다. 즐거운 관람 되세요~“


교복 덕분에 얻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그냥 고등학생이라고 말할 걸 그랬나? 직원 말 듣고 나니 조금 아깝기도 하고.“


"그건 안 돼! 타키군.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거야.“


농담조로 던진 말에도 진지하게 반응하는 그녀 덕에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그들의 손에 들려져 있는 할인 쿠폰 덕에 아쉬운 마음은 사라졌다.


"미안 미츠하.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그래도 그 덕분에 다음 영화는 싸게 볼 수 있게 돼서 좋네.“


"히힛 그렇지? 다 내덕분이야!“


살짝 가슴을 내밀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그녀. 어째 블라우스가 위험해 보이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오늘의 영화는 이제까지 둘이 주로 보던 장르와는 다르게 액션영화였다. 박진감이 넘치고, 전투신도 멋있는 그런 영화. 그녀는 영화상영 내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초반에는 조금 지루해 하던 그도 어느 새 영화에 빠져들고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르는 새 영화는 끝이 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영화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조금 지친 기색이다. 거기다 그녀는 옷조차 꽉 끼는 지라 더 힘들어 보였다.


"타키군, 나 잠시 화장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그녀는 재빨리 화장실로 달려갔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블라우스 살피는 와중에.


"어머.“


가슴 부분의 단추 한 개가 조금 위험해 보인다. 아직은 응급조치까지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뭐 그래도 옷은 한 벌 더 있으니까.“


그가 들고 있는 그 옷에 희망을 걸고 그녀는 화장실을 빠져나와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갔다.


"영화 너무 신나지 않았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어. 너무 신나!“


지금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여고생 그 자체다. 그 모습을 보는 그는 3년 전 첫 데이트를 할 때 도쿄의 영화관은 처음이라면서 너무 좋아하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다.


"즐거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도 들었고.“


"나도 오늘 데이트 정말 재밌다. 색다른 기분이야.“


"이게 다 너 덕분이다. 하하.“


서로 마주보며 웃는 두 사람. 풋풋함이 묻어나는 그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 ☆ ☆ ☆ ☆


데이트 코스는 늘 같은 곳이지만, 입은 옷이 오늘의 데이트를 특별하게 만들어줘서 그런지 평소보다 들떠있는 두 사람. 거기에 더해 그녀는 오늘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타키군, 나 자전거 탈래.“


느닷없는 그녀의 제안에 놀란 그는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바지를 주로 입어서 자전거를 타도 별 문제없었지만, 오늘의 그녀는 치마. 그것도 약간 짧은 교복치마다. 자칫하면 조금 위험한 상황이 연출 될 수도 있기에 그는 그녀를 생각해 극구 사양했지만, 평소의 그녀의 고집을 꺾지 못했던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너 정말 괜찮겠어?“


"응? 뭘 말하는 거야?“


"너 오늘 바지 아니야. 치마라고. 그런데 자전거를 타겠다고? 너 자전거 그렇게 잘 타지도 못하잖아. 나한테 배운 지도 얼마 안됐는데.“


"괜찮아. 괜찮아. 타키군이 다 막아주겠지.“


여전히 자신만만한 그녀 앞에서 그는 한숨을 푹 쉬고는 자전거 대여소로 걸음을 옮겼다.


보통 때라면 1인승 자전거 2대를 빌리겠지만, 오늘은 양보할 수 없다면서 2인승 자전거 한 대를 빌렸다.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던 건 덤. 다만 이번엔 그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그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에게 양보를 했다.


"절대로 1인승은 안 돼! 오늘은 나도 그것만은 양보할 수 없어!“


늘 가던 대여소가 아닌 처음 가는 대여소라 2인승 자전거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그들의 다툼에 자전거 대여소 주인의 2인승이 있다는 중재안이 없었더라면, 그는 오늘 그녀의 뒤만 졸졸 쫓아다니면서 방어전을 했어야 했겠지.


"내가 뒤에서 페달 밟을 거니까 앞에 타.“


아예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버린 그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앞에 타고 말았다. 그리고 그에게 주의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 속옷 보면 죽을 줄 알아?“


"알았어. 너 제발 일어나지만 말아라.“


어렵게 이루어진 대타협. 그리고 즐거운 하이킹이 시작됐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구역은 한정 되어 있어서 마음껏 달리지는 못해도 오늘의 시원한 바람과 더불어 공원의 풍경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는 그녀는 뒤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페달을 밟아준다는 것도 잊은 채 마냥 즐기고 있었다.


"미츠하, 너도 좀 같이 밟아줘...“


뒤에서 그가 애원하는 소리가 들린 뒤에야 자신도 같이 페달을 밟아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의 그는 이미 녹초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둘이 가볍다 해도 혼자 힘으로 15분 이상을 계속 주행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잠깐 쉬자 미츠하.“


결국 브레이크를 잡고 서버린 그는 가쁜 숨을 몰아 내쉬고 있었다. 잠시 근처 의자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숨을 고르고 있는 그에게 그녀는 살며시 다가갔다. 앞에서 너무 신나게 노느라 뒤에서 고생한 그에게 조금 미안해지는 마음이 들었는지. 볼에 살며시 입술을 맞춘다.


"고마워.“


짧은 한 마디였지만, 그래도 고생한 낙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녀의 키스는 마법이었다. 피로를 잠시나마 풀게 해주는 그런 마법. 그리고 볼 키스와 함께 오는 그녀의 미소는 덤이다.


"너 옷 안 불편해?“


데이트 시작한 지가 언젠데 그제야 눈치를 챈다. 자신의 정면에 서있는 그녀의 가슴과 자신의 시선이 일치한 덕에 그나마도 빨리 발견 한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뚫어지게 바라본다는 것을 느낀 그녀는.


"정말 너란 사람은. 그렇게 내 가슴이 좋아?“


대답 대신에 그가 자신의 가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에 짤막하게 항의한다.


그가 지적한 부분은 아침부터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 그래서 움직임도 격렬한 것은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조금만 더 빨리 눈치 채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좋아했으니까.


그래도 막상 그가 눈치 채니까 부끄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그녀는 재빨리 그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리고 살며시 그의 어깨에 기댄 후 속삭였다.


"타키군도 오늘 많이 힘내주네. 난 정말 기뻐. 교복이라는 것 자체가 졸업하면 여러모로 입기 싫은 것도 있는 데 그런 내색도 해주지 않고 기꺼이 따라준 것도 고마워.“


그는 말없이 그녀의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그녀의 고마움에 보답하는 것은 말보다 행동이 더 효과적이었다. 그녀도 그런 그의 행동을 싫어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의 손에서 따스함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휴식 끝! 또 타러가자!“


잔잔했던 둘 사이의 분위기에 다시 돌을 던지는 그녀. 활기차게 다시 자전거에 올라탄다. 그는 그런 그녀를 보고 기분 좋은지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미츠하. 너 갑자기 무리하는 거 아니야?“


갑자기 그녀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뒤에서 페달을 밟던 그도 그녀의 속도에 맞춰서 힘차게 밟기 시작했다. 급기야 앉았던 자세를 고쳐 서서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런 사태가 벌어지게 되어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츠하! 앉아!!“


당황한 그가 그녀에게 소리친다. 그의 외침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녀는 보란 듯이 계속 서서 가고 있었고, 결국 그는 펄럭이는 치마 안에 있는 그녀의 속옷을 시야에 담고 말았다.


"음 오늘은 연하늘색이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평소에 그녀가 입는 속옷들의 색상이 화려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자주 볼 일은 없었다. 아니 볼 일이 없어야 맞는 거겠지만.


엉뚱한 생각에 잠시 빠져있다가, 제 정신을 차린 그는 결국 다시 브레이크를 잡고 자전거를 세웠다.


"타키군? 어째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는 그녀. 정말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읽을 수 없는 표정이다. 


"사람들한테 다 보이잖아.“


나지막하게 말하는 그의 말에 그녀는 삽시간에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꺅!!! 변태!!! 속옷 봐 버린 거야? 아 몰라!!!“


갑자기 타키의 가슴팍을 밀치면서 얼굴을 감싸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의 불안 요소가 결국 그 자리에서 동시에 터져버리고 말았다.


투둑.


타키의 얼굴에 무언가가 따끔하게 튀는 느낌이 들면서 그녀의 옷매무새가 이상해졌다.


"아... 못살아...“


탄식과 함께 주저 앉아버린 그녀. 그와 동시에 아까 봤던 그것과 같은 색의 속옷이 살짝 드러나 버렸다. 그것을 봐버린 그는 바로 고개를 돌려 버렸고 그녀는 가릴 곳이 너무 많은지 손이 부족한 건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지금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멍해져 있던 그는 울상이 된 그녀를 재빨리 손을 잡고 인근 화장실로 들여보낸다. 그가 가지고 있던 어떤 꾸러미와 함께.


"어서 가서 갈아입고 와. 아쉽지만 그대로 다닐 수는 없어.“


그녀가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는 사이 그는 자전거를 가져다가 앞에 세워놓고 그녀를 기다리면서 잠시 생각한다.


아마도 그녀가 가지고 있던 교복은 2벌.

하나는 지금까지 입고 있던 진구 고등학교의 커플 교복.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녀의 고향에서 입던 이토모리 고등학교의 교복. 진구 고등학교의 것도 좋았지만, 실은 그가 보고 싶어 했던 것은 그녀의 이토모리 고등학교 교복이었다.


두 사람이 몸이 바뀌었을 때 자신도 잠시 입었던 그것. 디자인은 촌스럽지만 두 사람이 모두 입어봤던 것이었으며, 둘이 처음 상대를 알게 되었던 시절이라 더 생각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의 그녀가 입어도 그 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금방 갈아입고 나올 것 같았던 그녀가 나오질 않으니 그렇다고 여자화장실로 들어갈 수 없는 노릇이고 그는 계속 서성이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지?“


서둘러 밖으로 나오는 그녀의 입은 것은 역시 아련한 추억의 그 교복이었다.


☆ ☆ ☆ ☆ ☆


방금 전 여자 화장실.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가져왔던 그 옷을 꺼내서 입어보려던 그녀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며 회상에 빠졌다.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도 자신의 몸으로 바뀌었을 때 입어봤던 거고, 혜성 추락 일에는 서로 한 번씩 그 옷을 입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그 옷은 그녀에게 많이 특별한 추억들을 남겨줬던 것이다. 


세면대 위에 놓여 있던 교복을 바라보던 그녀는 천천히 그것을 입기 시작했다. 블라우스를 입고 치마를 갈아입은 다음 앙증맞은 리본 매듭을 손으로 꾹 눌러 고정시킨다. 


자전거를 타면서 흐트러졌던 머리도 다시 정돈하여 다시 깔끔하게 만든 후 거울을 바라본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울의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변함없었다. 자신의 키만 조금 차이 있을 뿐.


그렇게 물끄러미 거울을 보던 도중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의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은 착각이었을까. 찰나로 지나갔지만, 자기가 본 것이 헛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립네. 그때도 재밌었는데.“


이토모리에서의 기억들이 지나간다. 괴로운 기억도 많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지라 즐거운 기억이 더 많기도 했고.


블라우스를 입으니 아까보다는 조금 넉넉하여 안심이 된다. 이정도면 아까와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테지.


"아참, 타키군 기다리겠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갔다. 밖에서 기다릴 그를 생각하고 그녀는 서둘러 옷가지들을 챙겨서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 ☆ ☆ ☆ ☆


"그 교복, 정말 오랜만이다.“


"헤헤. 나도 그래.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느라, 좀 늦었어. 아무래도 나에게는 이 교복이 더 애착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봐.“


배시시 웃으면서 앞에 서있는 그녀를 보고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미츠하 너에게는 이토모리 교복이 제 격이야.“


칭찬의 말일까 진심의 말일까. 아무래도 후자가 맞겠지. 방금까지 그 교복을 보며 추억에 잠겨있었던 지라 그런 그의 말에 그녀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한다.


"다시 자전거 탈래?“


이내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며 그녀는 그렇게 제안했다. 그러가 갑자기 무엇인가가 생각났던지 그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타키군. 봤지!!!" 


"응? 뭘?“


"아까 내가 일어서서 달릴 때 내 치마 펄럭이는 느낌 있었거든? 몰랐을 것 같아?“


어... 역시 쉽게 넘어갈 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이럴 때는 솔직하게 실토하는 게 데미지를 가장 적게 받는다는 경험이 이미 그에게는 축적되어 있었다.


“아. 미안 미츠하. 하지만, 솔직하게 말할게 네가 일어나면 당연히 보이지...”


끝말을 흐렸지만, 그는 그렇게 그녀에게 실토했다.


“나 참 내, 그럼 다른 데라도 봐야할 거 아니야?”


여전히 자전거에 탄 채로 그녀는 그를 추궁하고 있다. 다만, 방금 전 했던 말의 날카로움은 없는 것을 보니 화가 누그러진 모양이다. 실은 반쯤은 고생하고 있던 그에 대한 서비스라고 입이 열 개라도 말 못하고 있는 그녀의 속마음을 그가 알리는 없을 테지.


거듭 사과하는 그에게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짓고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치마 길이가 길어 그에게 보여줄 염려는 없어 마음껏 즐기기 시작한 그녀. 그도 그런 그녀를 따라 같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있었다.


☆ ☆ ☆ ☆ ☆


자전거를 반납하고 둘은 다시 공원을 천천히 거닐면서 다시 수다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 기분 너무 좋다. 이렇게 달리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해져. 아까 조금 해프닝이 있었지만, 뭐 그건 타키군이 사과했으니 넘어가 주겠어.”


오늘 영화를 볼 때부터 시작해서 계속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녀 덕에 그도 평소의 데이트와는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그녀의 두 가지 교복을 모두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은 천운이기도 했다. 물론 자신의 손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은 몰랐겠지만.


아까는 커플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서로 다른 교복. 하지만, 오히려 이쪽이 서로에게 더 친근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에 둘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입었던 옷이라 더 그랬을 테지만.


“미츠하, 정말 그 교복 잘 어울려.”


다시금 교복에 대해 감탄을 하는 그에게 그녀는 살짝 뾰루퉁해진 척 대꾸했다.


“이 교복 촌스러워서 안 입으려고 했어. 나 솔직히 처음 도쿄 왔을 때도 이 교복이었는데, 그때는 타키군 찾는다고 정신없어서 촌스럽다는 것은 신경도 못썼어.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떻게 이걸 입고 돌아다녔는지 어휴...”


“아니야, 미츠하는 그 교복을 입을 때 제일 미츠하다워.”


“응? 나 답다니?”


“우리 고등학교 교복도 좋지만, 미츠하는 그 교복을 입었을 때가 가장 자연스러워. 물론 교복에 한해서지만.”


“그... 그래?”


표정이 바로 바뀐다. 오늘 미츠하의 표정은 그야말로 카멜레온. 하루 종일 바뀐 표정의 수를 세어보면 손가락에 셀 수도 없을 정도일 거다.


“응! 그래서 난 미츠하가 좋아!”


“어... 어어?”


교복을 입은 채로 수줍어하는 그녀. 옛날이랑 똑같다.

그녀가 도쿄로 이사 오던 날.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교복을 입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떠나올 때만이라도 이 교복을 입고 싶었어. 이젠 입고 싶어도 못 입으니까.」


그때 그는 그녀에게 귀엽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지금이랑 같았다. 3년 만에 같은 옷으로 같은 표정을 보는 그는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왜 웃어?”


살짝 기분 나쁜 듯이 물어보는 그녀. 그는 대답 대신에 그녀를 껴안아준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타... 타키군 숨 막혀...”


너무 세게 껴안아서 일까. 그녀는 그의 품에서 그렇게 말하지만, 그는 더욱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오늘 정말 고마워 미츠하. 너의 교복은 정말 최고였어.”


한참 뒤에 나온 그의 한마디. 그녀는 자신의 칭찬이 기분 나쁘지만은 않다.


“타키군도 마찬가지야. 멋있었어. 그리고 오늘 고생했어~”


조금 억지스러운 부탁이었는데도 기꺼이 따라주는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 아니겠지만, 그녀는 지금은 제일 하고 싶은 말을 그에게 해주었다.


“미츠하, 다음에도 이거 입고 데이트 할래?”


“싫어!”


단칼에 거절하는 그녀. 기분 전환으로 오늘의 데이트를 제안했지만,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싫었다. 흔한 것은 금방 싫증난다는 것은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내가 생각나게 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줄게. 그때 까지는 옷장 속에 고이 간직하자. 그리고 나 다이어트 좀 해야겠어. 옷이 안 맞아서 아까 고생했어...”


블라우스 단추가 튕겨 나간 것을 의식한 것일까.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살짝 얼굴이 상기되었다.


“괜찮아. 난 그런 미츠하도 좋으니까.”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변태가!!!”


그래도 싫지는 않았다. 이런 해프닝이야 말로 데이트가 끝나도 오래 기억에 남으니 말이다.


“자, 이제 저녁 먹으러 가야지? 우리 데이트는 안 끝났다고.”


“응! 간만에 교복 입었으니까 그곳에 계신 오쿠데라 선배 보러갈까?”


“좋아!”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공원 입구 쪽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달리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다음에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이다.


<타키미츠의 교복데이트 끝>


<잡담>


교복입고 데이트만 하게되면 식상해질게 뻔해서 자전거를 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까지 넣어봤습니다.


역시 제가 쓰는 타키미츠는 이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알콩달콩해야 직성이 풀리나봅니다.


그럼 다음 단편때 뵙겠습니다. (다음 단편이 있기는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