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에 들어가는 사진은 필자가 직접 찍었던 2004, 2008 서울 불꽃 축제사진입니다. 이미지 연상용으로 대체하는 것이니 참고용으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밤의 화려한 불꽃놀이>
"미츠하. 내 손 꼭 잡아? 이거 놓치면 아마 끝날 때까지 우리 만나지 못할 거 같아.“
"으응. 타키군. 정말 사람 많다. 이렇게 유명한 곳 이었나 여기가?“
"도쿄에서는 이곳이 가장 불꽃이 아름답기도 해. 그리고 저 다리가 그것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타키가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야간 무지개 조명이 아름답게 수놓은 다리. 흔히 레인보우 브릿지라고 불리는 다리다.
도쿄에서 드물게 열리는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해 두 사람은 회사를 마치자마자 서둘러서 왔지만 이미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어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토모리에서 간혹 하던 작은 불꽃놀이만을 봤던 그녀로써는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엄청난 규모의 인파가 적응이 되질 않는다. 자신의 고향에서는 마음대로 원하는 곳에서 불꽃을 관람할 수 있었기에, 그것만을 생각하고 왔던 자신의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파에 질려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미츠하를 데리고 타키는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와서 구경하던 그는 어디가 명당인지 자신만의 장소를 알고 있었다.
한참을 사람 숲을 헤친 끝에 조금 인파가 적은 곳에 도착한 타키. 중간에 몇 번 미츠하를 놓칠 뻔했지만 다시 찾아가는 수고 끝에 간신히 그녀를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여기야. 사람들이 이곳을 잘 몰라서 안 오는 건데. 시야가 나빠 보이지 여기?“
"난 잘 모르겠어. 난 내가 원하는 곳에서 항상 볼 수 있었거든.“
"우리가 지난번에 갔던 이토모리 불꽃축제군. 물론 거기도 아름다웠지만, 오늘 여긴 내가 보장해. 정말 미츠하가 넋이 나가고 구경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어.“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타키. 도대체 얼마나 멋있기에 그러는 걸까. 평소와는 다르게 자신감이 넘치는 타키를 보는 미츠하는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그렇게 호언장담한 일의 성공률은 50%.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물론 성공했을 때는 미츠하의 만족도도 2배가 넘었지만, 실패했을 때의 실망감도 그만큼 컸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성공률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왜냐하면 자신은 이곳에 처음 온 거고, 믿을 수 있는 것은 몇 번 와봤다는 그의 경험뿐이었기 때문이다.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이곳은 불꽃을 구경하기엔 조금 시야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방해물도 있고 탁 트이지도 않았다.
"타키군, 여기가 어떻게 명당이라는 거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지만 타키는 미츠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아무 말 없이 하늘만을 바라보며 뭔가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흠. 할 수 없지. 불꽃이 올라오는 걸로 판단할게. 다만, 내 맘에 안 들면 알지?“
"응, 알고 있어. 내가 항상 실수하면 미츠하에게 사주는 그거.“
역시나 두 사람의 훌륭한 거래조건(?) 하겐다즈. 그 정도면 안심이 된다 싶어 그녀는 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댄 채로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전히 레인보우 브릿지가 제대로 화려한 조명을 그들에게 선사해 주고 있는 가운데, 서서히 분위기가 달아오르는지 축제장 쪽에서는 분주한 모습이 멀리서도 보이고 있었다.
☆ ☆ ☆ ☆ ☆
펑!!
드디어 첫 번째 불꽃이 올라왔다. 이토모리에서 봤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화려한 색. 단번에 그녀의 눈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단순히 불꽃의 크기만 큰 것이 아니었다. 화려했다. 그것은 높게 하늘로 쏘아 올려 정확하게 원형으로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고, 그 흩어짐은 완벽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예쁘다...“
이제 첫 번째 불꽃이 올라갔을 뿐인데, 그녀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타키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 보다 다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퍼펑!!
두 번째 불꽃이 터진다. 첫 번째 보다 더 큰 원을 그리면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손에든 카메라를 작동할 생각도 못하고 미츠하는 하늘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터지는 불꽃에 점점 매료되어 가는 주변 사람들. 어느 새 잡담은 사라지고 감탄사만이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가운데 불꽃은 점점 더 화려함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주변 분위기에 전혀 상관없이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불꽃이 화려하게 수놓는 하늘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감탄사도 사라진 채.
초반에 하늘을 향해 화려하게 터지던 불꽃은 곧 주제에 맞게 변하기 시작하는지 획일적인 원형에서 벗어나 조금씩 모양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어머, 타키군 저거 아름답다.“
말이 없는 그녀가 입을 연 것은 빨간색으로 꽃모양을 만들며 터지는 불꽃이었다. 하늘에서 보이는 큰 꽃. 더 이상 표현이 필요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꽃이 만들어 질 수 있는지 그녀는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지금부터는 저렇게 모양을 만들 거야. 미츠하의 넋을 빼놓을 만큼 아름답게.“
조용히 그녀에게 속삭인다.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불꽃에 모양이 더해지니 그녀는 정말로 넋을 불꽃에 빼앗겨 버린 것처럼 멍하니. 그렇지만 눈은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와~ 하트야!“
꽃모양으로 터지던 불꽃은 연인을 위해서 특별한 서비스라도 하는 것인지 하트 모양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손을 잡고 있던 그녀의 태도도 불꽃에 변화에 따라 그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 아예 지금은 서로에게 기대고 있다.
"불꽃은 금방 사라지지만, 저것을 본 우리의 마음은 영원히 계속 되겠지?“
타키의 한마디. 그녀도 싫지는 않았다. 사라지는 불꽃처럼 정열적인 사랑도 좋지만, 그 불꽃이 남긴 여운은 평생 가지고 가고 싶었다. 그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
"응!“
기쁘게 대답하는 그녀를 보고 그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모양을 바꿔가며 터지던 불꽃은 이제 바다 쪽에서 새로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바지선에서 쏘아 올리는지 파란색으로 얕게 솟아올라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원형으로 터지는 것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녀.
"와 저런 것도 있구나.“
감탄사를 다시 연발하기 시작했다. 이토모리의 불꽃 축제와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에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있다.
얕게 퍼지는 불꽃은 계속해서 색을 변화시키며 눈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감탄사를 계속 연발하던 그녀도 어느 새 집중하기 시작했는지 말이 없어진 채 그저 계속해서 터지는 불꽃을 감상하고 있었다.
펑! 퍼펑!
바다 가까운데서 터지던 불꽃은 이제 바지선에서 직접 올리는 불꽃과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눈앞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장관에 푹 빠져버렸다.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분홍색. 때로는 여러 가지 색이 섞인 그런 화려한 불꽃놀이 장관이 이어졌고, 이제 어느새 막바지로 접어들기 전에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지 여러 개가 터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하나의 불꽃이 쏘아 올려진다.
“어? 저거 민들레 아니야?”
넋을 잃고 보던 그녀는 타키의 한 마디에 그 불꽃을 가만히 본다. 정말로 민들레 홀씨를 닮았다.
“훅 하면 날아갈 거 같은 느낌이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감상을 이야기 했지만, 타키는 그런 그녀에게 조용히 말했다.
“민들레 홀씨는 흩어져 날아가지만 땅에 내려앉으면 강인한 생명력으로 또 다시 꽃을 피우잖아. 꼭 널 닮았어. 미츠하. 넌 이제까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항상 날 이끌어 줬었잖아.”
“어? 어어?”
갑작스러운 타키의 말에 당황한 미츠하. 하지만 그의 다음 행동에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갑작스런 키스. 미츠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그의 입술을 살며시 느낀다.
“타... 타키군? 여기 사람 많은데서 무슨 부끄러운...”
“아니야. 난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 내가 미츠하에게 해주고 싶던 말이기도 하고, 이제부터 해 줄 말이기도 하고.”
도쿄에서 불꽃놀이를 볼 때부터 생각했었다. 이다음에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면 이 불꽃 아래에서 그 사람에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해주리라고.
그리고 지금 타키의 옆에는 그 말을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자상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타키군...”
계속해서 터지는 화려한 불꽃 아래에서 타키는 품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그녀의 약지에 살며시 끼워준다.
“이... 이건?”
뜻밖의 선물에 말을 잇지 못하는 미츠하.
“계속해서 생각했었어. 너를 만나고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왔던 길. 그리고 수많은 어려움. 이제는 나도 너에게 이 말을 해야겠다고 줄곧 생각했었어.”
거기까지 말하고 타키는 잠시 숨을 골랐다.
“결혼해 줘. 나 이제 자신이 생겼어. 너를 평생 지켜주기로. 그리고 행복하게 해주기로.”
지금까지 하고 싶었지만 참고 있었던 말.
만날 당시에 사회초년생이었던 자신의 처지와 앞날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녀의 손을 잡지 못하고 나아가지 못했던 그 한걸음.
타키는 이제 그녀에게 그 말을 함과 함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걸음을 그녀와 같이 내딛고자 한다.
“타키군...”
주변에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만의 공간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미츠하는 이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 자신도 그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이제까지 말하지 못했던 것을 그가 대신 말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응!”
재회의 계단에서 만났을 때의 그녀의 얼굴. 그리고 지금 그녀의 얼굴이 겹쳐진다는 느낌은 착각인 것일까. 타키는 그런 그녀를 살며시 품에 안았다.
“고마워... 이런 나를 믿어줘서.”
“아니야. 나야말로 정말 기뻐... 나 태어나서 오늘만큼 기쁜 적은 처음이야. 내가 혜성이 떨어졌던 날, 살아났다고 기뻐했던 것보다도 오늘이 더 기뻐. 내가 줄곧 듣고 싶어 했던 말을 오늘 들었으니까.”
타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 것인가.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한마디의 말보다도 그녀를 강하게 끌어 안는 것뿐이었다.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불꽃놀이의 향연 속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을 한 두 사람. 여전히 서로를 껴안은 그런 두 사람의 하늘은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서로를 강하게 껴안은 두 사람의 약지에는 이제 약속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절대로 빠지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는 그 반지.
하지만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두 사람을 그 무엇도 갈라놓지 않을 것임은 확실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강하게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지금 터지는 불꽃의 강함만큼 크기 때문이 아닐까.
<그 밤의 화려한 불꽃놀이 완>
<잡담>
그냥 불꽃놀이만 쓰면 뭔가 감동이 식죠. 그래서 마지막장면을 넣었습니다. 무드 없기는 해도 배경만큼은 제일 확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쓰지 않았던 장면이 바로 청혼이었습니다. 청혼 방법은 정말 많지만, 이런 불꽃 축제의 장에서 하는 청혼도 멋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길게 쓰고 싶었지만, 제가 쓰고자 했던 메시지는 다 들어갔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마무리 지었네요.
그동안 부족한 글이었지만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렸습니다. 제가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네요.
ㄴ 음? 괜찮았는데 왜.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너무 전형적이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네
전형적인거였더라도 쓰고 싶었던 신이라 후회하지 않아요 ㅎㅎ - 覚えてない?
ㅁㅈㅎ - dc App
전형적인 글이 좋을 때도 있는 법 - dc App
잘 보고 감. 고생하셨수.
전형적인 글이 좋을 때가 있는것이죠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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