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링크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7576031 )
본 작품은 픽시브 닉네임 TMC님의 작품입니다. 원작자분 허가 하에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분 의향에 따라 본 사이트 이외로의 무단 전제를 금합니다.
[작가의 말]
시간을 뛰어넘는 노래와, 전할 수 없는 편지와, 카타와레도키의 귀가길.
1페이지째가 미츠하의 대학교 3학년(타키 군은 고등학교 3학년)때의 이야기.
2페이지째가 스파클 뮤직비디오 풀버전을 보고, 꼭 쓰고 싶어진 내용을 뒷이야기로서 추가한 것입니다.
※주의※
2페이지째에는 스파클 MV 풀버전의 내용 및, 영화 본편과는 다른 전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래 여기까지만 쓰려고 생각한 이야기인 관계로) 1페이지째만 보셔도 괜찮습니다. 이쪽에는 MV의 내용은 없습니다.
있었을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가능성의 이야기로서.
또한 유키노 선생님이 꽤 많이 나옵니다. 언어의 정원도 좋아합니다.
너의 이름은. 흥행 수입 200억 & 1500만 관객 돌파・팜플렛 제 2탄 발매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몇 차례나 반복해서 보러 간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제게 있어서 확실히 올해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분명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서투르지만 2차 창작을 쓸 때에도 너의 이름은. 에 경의와 사랑을 최대한으로 담았습니다. 그것만큼은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전작까지의 북마크, 평가, 코멘트 등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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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고, 새 잎이 돋아나고, 매미소리가 울리고, 가을이 찾아온다. 계절은 그렇게 다시 돌고 돈다.
시간은 누구에게든 동등하게 계속해서 흘러간다. 한번 흐르르면 멈추는 일도, 돌아가는 일도 없이.
바뀌어가는 계절을 세기 시작한 이래 벌써 긴 시간이 흘렀다. 그 별이 이토모리에 떨어진 지 곧 4년이 지나려 하고 있다.
미츠하는 대학에 진학해 지금은 도쿄에서 살고 있었다. 대학교 3학년의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내년부터는 슬슬 취직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변의 친구들이 그런 화제로 이야기할 때마다 미츠하는 망설이기만 하고 있었다.
「――언제든 돌아와도 괜찮다, 미츠하」
할머니에게서 그런 전화가 걸려온 건 며칠 전 밤의 일.
「요츠하가 네 이야기를 자주 한단다. 떨어져서 산 것은 처음이니까. 요츠하답게 말로는 내비치지 않지만, 외로워하고 있다는 건 내게도 뻔히 보여서 말이다」
요츠하는 그 당시에 집을 떠나 도쿄로 가기로 결정한 자신을 선뜻 배웅해 주긴 했었지만. 그리고 할머니는 불쑥 한 마디를 더 붙였다.
「다시 모두 함께 살 수 있으면 좋겠구나」
부탁하는 듯한 말투는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혼잣말처럼 할머니는 중얼거렸다. 그 마음 씀씀이가 도리어 미츠하에게는 슬픈 듯이 들렸다.
그 뒤로 쭉, 이 도쿄에서 나는 뭔가를 찾고 있다.
승강장의 계단을 내려와서, 인도를 오가는 인파 속에서, 교차로의 반대편에서, 그 누군가와 언젠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품고 이 거리로 찾아왔다. 하지만 여태껏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채, 그 소망은 나날이 모호해져 갈 뿐이다.
세어본 계절이 늘어갈 때마다, 누군가를 갈망하는 그 마음만은 제멋대로 강해져 가는데.
교차로에서 갑자기 울려 퍼진 경적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현실로 불려오듯이 혼잡한 인파 속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다시 한 번 도시의 시끄러운 거리가 자신을 둘러싼다. 도심의 지나치게 새하얀 햇살이 여기저기서 반사되어 눈꺼풀을 찌른다.
가슴에 품고 있던 자그마한 기도는, 그렇게 오늘도 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 거리에서, 정신이 들면 어느새 어딘가로 휩쓸려가고 만다.
이 소망을 포기해 버려도 괜찮은 걸까.
아니, ——어쩌면 이젠 포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대학을 졸업하면 기후 현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사는 것. 그것도 선택지의 하나다. 그것 역시 자신에게 있어 분명 따뜻하고 소중한 나날이 될 테니까.
이대로 여기에서 산다 한들 어차피, 만날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그게 누군지조차 모르는데.
4년이라는 시간은 미츠하에게 있어 정말로 길었다. 막연한 소망에만 의지하기에는 너무 길 정도로.
여름도 끝 무렵에 접어든 거리를 정처 없이 걷는다. 가슴 속을 뒤덮는, 어찌할 방도가 없는 쓸쓸함을 품은 채로.
「——혹시, 미야미즈?」
자신을 불러 세우는 방울소리처럼 투명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시선의 끝에는 그리운 모습이 서 있었다.
「……어, 혹시, 유키짱 선생님이신가요……!?」
기억 속을 더듬으며, 미츠하는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인다. 거기에는 이토모리 고교 시절 고전문학 수업을 담당했던 유키노가 있었다. 그런 큰 일이 있었고, 고향을 떠난 지도 오래 됐는데, 도쿄의 이런 곳에서 그녀와 만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운걸. 벌써 4년째……인가?」
여전히 스타일 좋은 미인이다.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지금 잠깐 시간 있니? 이왕 이렇게 만났는데, 잠깐 이야기 좀 하지 않을래? 」
유키노가 가볍게 웃으면서, 건너편에 보이는 카페를 가리켰다.
「——미야미즈, 올해 몇 살이었지? 지금은 대학생?」
「네, 지금 대학교 3학년이에요」
들어온 카페는 시간 탓인가 텅 비어 있어서, 두 사람은 창가의 자리를 골라 걸터앉아 있다. 주문한 커피와 홍차가 각자의 앞에 조용히 놓였다.
「저기, 유키짱 선생님은 어째서 도쿄에?」
「지금은 여기서 살고 있어. 몰랐었니? 나 예전에는 도쿄에서 교사 일을 했거든」
「처음 들었어요」
그래서구나, 하고 왠지 혼자서 납득하면서 미츠하는 자신의 홍차에 우유를 섞는다. 한편 유키노는 커피에 설탕을 몇 개나 집어넣고 있다.
「……선생님, 단 거 좋아하셨어요?」
그 모습을 흘깃 보면서 미츠하는 물었다.
「옛날에 엄청 달게 하지 않으면 못 마실 때가 있었어. 지금은 이제 뭐든지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이것만큼은 그 때의 잔재라고나 할까?」
그걸 정성스레 풀어서 섞은 뒤, 유키노는 조용히 컵을 입으로 가져갔다.
「별 탈 없이 살아온 사람 같았어? 이래 보여도 선생님도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니까」
그렇게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컵을 내려놓고는, 그녀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었다.
「——하지만, 미야미즈는 더 힘들지 않았어? 이토모리가 그렇게 돼서. ……내년부터는 취준생이겠네. 미야미즈는 여기서 취직하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미츠하는 말을 머뭇거렸다.
「지금 고민하고 있어요. 대학을 졸업하면 도쿄를 떠나서, 고향에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하지만, 」
고개를 숙이고,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는 듯 미츠하는 오른손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그것이 자신을 이곳에 붙잡아두고 있는 이유.
별이 떨어진 날, 그 날 누군가가 여기에 써준 소중한 말 세 글자만큼은, 지워진 지금까지도 쭉 마음에 새겨져 있다.
분명 자신은 예전에 어딘가에서 소중한 사람을 만났던 것 같은데, 그게 누군지가 기억나지 않아서. 계속 그 사람을 찾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누가 썼는지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둘도 없이 소중한 그 말만큼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쭉, 이 손에 꼭 쥐고 살아왔다.
자신을 계속 떠받쳐 준 그 말. 그것까지 전부 포기해 버려도 정말로 괜찮을 걸까.
「——머리, 아직 짧구나? 그 날부터 쭉 그런 거야?」
손바닥을 쳐다보는 미츠하에게 유키노가 갑작스레 물었다.
「아, 네……」
뭔가 더 대답하려다가 말을 머뭇거렸다. 이런 거, 말해도 분명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와 똑같이 하고 다니면 찾아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실매듭을 묶고 다니면 알아봐 줄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다시 만났을 때에.
「저기 미야미즈, 너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니?」
갑자기 유키노가 눈을 똑바로 보며 그렇게 말했다.
「어, 어떻게 그걸」
마음 속을 꿰뚫어 보인 것 같아서 자신도 모르게 말이 끊긴다.
「역시 그랬구나. ……나도, 그랬었거든」
다시 바라본 유키노는 고개를 기울이며 살짝 웃었다.
「——거기 누구요 하고, 나에게 묻지 마오, 9월의 이슬에 젖어가며, 그대를 기다리는 나에게.¹⁾ ……만엽집에 있는 와카야. 언젠가 이토모리 고등학교에서 수업 때도 가르쳐 줬었던가? 작자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이건 사랑하는 사람을 쭉 기다리던 여성이 읊은 노래야.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서도,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은 지금도 옛날도 변하지 않는구나」
말없이 귀를 기울이는 미츠하 쪽으로, 창 밖을 향하던 시선을 다시 돌리며 유키노는 온화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은 모르겠지만, 네가 그 일을 극복하고 지금 살아가고 있는 건 어쩌면 언젠가 그 사람과 만나기 위해서일지도 몰라」
「어……」
「아, 지금 꿈 같은 소리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인생이란 건 말이지, 생각보다 제법 드라마틱하게 되어 있다니까」컵에서 시선을 올리며, 그렇게 말하고는 킥킥 웃는다.
「항상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아. 정말로 괴로운 일도 분명 있겠지만, 그래도 앞을 바라보고 있으면 언젠가 분명 길이 열리고, 더없이 소중한 사람과 만나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미야미즈도,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은 대로 마음껏 살면 된다고 나는 생각해. 오직 한 번뿐인 너만의 인생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뭔가 속이 후련하다는 듯이 정말로 자유로워 보이는, 왠지 소녀 같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가게를 나와 헤어지기 전, 미츠하는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정말로, 만날 수 있을까요?」
「응, 분명히. 게다가 의외로 가까이 있을지도 몰라」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유키노는 그렇게 대답해 주었다.
격려하기 위한 말이었겠지. 하지만 그걸 믿어보고 싶다고 미츠하는 그 때 생각했다.
한때는 고민하기도 하고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역시, 이 마음을 버릴 수는 없다. 아무리 모호한데다가 찾을 방도가 없다고 해도.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내게는 어떻게 해서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역시 이 거리에서 살아가고 싶다. 다시 한 번 그와 만날 그 때까지는.
여름의 끝을 전하는 듯, 멀리서는 쓸쓸한 저녁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어스름한 저녁, 공원을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 미츠하의 머리 위로는 황혼의 하늘이 펼쳐져 있다.
「——거기 누구요 하고, 나한테 묻지 마오, 9월의……」
아까 유키노 선생님께 들은 옛 와카를, 기억하고 있는 부분만 다시 읊어본다.
황혼. 딱 이런 색을 띤 하늘 아래. 뭔가의 기억이 마음 안쪽에서 술렁이고 있다. 어딘가에서 봤었던 이런 하늘이, 소중한 누군가와 이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맨션의 방에 도착했지만, 조금만 더 바라보고 있고 싶어서 미츠하는 유리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왔다. 조금 전에 본 석양은 곧 빌딩의 계곡 사이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한동안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떠올라서 방 안으로 돌아와, 미츠하는 펜을 잡고 한 장의 편지지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그저 변덕일 뿐이긴 하지만, 가슴 속에 간직한 바람과 계속 전하지 못했던 한결 같은 마음을 담아서.
그것은 마치 받는 사람이 없는 편지와도 같이.
다 쓴 뒤 손으로 정성껏 접어서 종이비행기 모양을 만든다. 다시 베란다로 돌아와, 아직 하늘 저편에 희미하게 남은 황혼을 향해 그것을 살짝 날려보냈다.
눈 아래에 보이는 지붕들을 넘어, 종이비행기는 바람을 타고 흘러 저 멀리 날아간다. 난간에 기대어 그 궤적을 멍하니 눈으로 쫓으며 미츠하는 그 마음을 전하고 싶은, 아직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띄워 보낸다.
대낮의 햇살이 거짓말 같게도, 밤을 맞이하는 바람은 약간 차가워진 채였다.
하교길, 길거리를 거닐다가 다다른 나무숲의 그림자에서. 시원하지만 어딘가 살짝 서글픈 매미 울음소리에 타키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그곳은 주택가 사이에 있는 이름도 없는 듯한 자그마한 공원.
주변의 나무에 뒤섞인 매미 울음소리에 이끌리듯이 그곳을 지나가려던 때, 하얀색의 뭔가가 눈앞을 쓱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모래사장 위에 떨어진 그것을 보니 작은 종이비행기였다.
평소라면 개의치 않았겠지만, 왠지 신경이 쓰여서 타키는 그것을 주워 올렸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막 접힌 것 같은 비행기. 하지만 잘 보니 안쪽에 뭔가 글자가 쓰여 있다. 약간 망설인 뒤 그것을 천천히 펼쳐 보았다.
『어딘가에 있을 네게, 나도 좋아한다고 언젠가 전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짧은 한 마디가 전부인, 그런 글이 적혀 있었다.
받는 사람도 없이 잠깐의 변덕으로 마음을 적었을 뿐인, 마치 쓰다 만 러브레터 같은 그 편지.
하지만 왠지, 타키는 그 글자를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왠지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리워져서,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을 메우고 있다. 소중한 것은 아직도 기억의 저편에 묻혀 있는 그대로. 그래도 분명 뭔가를 기억하고 있다. 그 글자가 뭔가를 불러 깨우려 한다.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르는 그 작은 종이비행기를 손에 들고, 타키는 멀리 하늘 저편을 올려다보았다. 흐릿하게 보이는 별빛 아래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그저 언제까지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
* * *
지금은 몇 시쯤일까. 검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산기슭에 놓인 작은 구름들의 테두리가 노을빛으로 빛난다. 애매하게 밝은 채로 낮과 밤이 이어진 하늘. 곧 날이 저물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타키도 알 수 있었다.
호수를 향한 경사면에 둘러싸인 자그마한 마을. 쭉 이어진 풀밭 한가운데를 누비듯이 뻗은 길. 양 옆으로는 키가 큰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시골 마을의 논두렁길을 타키는 걷고 있다. 눈앞에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애가 한 명. 교복을 입고 있지만, 그것은 타키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복은 아니다.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이 마을은 일조시간이 짧거든. 그래서 밤이 길어. 해가 지는 시간이 빨라서 금방 밤이 오곤 해」
어딘가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로 자신에게 등을 돌린 채 걸으며 그녀는 말했다. 지금은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인 걸까.
「저기, 여기는 분명……」
「하지만 이렇게나 작은 마을인데도, 술집은 두 곳이나 있어. 어른들이 하는 생각이란 건 잘 모르겠다니까」
대답해주는 일 없이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그 때 살짝 웃고 있었던 걸까. 옆쪽을 보니 정말로, 왠지 이 마을에는 어울리지 않는 술집 두 곳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럴 바엔 서점이나 카페라도 만들어 주길 바랐는데. ……아, 그래도 그 버스 정류장에 통나무로 만든 오픈 카페는 조금 좋았어」
약간, 어깨 너머로 이쪽을 돌아보듯 고개를 돌리며 그녀가 옆을 보았다. 역광 때문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어깨 위까지 가지런히 자른 흑발에 빨간 끈을 감아서 귀 바로 위에서 묶어두고 있다.
「그렇지? ……그건, 나도 좀 자랑할 만 하다고 생각해」
그녀에 대해 알고 있다. 그녀도 분명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 마치 같은 반 동급생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평소처럼 두서 없고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다. 오히려 친밀함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감으로, 그 이상의 특별한 뭔가도 느껴진다.
그런데도 어째서일까, 그녀의 이름만이 떠오르지 않는다.
「맞다, 전에 미술 수업에서 정물화 그릴 때 이야기, 사야한테 들었어. 책상을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다리 꼬고 팔짱까지 낀 채로 도발하면서, 험담하던 애들한테 씩 웃었다며? 그 뒤에 큰일이었다니까, 같은 반 애들 모두가 완전 깬다는 얼굴이어서」
「아, 그거 얘긴가……」
말을 더 잇지 못한 채 타키는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린다.
「……그렇지만 조금 기뻤었어. 네가 나를 위해 그렇게 화내 줬다는 게. ……언젠가 만날 수 있다면,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흘깃, 하고 그녀가 어깨 너머로 옆쪽을 바라봤지만, 금방 다시 앞쪽을 돌아보고 만다.
그녀와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고 타키는 생각하고 있다. 황혼 때 이렇게 함께 집으로 돌아가거나, 이렇게 직접, 별 것 없는 시시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쭉 바라왔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도 지금 자신은 어째서인지 매우 조급해하고 있다. 마치 이 시간에 끝이 찾아올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등 뒤로 고맙다고 말해 준 그녀는, 그래도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조금만 한눈을 팔면 그 모습을 놓치고 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거리가 멀어지지 않게끔 타키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걷는다.
「네가 되어서 지내는 것도 즐거웠어. 뒤바뀌던 그 때는 꽤나 두근거리는 나날이었다고 이제 와서 생각하곤 해」
뒤바뀜. 그렇다, 나는 지금 그녀에게 뭔가 중요한 것을 전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저기……있잖아」
타키는 그렇게 말하려 했지만, 말해야만 할 가장 중요한 말이 나오지 않는다.
「——혜성이 오네」
갑작스레 그녀가 정면에 보이는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타키도 함께 올려다보자, 무지개색의 궤적을 그리며 혜성이 하늘 저편에서부터 다가오고 있었다.
한 무리의 새들이 날갯짓하며 그 앞을 가로질렀다. 날이 완전히 저물기 아주 조금 전, 아까보다도 그림자는 짙고, 희미해진 하늘의 색에 온 세상이 감싸이는 것처럼, 시간 감각조차도 알 수 없게 된다.
「카타와레도키……」
타키는 들어본 적이 있는 그 말을 되풀이하듯이 중얼거렸다. 분명 이 근방에서는 이 시간대를 그렇게 불렀었다. 그 하늘에 떠오르는 혜성은 신비하면서도 정말로 아름답다고 생각되건만, 어째서인지 심한 불안에 가슴이 고동친다.
논두렁길을 가로지르듯이 깔린 건널목에서, 그녀는 갑자기 멈춰섰다.
「괜찮아. 열차는 이제, 안 오니까」
왠지 알고 있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선, 짧게 자른 머리카락 끝을 만지며 잠시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역시 너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머리를 하고 있으면 혹시 알아봐 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말한 그녀는 마침내 처음으로, 이쪽을 뒤돌아보았다.
수줍은 듯 웃는 그 얼굴을 보고 타키는 깨달았다.
그녀가 서 있는 이 풍경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카타와레도키의 하늘 아래에서, 혜성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와중,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한 그녀와 만났던 것을.
기억해 냈다. 그것은 예전에 아주 잠깐 동안, 그저 딱 한 번 뿐이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었던 때의 사랑스러운 모습.
눈앞에 서 있는 그녀는 마치 꿈 그 자체 같았고, 그 존재가 기적과도 같아서. 그것은 쭉 기억 속 깊은 곳에 잠든 채로, 그럼에도 타키가 계속해서 소중하게 품어왔던 전부였다.
잡으려고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숨을 삼킨 것은 혜성 때문이 아니다. 이 하늘을 배경으로 건널목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녀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 전부를 가져온다 한들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사실은 긴 검은색 생머리가 좋았다. 하지만 이미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던 거다. 자신에게 있어 지금 이 세상에선 틀림없이 그녀가 가장 첫 번째이니까.
아아, 하고 타키는 숨을 내쉬었다. 더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계속, 계속 찾아 헤맸던 사람이 드디어 지금 이곳에 있다.
초저녁의 하늘에 잔광을 녹여낸 것 같은 신비한 빛깔 속에서 겨우 모든 것을 떠올린다.
수많은 것들의 대가로서 닫혀버린 기억 속에서, 그 날에도 그녀는 이렇게 수줍게 웃고 있었다는 것도.
「곧 밤이 올 거야」
그녀가 전한 그 말이 굉장히 멀리서부터 들려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
「이제 슬슬 끝날 시간」
「어째서, 아주 조금만 더……」
그 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변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한다. 주위를 감싸고 있던 세상 전부가 조금씩 색이 옅어지고, 윤곽이 흐릿해져 간다.
「또 만나자」
그녀의 입술이 갑작스레 작별의 말을 자아낸다. 분명 지금 그녀의 입에서 가장 듣고 싶지 않았을 말.
눈이 녹아 내리듯 공간이 새햐얘지며, 그 한가운데에 선 그녀의 모습도 순식간에 흐려져간다.
「기다려…… 부탁이야, 기다려 줘, 나는 아직 너에게 전하고 싶은 게」
끝나는 건 싫다고 분명히 생각했다. 겨우 만날 수 있었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세상은 무정하게 페이드아웃 되어 간다. 이제 색깔마저도 거의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전부 사라지는 그 순간, 가장 마지막에 드디어 나는, 그녀의 이름을 떠올렸다.
「————미츠하!!」
그렇게 큰 소리로 외친 자신의 목소리에 타키는 눈을 떴다.
정신이 든 곳은 평소대로의 자신의 방이었다. 열려 있는 창문에서 습하고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꿈……?」
어째서,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한 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째서…… 꿈인 줄 알았더라면, 눈을 뜨지 않았을 텐데²⁾. ——좀더, 함께 있고 싶었는데」
검지손가락 끝으로 눈물방울을 닦아낸다. 조금 전 자신의 목소리는 아직 귓가에 남아 있다. 그 뒤의 가슴을 옥죄는 괴로움도.
분명 이것이 아침에 일어나면 어째서인지 울고 있는 이유. 언제나 꾸고 있던 꿈, 그리고 언제나 눈을 뜨면 금새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마는 꿈.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의 모습은 마지막에 언제나 그런 식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름을 부른 목소리도, 뻗은 손도 닿지 못한 채.
그래도 오늘만큼은 달랐다. 눈을 뜬 뒤에도 이렇게 꿈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종이비행기를 주운 탓이었을까. 어제 들고 와서 자기 전에 창가에 놓아둔 그것은, 얇은 커튼 아래에서 바람을 맞으며 살짝 흔들리고 있다.
그걸 손에 들고서 타키는 돌이켜 생각하듯이 멍하니 쳐다보았다. 분명 오늘 날씨도 덥겠지. 창문으로는 강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오늘도 학교에 갈 채비를 마치고 현관문에 손을 짚는다.
문을 힘껏 밀어젖히니, 여름 끝무렵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
——아직 꿈을 계속 꾸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 전까지 보고 있었던 광경이 눈앞에 떠올라 타키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는다. 그래도 손가락 끝은 아무것도 잡지 못한다. 덧없고, 손이 닿지 않는 만큼 괜히 안타까움만 심해진다.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린 순간, 자신을 꿈에서 잡아 끌어내듯이 흘러 들어오는 현실. 타키는 단념하고 다시 평소대로의 떠들썩한 거리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래도, 꿈과 현실의 틈새에서 덧없이 허공을 움켜쥔 오른손은 그 꿈의 뒷이야기를 계속 찾고 있다.
학교로 향하는 길, 언제나의 신사 앞을 지나친다. 돌계단에 다다랐을 때, 평소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은 이 장소에, 웬일로 위쪽에서부터 내려오는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타키는 문득 떠올린다. 딱 1년 정도 전이었을까, 그 때도 여기서 쭉 찾고 있던 누군가의 존재를 느꼈던 일이 있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봐도, 인기척째로 바람에 날려가 버린 것처럼 그곳에는 누구의 모습도 없어서, 쓸쓸함이라는 감정만이 남았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돌계단을 오르는 타키는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스쳐 지나간 순간에, 그게 분명히 “그 사람”이라고 느꼈다.
바람 소리도, 시끄러울 정도였던 매미 소리도 뚝 끊기고, 세상에서 일순간 소리가 사라진 것 같았다. 순간 뒤를 돌아본다. 그녀도 동시에 돌아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기척이 사라지는 일 없이, 조금 전까지 꿈에서 보고 있었던 그녀는 틀림없이 그곳에 있었다.
계속 찾아 헤맸던 사람과 눈이 마주치고 있다. 갑작스런 일에 놀란 나머지 이게 정말로 현실인지를 의심하고 만다. 그래도 이번에야말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전하고 싶었다.
「나, 계속 너를 찾고 있었어! 그 때는 말하지 못했지만, 어떻게 해서든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어서」
「나도, ……나도 너에게 좋아한다고, 계속 전하고 싶었어! 」
그것을 서로에게 전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바람이 불어와 늦더위가 담긴 열을 날려보낸다. 넘쳐흐른 눈물 탓일까, 건너편에 보이는 거리의 윤곽이 흐려졌다.
이 여름의 끝에 우리들은 겨우 찾아낸 것이다. 계속 찾고 있었던 꿈의 뒷이야기를.
노란색의 카디건을 걸쳐 입은 미츠하의 눈동자에서도 눈물이 뚝뚝 흘러 떨어졌다. 그 손을 잡으려고 가까이 다가간 타키에게, 언제나 꿨던 그 꿈 속에서와 같이, 수줍은 미소로 미츠하는 웃어 보였다.
1) 誰(た)そ彼と 我をな問ひそ 長月の 露に濡れつつ 君待つ我を
작중에서 유키노 선생님 수업 때 칠판에 써 있던 와카
2) 思ひつつ寝ればや人の見えつらむ 夢と知りせばさめざらましを
그 사람을 생각하며 잠들었기 때문에 꿈에서 나온 걸까. 꿈이라고 알고 있었다면 눈을 뜨지 않았을 것을
-> 너의 이름은. 의 모티프가 된 와카에서 따온 대사
곧휴 없는 핫산...
탈고완... 덧글은 원작자님께 전달드립니다
주정뱅이 상태라서 선추후감... 자세한 감상은 내일 달겠습니다.
단편임
유키노 센세 우정출연이라니! 이것은 구두맨이 높이 평가
역시 이 둘은 일찍 만났어야 했어 ㄹㅇ..
와, 종이비행기... 너무 좋다...
종이 비행기 소재 좋네요 그것을 주운 타키가 꿈에서 미츠하를 만나고 마지막으로 다시 재회하는 엔딩은 좋아요 ㅎ
스파클 뮤비만큼 좋은 소재가 없기도 하지 명작이다 초중반은 무난하게 읽었는데 둘이 만나는 장면 너무 좋네
와 좋다... 단편 한 편 안에 여러 장면과 다양한 감정을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잘 그려놔서 여러 번 감탄하며 읽었음
저번 크로스라인은 닿지 못하는 애절함이 좋았는데 이번 건 느그에서 좋았던 감정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성장한 유키노 센세의 모습도 볼 수 있어 좋았읍니다 서두에 적은 작가의 말마따나 원작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많이 느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