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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재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ナル님의 「너의 이름은.」단편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 나루 작가의 작품 일람 (링크)








- 조릿대잎 랩소디 전편

가끔은 계절에 맞는 이야기도 써볼까 해서, 다음주에 다가오는 칠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역주 : 6월 29일에 투고되었음)

제목은 예의 그 작품에서 차용하였습니다.

마침 전후편으로 나누면 날짜도 맞을 듯해서, 

그런 구성으로 써보았습니다. 한가할 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장마는 6월에 찾아온다는 이미지이지만, 최근엔 그게 조금쯤 늦어진 느낌도 든다.

성가시게도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공기가 몸에 달라붙는 불쾌감, 

그걸 털어내려 선풍기를 켜 보아도 미지근한 바람만이 나와선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타키 군, 타키 군, 타키~군!!」


그런 공기를 날려버리는 듯 찬연히 빛나는 저 미소를 보고 있자니, 

이 녀석은 장마든 뭐든 별로 개의치 않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내가 앉아있는 소파를 향해 힘차게 달려오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당근을 쫓는 토끼를 연상케 한다.



「무슨 일이야 미츠하, 이 집은 운동회하기엔 좀 좁다고 생각하는데, 난.」

「무슨 소리 하는거야! 그런 표정 짓고 있으면 기껏 찾아온 행복도 다 날아가 버릴 거라구!」


그리 말하며 그 텐션 그대로 내 곁에 앉더니 뒹굴거리며 앞가슴에 머리를 부빈다.

평소에도 조금쯤 이랬던 것 같긴 하지만, 오늘따라 더 이상해 보이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설마 도쿄에 혜성이 떨어질 전조 같은 건가 이거.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


모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아니 그보다 이쯤 해달라구.

낮부터 이상한 기분 들어버리잖냐.


「그런 기분은 지금 당장 일반쓰레기로 분리수거하든지, 

  아니면 밤을 위해서 모아둬!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잖아!」


모아두라는 그 말의 의미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볼까 했지만, 

쓸데없이 텐션이 높아보이는 지금의 미츠하에겐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들뜬 걸까.

아는 사람이 있으면 지금 당장 알려줬으면 한다.

마침 슬슬 비가 올 테니까, 그땐 좀 가라앉으려나.


「그래서, 지금 중요한 일이 뭔데?」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될 것 같아서 물어보고는, 순간 눈을 반짝이는 미츠하를 보고 실패를 깨달았다.

그냥 듣고 넘겼으면 적당히 지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구태여 물어본 이상 어느 정도는 어울려 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좋은 질문이야! 역시 타키 군도 신경쓰이지?」


정정, 어느 정도 어울려 주는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끌려들어가게 될 듯하다.

일단 머리를 부비적거리는 건 그만두긴 했지만, 그 대신 이번엔 내 팔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반대 상황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내 팔을 만져봐야 별로 재밌을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알겠으니까 얼른 말해봐. 대체 무슨 일인데.」


비유하자면 한여름 쨍쨍 뜬 태양처럼, 혹은 지금 당장 초신성 폭발이라도 일으킨 듯한 우주처럼, 

그런 빛나는 미소로 날 바라보는 미츠하에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실은 미츠하의 부탁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불합리한 거라도 들어주고 말 것 같긴 하지만.

뭐, 내가 할 수 있는 일 한정이지만.


「조릿대잎 자르러 가자!!」

「왜?」

「곧 칠석이잖아!!」


이렇게 나와 미츠하의 소소한 칠석 파티가 결정되었다.

뭐 그 정도라면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 때의 날 전력으로 걷어차 버리고 싶다만.


…………


도쿄라고 하면 이곳저곳 건물이 늘어서선 초록빛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실은 의외로 이곳저곳 녹지가 있다.

콘크리트 정글에 지친 사람들이 나무를 심기 시작한 건지, 

혹은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온난화 대처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둘러봐도 새로 조성된 녹지는 꽤 많다.


조릿대를 대체 어디서 구해왔냐고 물어봤더니 미츠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부 나한테 맡겨! 타키 군은 그거 잘라서 장식만 해주면 돼!」


고맙게도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

아니 그건 조릿대잎 찾는 거 말고는 전부 나한테 하라는 말처럼 들리긴 하는데, 

뭐 일단은 말하는 대로 하기로 했다.

이럴 땐 맞춰줘야 한다는 건 나름대로 오래 사귀어온 결과 알게 된 점이다.

아직 저주받고 싶지는 않다.

미야미즈의 무녀는 무서운 존재니까.


그리하여 미츠하가 지정한 조릿대를 모두 잘라서 집에 갖고 와 장식까지 마친 건 칠석 전날밤이었다.

창가 한켠에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어서 설치한 칠석 장식이 그런대로 멋졌기에, 마침내 완성했을 때엔 조금 감동했을 정도다.

무심코 사진도 10장 정도 찍어버렸으니 얼마나 기뻤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미츠하 씨는 어째서 이렇게 기운없어 보이는 걸까.

내가 만든 이 완벽한 장식에 대체 뭐가 불안인 건가.


「타키 군이 만들어준 건데 불만이 있을 리가 없잖아.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만들어줘서 좀 놀라긴 했지만, 엄청 기쁘다구.」


확실히 너무 공을 들였나 싶긴 하다.

LED 스위치까지 만들어 크리스마스 장식마냥 되어버린 걸 보고 있자니, 

나 역시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불만이 없다면 왜 아까부터 방석에 얼굴을 묻고 있는 걸까.

이거 하자고 했을 때의 그 텐션은 어디로 간 거야.

설마 일반쓰레기로 분리수거해버린 건가.

쓰레기 버리는 날은 내일이라고, 지금 안 갖고 오면 집주인한테 혼날 텐데.


「하늘이……」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보려 혼신의 힘을 담은 개그도 무색하게, 미츠하는 그저 한 마디 중얼거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온통 구름에 덮여 별은커녕 달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침 흘러나오는 TV속 기상 캐스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앞으로 2, 3일 정도는 흐림 또는 비라고 한다.

기상도를 보니 일본 열도엔 장마전선이 묵직하게 자리잡은 모양이라, 아무래도 맑은 날씨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내일도 비 오려나……」


아찔할 만큼 아름다웠던 그 미소도 지금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려, 눈앞에 있는 건 그저 침울해진 미츠하.

역시 미츠하에겐 미소가 가장 어울린다.

이제서야 이런 걸 떠올리다니, 나도 참 멍청한 녀석이다.


다시 올려다본 하늘엔 구름이 걸려 있어, 빗소리가 간간히 울려 퍼진다.

반짝이는 조릿대잎 장식을 보며 혀를 차본들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눈을 떠보니 주위에 보이는 건 낯선 방.

아니, 나는 이 방에 온 적이 있다.

심지어 이 방에서 몇 번이고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여러가지 들뜨는 일을 겪었던 것이 틀림없다.

무슨 일로 들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미츠하와 무언가를 했던 것 같긴 한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방보다 훨씬 좁은 방, 그 안에 자리한 싱글 침대.

머리맡에 놓인 관엽식물과 그 옆에서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


「또 그 꿈……, 인가.」


나인데도 내가 아닌 목소리.

내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손이, 아직도 울리며 주인을 깨우려 드는 알람을 천천히 끈다.

다른 손으론 얼굴을, 구체적으로는 눈가를 만지자 아직 마르지 않은 물기가 손등을 타고 떨어진다.


「어째설까……」


누구에게 향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그 말이, 나밖에 없는 방안에 울려퍼져 사라진다.


그리고 눈치챈다.

어떻든 과거 몸이 바뀌는 현상을 체험했기 때문일까, 이해할 수 없는 이런 현상에도 어느 정도 면역은 있는 모양이다.

그게 과연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을 재빠르게 알아챌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건 과거 미츠하가 보았던 모습, 그리고 나는 그 의식 속에 흘러들어와 있다.

이것이 꿈인지, 혹은 과거 그 때처럼 무언가를 예고하는 것인지.

하지만 그 의문조차 미츠하의 중얼거림에 곧바로 풀렸다.


「오늘 칠석이구나……」


저기 미츠하.

넌 내게 뭘 전하고 싶은 거야.

어째서 날 여기로 데려온 거야.


현실같으면서도 현실같지 않은 이곳에서 답을 구해본들, 

의식밖에 존재하지 않는 내게 대답이 들려올 리가 없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지금까지 미츠하의 시선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정보에 따르면, 

아무래도 이 시기의 미츠하는 아직 나와 재회하기 전, 그러니까 과거의 미츠하인 모양이다.

그리고 이번엔 몸이 바뀌는 게 아니라 그저 내 의식만이 미츠하의 의식 속에 섞여있는 상태인 것 같지만, 

미츠하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츠하가 보고 듣는 걸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것뿐.

난감하기 짝이 없다.


외출 준비를 하는 미츠하는 당연히 옷을 갈아입을 텐데, 

무언가 나쁜 일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무리 익숙해졌다곤 해도, 이때의 미츠하는 아직 나와 사귀기 전이다.

죄책감이 솟아오르지만, 시야의 주도권 역시 미츠하에게 있으니 도리가 없다.

볼 생각은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걸로 치자.


화장대 앞.

하지만 거울을 들여다보는 그 얼굴에 내가 알고 있는 미츠하의 미소는 없었다.

이 표정은, 나도 알고 있다.

언젠가의 내 모습, 즉 미츠하와 재회하기 전의 내가 가끔 짓고 있었던 그 표정, 

그게 이렇듯 눈앞에 나타났을 때 이렇게도 가슴이 아프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이래서 츠카사나 타카기가 때로 날 신경썼었던 거군.

만약 친구가 항상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면, 나라면 거리를 두려 했을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그 녀석들 너무 사람이 좋은 거 아닌가.

다음에 한턱 쏴야겠구만.


「미야미즈 씨, 안녕하세요.」

「안녕.」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선 처음 보는 업무 중인 미츠하의 모습, 이건 큰 수확일지도 모르겠다.

연인으로서의 콩깍지 보정을 빼고 봐도 미츠하는 미인이다.

회사에서 대시하는 녀석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해왔다.

이건 과거 있었던 일일 뿐이란 건 알고 있지만, 이참에 제대로 봐두자.


이 현상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아무런 단서도 없으니까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편이 낫다.

미츠하에게 작업을 걸려는 남자놈들을 체크해 두는 게 좋겠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인간적으로 좀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뭐 일단 제쳐두자.

그래, 역시 사람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최고다.



그 후로, 미츠하의 의식 속에서 난 과거 미츠하의 생활을 남김없이 관찰할 수 있었다.

완전히 파악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당시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도 볼 수 있었다.

일하는 모습도, 동료들과 점심을 먹을 때 자주 가는 단골가게도, 일이 끝난 후 장을 보는 광경도.

하루뿐이긴 하지만, 평소엔 볼 수 없었던 미츠하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느낀 건, 어째서 넌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느냐는 것.

사무를 보고 있을 때도, 휴식시간에 조금쯤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도, 

문득 스스로의 손을 바라볼 때도.

언제나 따라붙는 한숨, 

그리고 우울함이 담긴 그 표정.


창문에 반사된 그 얼굴, 그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무언가를 찾으며.




어두운 방으로 돌아와선, 하루의 피로를 풀지도 식사준비를 하지도 않고 묵묵히 창가에서 작업을 시작하는 미츠하.

귀갓길 도중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선 집에 돌아올 즈음엔 진심으로 걱정이 됐지만, 

뭘 만들고 있는지 본 뒤엔 곧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완성된 그걸 창가에 장식하고, 천천히 커튼을 열고는 하늘을 바라본다.

아침부터 구름이 덮여 있던 그 하늘에선, 일전에 내가 봤던 때마냥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럼, 소원은…… 못 이루겠네……」


조릿대도 아닌, 그저 길에서 주운 나뭇가지.

거기에 황송할 만큼이나 장식을 하고는, 한 장 붙여놓은 종이.


그곳에 쓰인 소원을 보았을 때, 마음이 몹시도 조여왔다.


미츠하의 시야를 통해 보는 경치가 멀어져간다.

분명 깨어났을 때엔 곁에 미츠하가 있어선, 평소처럼 함께 아침을 맞이하게 되겠지.

이때로부터 몇 년 후의, 칠석날 아침을.




저기 미츠하.

어째서 넌 이 광경을 내게 보여준 걸까.

이걸 통해 내게 뭔가 전하고 싶었던 걸까.

이 때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니.

어째서 난, 네 곁에 있어줄 수 없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