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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링크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7739517 )



본 작품은 픽시브 닉네임 TMC님의 작품입니다. 원작자분 허가 하에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분 의향에 따라 본 사이트 이외로의 무단 전제를 금합니다.



[TMC님 작품 일람]




[작가의 말]

본편의 몇 년 전, 미츠하가 지금보다도 좀 더 어렸을 때의 이야기.

후타바 씨를 아련하게나마 축으로 삼은, 미야미즈 가의 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만, 타키미츠 요소도 있습니다. 일단은 마지막까지 읽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과거의 이야기이기에 미츠하의 머리 모양에 대한 것 등등, 이것저것 설정을 붙인 부분도 있습니다.


아이맥스 상영도 보고 왔습니다. 음향, 특히 노래 부분이 대단해서, 주제곡이 4곡이나 있는「너의 이름은.」은 아이맥스에 잘 맞는 영화 같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말씀하셧지만, 중학생 타키 군이 전차에서 넘기고 있던 단어장에 영어로 『자신의 반쪽을 찾고 있어요』라고 써 있던 것을 봤을 때는 살짝 감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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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의 향기가 나면 떠오르는 일이 있다.

 도쿄 한구석에서 타키 군과 만났던 날.

 그리고 옛날, 작은 산골 마을에서 보았던, 좁은 길 양쪽으로 쭉 늘어서 있었던 벚나무들.


 하나하나는 희미하고 옅은 냄새일지라도 잔뜩 모이면 선명한 벚꽃의 향기가 난다. 처음으로 그것을 가르쳐 준 것은 할머니셨다 。

 마을에 피어 있던 산벚나무는 하나하나로 봐도 정말로 섬세하고 은은한 향기였지만, 한없이 펼쳐진 가로수길을 바람이 쓸고 지나가면 부채질한 것처럼 향기가 그윽하게 올라온다. 그 말이 옳았다고 내게 전하려는 듯이.



「——한데 모이면 결속이 강해지는 법이야. 그것도 무스비. 벚꽃도, 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직 어린 너희들도



 꽃잎이 눈처럼 춤추는 가로수길 아래. 아직 어린 나의 손을 이끌며, 머리 위에서는 할머니의 타이르는 듯한 상냥한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할머니의 반대쪽 손에는 나보다도 작은, 아직 단풍잎 같은 요츠하의 손이 이어져 있다.

 춤추며 떨어지는 꽃보라를 올려다보며 천진난만하게, 처음에는 신이 나서 걷던 요츠하가 이윽고 기나긴 길에 지쳤는지 길가에 주저앉아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걸 한동안 달래던 할머니는 살짝 쭈그리고 앉아, 칭얼거리는 요츠하를 등에 업었다. 그대로 비탈길을 걸어 내려간다.


 그 날은 엄마가 돌아가신 지 3년이 되는 날이었다.

 제사를 마치고 엄마가 잠드신 묘소에 셋이서 다녀오는 길. 산골짜기의 좁은 내리막길에 쭉 이어지는 벚꽃길은 정말로 드물고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가로수들 사이로는 저 아래 작게 이토모리 마을이 보인다. 거기에 붙은 호수도. 잔잔한 수면에서는 초봄의 포근한 햇살을 받으며 물결이 어른어른 흔들리고 있었다.

 호수를 건너온 바람이 벚꽃의 냄새를 잔뜩 모아서, 눈보라처럼 꽃잎들을 날려 볼을 간질이고 간다. 살짝, 여운과도 같이 꽃의 향기를 남기면서.

 아까 등에 업힌 요츠하는 벌써 새근새근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자고 있다. 분명 할머니의 등은 편안히 흔들리는 요람 같았겠지.

 손을 잡은 채로 평소의 돌계단을 올라, 눈에 익은 신사의 도리이를 지난다. 문득, 경내의 입구에서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등 뒤로 보인 것은 마을 전체를 감싼 채 고요히 멈춰선 이토모리 호수.

 나는 그걸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릴 적에는 이 마을이 좋았다. 쭉 여기서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건너편에 있을 아직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세상을 향해, 아주 조금의 동경을 품으면서.




 해가 저문다. 슬슬 식사의 준비도 시작될 시간. 나는 복도를 지나 별채로 찾아왔다. 다다미 8장 정도 넓이의 별채에 있는 방을 우리는 실을 짤 때의 작업실로서 사용하고 있었다. 복도를 지나 약간 열려 있던 장지문 틈으로 방 안을 들여다본다.

 서쪽에서 비치는 해가 가는 빛줄기가 되어 다다미방 한구석을 비추고 있었다. 실이나 직물, 상자가 널린 방 안에서, 빛이 비치는 곳만이 떠올라 작은 실이나 먼지가 그 안을 천천히 춤추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뭔가 신기한 거라도 찾아낸 것처럼, 갑자기 의식을 붙잡힌 듯 멍하니 그것을 바라본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안에 떠오르는 작은 뒷모습. 하얀 손가락으로 뽑아내던 실.

 더 어렸을 때, 여기서 엄마와도 함께 실을 짰던 적이 있었다. 엄마가 건강하실 시절, 몇 년도 더 된 옛날 이야기로,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이미 희미하지만 방에 비치는 빛을 보면 그 때의 정경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장지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가 빛줄기를 가로질러, 나무틀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언제나 하고 있기에 정좌 자체는 익숙했다.

 매끄러운 재질의 틀을 만지며, 실에 달린 추를 가볍게 툭 부딪혀 본다. 소리를 통해 그 기억을 더듬으며 조금 더 떠올려보려 할 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미츠하, 여기 있었니」


 돌아보자 어느새 작업실 앞까지 오신 할머니께서 서 계셨다.


「곧 저녁 먹을 시간인데. ……이런 데서 무슨 일이니?」

「네……저기, 조금 떠올리고 있었어요. 엄마랑 같이 실을 짜던 거. ——왠지 그리워서」


 그렇구나, 하고 짧게 중얼거리며 할머니는 방에 들어와 조용히 옆에 앉으셨다.


「후타바는 실매듭을 짜는 솜씨도 좋았지. 그 애밖에 짤 수 없을 것 같은 섬세하고 복잡한 문양을 자주 생각해 냈었단다」

「그랬군요. ……좀더, 엄마랑 같이 실을 짜고 싶었는데」


 그 뒤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작업실 안에서 실이나 먼지가 춤추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별채의 마루 아래, 뜰까지 이어지는 샘에서 퐁당 하고 물이 튀는 소리가 들린다. 그 외에는 정적뿐. 저녁 해가 지면서 비치는 빛의 각도가 조금씩 완만해져 간다.


「……미츠하, 머리 묶어 줄까?」


 할머니께서는 입을 열자 갑자기 그렇게 말하셨다.


「네」


 고개를 끄덕이자, 할머니는 내게 등을 돌리게 하고 머리를 살짝 묶고만 있던 실매듭을 풀었다. 풀려 내린 머리카락을 정성껏 손끝으로 빗으며 가볍게 두 줄기로 모은 뒤, 각각을 엮어서 땋은 머리를 만든다.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만지는 그 손결이 문득 그리운 엄마의 손을 떠올리게 했다.

 양쪽에서 땋은 머리를 뒤쪽에서 하나로 모아 실매듭으로 묶는, 그 특유의 묶는 방법은 옛날에 엄마가 자주 해줬던 것이었다. 그렇게 배운 대로 머리를 묶는 것은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을 더듬는 일이기도 했다.


「할머니도 옛날에 이렇게 엄마 머리카락을 묶어 주셨어요?」

「그래. 이 묶는 법은 원래 내가 후타바에게 가르쳐 줬었지」


 그래서였구나, 하고 나는 납득한다. 할머니에게서 엄마에게 이어져 내려온 것이었기에 분명 손놀림도 꼭 닮았던 거겠지. 머리를 빗어주는 손끝마저도 그 날을 떠올리게 해서 이렇게나 정겹다.


「자, 다 됐다」


 얼마나 지났을까, 빨간 실매듭을 나비 모양으로 묶어 마무리를 지으신 할머니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고마워요」


 나는 할머니 쪽을 돌아보며, 잠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저기 할머니, 오늘 밤에 같이 실매듭 만들어요」

「어머나, 갑자기 웬일이니?」

「모르겠어요. ……그래도 오늘은 왠지, 할머니랑 같이 하고 싶어서」


 그 때, 할머니는 눈을 가늘게 뜨며 희미하게 미소 지으신 것처럼 보였다.


「그렇구나. 그럼 오늘은 미츠하도 감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실을 짜보지 않겠니?」

「어, 괜찮아요!? 네, 해볼게요!」

「그럼 밤에 가르쳐 주마. ……자, 곧 저녁 먹을 시간이니까. 미츠하도 같이 거실로 오거라」 


 자리에서 일어선 할머니를 따라 나도 방을 나선다. 복도를 지날 때, 막 묶인 실매듭을 바람이 살짝 흔들며 지나갔다. 

 그 날 밤은 늦게까지 작업실에서 추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실을 꼬고 짜기 위해 우리가 자아낸 소리는 밤중 내내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실려가는 것 같았다.





 휴일의 평온한 오후. 툇마루를 대신하는 바깥으로 열린 큰 창문 옆에 앉아서, 나는 요츠하와 함께 종이접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모퉁이를 맞춰가며 정성껏 접어서, 한 장의 종이로부터 풍선이나 붓꽃을 만들어간다. 풍선에 숨을 불어넣어 부풀리자, 요츠하는 엄청 기뻐하며 손바닥으로 몇 번이나 튕기면서 놀았다.

 동생과는 이렇게 자주 함께 놀곤 했었다. 종이접기 외에도 신사 뒤편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함께 짠 실로 실뜨기를 하거나 했다. 이 집에는 그 밖에 좀더 현대적인 장난감이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그렇게 옛날 놀이를 하며 지내는 게 여기서는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다.


「미츠하!」


 익숙한 목소리에 바깥으로 눈을 돌리자, 집보다 조금 낮은 도로로 이어진 돌계단에서 텟시와 사야가 둘이서 얼굴을 불쑥 내밀고 있다.


「같이 놀러 안 갈래?」


 아니나다를까, 언제나처럼 휴일이니 놀러 가자는 모양이다. 사야는 최근에 맘에 들어하는 가방을 비스듬하게 매고, 텟시는 약간 나른한 모습으로 집을 둘러싼 대나무 울타리에 팔꿈치를 올리고 기대어 있다.


「응, 갈게!」


 바로 그렇게 대답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요츠하도 갈래!」


 아직 어린 요츠하도 그렇게 말하며 따라오려고 했다.


「요츠하는 오늘은 집 봐야지」

「왜! 요츠하도 가고 싶어!」


 울상을 짓는 요츠하에게 할머니께서 옆에서 말을 거셨다.


「요츠하, 슬슬 간식 먹지 않겠니? 어제 마을 분께 받은 말린 고구마도 있는데」

「고구마! 먹을래요!」


 눈 깜짝할 사이 태도를 바꾸며 요츠하는 부엌으로 달려간다. 조금 안심하면서 그 모습을 배웅한 뒤, 나는 신발을 신으러 현관으로 향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셋이서 강둑 밑으로 내려간다. 건너편에는 강을 가로질러 걸린 카도이리 다리가 보인다. 이토모리 호수로 이어지는 강은 산기슭의 샘물에서 시작되어 흘러 들어오는 것이 대부분으로, 그 중 유일하게 마을을 지나며 비교적 물이 맑은 이 강가는 어릴 때부터 자주 자신들의 놀이터가 되곤 했다.


「저기, 누가 제일 멀리까지 돌 던지는지 시합 안 할래?」


 텟시가 적당한 크기의 조약돌을 바닥에서 주워 모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싫어, 우린 이제 그런 어린애 같은 장난 안 하는걸. 그렇지 미츠하?」


 사야가 동의를 구하듯이 말을 걸어온다.


「뭐야, 여자들은 시시하네. 애초에 어린애 같니 뭐니 말해봤자 너도 같은 나이잖아」

「남자들만큼 유치하지는 않아!」


 둘이 주고받는 대화를 곁에서 들으며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후후, 너희들 사이 좋구나」

「안 좋거든!」


 둘은 한 목소리로 씩씩대며 말했다. 거봐, 그러니까 하는 소리야, 하고 나는 둘을 번갈아 보면서 웃었다.




「……그건 그렇고 미츠하는 대단하네. 계속 어머니를 대신해서 요츠하도 그렇게 돌봐주고」


 강가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은 채, 사야가 감탄하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게. 신사 일만으로도 힘들 텐데」


 텟시도 무릎을 세우고 나란히 앉아, 근처의 조약돌을 하나 집어 강으로 던지며 중얼거렸다.


「딱히 힘들진 않아. 요츠하가 태어났을 때부터 쭉 해온 일이고. 신사 일도 할머니 쪽이 이것저것 바쁘신 거고, 나는 조금 도와주는 정도뿐이니까」


 나도 두 사람 곁에 주저앉아, 반짝반짝 빛나며 물방울이 튀기는 수면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에 후타바 씨 기일이었지. 올해도 등롱 띄울 거야?」


 텟시가 문득 이쪽을 본다.

 혼을 위로하기 위해 호수로 이어지는 강에 등롱을 띄워 흘려 보내는 것 이야기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래 기일마다 온 가족이 같이 해왔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언니도 기일이란 얘기를 했었어. 후타바 씨는 역시,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존재였으니까 잘 기억하고 있다면서」

「……응, 띄울 것 같아. 할머니께서 벌써 준비하고 계셨어」


 나는 주변에 돋아 있던 잡초의 잎사귀를 뜯어, 손으로 접어서 배 모양을 만들었다. 그걸 수면에 살짝 떨어뜨려 띄운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배를 셋이서 가만히 지켜보던 중, 텟시가 입을 열었다.


「우리 아버지도 말했어. 후타바 씨께서는 신께 일찍 불려가신 거라고. 분명 그건 신의 은혜이기도 하다고」


 배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 뒤, 텟시는 남은 조약돌을 수면에 스치듯 던졌다. 수면에 몇 차례 튕긴 뒤 물보라를 남기며 조약돌은 가라앉았다. 강둑 건너편에 보이는 해는 거의 다 기울어 있고, 바람은 조금 차가워져 있었다.




 두 사람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문득 옛날에 엄마가 들려준 동요를 떠올렸다. 오랜 시간 잊고 있었지만 기억을 더듬듯이 한 구절을 흥얼거려본다.

 노래하고 있으니 조금씩 추억이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옛날에 저녁 늦게까지 밖에서 놀던 나를 걱정해서 엄마가 마중 나와 줬을 때, 돌아오는 길에 함께 손을 잡고 걸으며 불러 주셨던 노래.

 그 시절의 일은 이젠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잡았던 손의 따스함과, 엄마가 들려주신 그 곡만큼은 지금도 약간 귓가에 남아 있었다.

 그래도 스스로 노래해보려 하면 아무리 해도 도중에서 끊어져 버린다. 엄마가 흥얼거리던 그 뒷부분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 오늘의 귀갓길은 왠지 약간 쓸쓸했다.




 그 날 밤, 식사의 뒷정리와 내일의 준비도 마친 뒤. 어린 요츠하를 겨우 재운 나는 거실로 돌아온다. 복도에서 방 안을 바라봤을 때, 나는 순간 그곳에서 엄마의 모습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몇 차례 눈을 깜박인 뒤,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 사람은 뒤를 돌아보고는 조금 쉬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슨 일이니, 미츠하」하고 말을 걸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다. 불단¹⁾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은 할머니셨다. 아주 짧은 순간 엄마의 모습과 겹쳐 보였었지만.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도 불단에 향이나 피울까 해서」


 눈을 뜨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불단 앞에 서서 양초에 불을 붙이고 향을 세운다. 방울을 울리고 조용히 합장한 뒤, 나도 할머니 곁에 정좌로 앉았다. 


「……저기, 할머니. 엄마는 할머니께 있어 어떤 사람이었어요?」


 문득 그렇게 물어본 나의 옆에서, 할머니께서는 온화한 표정으로 뭔가를 생각하는 듯 가만히 눈을 감고 계셨다. 그리고 잠시 뒤 입을 여신다.


「그렇구나. 후타바는 누구보다도 미야미즈다웠지. 이 마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그 애가 하는 말에 틀린 것은 없었으니까, 마치 몸 안에 신께서 들어온 것처럼. 신께 사랑받았고. 그래서 그만큼 빨리 불려갔지. ……하지만, 조금은 생각할 때도 있다. 만약 지금까지도——그 애가 살아 있었다면 하고」


 문득, 이어지던 말이 끊겼다. 할머니께서 손가락을 펴시더니, 손바닥이 나의 얼굴을 살짝 감쌌다. 그대로 말없이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얼굴을 쓰다듬는다.


「……크면 꼭 닮을지도 모르겠구나. 특히 너는 말이다. 얼굴이 많이 닮았어」


 그 손놀림은 엄청 쓸쓸해 보였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입을 열고 있었다.


「——할머니, 제가 있어요. 저는 쭉 여기에 있어요」


 지금 꼭 전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걸 들은 할머니의 눈이 약간 가늘게 뜨였다. 입가에 부드러운 웃음을 띄운 채 할머니께서는 그렇구나, 하고 중얼거리셨다.


「맞다. 할머니, 어깨 두들겨 드릴게요」


 일부러 그렇게 해맑게 말하고는, 나는 할머니의 등 뒤로 돌아 주먹을 쥐고 어깨를 가볍게 쿵쿵 두드리기 시작한다. 아직 반듯할 거라고 생각했었던 할머니의 등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무르고 작았다.


「너무 세거나 하진 않아요? 아프진 않고요?」

「딱 좋다. ……어깨를 누가 두드려 주는 것도 오랜만이네. 손녀의 손이란 건 참으로 다정하고 기분 좋은 것이구나」


 그 날은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말로 고요한 밤이었다. 조금 허리가 굽으신 할머니는 어깨 너머로, 두들기고 있는 나의 작은 손에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겹쳤다.





 이제 곧 할머니의 생신이 다가온다.

 올해의 선물은 무엇으로 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학교에서 사야에게 행복의 클로버 이야기를 들었다. 드물게 나는 네잎 클로버는 행복의 상징으로, 지니고 있으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마침 우리의 이름을 딴 선물이고²⁾, 게다가 이거라면 아직 어린 요츠하라도 함께 찾아서 선물할 수 있다. 올해는 그걸 찾아서 책갈피로 만들어 할머니께 선물하자. 그렇게 이야기하자 요츠하는 엄청 기뻐하면서 자기도 하겠다고 말해 주었다.

 클로버라면 이 시기엔 마을 어디에도 피어 있었지만, 네잎 클로버를 여러 개 찾기 위해서라면 한 곳에 많이 자라있는 넓은 풀밭 쪽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문득 자주 가는 공터를 떠올렸다. 그건 자신 이외의 누구도 모르는 비밀의 놀이터였다. 동급생들에게 험담을 들었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뭔가 괴로운 일이 있거나,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장소에서 혼자 멍하니 있고 싶을 때마다 가끔씩 몰래 왔다 가던 장소였다.

 마을과는 반대 방향인 신사 뒤편 방향에 있고, 입구는 울타리의 일부가 부서진 틈을 지난 곳이다. 일견 그렇게는 보이지 않기에 아무도 그곳이 입구인 줄은 모르고, 일부러 그 안까지 가보려 하는 사람도 없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 집에 돌아와 가방을 놓고서 요츠하를 데리고, 나는 바로 그 풀밭으로 클로버를 찾으러 나왔다.

 울타리를 지나 그 안에 둘러싸인 풀밭을 보자, 요츠하는 즐거워하며 달려나갔다. 그 활발한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아서, 나는 뒤를 쫓아가면서 키득키득 웃는다.


「언니 굉장해! 아무도 모르는 우리들만의 비밀의 공터야~!」


 당초의 목적은 완전히 잊은 듯 풀밭 위를 구르며 놀기 시작한 여동생을 곁눈질로 보면서, 나는 쭈그리고 앉아 발 밑의 클로버를 보면서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찾기 시작한다. 평소에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네잎 클로버는 생각보다도 간단히 찾을 수 있었다. 찾으면 찾을수록 신기할 정도로 많이 자라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것은 눈 깜짝할 사이였다. 좀더 모으겠다고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해가 지고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진 것을 나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문득 주변을 돌아봤을 때는 이미 해가 완전히 지기 직전이었다. 해가 뉘엿거리는 하늘은 거의 밤의 색을 띠고 있다. 가로등 같은 것도 없는 이 들판은 완전히 어둠 속에 갇힌 채로, 마을에서 떨어진 곳이라 빛도 거의 닿지 않는다.



「요츠하!」



 시시각각 시야가 좁아지는 와중, 제일 먼저 떨어져 있던 여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풀밭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던 모양으로, 몇 번인가 부르자 드디어 눈을 떴는지, 약간 떨어진 곳에서 졸린 듯한 목소리로 요츠하의 조용한 대답이 들렸다.

 서둘러 요츠하의 곁으로 뛰어가 일단 무사한지 확인한다. 작은 손을 놓치지 않게끔 꼭 잡고서,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출구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벌써 거의 어둠에 물든 그곳에서는 거리감도 방향감각도 잃어버리고 만다.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어느 쪽에서 왔는지, 하늘은 해가 다 지기 직전에, 빛도 안 비치고 이정표로 삼을 물건도 딱히 없는 장소. 그저 풀밭을 멀리서 빙 둘러싼 울타리만이 있는 곳에서, 출입구 대신의 부서진 울타리가 어디였는지는 이미 알 수 없었다.

 이 공터에는 울퉁불퉁한 곳도 많고, 구멍이나 물이 고인 곳도 있었다. 시야가 깜깜한 와중 어린 요츠하를 데리고 마구 돌아다니기에는 위험했다. 가시철사도 일부 둘러져 있는 그 울타리를 어두운 곳에서 간단히 만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니, 집에 안 돌아가?」


 옆에서 불안한 듯한 요츠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돌아갈 거야. 꼭 돌아갈 테니까, 괜찮으니까」


 불안을 애써 지우며 스스로에게도 말하려는 듯이 나는 중얼거린다.

 하지만 이 장소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 여기로 온다는 것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저쪽을 올려다보니, 산속의 변전소에서 이어지는 철탑이 색을 잃고 실루엣만이 남아 어두운 하늘에 솟아 있었다. 그것마저도 점점 짙어지는 밤하늘 속에서 윤곽이 점점 알아볼 수 없게 되어간다. 지금 여기서 눈에 비치는 것은 그것뿐으로, 그 밖에 여기가 어딘지를 알려주는 표시도, 수단도 없다.

 저 멀리 마을 내 방송을 전하는 스피커에서 뭔가 작은 소리가 울리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마을의 반대편에 있는 이곳에서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소리도 흩어져 버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차라리 저녁마다 마을 전체에 들리는 저녁 노을 노래³⁾를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지만, 듣지 못한 지금에 와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언니, 점점 추워져」


 그렇게 말하며 몸을 움츠리는 요츠하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하려고 꼭 끌어안았다.

 봄이라곤 하지만, 해가 지고 밤이 되면 기온은 금방 떨어져간다. 쌀쌀함도 한층 더 심해졌다. 불안과 공포에 짓눌리면서도 나는 필사적으로 빌고 있었다.




 몇 십 분일까, 아니면 몇 시간일까. 얼마나 지났을까, 엄청나게 긴 시간 동안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저 멀리서 흔들리는 작은 불빛을 발견한 것은 그 뒤로 잠시 시간이 지나고, 캄캄한 어둠으로 덧칠해져서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철탑 위에 수많은 별이 반짝이기 시작한 뒤였다.

 나는 도와달라고 큰 소리로 외쳐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전했다. 곧 손전등을 든 몇 명의 어른들이 이쪽을 향해 온다. 잠시 후, 그 뒤에서 다가오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곧바로 요츠하를 데리고 달려갔다.

 혼나는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 걱정을 끼쳤음은 당연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는 호통치거나 하지 않고, 자리에 못박혀 서 있는 우리 둘을 그저 말없이, 조용히 끌어안으셨다.


「……어쨌든, 너희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잠시 뒤, 진심이 담긴 듯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고함은 치지 않으셨지만, 아플 정도로 꽉 잡힌 팔에서 할머니께서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전해져 온다. 야단맞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마음이 괴로웠다.


「정말로,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요츠하도 함께였는데」

「죄송해요. 할머니 생신 선물로 언니랑 네잎 클로버 찾고 있었어요」


 반쯤 울먹이면서, 요츠하도 같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잘못을 빌었다.


「하지만, 어떻게 할머니는 우리가 여기에 있는 줄 아신 거에요? ……여기는 분명 아무도 모를 텐데」


 숙이고 있던 고개를 겨우 들면서 내가 묻자, 할머니는 표정을 문득 부드럽게 풀면서 말하셨다.


「알고 있었지. 한참 전부터. 미츠하와 요츠하에 대해서는, 할머니는 뭐든 알고 있으니까」




「자, 집으로 돌아가자. 몸도 이렇게 차가워서는, 많이 추웠겠구나」


 할머니의 오른손은 내 손을, 왼손은 요츠하의 손을 잡았다. 울타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이 손의 온기에서 너무나도 그리운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간 건 언제였을까.


「나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가 너희를 걱정해서 함께 찾아줬다. ——너희 아버지도 말이지」


 길가에 세워진 회색의 스피커를 흘깃 올려다보며 할머니께서 말하셨다.

 소리가 흩어져서 들리지 않았던 그 스피커에서 울린 방송은, 아빠가 주민센터에서 마을 방송을 써서 우리를 찾으시던 것임을 그 뒤에야 알았다.


「앗!」


 걷다가 갑자기 외친 나를 놀란 얼굴로 요츠하가 올려다본다.


「언니, 왜 그래!?」

「네잎 클로버…… 어딘가에 떨어뜨리고 와 버렸어…… 할머니 생신 선물로 드리려고 생각해서 기껏그렇게 잔뜩 모았는데」


 해가 져서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하게 된 뒤로 쭉 정신이 없어서, 기껏 모은 클로버를 어딘가에서 잃어버리고 만 뒤였다. 그걸 위해서 오늘 거기로 갔던 건데.


「괜찮다. 너희가 있어 준다면 그것만으로 좋으니까. ——고맙다, 요츠하, 미츠하」


 그렇게 말하며 할머니는 손을 꼭 잡으신다. 비탈길 끝에, 호수 근처에서 빛나는 민가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함께 걸으면서, 할머니는 문득 떠올랐다는 듯 동요를 부르시기 시작했다.

 너무나 그리운 그 멜로디는, 그 귀갓길에 엄마가 불러준 것과 같았다.

 다정하고도 어딘가 애달픈 그 노래가 귓가를 스친다. 아무리 애써도 기억나지 않던, 그 날 엄마가 흥얼거리던 노래의 뒷부분.

 분명 쭉 전해져 왔을 그 노래를,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끊겨 버린 그 노래를, 나는 드디어 떠올렸다.




 벚꽃의 향기가 나면 떠오르는 일이 있다.

 도쿄 한구석에서 타키 군과 만났던 날.

 그리고 옛날, 산골의 고향에서 보았던, 쭉 늘어선 벚나무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추억이 더해지게 되었다.


 이 온화하고 좋은 어느 봄날에.




 대기실로서 사용하고 있는 별채 밖에서 가볍게 소리가 나더니, 미닫이문이 조용히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돌아보니 거기에는, 이츠츠몬⁴⁾이 달린 검은 하오리와 하카마⁵⁾로 몸을 감싼 타키 군이, 야무진 모습으로 미닫이문 입구에 서 있었다.

 뒤돌아본 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타키 군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오랫동안 말문이 막힌 채, 감탄한 듯이 드디어 천천히 숨을 내쉰다.


「……어때?」


 머뭇머뭇 물어본 나를 보고, 언제나처럼 목 뒤를 아무렇게나 만지며 일순간 시선을 피했다. 저건 타키 군이 동요할 때 언제나 하는 버릇이다.


「어떠냐니, 그야……당연히 잘 어울리지. ——엄청 예뻐」


 한번은 시선을 피했지만, 이번에는 똑바로 내 눈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해 주었다. 약간 얼굴이 빨갛다. 하지만 그건 분명 나도 똑같겠지.

 옆에 세워져 있는 거울을 통해 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전신을 감싼 시로무쿠⁶⁾에, 아래쪽으로 묶은 타카시마다⁷⁾를 둘러싼 새하얀 와타보우시⁸⁾. 하얀 우치카케⁹⁾와 모자에는 가늘고 붉은 테두리가 장식되어 있다.

 그건 누가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우아하고 순수, 일본 전통의 신부의 모습.




「미츠하는 정말로 기모노가 잘 어울리네. 청순한 모습이 딱 맞아」


 넋을 잃은 듯이 아직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타키 군이 말한다.


「타키 군이야말로 하카마 엄청 잘 어울려. 지금까지 본 모습 중, 제일 남자다워」

「그래? 미츠하가 그렇게 말해 주는 건 기쁘지만, 그래도 역시 미츠하한테는 상대가 안 되네. 뭐랄까, 자랑스러울 정도야. 이렇게 아름다운 신부가 내 거라니」

「그렇게 칭찬받으니 왠지 부끄러운데…… 하지만, 이건 타키 군을 위해 입은 거야. 타키 군을 위한 모습이고, 나는 타키 군을 위해 여기에 있는 거야」


 그 때 갑자기 입구 쪽에서 일부러 낸 듯한 큰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순간 서로 손을 뒤로 빼면서, 우리는 당황한 나머지 거리를 벌린다.


「……두 분 바쁘신 와중 미안하지만, 슬슬 시간 됐어」


 언제부터 그런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던 건지, 요츠하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 쓴웃음을 짓는 표정이었지만, 대기실로 들어와 앞에 선 요츠하는 내 모습을 말없이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역시, 언니는 예쁘다니까. ——내 평생의 자랑이야」


 한동안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그 표정이 사라졌다. 얼굴을 살짝 찡그리더니, 요츠하는 말없이 나를 꼭 껴안았다.


「요츠하?」


 말을 걸어도 대답은 없다. 대신에 코를 훌쩍대는 소리만 들린다.


「……요츠하」

「아아~ ……조금만 더 오래, 나만의 언니로 있어주길 바랐는데」


 내 앞가슴에 딱 붙은 채 얼굴을 들지 않는다. 어린 응석받이로 돌아간 것처럼 여동생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언제까지나 요츠하만의 언니인걸. ……바보구나 너는,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되는데」


 지금까지보다 어리게 보이는 그 등을 몇 번이나 쓰다듬었다. 진정될 때까지, 쭉 손을 얹은 채로 계속 쓰다듬었다.


「앞으로도 기분 내키면 언제든지 집에 들이닥칠 테니까, 잘 부탁해요, 타키 씨」


 눈물을 닦고 겨우 얼굴을 들고 타키 군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요츠하는 또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활짝 웃었다.




 복도를 지나 누군가가 미닫이문 앞에 서는 소리가 들렸다. 쳐다보니 이 날을 위한 검은 토메소데=를 입은 할머니께서 서 계셨다.

 타키 군은 결혼식 준비를 위해, 요츠하를 따라 방을 나간다.

 혼자 남겨진 방으로 들어오신 할머니는 조용히 내 앞에 섰다. 사랑스러운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한동안 가만히 내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셨다.


「……시로무쿠 입은 모습까지 꼭 닮았구나」


 문득 혼잣말처럼 그렇게 말하셨다. 나를 바라보는 그 눈은, 정말로 기쁜 듯했다.


「할머니. 지금까지 고마워요. 정말로, 정말로——」


 그 뒤는 어째서인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에 대한 감사의 말도, 미처 다 품지 못할 만큼 커다란 마음도 분명 있었을 텐데.


「행복해져야 한다」


 여태까지의 슬픔도, 외로움도, 극복해 왔던 괴로움도, 눈물도, 그 모든 것을 감싸듯이, 할머니께서는 다정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씀하셨다.


「——미츠하, 너는 모두의 몫까지 행복해져야 한다」




 느릿한 음악 소리가 들려온 것을 신호로, 할머니께 손을 이끌려서 나는 대기실을 나선다.

 바람은 상쾌하고, 빛은 부드러운 색을 띤 날이었다. 수채화 같은 봄의 색으로 가득 찬 날이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멀리서부터 모아온 벚꽃의 향기를 옮겨다 준다. 옛날에 고향에서 봤던, 그 때의 벚꽃길과 같이.

 엄숙하게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간다. 숙이고 있던 시선을 들어올리니, 긴 복도의 끝에서 타키 군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도 넘을 것 같은 피리소리가 이 화려한 공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날아온 벚꽃잎이 춤추며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대기실에 남겨진 책상 위에, 홍백색의 끈으로 장식된 앨범이 놓여 있다.

 그것은 결혼식이 끝난 뒤 마지막에 전해 주려고, 할머니를 위해 몰래 준비해 뒀던 것.

 거기에 채워진 새로운 가족의 모습과 새로운 미소의 사진을, 할머니는 과연 기뻐해 주실까.

 옛날 할머니의 생신 때 드리지 못한 그 네잎 클로버 대신에, 마지막 페이지에는 새로 따온 행복의 네잎 클로버와 세잎 클로버가 사이 좋게 끼워져 있었다.






[각주]
1) 불단(仏壇): 가정에 작은 크기로 설치된 부처님을 모시는 제단

2) 세잎(三つ葉), 네잎(四つ葉). 각각 미츠하(三葉)와 요츠하(四葉)

3) 저녁노을(夕焼け小焼け): 일본의 동요. 전국에서 저녁시간마다 방송되어 초등학생들의 귀가 시간을 알리는 신호로 쓰임

4) 이츠츠몬(五つ紋): 기모노에 집안을 상징하는 문양을 다섯 개 단 것. 

5) 하오리(羽織), 하카마(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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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로무쿠(白無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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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일본 전통혼례때 입는 복장임 하오리는 겉옷 하카마는 바지를 말함

생긴것만 알면 되니 자세한건 생략


7) 타카시마다(高島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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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머리


8) 와타보우시(綿帽子): 위 시로무쿠 사진에서 쓴 모자

9) 우치카케(打掛): 일본 여자 예복




+ 제목에 대해. 본 제목인 桜めぐり는 일반적으로 벚꽃 구경을 뜻함 꽃보러 한바퀴 둘러보고 오는 그런것

하지만 めぐり에는 순환, 한바퀴 돎 이란 의미 또한 있고

어릴적 본 벚꽃길과 마지막 결혼식때의 흩날리는 벚꽃으로 수미상관? 그런 느낌으로 쓴 중의적인 표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했음


사실 작가님껜 안물어봄 제 과대해석일 수도 있음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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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참 좋은데 일본 전통혼례 나올때마다 각주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괴롭다...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