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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째서.
여기밖에 없었어.
너무나도 선명한 꿈의 이 장소.
어떻게든 구하고 싶었어.
이렇게 찾아왔잖아, 그럼 대답해줘.
너가 여기에 있었다고, 내가 여기에 있었다고.
네 몸에 들어갔던 건 나였다고, 내 몸에 들어왔던 건 너였다고.
이어질 것이라고!
무스비가 우리를 이어줄 것이라고!
「 왜 대답하지 않느냔 말이야!!!!! 」
오열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이름을 가까스로 기억해낸다.
기억나는 대로 나열해본다.
미야 요 , 가와라 카즈 ,나토 카,미야 미 .
사라지지 말아줘, 아직 너희를 기억하고 있어.
너희 이름이 이렇게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고!
, , ,미야 미 .
점점 더 잊혀져만 간다.
, , ,미야 .
소중한 사람.
잊고 싶지 않은 사람.
잊어 버려선 안 되는 사람!
「 너의, 너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득해진다. 내가 무엇을 하려했는지도, 뭘 그렇게 찾으려 했는지도.
에 관한 것들이 모두 희미해져간다.
의식이 멀어져간다.
.
「 …뭐하는거야 난. 」
손에 남은 흔적, 야미(やみ).
이 흔적의 뜻을 알 수는 없었지만 꼭 이 손에 적인 ‘야미(やみ)’(어둠)같이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감각밖에 남지 않는다.
.
[ 어떻게 된거야. ]
[ 그러니까, 타키의 착각 같은 거일거에요. ]
[ 아니야… 틀림없어. ]
[ 이 교정, 주변의 산, 이 고등학교까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고! ]
[ 죽었다고…? ]
[ 정말로, 죽었…다고? ]
「 그럴 리가 없잖아!!!! 」
벌떡-. 또다시 악몽을 꾼건가.
아침에 일어나보면 항상 눈물이 흐른다. 악몽의 내용이 슬퍼서 그랬는지, 무언가 짚이는 게 있는지.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다시 이불을 덮고 꿈을 떠올려 보아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뭘까 이 공허함.
이 허한 느낌, 어딘가에 있던 산에서 돌아온 뒤로 계속 자신을 괴롭혀왔던 이 공허함.
비어있는 곳이 나를 집요하게 무언가를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공허함이 아무리 부르짖어도 나는 그 ‘무언가’가 떠오르질 않았다.
잠에 깨어났을 때에는 항상 일기앱을 습관적으로 누르게 된다.
나도 모르게 클릭하게 되고, 보고 싶고 그 안의 내용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 일기앱은 ‘No Entries’라는 문구를 출력해 내 공허함에 가시를 돋을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폰을 침대위에 던져두고는 눈을 비비면서 책상 위를 멍하니 보자, 모래시계와 끈목이 보인다.
모래시계의 푸른 모래가 아래에 멈춰있다.
교복을 입으면서, 눈에 꽂힌 그것은 내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언젠가, 한번 뒤집어놓고 모래가 떨어지는 것을 멍하니 본 적이 있었다.
지금은 되짚어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곤 한다.
그 밑에는 형형색색의 실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끈목.
오래전, 누구한테 받아서 이렇게 가지고는 있지만… 지금은 보고 있자하면
내 마음 속이 비어있다는 감각이 심하게 아려온다.
놓쳤다는 느낌. 잡았어야, 쫒았어야만 했다는 이 감정의 쓰나미.
이런 감정이 몰려올 때면 또다시 ‘누군지 기억이 안난다‘는 생각이 덮쳐온다.
외면한다. 난 그런 감정도 고통도 받아낼 자신이 없었다.
.
오늘도 어김없이, 전철을 타고 등굣길에 오른다.
늘 타왔던 전철이지만 그 날에서부터, 짓눌리는 이 느낌. 단지 인파에 의해 짓눌리는 느낌뿐만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악감.
[ 타키 군… ]
[ 타키 군-! ]
열차 안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들을 때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보이는 건 수많은 인파뿐.
열차가 멈춘다.
도망쳐 나오듯이 열차를 뛰쳐나온다.
죄악감에 계속 짓눌리자니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 그러는 너야말로 누군데? ]
계속해서 나를 향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머리에 쥐가 날 것만같다. 마음이 시려온다.
미칠 것 같다. 어떻게든 떨쳐내고 싶다.
이대로 사는 건, 정신이나 내 몸이나 어느 쪽도 버텨줄 것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 아픔을 털어내는 것은, 왜이리도 싫을까.
계속해서 도망치는데도, 나는 그 목소리를 더욱 원하고 있었다.
.
학교생활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의미 없는 시간이 실의 연결처럼 흘러간다.
뒷목을 손으로 받치고 의자에 등을 기대어 창밖을 멍하니 본다.
왠지, 아무렇지도 않았던 장소들이 눈에 꽂힌다. 내가 매일 걷던 등굣길조차도,
특별한 무언가가 숨어있는 것처럼 계속 찾게 된다.
눈에 띄게, 꽤나 고전식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자.
[ 오늘도 머리 안 묶고 왔잖아. ]
[ 오늘도 여우에 홀린 상태구만… ]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려 그 장면을 재구성해본다.
언덕길을 내려가고 있는 여자 둘과 남자 하나 정도인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아련한 광경을 나도 모르게 그리워한다.
그리워하게 되면, 무엇에 그리워했는지 생각을 떠올리면 또다시 그 공허함이 나를 엄습해왔다.
눈을 피한다. 더 이상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오늘의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소리.
그렇게 싫어했었고, 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지만 유독 이 종소리를 들으면
학교에 있었던 시간에 대해 미련이 남는다.
운동장의 구석에 가서 친구들과 점심을 즐긴다던가, 나의 희망수업 1위인 체육이라던가.
좀 더 이 시간이 좀 더 오래갔으면 하는, 이 종소리가 울리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
그것은 언제 적의 것이었을까.
다분히 뻥 뚫려있는 기억 속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교실에 아무도 없는 저녁 어스름.
노을이 붉게 타면서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대 즈음을 칭하는 말이 있었는데.
미련을 떨치지 못했던 터라, 아직 학교에 남아있었다.
아르바이트는 지금 출발해도 늦는 터라, 오쿠데라 선배한테 전화를 넣어두었고 신타가 아르바이트를 대신 해준다고 했다.
요즘은 부쩍 이 시간대의 노을을 보는 것이 좋았다.
내가 가는 길마다, 이 시간이 되면 잠시 할 일을 멈추고 노을을 보곤 한다.
그래도 언제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이 시간에 학교에 있어본 적이 없으니 학교에서 노을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 저거, 나 말하는거지. ]
[ 어.. 응. ]
[ 잠깐, !? ]
미술 시간의 일이었던가.
책상의 테두리에 발을 갖다 대고, 그대로 쭉 뻗어 책상을 넘어트린다.
그 상태로, 다리를 쭉 뻗었다가 요염하게 다리를 꼬는 행동.
기껏해봐야 내가 떨어진 걸 모두 정리해야하는 귀찮은 행동이었지만,
다른 누군가가 봤다면 꼴사나웠을 지도 모르는 짓이었지만
이 감각은 낯설지가 않았다. 어딘가 후련한 이 감정.
분명 귀찮은 것이 늘어버렸지만, 귀찮은 것이 떨어져나갔다는 감각이 깊게 남는다.
고개를 돌리자, 거울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거울 안에서는 붉은 끈목으로 머리를 묶은 한 어떤 여자가 날 지켜보고 있다.
우리 학교의 것이 아닌 좀 더 수수하지만 깔끔한 교복. 포인트처럼 눈에 띄는 붉은 리본.
그리고 어디선가 보았었던 얼굴, 끈목.
[ 정말, 괜찮은 녀석이구나 넌. ]
순간, 드디어 온통 백지로 가득했던 머릿속의 한 곳이 메워지는 느낌.
일어나야겠다는 생각보다 먼저 몸이 일어났다.
거울을 향해 직진으로 뛰쳐 간다. 내 앞길에 있는 책걸상은 아무래도 좋았다.
「 미츠하! 」
달려와서 거울을 꽉 잡는다.
거울을 똑바로 바라봤을 땐, 여자는 온데간데없고 눈물이 흐르는 내 표정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럴 리가. 방금까지 제대로 이 눈에 새겨두고 있었다.
[ 타키 군- ]
[ 타키 군-! ]
나를 부르는 목소리. 지겹도록 들어서 귀에 눌러앉은 그 목소리.
아침엔 확실하지 않았지만, 이 목소리는 분명 그 거울속의 여자의 것이다.
지금, 머릿속의 메워진 곳이 확신하고 있다.
[ 나도 알바하거든! ]
[ 너희 관계는 아주 순조롭다구? ]
그녀와의 기억들이 내 마음속에 가득히 차오른다.
…그래. 이제, 기억했어.
「 너의 이름은…!
어째서…? 」
.
「 내 눈앞에 있었고, 내 귀에 들렸고, 그리고 지금 이 시간을 기억하는데..! 」
[ 타키 군- 내가 곁에 있을게. ]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떠오르지 않는다.
비어있는 감각이 나를 덮친다.
방금의 시간은 그 날들의 시간처럼 감미로웠다.
그 감각들이, 그 속삭임이 좀 더 남아있었으면.
.
깜깜한 밤길의 육교를 걷는다.
이 곳을 지날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한쪽 벽에 기대어 잠시 망상에 빠지다 간다.
만약에, 내가 찾으려던 그녀가 이 곳에 있었다면. 나를 찾으러 왔었다면.
그때 나는 대체 무엇을 했을까, 하고.폰을 뒤지어 일기앱을 열고선, 뒤져본다.
[No Entries.]
내 마음속을 대변해주는 그 문구는 충분히 쓰라렸다.
아르바이트가 모두 끝난 시간. 아마, 지금쯤이면 정리를 하고 있을테지.
이 시간 때쯤이었던가…
오쿠데라 선배가 내가 찢어진 스커트를 귀엽게 수선해줬다는 기억이 있다.
여자력이 높다느니 뭐라느니 말했지만, 역시 나한테 그런 것은 없었다.
…아. 그래, 오쿠데라 선배라면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변했던 나에 대해서. 여자력이 넘쳤던, 그 때의 나를.
이탈리아 식당 쪽을 본다. 아직은 시간이 있었다.
급했던 마음은 지칠 대로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
「 오쿠데라 선배. 」
열심히 청소하는 그녀의 뒤에서 부른다.
숨이 멎을 것 같았지만, 어느 때처럼 결의에 차있는 어조로.
「 어… 타키군. 」
「 내일, 시간 좀 내주시면 안될까요. 」
몇일 전의 타키라면 생각해보지도 못할, 애초에 말이라도 건넸으면 자랑거리였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좀 더 당당히 요청하는 것이었다.
「 …으응, 괜찮지만.. 타키 군은 괜찮아? 」
침묵하고 있는다. 전혀 괜찮지 않기 때문에, SOS를 하기 위해 왔다.
이건 오쿠데라 선배를 철저하게 이용해먹겠다는 심보였다.
추악하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그녀에게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표정을 굳혔다.
「 알았어. 내일, 12시 공원에서 보자. 」
「 감사합니다, 선배. 」
무리라고 생각하곤 있었지만, 오쿠데라 선배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 날, 다분히 무언가 나사가 빠진 날.
서로가 서로를 찾아다닌 날.
그 날이야말로, 이 갈증을 해소시켜줄 오아시스였다.
「 …그럼, 내일 봐요. 선배. 」
「 으응…”
선배의 마지막 얼굴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걱정해주는 그 얼굴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어른거렸다.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간다.
집에 들어오면 언제나 나를 맞이해주는 복도. 조금 들어 가다보면 거실로 사용하는 공간이 있고, 끝까지 걸어 들어가야 내 방이 있다.
오늘은 그 몇 발자국 더 걸어야하는 게 너무나도 힘들게 다가왔다.
좀 더 걸으면 저세상이라도 갈 것 같이.
[ 여기부터는 격리된 세상. 저세상이라는 뜻이란다. ]
장소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어딘가의 산의 꼭대기에 있었지. 무녀 집안이 모시는 신체가 있던 곳.
넓은 초원이 펼쳐진 아래 중간과 바깥을 가르는 작은 하천과 그곳을 지나갈 수 있게끔 하는 작은 징검다리가 있었다.
중간에는, 지하동굴로 이어지는 작은 사당이 있었다.
난 그곳에서 깨어났었고, 그간의 일들을 모두 잊어먹은 채였다.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내 마음의 채워져 가는 부분이 그 여자를 찾기 위해서 가고 있었다고.
간절함과 함께, 내일 찾으러갈 수 있도록 눈을 감았다.
.
「 너 지금 꿈을 꾸고있구나? 」
「 꿈? 그럴 리가 없잖아요. 」
「 으음-. 」
할머니가 지긋이 이쪽을 바라보지만, 그보다 더 매혹적인 게 날 사로잡고 있었다.
카타와레토키. 태양이 아름답게 타고 있다.
황혼기의 이토모리 호를 보고 있자하면 강렬하게 이곳에 남고싶다.
맨날 가슴 만지고 있다고 뭐라 하는 여동생이라던가
여우가 들렀다느니 뭐니 하면서 오컬트 이야기를 늘어놓는 녀석이라던지
여러모로 이 내 세계와는 다른 이 곳을 다른 누구보다도 좋아하게 되었다.
「 언니, 갑자기 우리 마을이 사라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있어? 」
「 무슨 소리야..? 」
「 아니~ 그냥 그런 생각해본 적 없어? 」
「 ..하, 그거 참. 뭐 운석이라도 떨어진대? 」
「 왜 그렇게 과민반응이야- 평소엔 이런 마을따위는 싫다더니. 」
분명 테시가와라한테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었다.
이런 마을 따위는 싫다고, 빨리 도쿄 가고싶다면서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완 다르게 난 이 마을에 미련이 남고 있다.
오늘따라, 더욱이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넘친다.
다시는 이토모리에서의 생활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이.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검은색 도화지의 중앙을 가르는 푸른색의 아름다운 선이 날아들고 있다.
지금도 내 눈에 보여 그 근사함을 눈에 담기엔 어렵다.
그런데도 그 근사함만큼이나 내 마음을 죄여오는 이 마음은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는다.
더욱 찬란하게 빛날수록 나의 마음은 더 시려온다.
「 혜성…혜성… 」
「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데리러 올테니까. 죽지 말고 기다리라고. 」
자리에 눕는다.
미야미즈, 미츠하. 너의 이름은 미야미즈 미츠하.
.
어김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다.
여전히,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꿈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꿈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제와는 달랐다.
누군가가 나와 함께 있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과는 야속하게 착각임을 알려주는 적막함.
그런, 착각. 그런 느낌.
그 적막함은 내 마음속의 공허함을 채워주고 있었다.
[ 오늘은 오쿠데라 선배와 도쿄 데이트! ]
머리도 제대로 손질해 두었고, 옷도 단정하게 입었다.
흠이라면 저번의 데이트와 같은 옷차림을 하고 나간다는 정도.
그렇지만, 어딘가가 부족했다. 내 머릿속의 한 곳처럼, 비어있다.
책상 위의 끈목이 보였다.
그 목소리를 원하고 있는 나. 난 그 목소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공허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외면할 이유가 사라졌기에 똑바로 직면하기로 했다.
끈목을 쥐어서, 손목에 제대로 묶어두었다.
나가기 직전, 책상위의 모래시계가 보인다.
마음이 내키어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모래가 흐른다.
[ 무스비(이어짐이)라는 것을 아니? ]
[ 이어지고, 얽히고, 끊기고, 때로는 돌아오고 ]
[ 시간의 흐름, 그 자체란다. ]
[ 그것이 너희를 이어줄 거란다. ]
분명 들어 봄직한 말들이 떠오른다.
시간의 흐름, 그 자체.
그것이 우리를 이어줄 것이다. 그 문장이, 그 말이 내 마음을 쿵쿵 울렸다.
공원에 서서 기다린다.
다행히도, 10분정도 빨리 와서 기다릴 수 있었다.
12시의 이 신주쿠 공원은 인해가 이는 곳이기 때문에 그저 서있기만 한다면 소매치기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적당히 공원의 입구에서 등을 기대어 폰을 만지고 있던 차에 오쿠데라 선배가 왔다.
「 타키군- 」
「 오셨어요? 」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웃으려고는 해보지만 잘 되질 않는다.
먼저 불러낸건 이쪽이지만, 역시 부끄러운 건 사실이다.
뭔가 계기를 통해서 엄청나게 가까워져버려서 이제는 조금 편해진 사이긴 하지만,
한때 정말 동경했고 짝사랑하던 선배라서 같이 이야기 하다보면 쑥쓰러워지기 마련이다.
「 빨리 왔네. 좀 더 빨리 올걸 그랬나- 」
「 저도 방금 왔는걸요. 」
「 우후후, 가자. 걸으면서 이야기해. 」
멋쩍은 웃음을 하면서 끌려가듯이 동행한다.
[ 만약에 타키군이 가게 되었을 시엔, 감사하며 갔다올것! ]
목소리가 들려오자 뒤돌아본다.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았다.
「 타키, 뭐해? 」
「 아, 아. 갈게요. 」
하루종일 짚이는 게 있었다.
선배와 가게되는, 이 모든 거리들이 내가 찾고있는 그 향수를 뿜고 있었다.
데이트 장소를 가게될 때마다 그 말들이 나를 찔러왔고,
나는 오쿠데라 선배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
선배한테 여자력이 넘쳤을 그 당시에 대해서 물어보곤 할때면
내가 생각지도 못할 엄청난 이야기를 해놓곤 해서, 「 으아- 내가 정말 그랬다고요!? 」 라는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 타키 군, 오늘은 다른 사람같아. 」
데이트가 중의 미술관에 들렀을 때 눈에 익은 풍경에 사로잡혔었다.
하늘을 그대로 담아내듯 푸른 호수와 주변의 산과 마을은 그야말로 작품이었기에,
본 적 있는 그 호수를 나도 모르게 뚫어지게 보았다.
그런 날 질책하듯이 오쿠데라 선배가 나에게 쏘아온 말.
난 그런 선배를 보면서 고개를 숙이기만 하였다.
「 저기, 선배. 출출하지 않으세요? 저녁이라도 드실래요? 」
「 오늘은 해산할까. 」
육교를 말없이 건너고 있다.
그 녀석의 향기에 정신이 팔려있던 나를 오쿠데라 선배가 계속해서 깨우길 반복했다.
그런 나에게 질려버린 것도 당연할테지.
「 타키 군은 말야, 아니라면 미안하지만. 옛날엔 나를 좀 좋아했었지? 」
「 …으윽. 」
「 그리고, 지금은 다른 아이가 맘속에 있고. 」
「 …으으윽. 」
저번 데이트 때에도, 이런 말을 했었다.
오쿠데라 선배를 동경했다는 이야기와, 지금은 다른 아이를 좋아한다는 이야기.
오늘로서 확실히, 난 오쿠데라 선배를 선배로서 동경하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 그때와, 똑같네요. 」
「 응? 」
「 저번에, 데이트 했을 때 말이에요. 」
「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난, 먼저 갈테니까 아르바이트때 봐. 」
그렇게 말하고선 오쿠데라 선배는 가버렸다.
...? 이번이 분명, 두 번째다. 오쿠데라 선배가 기억을 하질 못하는 건지 내가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면 그 날과 모든게 같았다.
머리에 펑크가 난 것 같은 충격을 받으면서 떠올린 기억.
바로 폰을 잡고 앱을 찾는다.
몇 번이고 나에게 ‘No Entries'를 비추어댔던, 내게 공허함을 안겨주었던.
미야미즈 미츠하라는 이름의 항목으로 기재되어있는 일기들이 나열이 되어있다.
보기 좋게 이모티콘도 잔뜩 들어가있고, 여성체가 눈에 띄었다.
「 …아. 」
이정표가 비추어 지고 있다.
비워져있던 양동이에 물이 쏟아진다.
채워진다.
그 감각과 함께, 노을이 타는 그 아름다운 순간을 본다.
이 아름다운 순간을 이르는 명칭이 있었다.
지금에서야 확실히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 카타와레토키다. 」
「 카타와레토키다. 」
그 소리를 듣고 옆을 돌아봤을 때에, 나처럼 등을 기대고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저 하얀색 셔츠위의 춘추복의 노랗지만 주황빛이 감도는 저 교복과 쇄골부분의 빨간 리본, 다소 수수해보일 수 있는 회색의 짧은 치마.
그리고, 내 손목에 있는 것과 같은 묶은 머리를 고정해주는 저 끈목-
마지막으로 꿈속에서 봐왔던 저 얼굴은 틀림없이.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 미츠하! 」
[ 갑자기 찾아가면 민폐려나? ]
밑에서 들려오는 자동차의 소리보다 더욱 크게 그녀에게 소리친다.
이쪽을 봐주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 건가…?
나를 무시한 채 육교를 떠나간다.
비가 땅과 부딪히는 소리가 소란을 떤다.
「 미츠하!!!! 여기야!!!! 」
[ 놀라려나? ]
더욱 크게 소리쳐도 소용없었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주저 앉을 것 같았지만, 쓰러지면 안된다.
눈 앞의 저 미츠하를 따라가야만 한다.
뛰어간다. 다리에 힘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지만 몸보다 마음이 앞서서 나가고 있다.
온몸이 홀딱 젖을 만큼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
[ 아니면 조금은… 기뻐해줄까? ]
미츠하를 잡으려고 손을 그 녀석을 잡게끔 휘둘러보았지만 그 순간 사라져있다.
사라졌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미츠하를 찾는다.
쏟아지는 비속에서 그녀를 찾기엔 어려운 것 같다.
보이지 않아서 계속해서 돌아보며 울부짖는다.
「 미츠하!!!! 」
[ 그럴 리가 없지. ]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뛴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말이지만,
직접 말하는 것같이 머리 속에 이정표가 미츠하로 향하는 길을 비추어주었다.
스가 신사의 계단.
마음이 구멍이 뚫린 하늘만큼이나 울고 있다.
그 계단을 따라서 내려간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있어서, 계단이 졸졸졸 흘러가는 하나의 하천이 되었다.
「 앗! 큭-! 」
[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어. ]
그만 미끌리는 바람에 뒤로 넘어져버렸다. 얕게 고여 있는 웅덩이에 넘어졌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눈앞의 미츠하를 잡는 게 더 급해 그런 꼴사나운 건 아무래도 좋았다.
잠시라도 코너로 사라지면 사라졌다는 마음이 난도질당하는 기분이었다.
미츠하를 따라간다. 넘어졌기 때문에 더욱더 간절하게 뒤를 잡는다.
[ 우리는 만나면 바로 알아챌거야. ]
[ 내 안에 들어온 건 너였다고. 네 안에 들어간 건 나였다고. ]
숨이 멎을 것 같다. 미츠하가 걸어간 길을 따라온 이곳은 요요기 역.
비가 더욱 거세게 내린다.
눈 쪽의 빗물을 팔로 대충 슥슥 닦고는 온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
미츠하는 열차 승강장 쪽에 있겠지. 분명, 이토모리로 가기 위해선…
[ 타키 군- ]
[ 타키 군! ]
자꾸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 그곳으로 가야겠지.
뇌리를 스치는, 기억의 저편.
그래- 넌, 3년 전에.
[ 저기, 타키 군. ]
날 만나러 왔었어!
[ 에… 기억 안나? ]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간다. 어둠은 짙게 내려 깔려있었고
역 내부에는 하품하는 역무원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열차가 하나, 와있었다.
미츠하는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나도 주저 없이 비로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열차내부엔 소름끼칠 정도로 아무도 없다.
무언가 신비한 기운이 내부에 가득하다.
미츠하도 분명 비를 다 맞고 왔을 텐데 나밖에는 비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끈목을 유심히 본다.
무스비, 이 흐름이 거짓되지 않았다면 다시금 나에게 기회를.
「 타키 군. 」
돌아서니, 있었다.
「 미츠하… 」
「 여기까지 왔네. 」
머리에 끈목이 없었다.
머리가 풀려있는 상태여도 충분히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얼굴.
더군다나 웃고 있는 그 얼굴을 보자 하니 사르르 녹을 것만 같았다.
「 머리 안 묶은거야? 」
「 무슨 소리. 네가 가지고 있잖아. 」
「 아, 아…이건 분명히… 」
「 응, 그때 너에게 주고 갔었지. 」
「 미안, 너무 늦어버렸지. 돌려줘야하는데- 」
「 …마지막 기회야. 이게. 」
「 …응? 」
「 이걸로 잘 이어졌으니까. 타키와 미츠하는. 」
끈목을 받아서, 머리를 묶어올려서 끈목으로 잘 묶는 걸 본다.
갑작스럽게 피로가 심하게 몰려온다. 더 이상 일어설 힘이 없게 된다.
이제야 만났는데, 어째서-
「 그럼 나중에 봐. 꼭, 지켜줘야 해. 」
미츠하가 앞칸으로 멀어지고 있다.
떠나가는 미츠하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럴 힘이 남아있질 않는다.
「 가지-마… 」
의식을 잃는다.
[ 이번 역은 … ]
[ 요요기. 요요기. ]
…눈을 뜬다.
말없이,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련한 그날의 기억들. 미츠하와 몸이 바뀐 날의 생생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몸이 바뀌었던 날의 경험들을 되뇌고 있다가 혼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밖에서 혜성이 내일이면 가장 잘 보일 거라는 문구가 보인다.
혜성이라…
혜성하니까 관련된 일을 기억하고 있다.
[ 타키 군- ]
[ 타키 군- ]
또다시 나를 짓누르는, 그 목소리. 아니 잠깐…
「 저기, 타키 군. 」
「 아. 」
「 에… 기억 안나? 」
슬며시, 웃으면서.
「 기억하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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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다듬을까 생각하다가 어차피 똥글인데 그냥 올려도 될것 같았습니다.
너의 이름은. 원작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구성 나름의 개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전개해봤습니다.
이해가 어려우실수 있습니다 _ _)
제가 짜둔 구성의 전개와 인물의 변화는 있지만, 어떻게 해석하시든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 가장 중요한 스포일러는 밑부분을 스크래치하시면 나올것입니다 이게 안되면 성립하지 않는 내용이라 ㅠ
열차 안으로 쫒아 들어가 만나는 미츠하는 신적인 존재입니다. 이게 아니면 성립이 되지않기 떄문이죠__)
전 이런 마지막에 감정이 폭발하는 소설이 좋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읽기에는 감정이 폭발하지 않을 것 같지만요.
애프터는 열려있습니다. 중간중간에 던져둔 떡밥 회수도 제대로 안되다던가..
최종 퇴고를 하지않았거든요.(웃음)
팬픽콘 이외에도 나름의 도전이 많은 작품입니다.
콘테스트와 관련없이 열렬한 비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최종 퇴고도 하지않고 글을 내다니 똑바로 일을 하지 않았군 핫산 이라던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희미하게나마 남은 기억때문에 고통스러워하던 타가놈이 허상이 보일만큼 미쳐가고 있다 기억을 완전히 되찾지만 그것마저도 허상을 통해서..넘모 슬프잖아..
근데 스토리보면.. 이토모리 갔을때의 악몽 꾸는거보면 갤주 찾으러 간 뒤라는건데 끈목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건..이 작가는 악마임에 틀림없다
나중에 읽어보고 감상댓글 적어드리겠습니다. - 7월 1~15일 팬픽콘 개최 중입니다.
악마냐
타키에게 허상이 보일만큼 감정을 응축되었고 애잔하고 슬픕니다. 결국 마지막에 만나긴 한거죠? 간단감상평이며 리뷰는 팬픽콘 끝나고 올려드리겠습니다 - 7월 1~15일 팬픽콘 개최 중입니다.
왜 다들 못만났다고 생각할까 ㅠㅠ //타츠하 최고#@₩%
열차에서 만난 신같은 존재로 타키는 과거로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서 미츠하를 구할 수 있곘네요 잘 봤습니다
윗부분 단편적으로 기억을 떠올리는 연출이나 마지막 장면은 좋은데, 너무 이미지에만 의존해서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콘티는 있는데 그걸 어떤 구도로 보여줄지 그리고 어떻게 보여줬을 때 보는 사람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아직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
글쓴 사람 머릿속에는 이미지가 명확하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수많은 개행을 뚫고 스크롤을 내리다보면 솔직히 말해서 이해가 잘 안 돼...ㅠㅠ 오쿠데라랑 만나고 해가 지는 걸 기점으로 시간이 되돌아갔거나 기억이 이어져서 결국 마지막에 중딩타키가 기억을 갖게 됐다고는 짐작하겠는데 그 앞의 과정을 잘 모르겠어...흑흑...
죄송 ㅠㅠ 솔직히 이해가 잘 안갑니다 ㅠㅠ 제가 빡대가리라 그런듯
이미지 연상이 너무 힘드네요. 분위기 자체는 괜찮은데.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 때문에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영화의 줄거리에 너무 의존하지 않았나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흠......일단 제3자의 입장에선 이해하기가 매우 난해하네요. 저는 이해를 합니다만 다른사람이 봤을땐 이게 뭐지라고 느낄 수도 있을것 같고 , 글이 너무 어지럽습니다. 영화랑 연계시칸것도 정말 좋았지만 좀 과하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네요. 그래도 이 팬픽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은 정말 좋았습니다. 수고하셨어요 ㅎㅎ
이해하기 어려워서 중간에 이게 뭐지... 하고 봤는데 마지막에 모든 것이 이해됐다. 타키는 미츠하에 대해 점점 잊어가는 도중 미츠하였을 당시 기억의 파편을 보며 점점 떠올려내고 오쿠데라와 데이트하는 시점으로 타임리프, 거기서 미츠하의 허상?을 만나고 전철로 이동, 중학교 시절로 타임리프해서 미츠하를 만난 것 같네
이해하기 어렵게 쓰셔서 제 추측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쉽게 풀어쓰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내용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부분이 특히 좋네요
글의 시간대가 왔다갔다 하는 점이 어지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시간대로 나뉜 문단 사이사이로 표지판 역할을 할 장치나 문장을 적재적소에 정착시킨다면 더 뛰어난 작품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소재도 그렇고, 글의 문법도 대체로 깔끔하다 생각했습니다. 인슐린이지만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시점 변환이 잦고 과거의 기억이 계속 오버랩되는게 집중에 방해가 되는 감이 있음. 물론 그게 메인 주제라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타키가 일상 속에서 본편의 내용들을 기억해가는 형태로 녹여낸건 참신하고 좋았다
ㄴ 다른 부분으로 꼬집어주셨네요. 좀더 유연하게 써보도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