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Made by Re0)
【개요】
2013년의 소녀 미츠하.
2016년의 소년 타키.
두 사람이 육교에서 카타와레도키로 만났다면?
황혼으로 엮어내는 또 하나의 이야기
【RE: 1부】
“잘 다녀오셨나요?”
한때나마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던 병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무나도 고요했다. 늘 타키─지금은 미츠하─를 알아보고 맞이해줬던 간호사만이 일행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을 뿐이었다.
“환자분의 상태는 어떤가요?”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지금 환자의 상태였다.
“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그 질문을 받은 간호사는 입을 열지 못한 채 눈시울을 붉히다가, 감정이 북받쳤는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
“……정말……인가요?”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어 있었다.
심장 박동 저하. 호흡 저하. 체온 저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사태가 전부 환자를 덮쳤다. 지금은 어떻게든 생명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올해는커녕 내일을 넘기기도 어려울 거라는 조심스러운 예상까지 나왔다고 한다.
내일. 12월 25일.
내일을 넘기지 못하고, 곧 환자는 숨을 거둔다.
미츠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오쿠데라는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츠카사는 고개를 숙이고는 머리를 감싸 쥐어버렸다.
세 사람은 그저 조용히, 이제는 죽음의 기운이 맴도는 중환자실 앞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걸어왔다.
미츠하는 병실로 같이 들어오려고 했던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냥, 둘만 있게 해 주세요.”
그 말과 함께 중환자실의 문을 연 미츠하의 얼굴에는, 이제껏 본 적 없는 다른 색깔의 각오가 서려있었다.
달칵,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미츠하는 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게 입을 틀어막은 오쿠데라의 몸이 가늘게 떨려왔다.
소리는 막았을지언정 감정까지는 막을 수는 없었다.
그 감정에 억눌린 오쿠데라의 몸이, 무릎부터 시작해서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츠카사도, 결국 옆에서 같이 소리를 죽여 흐느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미츠하는 하루 만에 이 중환자실로 되돌아왔다.
병실은 고요했다. 평소처럼 의료 기구 소리마저도 먹먹하게 들렸다. 지금 미츠하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미츠하는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나마 남아있던 온기와 핏기조차 사라져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구하려다가 자신의 몸에 속박되어버린 소년이 저 어둠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이제, 마지막 선택권마저도 박탈당했다.
이제는 받아들여야만 한다. 미츠하 본인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제 미츠하는 몸부터 마음까지 전부 타키가 되어야 한다. 말투도, 행동도 전부 바꾸어야 한다. 학교, 직장, 여가생활…… 모든 생활 일정도 타키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었던 이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
그것을 며칠, 몇 달, 몇 년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미츠하는 완전히 도쿄의 남자아이가 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미야미즈 미츠하라는 인물은 사라진다. 새로운 육신에 깃든 영혼은 스스로 그 모습을 지워버리고, 생명을 잃어버린 원래 육신은 차가운 땅 속에 묻혀 썩어 없어진다. 미츠하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만이 장례식과 기일에나 그 사람과의 추억을 서로 나누다가, 그마저도 희미해지며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미야미즈 미츠하라는 소녀는 곧 영원한 안식을 맞이한다.
여기 남아있는 사람은 타치바나 타키.
그러니 이제, 소녀의 시신을 뒤로 하고 타키는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다.
미츠하와 몸이 바뀐 소년 타치바나 타키의 영혼은 뒤바뀐 육체에 갇혀 영원히 어둠 속에 묻힐 것이다.
여기 남아있는 사람은 미야미즈 미츠하.
그러니 이제, 미야미즈 미츠하가 대신 그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여기 누워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살아남은 사람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은 누구의 삶일까.
어느 쪽이 타키일까.
어느 쪽이 미츠하일까.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럴 수 없었다.
이제는 머나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텟시가 했던 ‘단 한 마디의 말’이 떠올랐다.
─적어도 사람을 희생시켜서 이루어져야 할 정도의 소원은 아니라고.
그 말대로다. 그토록 바라던 남자아이의 삶을 얻으려고 당장 다음 생을 달라고 한 적도 없다. 다른 누군가의 삶을 빼앗아서 자신에게 달라고 한 적은 더더욱 없다. 자신의 소원 때문에 누군가가 희생당한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진즉에 받아들였을 것이다. 몸이 바뀌자마자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인생을 얻었다면서, 바로 자신의 몸을 버리고 쾌재를 지르며 도쿄로 돌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금도 머릿속 어딘가에서 ‘나는 절대로 타치바나 타키라는 사람이 될 수 없다’라고 외치고 있다.
그래서 이 병원을 떠날 수 없었다.
츠카사와 오쿠데라의 설득이 만들어낸 잠깐의 흔들림조차도 그 목소리에 떠밀려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이 병실로 되돌아왔다.
창가로 걸어갔다. 그 창가 너머로 바깥 풍경을, 세상을 둘러보았다.
눈에 비친 건 회색빛을 띄는 무채색 풍경이었다.
첫눈은 내리지도 않는다.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 풍경 속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는커녕 산타 복장을 한 사람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색깔도 없는 흑백영화만이 눈앞에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내가 원했던 세상은 이런 게 아니야.
차라리 멱살이라도 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누가 이런 걸 원했대?
난 이런 걸 원한 적 없어.
싫어.
가지 마.
날 이렇게, 전혀 모르는 세상에 던져버리고 혼자 가 버리지 마.
‘이대로 네가 죽어버리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해? 너의 몸을 억지로 떠안아버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라는 거야?’
누워있는 사람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 손에서 살짝 삐져나온 오렌지색 실이 보였다.
자신의 몸이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그건, 실매듭이었다.
미츠하가 ‘소년’에게 건네줬던 오렌지색 실매듭을, 이제는 체온조차 느껴지지 않는 손으로 살며시 쥐고 있었다. 그 손에서 다시 실매듭을 빼앗은 미츠하는 멍한 눈으로 그 실매듭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실매듭.
내가 소년에게 건네주었던 실매듭.
이제.
이 실매듭은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그 증오에 손이 요동쳤다. 떨리는 눈동자에서 눈물이 새어나왔다.
다시 만나고 싶었다. 이 사람이 나를 기억해줬으면 했다. 그래서 이 실매듭을, 그때까지만 해도 소년이었던 이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이 사람은 그로부터 3년 뒤에 실매듭을 들고 다시 나를 찾으러 왔다. 이곳에 누워있는 나를 깨우려고 했다. 그래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나와 몸이 바뀌었다.
그리고─내 몸 속에서 숨을 거두려고 한다.
이 실매듭이,
나의 소중한 사람을 이 꼴로 만들었다.
……………….
………….
……아니야.
이 실매듭이 한 게 아니야.
바로 나야.
내가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든 거야.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르는 바람에, 이 사람이 죽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실매듭 같은 건 건네주지 말 걸 그랬어. 설령 그 때 너를 만나서 마을에 혜성이 떨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더라도, 너에게 아무런 감정도 가지지 말고 그대로 헤어졌어야 했어.
그러면 너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를 잊었을 텐데. 그저 한 때의 꿈이었다고 생각하면서 내게 아무런 감정도 품지 않고 살아갔을 텐데. 할머니처럼, 그리고 어머니처럼, 네가 나를 잊을 수 있었을 텐데.
그랬으면,
만약 그랬으면.
─네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가라앉았다. 발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시커먼 어둠이 몸과 마음을 저 아래로 끌어당겼다. 그 시커먼 어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었다.
미츠하는 지금, 진심으로 무서운 발상을 떠올렸다.
이미 이런 몸이 된 그 날로부터 이따금씩 그런 상상을 하고는 했다. 이제까지는 ‘방법’이 없었기에 늘 단념했던 그 끔찍한 모습이, 이제는 자신이 두 손으로 들고 있는 그 ‘오렌지색 방법’이 더해져 선명한 색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 손은 어느새 실매듭의 길이를 어림짐작으로 재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충분히 목에 걸고도 남지 않을까.
─네가 이대로 눈을 뜨지 못하면, 나도 너를 따라갈래.
네 목숨과 바꾸면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대로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아. 절대로 너 혼자 외롭게 두지 않을 거야. 그곳이라면 아무도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을 거야. 설령 너를 이렇게 만든 죄로 지옥에 간다고 해도, 그 문턱까지는 너와 같이 있을 수 있을 수 있을 테니까─
…….
실매듭을 들고 있던 두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뒤늦게 이곳에 도착할 가족들, 사야, 텟시.
츠카사, 오쿠데라.
병실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울음을 터트릴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 모습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눈을 질끈 감고 천천히 도리질을 쳤다.
그래. 이건 아니야. 이건 이 사람의, 나를 위해 여기까지 와 준 사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야. 나를 살리러 온 사람 앞에서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면 어쩌자는 거야.
─기껏 살렸더니 왜 너까지 온 거야, 이 바보야.
설령 만난다고 해도, 그렇게 말하면서 싫어하겠지.
그럼, 나는 이제 어떻게 해?
네가 없는 이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해?
가르쳐 줘.
지금이라도 일어나서 가르쳐 달란 말이야…….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그 눈물이 누워있는 사람의 손에 닿았다.
순간.
움찔, 하고 전류가 흘렀다.
그 전류에 숨을 삼킨 미츠하는 환자의 얼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움직였어?”
움직이지 않았다.
착각. 자기 최면.
“……듣고 있니?”
그 자그마한 착각에,
“……내 목소리, 들리니?”
─대답이 들려왔다.
그 ‘대답’은 병실 바닥에서 또르륵 소리와 함께 미츠하의 발쪽으로 다가왔다. 침묵으로 가득했던 병실에 불청객처럼 나타난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미츠하는, 그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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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조아라에도 올려야하니까 분할해서 올려아징
[작가 코멘트 2]
구판 16편을 세 갈래로 북북 찢었더니 분량 문제가...
기껏 올렸더니 왜이리 수정할 곳이 많지
올 ㅋ
날아라 날아 - dc App
잘 봤습니다